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점심시간까지 검진을 계속하고 나서

  대체로 12시이전엔 검진을 마치려고 노력하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12시40분까지 했다. 같은 회사를 나흘간 잡은 일정중 사흘째인데 지난 주에 이 회사에서 35세 남자가 과로에 의한 뇌경색으로 입원을 했고 어제인가 오늘인가 37세된 남자가 집에서 자다가 숨진 채로 우리 병원 응급실에 왔다고 한다.  두번째 사람은 아직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보통 약 10년정도 4조 3교대 근무를 해온 수검자들은 일주일 사이에 있었던 두 사건때문인지건강에 높은 관심을 보여 질문이 많았다.


   원래 올해부터 혈압을 양측 팔 2회 평균값을 기입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어 그냥 오른팔 2회 평균값만 쓰고 높으면 한 번 더 재기로 했다.  수검자들중엔 5분 대기하고 2분간격으로 2회 혈압측정하는 시간에 대한 불만이 좀 있긴 했는데 우리 간호사들이 설명을 잘 해주어서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고, 진찰하러 와서는 혈압을 정확하게 재기 위한 노력에 만족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작년 검진에서 혈압이 높았던 사람들 중에 일년동안 운동, 체중조절, 금연, 절주 등을 실천한 결과 좋아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고지혈증 환자들은 개선이 별로 없어 물어보면 자신이 고지혈증을 진단받은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일차검진에서 총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이차검진에서 중성지방과 고밀도지방을 검사하기 때문에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은 검사를 한 번 더 하는 과정에서 고지혈증에 대한 예방및 관리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게 되는데 이 회사는 일반검진항목에 추가로 혈액검사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종이로 된 결과만 통보받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지난 주에 입원했던 환자는 경과가 좋아 재활을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퇴원해서 복귀하면 동료들한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건강관리를 잘 하도록 당부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 검진이 길어진 다른 이유는 수검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시력저하때문이었다. 두번째 날은 습도가 낮은 환경에서 악화되는 비염증상 호소자가 많아서 고민을 좀 했는데, 오늘은 보안경착용에 의해 악화된다고 주장하는 시력저하가 문제였다. 실제로 3년동안 측정한 시력의 변화가 두드러져서 3년전에 비해 0.4~0.6정도 떨어진 사람들도 좀 있었다.  시력이 떨어질 만한 화학물질을 쓰기는 하는데 밀폐된 장치안에 있고 실제 작업자들도 노출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하고, 조명이 너무 밝은 게(만 Lux 라 함)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보안경을 지목했다.  보안경착용후 피로한 상태에서 시력을 측정해도 일시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하여간 이 문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일단 부서별로 3년간의 시력변화를 분석하고 취급중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특검대상은 아닌 30여종의 화학물질의 성분을 확인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일이 하나 느는구나 하는 생각에 망설여진다.  회사 보건관리자들말로는 시력저하에 대한 호소가 있어 최근 3년간 만 룩스의 조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망막촬영을 해보았는데 별 문제가 없어서 중단했다고 한다. 뭘까?........

 

  첫째 둘쨋날 검진에서 비염과 관련하여 수술을 했거나 증상이 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의학적인 조사대상자 명단을 뽑았었는데 오늘 작업장을 돌아보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일단 부서별 습도, 화학물질 정보를 받아서 경향을 좀 보고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겠다. 무조건 검사를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니.  작업장 순회에서 오는 감은 화학물질이나 분진은 확실히 아니라는 쪽이다.

 

  검진끝나고 작업장을 돌아보았다.  원래는 우리 과 직원들도 함께 순회를 하려고 했었다. 올해는 현장교육을 좀 강화하려고 한 건데 요즘 직원들이 연일 야근이라 너무 지쳐있어서 다음에 과로안할때 하자고 미루었다.  요즘 사고연발이라 직원들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산시스템 문제, 오래된 방사선 촬영장비의 잦은 고장, 새로 구입한 혈압계까지 말썽이다.   그래서 전공의와 나만 돌았는데 나도 반쯤 지나니 지쳐서 더 볼 수가 없었다.  현장이 넓기도 넓었지만 아침에 백명 검진하고 작업장 전체를 돌아볼만한 체력이 안 된다.  잠도 부족하고 너무 피곤해서 4시에 예정된 교실 세미나는 불참하고 그냥 집에 와서 잤다.  발표를 다음 주로 미루어 민폐를 끼쳐서 미안하지만 수면부족과 피로는 나에겐 이제 공포의 대상이니 내 한계를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의사가 충원되었으니 좀 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 학기중에는 검진과 수업만 하기에도 벅차다.  집에 와서 한 세 시간 자고 나니 정신은 좀 드는데 몸은 무겁다.  

 

  더 미룰 수 없는 논문작업을 하려고 컴 앞에 앉았다가 마음이 좀 복잡해서 머리를 식힐 겸 다른 이들의 블로그들을 좀 구경했는데 어떤 글을 읽고 나니 내가 요즘 잘 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5월말까지는 정리할 것은 다 정리해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