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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집을 나선 날 아침 풍경

 

 오늘은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검진버스타고 오면서 검진과정의 개선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검진한 곳에서 신독성 관련 검사를 네 명을 대상으로 내면서 일차검진 당일 검체를 채취해도 되는데 굳이 수검자를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수검자들은 근무시간중에 오는 게 아니라 자기 월차써서 혹은 야근후에 병원에 온다). 예를 들면 소변중 베타2마이크로글로블린, NAG, , 소변 단백뇨 정량검사, 크레아티닌 이런 검사들이다. 정선생은 매우 난처해하며 이런 저런 어려움을 든다. 검진팀이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수검자의 수용성과 검진팀 업무의 효율을 생각해서 하는 제안이다.



 

 역학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콩팥손상은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지며 화학물질에 의한 손상을 의심할만한 특별한 소견도 없다. 콩팥은 노폐물을 거르는 곳이라 화학물질이 몸에 들어와서 빠져나가는 주된 경로이다. 흔히 노출기준 이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풍토에서 저농도 만성 노출의 건강영향을 설명하고 예방적 조치를 촉구하려면 신독성 조기지표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검사는 우리 병원에서 자체분석이 안되어 외부 기관에 의뢰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긴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버스안에서 이야기한 것은 일차적으로 정리했다.

 월경중 여성을 제외하고 소변 일차검사에서 비정상이면 당일 혈청 크레아티닌을 측정하고 소변 현미경검사용 검체를 채취한다. 이렇게 하면 수검자와 직원의 시간뿐 아니라 개당 100원이라는 혈청검사용 튜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환경보호의 입장에서도 유익하다.

  특검에서 신독성관련 검사를 내면 혈청분리관과 검사안내문을 주고 다음날 아침 첫 소변을 받아 우편으로 보내도록 한다, 또는 특검중 신독성 물질 대상자는 아예 소변컵을 나누어 주고 검사오더가 나면 검체를 딴다.


  버스가 만두와 과자 제조업체 앞에 섰다. 오늘은 식품제조업체 검진을 한다. 

월요일 회의때 확인하기로 생산직 파견노동자들은 일 년 이상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만성 질환 상담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검 유해인자는 소음과 분진인데 파견업체에서 특검은 못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일반검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비용을 하니까 사업주가 시간과 장소만 제공하면 되지만, 특수검진은 온전히 사업주 부담이기 때문에 파견업체나 사내 하청측에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버티면 그만이다. 생산직 파견은 법적으로 실체가 없는 것이고 사내하청은 기업규모로 따지면 50인 미만이니 근로감독이 미치지 못한다. 문제가 발생하는 대로 외주를 주어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관리하는 기업에서 작업환경과 조건이 열악한 공정의 특수검진 대상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월요일 회의 때 이런 경우에 대한 우리 과 원칙을 정리했다. 설득해도 안되면 특검대상이라는 설명을 충분히 들었으나 우리 병원에서 특검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을 문서로 날인해서 확인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의 압박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예 특검과 일반검진과 동시실시하지 않으면 안 한다고 하는게 가장 강력한 조치이겠으나 그런 초강수를 두면 결과가 ‘모 아니면 도’가 된다는 점과 그래도 일검과정에서 직업병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다. 오늘 확인해보니 파견노동자들도 소음과 분진에 대한 특검을 받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 상식적인 결정이 있기까지 우리 과 직원들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자료를 건네주는 담당간호사한테 작업자 이동이 많아 보건관리하기 어려운 곳인데 고생한다 했더니 생긋 웃으며 저번 달부터 냉동고 출입자에 대한 혈압관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럴 땐 이뻐죽겠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보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힘이 난다.


 8시 정각에 검진이 시작되었다.

야근한 이들이 빨리 해 달라는 아우성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엄청나게 떠들고 있다. 소음부서 작업자가 많은 곳은 늘 그렇다. 사람들이 잘 안들리니까 더 큰 소리로 말하니까 분위기가 영 엉망이다. 사실 이럴 땐 나도 검진하기 싫어진다. 오늘은 유해인자가 단순해서 빨리 끝날 것이다. 또 오후 세미나 발제준비도 해야 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시가 다 되어 끝났다. 수검인원이 130명이었던 것이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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