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4일 미디액트가 주최한 'IPTV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운동 대응전략 포럼'에서 사용한 토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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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융합시대를 맞은 대안언론의 매체 확장 전략의 필요성
대안언론이 갖는 매체의 의미와 인터넷의 발견
언론은 매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고 대중의 여론을 형성한다. 형성된 여론을 통해 발생하는 영향력은 바로 언론의 생명이자 힘의 원천이 된다. 여기서 매체는 생산된 컨텐츠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유통망으로써, 언론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대안언론 역시 대중과의 접점이 될 매체의 선택은 중요한 문제이다. 대안언론은 보통 주류언론 내 편집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때론 제한된 보도 범위와 내용의 편협함에 염증을 느껴서, 혹은 주류언론의 매체 장악력에 대항하고자 생겨난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 된다는 것은 태생적으로 자본과 권력의 부족이 전제되어 있으며, 따라서 매체 선택의 폭도 협소함을 의미한다.
실제 대안언론의 태동은 종이신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대항하여 생겨난 각종 종이신문 뿐 아니라 대학의 학보나 단체 기관지에 이르기까지 종이매체는 현재까지도 가장 다양한 집단에서 가장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시간이 흘러 대중의 관심이 TV와 라디오같은 멀티미디어로 이동하였으나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매체 특성상 대안언론의 진입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미디어운동은 해당 매체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적 지원의 틀과 대중 참여 채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등장한 인터넷은 기존 매체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변경시키고 있다. 인터넷은 매체라기보다 개방형 통신에 가까운 개념이라, 등장 초기에 이미 선점되어진 주류 세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또한 전송 가능한 컨텐츠의 형태는 텍스트나 음성은 물론 이미지, 영상 등 제한이 없는 매체였다. 기존의 매체들이 특성화된, 내지는 한정된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과 달리 인터넷은 모든 형태의 매체 유통이 가능했다. 사실상 미디어융합시대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인터넷은 컨텐츠의 생산이나 유통의 비용이 매우 저렴하였고, 이 점은 많은 대안언론이 자신의 매체로 삼아 진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었다.
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인터넷상의 각종 정보들의 유통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초기에는 굳이 체계화된 언론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기존에 발행 중인 종이 소식지라든가 간단한 자료 제공만으로도 많은 대중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만큼 대중은 다양한 정보에 굶주려 있었고 정보에 대한 소비는 활발했다. 대안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인터넷 전용 언론의 시작은 아마도 1998년 딴지일보 창간, 1999년 참세상방송국 오픈 즈음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등장한 인터넷 언론들은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언론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고 주류 언론의 생산 시스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정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YS의 고대 앞 시위 사건이나 386의원의 5.18 광주 술파티 사건 등 특종 보도를 성사시켰으며, 시민기자 개념이나 지면포맷의 파괴 등 언론 생산 및 편집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의 지점을 제시했다.
실제 인터넷 대안 언론은 전통적인 대안언론이 지니게 되는 표현의 자유와 컨텐츠의 다양성을 넘어서, 매체의 속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대중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냈다. 컨텐츠 상의 대안을 넘어 매체 자체가 대안이 된 것이다. 인터넷 언론은 자본과 권력에 의해 제한되어왔던 정보, 주류언론의 여론 왜곡과 유통망 선점 등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된 대중의 온라인 활용과 참여 욕구 확대 등이 반영된 결과이다.
인터넷 상의 주류 등장과 대안성 상실
인터넷 대안언론이 그간 이루어온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중이 인터넷 상에서 소비하는 언론의 최대 승자는 포털뉴스가 되었다. 네이버가 2002년 뉴스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거대 포털은 누구나 기본메뉴처럼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2006년 현재 포털을 통한 뉴스 구독자는 이미 80%를 상회한다.
대안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주류가 없다는 사실에 안주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성장한 포털뉴스라는 주류에 완패당한 꼴이다. 실제 대중이 포털을 언론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판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인터넷 상의 각종 정보와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흡사 정보가 휴지조각처럼 널브러진 무한한 공간에서 고도의 정보 선별력을 가진 서비스를 요구한다. 동시에 자본 역시 자본사회 내에서 한동안 무자본적인 공간으로 존재해온 인터넷에 대한 오랜 공백의 침묵을 깨고 있다. 대중을 서비스로 길들이기 시작했고 저작권 적용을 실제화하는 등 자본 통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권력 또한 정보통신망법이나 선거법 등을 통해 완전 개방형 공간 속 대중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다.
물론 포털의 등장과 대중이 포털로 수렴되는 현상은 비단 인터넷 사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털로 수렴된 대중은 포털식의 구조화된 정보에 길들여지면서 다른 인터넷 공간으로의 탐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포털이 컨텐츠 별로 서서히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방식은 컨텐츠=과금이 요구되는 소비재로만 인식하게 함으로써, 서로간의 정보 교류에 대한 인식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활동 중인 대안 언론들에게 생존이 걸릴 정도의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자본이 개발하는 각종 매체와 정보통신의 기술은 인터넷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이들은 인터넷의 네트워킹 상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통합 인증과 과금 체계를 강화하면서 끊임없이 닫힌 공간을 창출하고 자본의 원리를 철저히 관철시키고 있다.
미디어융합 국면 속 대안언론의 위치
미디어융합의 상징인 IPTV의 경우, 동일한 인터넷의 통신방식을 이용하여 수많은 망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면서도 폐쇄형 네트워크를 구현함으로써 ‘지불한 자만이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새로운 융합미디어들은 인터넷과 동일한 통신 방식으로 인해 다양한 컨텐츠가 상호 유통 가능하며, 실제 인터넷 상의 UCC 등은 IPTV에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그러나 컨텐츠가 점차 자본화되어가는 상황에서 ‘지불’을 전제로 한 매체와 그렇지 않은 매체간의 컨텐츠 교류는 양쪽 모두를 산업화로 몰아갈 것이다.
결국 인터넷상의 주류 언론과 폐쇄형 네트워크를 가진 융합매체의 등장 및 사업 확장은 자유롭고 광활하던 인터넷이라는 매체 유통망이 구획화, 자본화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안타까운 점은 인터넷 상에서 대략 5년여 간의 짧은 풍요의 기간 동안 대안언론이 정립한 대안적 표현의 자유 확장, 미디어주권 확보 등과 같은 미래의 밑천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막대한 자본과 권력의 논리로 회귀하는 인터넷과 향후 융합된 미디어들의 환경은 제2의 매스미디어 시대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대안을 꿈꾸는 언론들은 TV와 라디오 등의 매스미디어가 등장했을 때 느꼈던 막대한 자본의 힘과 선점될 장악력의 쓴맛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설상가상, 통신 자본이 중심에 서게 될 제2의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그나마 기존 멀티미디어 방송들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공익성 개념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매체라는 그릇은 언론이라는 내용물과 관계없이 성장하고 있으며, 운영하는 언론이 없어도 대체, 배치할 수 있는 언론이 주변에 널려있다. IPTV는 자체 컨텐츠를 생산하지 않아도 기존 TV나 케이블, 영화, 비디오, 뉴스 등 이미 존재하는 각종 컨텐츠들을 주워 담기만 해도 존재 가능한 매체이다.
예전의 대안언론은 설립 자체만으로도 대안 운동의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대안언론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매체에 진입조차 불가능하다. 그리고 매체를 갖지 못하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따라서 대안언론은 -특히 인터넷 대안언론들은- 이제라도 자신의 매체 영역에서부터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고 다양성 및 공공성 보장의 길을 모색해나가야한다.
대안언론 입장에서 고려해야할 대응 전략
1) 방송, 언론, 통신 운동 진영의 결집과 공동 대응
지난해 12월 IPTV법이 통과되었고,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올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언론, 방송, 통신은 동일 기구의 진흥과 규제 하에 공공성 붕괴와 컨텐츠 상업화가 예상되는 악순환 고리로 함께 엮인 셈이다.
미디어 영역에서 공공성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 미디어 다양성, 대중의 참여를 전제한다. 따라서 비단 퍼블릭 액세스나 공영방송 뿐 아니라 대안미디어 영역 전반이 공공성 확보를 통해 자신의 대안성과 내재된 다양성을 펼쳐나갈 수 있다.
최근 미디어융합 국면은 흡사 도미노게임을 연상시킨다. 한 분야에서 무너진 공공성은 다른 매체의 영역까지 전이된다. 따라서 운동 진영의 결집과 투쟁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사실상 동일한 법과 정책을 통한 진흥과 규제 통합이 예상된다면 반대로 한 매체에서 지켜지는 공공성 정책이 다른 매체로 확장될 여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매체가 언론이나 방송과 분리되는 상황에서는 대중과 만나는 접점인 매체에 대한 전반적인 공공성과 다양성 확보 요구가 필요하다. 즉, 융합미디어 상의 공적 컨텐츠 제작 지원과 방영 의무 규정을 통해 안정적인 유통망의 확보를 이루어야 한다.
2) 대안담론 생산자로서 자기 컨텐츠 규정
대안언론은 언론으로써 대안성과 실험정신, 그리고 진보적인 언론 원칙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대안언론이 기존 언론의 전문적이고 유효한 저널리즘을 수용하는 동시에 자기 철학을 정비해나가지 못한다면 언젠가 정체성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진보성과 자기 규정력을 통해 대안언론은 미디어 다양성으로 포용되면서 공공적 차원에서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실제 인터넷 매체에서는 기존 언론에서 시행하지 못했던 다양한 실험이 있어왔다. 대중이 직접 기자로 참가하고, 기사의 길이가 파괴되고, 한가지 포맷이 아닌 다양한 형식의 컨텐츠가 한 화면에 구현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언론은 자신의 컨텐츠를 비영리성을 전제로 공유하거나,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 전달 방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들은 인터넷에서의 대안언론이 갖추어야 할 저널리즘으로 구축되지 못한 채, 오히려 ‘허접한’, ‘비전문적인’ 취급을 받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안언론은 대안적 저널리즘 형성을 위해 대중과 함께하는 바람직한 보도 원칙이나 정보 공유적 제휴의 원칙, 소수자 권리를 존중하는 철학을 세워나가야 한다. 끊임없는 자본 논리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안 언론에 걸맞는 원리 원칙의 정립과 재확인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3) 융합미디어에 대한 분석과 교육 지원 요구
IPTV는 논리적으로 채널수의 제한이 없고 컨텐츠 배치가 메뉴 방식이다. 사업자가 원치 않는 컨텐츠는 대중이 찾을 수 없는 하위로 숨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IPTV의 경우엔 기존 방송 개념의 ‘공공 채널 확보’요구보다는 TV 탑화면의 일정 % 이상을 공공 컨텐츠로 배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 또한 IPTV는 전화와 인터넷망 같은 서비스간 융합과 다양한 컨텐츠 유통으로 인해 인증과 과금 단계에서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융합미디어가 가진 매체적 특성을 파악해야 적절한 대응과 정책 생산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새로 등장한 매체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며, 동시에 필요한 정보 공개와 교육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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