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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민중사’ 돌풍 (경향, 2009-12-19)

 

하워드 진의 ‘민중사’ 돌풍 (경향,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2009-12-19 00:13:40)
ㆍ고단한 미국인의 삶에 잇따라 재조명
 
미국 주류 학계·언론계에서 철저하게 이단으로 취급돼온 원로 역사학자 하워드 진(87)이 경제위기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미국민들의 안방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미국 역사를 승자들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애환으로 기록한 <미국 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어서다. 미 주요 케이블TV 채널인 히스토리 채널이 지난 13일 미국 민중사를 <사람들이 말한다>라는 2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송한 이후다.
 
1980년 출판된 진의 저서는 미국 역사를 백인 노동계층과 인디언, 여성, 흑인 등 주류 역사에서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로 재구성한 것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편지 및 당시 언론들의 보도내용 등 풍부한 원문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히스토리 채널의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원문을 읽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 진의 저서 가운데 1830년대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가 임금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희구하면서 작성한 에세이를 소개하며 “우리가 지금도 듣고 있는 같은 이야기”라는 진의 발언내용을 전했다.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진은 “우리는 이라크에서 빠져나와야 하지만, 우리를 이라크로 가게 했던 심리구조에서 먼저 빠져나와야 한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말을 빗대 “문제는 오바마 스스로가 그러한 심리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진은 “오바마는 보건의료 개혁 등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대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은 미국 진보진영 내에서 과격한 학자이자 반전론자로 정평이 나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류 언론에서 철저히 외면해온 지식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출간 이후 20년 동안 100만부가 팔렸던 진의 미국 민중사가 2000년 이후 100만부가 팔려나간 것은 진의 민중사관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진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대인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2차대전에 참여한 뒤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일생을 반전과 노동운동에 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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