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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출장 특검 첫 날

하반기 검진 첫 날이다.

한 달만에 일찍 출근하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검진버스에 몸을 싣자 마자 눈을 감고 부족한 잠 보충을 시도한다. 중간 중간에 눈을 떠보니 운전하시는 최선생님을 빼 놓곤 모두들 코 자고 있다.



못 보던 스크린들이 얌전하게 서 있다. 병원에서 쓰는 스크린이 무거워서 가볍고 작은 것으로 새로 여러 개 구입했다고 한다. 뭐 하나 사려면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라 한참 걸리는 데 추진력 강한 행정계장이 신경을 써서 뚝딱 해결해주어 고맙다.

 

#1. 두 번째 수검자가 들어오면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작년에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사업을 할 때 뭔가가 불분명한 요통을 호소해서 엠알아이를 찍었는데 거기서 척수신경종양(양성)이 발견되어 수술한 사람이다. 그가 수술했다는 말을 들은 지 며칠 후에 내가 입원을 했었는데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찾아온 적이 있다. 환자복을 입고 만나니 쑥스럽더라. 복직할 때 근무에 적합하다는 소견서를 받기 위해 연락을 해 와서 재활의학과 보내면서 전화통화를 했었고, 그 후에 작업장 순회점검 하다가 멀리서 눈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복직한 지 6개월째부터는 평상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안심이 좀 된다고 하면서 웃는 얼굴을 보니 다행스럽다.


#2. 재작년에 여기서 니켈 알레르기에 의한 직업성 피부질환 유소견자 판정을 냈었다. 2년 만에 만나보니 작업전환후 증상없이 잘 지내고 있다. 좀 아쉬운 것은 피부질환 원인이 유리섬유인지, 니켈인지, 크롬인지 진실을 밝히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유발검사를 해보아야 하는데 니켈 알레르기는 워낙 흔한 것이라 다른 물질에 대한 검사결과 없이 첩포시험 양성이라는 것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여간 언성을 높이고 어거지를 쓰는 안전관리자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 건으로 회사에 근로감독관이 방문을 했고 몇가지 작업장 개선 명령이 떨어졌고 조금 개선이 되었고 환자는 증상이 없다니 해피엔딩이다. 


#3. 방청제 스프레이 작업 6개월째인 30대 초반 남자가 그것만 마시면 메스껍고 토할 것 같다고 한다. 드디어(!) 노출에 관한 평가의뢰서를 써먹을 때가 왔다. 특검을 하다보면 개인별 노출평가가 필요한 경우가 가끔 생기는 데, 해당 산업위생사와 정확한 의사소통이 안되고 비체계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래서 지난 번 회의 때 과내에서 개인별 노출평가 의뢰서 양식를 만들어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이 경우는 추가 임상검사보다 국소배기시설 설치가 중요한 대안이다. 국소배기시설 설치 대상 물질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설치를 촉구하는 조치를 취했는지 점검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 놓으니 마음이 편하다.


#4. 보전부서, 간염보균자로 일차검사에서 간기능 수치가 200대, 아내가 건강식품회사 다녀 2년째 각종 보조제 섭취하면서 음주를 꾸준히(!)했다. 일차검사결과 통보후 인근 병원에서 정밀검사하고 치료중. 현장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 중엔 잘 알려진 간독성 물질은 없으니 치료경과를 좀 지켜보기로 했다. 검진하다보면 가끔 일반질환 유소견자에 대한 업무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을 빼먹기 쉽다. 조심하자.  

 

#5.  지난 번 검진에서 혈압이 높은 사람들이 재검받으러 왔다. 열명쯤 되는데 혈압관리를 위해 생활습관개선을 한 사람이 반은 넘는 것 같다. 가장 모범적인 예를 들면 혈압이 150/84인 사람이 운동을 시작했고 보름전부터 술을 끊고 흡연량 줄이고 있고, 체중을 3킬로그램 감량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노조간부들은 이제 막 파업끝나서 못하고 있다고 했고 어떤 이는 더 늙어서 아플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6. 20대 중반, 교대근무 2년째인 남자, 수 개월전부터 하루에도 수 차례씩 가슴두근두근하다 하여 심전도 검사했더니 부정맥이 나와 순환기 내과 진료의뢰서를 작성했다.  

 

  검진이 마무리가 되어 간다.  아이, 근데 왜 이렇게 몸이 무겁냐.  어제 누가 집에 놀러왔고 맛있는 머루주가 생겨서 몇 잔 마셨더니 잠을 잘 못 잤다. 앞으론 아무리 맛있는 것도 검진 전 날은 먹지 말아야지. 흑, 몸이 옛날 같지 않아...... (돌아오는 길 읽은 책에는 알콜이 유방암의 위험요인으로 확립된 식이요인중 유일한 것이라고 쓰여있었다. 흑흑). 106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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