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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상반기 출장검진 끝~

     4시50분에 집을 나서 KTX 열차를 타고 천안아산역에 도착, 간호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당진으로 이동. 상반기 마지막 출장검진을 했다.  꼭두새벽에 길을 나선 이유는 야근자들이 6시반에 일 끝나고 기다린다 하여......우리 병원과 보건관리 계약을 한지 몇 달 되지 않았고 검진은 처음이라 어수선.

 

      대기업의 사내하청 2개소.  그 중 하나는 이제 막 새로 분사하여 계속 인력충원중이지만 사람들은 업무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여 만성적인 과로에 처한 사람들이 많았다.  8시출근 10시퇴근. 월2회 휴무.  중장비 기사가 필요한테 업계가 호황인데가 4대강 사업때문에 웬만한 인력은 다 강에 나가 있어 사람구하기가 어렵다 한다.  이 업계는 처음이라 검진 끝나고 공장을 한 바퀴 돌면서 이런 저런 현황을 파악했다. 제품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공장도 엄청나게 커서 돌아다니기가 만만치 않았다. 바깥은 땡볕이고 건물안은 고온작업장.  으윽.  오호 새 사업장은 역시 정말 할 일이 많구나. 옛날처럼 에너지가 솟구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다. 그냥 그냥 하면 되는 일들.  하고 나면 좀 기분 좋은 일들이다.  

 

     검진끝나고 서울로 이동하여 동료의 연수환송회에 참석.  어찌나 졸린지 연신 하품을 해서 분위기 깨는 것 같아 약간 미안, 2차는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왔다.  가치관이 많이 다른, 솔직히 말하면 적대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직장 동료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이다.  예를 들면 한쪽은 관행이라 하고 한쪽은 비리라 하는 일들에 대해서 관행이라하는 쪽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는 일은 피곤하다. 

 

    공식 발표라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달 과장회의에서 원장이 지금 과장이 연수간다고 인사를 한 뒤 차기 과장은 나라고 말했다 한다.  과장이 된다는 것은 과의 매출실적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경영진의 압박을 받는 일이기도 하고,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즐겁고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약간의 힘을 가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후자를 위해서 전자를 감수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이유란 것을 들어보면 병원 경영진과 잘 지내기 어렵지 않겠냐 하는 것인데, 나를 위해서 하는 조언이라고 했다.

 

    살면서 마땅히 마셔야 하는 잔을 피해보지 않았지만 마실 이유가 없는 잔을 마신 적도 별로 없는데,  그런 태도는 그냥 가만히 조용히 살아도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조용히 조용히 나에게 주어진 일 하면서 살고 싶었고 지난 8년동안 그렇게 지냈다.  오늘 회식에서 동료들은 신임 학장이  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우겼다고 그와 내가 밥을 꼭 먹어야 한다고 권유했다. 무슨 위원회같은 것을 좀 해서 존재감을 살리는 게 좋지 않냐 하는 조언도 있었다.

 

    내 대답은 난 워낙 인기가 많아서 더 이상의 인기는 감당되지 않으니 이해하시라. 껄껄껄.   내 목표는 다방면에서 70점 정도의 성적은 유지하자 하는 것이고 내가 맡은 대부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성적표는 평균 80점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위에서, 나름대로 나를 생각해주는 분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지는 알겠지만, 내 선택은 얻을 것과 잃을 것에 대한 충분한 판단에 기초한 것이니 앞으로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듯.

 

   상반기 검진을 마치는 소감.  하반기는 일복이 터졌다.   인력구조가 바뀌어 두 명이 하던 일을 나 혼자 해야 하는데, 과장업무까지 해야 한다.  겁내지도 말고 투덜대지도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잘 견디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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