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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개선, 갈 길이 멀다

뻐꾸기님의 [상식이 그립다.] 에 관련된 글.

#1. 작년엔 이 공정에 유기용제 냄새가 지독해서 부스밖에서만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도 노출이 심하다고 유기용제 특수검진을 받았다.  


그 중 문진과정에서 유기용제 관련 증상을 아직도 호소하는 사람들은 신경행도검사를 실시했다. 직접 작업하는 사람들중에 심한 호흡기 자극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 1명, 유기용제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여러 명에 대해서 신경행동검사를 했다. 어떤 청년은 심하게 일하고 나면 토할 것 같아 점심을 먹을 수가 없다고 했다. T T

 

도장부스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은 한번에 수 분씩 수시로 또는 한 번에 30분씩 여섯 번정도 등 사람마다 달랐는데 공통적인 문제는 여덟시간 노출평가만으로는 문제의 성격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스안에서 순간 고농도 노출이 이루어지는 작업에 대해서 STEL(15분 단시간 노출 허용기준)및 천정치( 한순간도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기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동안 말로 여러 번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이야기 했지만 변화가 없다. 꼭 필요한 변화이다. 안 되겠다. 해당 팀장한테 전화해서 관련자들 모아놓고 부탁할 게 있다고 하여 목요일에 미팅을 잡았다.

 

#2. 문진과정에서 발포공정에 대한 작업자 진술과 작업환경측정결과서가 달라서 확인하니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사용물질 평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 둘째는 화학물질 배합공정에 국소배기시설이 없는데 그에 대한 개선의견이 없는 점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세 가지 통이 있는데, 각각 페인트, 신나, 경화제이고 배합비율은 100:120:20이다. 작업환경측정은 경화제 성분에 대해서만 되어 있었고 신나는 D415라는 상품명인데 성분미상이다. 현장 관지라는 도장에서 쓰는 거랑 같은 제품이라 했는데 도장부서는 다른 제품을 쓰고 있더라. 사측 담당자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 확보, 국소배기시설 설치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발포공정은 작업환경이 너무 나빠서 평범한 이들은 일하러 왔다가 사흘만에 그만둔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와 병역특례 등의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이 작업은 천식을 조심해야 하는데 특검하면서 보니 호흡기 자극 증상이 있다는 사람이 2명인데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 그래서 생각 끝에 병원에 와서 메타콜린 유발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원래 충분한 문진으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는 게 옳지만, 이주노동자의 경우 대체로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기 때문에 본인이 곤란하지 않다면 임상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천마스크를 쓰고 발포작업을 하는 이 역시 이주노동자인데 기침을 하고 있고 꽤 걱정한다는 것 외에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작업은 천마스크 쓰면 안된다.T T. 국소배기시설의 흡기속도가 0.2 m/sec에서 1.2까지 올라갔다고 하니 좀 낫긴 하겠지만 제품과 작업대에 부딪혀서 다시 코로 돌아오는 스프레이 작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방독마스크를 하도록 강력권고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공정에서 일하는 사람중에 다리에 두드러기가 났다 안 났다 한 지 두어달 되어간다는 사람이 있었다. 알고보니 스프레이작업을 하다가 엠이아이를 뒤집어 썼는데, 그 분사구가 마침 다리쪽을 향해서 집중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가렵거나 따갑지는 않다는데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3. 플라스틱 더스트는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가? 일반적으로 폴리머는 인체에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문진과정에서 먼지에 심하게 노출된다고 하는데 작업환경 측정결과서에는 그 내용이 빠진 사람이 있었다. 검진끝나고 가보았다. 이 작업자는 하루 6회, 1회에 30분씩 분쇄된 플라스틱 가루를 담는 작업을 하면서 플라스틱 더스트에 노출되고 있다. 작업환경측정을 해야 하는지, 특수검진 대상인지 확인을 해보아야 하고 대상이 아니더라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아야겠다. 참, 이 공정은 상반기 작업환경측정에서 소음이 92데시벨로 노출기준을 초과해서 저소음 분쇄기로 교체예정이다.

 

#4. 사출작업의 유해인자는 여전히 고민거리이다. 사출작업은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분해산물, 그리고 사출후 불량난 곳을 부탄가스를 이용해서 녹이는 작업에서 나오는 열 분해 산물에 대해서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사출원료가 ABS이므로 더 고민이 필요하다. 목요일 미팅에서 충분한 토의를 해야겠다. 


 

이 회사는 날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똑똑한 사장은 작업환경개선을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도장부스나 발포공정에서 국소배기시설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에너지가 넘치는 담당 간호사가 지치지 않고 활약한 공이 크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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