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eeya의 [SEMA - 임성수의 드로잉들] 에 관련된 글.
떠오르는 작가들의 눈으로 세상의 사회문화적 이슈를 쟁점화하고 이를 통해 미술문화 발전을 조망하려는 전시회, Selected EMerging Artists(SEMA). 올해로 2회째 맞이한다.
정글 선샤인(Jungle Sunshine), 아스팔트 키드(Asphalt Kid), 무명씨의 대화(An Anonym), 멀미(Nausea), 일탈(deviation)-꿈꾸는 사물들, 내러티브 스피킹(Narrative Speaking) 의 6부문으로 나뉘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정글 선샤인(Jungle Sunshine)
약육강식의 정글인 현대사회.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고 오히려 유머러스한, 유머를 통한 고통의 소통을 꾀했다고...
박은선의 [제 녹용을 받아주세요].
그 아래 초코파이는 자신의 몸뚱아리 절반의 초코파이를 바치고 있다.ㅋㅋ
이 작품도 '받아주세요' 시리즈 중 [제 간을 받아주세요].
고영미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시리즈. 긴장감 넘치는 전장의 한 순간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나신의 그녀에게 집중되는 포화는 매우 절망적이지만, 그 절망의 크기에 비해 그녀의 포즈나 위치는 너무나도 한가롭게까지 느껴진다.
최준경의 [핑크정글]은 잘 꾸며진 도심의 한 건물 같은 곳에 성매매업소를 연상시키는 분홍빛이 내비친다. 그 내부엔 정글의 상징인 나무가 슬쩍 보이지만 과연 이 잘 짜여진 건물 틀 안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 지 은근히 두려움이 생긴다.
박은선의 [경례하는 용봉탕]과 [묵념]. 곧 사람 입으로 먹힐 것들이 경례라든가 묵념을 하는 등 사람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 왠지 '못할 짓을 한 것'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연미의 [으악새]는 피 흘리는 으악새를
정글의 승자같은 위용을 보이면서도 결국 멸해가는, 게다가 단상에 놓인 구경거리화되어가는 존재로 표현하는 듯하다.
이주연의 [페이퍼맨의 궁전]은 매트릭스에 갇히고, 심연 속으로 놓여진 다리에서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쥐 마냥 무표정하게 달리는 페이퍼맨들을 표현하고 있다. 다리를 달리는 페이퍼맨들은 '반지의제왕'에 나오는 사우론의 부하들같다. ㅋㅋㅋ
원 모양의 페이퍼맨들은 가운데 구심으로 믹서에 갈리듯 갈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뷁!
아스팔트 키드(Asphalt Kid)
분자화된 개인들이 구획된 도시를 더이상 자아의 한계가 아닌 놀이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함유된 병적 징후를 마치 유전인양 몸 속에 내재한 사실에 대해 표현하고 있단다.
김정주의 [The City]는 실제 도시가 아니라 스테플러 심으로 만든 인공의 도시를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그야말로 불필요한 잡것들은 하나도 없지만 동시에 소용되는 것 역시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권순학의 [Last Winter Night of 2006]은 익숙한 공간에서 눈을어지럽히는 익숙치 않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무명씨의 대화(An Anonym)
이 부문은 익명화된 현대인들의 평면적, 표피적 소통, 그럼으로 인한 획일화된 익명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박상희의 [긴의자 흰테이블]은 개인들간의 정서적 거리를 극대화함으로써 소외된 개인들을 표현하고 있다.
황은주의 [엘레노이-내 손을 잡아줘]가 주는 메시지 또한 비슷하다. 동일한 공간들에 존재하지만, 극단적인 위험에 처한 사람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대중들.
멀미(Nausea)
멀미는 빨리 돌아가는 세상과의 거리를 인간적으로 바꾸려는 지성적 시도를 보이고 있단다.
장유빈의 [기대]는 마치 자살토끼를 연상케 하는 작품. 사회를 대하는 공포가 느껴진다.
도영준의 [컷터카멜레온]은 작품의 함의보다 작품의 독특성 자체가 눈에 띈다. 분명 카터인데 그 위에 움직이는 카멜레온의 모양을 영상으로 쏘아주어 매우 특이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이경아의 [들어오다]는 덫에 갇힌 인형과 집들이 칸칸이 단절되어있는 모습을 보인다.
늑대너구리의 [개념]. 전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형상화된 개념. 그저 벽돌 한덩어리일지도 모르는 바로 그 '개념'. 사람의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개념은 이렇게 단순할 지도 모른다.
멀미의 전시장 말미 출구에 전시된 [한미 FTA 즐쳐드삼]. 잘 쳐드삼.^^
일탈(deviation)-꿈꾸는 사물들
일탈은 사물을 통한 잠시의 여유, 휴식을 추구한다.
임선이의 [shelter-landscape]는 인조잔디, 아스팔트 선인장이라는 삭막 그 자체의 소재를 가지고도 은근 따스한 느낌의 작품을 연출해내고 있다.
오진선의 [아스팔트 연못-명륜동]. 생각보다 너무나 아름답다.
이혜진의 [Love house 부동산]에선 그림같은 집을 무료 분양한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실제 관객들은 분양 청구서를 직접 써넣고 가기도 한다.
내러티브 스피킹(Narrative Speaking)
작가가 일상에 치중하다보면 작품은 그저 일기에 지나지 않는 것. 따라서 일기에 회화적 내러티브를 반영하고 여백을 주어 관객으로 하여금 화폭간을 가독하게 만든다.
권순영의 [新세한도] 중에서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풍속도의 형식을 빌어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보배스러운 어린이와 쓰레기스러운 어른들.
홍인숙의 겸손한 피눈물 그리고 가족자화상 가운데 [신끼에 가까운 이해심-엄마].
엄마는 머리 줄기와 꽃이 필 정도로 엄청난 이해심의 소유자로 표현된다. 사실 그렇기도 하고...
SEMA는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한 쟁점화를 말하고 있지만 확실히 일상에 그 기운을 다 쏟는 느낌이 극명하다. 소외, 고독, 분절화는 이미 진부하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그 이상은 수박 겉 핥기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약간 진부하다.
사적 영역에 대해서도 -예를 들어 가족에 관해서도- 문제점 제시 수준에 머무는 것 같은 느낌.
기왕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이젠 매우 단순하게 사회문화적 이슈 자체에 대해 반영해보는 건 어떨지?
아니면 초우주적 수준으로 뚫고 나가보던가?
나도 못하는 주제에 일단 질러봤음....ㅋㅋ
* 사진출처 : 직접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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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eeya님의 [SEMA - 진정한 쟁점화까지 한걸음 더] 에 관련된 글. 떠오르는 작가들의 눈으로 세상의 사회문화적 이슈를 쟁점화하고 이를 통해 미술문화 발전을 조망하려는 전시회, Selected EMerging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