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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들 하시네

뻐꾸기님의 [직업보건과학의 정치학] 에 관련된 글.

 

  오늘  오후에 직업병 유소견자가 의심되는 사람들의 노출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작업장을 방문했다.  아침에 노안부장이 전화를 했길래 오늘 가니 만나서 이야기하자했더니 오는 줄 몰랐다, 사측에서 안 알려주었다 하면서 열을 낸다.  지난 주 가기로 한 게 연기되면서 우리측이 촉박하게 연락한 거니 오해푸시라해 놓고 점심먹고 출발.

 

  수년간 비직업성 난청으로 판정받았으나 이번 특검에서 한 쪽 귀는 소음성 난청으로 평가된 올해 12월에 정년인 노동자에게 특검결과를 설명하고 나서 보상에 관한 것은 노조와 회사랑 상의하시라 했더니, 노안부장 펄펄 뛴다. 그렇게 말하면 지금까지 노조에서 알면서도 산재보상을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것 아니냐 등등.  내 말이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다 제발 화 좀 내지 마라 하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는데, 계속 뭐라고 뭐라고 한다.  짜증 만땅이지만 더 말할 기운이 없었던 뻐꾸기, "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 못 말했다고 치자,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렇게 세 번 말하면 되는 거요?" 하고 말았다.    이 양반은 우리가 특검 직업병 판정 조금낸다고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한편 사측은 이번에 직업병 유소견자가 최소한 6명, 추가발생이 2명 예상되는 상황이라 상당히 예민해져있는데 노안부장 나타나니 아무소리 안 한다. 한 건 한 건 설명하고 이견있냐 물어보아도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유소견자 나오면 산재신청 들어가고 그 결과 나올 때까지 환자치료는 유보다, 이런 말을 되풀이 할 뿐.

 

  어이쿠,  진짜 노사양측이 너무들 하시네,



노과장이 나타나서 더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해 준다. 

어느 회사를 갔더니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이중장부를 만들어 관리하더라는 것이다.  거의 100데시벨에 육박하는 소음이 있는 공정, 그러나 측정결과서에는 89.5라고 찍혀있단다.  그렇게 하는 측정기관과 회사 담당자사이에 무엇이 오갔는지는 불보듯 뻔한 것 아닌가.  참담한 일이다.  정말 정말 너무들 한다.

 

그외에도 너무하는 일이 한 건 더 있었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노동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일하다가 통계때문에 홍실에게 전화했는데, 홍실 상태도 장난 아니다.

그런데 왜 내가 좀 위로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지 몰라.

 

12시가 되어서 연구실 문을 나설 때는 파김치가 되었고,

매우 비관적인 생각들이 어지럽게 춤을 추었는데,

집에 와서 허브향 맡으며 통목욕하니 좀 살 것같다. 

어쨌든 이렇게 일하고 들어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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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늘 투 두 리스트 목록을 두 건이나 줄였단 말이야.

내일은 진도가 팍팍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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