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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년후

뻐꾸기님의 [설명] 에 관련된 글.

  다시 그곳에 검진을 하러 갔다. 검진이 끝날 때 까지 안 나타나길래 재계약이 안되었나보다 생각하는데 마지막 즈음에 그가 나타났다. 얼굴 표정이 밝다. " 비수기 때 시간을 내서 큰 병원 가서 관상동맥 혈관 조영술을 했고 두 군데 혈관이 좁아진 것을 확인했다. 두 개까지는 스텐트가 보험이 된다고 하니 또 시간이 나면 가서 하려고 한다.".

뻐꾸기,  " 아유, 잘 하셨어요. 오늘 검진결과는 ....."

쑥스러워 하며 그가 말하기를, " 이제 하나씩 하나씩 고장난 거 고쳐가며 살아야죠"



#1. 엠디아이(천식유발물질) 주입작업을 하는 중년 여성 노동자에게 물어보니 환기가 잘 안된다고 한다. 환기시설이 밑으로 되어 있는데 증기는 위로 올라가니 눈 코 자극증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검진 끝나고 작업장에 갔다. 중간 관리자가 썩 달갑지 않은 태도로 설명하기를 이건 국소배기시설이 아니고 엠디아이와 함께 쓰는 물질(폴리올)이 화재발생 위험이 있어 그 농도를 모니터링 하는 장비한다. 허걱.

 더 괴로운 사실은 알고보니 그 작업은 모두 3명이 하는데 1명만 특검 대상자였다. 한 명은 일용직 청년, 한 명은 하여간 그 회사 소속은 아닌 고령 남성 노동자.

 

  국소배기시설 설치와 부작업자 특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나오는데 좀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비협조적인 현장 관리자를 보니 새로 바뀐 보건 담당자가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 

 

#2. 사출작업자들한테 들어보니 ABS 제품 생산이 나는 가스 냄새가 지독하고 머리아프고 속이 울렁울렁한다고 한다. 여러가지 플라스틱 중 ABS 제품을 가장 많이 취급한다고 하는데 작업환경측정결과에는 이 내용이 없다. 사실 지금까지 사출공정에서 나오는 각종 가스를 포집해서 뭐가 검출된 적이 별로 없다. 얼마전에 고무 공장에서 스티렌이 연소산물로 나올 수 있다 하여 해당자 전원에 대해서 소변중 대사산물 검사를 했는데 모두 제로로 나왔다. (사실 그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도 좀 고민스럽다).

 

  하여간 그 화학물질이 그 정도 열을 가했을 때 분해 생성되는지, 그렇다 하더라도 검출이 가능한지, 잘 설계되고 가동되는 국소배기시설이 있는 경우에도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 이러다할 경험이 별로 없다. 그 분해산물의 독성(toxicity)이 유해성(hazard)을 가지는 지에 대해서 교과서적인 답 밖에 없으니 답답하다. 

 

#3.  알루미늄, 칼륨, 불화물의 화합물인 플럭스 사용자 중에 호흡기 자극증상을 호소하는데 작업환경측정결과 분진검출량은 매우 양호하여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성분이 문제인가 싶어 관련된 임상검사를 주루륵 냈다. 현장에 가보니 알루미늄 가루가  장난아니게 날리는데 에어건을 쓰기 때문에 분진이 제대로 포집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돌아와서 산업위생사에 물어보니 역시 그렇단다. 경험많은 산업위생사가 샘플러를 뺨에 다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다. 다음 작업환경측정 때 해보기로 했다. 며칠 뒤 요중 불화물은 국내에서 검사하는 곳이 없다고 연락이 왔다. 할 수 없지, 그럼 그 검사는 취소.  분석의 제한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이 날 검진끝나고 점심먹는데 임상병리사가 의사들 일정 맞추기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우리 과 의사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와 노과장이 검진하고 수업하고 자기 연구하려면 검진시간이 지연되어서는 곤란하기에 검진시간관리를 잘 해달라는 부탁을 한지 며칠 후에 돌아온 대답이다.  그날 대답은 안 했지만 사실 나는 병원에 그 많은 부서가 있는데 힘들어 하면서까지 우리 과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직원들이 일 못하겠다고 하는데 진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우리 과는 교대근무가 없어서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가 선호하는 과 중의 하나임). 

 

 내 마음은 특수검진에서 놓치는 게 있을 까봐 조마조마 한데 직원들은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힘들다고만 하니 괴롭다. 캔디 노래나 불러볼까. 괴로와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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