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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체제/찰스 린드블롬 지음/한상석 옮김/후마니타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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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 시장체제 위한 ‘뚝심 제안’ (한겨레, 고명섭 기자, 2009-04-17 오후 09:53:29)
〈시장 체제〉
 
찰스 린드블롬은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를 쓴 로버트 달과 함께 예일대 정치학과의 양대 기둥을 이루는 사람이다. 경제학과 정치학을 동시에 깊이 공부한 린드블롬은 경제학을 가르치는 정치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시장 체제>는 그가 85살 되던 2001년에 펴낸 책이다. 그의 대표작 <정치와 시장>의 문제의식을 좀더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 이 책이다.

그의 발상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시장지상주의자들은 그를 시장부정론자로 몰아붙였고 급진 탈시장주의자들은 그를 시장논리에 갇힌 자라고 비판했다. 이런 반발에 대해 그는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밀고 나가는데, 그런 뚝심의 근거가 되는 것이 시장과 시장 체제를 구분하는 유력한 논법이다. 그는 시장이란 어디서든 나타난다고 말한다. 시장을 사악한 것으로 보았던 마오쩌둥 시기의 중국이나 공산주의 시기 소련에서도 ‘암시장’ 형태로 시장이 번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장을 시장 체제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여기서 린드블롬의 논리가 확연해진다. 시장 체제는 거래 활동을 사회 전체 차원에서 조율하는 체제를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체제가 국가를 파트너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국가는 시장 체제의 최대 구매자이자 최대 통제자이다. 국가의 개입과 통제는 시장 체제 작동의 내적 요인이다. 린드블롬은 시장 체제와 민주주의가 서로 경쟁관계에 있음을 인정한다. “시장은 자유의 동지이기도 하지만 자유의 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시장 체제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한상석 옮김/후마니타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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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시장…경제를 넘어 사회현상 지배 (세계, 이덕재 고려대 경제연구소 연구교수, 2009.04.24 (금) 18:17)
시장체제/찰스 린드블롬 지음/한상석 옮김/후마니타스/1만5000원
 
린드블롬은 ‘시장’이라는 협소한 정의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조정체계로서 ‘시장체제(the market system)’를 설명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는 잊고, 사회를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현재의 세계적 위기 국면에서 소개된 그의 ‘시장체제’는 더할 나위 없이 시의적절하다. 왜냐하면 이번에 위기의 주범은 정확히 ‘시장’ 그 자체로서 시장이 곧 경제라는 사고의 오류를 폭로하고 시장의 ‘사회성’을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장체제-시장체제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기존의 시장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시장의 지지자든 철폐론자든-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밀라노의 수입업자 사무실에서 연필을 물고 있는 회계담당자를 생각해보자. 연필제공에 100명, 연필 끝의 지우개 제작에 100명, 연필공장 건설에 100명, 전력생산 및 송전에 1000명 이상, 송전용 금속전선 제작에 1000명 이상, 끝으로 광석채굴·정련·용해 및 운반에 수천 명이 각각 참여한다. 그러나 ‘마지막으로’는 없다. 연쇄는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시장체제는 복잡한 사회적 협력의 연쇄과정에 다름 아니며 실제 경쟁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을 경쟁으로 동일시하는 견해가 이데올로기적인 이유이다. 반면, 불타는 적대감으로 시장의 장점, 즉 사회적 협력과 평화유지능력을 보지 못하는 시장체제 비판 역시 이데올로기적이다. 린드블롬이 이념적 논쟁을 벗어나 냉정하게 “시장체제라고 불리는 사회조직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이유이다.
 
주로 “전통적 관습과 정치적 권위”에 의존했던 사회적 조정원리가 시장체제로 대체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다. 시장체제의 작동에 필요한 핵심요소는 근대사회의 주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권, 재산권, 응분보상원칙, 화폐, 판매를 위한 생산, 중개인, 기업가와 법인기업 그리고 국가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 그것인데, 이 책 1부의 주요 내용들이다.
 
2부에서는 시장체제의 핵심쟁점들을 다룬다. 작동원리로서 시장에 기여한 만큼 얻어간다는 ‘응분보상원칙’의 의미, 효율성 및 비효율성의 문제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문제 등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을 제공한다. 정치학과 경제학을 함께 전공한 저자의 박식함과 균형감이 돋보이는 이 책의 정수 부분을 이룬다.
 
현재 구조적 위기와 관련, 당장 관심을 갖게 하는 마지막 부분 3부의 ‘대안들’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전체 19개 장에서 2개의 장에 그쳐 양적으로도 작은 비중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제시된 대안이 철저하게 시장체제의 기능강화에서 찾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사회적 조정체계의 위기로 본다면 함의는 깊어진다. 린드블롬에게 민주주의는 “살아 있고 상처받고 열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권리와 권력”인데 사회적 조정체계의 위기는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나아가 결국 사회의 위기에 다름 아니다. 결론 부분이 “사회를 생각하고 경제를 잊어라!”로 매듭지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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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체제》市場, 받들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이코노믹 리뷰,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2009년 04월 27일 20시 19분)
 
시장체제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방식임이 분명하다. 시장 사회에 빈곤으로 허덕이는 계층이 많지만, 일반 대중들이 가장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리는 곳은 시장 사회뿐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든 목표는 경제 살리기, 순수한 시장경제의 회복과 작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회를 조율하고 보호하기 위해 시장체제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시장체제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가 활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새 책 《시장체제》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위해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책은, 시장이 결정하는 사회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위해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작성되었다. “시장체제의 경계를 이해하려면 시장체제는 경제라는 이름의 특정 활동으로 국한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체제의 범위는 경제활동이 의미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다. 이것이 사회를 생각하고 경제는 생각하지 말라고 한 이유다.” 저자의 이 같은 말은 저자가 이 책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시장주의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그야말로 불경스럽기 짝이 없다. 시장체제란 인간이 관습과 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피조물이며 시장체제에 어떤 범위와 역할을 맡길 것인지는 사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지은이의 관점은 시장 근본주의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부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반시장주의적 급진파나 시장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혁명주의자들에게도 매우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시장체제의 장점을 단호하게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경제체제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것은 시장체제나 그 유사한 어떤 것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놀라운 성취에 대해 누구보다 더 강렬하게 찬사를 보냈지만 자본주의를 넘어선 혁명적 대안을 추구했던 마르크스와 달리, 지은이는 시장체제의 장점으로 인간과 사회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의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문제의 범위는 실로 방대하다. 바로 생각나는 대로만 적어도 금방 수십 개를 나열할 수 있다. 시장체제란 무엇인가. 시장과 시장체제는 어떻게 다른가. 시장체제는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는가 아니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시장체제와 민주주의 사이의 상관성은 어떤가. 시장체제는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가. 시장체제가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사실이 아닌가. 시장체제는 인격과 문화를 타락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가. 국가와 시장체제는 대립적인가. 기업은 시장체제적 요소인가 아닌가. 시장체제와 계획은 양립할 수 없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안적 시장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 시장체제 없는 사회는 가능한가. 우리는 대체 시장체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질문과 설명을 따라 읽다 보면 그간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얼마나 많은 혼란과 왜곡, 비논리와 이데올로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를 발견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시장체제를 둘러싼 잘못된 신화와 상식을 해체하는 데 이 책만큼 강력한 논증은 없어 보인다. 이 책은 결코 간단한 책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논증을 통해 지은이가 일관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장체제를 만든 것도 인간이고 시장체제를 움직이는 것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시장체제냐 아니냐의 투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이냐를 둘러싼 투쟁이다. 이를 통해 좀 더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선택을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장체제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말한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물을 의식하지 못하고 우리는 대기를 의식하지 못한다. 이미 상식처럼 믿고 있는 명제들도 새삼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책은 말한다. 저자는 시장체제의 경계를 이해하려면 시장체제는 경제라는 이름의 특정활동으로 국한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체제의 범위는 경제활동이 의미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다고 강조한다.
 
미국 예일대학 정치학 교수인 지은이는 미국 정치학계에서 경제학을 가장 잘 아는 정치학자로 꼽힌다. 미국의 학계에서조차 매우 드물게 정치학과와 경제학과 두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정치학과 경제학이 만나는 영역의 문제를 광범하게 연구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폭넓은 관심과 연구의 결정판이 1977년에 출간된 그의 책 《정치와 시장:세계의 정치경제체제》였다.
 
당시 이 책이 나왔을 때 반응은 대단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갖고 있는 내용 가운데, 시장체제란 결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제도와 관습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기업 엘리트는 매우 특권적 위치를 갖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중들이 생각할 수 있는 대안 역시 이들이 허용하고자 하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등의 내용은 당시 미국 정치학계와 경제학계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학술서로는 드물게 <타임>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저자는 당시의 문제의식을 24년 후에 출간된 이번 책 《시장체제》에서 더욱 분명하고 발전된 내용으로 표현하고 있다.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이 책을 쓰면서 지은이는 지금까지 자신의 평생 연구를 총결산하는 한편, 매우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 그것은 전문용어와 경제학 이론 혹은 수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한 자신의 생각을 일상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전문 연구자들이 아니더라도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쓰는 것, 그는 이를 학자로서의 마지막 사회적 역할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회적 소명 의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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