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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멀구나

   오늘은 사업장을 두 군데 다녀왔다. 

간호사 샘의 차를 타고 가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최근 또 한 곳이 계약 해지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작업환경측정결과 에틸렌 옥사이드가 초과했고 다시 측정한 결과 또 초과했는데 사측에선 '알아듣게 부탁했는데도' 또 초과가 나온 것을 매우 괘씸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마침 간호사샘이 지방노동사무소에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근로감독관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병원이랑 하는 곳은 개선의 의지가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그러고 말더란다.



   첫번째 간 곳은 지난 번 방문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하는 유기용제 공정의 개선을 촉구했었는데, 어머나, 자동화되면서 문제가 줄어들었단다.  오호, 기쁘다.  회사입구에서 생산과장을 만났는데 오늘은 혈압 안 잰다, 어제 퇴원했다 하면서 생글 생글 웃는다.  2-3년전 건강상담하면서 협심증이 의심되어 병원진료를 권고했고, 마침내 혈관조영술을 하고 스텐트를 심은 분으로 일년만에 점검차 검사했는데 괜찮다는 것이다.

 

  상담하면서도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뇌졸증으로 쓰러졌던 경험이 있는데도 심한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있었던 분이 요즘은 안색도 좋고 혈압관리도 비교적 잘 된다.  약간의 장애가 남아있지만 회사창립멤버라고 자르지 않았고, 정년퇴직후엔 계약직으로 채용했고, 현장일 힘들다고 경비직으로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들어보니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단다. " 경비실은 나를 말려죽이는 곳이야, 난 현장이 좋아" 하신다. 혈압재자 했더니 "좀 쉬었다 재야지?" 한다. 7월10일이 생일인데 내년이면 국민연금 수혜자가 된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처음엔 어찌나 완강하게 상담을 거절하고 화를 내셨던가. 

 

  작업장도 개선되고, 환자관리도 잘 되고.... 늘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해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용광로에서 나오는 가스를 마시고 두 명이나 응급실에 실려온 적이 있을 정도로 열악한 작업장이었다.  그 작업은 없어졌다.  지게차 운전자가 어깨 통증이 심해서 일년동안 고생했는데 관리자 만나서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새 지게차를 도입했다. 흐뭇하다. 하지만 조립작업 여성 노동자들의 의자문제는 아직도 요원.

 

  이번 작업장 개선이 이루어진 배경에 대해서 담당자에게 물었다. 올해는 유난히 공공기관에서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작업환경측정 초과이후 근로감독을 받고 나서 개선을 한 거였다.  노동부가 노동부답게 일하면 그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인데 말이지......

 

  두번째 간 곳은 열 군데 정도 유기용제 측정했느데 한 곳은 초과, 다섯 샘플은 노출기준의 70%이상인 곳이다. 담당 간호사 말로는 현장 사무실 가서 상담할 때는 어지러울 정도란다.  산업공학을 전공했다는 담당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해 보았지만 기계설비팀에서 눈하나 깜짝 안한다고 투덜거린다.  원래는 종합 검진 상담을 하기로 한 건데,  현장 장기 근속자 3명이랑 이야기 하다보니 유기용제 문제가 심각했다. 최근에 이전하여 가동한 새 건물인데 오히려 옛날 공장보다 환기가 더 안된다고 한다. 최신식으로 지은 건물,,,,,, 이 경우는 무지의 소산이다.  전에도 그런 곳이 있었다. 새로 지은 인쇄공장이 설계당시부터 환기에 대한 적절한 고려를 못해서 유기용제 노출 초과가 나왔고, 그 이후로 다른 기관에서 작업환경측정을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돌아와서 이메일함을 열어보니 편지가 잔뜩 와 있다. 하나 하나 해결하려면 그게 다 시간이다.  일단 머리 좀 식힐 겸 포스팅을 하나 하고..... 그리고 나서...... 무엇부터 하지? 에.....30분이라도 좀 누워있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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