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생각_펌 - 2006/05/28 00:47

방금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

이상하다. 요즘엔 별의별일이 다 기사화되는 데,

최근 본 TV 내용 중 오늘만큼 가슴 벌렁거리며 본 적도 참 드문 것 같다.

 

대략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요즘에 밥사주는 엄마, 외식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

실제 아이들의 신체보다 정신 장애가 더욱 심각하다는 내용이다.

 

두어번 '엄마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라든가, '엄마가 직장을 관두고 밥을 해주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은 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질문을 할 때도 밥해주는 주체는 '엄마'이고

아이들에게 감상문을 받을 때의 주제도 '어머니와 밥'이다.

한 초등학생이 15년만에 직장을 관두고 아들에게 밥을 해준 엄마에 대한 감사와 요즘 맛있게 먹은 요리에 대한 품평을 한다.

 

인터뷰를 한 어른들도 모두 엄마인데,

집밥 주장하는 엄마들은 멀쩡히 나오고

외식시키는 엄마들은 모자이크 처리해서 나온다.

외식시키는 엄마중에 '이젠 후회한다'고, '아이가 날 무시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태초부터 누군가에게 밥 한번 안해주었을 우리네 아빠들은 그 옛날부터도 아이들에게 생 무시당하며 살았었던가?

요즘 새삼 떠오른 부권 상실이 아빠가 밥을 안해주어서였단 말인가?

(음... 그런거였어????)

 

아이들 때는 발육이 좋아 신체적 이상이 극명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데,

그럼 신체적 이상이 더 극명하게 나타날 만한 엄마의 영양상태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

게다가 전제에 그 엄마는 직장을 가진 자이다.

직장도 없는 주제에 외식시키는 엄마는 아예 존재 자체를 거부당했다.

 

어쩌라고? 어떡하라고?

나도 아이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 생기는 건 누구보다 싫은 사람이다.

그래도 너무하지.

도대체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뭐지?

 

무엇이든 풍족하다고 뻥치는 자본주의 세상에,

선택의 자유라는데 농약 쳤는지, 불량한 음식인지 머리터지게 고민해야 하는 세상에,

기껏 밥 한끼 먹는 걸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만큼 가족이 아무것도 아닌 세상에,

경쟁으로 몰아가 타인에 대한 신뢰란 한톨도 없으며 심신이 모두 피폐해지고 있는 세상에,

이젠 감정도 노동으로 하는 세상에,

부모와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분담하여야 할

진짜 풍족하지 못한 것은 바로 '감정을 나눔', '마음을 나눔'이 아닐까?

 

아이들은 집밥을 먹든 외식을 하든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좋은 음식물과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 마땅한 소수자들이다.

그 책임의 덤탱이는 부모와 사회 모두가 조금씩 나누어 짊어져야 '어머니'와 같은 희생자가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책임과 의무로 승화할 수 있는 거다.

 

언제까지 돌봄의 책임을 엄마라는 여자들에게 몰아버릴건지...

요즘 여러가지로 느껴지지 않나? 여자들은 슬슬 엥꼬가 났다는 사실.

 

하여간 오랜만에 엄청난, 노골적인 폭력이(었)다.

 

*사족

음... 세끼 다 외식한다는 홍콩사람들은 어쩌라고? 

이렇게 비교하면 또 '나라마다 풍속이 틀리다'고 말하겠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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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00:47 2006/05/2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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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꾸준한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Tracked from 2006/05/28 11:00  삭제

    jineeya님의 ['엄마는 밥을 하라~' 이런 게 언론의 폭력] 에 관련된 글. <내가 썼던 덧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쓰고 공감하는데 그치지 말고 행동을 조직하면 어떨까, .

  1. Rory 2006/05/28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걸보면서 도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냐고 혼자 씩씩거렸어요. 끊임없이 박상원의 입에서 나오는 엄마,엄마,엄마. 정말 엄청난, 노골적인 폭력이었삼.

  2. 해미 2006/05/28 0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감! 보면서 계속 왕짜증이었다는... 엄마만 애 키우남? 타이틀부터 장난 아니었어요. 쳇!

  3. 뻐꾸기 2006/05/28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쓰고 공감하는데 그치지 말고 행동을 조직하면 어떨까, . 마이링 등에서 서명을 받아서 성명을 내고 방송국에 항의하고 그런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있으면 이렇게 노골적인 폭력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얼마전에 귀연이슬은 레디앙의 가부장적 기사제목에 대해 포스팅을 했더만요. 진보넷에 언론감시 팀블로그를 만든뒤, 팀 구성원들이 매체를 하나씩 맡아서 모니터 하여 한달에 한 번 정도 반여성적인 최악의 기사를 선정하고 발표하고 그러지 말자고 호소하고 그러다 보면 좀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민주노총에서 포스터나올 때마다 우리가 흥분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을 보면 지속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바빠도 십시일반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4. jineeya 2006/05/28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뻐꾸기/오 좋은 생각이삼. 솔직히 게을러서 자신은 없지만 특히 주류매체일수록 뭐 하나만 봐도 반여성적 뉴스를 하나 이상 건지게 되는(?) 느낌입니다.

  5. re 2006/05/28 2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다'에 코너가 하나 있지요. '공개수배'란도 있고. 그렇게 '기사'로 쓰는 거 말고 '십시일반'으로 가능한 형태를 생각해 봐야할 것 같아요. 테레비나 라디오 광고 보면 진짜 잡아낼것 많더라구요.

  6. jineeya 2006/05/29 0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C 스페셜 '내 아이의 밥상'를 보고 있는데, MBC 완승!
    같은 문제도 이렇게 풀 수 있는 것을..
    비록 학교급식이 해결책 전부가 아닐지는 몰라도
    지역사회와 부모와 학교가 공동으로 책임을 나눈다는 것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듯하다.

  7. 산오리 2006/05/29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마는 밥과 반찬 열심히 만들어 챙겨줘도 우리 애들은 밖에서 사먹는게 맛있다고 잘 안먹던데...집밥 먹고 싶다는 애들도 있는 모양이네요..

  8. jineeya 2006/05/29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re/그러게여. 독자들의 반란을 꾀할 공간으로... 근데 '십시일반'을 코너명으로 해도 재미있을 듯...
    산오리/그러게요. 역시 사먹는 게 좋은 아이들도 꽤 되겠죠? 근데 그때 TV 보면서 느낀 건데요. 매일 1회 이상 혼자서 외식해야하는 아이들은 주로 메뉴 선택때문에 굉장히 짜증내 하는 것 같았어여.

  9. 미갱 2006/05/29 1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아이의 밥상은 나도 잠깐 보았는데 제이미's 키친에서도 연구되어졌던 사안이었지.
    음식은 인간의 건강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육체의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의 건강과 연결되어 사회비용이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는 모..그런 얘기들이었지. 아주 흥미롭게 보았었는뎅...
    SBS프로는 보질 않았지만 본사게시판에서도 난리가 났어나보아^^ 프로그램을 발로 만드는지..헤헴...

  10. 배여자 2006/05/29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이거 보고 분노했는데..

  11. didi 2006/05/30 0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못봤지만, 분놉니다. 젠장-_-!

  12. 에밀리오 2006/05/30 1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못 보고 이야기만 들었지만 분노입니다. 증말 노골적인 폭력 >_< 그것이 알고싶다 왜 이리됐지;;

  13. 지음 2006/05/30 1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저 프로그램 만들 때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했단 말인가? 아니면 알고서도 강행? 암튼 화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