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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영향분석평가교육, 첫날소감

 12월초에 현현님(나루, 내가 처음으로 50Cm 이내 근접거리에서 만난 다큐감독임^^)의 블로그를 타고 간 어느 여성주의자 모임 홈피에서 이 교육에 대한 광고를 보자마자 여성부를 클릭하여 잽싸게 신청했다(교육내용은 여성부 공지사항 참고). 접수확인차 담당사무관에게 전화를 해 보니 오옷 경쟁이 있단다. 그래서 내가 이 교육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발표를 기다렸는데 교육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오늘이 그 첫날인데 경쟁률이 3:1이었단다.  태어나서 이렇게 센 경쟁에 합류해본 것도 처음이고 당첨된 것도 처음이다. 히히.



 교육생들은 반은 관련공무원들로 각 광역자치단체의 무슨무슨 개발원 소속 연구원이나 여성관련 국장, 현장에서 여성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었고, 반은 여성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등등 전공 연구자들이었다.  4년전 미시건대학의 역학여름세션에서 사회역학과목(건강을 결정하는 사회적 요인을 탐구하는 학문)을 들었을 때의 분위기랑 비슷했다.  수강생의 대다수가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였던 이 강의에서 차별을 자신의 문제로 사고하고 당당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 진지한 연구자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감을 준다. 최소한 고립감을 극복하고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당연히 보건의료계는 나 혼자였다. 그렇다고 내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다행스러웠다. 이미 2004년에 시범사업을 한 9개팀 중 두 팀이 보건의료계이므로 이 분야에선 나름대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각 광역단체에서 왔건만 전라도는 쏘옥 빠지고, 거의 반이상이 경상도에서 왔다는 점이다. 내 앞의 경상도에서 온 법대교수는 경상도가 여자들이 살기 힘들어서 여성학연구자들과 실천가들이 많아서 그런것이라며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는 성폭력상담소장을 겸하고 있었다. 그 때 우리 조의 역시 경남에서 온 50대의 남성행정학 박사는 표정관리를 하려고 애쓰는 것 처럼 보였다. 그는 25명중 단 둘밖에 없었던 남성참가자중 한 명이다. 하여간 전라도가 여성의 지위가 높아서 그런 것인지, 이런 교육정보에 대한 접근성조차 떨어지는 모르겠다. 후자가 아닐까?

 

첫 강의는 양성평등 정책패러다임의 변화와 성주류화. 중앙대 김경희교수가 나왔다. 이 분야에선 상당한 지명도가 있는 분인 듯. 오늘은 바쁜 관계로 강의내용소개는 내일 한꺼번에 하기로 하고, 이 강의는 이 분야의 연구자들에겐 아마 기초중의 기초, 생기초인가보다. 다들 지루해했다. 나야 처음 듣는 이야기라 신기하기도 하고 기본 개념과 역사적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뭐든지 전모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 나에겐 꼭 필요한 강의였다.

 

두번째는 '딸들의 나라, 핀란드의 힘'이라는 영상홍보물을 보았다. 대통령, 총리, 수도의 시장이 모두 여성인 나라의 딸들이 기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회구석구석에 카메라를 대고 보여준다.  성평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게 이 자료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이 가능한 데에는 광활한 자연과 인구5백만의 부족한 노동력이라는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 유모차와 지팡이를 짚은 노인, 장애인들이 편한하고 느긋하게 도심을 활보할 수 있는 사회. 흠...... 2년전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세계 여성노동건강 학회에서 스웨덴 사회를 접했을 때 기억이 난다. 그 때 방문한 국립대학 부설연구소에서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한 어린 딸을 데리고 출근하여 한 구석에서 놀게 하면서 일하는 여성연구자를 보고 진짜 진짜 부러웠다. 두 아이가 아플 적마다 밤잠도 못자고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직장에 나와서도 안절부절 못했던 나로서는 세상에 그런 낙원이 없다 싶었다. 언젠가 이런 나라에서 나오는 문학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소설가들은 도대체 어떤 갈등을 그리는 지 궁금하다.  이런 걸 접하면 부러움과 암담함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마음을 추스려 우리 딸들에게 지금과 같은 여성에게 무지막지한 사회를 물려주지 말아야겠다는 의지로 주먹을 불끈 쥐고......

 

참 성별영향분석이 무엇인지 설명을 안 했네.

성분석, 성별영향평가, 양성평등분석 등등은 성 주류화를 위한 도구이며 정책형성의 전 단계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며 평가하기 위한 도구임. 자세한 내용은 내일이나 모레쯤 잘근잘근 씹어서 소화시킨 후 올리겠음.

 

아쉬운 점, 

양성평등개발원의 표지판을 보며 성평등도 이성애자중심이라는 게 안타까왔다.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이름이 바뀐단다. 여성학계에선 떨떠름하고 사회복지분야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라는 것 같은데. 여성과 가족이 붙어있으니 어째 좀 으시시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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