방금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
이상하다. 요즘엔 별의별일이 다 기사화되는 데,
최근 본 TV 내용 중 오늘만큼 가슴 벌렁거리며 본 적도 참 드문 것 같다.
대략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요즘에 밥사주는 엄마, 외식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
실제 아이들의 신체보다 정신 장애가 더욱 심각하다는 내용이다.
두어번 '엄마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라든가, '엄마가 직장을 관두고 밥을 해주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은 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질문을 할 때도 밥해주는 주체는 '엄마'이고
아이들에게 감상문을 받을 때의 주제도 '어머니와 밥'이다.
한 초등학생이 15년만에 직장을 관두고 아들에게 밥을 해준 엄마에 대한 감사와 요즘 맛있게 먹은 요리에 대한 품평을 한다.
인터뷰를 한 어른들도 모두 엄마인데,
집밥 주장하는 엄마들은 멀쩡히 나오고
외식시키는 엄마들은 모자이크 처리해서 나온다.
외식시키는 엄마중에 '이젠 후회한다'고, '아이가 날 무시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태초부터 누군가에게 밥 한번 안해주었을 우리네 아빠들은 그 옛날부터도 아이들에게 생 무시당하며 살았었던가?
요즘 새삼 떠오른 부권 상실이 아빠가 밥을 안해주어서였단 말인가?
(음... 그런거였어????)
아이들 때는 발육이 좋아 신체적 이상이 극명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데,
그럼 신체적 이상이 더 극명하게 나타날 만한 엄마의 영양상태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
게다가 전제에 그 엄마는 직장을 가진 자이다.
직장도 없는 주제에 외식시키는 엄마는 아예 존재 자체를 거부당했다.
어쩌라고? 어떡하라고?
나도 아이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 생기는 건 누구보다 싫은 사람이다.
그래도 너무하지.
도대체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뭐지?
무엇이든 풍족하다고 뻥치는 자본주의 세상에,
선택의 자유라는데 농약 쳤는지, 불량한 음식인지 머리터지게 고민해야 하는 세상에,
기껏 밥 한끼 먹는 걸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만큼 가족이 아무것도 아닌 세상에,
경쟁으로 몰아가 타인에 대한 신뢰란 한톨도 없으며 심신이 모두 피폐해지고 있는 세상에,
이젠 감정도 노동으로 하는 세상에,
부모와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분담하여야 할
진짜 풍족하지 못한 것은 바로 '감정을 나눔', '마음을 나눔'이 아닐까?
아이들은 집밥을 먹든 외식을 하든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좋은 음식물과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 마땅한 소수자들이다.
그 책임의 덤탱이는 부모와 사회 모두가 조금씩 나누어 짊어져야 '어머니'와 같은 희생자가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책임과 의무로 승화할 수 있는 거다.
언제까지 돌봄의 책임을 엄마라는 여자들에게 몰아버릴건지...
요즘 여러가지로 느껴지지 않나? 여자들은 슬슬 엥꼬가 났다는 사실.
하여간 오랜만에 엄청난, 노골적인 폭력이(었)다.
*사족
음... 세끼 다 외식한다는 홍콩사람들은 어쩌라고?
이렇게 비교하면 또 '나라마다 풍속이 틀리다'고 말하겠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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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2006/05/28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쓰고 공감하는데 그치지 말고 행동을 조직하면 어떨까, . 마이링 등에서 서명을 받아서 성명을 내고 방송국에 항의하고 그런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있으면 이렇게 노골적인 폭력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얼마전에 귀연이슬은 레디앙의 가부장적 기사제목에 대해 포스팅을 했더만요. 진보넷에 언론감시 팀블로그를 만든뒤, 팀 구성원들이 매체를 하나씩 맡아서 모니터 하여 한달에 한 번 정도 반여성적인 최악의 기사를 선정하고 발표하고 그러지 말자고 호소하고 그러다 보면 좀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민주노총에서 포스터나올 때마다 우리가 흥분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을 보면 지속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바빠도 십시일반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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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eeya님의 ['엄마는 밥을 하라~' 이런 게 언론의 폭력] 에 관련된 글. <내가 썼던 덧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쓰고 공감하는데 그치지 말고 행동을 조직하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