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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특수검진준비

  지난 주에 상반기 특수검진을 마무리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점검했다. 일단 8월말까지 상반기 검진 2차검사 등은 모두 완료하기로 결의(?)했고(억지로 결의시켰고), 여러가지 특수임상검사 프로코톨을 재정비하고 수검자 대상 검사안내문도 새로 만들도록 했다. 

 

  오늘은 긴 회의를 했다. 2시간 넘게 말을 했더니 목이 아프다. 특수검진을 하다보면 정확한 노출평가를 위해서 찾아보아야 하는 게 많은데 올해부터 그 건수가 많아져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어 업무관련성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개인별 노출평가 의뢰시스템을 과 내에 만들기로 했다. 우리 과에 새롭게 세팅하는 피부첩포시험, 피부단자시험, 비강 도말검사 등 임상검사의 의의과 방법에 대해서 재차 설명했고 세부계획을 수립했다. 



   직업병에 대한 예방진료의 역사가 길지 않고 경험이 많이 않기도 하고 유해인자만 법이 정한 것만 따져도 200종이 되다보니 늘 새로운 문제에 부딪힌다. 나의 산업의학과 수련과정에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배웠고, 수도권지역이라는 특성상 실제로 다양한 유해인자와 관련 건강장해에 대한 경험을 가지는 데는 많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더 어려운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직원들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출장다니느라 하루에 세네시간은 운전을 해야 하는 보건관리대행 간호사들의 얼굴이 새까맣다. 여름에 다니느라 햇빛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특수검진 사후관리하느라 일이 여간 많은 게 아닐 터. 그런데도 오늘 회의의 결론은 보대 간호사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서 많이 미안하다. 

 

  회의하다가 순간적으로 짜증을 냈다. 하반기부터는 좀 더 착하게 살려고 했는데 출발부터 짜증을 내다니. 바로 사과하고 반성했다. 하반기에는 나보다 힘이 없는 사람들한테 절대로 짜증을 내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  

 

   내가 전공의 때는 선생님이 냉정하고 집요하게 야단차는 것을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고 그래서 나도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한테 더 심하게 대한 적이 많다. 몇년이 지난 지금,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한테 집요하게 가르치려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깊히 깨달았다.   

 

  한편 신영복선생님의 강의를 읽어 보면  마을 사람들이 다 좋다 하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라는 구절이 나온다(정확한 표현은 아님).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문제가 있어도 그냥 넘어가고 싶을 때, 나를 붙드는 말이다. 하지만 옳고 그르고를 가려야 할 때와 이해하고 공감해야 할 때를 구별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어쨌든 하반기에는 우리 과 직원들을 수검자 대하듯 하고 살겠다는 결심이 지켜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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