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마지막 방문

2004년 마지막 사업장 방문을 마쳤다.

그동안 다른 일 때문에 미루어진 사업장 방문도 해야하기 때문에 4군데나 갔다.

첫번째 사업장은 몇달전 우리한테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가 사장결재가 안나서 계속 하게 된 곳이다. 사장은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바꾸고 싶지 않았던 것.  여전히 작업장도 못 들어가게 하고 건강상담 여건도 마련해주지 않는 곳이라 담당자와 실갱이를 하고 있지만 별 뚜렷한 성과가 없다.  사업장에 들어서면서 담당 간호사랑 '내년에는 반드시 관리감독자 교육부터 다시 시도하리라' 는 말을 주고 받았다.  담당자에게 '이보다 더 후진 곳에서도 법정 교육은 다 한다' 고 하니 안색이 변한다. 자존심 꽤나 상하는 모양이다.



두번째 사업장은 25명규모의 식품저장창고를 운영하는 곳이다. 창고에서 질식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한 번 난 뒤로 노동부지적에 의해 보건관리대행을 하는 곳인데 여름에는 일용직이 수십명들어왔다가 겨울에는 싹 빠져 난가 비수기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잠깐씩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다른 사업장 환자의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작성하였다.

 

세번째 사업장은 100인미만의 자동차부품 제조회사.

전형적인 관리직 느끼남들이 자신들의 간을 보호하기 위해 걱정스런 얼굴로 모여든다. 그들은 술을 지나치게 마시고 자신의 건강은 끔찍하게 위하면서 무례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 짜증이 좀 나서 나도 말을 되도록 아꼈는데 이상하다. 오십명 조금 넘는 공장에 왜 그리 B형 간염보균자가 많은 것일까? 한 열명정도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많다. 그래서 간장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교육을 하자고 했다. 교육하면서 우리가 찾지 못한 어떤 원인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한편 지난 번 방문에서 간기능이 나빠 정밀검사를 권했던 중국인 노동자 2명은 활동성 간염으로 판명이 나서 한 명은 돌아가고 한 명은 도망갔다고 한다. 전염성 질환이 발견되면 사업주는 신고를 하게 되어 있고, 출입국 관리소에서 3개월단위로 연장을 시켜주는데 그 기간에 사업주에게 치료비부담을 포함한 의무를 지게 한다는 것이다. 사업주 입장에선 굳이 아픈 노동자를 신경써가며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다. 빚만 잔뜩 진 채 병을 얻어 돌아갔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네 번째 사업장은 신규이다. 원래 다른 병원에서 보건관리대행을 했는데 회사규모가 커지면서 우리 병원으로 옮긴 것이다. 대학병원과의 의료계약체결같은 게 그들이 느끼는 메리트이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열심히 관리를 해온 선생님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첫날이라 작업장 순회점검만 했다. 아주 작은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이라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안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통증도 문제이지만 뾰족한 제품에 손가락을 찔려 곪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자동화가 답일 것이나 그러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그래서 순환작업을 권고했다. 작업자들은 그건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직장(현장관리자)은 검토해보겠다고는 한다.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전매트를,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등받이 의자를 지급해달라, 작업전후 예방체조를 하자,  현장 휴게실에 파라핀 수치료기를 비치하여 손목과 손가락 통증을 줄여보자' 등 다섯가지 사항에 대해 직장의 의견을 듣고 개선을 검토해달라고 하고 나왔다.


오른쪽 엄지와 왼쪽 검지를 사용하여 부품을 끼우면서 힘을 주기 때문에 손가락이 아프고 손끝이 부었다. 손끝에 무엇인가 완충작용을 할 만한 것을 대주면 좋겠다고 하자  손가락 움직임이 둔해져서 일을 할 수가 없으며. 지금처럼 반창고를 붙이는 게 그나마 좀 낫다고 대답했다. 직장은 이 작업에 대해 골무를 지급해보았지만 불편해서 쓸 수 없었다고 했다. 

 

반창고

 

안전매트가 깔려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직장의 말에 의하면 모두에게 안전매트를 지급했는데 작업자들이 오히려 허리가 아프다고 하여(?) 철거했고 현재는 작업대 높이가 높은 사람만 발판으로 쓰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진속의 아주머니는 자기는 매트가 필요해서 담당기사한테 한장 달라고 했는데 여지껏 안 주고 있다고 했고, 같이 순회하던 담당기사는 깜빡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