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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04/19 20:44

* 예전 꼬마게시판(http://go.jinbo.net/jineeya)에서 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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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립미술관에서 전시중인 [Pierre & Gilles 의 "Beautiful Dragon"].



사진작가였던 피에르와 화가였던 쥘.
1976년에 처음 만나 30여년간 공동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력 그대로 사진에 회화적 기법을 도입한 이들은 실제 80,90년대 프랑스의 시각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 지대한 인물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작품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시에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이 허무함은 보고 있는 환상이 오래지 않아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야말로 불안정한 아름다움이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너무나 완벽해보이는 배경을 통해서만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때때로 우리가 생각하는 남과 여라는 성정체성 - 이제는 시각적으로 남과 여를 정체성이라 규정하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지만 - 을 시각적으로 파괴시킴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정성(?)을 유발하기도 한다.



더불어 그들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게이문화 역시 이러한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키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정스러움"은 "불완전함"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어느새 그러저러하다고 믿어버린 우리들의 편협함속에
우리의 아름다움은 차마 눈뜨고 바로 쳐다보기 힘든 그 무엇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아름다워 너무나 불안정해보이고, 그래서 쳐다보기 어려운 것들...
왜.... 이렇게 되버린거지?
서글픈 세상...

* 사진출처 : 시립미술관 (
http://seoulmoa.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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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e & Gilles_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에서

박 파 랑(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원)

오늘날 ‘피에르&쥘’이라는 고유명사로 알려진 두 사람의 만남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디자이너 겐조(Kenzo)의 파티에서 만난 이래 두 사람은 예술적으로, 동시에 인생에 있어서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공동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유의 화려한 인물사진으로 패션?광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사진작가였던 피에르와 회화를 전공했던 쥘의 전력답게 이들의 상호보완적인 공동작업은 장 폴 고티에, 마돈나, 카트린느 드뉘브, 이기팝과 같은 유명인들에서부터 무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찍은 피에르의 초상사진에 쥘이 특유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장식적인 붓터치의 페인팅 작업으로 구현함으로써 완결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선원, 영화배우, 가수, 서커스와 장터, 꽃, 별이 흐드러진 하늘, 요정, 아이들, 이국적인 풍물, 우주, 성자와 순교자, 혹은 성자로 비유되는 유명인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오마주, 에로티시즘과 게이문화, 사랑과 죽음, 신화나 종교에 대한 이교도(異敎徒)적인 암시와 해석, 고딕과 바로크, 그리고 키치와 팝의 혼합....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뒤섞인 가운데 그들은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들만의 이상적인 인공낙원에 대한 예술적 판타지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빠트릴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게이문화에 대해서일 것이다. 작품 면면에서 발견되는 황홀하리만큼 순수한 환타지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창조해낸 낙원을 관통하는 동성애적 감수성은 그들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변별점이되, 동시에 배격받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의 작품에서 목격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애매모호한 혼합, 혹은 그 경계의 불확실성은, 작가 개인의 성정체성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인해 그들이 공들여 만들어내는 작품 속 세계는 더할 나위없이 이상적이고 아름답지만 그들의 실제 세계는 세상의 편견와 적의로부터 투쟁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아름답고 또한 슬프다.
분명한 사실은 이들이 특유의 동성애적 감수성을 고전적이고 동시에 환상적인 장식의 바로크적인 스타일로 구현해냄으로 해서 게이문화와 미학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형식적인 특징으로, 대부분의 작업이 인물의 초상에 국한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할것이다. 한 해 이들이 제작하는 열댓점 안팎의 작품에 있어 모델과의 관계는 작품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때로 주제와 컨셉이 떠올랐으나 이를 체현할 모델을 찾기위해 지연되기도, 또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주제와 컨셉, 모델, 그리고 작중 배경을 위해 조명, 소도구, 의상, 메이크업, 악세서리 심지어 사진의 프레임등 이 모든 것들을 꼼꼼하게 계산하고 의도하여 마침내 하나의 작업으로 탄생된다. 너무나 많은 시간이, 혹은 아주 가끔씩 이지만 너무나 짧은 시간이 소요될 때도 있다. 이렇게 하여 작가와 모델은 서로의 삶에서 일정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작가와 모델 사이에 싹틀 수밖에 없는 신뢰와 상호관계를 중시하기에 결국 피에르&쥘은 작품과 아주 감정적인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많은 작가들에게 그렇듯이 특히나 두 사람에게 이들의 작품은 피에르와 쥘이라는 두 개체의 삶의 연속성에서 함께해왔던 결과물이고,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자신들의 삶과 친구들에 대한 사진앨범’ 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2000년 뉴욕 뉴뮤지엄에서 가진 대규모 전시에 대해 뉴욕 타임즈의 로버타 스미스는 “포스트모던(특히 연출) 사진, 패션사진, 상업 일러스트레이션, 미술 속의 남성누드, 게이 감수성의 부상(浮上)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하 보아야 할 전시”라고 평했다. 뉴욕 뉴 뮤지엄의 큐레이터 댄 카메론은 피에르와 쥘을 제프 쿤스나 신디 셔먼과 같은 반열의 작가로 평가하기도 한다. 태초에 사진이 있었고, 각기의 사진에 오리지널리티를 부과하는 회화작업을 통해 조금은 회화이고, 조금은 사진인, 회화와 사진의 모호한 경계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 이들의 작업은 현실과 환타지, 사진과 회화, 여성과 남성을 별개의 것으로 규정짓고 한정하는 대신 양자를 넘나드는 보다 폭넓은 사고와 환상에 대한 예술적 유연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보다 좀더 열린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중에 있는 우리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이들의 성취가 어디까지 이어질것인지, 또 이들의 작업에 대해 앞으로의 세대로부터 어떠한 접근과 해석이 시도될지 사뭇 궁금하다.

이번 전시는 피에르&쥘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전시로 1970년대 후반부터 2003년에 최신 근작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회고전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 68점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정부기관의 도움으로 다양한 국적의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작품을 대여받아 그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수 있는 기회이어서 더욱 뜻 깊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을 위해 작가는 아시아의 전설상의 동물을 주제로 선택하고 있는데, 바로 이번 시립미술관에서의 전시 [피에르&쥘_Beautiful Dragon]은 ‘아름다운 용’의 구현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동양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붉은색(Deep Asian Red)과 짚색(dull yellow)을 전시공간의 주조색으로 정하여, 전시테마는 물론 전시공간, 전시작품 모든 것이 하나의 통합적인 기획 아래에 구성되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일종의 이상적인 사찰이 전시장을 통해 재현되고, ‘아름다운 용’으로 비유되는 작가의 작품이 거대한 빨강과 노랑색 벽 위로 위치함으로 해서 관객은 현실과 환타지의 기묘한 경계에서 작가가 제공하는 이국적인 낙원에 들어서게 된다.

이렇듯 패션, 광고, 사진과 출판등 장르별 크로스오버를 통해 80년대와 90년대 프랑스 시각문화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화적 아이콘으로 일컫어지는 피에르&쥘의 작업을 통해 사진예술의 한계를 새롭게 정의내리는 실험성 강한 작업들을 목격할수 있을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심리적으로 자신과 다른 삶과 문화 양식을 영위하는 타개체에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경향을 보여왔던 우리사회가 쉽사리 접하지 못했던 다른 삶의 형식에서 기원하는 작업들과 이국적인 문화영역을 목격할수 있는 전시이기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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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9 20:44 2004/04/1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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