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주식회사'에 해당되는 글 1건
전시만화영화책 - 2006/10/04 16:23

잭 런던의 장편 소설이되 잭 런던만의 장편소설이라하기엔 좀. 쓰다 만걸 후대의 로버트 피쉬가 완성시켜놓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뒷 부분은 스릴러일 뿐이다. 사실 이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앞부분에 촘촘히 다 짜여져있다.

그가 -비록 완성하지 못했으나- 썼던 이 소설은 꽤 의미심장하다.

 

 

 

내용은 간단하다.

 

옛 맑스주의자들이 만든 암살단.

주로 들어오는 의뢰는

뭔가 꾸미려하지만 항상 어설퍼서 실패하고마는 아나키스트들 대신 사회의 악을 처단하고,

'아나키가 한 일'이라고 떠들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많다.

이들은 처단할 대상에 대해 실제로 '사회의 악인가?'라는 점을 냉정한 평가를 통해 판단한다.

평가 후 처단이 결정되면 1년 안에 처리하는데, 혹시 못하게 되면 의뢰인에게 대가를 다시 반환한다.

 




어느날 그들의 존재와 방식은 그릇되었다고 생각한 한 젊은이가 암살단의 지도자를 만나 지도자의 목숨을 의뢰한다.

젊은이는 그들의 존재 자체의 모순과 암살이 주는 사회의 위기에 대해 수준높고 열띤 구라구라를 통해 풀어나가고, 지도자는 결국 그의 논리에 굴복하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젊은이는 '이제 암살단이 해체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지도자는 스스로를 처단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온 조직망을 동원하여 자신의 처단을 명한다.

 

갑작스레 지도자의 대리가 된 젊은이.

그가 만나게 되는 조직원들은 하나같이 학문에 능통하고 고상하고 순수하고 논리적인 이성을 지닌 지식인들이다.

그들의 이치에 맞는 한 무슨일이든 충실하게 따르는 조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이치에 너무 충실하여 조직원들과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된 지도자.

 

보기엔 그냥 '미친놈들!'일 뿐이다.

그러나 이 고지식함의 사슬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동네에서 '빨간약을 먹었다'며 좌절하는 네오의 후예들을 몇명 보긴 했어도

솔직히 운동의 역사도, 계보도, 계파도 하나도 모르니

'네가 뭘 안다고?'라고 한마디 들을 수 있겠으나,)

 

마치 원리원칙에 갇혀 끝내 자멸해버리는 일군의 좌파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진정성이라면

충분히 그들과 공명할 수 밖에 없는 측은지심이 발동할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그게 누구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말이다.

여자 캐릭터는 남자들 이어주는 물건에 지나지 않아 살짝 기분 나쁘지만

어떻든 소설로써의 박진감 자체도 만만치 않은 글.

 

* 그림출처 : 알라딘(http://www.aladdin.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0/04 16:23 2006/10/04 16:23
TAG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