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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오늘 검진한 곳은 비염때문에 사측이 의뢰하여 직업병 연구센타에서 나와서 역학조사를 하여 업무상 질병이 서너건 확정된 곳이었다. 절삭유사용공정 사람들만 비염조사를 했는데 그 조사이후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증상이 좋아졌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작업장이 개선되어야 증상이 좋아지지.



역학조사때 제외되었는데 여기도 비염환자들이 만만치 않게 많다. 작년에 특검에서 직업성 비염으로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한 건 내고 요관찰자 판정을 몇 건 냈는데 그 뒤로 수개월동안 사측에 우리 검진팀이 어찌나 시달렸던지 다시 발걸음 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올해는 사측이 나가는 재검 한 건 한 건 심의(?)하겠다고 하더라.  노조는 노조대로 밥맛없는 곳이다.   이 회사 노동조합은 이 동네 민주노총 강성 3대 노조중의 하나인데 지금까지 특검할 때 산안부장 얼굴 한 번 못 보았다.  지난 달에 특검을 거부하네 마네 해서 내 속을 뒤집어 놓았던 곳이다. 

 

    노사양측이 다 밥맛없어도 수검자들은 죄가 없으니.   

검진이 달라질 것은 없다. 

그래도 작년보다 훨씬 나아진 것은 사람들이 떠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까지는 어찌나 안하무인으로 떠들고 검진빨리 끝내라고 아우성을 치는 지 정말 괴로왔다.  올해 안 떠드는 이유는 개인별로 나누어준 챠트에 붙어있는 작년 검진결과를 숙독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듯 했다. ㅎㅎ

 

   판정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벌써부터 지끈지끈 아프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가야한다.

 

#1. 증상 문진지에 아무것도 체크하지 않았는데 물어보니 이런 저런 증상을 말하는 사람한테

    " 왜 안 적으셨어요? "했더니

     "뭐 달라지는 게 있어야 적죠. 자꾸 여기 저기 아프다 적자니 구차해서...."하고 답한다.

 

#2. 현장 관리자라 써 있기에 "크롬 직접 취급하세요?" 물었더니

    " 그건 아니지만 우린 더 노출되요. 왜냐면 요즘엔 아무도 힘든 일 안하려고 하니까. 할 수 없이 우리가 하거든요.  우리 회사는 그래요" 하더라.

       그는 장비를 유지보수하면서 가끔씩 고농도의 크롬에 노출되지만 '관리자'이기 때문에  적절한 노출평가가 되고 있지 못하다.

 

#3. 천식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어 자세히 물어보니 성분미상의 접착제만 쓰면 그날 밤에 잠 못잘 정도로 숨가쁘고 기침을 한단다.  작업환경측정자료보니 기재되어 있지 않고 해당 작업자도 이름을 모른다고 했다.  가서 안전관리자한테 물질안전보건자료받아오시라 했더니 감감 무소식.  생각해보니 내가 잘 못 한 것 같다. 내가 요청하고 자료를 받았어야 하는데 아무리 노동조합이 힘이 쎄다 할 지라도 개별 노동자가 자신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사측에 자료확인을 요청하는 건 무리가 있겠다.  검진끝나고 사측 담당자한테 자료요청했다.  이차검사하면서 문진을 다시 해야겠다. 

 

#4. 그래도 작년에 검진결과 받고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율이 꾸준히 늘고 있고 호흡용 보호구를 적절히 착용하고 나서 비염 증상이 경감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그래, 이 맛에 검진하는 거지. 

 

  내 방에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꼼짝도 하기 싫어서 검진때문에 이미 늦어버린 오후에 있었던 약속을 취소했다.  그것 때문에 어제 일요일인데도 나와서 6시간 동안 판정했는데 쩝.... 그래도 무리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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