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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알게 된다는 것

뻐꾸기님의 [공장장을 만났다.] 에 관련된 글.

  상반기에 어렵게 시간을 내서 교육을 하고 세 달만에 갔더니 검진결과가 나와 있었다. 이 회사는 우리 병원 검진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다른 곳에서 검진하고 보건관리만 우리 병원에 위탁했다.



  #1. 젊은 남자 하나가 인상을 팍 쓰면서 상담을 하러 왔기에 기분나쁜 일이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허리가 아파서 그렇단다. 입사 삼년, 상당한 허리부담작업 6개월만에 통증이 시작되었고 지난 이년 반동안 수시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보름씩 두 번의 병가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옛날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 회사측에서 공상처리도 안 해준다고 했다. 지금은 작업환경이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만성화된 통증은 낫지 않고 있다.

 

  이 공정은 노동강도가 아주 센 편이어서 여러 번 권고를 했다.  그 결과 2교대를 3교대로 바꿀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알고 보니 16명이 8명씩 2교대하던것을 인력충원없이 5-6명씩 3교대를 한다는 것이어서 작업자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생계유지가 안되어 실질적으로 16시간 노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해당 팀장한테 물어보니 16명중에 3명이 요통이 심한데 한명은 곧 산재신청을 할 것이고, 한명은 어떻게든 요양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머지 한 명은 근무가 아니라 못 만났다.

 

 곧 2명이 요양을 하게 되면 나머지 14명중에 또 근골격계 환자가 생길 것이다. 요양기간동안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2. 한편 꾸준히 발생하는 접촉 피부염은 이런 저런 검토를 했으나 해결이 안되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된 앞치마를 시범 도입했는데 움직임의 제한이 심해서 그거 입고는 작업할 수가 없다고 한다. 가장 많이 쓰는 유기용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확인하고 그 물질의 투과를 막을 수 있는 인조고무 재질을 추천했다.

 

 #3. 팀장한테 알루미늄 먼지에 대해서 치매 가능성을 경고하자 자기가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걱정이다. 그래서 이 공정 작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신경행동기능 검사를 해보자고 했더니 협조하겠다고 한다. 이 회사는 노사합의하에 법정 특수검진주기보다 짧게 6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하고 있다. 보건담당자와 내년 2월경으로 계획을 세워 화학물질의 건강영향 평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 보아야겠다.

 

#4. 지난 번에 요중 마뇨산(톨루엔이라는 유기용제의 대사물)이 1.0이 나왔던 사람이 찾아와서 묻는다. '이번엔 0.3이 나왔다, 작업이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수치가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인가?  분명히 작업종료 후에 소변검사를 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등등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요구했다.

'오호 교육하고 상담한 효과가 있군'

 

 작업종료후 소변을 받는 것은 참 어렵다. 우리 병원에서 검진할 때는 회사 보건담당자가 소변을 받아서 냉장보관했다가 검사했는데, 다른 검진기관으로 옮긴 뒤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작업자가 직접 요구하자 보건담당자는 내년부터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5. 긍정적인 변화들

 

  - 고온작업으로 인한 고충이 많았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약간의 환기시설 개선으로 3-5도 정도 작업장 온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바깥온도보다 2-3도이상 덥다.

 

 - 중량물 취급을 줄이기 위해 원료자동투입기를 새로 설치했다.

 

 -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기초질환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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