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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법

  우리는 그날의 병원업무가 끝나면 진이 빠진 상태에서 만나곤 한다.

만나서 저녁 밥도 먹고 그날 그날 있었던 힘든 일들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는 나와 십팔년된 친구사이면서 직장동료이고, 나보다는 인내심많고 체력도 좋은 사람이다. 그는 인정이 많고 오지랖이 넓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나보다 두 배는 더 일을 한다. 그런 그도 요즘은 한계에 도달한 듯 하다.

 

  오늘은 저녁 9시쯤 연구실에서 만나서 하루동안 열받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사실 우리의 대화는 인물, 장소, 시간만 다르지 대개 비슷비슷하다.



  내가 주로 하는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도 차마 쓸 수 없는, 병원업무나 연구진행과정에서 있었던  기가 막힌 일들에 대한  것.  오늘은 얼마전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대한 견해차이 때문에 관련자들과 장장 3시간이나 전화통화를 했다. T T 그래도 나는 블로그에 글도 쓰고 같이 다니는 간호사들이랑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좀 낫다. 

 

  그가 주로 하는 이야기는 그날의 아침 검진에서 있었던 황당한 일들. 예를 들면 특수건강진단 대상자가 회사측의 반대로 검진대상에서 제외되었을 때(특검비용은 사업주부담이므로 왕왕 일어나는 사건임), 검진하다가 노동자들에게 사업주가 최소한의 법률적 기준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나서 회사관리자들과 대판 싸운 이야기.....오늘은 소음성 난청 유소견자 판정을 냈더니 회사측 담당자가 쫓아와서 두 시간을 괴롭혔다고 한다.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낼 때마다 겪는 일임. 심지어 그 전단계인 요관찰자 판정만 내도 전화하고 찾아와서 괴롭히는 담당자들도 많음)

 

  최근 들어 그는 거의 날마다 검진할 때마다 회사측과 싸운다. 그의 정신건강이 심히 염려된다. 착하디 착한 그가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마음이 아프다. 같이 학교다닐때 진짜 순둥이였는데......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쩌면 그리 구체적인 정황만 다르고 본질이 같은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반복되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야기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을 때가 많은데 노선생이 옆에 있어서 고맙기 그지 없다.

 

  저녁에는 주로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데, 틈틈이 블로그에 들린다(진보넷이 인터넷 시작화면임). 사슴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들 들으면서 일을 하기도 하고, 멀리 있는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들여다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옳은 것을 옳다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사람들, 열심히 투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힘을 낸다. 진보 블로그가 있어서 좋다.

 

  오늘은 논문마무리작업을 꼭 하려고 했는데 하루종일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했더니 꿈쩍도 하기 싫다.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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