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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곳

    오늘은 2007년부터 우리 병원에서 처음 검진했지만, 나는 처음 가보는 사업장으로 일하러 갔다.   오늘의 수검자는 90명.  초반에 이주 노동자들이 좀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어를 좀 배우고 왔다고 한다.  손짓 발짓 보다 서로 천천히 말하는 게 시간이 더 걸리더라. 

 

    오늘의 특이한 점 몇 가지.

  1 . 나에게 치과 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한국인 중에서도 충치, 스케일링, 보철이 무슨 뜻이냐 묻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임플란트 상담까지 ㅎ  이런 경우는 또 처음....워낙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듯. 

  2. 고지혈증 환자가, 그것도 고 중성지방혈증 환자가 어찌나 많은지.... 중반에 접어들어서야 그 비밀을 알았다. 사장, 이사, 중간관리자.... 술을 엄청 좋아하고 직원들과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일이 잦단다.  무슨 대가족 같은 분위기.  - 간호사더러 높은 사람들을 좀 만나서 다같이 건강한 회식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 했다.

  3. 정신분열증 환자의 빈혈

      들어오는데 보니 얼굴이 창백했다.  빈혈 있단 말 들어봤냐 물어보니 최근 정신과에서 검사상 빈혈이 있다했단다. 밥은 어떻게 먹고 사냐 물어보니 지인들하고 사는데 주말에반 밥 해먹고 나머진 사업장에서 먹는단다. 근데 입맛이 없어 아주 조금만 먹는단다.  10년째 투약중이라는데 사회적 기능의 손상은 적은가 보다.  사실, 사업장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는 처음 만나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질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앉아 있던 간호사한테 검사결과 잘 챙겨서 설명해주라 했다. 

  

   특별히 길게 만난 사람들.

1.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가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물어보니 베드민턴, 배구를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단다.  베드민턴 치러 안성까지 주말 원정을 간단다.  나도 베드민턴 좋아한다 했더니, 어디서 치냐, 좋은 곳이 있냐 물어보더니 멀리 있다니 실망.  시간은 별로 없었지만 베드민턴 진짜 재미있다고 하면서 비슷한 취미를 가졌다는 사실에 서로 흐뭇..

2. 폐쇄공포증이 최근 발병한 총무과장.

    내 경험을 이야기 해주니 매우 안심이 되고 마음 편하다고 하고 나갔다. 맨 마지막에 왔기에 시간이 좀 되어 중간 중간 서로 어머 나도 그런데... 등등 추임새를 넣어가며 '불안'에 대한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감

    -  우리가 관리한지 3년은 된 사업장인데, 수검자들이 말하는 작업장 상태가 너무 열악했을 뿐 아니라 직업병 예방을 위한 보건교육 한 번 한 흔적이 없었다.  작기는 하지만 인쇄기가 여러 대 있고 그것을 닦을 때 유기용제 노출이 꽤 될 텐데, 작업환경 측정결과서도 상당 부실하다.  담당 간호사는 별로 유해한 사업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는데...쩝  아무리 사업장이 열악해도 뭔가 바꾸어보려는 시도를 했던 흔적도 보이지 않으면 좀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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