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여성 가장,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

천안 여성 가장 희망센터에서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함께 준비한 여성 가장의 날 행사에 다녀왔다. 한달쯤 전에 당 천안시 여성위원회 위원장이 전화를 했다. 여성 가장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방안에 대해서 토론자로 나가라는 난처한 제의를 받고 내가 여성은 쬐끔 알지만 여성가장에 대해선 아는 바 없고 어쩌고.... 하다가 노력해보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은 것에 대해서 후회, 또 후회한 날이다.


행사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 가장들이었다. 심포지움 시작전 만난 여성위원장은 어찌저찌해서 민주노동당의 이름이 빠진 채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며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무료검진 한다고 홍보했으니 참여는 하는데 이름넣지 못하는 연대사업이라니 기운빠질 만 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야 토론문 보내서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라고 표기한 내 소속은 그냥 인쇄해서 배포했더라.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 행사에 돈을 대거나 기여한 사람들 이름 쭈욱 불러주고 그중 몇 사람은 진정성이 결여된 이야기를 꽤 오래하고 나서 다큐멘터리 상영이 있었다. 호서대 학생들이 여성 가장의 삶을 찍은 것인데 나오는 분들의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들이 모인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였다. 아래 사진은 천안시 여성정책과에서 나와서 앞으로는 지원을 좀 더 늘려보겠다고 말하는 장면인데 연단에 앉아서 청중들을 바라보니 다들 귀를 쫑긋하고 듣더라. 나는 마지막 토론자였는데 완전 버벅대었다. 두어시간을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 데다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물음표가 자꾸 기어나와 말하기 싫어졌는데다가 시계는 1시를 가리키고 있고 사람들의 마음은 도시락에 가 있는 상황이었으니....... 무상의료와 함께 빈곤과 차별이라는 불건강의 근본문제에 대한 대안을 강조했는데 좀 설득력없게 말한 것 같아 찜찜했다. 아래 사진에는 위원장 2명, 국장 1명이 출연했다. 이 행사 때문에 고생도 좀 하고 마음도 좀 상한 분들이다. 당에서 하는 신용상담을 통해 여성 가장들과 꾸준히 만나왔는데 이제와서 너네 이름은 좀.....하니 열 받을 수 밖에. 점심시간에 하는 무료검진은 대인기였다. 이 검진사업에 생각보다 많은 당원들이 참여했더라. 우리 병원에 몇 명 안되는 의료인 당원들이 개인휴가내고 총 출동했다. 이런 거 준비하는 거 진짜 힘든 일인데 방글방글 웃으며 준비를 총괄한 '이쁜곰'이 매우 이쁘게 보인다. 건강상담하는 데 어떤 사람이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자긴 오늘은 상담 안 한단다. 우리가 관리하는 사업장 소속이라고 소개하면서 언제 사업장 오면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좀 하자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문진지 내용을 보니 우울관련 증상에 무수한 동그라미들. 어쨌든 이런데서 만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분은 오늘 따라 혈압이 높다고 하면서 두 시간 앉아서 듣느라고 고생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웃는다. "뭔소린지 잘 모르겠더라고, 알아들은 사람 별로 없을 꺼여"라는 말을 들으니 나도 웃음이 나온다. 4시반에 병원복귀해서 특검판정하고 퇴근버스를 탔다. 춤추러 가는 날인데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마무리 지어야 할 일도 많아서 망설이다가 터미날에서 내렸다. 거기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데 낯익은 풍경이 새롭게 보인다. 나같은 사람도 버스 한 번 타려면 엄청난 주의집중력과 체력이 필요한 무질서 그 자체인 버스 정류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성 노인들. 옆에는 보따리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 분들은 길에 좌판을 깔고 오늘 하루를 즐겁게 장사하고 돌아가는 길인데 내 마음이 고단해서 그렇게 쓸쓸하게 보이는 지도 모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