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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수검자는 개발부서 연구직 20대 남성 노동자. 작년이나 올해나 혈압이 높으나(140/92정도를 유지) 특별한 위험요인은 없다. 가족 중에 고혈압이 없고 날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고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야근후에 피곤한 상태에서 혈압을 재서 그럴 수도 있다.
수검자에게 맛을 본 뒤 반드시 뱉어내고 입안을 헹구는 작업습관을 가지고 한 달에 한번 간호사가 방문할 때 자주 혈압을 재보도록 권고했다. 젊은 사람들은 윗사람 눈치 보느라 맛보고 나서 바로 뱉어내지 못하는 회사도 있다고 하니 부서장이 검진받으러 올 때 잊지 말고 충분한 설명을 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소장은 작년에 혈압이 높아서 지난 일년간 운동을 열심히 했고 올해는 정상인데 염분섭취문제에는 좀 무관심했다. 만두가 짜면 얼마나 짜겠냐 하는 식이다.
검진할 때는 언제 시간을 내서 관련업계종사자들의 염분섭취량을 측정하고 수년간 혈압의 변화를 살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주어진 일 하기에도 급급한데 시간이라는 게 웬만큼 중요한 일 아니면 도대체 나야지 말이지.
#2. 고음역 경도 청력 저하(30데시벨 청력손실)가 있는 여성 노동자에게 물어보니 귀마개는 지급도 안되어 있다고 한다. 식품에 귀마개가 들어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못 쓰게 하고 있는 것. 이 문제는 오래된 것이나 한번 위생점검에서 걸리면 끝장인 식품제조업체 입장에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작업복에 귀마개를 고정하고 작업복 세탁시 귀마개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이야기 하려고 생각하고 왔다. 나중에 담당 간호사한테 들으니 모자에 귀마개를 부착하는 방안 등을 시도해보았으나 뭐 계속 검토중이란다. 귀덮개를 하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단다.
#3. 식품제조업체 쪽 노동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더 취약한 편이다. 큰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 또박 말을 해도 한 번 더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50세 부근으로 연령층이 높은 편인데 강도 높은 2교대 근무를 하려니 다들 야근이 끝나면 녹초가 된다고 호소한다. 혈압이 높아서 살 좀 빼고 운동하고 싶어도 일 끝나고 나면 꿈쩍도 하기 싫다는, 그리고 집에 가면 살림도 해야 하는 고령 여성 노동자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점심시간에 한 이십분 정도라도 꾸준히 해보시라, 그렇게 하는 사람들 보니 혈압이 좋아지더라 어쩌구.......
#4. 작년에 혈압이 꽤 높았는데 오늘은 정상인 40대 남자가 있어 그동안 무슨 변화가 있었냐 물어보니 고개를 갸우뚱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평소 새벽 1시가 넘어서 자는데 어제는 피곤해서 11시부터 푹 잤다고 한다. 수면부족은 혈압에 대한 급성 영향도 있지만 만성영향도 중요하다. 하루 5시간 미만 수면시간은 장시간 노동과는 독립적인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수면시간 늘리고 혈압을 정기적으로 재 보자 하고 보냈다.
#5.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작업경력 5년째인 50대 여성노동자로 생산조장이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과자절단시 발생하는 먼지 등에 노출되고 있는데 작년부터 감기가 일 년 내내 안 떨어진다고 하여 청진을 해보니 약간의 천명이 들렸다 말았다 한다. 폐기능 검사 및 메타콜린 유발검사를 냈다. 사실은 여기 천식환자 한 명이 있었다. 작업 전환후 증상 소실되어 관찰중인데 책에 나온 유병률 보다 이 회사의 천식 유병률이 적은 듯 하여 어제 밀가루 천식에 대해서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분진 특검자가 아니더라도 일일이 다 증상을 물어보았는데 딱 걸렸다.
#6. 2004년부터 허벅지 대상포진에 자주 걸려 고생하고 있는 꼼꼼한 성격의 50대 남자. 요즘에도 자주 재발하는데 4-5일 뒤면 좋아져서 이젠 병원에도 안 간다고 한다. 이 사람은 여러번 상담한 기록이 있다. 이 사람의 면역기능이 떨어질 만한 이유가 무엇인지 탐문해본 결과 상당한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혹시 면역결핍의 다른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일반검진에서 감당 가능한 범위의 문제가 아니다.
만두 만드는 집이라고 검진중간에 만두를 내 왔다.
만두를 워낙 좋아하는 뻐꾸기, 중간중간에 재빨리 먹었다. 포만감과 함께 후회가 밀려온다. 만두랑 라면이랑 절제하기로 결심한 지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지. 그런데 간장이 필요없을 정도이니 확실히 짜다. 나중에 간호사한테 들으니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맛 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사측의 설명이 있었다 한다. 이 만두를 시식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의 하루 염분섭취량은 얼마인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앗, 그런데 너무 빨리 먹었나보다. 설마 체하진 않겠지. 107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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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r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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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가 만두를 먹는다는 옛말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