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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통신|융합 - 2008/10/30 21:18

* 9월말쯤 주안영상미디어센터(http://www.juancamf.or.kr)의 CAMF 페이퍼(http://www.juancamf.or.kr/mediapaper)에 기고한 글. 좀 뻔한 글이긴 하지만 정리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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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소비자를 양육하는 방식


9월 IPTV사업자가 선정되었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다. 국내 거대 통신업체인 SK, KT, LG의 하나TV, 메가TV, myLGTV가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일부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사업자 역시 자산규모 10조원 이내의 대기업까지 진출이 가능해졌다. 벌써부터 공룡들의 각축전과 같은 양상이다.

 

새로운 방송 IPTV, 얼마나 뜰까?

 

과연 IPTV는 주류방송 지상파와 케이블TV를 제치고 통신과 방송을 융합하는 절대 승자로 등극하게 될까?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만약 MBC 드라마를, SBS 예능을 볼 수 없다면, 여러분은 IPTV를 선택할까? 대답은 당연 ‘NO!'일 것이다. 현재 지상파 중 MBC, SBS, KBS2는 IPTV에 방송을 전송할 의무가 없는데, SBS는 전송 대금으로 1년에 400억원을 제시했다한다. 사업자는 벅차더라도 서둘러 지상파들과 합의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속빈 강정’ 취급받기 십상이다.

 

사실 IPTV는 기술적으로 기존 TV 시청방식 외에도 인터넷에서 구현되는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TV로 장을 보거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드라마 시리즈를 보면서 배우 정보를 검색하고, 블로그를 만들 듯 개인 채널을 운영할 수도 있다. 기능이 많다는 건 장점같아 보이지만, 원래 TV라는 매체는 틀어만 놓아도 되는 수동적 매체이다. 갑자기 쇼핑을 위해 리모콘으로 이름을 입력해야 하거나, 인터넷 식의 메뉴 선택화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그저 ‘복잡한 서비스’일 뿐이다.

익숙함이라는 권력은 본의 아니게 기존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 따라서 초기에는 IPTV도 케이블TV와 유사한 방식을 채택하면서, 신규 가입 증대를 위해 전화+인터넷과의 결합상품 할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992년 등장한 케이블TV는 1998년 가입자 700만명이 넘어서면서 흑자가 시작되었다. 케이블TV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방송시장에서, IPTV는 2012년까지 예상가입자 300만과 600만명이라는 비관론과 낙관론적 수치가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





통신사 미디어팀장도 고개를 가로 젓는 서비스, 왜 추진할까?

 

‘케이블보다 더 좋은 케이블, 디지털 케이블TV!’ 라디오에서 김아중이 ‘케이블을 케이블로 바꾸라’한다. IPTV와의 경쟁에서 당분간 강세를 보일 케이블TV는 왜 IPTV를 쫓듯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것일까?

실제 케이블TV가 디지털로 전환되면 IPTV와의 기술적 차이가 사라진다. 케이블TV에서도 인터넷 방식의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한편 기존 케이블TV의 경우 운영할 수 있는 채널의 수가 최대 80개로 제한되지만, 디지털로 전환하면 무제한의 채널을 만들어 분양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에서는 원하는 때 원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그러나 ‘보는 만큼 더 내는’- VOD 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사실상 원활한 신규 수익 창출을 위한 절차인 것이다.

한편 IPTV를 운영하는 통신사업자의 경우, 이에 더하여 소위 ‘유비쿼터스’라 불리는 홈네트워크 시대의 초석을 닦을 수 있다. 냉장고 액정화면으로 A/S받고 리모콘으로 문을 잠그는 시대가 도래하면, 사용하던 인터넷망과 연계된 온갖 상품 판매로 사업자의 매출 총액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방송통신융합, 이용자를 어떻게 변화시키나?

 

오랫동안 TV를 보는 사람을 일컬어 ‘시청자’ 또는 ‘수용자’라 불러왔다. IPTV 언급 후엔 잠시 ‘이용자’도 혼용되었다. 그러나 이제 사업자들은 ‘소비자’라 통칭한다.

단어의 선택은 행동의 패턴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소비자’라 일컬어지는 순간, 이용하는 서비스는 소비를 증대시키고자 하는 자본의 논리에 갇히게 된다.

처음엔 익숙한 정액제가 어느새 콘텐츠를 이용할 때마다 과금되는 종량제로 변할 것이다. 영 불편하던 리모콘도 버튼이 하나씩 익숙해지면서 콘텐츠 선택도 쇼핑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2008년 현재 집전화, 핸드폰, TV, 인터넷이라는 4가지 결합 상품은 어느새 할인의 덫을 걸어 행복한 나의 집에 가전제품, 가구, 쇼핑, 아파트까지도 동일한 업체가 제시한 맞춤형 상품으로 빼곡히 채워질 지도 모른다.

기존의 익숙함이 권력이었듯, 새로운 익숙해짐 역시 막강한 권력이 될 수 있다.

 

이용자 중심 매체 운용을 위한 일보

 

IPTV 방식의 매체 이용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기존 방송뿐 아니라 선택적, 상호작용적 콘텐츠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매체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양방향성을 지향한다는 것은 이용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문제는 IPTV 법제화 단계부터 ‘방송’이라 부르면서도 매체의 공공성을 외면한 채 상업성만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용자가 ‘저가 OK~!'라는 생각으로 ’서비스 고르기‘에만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무료 콘텐츠는 유료가 되고 이 채널 저 채널 모두 ’무한도전~!‘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의 외침만 들릴 수도 있다. 생생한 다큐와 수많은 비영리, 공공적 콘텐츠가 시장성을 이유로 채널에서 제거되면,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이용자의 권리는 손쉽게 박탈된다.

KBS의 ‘열린 채널’이나 케이블TV의 공익채널 전송 같은 방송 공공성의 의무도 없는 이 매체 덕(?)에 기존 케이블TV들의 법적 제재도 덩달아 완화되었다.

 

인터넷에서 개인 매체인 블로그가 활성화되었듯, TV에서도 자신의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매체가 생겨났다. 그러나 ‘다양하게 볼 권리’ 먼저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유롭게 쓸 권리’ 역시 누릴 수 없다. IPTV가 시작하는 지금, ‘이용자’의 이름으로 비영리, 공익적 채널의 의무 전송, 공공적 콘텐츠의 의무 유통, 시민 참여 콘텐츠의 육성을 위한 한 목소리부터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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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21:18 2008/10/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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