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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서울시정 관련 글

 

서울시, 전국 최초 ‘세금 납부 스마트폰 앱’ 출시 (서울시 재무국 세무과 보도자료, 2012. 1. 10)
 - 아이폰&안드로이드폰에서 이용 가능한 ‘서울시 세금 납부 애플리케이션’ 개발
 - 스마트폰 사용 시민 누구나 시ㆍ공간 제약 없이 세금 납부 가능해져
 - 자동차세ㆍ재산세 등 400여종 모든 세금 납부는 물론 과ㆍ오납 환불까지
 -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서울시 세금납부’로 조회해 설치 후 이용
 - 가상키보드 등 인터넷뱅킹 수준의 강력한 보안기능 도입해 개인정보 유출 방지
 - 市, 지속적인 스마트 행정 서비스 업그레이드로 시민 편의 실천해 나갈 것

□ 서울시가 스마트폰 사용자 2천만 시대를 맞아 전국 최초로 세금 납부 전용 스마트폰 앱을 출시한다.
□ 서울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울시 세금납부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을 완료하고, 9일(월)부터 스마트폰 납부 서비스를 본격 실시한다고 밝혔다.
   ○ ‘서울시 세금납부 전용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 세무행정 서비스의 일환으로서 스마트 사회가 본격적으로 도래함에 따라 최적화된 시민 납세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자동차세․재산세 등 400여종 모든 세금 납부는 물론 과․오납 환불까지>
□ 즉, 앞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민들은 자동차세, 재산세, 상수도요금, 주정차 과태료 등 400여 종에 달하는 모든 세금을 1년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납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서울시는 1월 자동차세 연납에 맞춰 9일(월)부터 스마트폰 납부 시스템을 가동하게 됐다.
□ 또, 세금납부 뿐만 아니라 납부확인, 과․오납에 대한 환급신청, 체납조회까지 가능하다.
<애플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설치 파일 다운 받아 간편하게 이용>
□ ‘서울시 세금 납부 애플리케이션’은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서울시 세금납부’로 검색해 설치 파일을 내려 받아 이용할 수 있다. 
□ 설치한 서울시 S-Tax 바탕 화면을 통해 회원납부, 비회원납부, 바코드조회납부, 지방세환급금 아이콘 중 선택해 들어가 세금을 조회한 후 납부할 수 있다. 
□ 서울시 ETAX(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 회원에 가입한 시민의 경우에는 ‘회원납부’ 아이콘을 선택해 로그인한 뒤 곧바로 납부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 비회원인 경우에는 ‘바코드 조회납부 기능’을 선택해 고지서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읽거나 납세번호, 전자납부번호를 입력해 간단하게 납부할 세금을 조회한 후 납부할 수 있다. 
□ 뿐만 아니라 착오로 납부된 세금이 있을 경우에도 ‘지방세환급금’ 아이콘을 선택해 과․오납에 대한 환불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14개 신용카드 결제, 우리은행 계좌이체, 신용카드 포인트 등 납부 방법 다양>
□ 이 때 결재는 국내 14개 신용카드 결제, 우리은행 계좌이체, 신용카드 포인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
   ○ 이용 가능한 신용카드는 비씨, 국민, 신한, 삼성, 현대, 롯데, 외환, 농협, 하나SK, 씨티, 제주, 광주, 전북, 수협 등 14개 카드다.
<가상키보드 등 인터넷뱅킹 수준의 강력한 보안기능 도입해 개인정보 유출 방지>
□ 아울러 서울시는 이번 세금 납부 앱이 시민들의 금전거래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 없이 시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뱅킹 수준의 강력한 보안기능을 도입했다.
□ 이를 위해 가상키보드, 바이러스 백신 자동설치, 전송자료 암호화 등의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 시는 아직 국세청에서도 출시하지 않은 세금 납부 전용 앱을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보급함으로서 전국 스마트 행정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강종필 서울시 재무국장은 “스마트폰 납부서비스로 은행 방문이나 인터넷 사용 등 온․오프라인을 넘어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시․공간의 제약 없이 세금납부가 가능해졌다”며, “IT첨단도시 서울에 걸맞은 스마트한 행정 서비스로 시민편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_전국_최초_‘세금_납부_스마트폰_앱’_출시[1].hwp (620.50 KB) 다운받기]

 

서울시, 전국 최초 '세금 납부 스마트폰 앱' 출시 (2012-01-09 15:44 CBS노컷뉴스 라영철 기자)
자동차세·재산세·상수도요금 등 400여 종 세금을 언제 어디서나 낼 수 있어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모두에서 이용 가능한 세금 납부 어플리케이션(앱)을 출시, 9일부터 서비스 제공에 들어갔다. 이 앱을 이용하면 자동차세와 재산세, 상수도요금, 주정차 과태료 등 400여 종의 세금을 언제 어디서나 낼 수 있으며 납부확인과 과오납 환급신청, 체납조회 등도 가능하다.
세금납부 앱은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서울시 세금납부'로 검색해 설치파일을 내려 받은 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ETAX(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에 가입한 회원은 '회원납부' 아이콘을 통해 바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비회원은 '바코드 조회납부 기능'을 통해 고지서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읽거나 납세번호, 전자납부번호를 입력해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14개사의 신용카드 결제는 물론, 우리은행 계좌이체, 신용카드 포인트 이용 결제 등도 가능하다.
시는 개인정보 유출방지를 위해 가상키보드, 바이러스 백신 자동설치, 전송자료 암호화 프로그램 등 인터넷뱅킹 수준의 강력한 보안기능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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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SNS소통 강화…"소셜미디어센터 설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2012/01/08 04:38)
공무원 1인1계정 갖기 사업 추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와 관련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합,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
서울시는 홈페이지와 사업소별 SNS 등으로 흩어져 있는 온라인 채널을 통합해 허브·플랫폼 형태의 역할을 수행하는 `서울소셜미디어센터(가칭)'를 오는 3월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 센터는 시 홈페이지와 공식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박 시장 개인 트위터 등 37개로 나뉜 시민 온라인 채널에 올라오는 글들을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SNS의 달인'으로 통하는 박 시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현재 각 채널을 통해 올라오는 시민 의견을 3가지 종류로 구분해 처리하고 있다. 시장이나 대변인이 직접 답하기 어려운 사안은 미래창안과에서 취합, 분류해 해당 사업 부서로 넘긴다. 정책 아이디어는 따로 모아 회의를 거쳐 취사선택한다. 단순 의견은 시장이 직접 시간을 내 댓글을 달거나 `번개팅'을 하는 때도 있다.
박 시장은 이와함께 최근 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모두가 한 사람당 SNS 계정 하나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시 뉴미디어과는 지난 5일부터 시 본청과 자치구 등의 공무원 약 6만명을 대상으로 계정 소유 여부와 활동 정도를 조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변화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맞춰 공무원들도 트위터 등을 사용하면 시민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무원 1인 1계정 만들기 방안은 현황이 파악되는 대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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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증세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22203105&code=910402
여야 증세논쟁 대선 의제로… ‘누구에게 더 걷느냐’가 관건 (경향, 박병률 기자, 2012-08-22 22:03:10)
ㆍ미·일도 ‘세금전쟁’ 중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모두 집권하면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증세가 대선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복지강화 공약(19대 총선)을 전부 이행할 경우 새누리당은 75조원, 야권은 165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써야 한다. 소득세나 법인세 등 주요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는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규모다.
정부가 마련한 2013년 세제개편안으로도 5년간 1조7000억원가량 세금을 더 걷는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강화는 증세 논쟁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도 증세 이야기를 쉽게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아 섣불리 증세카드를 꺼냈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21일 “복지와 조세부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국민대타협 기구를 만들자”고 언급한 것에서도 이런 고민이 묻어난다. 노무현 정부도 2005년 부동산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신설, 양도세 강화 등의 카드를 꺼냈다가 보수 측으로부터 “세금폭탄”이라는 공격을 당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증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뜨거운 정치 이슈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부자증세, 복지강화’를 외치는 반면, 공화당은 ‘부자감세, 중산층 증세, 복지 현행유지’로 맞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소득 10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세율을 30%까지 올리는 이른바 ‘버핏세’(부자세) 도입을 주장해, 대선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비세 증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에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소비세율(부가가치세율)을 현행 5%에서 10%로 올리는 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일본 소비세 인상은 1997년 이후 15년 만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최근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많다. 하지만 특정계층(고소득층)에만 부담을 주는 증세는 반대라는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고정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는 것이다.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국민 스스로 결정토록 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에서 정책메시지본부장을 지낸 안종범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이 ‘저부담 저복지’로 가겠다면 감세도 할 수 있다”며 “국민 대타협이 있기 전까지는 증세다, 감세다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상위 1% 고소득자와 슈퍼 대기업으로부터 추가로 세금을 걷어 복지를 대폭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또 서민과 중산층은 대폭적인 세제감면으로 세부담을 줄여 양극화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금을 낸 만큼 복지로 되돌려받는다는 느낌이 적어 세금을 올리는 데 대한 거부감이 서구에 비해 큰 편”이라며 “증세 논쟁의 중요성이 크지만, 내용이 생각보다 복잡해 대선 국면에서 쉽게 이슈가 되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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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3 01:01

경향신문만이 박근혜의 제안을 증세론이라고 풀이했는데, 다음날 박근혜는 다시 복지와 줄푸세는 대치되지 않는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어쩌자는 걸까. 아직까지 경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자신만의 특화된 기획은 없어보인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20300085&code=910402
박근혜 ‘증세론’ 빼들었다 (경향, 이지선 기자, 2012-08-22 03:00:08)
ㆍ“조세 부담 대타협하자”… 정치권 증세 논의 촉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21일 증세에 따른 조세부담과 복지 문제에 대해 국민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이를 다룰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당에 제의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각 세대의 짐을 덜어 (국민 모두) 희망을 갖고 안심하고 살도록 하는 게 지상 최고의 과제”라며 “국민이 원하는 복지 수준과 재정·조세부담에 대한 간극이 크면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는 것부터 하자는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전문가와 국민 대표로 구성된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국민의 생각을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므로 사전에 국민행복추진위를 중심으로 증세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뜻으로, 정치권에 다시 증세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는 또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행복추진위 산하에 한 분과를 두어 복지와 그에 따른 조세부담을 논의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당직자는 “박 후보가 조세부담과 복지 문제에 대해서 국민 대타협이 필요하니 이를 다룰 논의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 캠프 안팎에서는 노사정위원회와 비슷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상정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 결과를 대선 공약으로 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20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일자리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이를 위해 전문가와 국민 대표로 구성된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출마선언에서는 “조세와 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국민 대타협을 추진하겠다”며 증세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20300045&code=910402
박근혜, 복지 확대 최대 난제인 ‘증세’ 화두로 ‘복지론’ 선점 의지 (경향, 김광호 기자, 2012-08-22 02:59:59)
ㆍ“조세부담 대타협” 제안 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1일 당에 조세와 복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 논의 추진을 요청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세 문제에 대해 국민과 함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박 후보의 ‘생애맞춤형 복지’ 등 여야가 공히 약속한 복지 확대의 최대 장애물이 증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박 후보의 이날 조세·복지 확대 대타협 제안은 화두를 던진 의미가 커 보인다. 여야가 복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복지 수준을 가늠하게 될 것은 결국 재원이다.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넘어갈 국채 발행이나 연기금 활용 등 기존의 재원 확보 방안을 배제하면 조세개혁이 유일한 카드로 남는다.
박 후보의 제안은 대타협을 통해 지금 가능한 복지 확대 수준을 정하고, 그에 따른 세제개혁 방안도 마련하자는 것이다. 행복추진위원회 등 국민이 참여하는 논의기구에서 마련하면 공약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구체적 방안으로 노사정위원회처럼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형식도 거론된다. 박 후보의 이 같은 구상은 유럽 복지국가들의 사례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스웨덴·프랑스 등은 과거 사회적 합의 아래 조세정의와 조세개혁을 추진했다. 이들 나라의 국민 조세 부담률과 사회 복지지출 비율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근본적으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지 않고선 증세를 성사시킬 수 없다는 현실적 상황도 고려됐다. 정치권, 특히 선거를 앞둔 정당에 증세론은 치명적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비전 2030’의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론을 꺼냈다가 ‘세금 폭탄’ 논란 등 저항에 부딪혔다. 당시 박 후보가 당 대표이던 한나라당은 ‘세금 폭탄’ 비판을 주도했다. 따라서 이런 대타협 추진은 박 후보로선 세금 폭탄이라고 비판하던 데서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 ‘국민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또 조세개혁 대타협 논의를 통해 대선 공약의 핵심으로 제시한 ‘행복한 국민’, 즉 복지에 대한 확고부동한 추진 입장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20822162226
박근혜 "줄푸세와 복지 대치 아냐"…증세론은 오해?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2012-08-22 오후 4:41:42)
"복지, 세금 무조건 걷어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2일 자신의 주요 정책 공약 중 하나인 '생애 맞춤형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세금을 무조건 걷어서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일부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2007년 대선 공약이었던) 줄푸세와 지금 제가 주장하는 복지분야, 일자리, 대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세금 문제에 대해 "그때는 워낙 경기가 침체 돼 있어서 중요한 정책이 되었는데 이 정부 들어와 세율이 많이 낮아졌다"며 현재 수준의 세율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율을 더 낮추지는 않겠지만, 올릴 생각도 없다는 것.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쓸데없는 규제들은 풀어야 한다"며 "경제적 지배력 남용에 있어서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쓸데 없는 규제가 많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기업 규제는 정상적인 사업을 벌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지원해야 한다"며 "(하지만) 중소기업-대기업 간 거래시 약자들이 손해보는 억울함은 분명히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복지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과 관련해 "재정건전성 무시하면서 복지하는 것은 반대하고 세금을 무조건 걷어서 하겠다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원칙을 제시했다. 보수진영의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재원 마련은 6:4로 6은 기존 씀씀이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토목건설 등 SOC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4도 우선 세금을 걷는다고 달려들기 전 비과세감면 등 지하경제 활성화하고 투명 과세를 하면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부 계산해보니 27조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것을 가지고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등 여러가지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맞춤형 복지' 공약에 대해 "가난하고 어려운 국민들께는 맞춤형 복지정책을 써야 경제활동 할 수 있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며 "무조건 돈을 나눠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교육프로그램, 취업환경 등 여러 가지 조합해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일어날 수 있도록 경제활동, 자립 할 수 있는 차원의 복지를 생각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그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국민은 정부가 아예 책임지고 돌봐야하지만 대개는 일할 의지, 능력 있는데 길을 못 찾는 게 많다"며 "일어설 수 있게 희망을 줘야하고 이게 성장하고 연결이 된다. 제가 성장을 경시하는 게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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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핑계로 마구잡이 통신 감청 허용 논란

 

방통위의 무시무시한 음모를 폭로합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2012-07-15  21:21:10)
[뉴스분석] 트래픽 관리 명목으로 콘텐츠 감청 허용, 통신사 이해 일방 대변하는 방통위
카카오톡 차단 논란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 통신사들은 트래픽이 폭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차별할 수 있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발표한 트래픽 관리 기준 초안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드라마 다시보기 서비스나 포털 사이트의 동영상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단 당하지 않으려면 네트워크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게 이 관리 기준의 핵심이다.
망중립성 논쟁과 관련, 방통위와 통신사들이 지금까지 숱한 거짓말을 쏟아냈지만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도 같은 거짓말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mVoIP(무선 인터넷전화)가 엄청난 트래픽 부담을 유발한다거나 네트워크 용량이 한계에 이르렀다거나 외국에서도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차단한다거나 하는 등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과장이거나 팩트 왜곡이다.
과거의 망 중립성은 통신사 전후방 산업의 독점화를 방지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논의는 트래픽 급증에 따른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가 더욱 중요한 쟁점이다. 통신사들은 유선 통신 가입자 20%가 95%의 트래픽 유발하고 무선 통신 가입자의 10%가 96%의 트래픽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수의 헤비 유저들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게 통신사들 주장이다.
통신사들 주장은 언뜻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은 유선과 무선을 나눠서 논의해야 하고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할 필요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트래픽 폭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KT는 지난 2월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해 논란이 됐지만 방통위는 아무런 제재 조치도 하지 않았다.
물론 외국에서도 헤비 유저들의 네트워크 속도를 제한하거나 추가 과금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식은 아니다. 미국 컴캐스트는 2008년부터 총량제를 도입, 최대 한도를 250GB로 제한하고 있다. AT&T는 유선은 지난해 5월부터 무선은 올해 3월부터 총량제를 도입했다. 유선은 150GB가 상한인데 초과할 경우 50GB에 10달러씩 추가 과금된다. 무선은 3GB까지는 3G 속도로, 이를 초과하면 2G 수준으로 낮아진다.
일본에서도 NTT와 소프트뱅크는 유선 서비스에서 1인당 업로드를 하루 30GB로 제한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은 피크 타임에 헤비유저의 네트워크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무선 인터넷 전화를 차단하는 곳도 일부 있고 전반적으로 고품질 프리미엄 서비스(QoS)의 경우 추가 과금을 인정하는 추세인데 50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영국 등의 경우와 3개 사업자가 독과점을 형성하고 담합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트래픽 관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최근 논의는 결국 경쟁 서비스 차단이 핵심이다. 카카오톡은 통신사들 음성통화 서비스의 경쟁 상대고 스마트TV는 IPTV의 경쟁상대다. 통신사들은 무임승차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말은 곧 너희가 하는 서비스를 우리가 하고 싶으니 너희도 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의미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방송사도 포털도 P2P 사이트들도 동영상 서비스를 하고 싶으면 통신사에 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통신사들이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과정에서 통신을 감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통신사들은 트래픽 관리라는 명분으로 수천억원을 들여 DPI(심층패킷검사, Deep Packet Inspection) 장비를 구입했다. 통신사들은 이 장비로 이용자들이 무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다. 패킷의 헤더만 들여다본다는 게 통신사들 주장이지만 패킷의 내용이나 패턴까지 들여다 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통신사들이 내가 보낸 메일을 들여다 볼 가능성은 없을까. 내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고 누구와 메신저를 하고 어떤 게시판에 어떤 글을 남겼는지 누군가가 모니터링할 가능성은 없을까. 통신사들은 이미 그런 기술을 갖고 있고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방통위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은 다만 트래픽 관리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네트워크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통신사들이 동영상 서비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음성통화 기반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붕괴하면서 통신사들은 콘텐츠 사업자로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료 유선방송 가입자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 코드 컷팅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는 유선방송 월 이용료가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기도 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완하는 웹하드 서비스가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최근 통신사들 특히 KT의 움직임을 보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기 전에 싹을 자르려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카카오톡 차단 논란 과정에서 엄살을 부렸던 것도 음성통화 서비스를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동영상 서비스에서 추가 과금을 해야겠다는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통신사들이 영리기업이라고는 하지만 공적 인프라인 네트워크를 자사 이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건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라는 곳에서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를 대상으로 1GB에 75~100원의 이용 요금을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한 증권사에서 이를 기초로 매출 예측을 했다. 동영상 트래픽은 다음이 월 2억7271만분(111.8PB). 네이버가 2억3806만분(97.6PB). 유튜브가 1억3715만분(56.2PB) 정도인데 1GB에 100원씩 과금을 하면. 다음은 연 1342억원, 네이버는 1172억원. 유튜브는 675억원을 통신사들에 내야 한다.
미국에서도 동영상 서비스가 전체 네트워크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스트림의 경우 P2P 서비스인 비트토렌트가 47.6%, 넷플릭스가 7.7%를 차지한다. 다운스트림은 넷플릭스가 32.7%, 유튜브가 11.32%, 비트토렌트가 7.6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TV 서비스가 확산되면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을 선언한 KT가 동영상 콘텐츠 사업에 직접 뛰어들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네트워크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선별 차단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통신사들이 이용자들의 통신을 감청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통위는 일방적으로 통신사들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네트워크 비용 분담을 요구하기에 앞서 네트워크 용량이 한계에 이르렀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차단 또는 차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프리미엄 서비스에 추가 과금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 이 경우에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기존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그걸 감시하고 규제하는 게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이다.
네트워크 자원이 제한돼 있는 무선 인터넷의 경우도 주파수 자원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신사들은 주파수 대역이 부족하다며 지상파 방송 주파수까지 욕심을 내고 있지만 2G에서 3G, 4G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주파수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필요하다면 공유 주파수 대역을 만들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강장묵 동국대 교수는 “통신사들이 통신감청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콘텐츠의 내용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는 말만 믿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메일을 보낼 때 (표준이 공개되지 않은)아래아 한글로 작성하고 알집으로 압축을 한 뒤 암호를 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기업의 경제 논리에 국가 및 시민의 망이 관리된다면, 장래에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신념에 따라 망이 통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는 "통신사들이 트래픽 관리 현황 등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원칙이 세워지면, 약관 변경만으로 제한과 차별을 정당화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방통위가 통신사 후견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면서 “방통위의 트래픽 관리 기준은 망중립성 원칙 폐기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트래픽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으며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는데도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방통위 기준안처럼 통신사들이 자의적으로 이용자들의 트래픽을 감청하고 트래픽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쟁 서비스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는 방식은 시장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도 크다. 사안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대부분 언론이 논란을 단순 중계하는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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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통신 감청 의혹까지 받으면서 뭘 숨기나 (미디어오늘, 김보라미·변호사, 2012-07-12  23:19:14)
[긴급 기고] 김보라미 변호사 "트래픽 관리하는 회사들이나 관리 좀 하시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트래픽 관리 가이드라인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고(무선) 동영상 서비스가 확산되면서(유선)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는 혼잡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혼잡을 유발한다는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통신사들이 트래픽 모니터링과 선별 차단을 위해 통신을 감청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망 중립성 원칙이나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뒷전이고 일방적으로 통신사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게 분명한 데도 방통위는 밀실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 토론회에서는 방통위 가이드라인 기준안이 공개돼 열린 토론을 벌인 바 있습니다. 통신사의 자의적 서비스 차단과 감청 의혹이 논란이 됐습니다. 그런데 방통위 관계자가 포럼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 자료를 공개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자료 삭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방통위는 무엇을 숨기고 싶은 걸까요. 국민들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정책을 만들면서 왜 이렇게 비공개가 많은 걸까요. 망중립성 논쟁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보라미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의 글을 싣습니다. 그리고 망중립성 포럼이 입수한 "방통위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방통위는 토론회 하루 전인 12일까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망중립성 핑계로 마구잡이 통신 감청 허용 논란 (미디어오늘, 최훈길·이재진 기자, 2012-07-13  10:19:06)
방통위 트래픽 기준안 논란, “통신사 자의적 서비스 차단 가능, 망중립성 원칙 크게 훼손”
“이건 망 중립성안이 아니라 망 중립성 반대안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트래픽 관리안’에 대해 촌평한 말이다. 이 관리안은 13일 오후에 열리는 토론회에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다. 방통위가 이 기준안을 두고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오늘이 이 트래픽 기준안을 입수해 분석해 본 결과, 이 트래픽 안은 △제정 자체가 투명성·차단금지·차별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망 중립성 위배한 점 △통신사들이 광범위하게 자의적으로 트래픽을 차단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점 △방통위 산하 망중립성 포럼에서 내용이 합의되지 않았고, 외부 여론 수렴도 적극적으로 거치지 않는 등 제정 과정의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강행하는 문제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 방통위가 이 같은 트래픽안을 만드는 자체가 오히려 망 중립성을 후퇴시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응휘 이사는 “통신은 소통을 서비스하는 것인데 통신사가 소통을 막는 일을 하면 본래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트래픽 관리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차단과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만든 목록”이라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은 ‘망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고, 망 이용자나 망을 이용하는 콘텐츠 사업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하며, 망 이용을 자의적으로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투명성·차별금지·차단금지’ 3대 원칙이 있다. 그러나 A4 9장에 달하는 이번 기준안은 ‘합리적 트래픽 관리’라는 명목으로 트래픽을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규제 기구가 이런 기준안을 만드는 자체가 이례적이고 위험하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입장이다.
둘째, 이 트래픽 기준안에는 망 중립성을 위배하는 ‘독소 조항’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통신사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콘텐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등을 차단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 줬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기준안의 내용은 트래픽 관리 발생과 상관없이 이동통신사업자 마음대로 특정 애플리케이션, 특정 이용자, 특정 기기 사용을 모두 차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돼 문제로 지적된 트래픽 관리안의 내용이 이번 트래픽 관리안에도 대다수 포함됐다. 트래픽 과부하 등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트래픽이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셈이다(미디어오늘 6월25일자 관련 기사<대선 앞두고 스마트폰 ‘앱 차단’ 규제 추진>).
방통위는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인정되는 경우”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의 수가 집중되는 특정시간대(최번시) 등 특별히 망 혼잡이 우려되는 특정한 조건 하에서 P2P 트래픽 전송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경우”를 포함시켰다. 일례로, “이용자의 접속이 가장 많은 시간대(통상 오후 9시~11시, 사업자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 P2P 트래픽의 전송속도를 일정 속도 이하로 제한하는 경우”가 제시됐다.
이 규정은 망 혼잡, 과다 트래픽이 발생되지 않았는데도 통신사가 특정 시간대의 P2P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방통위는 ‘P2P 트래픽’이라고 명시해, 파일 공유 서비스 이외에 컴퓨터 간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대해서도 트래픽을 명목으로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또 방통위는 “명백하게 다른 이용자의 이용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이용자(초다량 이용자)의 트래픽을 제한하는 경우”도 ‘합리적 트래픽 관리’ 범위 안에 넣었다. 방통위는 관련 사례로 “유선 인터넷에서 이용자의 월별 사용량 한도를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이용자의 트래픽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전송 속도를 일정 속도 이하로 제한하는 경우”, “망 혼잡 발생 가능성이 객관적이고 명백한 때, 데이터 사용량 한도를 초과한 이용자에 대해 동영상 서비스(VOD) 등 대용량 서비스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를 포함시켰다.
방통위가 ‘객관적이고 명백한 때’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향후에 ‘저해할 우려가 있는’, ‘망 혼잡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방통위가 동영상 서비스 제한을 사례로 들었기 때문에, 올림픽 중계를 준비 중인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의 포털, 동영상 서비스인 ‘푹’(POOQ)을 준비 중인 MBC와 SBS, 현재 N스크린 서비스인 ‘티빙’(TVing)을 운영 중인 CJ 헬로비전, 유튜브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방통위는 통신사가 보이스톡 등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을 차단할 수 있게 규정했다. 방통위는 “무선인터넷 요금제에 따라 mVoIP 트래픽의 제한 여부 또는 제한의 수준을 다르게 규정하면서 이용자가 그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를 ‘합리적 트래픽 관리안’에 포함시켰다.
이 규정은 현행 규정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자법 3조1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 28조 3항에는 “다른 전기통신사업자 또는 이용자의 전기통신회선설비 이용 행태를 제한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최근 보이스톡 논란이 벌어질 때 방통위는 ‘시장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해 놓고, 이번 트래픽 안에 모바일 인터넷 전화 관련 규제를 규정해 놓은 것도 모순된 행보다.
특히, 방통위가 “공신력 있는 국내외 표준화기구가 망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제정한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를 규제하게 했다. 방통위는 공신력 있는 국내외 표준화기구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사례로 들었다.
이 규정은 공신력 있는 국내외 표준화기구를 무엇으로 규정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이런 논란이 있는 기구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전방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만약, 정부나 통신사 등 업계의 ‘입김’이 이 기구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경우, 이 규정은 사실상 정부나 통신사가 인터넷 전반의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규제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윤철한 경실련 국장은 “기준안의 내용은 트래픽 관리 발생과 상관없이 이동통신사업자 마음대로 특정 어플, 특정 이용자, 특정 기기 사용을 모두 차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트래픽 관리는 돈인데 통신사들이 돈을 받기 어려운 업체에 대해서는 트래픽 관리를 명분으로 차단시키려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통신사들의 트래픽 관리 행태로 봤을 때 이번 기준안은 이런 횡보를 부릴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방통위가 P2P 트래픽 제한, mVoIP 제한 같은 규정을 담은 것은 사회적 합의가 전혀 안 된 DPI(Deep Packet Inspection, 감청 논란이 있는 패킷솔류션 기술)를 통신사가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합리적 트래픽 관리라는 명목으로 규정된 부분을 모두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 이 같은 논란이 있지만 방통위는 이 트래픽안에 대해 사실상 여론 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올초부터 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망중립성 포럼을 통해 망중립성 사안을 다뤄왔다. 하지만, 이번 트래픽안은 망중립성 포럼에서 합의도 안 된 사안을 방통위가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망중립성 포럼에 참여해 온 전응휘 이사는 “망 중립성 관련 자문위원회에서 이 안을 만들지 않았고, 자문위와는 무관한 트래픽안”이라며 “방통위가 토론회에서 내놓을 이 트래픽안을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 분명히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측은 그동안 이 트래픽안의 내용에 대해 함구해 왔고, 여론 수렴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창희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지난달에 트래픽 기준안이 일부 공개됐을 때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기준안’은 회의 참석자로부터 회의 참석자로부터 나온 것 같은데 방통위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실련이 이번 주에 해당 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자, 통신경쟁정책과 한 사무관은 경실련에 연락해 해당 안을 홈페이지에서 내려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망중립성 투명성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정부가 관련 트래픽안을 만드는 일은 투명하지 않게 하는 모순된 행보를 하고 있다”며 “방통위는 말도 안 되는 트래픽 관리안을 만들기보다는 통신사가 어떻게 트래픽을 관리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부터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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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ownews.kr/4265 
망중립 훼손에 따른 프라이버시의 위협 (슬로우뉴스, 강드립, 2012-07-09)
1902년 우리나라에 전화사업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전화통화는 한성-인천 간에 전화가 가설되고 한성전화소에 시내전화 교환업무를 개시함으로써 실현되었다. 당시, 전화 서비스와 함께 등장한 신종 직업이 있었다. 주로, 발신자의 전화신청을 접수하여 착신국의 교환원을 연결하거나, 가입자의 번호를 선별하여 전화를 교환·접속하는 교환원이었다.
이들에게도 직업윤리가 있었다. 예를 들면, 업무상 듣게 되는 통화내용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를 갖는 것 등이었다. 즉, 교환원도 통신업무에 종사하는 자이므로 통신보안이론 및 통신법규를 준수하여 전화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했던 것이다. 그 후, 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교환방식이 ‘자석식에서 공전식으로’, 그리고 자동식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면 통신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전반적인 업무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뀌었다고 해서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고 차별적으로 서비스를 제한하지 않는 등의 원칙도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교환원이 지켜야 할 윤리적 의무를 다하는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통사, 교환원의 윤리적 의무를 지키고 있을까?
이동통신사들이 사용자의 데이터 패턴이나 서비스를 파악하여, 보이스톡과 마이피플 그리고 스카이프 등을 차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었건 간에, 교환원의 역할은 자기 입맛대로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차단하는데 있지 않다. 더군다나, 이동통신사는 서비스의 제한을 가하기 위해 언제든지 통신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즉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통신망이 특정 기업의 이익과 시점에서 통제되는 위험에 처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이 발전하게 된 망 중립성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초기 인터넷은 라우터(Router)의 중립적인 패킷 처리로 발전하였다. 라우터, 즉 패킷(Packet)의 이동과 경로를 결정하는 망 장치는 경제적, 정치적 논리로 작동되지 않는다. 따라서 패킷망은 음성서비스든 동영상서비스든 이메일서비스든 상관없이 점대점(end-to-end) 통신이 가능하도록 고안되었다.
기술적 중립이란 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최종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의 협약과 조정을 통해 결정된다. 망 자체가 중립을 지킴으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즉 특정 사업자나 국가가 망을 관리한다는 미명아래, 그 어떤 지배구조도 세울 수 없도록 설계된 기술적 혁신이었다. 그래서 인터넷 망을 미국이 관리한다거나, 중국이 관리한다거나 하는 주장이 없다. 설사 관리한다 하여도 미국과 중국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 패킷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느리게 할 경우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즉, 망중립성 원칙은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해도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며, 일방적인 트래픽 차단이나 차별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투명성과 불합리한 차별 금지, 합리적인 망 관리가 3대 원칙이다. 이런 TCP/IP의 원리에 충실하게 라우터가 패킷을 처리하는 절차적 과정으로 완성된다. 최근에는 망 관리의 효율성이라는 주장 아래, 망을 통한 경제적 지배구조가 태동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술로 DPI가 있다.
DPI(심층패킷검사) 기술과 망을 통한 경제적 지배
DPI란 심층패킷검사(‘Deep Packet Inspection’)의 줄임말이다. 망을 모니터링(Monitoring)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에 따라 특정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침입 차단 시스템(IPS)과 패킷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침입 탐지 시스템(IDS) 기능을 보유한 장비이다. 즉, DPI는 망 관리자가 패킷(packet)을 심도 있게 관찰한다는 의미이다. 패킷이란 우리가 주고받는 이메일, 금융거래, 카톡, 유튜브, P2P 등의 내용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놓은 데이터라 볼 수 있다.
따라서 DPI란 법원의 허락을 받아 범인을 잡기 위해, 디도스 공격과 같은 심각한 위협으로부터 또는 국가 안보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도구이다. DPI 기술은 패킷의 헤더만을 보는 통상적인 망관리를 넘어, 패킷의 패턴과 필요한 경우 내용까지 분석할 수 있다. DPI는 패킷의 헤더만을 분석하여 최적의 경로를 설정토록 도울 뿐만 아니라, 인위적으로 특정 서비스와 특정 패킷의 내용을 염탐하여 차별적으로 처리한다. 즉, DPI는 ‘트래픽 차단(traffic offloading), 트래픽 변형(traffic shaping)을 위한 폴링(polling) 방식’ 외의 여타 강력한 탐지, 추적, 추론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그래서 자칫 잘못 사용하면, 특정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경쟁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제한적으로 이용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고객관리 또는 망 관리라는 목적으로, 얼마든지 시민의 카톡 내용, 메일 내용, 무선인터넷전화 내용을 엿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강력한 망 관리 기술은 망의 중립성을 훼손시킬 개연성이 높다. 이런 기술은 디도스 공격과 국가 안보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 라우터에 설치된 DPI기술은 현실적으로 기술적인 잠금장치가 없이 망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라우터에 탑재된 DPI는 어떤 목적으로 어떤 기간 동안 어떤 분석을 하였는지에 대한 제3자의 객관적 접근과 이해가 요구된다. DPI 활용을 기업의 자의적 판단에 맡긴다면, 망에 대한 관리를 명목으로 얼마든지 자사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망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립적이어야 할 망에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한 시장원리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망관리가 기업의 도덕적 윤리적 사명감에만 의존한다면, ‘망중립성’이라는 대의는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즉, ‘통신의 효율성을 높여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DPI 기술이 망중립성을 훼손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망 통제는 혁신과 프라이버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4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보이스톡’을 비롯한 무료 무선인터넷전화(mVoIP)의 확산으로 KT 이동전화 매출이 3년 간 2조 3000억원 줄 것으로 예상(KT경제경영연구소) 했고(편집자 주: 통신사 매출 감소에 대한 예측은 과장되었다는 이견도 상당하다.), 이미 단문메시징서비스(SMS)의 연간 매출 1조 5000억 원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결국 손실을 막기 위해 이동통신사는 DPI 기술을 광범위하게 이용할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무선인터넷전화의 사용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패킷 헤더만을 보아 서비스의 성질을 판단하거나, 특정 패턴을 분석해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통신 내용까지 전부 파악할 수 있는 패킷 감청이 가능하다는 의문이 남지만, 이에 대해 통신사가 ‘하지 않는다’는 말만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남지 않을 전망이다. DPI는 망을 통해 흐르는 패킷을 사업자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장비임에도 이에 대한 제도적 보안 대책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제 논리에 국가 및 시민의 망이 관리된다면, 장래에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신념에 따라 망이 통제될 수 있다. 정부는 시민 사회의 안전을 빌미로, 시민이 표현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비판’을 망 수준에서 원천적으로 차단될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악플과 실명제 논의’가 지루한 공방으로 지나는 사이, 해외에서는 웹 2.0을 필두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라는 자만에 빠진 지난 십 년 동안, 대한민국 벤처는 죽고 ICT를 통한 경제와 정치 등 전 사회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망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는 망이 태동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망 사업자는 경쟁 서비스인 카카오톡, 보이스톡, 마이피플, 스카이프 등에게 빼앗긴 고객과 수익을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망을 통제하여 되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과 종교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신의 뜻에 따라, 망을 통제하여 불건전하거나 불편한 정보(?)는 댓글 자체가 달릴 수 없도록 하고자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망사업자가 시도하는 망을 통한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통제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망중립성 원칙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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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278
보이스톡 감청하면서 다른 콘텐츠는 안 들여다 볼까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2012-06-20  10:28:25)
인권위, 통신사 DPI 기술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 곧 결정… 망중립성 논란 확산
국가인권위원회가 보이스톡을 차단하는데 사용되는 통신사의 기술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검토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를 둘러싼 서비스 논쟁이 이용자들의 인권 문제까지 확산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시민단체들이 통신사의 DPI에 대해 진정서를 낸 것에 대해 실무적인 검토는 거의 끝났다”며 “DPI 기술이 인권 침해나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는지 위원들이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나 다음에서 mVoIP 서비스와 관련된 실질적인 얘기를 들었고 사실 관계는 다 알고 있다”라며 “최근에 카카오가 (손실률)데이터를 공개한 것과 관련한 기본적인 데이터는 받았고 추가적인 질의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가 실무적으로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판단에 따라 DPI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민단체에서는 작년 11월23일 인권위에 DPI 기술의 사용을 규제해달라는 진정서를 보내는 등 DPI 기술을 우려하고 수개월 간 인권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DPI(Deep Packet Inspection)는 데이터 전달의 단위인 패킷을 분석해 트래픽을 관리·통제하는 기술이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지난 2월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발행하는 이슈리포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DPI 기술은 애초에 바이러스나 웜의 차단, 디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돼 사용돼 왔다. 보안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기술이 DPI이기 때문에, DPI는 네트워크에서 이동하는 운송물의 내용인 데이터의 영역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오 교수는 “(DPI는) 필연적으로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촌평했다. 통신사가 DPI 기술을 통해 데이터의 내용을 보고 네트워크를 이동하는 데이터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데이터가 전화 통화 시 음성 패킷이고 이를 차단할 경우 통신사가 개인의 전화를 ‘감청’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진보네트워크는 작년 11월23일 인권위에 낸 진정서에서 “DPI 기술은 단순히 서비스의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통신 내용까지 전부 파악할 수 있는 패킷 감청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는 내용의 필터링이나 차단, 내용의 조작, 감청 및 검열 등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이러한 기술을 채용하는 것만으로도 헌법에서 보장한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작년 3월 시민사회단체들은 당시 김형근 전 교사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국정원이 패킷 감청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헌재는 패킷 감청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이 인권 침해, 위헌 소지가 있는 DPI 기술을 보이스톡 차단에 사용한 점은 중대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통신사가 감청을 통해 보이스톡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는지’ 묻자 “DPI 기술이 있다. 그런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기술이)일정한 규칙으로 (통화)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도 “지금 현재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인터넷 전화를 차단하기 위해 DPI 기술을 쓰는 것은 명백하다”며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기자와 만나 “KT가 명백히 DPI 기술을 쓰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 기술로 콘텐츠 내용까지 볼 수 있는 개연성이 기술적으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통신사가 보이스톡 같은 특정한 앱을 차단하는 것은 이미 통신사가 차단할 내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게 바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KT는 올해 하반기에 미국산 DPI를 도입해 시범사업까지 나서는 상황이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DPI 시범사업이 6월부터 시작하는데 20~30억 원 규모로 (외국 솔류션 업체인)미국 샌드바인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 감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자신문은 지난 5월25일 기사에서 “800억 원대 패킷 감청 솔류션”이라며 “(이 기술의 도입에 대해)KT 망을 쓰는 국가정보원 등 일부 기관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통신사 중에서 KT가 나서서 DPI 기술을 대거 도입해 트래픽을 명목으로 스마트 TV, 보이스톡 등의 서비스 차단에 나서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15일 클라우드 기술 개발 자회사를 찾은 자리에서 보이스톡에 대해 “매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언론은 <무료통화 총대 멘 이석채 회장 “통신망 블랙아웃 올 것”>(오마이뉴스)로 이 소식을 전할 정도로 KT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KT와 SKT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에 대한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 인권위가 DPI 기술의 인권 침해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이스톡의 역무를 결정하는 시점이 조만간 겹칠 것으로 전망돼, 보이스톡을 둘러싼 망중립성 이슈가 또 다시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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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tnews.com/news/telecom/network/2594465_1436.html
KT, 800억대 패킷감청 솔루션 도입…망 중립 논쟁 새국면 (이티뉴스, 2012.05.24,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KT가 하반기 800억원대 패킷감청 솔루션인 `DPI(Deep Packet Inspection)`를 도입한다. 콘텐츠 사업자가 발생시키는 망 부하 데이터를 실사하겠다는 의도다. 이 솔루션으로 특정 애플리케이션이 발생시킨 데이터 전송량(패킷)까지 골라 차단할 수도 있다. KT가 망 중립성 논쟁에 더욱 공세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외산 솔루션만 도입하면서 해킹 시 정보 유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6월 DPI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3~4분기 전국에 솔루션을 설치한다. 총예산은 800억여원이다. DPI 1000여개로 시도 곳곳을 조사할 수 있다. 국내에 통신용 DPI를 대규모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PI는 패킷 종류와 내용을 분석하는 감청 솔루션이다. 유럽 등 해외 통신사가 망 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 솔루션을 점점 늘리는 추세다. 스마트기기와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 서비스가 대중화하며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업체(CP) 간 네트워크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DPI로 종합적인 패킷분석이 이뤄지면 mVoIP, 스마트TV 등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패킷을 골라내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KT는 올 초 삼성전자 스마트TV를 차단하며 망 중립성 문제를 쟁점화했다. DPI 구축은 이의 후속 조치여서 콘텐츠 사업자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제공할 전망이다. DPI 기술 도입은 이석채 KT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최근 월드IT쇼 2012 기조연설에서 `통신 블랙아웃`을 우려하며 망 공존 대책을 강력히 주문했다.
KT가 도입하려는 DPI 솔루션은 외산 제품이다. 일각에서 외산 솔루션 하나로만 구성하면 광범위한 해킹에 노출되고 사후대응 속도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KT가 국가 기간망을 다수 관리하는 상황이어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T 망을 쓰는 국가정보원 등 일부 기관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DPI 솔루션은 아직 없다. 다만 ETRI와 네트워크 전문업체 컨소시엄이 이르면 하반기 상용화 목표로 개발 중이다. 김철수 인제대학 교수(컴퓨터공학부)는 “통신사 DPI 도입이 본격화할 조짐”이라며 “다만 감청 기능이 핵심인 만큼 멀티 소싱(다수 회사 제품을 채택하는 것) 및 국산화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DPI 시범사업을 위해 30억원 규모의 계약만 미국 샌드바인사와 체결한 상태”라며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전국망 적용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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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 관련 글 3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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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 관련 글 2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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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 관련 글 1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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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머레이 북친의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817145746
닳고 닳은 민주주의? 그래도 다시 민주주의! (프레시안, 한길석 전 군산대학교 강사, 2012-08-17 오후 6:32:58)
[철학자의 서재] <머레이 북친의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
요즘은 실업(失業) 기념 차 케이블 티브이 채널을 일주하는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대선이 코앞이긴 한가 보다. 앞자리 채널들에서는 연일 정치 관련 프로그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흥행 열기를 올리려는 그들의 노력과는 달리 국민들(이라기보다는 순전히 나 자신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시선은 매년 여름 시작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돌아간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이 아니라 이 글을 쓰고 있는 어느 실업자)의 무관심과 혐오감을 키우기 위한 종합 편성 채널 언론들의 전략이었다면 일단은 성공적이다.
'종편사식 정치 말고 뭐 새로운 정치는 없나'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둘러보던 차에 한 지인께서 <머레이 북친의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서유석 옮김, 메이데이 펴냄)라는 책을 보내주셨다. 반가운 마음에 집에서 가장 시원한 자리-그래봐야 땡볕 안 드는 창가 쪽-에 몸을 누이고서는 책을 펼쳐들었다. 채 200쪽을 넘기지 않는 이 가벼운 책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꽤 무게감 있는 제안을 하고 있다. 그의 제안으로 넘어가기 전에 우선 머레이 북친이 문제 삼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 대해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모습
현대인에게 민주주의는 이미 상식이다. 거의 모든 나라가 민주적 헌법과 정치 체제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이제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록 전 세계인이 민주적 정치 체제를 수립하거나 희망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의 현실화가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근대 민주주의를 낳은 미국 및 서유럽의 몇몇 나라들에서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민주주의가 형식적 정치 제도로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자로서의 위치는 주기적으로 개최되는 선거 기간에서만 확인될 뿐이다. 선거라는 예외 기간을 벗어나면 정치 공간은 이내 전문 정치인들이 기술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되돌아간다. 이 상황에서는 정치적 실천이 시민의 일상적 삶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정치는 오직 "국가 기구의 구성원인 의원, 판사, 관료, 경찰, 군대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 속에서 시민이 자기 목소리를 낼 자리는 없다. 정치는 시민들의 자발적 의견 및 의지 형성의 공간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그것은 이미 행정 체계로 분화되었다. 정치가 체계 조직으로 분화되었다는 말은 현대 정치가 체계 자체의 내적 작동 원리에 의해 자동적으로 운영된다는 의미와 같다.
이익 정치의 역설
현대 정치는 국민 국가라는 조직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 체계는 국민 국가의 목표를 안정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추구하고자 한다. 19세기 이후 국민 국가의 목표는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에 맞춰져 왔다. 이럴 경우 국가 체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치 행위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조직 및 사람들 간의 충돌을 억제하고 잠정적 타협을 이룸으로써 국가 전체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역점을 두게 된다.
이해관계의 타협은 인간들 간의 규범적 상호 이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는 만큼 받으려 하는' 타산적 흥정의 과정일 뿐이다. 적게 잃고 많이 얻으려면 세력이 강해야 한다. 세력 강화에는 강한 조직력이, 강한 조직력의 구비에는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조직 내부의 다양한 요구를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외화하는 기술, 이것이 바로 행정으로서의 정치이다. 행정으로서의 정치는 정당, 노동조합, 기업, 시민단체 등에 가리지 않고 적용되고 있다. 국가 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 조직의 요구를 물리적 충돌 없이 타협시키고자 고도의 협상 행정 기술과 체계를 마련한다. 의원들이 바로 이러한 기술의 전문가들이며 의회는 타협의 행정이 체계적으로 기능하는 기관일 따름이다.
조직의 대표자들은 조직 행정의 전문가들이 차지하게 된다. 물론 대표자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구성원들마다 상이한 질적 특수성을 쉽게 무시한다.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개별적 요구는 '어쩔 수 없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가 조직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기술로 자리 잡을수록 조직 구성원들 개인의 요구는 오히려 최소화된다. 이익을 대변한다는 조직이 오히려 구성원들의 이익을 간과하는 역설이 벌어지는 것이다. 조직의 대표자들의 민주적 선출이 곧 구성원들의 이익 보장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야만적 자본주의
사람들이 이렇게 이익 확보에 목숨 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북친에 의하면 그것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자유와 해방이 아닌 지배와 억압의 관계로 만든 진화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원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려는 인간의 본성은 생존 본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 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사회적 관계는 본래 상보성의 윤리를 중심으로 했다. 각자는 생존을 위해 안정된 전체를 필요로 했고 이를 이루기 위해 상대와의 협력을 요청했다. 남에 대한 지배와 착취의 태도로는 이러한 관계가 성립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명령과 복종의 지배 구조가 자리 잡게 된다. 지배의 규범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현대에서는 자본주의적 지배 관계 유형이 정착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동력은 지배 경쟁이다." 이 체제에서 생존하려면 상대방을 잡아먹어야 한다. "무자비한 경쟁자본주의의 야만적 원칙에 따르면 (…) 상대를 희생시켜 성장하지 않으면 몰락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체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야만의 원칙을 체화한다. 야만적 경쟁의 "가치가 가족 관계, 인간관계, 정신적 관계를 삼켰으며, 상호부조, 도덕적 책임 같은 전(前)자본제적 전통은 사라졌다."
상보성의 윤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야만 원칙에 의해 결정적으로 훼손되었다. 사람들은 이익에 목숨 거는 고립된 존재로 파편화되었다. 그리고 정치는 파편화된 개인들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기술로 요청된 것이다.
기존 체제의 대응
야만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지탱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북친에 의하면 자본주의 및 현대 국민 국가 체제의 뛰어난 자기 조절 능력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 및 현대 국민 국가 체제는 경제적 문화적 이념적 반발을 상황에 따라 잘 조절하고 잠재워왔다.
이미 이익 확보의 욕망에 익숙해진 이들을 길들이기란 쉬운 노릇이다. 약간의 이익분만 확보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자본 사이의 갈등은 성장의 과실을 일부분 나누어줌으로써 상쇄되었다. 사회 복지 프로그램은 이것을 구현해줬다. 덕분에 노동자 계급의 생활수준은 크게 향상되었으며 소비 역량도 증가했다.
자본주의 국가 체제의 해체를 주장하던 노동자 계급 및 좌파 정당은 일정한 이익이 제도적으로 확보되자 체제 유지에 타협해줬다. 현 체제가 제안하여 유지하고 있는 복지 제도는 사회 정의의 실현이라는 규범적 차원에서 승인되었다기보다는 이익을 탐하는 이들끼리의 잠정적 타협에 불과한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복지 제도는 오직 지속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 때에만 분배가 보장될 수 있다. 임금을 착취하면서 가치를 확보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성장하려면 잉여 가치를 보장해 주는 요인(실업자, 저임금 노동자, 제3세계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이 상존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자본주의 체제 하의 사회 복지 제도는 사회적 희생양의 양산을 용인하는 제도가 된다. 우리는 집단적 이익 급부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 체제를 민주적 선거를 통해 승인해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체제의 서비스가 자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표자들을 선출하여 권한을 위임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부정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유 대신 지배 관계를 승인하는 삶이 그 하나다. 민주주의는 원래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의 우애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 복지 서비스의 안정적 작동을 위해 지배 관계를 묵인했다. 또한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발적 의견 및 의지 형성에 의해 실천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을 몇몇 대리인들과 행정 체계의 자동적 작동에 맡겨 버렸다.
코뮌주의의 길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북친은 사사로운 조직적 이해관계를 보편적 정신으로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 정치를 시작하자고 주장한다. 북친은 그러한 움직임을 코뮌주의라고 했다. 그에 의하면 "코뮌주의(communalism)라는 말은 1871년 파리 코뮌에 기원을 두고 있다. 당시 프랑스의 무장 인민은 공화제적 국민 국가 대신에 전국 차원의 시, 읍 연합을 구성하고자 했다." 코뮌주의는 파리 코뮌에 잠시 이루어진 단기적 실천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고자 한다.
시민들은 지역 자치체를 건설하면서 자주적인 정치 활동을 일상화한다. 민회에 참석하는 이들은 각자의 사적 조직적 이해관계에 거리를 취하면서 사회 전체의 보편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시민으로서 민회에 참여해야 한다. 물론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고 타인의 권리를 소홀히 하는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이 쉽게 변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치체 활동을 통해 특수 이해관계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해 차츰 성찰적 자세를 취하는 연습을 지속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시민(citoyen)'으로서의 실존을 확인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정치적 활동은 윤리적 미덕의 계발로도 이어진다. 그리하여 "자치체는 인간에 대한 사랑(philia)이 자리 잡는 인륜적 공간이 된다." 공동의 이익에 관련되는 거의 모든 사안은 시민들이 민회에서 얼굴을 맞대고 처리한다. 생산과 분배는 자치체가 정한 규범에 따라 이루어진다.
지역 자치체들이 코뮌주의 노선에 맞게 민주화되고 나면 다음 단계는 자치체들의 연합으로 접어든다. 단일 자치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자치체들의 연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치체 연합은 민회와 연방 의회를 통해 나라 전체의 경제와 정치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자치체 연합은 국민 국가의 역할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자치체 연합을 통한 국민 국가의 해체로 과장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선거 제도를 통해 의회로 진출하면서 전국 단위의 행정과 법제도에 자치체들의 요구를 반영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코뮌주의는 일종의 윤리적 태도 변화 혹은 정치 문화의 일신을 함축한다. 그래서 북친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축소되거나 변질되고 있는 대중의 공적 행동과 공적 담화의 장을 되살려" 시민적 정치 문화를 발양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시민적 정치 문화만으로는 실천의 지속을 보장하지 못하므로 항구적 조직과 제도의 건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방 자치 선거 출마와 같은 기존 대의제 정치 제도의 법적 틀을 활용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당선은 마을회의 정부를 합법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하며, 이는 곧 코뮌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지 확보를 의미한다. 이 근거지를 통해 지역 자치에 기초한 연방의 건설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은 결코 의원이 되어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기회주의적 시도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실천적이고 신뢰할 만한 인민 권력을 내세우려는 노력으로 여겨져야 한다. 그런 태도로 코뮌주의적 정치 실천이 이루어질 때 그것의 현실적 구현이 이룩될 수 있다.
오래된 미래
혹자는 이를 닳고 닳은 직접 민주주의에 관한 환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사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그의 제안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북친 역시 이 제안이 고대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 전통과 연관되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제안은 새롭다. 그는 제도로서의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생활 문화로서의 직접 민주주의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연대감의 저하 등과 같은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원리는 이미 오래 전에 발명되었다. 다만 그와 같은 '발명 원리'를 시대의 현실에 맞게 실천하려는 집단적 노력이 오늘날 부족할 뿐이다. 지나온 역사를 살펴보면 시민으로서의 자유로운 삶의 관계를 실현했던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봉건적 전제권이 팽배하던 시대에도 그러한 노력을 기울인 이들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조건은 그들보다는 훨씬 낫다. 또한 자본주의적 지배 문화에 대한 성찰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물론 코뮌주의를 주장하는 북친의 어투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실천의 제안은 '이론적 신중함'을 갖추기보다는 '의지적 역동'을 북돋는 편이 더 낫다.
우리의 고민거리는 북친의 제안이 이론적으로 적절한가가 아니다. 그의 제안이 한국 사회의 민주적 현실에 적절한가이다. 이것은 오직 실제적 실천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는 실험적 모델로 여겨지지만 분명 소득은 있을 것이다. 자치체 활동을 통해 시민들은 자기 삶과 정치적 실천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할 것이며, 연대적 삶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래된 미래'가 들려주는 복음을 듣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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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평가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제48호, 2011)

 

너무 멀리 가버린 국가인권위원회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48호 | 2011년 1월 3일, 배여진 |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인권에 대해 무지하고,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이므로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혹은 있다 논란을 뒤로 하고서라도 현병철 위원장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기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 조직에 대한 애정이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국가인권위원회’라고만 쳐도 실시간 소식들이 정리되어 나오는 이 친절한 세상에서 현병철 위원장은 그런 것조차도 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애정이 없고 권력만 있는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나아가 인권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런 사람에게 인권적인 인권위원장이 되어주길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당선되자마자 독립성이 생명인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화 하려한 대통령이 위원회의 독립성은커녕 인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원장직에 앉히는 것이 그네들의 상식인 모양이니 이런 결과는 오히려 당연할 성 싶다. 그래서 이 정권에게는 상식이 없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인권 없는 인권위’를 만들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의도는 정확히 명중했다. 별다른 어명이 없어도 알아서 척척하는 현병철이라는 사람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손 안 대고 코도 풀고, 어쩌다 코 밑에 묻은 콧물은 현병철이 닦아주고 있으니 어디 이만한 인물이 있겠는가.
현병철 위원장은 크나큰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보좌진으로 둔 덕에 그 착각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얼마 전 현병철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사퇴요구에 대해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위원장 본인이 다니는 교회에서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것에 흡족해 했다는 것인데, 이것을 여론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 위원장의 말마따나 그의 행보를 지지해주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여론’은 아닌 것이다. 여론은 현병철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문제가 많고, 이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계속해서 위기 속에 봉착되고 있으므로 하루라도 빨리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다. 고집과 독선과 아집의 정점이다.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도 현 위원장을 지지해주고 있는 그 세력들이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차별을 조장하고 반인권적인 망발들을 일삼는 사람들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두고 있다. 바로 동성애를 혐오하고 차별해야 한다는 단체들과 북한 인권 단체들이다. 그들은 군형법 92조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견을 제출하라고 한 장향숙 상임위원더러 사퇴하라고 외치고, 지금까지 북한 인권에 신경 쓴 위원장은 현병철 위원장밖에 없다며 그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세력 모두에게는 큰 모순이 있다. 먼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게 맞다. 그 안건을 통과시킨 국가인권위원회 최고 의결기구의 수장이 누구인가. 바로 현병철 위원장이다. 그 회의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현병철 위원장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다.
또 북한 인권 단체들은 어떠한가. 북한 인권 단체들뿐만 아니라 고엽제 전우회, 대한민국 어버이 연합회 등 여러 보수단체들은 지금 무언가 잘못 알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과 관련된 활동과 입장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안경환 전 위원장 시절부터다. 북한 인권 특별위원회도 그때부터 꾸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위원회가 아니지 않던가. 백번 양보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을 해야 한다고 해도 남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입도 열지 못하는 현병철 위원장의 행태에 대해서는 왜 꼬집지 않는가.
과연 현병철 위원장은 자진 사퇴할 것인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답하자면 ‘아니오’다. 윗선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절대 사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벽에 대고 구호만 외친 격인가? 그렇지는 않다. 현병철 위원장에게 굳이 한 가지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한다면 덕분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를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문경란, 유남영 두 상임위원이 동반사퇴를 했을 때에는 문경란 위원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도 차지했다)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도 국가인권위원회 문제를 주의 깊게 다뤘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현병철 위원장이 갖고 있는 문제가 어떤 내용인지까지는 잘 모르더라도 ‘큰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중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현병철 위원장 사퇴 운동이 남긴 최대의 성과가 아닐까 싶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반 인권시민단체들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NGO와는 다르게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구만이 할 수 있는 역할,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의무와 그에 대한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러한 권한은 국민의 대중적인 지지로서 유지되고 뒷받침된다. 그렇다고 현병철 위원장 덕분에 국민들에게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확실하게 알려지고 있으므로 감사의 인사를 넙죽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상태대로라면 이제부터는 대중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등을 돌리는 순서만 남았으니 말이다.
대중들의 정서와 의식이 이러하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초창기부터 힘을 모았던 우리 인권단체들은 어떠할까. 비단 위원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혀 인권적이지 않은 인권위원들도 합세하여 국가인권위원회를 ‘말아먹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며 “이제 국가인권위원회를 버려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들이 우세해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버려지고 있는 중이다. 인권단체들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었던 인권위원회 전문, 자문, 상담위원들 중 상당수가 사퇴를 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준비하던 토론회와 심포지엄 등이 참가자들의 참가 거부로 무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렇게 비워진 자리들은 언뜻 보면 인권분야의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국가인권위원회는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인권 없는 인권위’로 변질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권 없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제 인권의 탈을 쓴 그 무엇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 제정촉구 및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 안건을 보면 알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것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것이 준비되지 않았음은 물론 그릇되고 왜곡된 인권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고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 구성원이 된 결과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에서 ‘가짜 인권’이 만들어지고, 앞으로 이런 가짜 인권의 정의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행되는 것 또한 시간문제일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투쟁을 벌이면서 스스로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 질문인즉슨 “도대체 국가인권위원회 누가 만들었어? 그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 갔어!”이다. 좀 멀리 가서는 시설 장애인에게 낙태를 종용했던 김양원 목사의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임명 반대 투쟁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저지 투쟁,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명 반대 투쟁, 그리고 지금 현병철 위원장 사퇴 투쟁까지 실무를 맡고 있는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동력’의 문제였다. 현병철 위원장 사퇴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고민거리였다. 왜 모이지 않을까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제자리로 돌려놓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인권운동진영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인권의 정의가 변질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가 싸워야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만일 인권운동진영이 국가인권위원회가 더 이상 국가인권기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가인권위원회가 하지 못하는 기능을 다시 인권운동진영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은 인권운동진영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오랜 시간 축적되어 왔던 민주주의와 인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또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기 1년 반 동안 국가인권위원회 9년의 역사가 무너지고 있다. 공들여 쌓은 탑이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고 있다. 남아있는 기둥마저 뽑아버리고 새로 지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시 보수공사를 할 것인가? 인권운동진영의 결정이 시급하다. 
 
인권위의 타락과 남겨진 숙제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48호 | 2011년 1-2월호, 김형완 | 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
양날의 인권전선-공권력 감시와 시민사회의 내면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현재 사회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는 온갖 퇴행적인 모습들을 보면 아직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로 자리 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파경도 본질적으로는 불완전한 민주주의, 미성숙한 인권운동 역량의 반사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퇴행적인 이명박 정권이나, ‘조중동’ 등 일부 정치언론, 개념 없는 인권위원장 따위에게 책임을 묻고 이들을 패퇴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호락호락 사태가 극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신의 기본적 책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사회적 내면화를 제일의 사명으로 삼는 한 국가인권기구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언제나 적대적이기 마련이다. 법과 제도뿐만 아니라 관행까지도 뜯어 고치자는데 기득권 입장에서 ‘예뻐라’할 까닭이 없다. 이 점은 국가인권기구의 숙명적 딜레마이기도 하다. 당대의 제도와 법이 다중의 동의에 의한 사회적 합의라고 한다면, 제도와 법을 넘어서려는 시도는 때때로 다중의 뜻, 또는 사회적 합의와의 충돌이나 갈등을 불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기구는 한 걸음 앞선다”는 말의 의미는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진보적이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에 서기 때문인 것이다. 또 비주류의 헤게모니가 확장되는 것을 주류는 자신들의 이해에 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주류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렇듯 국가인권기구의 숙명적 자기 딜레마는 기존 제도 안에서 기존 제도를 넘어서려고 노력하고, 국가 안에서 국가 밖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애쓰며, 비주류를 주류화 하려는 본연의 기능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국가인권기구는 이중전선을 동시에 감당하여야 한다. 국가공권력에 대한 대응이 제1전선이라면, 사회 곳곳에 뿌리박은 관행이나 관습과의 대치가 제2전선이 되는 것이다. 현실의 살아 있는 국가권력을 상대하기만도 간단치 않은 일인데, 여기에 권력이 조장하고 이식한 시민사회의 악습, 폐습과의 씨름까지도 짊어진 셈이니 국가인권위원회는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양상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곤경을 돌파해내기 위해 국가인권기구는 태생적으로 인권시민사회와의 협치를 필수불가결한 전제로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론
사실상 파산지경에 이른 오늘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어떻게든 회생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실로 눈물겹게 전개되고 있다. 상임위원과 자문, 전문위원 등 안팎의 관계자들의 줄사퇴와 인권상 수상 거부, 점거와 농성, 촛불시위와 집회 등이 잇따르며 이명박 정부의 반인권정책을 성토하고 현병철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의 시대와 현병철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역사 가운데 반드시 오욕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헌신적이고 값진 노력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제야말로 보다 근본적인 통찰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반인권적인 이명박 정부와 그의 꼭두각시 현병철로 야기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기를 다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황요인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한 상시적으로 부딪힐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든 국가권력은, 그리고 주류사회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편을 드는 인권기구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을 상수로 놓고 보면 결국 남는 문제는 주체역량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글의 목적은 일단 상황요인을 괄호로 묶고 그 이면에 드리워진 국가인권위원회의 위기극복을 위한 내재적(주체적) 요인을 찾아 올바른 실천전략을 강구(여기에는 전면 퇴각을 배제하지 않는다)하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상황요인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범주의 한계를 먼저 밝히려는 것이다.
거칠기는 하지만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략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인권시민사회의 주체역량의 측면에서 과연 이제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상화는 가능이나 한 것인가, 가능하다면 어떤 방안이 있는가. 또 어떤 방법이 바람직한가. 이 근본적인 되물음에 대략 세 개의 시각이 제시될 수 있다.
첫 번째,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인권위는 버려야
오늘의 국가인권위원회의 파국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공간은 지극히 협소하며, 자유주의에조차 이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인권의 가치는 본래 자유주의와 함께 탄생하여 그 상상력이 확장되어왔는데, 우리에게는 그 경험을 가능하게 할 이념적, 사회 구성적 토대 자체가 부실하다. 오늘날 만성적이고 가속화되는 양극화구조 속에 합리적 중간계층이 참여하고 형성하는 정치공간이 절대적으로 협애할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는 형편을 고려하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여건은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자산계급의 정직성에 기반을 둔 건강한 계급의식마저도, 만연한 전근대적인 독점과 부패, 권력유착의 구조 속에서 그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서는 자유주의조차 발붙일 데가 없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전근대성이 광범위하게 온전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서구에서 온건보수로 분류되는 자유주의조차 우리에게는 진보적 이념으로 둔갑된다. 진보정당의 입지와 정당정치구조가 취약한 것도, 그리고 자유권에 중점을 둔 채 사회권 확장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와 기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마치 진보, 심지어 좌파의 화신인 양 비춰지고 있는 현실도 모두 이러한 사정에 기인한다. 우리에게 애초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과잉 평가된 시민사회를 토대로 위로부터 ‘하사’된 불안한 민주적 리더십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민사회의 요구와 지향을 담아 그 반걸음 뒤에서 인권의 제도화라는 안정적인 자기전개를 펼칠 여유가 허락되지 않은 채 때때로 인권 진영의 전위로서 선도적 이슈파이팅을 요구받았던 상황도 따지고 보면 인권시민사회 진영의 허약함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오늘 국가인권위원회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인권시민사회 진영의 위기이며, 더 추상적으로 보자면 우리 사회 자유주의 진영이 처한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상화를 위한 전제로서 시민사회의 성장 또는 내실화가 먼저 요구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전근대성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활동공간을 더 확장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시민사회의 주도로, 주류화 되는 가운데 비로소 국가인권기구와 같은 거버넌스의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인권시민사회 진영의 토대가 굳건할 때 국가인권기구와 같은 제도권 내의 거버넌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토대가 부실한 제도권 내 기구는 잘 해야 거품이거나, 필경 관료화되기 마련이다. 오늘의 국가인권위원회 위기는 직접적으로는 이명박과 현병철로부터 기인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데서 비롯된 것이다. 부실한 토대를 놔둔 채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기구만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제도적으로 보완된다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오늘의 국가인권위원회를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의 거품이 빠지면서 급격한 관료화의 국면으로 접어 든 셈이다. 인권시민사회라는 자기토대도 부실하고, 사회구성적 이해기반도 허약하며, 스스로 자기부정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없는 상태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더 이상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여야 하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비전과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겠는가. 과거 ‘영광스런 태생의 족보(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포함하여 무려 7년여에 걸친 인권시민사회 운동의 산물로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닌가)’가 오늘의 치명적 흠결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국가인권위원회의 파국은, 어느 한 제도기구의 명멸 차원을 넘어 인권시민사회 진영의 대중적 신뢰성과 헤게모니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이즈음에서 그 애증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야 한다. 인권시민사회 진영은 물론, 지각 있는 인권위원들을 포함한 내부구성원들은 전술공간으로서 의미 외에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보려는 미련을 과감히 떨쳐 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더 이상 국가인권위원회로 인해 인권의 표상이 조롱되고 희화되는 사태를 막고 인권시민사회의 권위와 신뢰에까지 도전이 확산되는 상황을 불식시켜야 한다.
두 번째, 알리바이기구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본래 정치상황이라는 변수에 취약한 기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정권교체나 정변 등에 의해 종종 국가인권기구는 부침(浮沈)을 겪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선진국에서나 후진국에서나 그 양상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호주에서 집권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교체되었을 때를 보라. 인권기구는 운명적으로 ‘경계인(境界人)’이다. 인권기구의 독립성이 강화될수록 그 경계성이 강화되는 것은 숙명적 자기 딜레마이다. 제도권과 비제도권, 정부와 비정부, 국내와 국제, 진보와 보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경계에 위치한다. 경계인의 운명이 그렇듯 누구 하나 지지하고 응원하는 세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도전변수가 상존하기 때문에 그만큼 스스로 유연하고 긴 호흡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겪는 도전은 사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유난 떨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커온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국가인권기구의 운명치고는 비정상이라고 할 만큼 편안한 길을 걸어왔다. 당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지금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에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연연할 필요는 없다. 국가인권기구의 존재 자체가 갖는 의미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알리바이 인권기구라 할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더구나 명분상 인권보호와 신장을 본래 사명으로 하고 있는 국가기구의 속성에 의해 그 정도와 내용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인권업무를 아예 안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은가. 따라서 부침이 있다 해도 기존 국가인권기구의 존재를 수호하고, 그 활동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찌됐든 우리 인권시민사회(운동)의 귀중한 자산임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돌이켜볼 때 우리 현대 헌정사는 군사독재와 민주주의의의 나선형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를 부정하고 이명박 정권의 출범에 지지를 보낸 다중의 선택을 상기해보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오늘의 치욕 역시 국가인권위원회의 큰 역사를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한계 속에서라도 할 일을 찾고, 그것이 인권의 가치에 역진하지 않는 내용인 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임하도록 유인하여야 한다.
세 번째, 인권위 밖에 진지를 구축해야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성취와 가치가 앞서고 배타적인 사적 욕망을 드러내는 데 부끄럼이 없는 이 시대에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일한다는 것은 영광이기 이전에 천형(天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소명으로 여겨 충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나마 우리의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 비단 국가기구로서의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원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가, 활동가 역시 그런 의미에서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러한 존중은 공공영역이 요구하는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존재 자체로서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최소한 ‘밥벌이의 숭고함’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적 영역에 국한된 것이지, 공공영역에서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조직이든, 부여된 소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자기(또는 자리)보존에 급급해한다면 이미 그 존재근거가 소멸되고 만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오늘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인권의제들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부여된 소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외부요인으로서 인권이라는 가치에 대해 도대체 개념 없는 이명박 정권과 그 청부업자 역을 자처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현 위원장을 비롯한 일군의 인권위원 등 지도부 탓일 수 있으나, 그 못지않게 내부요인, 즉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인권시민사회 진영의 총체적 전략부재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이 내재적 요인이다.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내재적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있어서 문제영역을 단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단위에 국한하지 말고 인권시민사회 진영 차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본다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위기극복은 인권시민사회 진영의 역량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자력적인 실천을 도모하는 가운데 찾을 수 있다. 눈앞의 전투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구덩이를 파서 안정적이고 일상적인 애드버커시(advocacy 생각, 노선, 신념 등에 대한 공개적 지지 또는 변호)로서의 역할을 찾자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리고 가자는 것이 아니라,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형해화 되어가는 국면에서 무기력하게 그저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의 내부구성원을 포함한 인권시민사회 진영 내부의 효율적인 전략배치를 새로이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추락은 이미 밑바닥까지 다다라서 이제 새로운 단계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국면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해소될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인권시민사회의 역량의 집중 정도를 적절히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보다 긴 호흡으로 중장기적인 비전을 실제화 시키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밖에 안정적인 정책참호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민간차원의 인권전문 싱크탱크와 같은 연구기관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인권시민사회의 토대를 튼실히 하는 것이자, 설혹 훗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상화된다 해도 정책과 의제경쟁을 통해 더욱 진취적인 방향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권시민사회의 위기, 혹은 기회
혹자는 개헌을 통해, 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개정과 같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독립성을 구가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현재의 입법 환경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고, 또 만에 하나 요행히 제도보완이 이뤄진다 해도 여전히 내부로부터 무너진 독립성(역시 주체 역량의 문제다)을 복원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에서 별개의 숙제로 남는다. 따라서 이 위기를 단순히 국가인권위원회를 둘러싼 정치상황의 변화, 요컨대 이명박 정권과 현병철 체제 때문에 초래된 것만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 여기에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사태에 대한 분석과 평가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위기타개를 위한 올바른 실천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주체요인에 대한 엄격하고 냉정한 시선을 거둬서는 안 된다. 인권시민사회 진영은 실천을 위한 단단한 연대의 틀을 갖추었는지,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졌는지, 인권기구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 평가 등은 치밀하게 이뤄졌는지, 그 경험과 시행착오에 대하여 환류 시스템을 구축하였는지, 인권담론과 의제의 생산과 관리에 이론적 지도력을 발휘하였는지, 인권기구의 토대를 튼실히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꾀하였는지 등에 대한 가혹한 평가와 분석이 이번 기회에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별개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도 있다. 예컨대 “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저질스런 현병철 위원장의 발언도 속칭 ‘마사지’를 통해 전원위원회 속기록에서 삭제된 사례가 잘 말해주고 있듯이 저들은 오늘의 행태가 정확하게 일일이 기록되는 것을 꺼려한다. 기록마저 왜곡되고 마사지되는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 모니터링을 더욱 면밀히 하는 것은 역사적 기록물을 축적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편 인권시민사회가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에 참여하여 그 운영의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지난 시기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을 돌이켜보면 인권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원활하기는커녕 형식적인 소통이나 불통이 다반사였으며 이는 곧 인권기구의 자기기반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귀결되었다. 협치란, 명실공히 기획, 집행, 분석, 평가 등의 전 과정에 인권시민사회가 참여함으로써 그 의미가 완성된다. 해마다 개최되는 국가인권위원회 사업계획 간담회만 보더라도, 일방적으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한 파편적인 코멘트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사업 분석과 평가를 기반으로 도출된 차기년도 전략적 집중과제에 대해 인권시민사회 진영과 밀도 높은 교호를 통해 전반적인 사업계획의 틀을 잡는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것은 단지 사업영역, 요컨대 정책, 교육, 조사, 홍보, 협력 등의 업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인사와 조직, 예산 및 결산, 위원회의 운영 등을 망라하여 관철되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사무처 직원의 인사 및 직제의 변경, 업무영역의 조정에도 인권시민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며, 예산계획의 합리성 및 결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수시로 설명회를 개최하도록 할 것과, 청문회나 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은 위원장/인권위원 선임절차의 보완과 함께 속기록 작성과 같은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 확보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 특히 대통령 특별보고의 권한행사는 인권시민사회와의 밀접한 조율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어야만 비로소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인권 거버넌스로서의 자기 역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오늘의 위기를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10년 동안의 엇나간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는다면 향후 최소한 시행착오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제 판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살리기 위해서 국가인권위원회 밖에서 인권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죽거나 나쁘거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48호 | 2011년 1-2월호,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진정사건 조사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안건을 각하했다. 2010년 7월 7일 국무총리실의 불법적인 사찰로 인해 전 인생이 파탄 난 김종익 씨 측의 호소를 6개월이 넘게 유기하고 있다가 종국에는 심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정국을 뒤흔들었던 민간인 사찰 사건은 역사의 뒤안길로 떠밀리게 된 것이다.
민간인 사찰은 국가폭력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최고의 장치다. 일반추상성을 지향하는 법과는 달리 폭력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행사된다. 그래서 법과 폭력, 이 두 개가 결합할 때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발생된다. 여기에다 잔혹한 폭력이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누구에게나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위협이 모든 사람에게 인식될 때 그 폭력은 만능의 위력을 갖게 된다. 민간인 사찰은 그 밀행성·잠행성으로 인해 마치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말하는 판옵티콘(Panopticon)처럼 공포를 일상화시키고 폭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만든다. 자기가 감시의 대상인지 여부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일상 모두를 폭력의 주체에 종속시켜 버린다.
이런 민간인 사찰을 국가인권위원회는 시간이 경과되었다는, 그리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형식상의 이유로 방기해버렸다. 진정인 뿐 아니라 전 국민을 잠재적 피해자로 만들고 그들의 모든 일상생활을 권력의 의지에 굴종하게 하는 민간인 사찰의 폐해를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로 내팽개친 것이다. 그리고 이 각하결정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존재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전체주의에서의 인간성 말살이나 권위주의 정권의 압제가 하나같이 이런 밀행적 사찰에 기반을 둔 것이었음을 인지한다면, 그래서 이 사찰이 모든 인권 억압의 출발점임을 인식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이 결정은 그 자체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기구로 존재하기를 포기하였다는 의사표시에 다름이 아니다.
1993년 비엔나에서 개최되었던 유엔 세계인권대회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원칙’을 선언하고 우리나라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인권법을 제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을 요구하기 시작한 때로부터는 17년, 그리고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그 존재를 드러낸 때로부터는 10년이 채 되지 못하여 시나브로 그 존재가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국가인권위원회를 형해화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수구세력들의 이런저런 계책과 음모들이 이제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길게는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자체에 딴지를 걸던 법무부로부터, 여전히 시민사회의 탈정치화를 주류전략으로 삼고 있는 보수적 정치집단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느껴왔던 수구적 정치세력의 합작이 아직 신생의 상태를 벗어나지도 못한 국가인권위원회를 식물기구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2.
애당초 1993년부터 공대위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가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종용한 이유는 다름 아니다. 권위주의체제로부터 어렵게 이루어낸 민주화의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 것, 즉 절차적 혹은 선거제 민주주의의 성취에 불과했던 1987년의 성취에 그 실질을 불어넣자는 것일 따름이었다. 국순옥 선생의 말처럼 수직적 권력의 문제인 주권을 수평적 인권개념으로 통제하지 못하면 그것은 더 이상 민주주의일 수 없음을 우리 시민사회는 직관적으로 포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1987년의 지향이 민주화라고 한다면, 그 민주화는 인권으로 충만된 절차, 인권으로 향도(嚮導)된 정치, 인권으로 통제된 권력을 이루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
설립운동 초기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까닭은 이 때문이다. 인권의 집행기구로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뿐 아니라 그것을 유효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기구여야 했다.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에 관한 UN 핸드북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성격을 ‘사법적’이거나 ‘입법적’인 것이 아니라 좁은 의미에 있어서 모두 ‘행정적’이라고 규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가인권기구는 국가권력이나 국가주권에 의해 창조되거나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인권을 국가에 대하여 ‘집행’하는, 국가 내에 존재하는 국가외적 기구인 것이다.
사실 87년 체제가 직면하는 권력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해방 이후 과도하게 성장한 우리나라 국가체제에서 국민의 전 생활을 억압했던 권위주의적 권력이 물러나간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의 문제는 민주화의 실체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이론적으로야 시민사회의 위상이 제대로 확립되어 진정으로 민주적인 국가공동체를 구성해내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우선 시민사회는 여전히 정치로부터 경원의 대상이었다. 87년 체제 자체가 기존 정치권력과 시민사회의 타협의 산물이었던 터에, 게다가 3당 합당의 형태로 진행된 보수 세력의 야합은 권위주의적 통치의 잔재를 온전히 보전하게 만들었고, 그에 이은 정권교체 역시 48년 체제로 특징 지워지는 반공체제의 편향된 정치구조를 혁파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다. 건국 당시부터 시민사회를 부정하며 오히려 시민사회 위에서 군림하는 우리의 정치체제가 한두 번의 정권교체만으로 불식될 수는 없었다.
또한 이런 판국에 불균형하게 급성장한 경제력은 정치권력에 의한 억압에다 경제권력, 자본권력에 의한 억압을 가중시켰다. 당연히 권력의 공백은 재벌과 투기세력 그리고 토건세력들로 채워졌다. 제5공화국 당시 국제그룹이라는 재벌도 대통령 말 한 마디로 해체되던 것이 민주화 이후에는 재벌의 총수와 그 아들까지도 대통령에 출마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더불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금권통치를 정당화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주택 200만호 건축→세계화→IMF 극복 및 구제금융→FTA→4대강 공사 등으로 흘러가는 일련의 이벤트들은 자본이 우리의 일상을 억압하는 공적 권력으로 전이하는 통로가 되었다.
하지만 권위주의적 권력이 남긴 공백은 관료제의 약진 없이는 온전히 충전되지 못한다. 정치권력의 약화는 그를 숙주이자 숙적으로 삼았던 관료들에게 무엇보다 좋은 기회가 되었다.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의 쇠퇴와 더불어 최대의 권력기관으로 급성장한 검찰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무슨 무슨 마피아로 불리며 장관 길들이기까지도 서슴지 않는 정부부서의 행태들 또한 마찬가지다. 권력이 법으로 포장되어야 하는 것이 선거제 민주주의가 표방하는 법치의 외연이라고 한다면, 관료들은 이 법의 이름을 어떤 때에는 정치권력에게 또 다른 때에는 자본권력에게 빌려주고 그럴듯 하게 포장하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해온 것이다.
3.
우리 사회에서 인권을 향한 요청은 바로 이런 상황으로 인해 더욱 절실하다.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권위주의체제가 물러났다고 해서 인권이 덜 침해되거나 혹은 그 침해 정도가 더 연성화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권침해의 주체가 더욱 다양해지고 그 침해 양상이 더욱 정교해질 따름이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작업장에서 내몰리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그렇고, 기존의 생활가치를 보전하고자 노력하던 용산 철거민들의 처지가 그러하다. 식량과 위생의 주권을 외치던 촛불집회는 군인들의 동성애처벌조항 철폐를 외치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다양한 삶의 요청이 안보와 질서라는 이름으로 혹은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억압당하고 왜곡당하며 질곡에 머물기를 강요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료들은 법의 이름으로 이런 억압과 왜곡을 정당화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는 여기서 당위가 된다. UN인권위원회의 「파리원칙」(1991)은 국가인권기구의 기능으로 인권에 관한 법제도와 정부정책에 관한 자문기능, 일반 대중에 대한 교육기능, 그리고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기능을 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능은 국가공동체의 모든 가치지향들이 인권이라는 최우선적 가치를 향해 끊임없이 조정되고 그 안에서 통제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에 있다. 혹은 인권의 핵심가치로 규정되는 인간 또는 인간됨 그 자체가 궁극의 가치로 작동해나갈 수 있는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인권기구의 중심기능이 된다.
2001년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직면하고 있던 숱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우리 역사상 최초로 공식화하였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 안보나 성장이 아니라 인권이 최우선적 가치이며, 국가도 민족도 아닌 개개의 인간 그 자체가 최고로 존엄한 존재임을 모든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그래서 1987년의 변화가 선거제 민주주의의 확립을, 1989년의 헌법재판소 설치가 입헌주의의 확립을 의미한다면, 2001년의 국가인권원회 설치는 우리나라가 인권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전기를 이룬다. 위헌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속 없는 국가기구가 됨으로써 국가 밖에서 국가를 통제하는 국가 안의 진지를 확보하고,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이 골고루 참여함으로써 불완전하나마 정파적 분할을 완화할 수 있는 인선방식을 채택하고, 경색된 사법절차를 버린 채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진정체제와 공개적인 심의구조를 둠으로써 접근성과 탄력성, 공개성과 책무성 등 인권의 필수요소로 거론되는 절차적 특징들을 비교적 온전히 구성해냈다.
더러는 대통령에 대한 국정보고의 문제라든가 상임위원회와 사무처의 관계 등과 같은 몇몇 지엽적인 문제의 시시비비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이나 작동, 그리고 접근성이나 유연성 등의 측면에서는 별다른 하자 없이 나름의 효과를 발휘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립여자대학교의 독신조항을 폐지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사형제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하고 테러방지법의 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촉구하거나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많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개선을 권고하는 등 우리 사회 가장 민감한 부분에 대해 인권이라는 척도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실천적으로 제시해왔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이나 사원을 채용할 때 키나 몸무게, 용모, 연령, 학력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학생의 두발을 통제하고 일기검사를 실시하는 것, 학교 안에 우열반을 두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의 양상들을 지적하고 인권침해는 국가뿐 아니라 우리 자신에 의해서도 가능함을 공표하는 역할 또한 수행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은 그 담론 형성의 기능이다. 상당히 많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들은 국가기관이나 기업체들에 의해 묵살되고 간과된 것도 사실이다. ‘권고권’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아무런 권력일 수 없는, 무의미성의 권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인권위의 존재는 많은 권력들에게 견제와 경원의 대상이 되어왔다. 인권의 담론이 권력의 대항담론으로 유효하게 기능할 수 있음을 시민사회에 널리 공표하는 기능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하나 하나는 대중매체를 통해 모든 시민들에게 전달되며 권력이 내세웠던 그 모든 판단기준의 상위에 인권이 존재하고 있음을 모든 사람들에게 주지시키는 귀한 역할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이런 역할은 정치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의제설정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안보나 성장과 같이 지금까지의 권력들이 의존해왔던 토대 자체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동시에, 보다 가치정합적인 대안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며 그 대안이 유효한 정치의제로 다루어질 수 있는 또 다른 장을 구성함으로써 인권정치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게 된다. 국가보안법에 관한 논의만 하더라도 국가 내 기관으로서는 최초로 그 위헌성을 공식화함으로써 시민들의 의식 확장에 기여했다. 진보적인 사람들마저도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나자 정치수뇌부에 병역미필자가 많아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한다고 비판할 만큼 군사문화가 내면화된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도 인권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선언한 것은 모두가 ‘예견하고 기다리던 충격’에 다름 아니다. 살색에 관한 차별결정은 인권은 우리 상식조차도 의심하여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켰고, 학생인권에 관한 결정들은 이 사회에 무의식으로 편재하는 숱한 억압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재 정치화하는 중대한 계기들을 마련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촉진한다. 수직적 권력의 담론들을 수평적 인권의 담론으로 여과해 냄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일구어내며 그 민주주의의 일상화, 편재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의 본래 목표는 의당 인권 그 자체의 실천이겠지만, 권위주의체제로부터의 이행과 더불어 48년 체제가 가지고 있던 반공과 보수라는 이념적 편향성마저도 털어내며 다양한 삶이 다양한 모습으로 정치화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이유로 구동되고 있는 것이다.
4.
너무도 미약한, 그래서 무시하면 그뿐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늘과 같은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은 이런 정치역학에 기인한다. 수직적인 권력담론에 틈을 내고 그 결을 거슬러 새로운 대항담론을 구성해내는 능력, 그것이 인권의 힘이며 또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이다. 그리고 보수적인 정치세력들이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태생적 한계들을 암세포처럼 증식시켜 국가인권위원회를 무너뜨리는 트로이 목마로 활용하게 되는 이유도 이런 국가인권위원회의 사실상의 권력이 못 마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출범 당시부터 정치권의 이해부족과 법무부를 중심으로 하는 법관료들의 조직이기주의 그리고 대중적 무관심이라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혀 어쩔 수 없는 타협 속에서 법제화와 조직화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중에 가장 크게 나타나는 한계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구성 방식이다. 원래 국가인권기구의 구성은 민주성과 책무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관한 파리원칙은 “인권을 위해, 인종차별에 맞서 활동하는 비정부단체, 노동조합, 관련 사회 및 직능단체, 사상 및 종교단체, 대학, 전문가들, 의회, 정부부처의 참여를 보장하는 절차에 따라” 국가인권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인권의 보장과 증진에 관여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들의 참여가 국가인권기구를 조직하는데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이런 권고를 일언지하에 배척해버린다.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라는 인권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국가기관만이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에 관여할 수 있을 따름이다.
여기서 권력분립의 틀에 따라 다양한 국가기관이 참여하고 또 국회의 추천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분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니 나름 민주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은 아무런 실체도 없는 반론에 불과하다. 애당초 우리의 헌정체제는 1948년 출범 당시부터 좌익척결을 기치로 진보진영을 소탕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으며, 가뜩이나 활성화되지 못한 시민사회는 철저하게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과정에서 배제된 채 과대 성장한 국가에 의해 획일적으로 통제되어왔다. 그 결과의 하나로 아직도 국회의원의 당선여부는 시민사회와의 연계성이 아니라 계파보스와의 관계 혹은 중앙당의 공천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3권 분립이라는 형식에 맞춘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은 그 자체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와는 완전히 단절된 채, 저들에 의해서 저들만의 의지와 전략을 가지고 지명되거나 임명되는 사람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성될 뿐이다.
이 점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성격 자체가 바뀌게 되는 현재의 상황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인권위원의 인선과정은 시민사회의 철저히 분리되어 손쉽게 임명권자 혹은 지명권자의 입맛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인권위원을 만들 수 있으며, 따라서 현실정치에서의 세력분포는 그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세력분포로 이어지고 그 결과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요원한 환상에 불과하게 된다.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 그 자체가 현실정치의 복제판으로 그들의 투쟁을 대신하는 또 다른 정치판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또 다른 한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존재목적에 어울리는 독자적인 인권규범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통상적으로 인권의 요청은 헌법의 기본권 요청과 상당부분 중첩된다. 그러다 보니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루는 사안들을 인권의 논리가 아니라 헌법의 논리로 접근하기 쉽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국가 밖에서 혹은 국가를 넘어서는 지위에서 인권을 보장하고자 설립한 기구가 국가의 헌법논리에 함몰되어 오히려 국가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하였던 은평 뉴타운 개발 사업에 관한 주민들의 진정을 법과 절차를 준수했다는 이유로 기각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태도가 그 전형적인 예다. 기각결정에서 이 사업이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공익에 봉사하며 광범위한 주민 의견수렴과 동의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한 것은 헌법판단에 불과할 뿐 인권판단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주거권이나 생활권, 환경권, 나아가 생활가치의 복원에 대한 권리와 같은 인권사항들이 이 조치들에 의해 어떻게 변경되었으며 어떻게 침해되었는지를 국가인권위원회는 우선 판단했어야 했다. 이러다보니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우에 따라서는 헌법재판소의 선례들을 학습하는 사례연습기구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법률뿐 아니라 헌법 혹은 헌법해석까지도 그 판단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오히려 헌법 해석의 틀에 스스로를 묶어둠으로써 인권의 해방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 또한 예견되었던 것이다. 인권위원의 자격을 법률가 특히 변호사에게 개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법률가 집단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구성하고 또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법률가의 양성체제를 미루어보면 잘 알 수 있듯이 법률가는 실정법의 해석과 적용에 대한 관료적 훈련만 받아왔을 뿐, 인권에 관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교육과 인권감수성의 함양은 오로지 개인의 열정에만 의존하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상당부분 법률가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 그 자체가 실정법해석의 수준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을 한정하겠다는 의지에 다름이 아니었다.
이 점은 다시 오늘날 국가인권위원회 폐해를 극단에까지 치닫게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한지 10년이 다가옴에도 독자적인 인권판단의 기준을 정립하지 못하고 헌법의 해석론이나 헌법재판소 결정기준들에 의존하는 한편 인권과 인권법의 구분 혹은 인권과 기본권의 구분조차도 명확히 하지 못함으로써 우리나라 인권레짐 자체의 안정화를 도모하는데 상당한 한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만일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가 독자적인 인권기준을 확립하고 이로써 헌법과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입법행위까지 유효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의 경우처럼 그렇게 쉽사리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악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5.
최근 많은 사람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갔다. 두 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했고 한 명의 비상임인권위원도 그 뒤를 따랐다. 전문위원이나 자문위원 등 국가인권위원회를 보좌하고 협력하던 많은 사람들도 또 그러했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기구축소 운운 하며 흔들어대던 바람에 이제 퀭한 간판만이 겨우 남아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자신의 존재이유조차 스스로 부정한 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양자택일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이런 판국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사망선고를 하기도 전에 그의 재활용 여부를 논하는 것은 너무도 성급한 일이다. 물론 재활용의 방법이야 다양하게 열려 있다. 대대적인 수리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정치권은 물론 경제 권력의 각성까지도 이루어져야 한다. 인권이 무엇이며 그것이 다른 어떠한 국가가치보다도 우선하는 것이라는 전 국가적 합의 또한 도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로 대한국민 인권선언 정도를 선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혹은 헌법을 개정해서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만들고 그 인권선언을 헌법의 전문에서 끌어들여 국가인권위원회의 행위준거로 삼도록 규정하는 한편, 형식적인 권고권뿐 아니라 시정명령권과 같은 실질적 권한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참 좋은 희망사항이다.
기왕에 꿈을 꾸는 김에 조금 더 나아가보자.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자리 잡게 하는 키워드다. 하지만 지금처럼 3대 국가기관이 나누어 먹기 식으로 쪼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선출하거나 아예 국민들이 선거로 선출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물론 후자의 방식은 이러저러한 난점들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제외한다면 현재로서 최선의 방식은 국회선출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다수결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권은 다수자의 의사에 대한 소수자의 자기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권위원의 선출은 2차에 걸쳐서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1차는 인권위원의 절반에 대하여 국회 본회의가 일반의결정족수에 따라 선출한다.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2차의 선출절차를 따르되 여기서는 ①원내 제1당은 배제되며 ②나머지 의원들은 원내교섭단체(제1당의 원내교섭단체는 제외) 또는 이 목적을 위해 일정수 이상의 의원들이 연합한 의원단체가 동일한 의결권을 가지고 합의한 명부를 대상으로 투표하고 그 결과에 의해 인권위원으로 선출한다.
예컨대 현재의 의석분포로 보면, 인권위원의 절반은 국회 본회의에서 일반의결정족수에 따라 선출한다. 나머지 절반의 인권위원 선출과정에서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혀 관여할 수 없다. 그 의원들을 제외한 원내교섭단체들(현재는 민주당 1개뿐) 또는 의원연합(가령 그 연합에 필요한 의원수를 5명 이상으로 한다면 자유선진당이나 미래희망연대등은 독자적인 구성이 가능할 것이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은 연합하여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등이 각각 1단체 1표의 의결권을 가지고 인권위원 후보자 명부를 구성하고 이를 한나라당 의원들을 뺀 나머지 의원들의 투표에 의해 그 선임을 확정한다(물론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내 다수당 특히 제1당과 제2당간의 야합을 막기 위함이다).
또 다른 희망사항으로는 이런 국회의 선출과정에 시민사회의 항시적인 참여가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두말할 나위도 없으며 인권위원의 추천 혹은 검증을 위한 시민추천위원회나 시민검증위원회의 구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희망사항들은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멀리 있다. 고사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바라보아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그냥 하나의 꿈이거나 아니면 또 다시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는 지난한 과정일 따름이다. 그래서 지금은 꿈꾸기보다는 꿈을 깨는 것이 더 절실해 보일지도 모른다. 더 나빠지기 전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권한다툼을 벌이기 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국민의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일, 인권이라는 숭고한 이름이 그들의 탐욕으로 더 이상 오염되기 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살처분’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먼 미래에 그 나마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재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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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관련 글 4 (2012년)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822133743
제2의 현병철 막으려면… (프레시안,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2-08-22 오후 2:35:31)
[창비주간논평] 투명한 인선절차 마련해야
8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연임시킨다는 대단한 결단을 발표했다. 평소 스타일대로 사회적으로 '증명된' 어떤 평가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본인이 결정한 배경만을 고수했다. 인권위 설립 이래 처음으로 도입된 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부도덕한 행위와 위원장으로서의 자격 미달, 반인권적 행태를 대통령은 외면했다.
현 위원장은 재임기간 3년 동안 국무총리실과 기무사의 민간인사찰 사건 진정 각하, MBC 제작진 검찰 수사와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의견 표명 부결 등 인권 현안을 외면하고 정부에 면죄부를 주었다. 또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에 과반수가 넘는 인권위원이 찬성했지만 이를 늦추기 위해 회의를 독단적으로 중지시키는 비민주적 운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인권위 농성을 하던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하고 단전과 난방 중단으로 건강권과 생명권까지 침해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인권위원장이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83%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겠는가!
현병철 연임이 보여주는 암담한 미래
논문 표절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인권위원장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하는 인권위의 수장이 청와대 출입을 자주 했다는 여당 의원의 청문회 질의와 증거는 그가 인권위의 독립성과는 아주 거리가 먼 인물임을 분명하게 해준다. 그런데도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제기된 의혹이라도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인권위의 업무수행이 무엇인지, 그것이 국제인권기준에 명시된 인권기구의 독립성이나 업무 수행과는 천양지차임을 말해준다. 청와대가 인권위를 일개 행정부처로 생각하고 있음을, 아니 그러한 기구로 만들려는 의도를 보여줄 뿐이다. 정부정책과 집행이 한국사회 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하든 말든, 인권위는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국가기구 정도로 남아 있기를 바랐고, 그 역할을 현병철씨는 잘해주었다. 그게 청와대가 현씨를 연임시킨 주요배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권위원장 임명이 단지 이명박정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한다. 현병철 연임반대 전국 긴급행동 소속 활동가들은 새누리당의 입장을 수차례 물었고, 심지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캠프에 26시간을 머물며 박근혜 후보의 입장을 물었지만 끝끝내 공식적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박근혜 측근 몇몇이 현병철 연임반대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현병철 연임에 찬성하는 측의 발언도 나오는 등 오락가락했다. 애매한 입장을 취하던 새누리당은 청와대 발표에 대해 "아쉽지만,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수호에 매진해 비판적 여론을 불식시키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그동안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던 것에 비해 신속하게 현병철 연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새누리당의 태도가 대선 표를 의식한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에 대해 수수방관한 새누리당의 태도는 국민들의 정치적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새누리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인권위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또한 이런 정도로 인권위와 인권위원장에 대한 태도를 보이는 정당이라면 인권관과 도덕관이 바닥에 있을 건 뻔하지 않으냐는 말이다. 2013년에는 적어도 '인권에 의한' 정치는 아닐지라도 인권기구와 인권에 대한 상식적 기준을 가진 집단과 사람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것이 쌍용차 22명의 생떼 같은 목숨을 스스로 저버리게 만든 비정한 사회를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대안은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만들기
연임 강행 발표 다음날,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필자에게 현병철 말고 대안이 없지 않으냐고 물었다. 필자는 인권위법 5조에 명시된 '인권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권력의 의중에 따를 사람을 찾다보니 없는 게 아니겠냐고 답변했다. 대안부재론은 변명일 뿐이다. 인사가 만사는 아니지만 그 자리에 적격한 인물을 임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한 기본을 무시하고, 청문회를 실시한 국회가 적격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2001년 인권위가 설립된 이래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인선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끊임없이 문제제기했다. 현행 인권위법에는 '국회 4인, 대통령 4인, 대법원장 3인'으로 임명권자만 있고 인선절차가 없다. 국제인권기준인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서 권고하는 인권위의 다원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대안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참여로 이루어진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서 후보를 2~3배 추천해 그중에서 인권위원을 임명한다면, 최소한 현병철씨 같은 무자격자가 임명되지는 않을 것이며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제기 되었던 법조인 중심의 인권위 구성에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제도의 공백을 악용하는 인사권자와 권력자를 최소한 제어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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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252118585&code=990304
[기고]이 대통령은 더 이상 인권을 모독하지 말라 (경향, 박래군 |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집행위원장, 2012-07-25 21:18:58)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나온 장향숙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울먹였다. 2010년 12월 초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점거농성을 하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생각나서였다. “‘칠흑같이 어둡다’ ‘춥다’ 그리고 ‘화장실을 갈 수가 없다’(눈물을 참으며 입술을 물었다) 중증장애인분들이었다.” 국가인권위에서 장애인 차별금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장 위원이었지만 이런 사태에 대해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난방도 끊긴 인권위 농성장에서 밤을 새운 뇌병변장애인 우동민씨는 농성 뒤에 급성폐렴을 얻었고, 그리고 한 달 뒤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사실에 대해서 국가인권위는 난방을 끈 적도 없고, 관리업체가 알아서 한 것이란 거짓해명을 했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청와대로부터 연임 내정을 받은 현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장은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의혹, 공금 과다 지출 의혹 등등의 추잡한 비리 폭로장이었다.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 “깜둥이” “야만족”이라는 반인권적이고 비상식적인 발언을 대한민국의 인권을 책임지는 국가인권위원회 수장으로서 셀 수 없이 해댔음도 소개됐다. 아마도 현 위원장의 대표 어록은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한 발언일 것이다. 2009년 12월,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를 서둘러 폐회하면서 했던 발언이다. 그해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법원에 의견표명하는 것을 기를 쓰고 막고자 했던 위원장이었는데, 전원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돼버렸다. 용산참사로 철거민들만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고, 살인진압 책임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으며, 유가족과 종교인,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1년 가까이 용산 남일당 참사 현장을 지키며 정부에 항의하고 있던 중이었다. 위원장이 찬성하면 법원에 의견표명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위의 발언을 하고는 회의를 폐회했다. 그럼에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발뺌하자 연합뉴스가 당시의 녹취록을 찾아 공개해버렸다.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결국 인권단체들은 위증죄로 현 위원장을 고발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아마도 현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은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의원인 듯싶다. 그는 “인권위원장은 공권력에 의해서 침해되는 인권사례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하는 자리”라면서 용산참사와 같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외면한 현 위원장은 부적격자라고 평가했다. 청문회에서 언급된 몇 건이 아니라 3년 내내 국가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애써 외면하거나 덮어왔다. 그래서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자문위원들이 대거 사임을 하고 국가인권위를 떠났고, 베테랑 조사관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항의하는 직원들의 함의행동이 이어졌다. ‘인권유린위원회’라는 오명이 국가인권위에 따라 붙었다.
그는 인권위원장 취임 때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권위와 인권현장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라면서 “차라리 모르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던 장본인이었다. 스스로 부적격자임을 알고 있음에도 3년간 인권위원장직을 유지해오고, 다시 3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이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가.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여론이 아무리 들끓는다 해도 현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이걸 막겠다고 박근혜 선거캠프를 인권활동가들이 기습점거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지금의 국가인권위법에서는 불통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인권에 대한 모독이 이보다 더할 수 없음에도 그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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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092121075&code=990304
[기고]현병철의 사회권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경향, 명숙 |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2-07-09 21:21:07)
지난달 11일 청와대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연임시키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연일 신문·방송을 장식하고 있다. 청와대는 연임 결정 배경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해 국제사회가 이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고, 생활밀착형 인권을 강조함으로써 인권이 국민 일상생활 저변에 스며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말 시민사회가 모르는 공로가 있고,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있단 말인가? 현병철 재임 3년을 되짚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북한 인권문제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 했고, 생활밀착형 인권이라고 하는 것도 제대로 못했다.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시피 그는 실제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권고나 실태조사도 제대로 안 했으며, 그저 북한 인권 관련 국제심포지엄을 몇 차례 개최하면서 여행경비를 유용한 게 전부였다. 그럼 생활밀착형 인권은 어떠한가?
생활밀착형 인권이라고 하는 것은 신조어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인권이란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권리이기에 원래부터 삶과 밀착될 수밖에 없다. 먹고살고 표현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짓밟히지 않도록 하는 게 인권이니, 모든 인권은 생활밀착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정부의 주요 정책이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외면할 때 면피용으로 사용하려는 수사가 아닐까 의심스럽다. 생활밀착형 인권이란 개념을 굳이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그리고 주거권, 건강권, 식량권, 교육권 등과 같은 사회적 권리와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현병철 재임 3년 동안 사회권 관련한 정책권고나 결정은 어떠했는가? 왕성한 활동을 보이던 2006, 2007년에는 정책권고 건수가 각각 28건, 15건에 이르렀는데 현병철 위원장이 재임한 2009년과 2010년에는 절반인 8건에 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실태조사도 2006년 11건, 2007년 7건이다가 2010년에는 1건에 그쳤다. 실태조사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빈곤한지, 어떤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지, 차별의 내용이 무엇이며, 어떤 장벽에 부딪치는지 알아야 인권정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권 관련 권고나 실태조사는 현병철 위원장 이후 거의 사라졌다. 심지어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실시한 서울역 노숙인 관련 실태조사도 인권위가 관련 권고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조용히 발표됐다. 또한 우리 사회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하는 비정규직 관련 권고는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1년반 동안이나 나오지 않았으며, 그 외에 중요한 정리해고나 심야노동에 대한 입법적 검토도 하지 않았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노동자의 목숨이 힘없이 스러지고 있지만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해서 한 번도 얘기하고 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진숙씨를 비롯한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에 대한 긴급구제를 3번이나 부결시킨 바 있다.
재벌이라는 거대 기업권력의 눈치를 보는 게 현병철 위원장의 태도라 할 수 있다. 인권위 법 19조에도 명시되었을 뿐 아니라 준국제기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인 국제인권규약위원회의 권고를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행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2009년 11월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형법 314조의 업무방해가 노동권을 제약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개선을 권고한 바 있지만 인권위는 이와 관련해 노동부에 권고이행을 촉구하는 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일제고사가 학생들의 교육권과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권고를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내렸지만 이와 관련해 어떤 의견조차 내지 않았고, 일제고사 관련 진정도 기각시켰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 활동이 이토록 후퇴한 것은 그만큼 인권위가 사회권을 다루기 위한 안정적 토대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꼬인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하나다. 재임 3년 동안 인권 정책과 결정을 후퇴시켰고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입증된 현병철 위원장이 제발로 인권위를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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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258
'하나마나' 현병철 인권위의 '권고', 미수용율 73.3% 달해 (미디어스, 권순택 기자, 2012.07.03  15:04:02)
국회예산정책처 공개…정보공개센터 “현병철 인권위, 무시받고 있는 셈”
국회예산정책처가 현병철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권고에 대한 해당 기관의 이행실적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발간한 <2011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서 2011회계연도 결산 주요 특징으로 “권고에 대한 해당 기관의 이행실적이 미흡하므로 권고 이행계획 및 미이행 이유를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권고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국회예산정책처 '2011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2009년부터 2010년, 2011년만 재추계한 표ⓒ국가인권위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에 따라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기관 등에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또, 동법에는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 등의 장은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8~201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각 부처 등에 총 75건의 정책권고 또는 의견표명을 했으나 ‘수용’ 12건, ‘일부수용’ 8건, ‘불수용’ 7건, ‘검토 중’ 4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되지 않은 비율이 73.3%에 달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관계기관 등이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을 모두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수용여부를 제시하지 않은 채 계속 검토중인 권고사항이 많은 것은 그만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에 대한 후속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에 따라 관계기관 등의 장은 권고 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이유를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서로 설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 4년간 권고 내용이 이행되지 않은 총 73건에 대해 해당 기관이 이유를 문서로 설명한 실적은 13건(73건 중)에 불과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역할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권위 권고가 2008년 37건에서 2011년에는 21건으로 줄어들었다”며 “최근 4년간 내용을 보면 인권위 권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눈에 띄게 위상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기관들도 무시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2009년 7월 취임한 현병철 위원장은 같은 해 12월 MBC <PD수첩>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용산 참사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 의견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두리반 단전조치,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안건에 대해 부결시켜왔다. 국가인권위의 ‘권고’ 자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던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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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침해는 장기 미제, 허무 개그 따로 없다" (프레시안,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2-06-25 오후 5:02:05)
[현병철 인권위, 3년을 말하다·①] 인권위의 북한인권위원회로의 변질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변질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인권위원장 최초의 연임이다. 현병철 위원장 시대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로 약칭함)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던 것일까? 바로 '북한 인권'이다.
현병철 위원장은 애초에 임명 당시부터 '적격 시비'에 휘말렸다. 인권위 법이 정한 요건, 그리고 인권위원장으로서 당연히 기대되는 이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현병철 위원장에게 특명을 준 바 있다. 즉 '북한 인권을 다루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병철 위원장은 토씨 한 마디 달지 않고 그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였다. 청와대는 흡족하였을 것이다. 그 연임 이유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데에 기여하였다"는 점을 직접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대에는 부응하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인권위의 직원들에게는 그리고 우리의 인권 상황에는 재앙과 같은 것이다. 인권위는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라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의 오남용의 가능성을 감시하는 것이 인권위의 주 업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인권위는 일개 대통령 산하의 행정위원회,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정부기구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이 북한 인권을 '특장'으로 하는 인권위는 우리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반하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현병철 위원장 시절 인권위가 다루었다고 하는 북한 인권옹호 활동도 민망한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현재 인권위의 북한 인권 문제의 접근법은 북한 인권 자체에도 도움이 안 됨은 물론이고, 인권위 자체를 정치적 부속물로 만들어 버리는 매우 불행하고 위험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위원회가 아니다.
먼저 우리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인권위원회이지 '북한 인권위원회'가 아니다. 인권위법 제4조 '적용범위'에도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의 영역에 있는 외국인"이라고 규정되어 있고, 제2조 '적용인권'에 대하여도 "'인권'이란 「대한민국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인권위법 제30조 1항에서는 인권위의 조사대상으로서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또는 구금·보호시설의 업무 수행(국회의 입법 및 법원·헌법재판소의 재판은 제외한다)과 관련하여 '대한민국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까지의 규정에서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그리고 2. 법인, 단체 또는 사인(私人)으로부터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로 특정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애초에 위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인권위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하여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탈북자(새터민)'의 경우를 나누어 접근하였던 것이다. 즉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 자체에 대하여는, 인권위가 직접 다룰 수는 없고, 다만, 국군포로, 납북피해자, 이산가족, 새터민에 대하여는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에서는 그와 같은 구분이 없어졌다.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는 기존의 인권위의 입장을 슬그머니 폐기하였다. 대표적으로 2010년 12월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및 북한 주민 정보접근권 관련 권고"에서는 인권위는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문화체육부장관 등에게 모든 매체를 통하여 북한 주민이 외부의 자유로운 정보에 접근하여 알 권리를 실현하고 인권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훈 위원은 전원위원회 회의 공개석상에서 리비아 사태에서와 같이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R2P)'을 말하고 북한 정권타도도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에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 정책 권고안'을 넣기로 결정하였다.
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능력은 충분한가?
이와 같이 현병철 위원장 시대의 인권위는 스스로 '북한인권위원회'의 역할까지 자임하였다. 그와 같은 '북한인권위원회로의 변신'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북한 인권침해 신고센터와 북한 인권기록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조직 확장은 무모하고도 무익한 것이었다. 주지하듯이 2009년 현병철 위원장이 임명될 당시 인권위는 급격한 조직축소를 당한 후였다. 정부 차원에서의 인권위 무력화 기도가 있었고, 마침내 인권위의 인원이 21%나 감축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인권위 본연의 일과 업무에 있어서도 인력과 조직이 부족한 마당에, 북한 인권을 위하여 새로 부서를 만들고, 일을 벌인 것이다.
한편,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은 인권위 관련 법령에도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모든 국가조직이 그렇듯이 인권위도 법령에 의하여 직제를 구성하고 운영하게 되어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라는 대통령령이 그것이다. 인권위의 조직감축도 그 직제령 개정을 통하여 수행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은 직제상 근거가 없다. 말하자면, 근거 법규도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급조'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은 결국 인권위 조사국의 '침해조사과'에 속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리고 담당 인력이라고 하여도 북한인권팀 2명에 불과하다.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이 북한인권연구센터에 11명, 그에 더하여 북한연구센터에 12명의 연구 및 행정인력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도 될 수 없는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 조사란 어려운 일이다. 북한 인권 침해 진정인은 탈북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이미 국가정보원과 검찰, 통일부, 군수사기관 등의 합동심문과정에서 그들의 경험담을 다 얘기하게 된다. 그것을 인권위에서 다시 반복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권위는 그 합동신문에 참여하고자 하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하였다. 나아가 합동심문을 마치고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 입소를 기다리는 탈북자들이라도 인터뷰하겠는 제안마저도 거부되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인권적 접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실례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하여 북한인권침해 신고센터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가 될 운명이었다고 하겠다. 결국 현병철 위원장은 모든 탈북자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인권위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웃지못할 일도 생겼다. 그리고 전화신고 접수, 수소문 방문 상담까지 지극한 노력을 하였다. 그래도 센터 개소 1주년인 금년 3월까지 고작 80여건의 진정사례를 확보하였을 뿐이다.
그러면, 그렇게 접수된 인권침해 진정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인권위법상 인권침해의 진정이 접수되고, 인권침해로 판정되면, 해당 기관에 대하여 시정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취할 도리가 없다. 진정사건은 그저 인권위 사무실에 잠자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 진정 사례들이 모두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어 각하될 방침이라고 한다. '허무 개그'가 따로 없다.
북한 인권 관련 인권위의 귀결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대통령은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활동을 '높이' 평가하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대통령이 바라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이 아니라 단지 북한 인권문제의 정치화였기 때문이다.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는 여하튼 그 점에서는 아주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북한인권침해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급조한 배경에는 '북한인권법'이 있다. 그 법안의 핵심사항 가운데 하나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이다. 이는 옛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본 뜬 것인데, 북한의 인권침해사실들을 기록하고 후에 과거청산의 작업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인권위는 그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자신들의 것으로 하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직제령에도 없는 북한인권기록관이라는 것을 먼저 만들고, 개소식을 성대하게 치룬 것이다. 일종의 '선수'를 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정부 내, 그것도 법무부의 소속으로 될 것이 유력하다. 그것은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고, 또 그 모델인 독일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의 성격을 보건대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에 대하여 인권위는 집요하였다. 예컨대 인권위법에 '관계기관' 협의가 규정되어 있다. 이것은 보통 우리 정부의 인권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국가기관의 권력 오남용의 위험성을 견제하기 위하여 하는 것인데, 이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를 위한 '로비'의 장이 된 것이다. 총리실까지 나서서 무마할 정도로 인권위의 노력은 집요하였다. 결국 인권위의 노력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지만,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어디에 설치되는가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법무부에도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생기고, 인권위에도 북한인권기록관이 존재하는 것 오히려 환영일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가 정부 안팎으로 이슈화되는 것, 그리고 인권위가 다른 문제가 아니라 바로 북한 인권 문제에 몰두하는 것, 그것은 참으로 현 정부가 바라던 바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위는 대표적인 '손 볼 대상'으로 꼽혔으며, 실제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하였고, 결국 조직 감축을 강행하였다. 그러나 이제 더욱 좋은 수가 생긴 것이다. 인권위를 북한인권위원회로 만드는 것이다. 인권위가 정부의 불법사찰이나 MBC 피디수첩에 대한 무리한 검찰수사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북한인권을 화두로 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렇게 하여 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권력의 충실한 우군이 되었다. 현 정부의 인권적 취약성은 북한 인권 문제를 내세움으로써 만회할 수 있고, 또 정부가 직접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하여는 인권위가 여론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 이데올로기 정치의 최전방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정치를 순화하여 공존의 자유를 지키고, 이데올로기를 제어하여 인간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인권이라고 한다면, 지금 인권위는 인권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북한 인권을 활용하는 데에 능통한 이들에게 진정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국제적으로 이슈화시켰다는 것이 인권위원장의 '치적'이라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오히려 '치부'가 아닌가 한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진정성'은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존재만으로 국격하락의 종결자가 된 그분은… (프레시안,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 2012-06-27 오후 1:53:07)
[현병철 인권위, 3년을 말하다·②] "현병철 인권위원장, 이념 아닌 자질의 문제"
동아일보가 정정보도를 한 까닭은?

2011년 6월 15일에 <동아일보>는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계속해서 A등급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에서는 국제민주연대가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국가인권기구 NGO네트워크(ANNI)가 한국 인권위의 등급강등을 요구하였으나 "한국 인권위에 대한 ANNI의 비판이 다소 편향된 경향이 있다", "진보 성향 단체들이 전체적인 시각을 대변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일축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가 나왔을 때 여러 이유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먼저 NGO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ICC의 활동과 국제관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ICC가 인권위에 서한을 보내면서 "비판이 다소 편향"되었다거나 "진보성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자체를 믿을 수 없었고 다른 이유로는 현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현병철 위원장과 <동아일보>와의 관계를 고려해보았을 때, 동아일보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했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서 '알려드립니다'란 제목으로 입장을 발표했는데 ICC는 그런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적이 없으며 ICC의장은 서한에서 "NGO와 한국 인권위와의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인권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에 우려를 표시하고 시민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 했다는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동아일보>는 ICC가 ANNI와 진보성향단체들의 편향적인 비판과 일방적 문제제기를 일축하면서 국가인권위의 A등급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인권위로부터 전달받아 기사를 쓴 것이고, 인권위는 보도가 나간 날에 ICC로부터 그런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으며 오히려 ICC는 한국 인권위에 대한 지속적인 시민사회의 비판에 대해 우려했다고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나 인권위 중 누군가는 '감히' ICC의장의 서한을 왜곡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가 그런 것일까?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인권위의 태도였다. 동아일보가 ICC의장의 서한을 왜곡하였다면 이는 한국 인권위로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인권위는 <동아일보>의 사과나 정정보도를 요청하기 보다는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
결국에 <동아일보>는 ANNI의 위임을 받은 국제민주연대와의 언론중재절차를 거쳐서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올리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다면 동아일보에 이런 굴욕을 안겨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동아일보> 기자와 인권위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바로 그 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분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분의 말씀이니 믿고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를 억울하게 하고, 그 덕에 뜬금없이 격무에 시달린 방콕의 ANNI 담당자를 짜증나게 하는 등의 갖은 민폐를 저지른 이 분은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로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갖은 '멘붕'을 초래하는 사건을 지난 3년간 안겨주시고 있다.
위원장님이 있는 한 내려갈 국격은 내려간다?
2010년 5월 17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UN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 뤼(Frank La Rue)씨는 이례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유감을 표시하였다. 통상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UN의 인권시스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준 국제기구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UN의 특별보고관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유감을 표시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프랭크 라뤼 특별보고관은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권고를 내렸는지 확인하고, 그러한 결론의 근거는 무엇인지 조사하는 면담을 하고자 상임위원들과의 합동면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위가 특별보고관의 활동에 협조하고 지원을 하기는커녕, 특별보고관의 정당한 요청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한 것이다. 이러니 특별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위원들과의 합동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특히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것이 꼭 현병철 위원장 때문만은 아니지만 유엔특별보고관이 인권위 상임위원도 못 만나고 가는 사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2011년 3월에 유엔총회에서 배포된 UN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한국 방문 보고서에는 '수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과 집단 면담을 갖지 못한 점도 유감스럽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아시아에서 정말 모범적인 인권위로 손꼽히고 세계적으로도 칭송받던 인권위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정부기관과 마찬가지로) 특별보고관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기관이 되었음을 UN차원에서 인증 받는 꼴이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현병철 위원장님은 취임 하실 때부터 인권위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셨던 게 분명하다. 2009년 7월에 인권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차기 ICC의장직을 포기한다고 발표하였다. 얼마나 우리사회가, 특히나 현 정부가 국제적 위상에 관심이 많은지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G20의장국 타령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6개월마다 돌아가면서 맡는 G20의장국 이상으로 세계국가인권기구의 수장을 한국이 맡는다는 정말 좋은 국격 상승의 기회였다. 위원장님께서 조국의 국격을 생각하는 애국자시라면, ICC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분이 국가인권위 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며 사퇴하셨다면 서로를 위해 참 좋았을 터인데 지금 생각해도 새삼 안타깝다. 그래서였을까, 국격 상승의 기회를 날렸다는 죄책감 때문이신지 현병철 위원장님은 유난히도 국제회의 주최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일은 인권위가 주최한 국제회의가 국격 상승에 별 도움이 안 되었다는 사실이다. 2011년 3월에 인권위가'유엔인권조약기구 시스템 강화를 위한 국제 시민단체 컨설테이션'이란 국제회의를 개최했을 때, 한국 시민사회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회의를 준비해서 갖은 논란만 자초하고 별 소득도 없이 예산만 날리는 꼴이 되었으며, 2011년 10월에 인권위가 야심차게 개최한 기업과 인권관련 국제회의 때도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자국 내에서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는 외면하면서 국제회의만 개최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더구나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회의 당시에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 대표들은 한국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여 인권위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였다. 자국의 문제는 물론, 해외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주최국의 모습은 분명 국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준비와 내용에서 진정성을 가지지 못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국제회의가 인권위의 위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또 인권위는 27일부터 정보인권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위원장님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인권위를 망가뜨리고 있는 모 비상임위원께서 2010년 8월의 전원위원회 때, 정보인권이란 용어자체를 이해 못하겠다고 하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인권위가 정보인권에 대해 어떤 자신감이 생겼기에 국제회의를 개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고 하는데 현병철 위원장님을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지, 심지어 위원장님이 연임까지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내 볼이 화끈해져온다. 위원장님은 이미 존재만으로도 이명박 정권하에서 내려가고 있는 국격의 하락속도를 가속시키는 국격하락의 종결자이시다.
이념이 아닌 자질의 문제
한국의 시민사회가 현병철 위원장을 반대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 분이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의 근본적인 자질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나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이나 비상임위원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권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고 무엇이 인권의 원칙인지 잘 이해하는 분들이 계셨었다. 정파적 이해관계나 소위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틀을 벗어나 UN인권이사회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권의제가 무엇인지, UN인권최고대표 사무소에서는 어떤 인권의제에 관심이 있는지는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G20 의장국의 국가인권위원장이 되었으면 한다는 게 그리도 무리한 요구일까?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ICC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편지를 보낼 때마다 부끄러움을 참기 어려운 지경이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장이 얼마나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지를 3년 넘게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런 사람 하나 쫒아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워 서라도 정말 더 이상은 그런 편지를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끔찍하게도 이 짓을 3년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견디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에게 묻고 싶다. 정말 현병철 씨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두는 게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린다고 판단하는지를. 그래서 만약 당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장의 자질 문제가 앞으로 3년 더 조롱거리 혹은 비아냥 거리가 되는 꼴을 두고 볼 것인지를.
참고로 새누리당의 황영철 의원마저도 2010년 11월에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가 있다. 제발 또다시 위원장님의 지난 3년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가면서 영어로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골머리를 싸매면서 국제사회에 편지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병철 씨가 결코 인권위원장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반응 때문이라도 알게 될 것이다.
자질 문제로 인권위원장이 임기 중간에 사퇴하는 것도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히셨으면 좋겠다. 그게 현병철 위원장이 한국 인권을 넘어 인권의 증진과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려 대의에 조금이나마 기여하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깜둥이' 발언 주인공이 인권위원장이라니…" (프레시안, 정민석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2012-06-28 오전 11:57:41)
[현병철 인권위, 3년을 말하다·③] 최소한의 기대마저 꺾게 하는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벗어라" (프레시안, 정민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2012-07-03 오전 8:46:18)
[현병철 인권위, 3년을 말하다·④] "국내 인권 후퇴의 1등 공신 현병철 위원장"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 내정으로 인권위가 또 다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현병철 위원장 연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연임 내정 소식을 접한 시민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의 3년을 떠올리면 참으로 가슴이 아려온다. 2010년 말, 당시 상임위원이었던 유남영, 문경란 위원, 조국 비상임위원이 위원직을 사퇴하고, 전문·자문·상담 위원 70여명이 집단 사퇴하면서 인권위는 초유의 파행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인권위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이들이 대거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현병철 위원장의 독선과 비민주적인 운영,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알리바이 기구로 전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문경란 위원은 사임의 변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판단의 근거는 인권이란 잣대가 아니고 오직 권력기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 지난 3년 동안 현병철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인권침해 정책에 대해 태클을 거는 정책권고를 유독 두려워했다. 당시 상임위원들의 사퇴의 결정적 역할을 한 상임위원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위원장이 단독으로 전원위원회에 안건을 상정 할 수 있도록 개정을 시도한 '국가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인권친화적 정책권고를 막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부 비위에 거슬리는 정책권고 두려워 운영규칙 개정 시도
운영규칙 개정안이 올라오기 직전인 2010년 9월 말, 인권위는 상임위원회 의결로 2건의 정책권고 결정을 내렸다. 하나는 현행 정보통신심의제도가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검열로 기능할 위험이 높아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부여되어 있는 정보 심의권 및 시정요구권을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이양하라는 권고였다.
다른 하나는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중인 자, 해고된 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노조법 상 근로자 정의규정을 개정하고, 행정관청이 노동조합 설립에 대해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 결정이었다. 오랜만에 인권위가 국제적 인권기준에 부합하고 인권적 관점으로 국내의 반인권적인 정책에 대해 의미 있는 권고를 한 것이다.
정부에 불리한 정책권고를 회피하려던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원회는 진보적인 인권적 권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위의 두 권고로 인해 현병철 위원장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했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하여 골치 아픈 상임위원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운영규칙을 개정하려는 시도까지 한 것이다.
권력의 편에 선 인권위
지난 3년 동안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인권위에 도움을 요청했던 인권현안들을 현병철 위원장은 얼마나 가차 없이 내팽개쳤던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김진숙 씨에게 사측이 전기 공급을 차단하여 심각한 생명권 침해를 받던 상황에 놓여 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을 한 건에 대해 위법 농성자라는 이유 등으로 부결시키는가 하면, 두리반 단전조치로 인한 긴급구제 기각, 코레일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에 대한 정책 권고 부결 등 긴급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인권위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국내에는 표현의 자유 억압정책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고 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시하였다. 그러나 정작 한국의 인권위만은 달랐다. 전원위원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안건이 올라오기만 하면 인권에 무지한 인권위원들은 망언을 일삼으며 정부의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주었다.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견표명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는 중 일부 위원들은 "집회자유에서 일정 제한이 필요하다. 심야제한은 합리적인 제안이다", "기본권도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라고 말해 방청객들을 경악시켰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는 인권위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위원들이 인권위를 장악하면서 선거기간 동안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했던 공직선거법9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의견제출을 부결시키고,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의견제출도 부결시켰다. 멀게는 광우병의심 미국산쇠고기의 위험에 대해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하려는 사건에 대한 의견표명도 부결시키는 등 국내의 인권의제들을 붕괴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자신의 치적을 위해 인권의제를 도구화한 현병철 위원장
올 해 인권위는 국제심포지엄 등 국제행사, 전화시스템 구축 등 인권개선과는 직접적 연관성 없는 예산은 증가시키고 장애, 여성 등 인권취약부분 예산은 삭감하였다. 얼마 전에도 정보인권을 주제로 한 아셈인권세미나가 한국에서 열리면서 인권위는 국제회의 개최 실적을 한건 더 올리게 되었다. 정보인권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해외 전문가, 활동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국제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이 반가워야 하는데 참담하게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바로 현병철 위원장이 정보인권의제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2009년 정보인권특별보고서 발간 사업을 추진하였고, 2010년 7월 전원위원회에서는 정보인권특별보고서 초안에 대한 안건이 상정되었다. 그러나 정보인권에 대한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위원들이 인터넷실명제 폐지 등 표현의 자유 부분을 문제 삼고, CCTV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 날 정보인권특별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하고 재상정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 이후 정보인권특별보고서의 행방은 1년 반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갑자기 전원위원회에 정보인권특별보고서에 관한 안건이 올라왔다.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이상하게도 현병철 위원장은 이 안건을 의결하여 정보인권보고서를 빨리 발간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몇 번의 전원위원회를 방청하였지만 현병철 위원장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비치는 일은 드물었다.
그동안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외면하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역시 민감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인권침해를 방조하던 현병철 위원장이 아니던가. 정보인권특별보고서에 민감한 내용이 담기는 것을 우려하던 현병철 위원장이 이제는 조금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일까 기대도 잠깐 했다. 그러나 곧 현병철 위원장의 진짜 속내가 드러났다. 정보인권보고서를 빨리 채택하여 영문번역을 해서 6월에 열리는 아셈인권세미나 때 오는 국제 인사들에게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발언을 듣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정보인권보고서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기위해 도구화하려했던 것이다.
국내의 인권증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제사회에 자랑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병철 위원장에게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은 인권위를 지옥으로 내모는 일이다. 국내 인권의제가 붕괴되는 일을 3년이나 더 눈뜨고 지켜볼 수는 없다. 국내의 인권증진을 위한 첫걸음은 현병철 위원장이 지금 입고 있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당장 벗는 일이다.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 그 이후 모든 게 엉켰다" (프레시안, 무명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2012-07-05 오전 7:53:10)
[현병철 인권위, 3년을 말하다·⑤] "2010년, 나를 힘들게 한 기억"
2010년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험악했던 조직축소 정국이 끝나고 '그래도 일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지나면 잊힐 것이고 어제의 상처에 매달려 오늘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인간사 모든 일이 언제나 그렇듯이. 2010년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맞이하기 싫지만 맞아야만 하는, 새로운 내일을 위해 오늘을 묵묵히 살아야 하는 새 출발의 시간이었다. 조직축소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일만 바라보고 가야 했다.
그러나 바로 그 해,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던 그 해에 2009년 조직축소 충격보다 더 큰 좌절을 맛보았다. '일개 말단 공무원이 뭐 그런 일에 신경 쓰느냐, 일만 해라'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고,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양심이란 게 있고 이것이 흔들리는 순간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MBC <PD수첩> 사건이나 박원순 변호사 사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지 않기로 한 사건은 양심의 문제까지 거론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 결정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개인적 선호가 있겠으나 사무처 직원의 처지에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그것은 독립적 판단 주체인 인권위원들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2010년 내내 무언가에 홀린 듯 이상한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수많은 사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무처와 상임위원회 무력화'쯤 될 것이다. 대략 시기적으로는 프랭크 라 뤼 UN 의사ㆍ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방한했던 5월부터 문경란, 유남영 두 상임위원이 사퇴한 11월까지다.
잘 알려진 것처럼 특별보고관은 외교통상부를 통해 위원회에 수차례 상임위원 등 인권위원들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위원회가 이를 거부하고 위원장 단독면담만 진행하는 바람에 일부 상임위원들은 사적으로 특별보고관을 면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특별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고 국회에서까지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특별보고관 사태는 2010년 위원회에서 발생한 무수한 갈등의 여러 계기 중 하나일 뿐 전부는 아니었다.
용산 참사, 인권위 사태의 시발
돌이켜 보면 사태의 시발은 2009년 12월 끝자락이었다. 용산철거민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에 의견을 제출하는 안건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당시 담당 조사관은 2010년 1월 초 장문의 글을 내부 게시판에 남기고 2월 사무실을 떠났다. 그는 이 글에서 위원들이 전원위에 안건을 직접 상정하는 것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단시키라"고 위원장이 직접 사무총장과 담당 과장에게 지시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당시 용산사건은 조사보고서가 완성되기 직전인 11월에 가서야 검찰수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인권위법에 따라 '수사기관 이송'으로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일부 인권위원들이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던 것인데, 그때 위원장이 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정 자체를 막으려 했는지 그 깊은 속을 헤아릴 수는 없다. 다만 12월 28일 전원위에 상정된 그 안건을 심의하던 도중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며 절차를 무시하고 회의장을 나가버린 막무가내로 볼 때 무언가로부터 쫓기는 수준의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 듯하다. 이 심리적 압박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다만, 상식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막연한 느낌만 있을 뿐이다. 비록 위원장이 기관을 대표한다고 해도 협의제 기관에서 위원들이 상정한 안건을 사무총장과 실무과장에게 '막으라'고 지시한 건 용인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비록 한 템포 늦긴 했지만 결국 인권위는 법원에 의견을 제출했다.)
문제는 2010년부터였다. 1년 동안 총 4~5건이 부결됐다. 법적으로 부결은 위원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사무처 안건 검토 과정부터 관리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었다. 상임위원과 위원장의 갈등은 점차 커졌고 사무총장은 그 사이에 끼어서 사무처를 제대로 총괄하지 못했다. 위원장이 사무총장의 권한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감지되기도 했다.
합의제 위원회 조직에서 위원장/상임위원/사무처 간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으로 대화와 협의에 기초한다. 절묘한 신뢰의 정치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위원회는 독임제 관청으로 전락하기 십상이고 사무총장은 그냥 일반 정부부처 실장급 간부로만 전락한다. 이렇게 되면 위원회와 사무처 간의 관계는 더욱 왜곡될 수밖에 없다.
붕괴된 위원회와 사무처간 상호협조 관계
2010년 1월 과장급 인사 문제와 관련하여 사무총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사무총장이 고심 끝에 준비한 인사안이 위원장의 추인을 받지 못한 탓이었다. 비록 사무총장의 사표가 반려되기는 했지만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사실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셈이었다. 5월 특별보고관 면담을 둘러싼 갈등은 위원회 내에서 사무총장의 입지가 사실상 사라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사무총장은 위원장과 상임위원 사이에서 사실상 파국만 남아있었을 뿐임을 인식했는지 6월이 되자마자 위원회를 떠났다.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권한은 사무처뿐만 아니라 인권위원 모두에게 부여되어 있다. 다만 위원들이 직접 안건을 상정하는 경우는 양날의 칼과 같아 신중해야 한다. 매우 급박한 상황이거나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해야지 직접 상정이 남발된다면 사무처의 존재 근거가 사라진다. 또한 안건 상정 과정에서 사무처 계선 조직이 활용될 경우 사무총장의 권위까지 추락한다. 전임 사무총장의 경우도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것으로 능히 추정할 수 있다. 사무처에서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도록 사무처 스스로(심지어 사무총장을 무시한 채!) 방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이를 감지한 위원들이 직접 안건을 상정할 수밖에 없는 사면초가 상황에서 그 누군들 버틸 수 있었을까 싶다.
당시 직원들 중에는 위원들의 직접 상정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이들의 비판은 옳지만 사태의 일면만 주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사무처는 이미 위원장 중심의 독임제로 운영될 기미가 완연했고 사무총장이 실장급 간부로 전락하는 상황이었기에 위원들은 긴급 현안에 침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위원이 직접 안건을 상정하는 일이 지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1년 하반기에 결정된 북한 인권 관련 정책권고 중 여러 건이 위원 발의 안건이었고 안건준비에 사무처 실무자들이 동원되었다. 위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무자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국장과 사무총장이 능동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2010년과 다른 점이라면 이에 대한 비판조차 사라졌다는 대목이다.
위원회와 사무처 간의 긴장감 있는 상호협조 관계의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이 하나 더 있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도 많이 회자되었던 일이다. 2010년 상반기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상임위원 간담회를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로 맞대면하기 불편한 건 사실이겠지만 전임 위원장 이후 위원장/상임위원/사무총장/국장 간의 가벼운 간담회 자리는 '대화와 협의에 기반한 신뢰구축'을 위한 최적의 장치였다. 사실상 유일무이했던 대화의 장이 사라지면서 상임위원들은 사무처가 어떤 주제로 어떤 안건을 검토하고 있는지 제대로 공유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그 결과 일상적인 메모 보고 등으로 공유할 사안들까지 모두 상임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행정력 낭비가 고착화되고 있다.
사무총장이 떠난 뒤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6월 28일 개최된 2010년도 제11차 전원위원회에는 특이한 안건이 하나 상정되었다. 직원들도 많이 참석했지만 외부 방청객 수만 해도 이례적으로 많은 총 24명이었는데 기자만 16명에 이르렀다. 아마도 신임 사무총장 임명 건이 상정되었기 때문에 그리 붐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특이 안건은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상 상임위원들이 상임위원회에 안건을 제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해석하는 보고서였다. 아주 틀린 해석은 아니며 충분히 주장할 만한 논거를 가지고 있었으나 문제는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민감한 안건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순간 위원장은 고립되고 모두 통과될 것이 명약관화하기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처럼 뻔한 정황을 인권위 직원들은 대부분 알았다. 그러니 직원들이 위원장의 꼼수를 비판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임위원들
논의 결과는 '개별 위원이 관련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면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거였다. 이에 따라 3명의 비상임 위원이 개정안을 마련하여 10월 25일 전원위에 상정했는데, 위원장이 직권으로 전원위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설령 상임위원회에서 1:3으로 몰리더라도 위원장이 상임위보다 전원위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나머지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직권으로 전원위 회부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개정안에서는 고문경찰 직권조사 결정이나 공항 전신스캐너 권고 결정을 예로 들면서 "상임위의 거듭된 파행결정"이라 표현하고 있다. 상임위 무력화의 극단을 보여주는 이 운영규칙 개정안으로 인해 꿋꿋이 참고 견뎌왔던 문경란, 유남영 두 상임위원이 사퇴했다. 상임위원이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그리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는 당시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심지어 청와대가 위원장의 용퇴를 권유했다는 보도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위원회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던 문제의 안건은 2년 가까이 표류하면서 관련 내용이 여러 번 수정되었다. 결국 지난 5월 27일 위원장에게 직권상정 권한을 주자고 제안했던 비상임 위원이 스스로 해당 조항을 철회하면서 수정 의결되었다. 총 5차례나 전원위에 상정되는 진기록을 세운 뒤였다. 안건상정의 목적은 전혀 이루지 못한, 아니 이제는 이룰 필요성이 더 이상 없는 운영규칙 개정안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위원회 내부에서조차 관심을 갖는 이가 없다. 2010년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일련의 부결 결정이 아니라 인권위의 핵심 동력인 사무처의 형해화였다.

 

현병철 연임, 누가 막을 것인가? (프레시안,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2012-07-09 오전 10:04:56)
[현병철 인권위, 3년을 말하다·⑥] "해법은 제도의 개선과 시민사회의 힘"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연임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3년간 부적격, 불법 인권위원장에 반대하는 싸움을 벌여온 터라 너무 허탈했다. 인권한다는 사람들이 좀 까탈스럽긴 하다. 지난 2009년 인권단체들이 제시한 '국가인권위원장 자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권위원장은 1) 전문성, 경험, 인권지향성 갖춘 인물, 2) 독립성 수호 의지 있는 인물, 3)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인물, 4) 인권상황 개선 의지 뚜렷하며 인권위의 성과를 계승, 극복할 수 있는 인물, 5) 국제인권기준 실현의 의지가 있는 인물, 6) 국제사회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 7)시민사회 목소리 귀 기울이는 인물, 8) 도덕적으로 청렴한 인물 등 8가지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인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2009년 이후 단 한 번도 이 정성들여 만든 가이드라인이 활용되어 본 적이 없다. 그 이유가 참 허무하다. 현병철 위원장에게는 이런 가이드라인까지 동원하여 검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병철 위원장은 그냥 그 자체로 불법 인선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인권위원(장)의 자격요건을 명시되어 있으나, 현병철 위원장은 스스로 "인권위 또는 인권 현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자백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요건을 넘어서는 이상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아예 '법'을 위반한 인선이었으니, 좀 더 나은 인물의 자격요건을 제시한 인권단체들의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다.
하도 답답해서, 다른 나라 인권위원장의 면면을 한 번 살펴봤다. 태국 인권위원장은 여성인권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약해온 인류학자, 필리핀 인권위원장은 필리핀의 민주화외 인권 증진을 위해 평생을 싸워온 운동가, 뉴질랜드 인권위원장은 장애인권, 스포츠, 청소년 교육 분야에서 일해온 변호사, 캐나다 인권위원장은 다문화, 아동, 가족 문제를 다뤄온 변호사, 호주 인권위원장은 차별금지법과 인권법, 난민법 영역의 일을 해온 전직 법관, 영국 인권위원장은 인종문제에 관한 TV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언론인이자, 전직 인종평등위원회 위원장,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권위원장은 아프리카민족회의 집행위원과 옴부즈만을 역임했고, 남아공 헌법 제정에도 참여했던 인권변호사였다. 이 정도는 되어야 일국의 국가인권위원장을 할 수 있는가 보다.
인권현장 경험도 전무한 인물이 국가인권위원장
<신동아>에 연재되고 있는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의 회고록을 보면, '세계국가인권기구협의회'(ICC)의 부의장으로 선출될 당시, 경쟁자인 호주, 뉴질랜드, 인도, 필리핀의 인권위원장들이 워낙 명성이 높은 인물이라, 자신의 당선이 녹녹치 않았다고 한다.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은 편인 안경환 교수조차 이런 애기를 할 정도로, 세계 각국의 인권위원장의 프로필은 화려했던 것이다. 우리 국가인권위원회 영문 홈페이지의 위원장 소개 코너를 방문해 보았다. 현병철 위원장의 경력 란에는 단 한 줄의 인권 경력도 없었다. 유독 대한민국만, 인권관련 연구도 인권현장에서의 경험도 전무한 인물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인권위원장 인선에 대해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인권위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 바로 인권위를 구성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권에 대한 신념도 인권에 대한 경험도 독립성에 대한 의지도 없는 사람들이 인권위를 구성한다면, 인권위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법적 강제력도 없는 인권위의 권고가 70% 넘게 관철되는 비밀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권위의 '사람들'이다.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며 새로운 인권의제들을 발견하고 선도적으로 제기하고 사회에 안착시키는 일은 '법'에 쓰인 대로만 일해서 되는 일이 결코 아니다.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세계적인 규범들이 하나 같이 인권위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의 사례는 부적격 인사가 인권위원장이 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생생한 증거를 제시한다. 불행하게도 현병철호 인권위가 국제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다. 그의 재임 시절 인권위는 인권위가 꼭 나섰어야 할 인권현안에는 침묵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인권위의 위상과 역할에 맞지도 않는 북한인권문제에만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그나마도 별다른 성과조차 내지 못했다. 국내 인권운동가와 인권전문가들은 인권위와의 협력을 사실상 거부했고, 국제사회에서도 거센 비난과 항의에 직면했다. 인권위 내부의 평가도 냉혹했다. 인권위 직원의 90%가 사실상 연임을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고, 직원들은 아예 현병철 위원장 연임에 반대하는 언론기고를 연이어 하고 있다.
이 정도 인물이라면, 애초에 임명되지 말았어야 맞고, 연임은 더더군다나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불법적 사태가 벌어지는 데에도 제도적인 통제장치는 전혀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새로 도입된 인사청문회 덕에 국가인권위원장의 적격성 여부를 국회에서 따져 물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인권위원장의 임명은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10년 전 치열했던 현장이 재현되고 있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이 애초에 제도적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던 것은 인사청문회와 더불어, 인권위원장 추천-인선과정에서의 민주적 통제였다. 예컨대, 태국, 인도네시아, 남아공, 인도처럼 인권위원(장) 인선위원회를 먼저 구성하고,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추천한 후, 이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일단 임명권자가 독단적으로 임명을 한 후 검증을 하는 방식이라면, 이러한 인선과정은 아예 임명과정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부적격 인물이 자연스레 걸러지고, 인사청문회 자리에 오르는 것은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다.
물론 나쁜 제도가 항상 나쁜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인권위원(장) 선임과정은 매우 허술한 제도였지만, 훌륭한 인권위원들도 제법 있었다. 반대로 제도가 개선된다고 좋은 결과가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추천위원회의 추천 → 대법관 임명제청 → 대통령 임명 → 국회 임명 동의'라는 다단계 검증과정을 거치는 대법관 인사에도 얼마나 많은 비판이 쏟아지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제도는 필요하다. 좋은 제도는 좋은 결과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마련된 추천-인선절차와 실질적인 인사청문회는 임명권자의 자의적 결정을 통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 번 인권위원(장)에 대한 추천-인선절차의 공개적, 민주적 절차의 도입을 촉구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에서 이러한 논의가 허망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사청문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을 밀어붙일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 무리수에 대해서도 법적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이다. 지난 2001년 인권위가 설립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강력한 시민사회에 있었다. 인권위를 설립하고자 싸웠던 그 인권운동가들과 시민들의 힘이 없었다면 지금 인권위는 존재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10년 전 인권위 설립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그 힘이 이번에는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결집되어야 한다. 그 힘이 다시 모아진다면,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고, 인권위가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 '현병철 연임 반대와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전국 긴급행동'이라는 이름으로 결집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 애석한 일이지만, 10년 전의 그 치열했던 현장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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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20624135923
인권위 직원 90%, 사실상 현병철 연임 반대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2-06-24 오후 2:29:15)
인권위, 청와대 연임 발표 이후 또다시 소요 사태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10명 중 9명은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을 사실상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준) 국가인권위원회지부는 청와대가 현 위원장의 유임을 결정한 것 관련, 긴급 직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응답자 중 90%가 현 위원장 임기 중 인권이 후퇴됐다고 응답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응답자 중 77명(89.53%)이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그리고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지난 3년 동안 한국의 인권상황이 어떠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후퇴했다'는 답변을 했다"며 "이전 정권이나 이전 위원장 때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의견이 8명(9.3%), '발전했다'는 의견은 1명(1.16%)이었다"고 밝혔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인권위가 사회 각종 인권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응답자 중 78명(90.7%)이 '각종 인권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답한 반면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의견은 3명(3.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5명(5.81%)이었다.
'현 위원장이 연임한다면 앞으로 우리 위원회가 우리 사회의 인권보호 및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73명(84.88%)가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실상 연임을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반면 '기대한다'는 의견은 3명(3.49%), '잘 모르겠다' 10명(11.63%) 순이었다.
인권위지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에 명시된 인권위원을 자격기준을 보면 '인권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에서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인권위원장으로 자질이 잘 검증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지부는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이메일 송수신 방식으로 인권위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의 의견을 조사했다. 총 159명에게 이메일을 발송했고, 이 중 86명(응답율 65%)이 설문에 응답했다.
지난 11일 현병철 위원장을 연임하겠다는 청와대의 발표가 있던 이후, 인권위는 또다시 소요사태를 겪고 있다. 21일 장주영 인권위 비상임위원이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인권단체들은 공동행동에 돌입했다. 또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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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피해자들의 아우성…“현병철 인권외면위였다” (한겨레, 진명선 엄지원 김보협 기자, 2012.06.12 19:01)
‘현병철 인권위’ 3년 돌아보니
2009년 7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뒤, 인권침해에 직면한 시민들에게 인권위원회는 무능력한 존재였다. 평범한 시민부터 인권·시민운동가, 인권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인권위로 인해 오히려 인권침해를 당한 ‘인권위 피해자’도 양산됐다.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현 위원장을 연임시키자,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 인권위가 외면한 사람들 현 위원장이 취임한 2009년,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안이 봇물을 이뤘다. ‘피디수첩 사태’가 대표적이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의 불을 지핀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수사 의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인권위 사무처는 2009년 12월 “공적 영역에서 언론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때 언론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자는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올렸다. 그러나 현 위원장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조능희 피디는 “정상적인 인권위라면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지켜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신청한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 관련 의견표명’ 안건도 ‘현병철 인권위’는 부결시켰다. 김 지도위원은 “공권력 투입으로 인해 식수·음식·옷가지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침해에 대한 마지막 구조요청을 인권위가 뿌리쳤다”고 말했다.
‘인권무시위원회’
PD수첩 수사·한진중 농성…의견표명 번번이 부결시켜
인권위원들 반발 ‘줄사퇴’

■ 배제된 인권위원, 인권위 직원들
현 위원장 체제에서 인권위 의결 구조도 왜곡됐다. 위원장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 위상이 강화되는 대신 3명의 상임위원들로 구성된 상임위 권한은 축소됐다. 2010년 10월에는 인권위 상임위원 3명이 특정 안건에 합의하더라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전원위에 상정해 재논의할 수 있고, 상임위 의결로 가능했던 긴급 인권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도 전원위를 거쳐야 하는 등 상임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운영규칙 개정안을 전원위에 상정해 상임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2010년 11월1일 상임위원 3명 가운데 2명이 사퇴했다. 유남영 위원은 임기를 1개월 앞두고 사퇴했다. 한나라당이 추천한 문경란 위원마저 “인권위가 파행과 왜곡의 길을 거쳐 고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사퇴했다. 비상임 인권위원으로 일했던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를 비롯한 60여명의 전문·자문·상담위원들도 줄줄이 사퇴했다.
뒤이어 현 위원장은 직원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인권위는 2011년 2월 인권위 직원노조 핵심 간부였던 강아무개 조사관의 고용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인권전문가를 별정직·계약직으로 채용해 2~3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던 관례에 비춰 파행적인 처사였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에 비판적인 인권전문가를 솎아내려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하며 1인시위에 나선 인권위 직원 11명이 정직과 감봉 등 징계를 받았다.
강 전 조사관은 “1인시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사안에 대해 인권위가 양심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같은 일로 인권위 직원들이 징계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강 전 조사관이 끝내 해고되자, 인권정책과 노동인권 부문에서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담당했던 김아무개 조사관도 지난해 1월 사표를 썼다.
인권위 안에서도 인권침해
인권위 점거농성하자 단전
장애인 1명 폐렴으로 숨져
직원 자르고 무더기 징계도

■ 노동권에 눈감고 소수자를 내몰고
노동인권 문제를 전담했던 김 전 조사관이 사직한 뒤 1년6개월 동안 인권위가 내놓은 노동권 분야 정책 권고는 하나도 없었다. 회사 쪽의 탄압에 밀려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댔던 곳이 인권위였는데, 현 위원장 체제에선 그 역할마저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400명의 생산직 노동자, 기약 없는 복직을 기다리다 22명의 동료가 죽어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2600여명의 쌍용차 노동자에 대해 인권위는 어떤 권고나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현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들끓던 지난해 1월에는 인권위를 점거농성하던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 활동가 우동민(43)씨가 급성폐렴으로 사망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당시 인권위가 농성장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멈춘다든가 전기를 끊어버리며 농성을 방해했는데, 그 같은 열악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농성 참가자들의 처벌도 적극 도왔다. 박 대표는 “과거엔 인권위를 상대로 시위를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지는 않았는데, 현 위원장의 인권위는 인권위 직원을 검찰 쪽 증인으로 세워 당국의 처벌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농성 참가자들은 지난 5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힘없는 소수자 피해, 정치적 민감한 현안에 침묵
사실상 국가·경제권력 편들어 “인권 최후의 보루 권위 추락”

■ 피해의 종착지는 평범한 시민들
무능한 인권위의 최대 피해자는 평범한 시민이다. 지난해 9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쐈다. 많은 학생들이 공포에 떨었다. 11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동원했다. 당시 인권위 홍보대사이기도 했던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에 대한 인권위의 공식적 의견 표명을 요구했으나, 현 위원장은 이를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 시위도 외면당했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해 주민 및 활동가들이 인권위의 현장조사와 해결방안 마련을 거듭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장은 “마을 어르신까지 경찰의 폭력에 속수무책인 상태인데도 인권위는 아무 구실도 하지 않았다”며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인권정책과 과장으로 일하다 그만둔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현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으로 혼란한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했다”며 “시민들의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없어 무력감이 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인권위의 한 직원은 “현 위원장의 취임 이후 인권위의 권위가 추락했고, ‘신문고’ 역할을 했던 인권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12일 현 위원장을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임기 동안 현 위원장이 자격이 없다는 것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해서 국민 정서에 맞게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숙제, '현병철' 연임과 인권위의 몰락 (미디어스,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2.06.14  13:13:13)
[기고]지난 3년간 현병철 위원장이 벌인 일을 잊을 줄 아는가
건방진 것이라는 빈정상함이 담긴 무심한 시선. 무자격 현병철 인권위원장과 내가 처음 얼굴을 마주하고 시선을 오가면서 든 느낌이다. 그날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해마다 인권위 업무계획 수립을 위해 인권단체와 간담회를 여는, 2010년 1월초였다. 현병철 위원장은 12월 28일 용산참사 철거민에 대한 재판부 의견서 제출안건이 전원위원회의 대다수 의원들의 찬성을 가결될 것을 보이자 갑자기 의사봉을 휘두르며 폐회를 선언했다.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나갔고 인권위원들의 항의로 돌아와 사과를 했다. 물론 의견제출건은 뒤로 미뤄졌다. 그래서 필자를 포함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사퇴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인권단체 간담회장소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반인권적 반민주적 행태를 비판하였다. 그는 우리의 비판이 고까웠나보다. 그런 표정을 짓다니...
왜 그는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명언을 남기며 무리하게 의견제출건을 막았던 것일까?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반인권성을 보여주는 것이 용산철거민 사망사건이었지만, 그때까지 정부는 용산유가족과 철거민들과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합의 전에 인권위가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결국 용산 유가족과 대책위가 정부와 합의를 본 12월 30일이 지나서야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안건이 다음해에 가결되었다. 정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었던 때에 말이다.
이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모르는 현병철 위원장의‘ 정권 비위맞추기’에 의한 독립성 훼손, 인권의 기준과 가치를 왜곡하는 결정들, 왜곡된 북한인권, 그리고 조사관들을 길들이려는 징계와 해고... 다 말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공로, 인권현안에 대한 침묵과 배신
며칠 전 청와대는 현병철 인권위장의 연임내정 배경을 “현 위원장이 국가인권위가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으로 국민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 북한 인권을 널리 알린” 때문이라고 했다. 도대체 무엇이 중립이고 균형된 시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인권위는 1993년 비엔나세계인권회의와 뒤이은 유엔총회의 결의로서 만들어진 국가인권기구이다. 준국제기구로서 인권위가 하는 활동의 최소 잣대는 국제인권규약의 내용, 국제인권기구의 권고 등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인권기준도 무시하며 내린 인권위의 결정은 ‘균형 잡힌 시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균형잡힌’ 비인권, 반인권적인 인권위의 인권침해조사 결정이나 정책권고 등은 한국사회 인권의 기준이 되어 인권의 가치를 호도할 수 있다. 인권단체들이 인권위가 알리바이 기구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인권위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청와대의 말처럼 인권은 ‘중립적’일 수 있는가? 인권을 침해한 가해자(권력)와 침해를 당한 피해자의 관계에서 피해자의 편에 서서 침해당한 인권이 회복되고 더 이상 비슷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제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권’이고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이다. 그런데 인권을 중립이란 말로 호도하는 순간, 인권은 이해관계자들의 단순한 ‘이권’이 될 수밖에 없다. 아래 표는 현병철 인권위원장 시절 정부가 행한 주요한 인권침해사건을 기각하거나 각하시킨 사건들이다. 올해 2월 코레일이 서울역사에서 노숙인을 강제퇴거하는 조치에 대한 정책권고를 부결시키는 등 인권위는 대기업의 눈치도 보고 있다.   

인권위의 ‘북한인권위원회’화
정부가 칭찬한 현병철 위원장이 앞장서서 하고 있는 활동이 북한인권이다. 현병철 체제 이후 인권위의 ‘북한인권위원화’는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전 인권위원장 시기에 북한인권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북한이나 남한 모두 유엔에 가입된 독립된 국가라는 점을 인정하고, 한반도 평화와 인권의 관점에서 북한인권을 접근해야 한다. 이전에는 북한인권 가이드로서 “위원회는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의 법적 근거 및 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엄연한 현실로 인해, 헌법 제3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조 및 제30조의 해석상 대한민국 정부가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북한지역에서의 인권침해행위는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하였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이러한 방향을 틀었다.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법은 보수인권단체가 하는 방식, 정쟁화하고,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현 위원장은 2009년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임진강 참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논평을 냈다. 북한 당국에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해 당국간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논평을 낼 당시는 임진강의 방류경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이러한 논평을 냄으로써 이 사안을 정쟁화시켰다. 그리고 이어서 ‘대북방송 재개’를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라는 이름으로 권고했다. 북한인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인권적인 접근이다. 일방적인 정보 발송은 어떠한 의미도 효과도 없다. 더구나 보수적인 민간단체들이 하는 대북방송은 남북의 긴장을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던 역사에 비추어도 반인권적이고 반평화적이다. 반면 인권위는 현 정부의 폐쇄적 대북정책이나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현병철 체제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된 정책권고수는 10년간 가장 많다.
그 후에도 북한인권 개선 중장기 정책 로드맵을 발표(2010.12.)하고, 북한 인권국제심포지엄을 성대하게 개최한 것도 모자라는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방안』이라는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을 유럽에서 개최(2011.7.)했다. 또 인권단체가 반대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하고, 조사권한도 없는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 및 북한인권기록관’을 설치했다. 정부가 칭찬할만하다.
해고와 징계로 인권위 조사관 길들이기
현병철 위원장은 임명 당시 청와대가 능력을 높이 샀듯이 정말로 ‘조직 관리에 능’했다. 어떻게 직원들을 정부 입맛에 맞게 길들일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인권위가 독립성을 잃고, 정부의 인권침해에 눈감을 뿐 아니라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인권위를 비민주적으로 운영되자 인권위 노조는 현병철 위원장 체체에 대해 비판했고, 그러자 인권위는 노조간부인 강 조사관을 재계약거부라는 방식으로 해고했다. 이에 인권위 직원들은 부당해고 진정을 내고 1인 시위와 릴레이 언론기고를 했다. 그러자 다시 업무시간 외에 1인 시위를 했음에도 품위유지와 성실의무 위반이라며 징계를 내리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벌이는 1인 시위를 인권위 직원은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양심 있는 조사관들이 비판을 못하게 막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행위일 뿐 아니라 조사관이 ‘정부와 인권위원장의 눈치’를 보도록 길들이려는 행위이다. 이제 직원들은 자기검열을 할 것이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소극적인 조사를 하게 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한다면 조사관을 비롯한 직원들의 ‘정권코드 맞추기와 관료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노리는 것과 박근혜 대권주자가 밝혀야 일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부터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가인권기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 이제는 현병철 위원장을 연임시켜 인권위를 폐기처분하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5년간 국정운영을 하면서 인권이란 말을 잘 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권은 ‘불온’한 것으로 취급했다. 그러니 인권위를 폐기처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씨는 어떠할까?
그녀가 최소한의 국제인권상식이 있다면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원장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인권위란 원래 국가기구에 쓴 소리를 하는 것이 역할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더구나 진보/보수를 망라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지점이 독선적 국정운영과 시민사회와의 소통불가능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차기 대통령은 달라야한다는 국민적 열망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을 시민사회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박근혜 대권주자는 어떻게 보는지 입장을 밝혀야 할 때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노림수는 박근혜가 풀어야 할 숙제로 공이 넘어온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8806.html
‘현병철 인권위’ 정책권고 급감…‘정권 눈치’ 봤나 (한겨레, 진명선 기자, 2012.06.20 20:30)
안경환 전 위원장땐 34건
“대통령이 불편해할 사안, 상임위서 통과되지 않아”
인권침해 인정비율도 줄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재임기간 동안, 국가인권위의 ‘정책권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권고는 인권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법령 및 제도의 개선을 국가기관에 요구하는 것으로, 인권위 활동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 10년 정책 업무 평가와 전망’이라는 내부 자료를 보면, 인권위 정책국이 내놓은 정책권고 수는 현 위원장 임기 첫해인 2009년 33건에서 지난해 21건으로 크게 줄었다. 정책권고가 가장 활발했던 2008년(36건)에 견주면 38.9% 줄어들었다. 특히 위원장 이·취임이 없었던 해를 기준으로 보면, 현병철 위원장(2010~2011년) 임기 평균 정책권고 수는 연간 21.5건으로 안경환 전 위원장(2007~2008년)의 34.5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대 위원장인 김창국 위원장(2002~2004년)의 27.3건에 견줘서도 낮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할 만한 사안에 대한 정책권고는 정책국에서 상정을 해도 (상임위원회 등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며 “민감한 사안은 직원들이 알아서 상정하지 않게 됐고 지금은 사실상 정책기능이 마비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출범 이래 가장 많은 정책권고를 쏟아냈던 2008년의 경우,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이행에 관한 권고 △국방부 장관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 대책 강구 지시’에 대한 의견 표명 △인도주의적 대북 식량지원 권고 등을 내놓아 인권을 옹호하는 독립기관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진정 사건 가운데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건의 비율(인용률)도 현 위원장 임기 들어 감소하는 추세다. 경찰 관련 진정사건 가운데 인권침해로 인정한 비율이 2005~2008년 평균 9.8%였던 데 비해 2010년 7.2%, 2011년 5.9% 등으로 감소했다. 군대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평균 13.6%였던 인용률이 2010년 4.8%, 2011년 6.4%로 반토막났다. 검찰의 경우엔 2005~2008년 평균 5.9%였던 인용률이 2010년 2.2%, 2011년 5.6% 등으로 오르내렸지만, 처분의 구체 내용을 보면 고발·수사의뢰, 긴급구제, 징계 권고 등 수위가 높은 처분이 한 건도 없었다.
가장 일반적 수준의 처분인 ‘권고’의 영향력도 현 위원장 들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검찰·군 등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진정 사건을 해결하라며 인권위가 내린 ‘권고’를 해당 기관이 수용한 비율을 보면, 2002년 100%였던 수용률이 지난해 54.5%로 곤두박질쳤다. 권고에 대한 국가기관의 수용률은 초대 김창국 위원장 시절 평균 95.3%, 안경환 전 위원장 시절 89.1%에 달했으나, 현 위원장 임기에 이르러 66.8%에 그쳤다.
결국 현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가 주요 권력기관 관련 인권침해 사건을 소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는 노력도 크게 하지 않았으며, 각 기관도 인권위의 권고를 만만하게 받아들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과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위원장이 역사적 과오를 더 지지 않고, 최소한의 양심있는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인권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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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190301045&code=940702
인권위, 정부에 비정규직 남용 방지 권고 (경향, 김향미 기자, 2012-01-19 03:01:04)
ㆍ차별 시정·사회보험 확대도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정부에 비정규직 남용방지·차별시정·사회보험적용 등을 다시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18일 공개한 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에서 “국가가 비정규직 노동권 개선을 위한 종합 계획을 확립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가인권계획은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 인권정책 종합계획이다. 정부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2007년부터 5년간 1기 국가인권계획을 세워 이행해 왔다. 올해부터는 2기 국가인권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정부의 1기 국가인권계획 운영 실태를 평가한 결과 비정규직 대책 분야에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간제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리를 삽입하고 차별 시정과 관련한 그동안의 대책을 종합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정부가 앞으로 5년간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차별 시정 및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할 것을 재권고했다. 기간제법(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과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의 효과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것도 재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2기 권고안을 통해 정부에 ‘위법한 사내하도급 규제를 위해 대법원 판례 등에 기초한 파견·도급 기준을 마련하고 파견법을 개정할 것’을 추가로 권고했다. 공공부문에서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상시적 업무에서 비정규직 활용을 제한할 것도 추가했다. 그동안 공공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대책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기간제 근로자가 소폭 줄어드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고 비정규직 고용 비중 역시 더 이상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비정규 노동이 잦은 실직과 근로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1/20/0200000000AKR20120120174400004.HTML
핵심쟁점서 후퇴한 2기 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2012/01/20 17:57)
국보법 폐지ㆍ교사 정치참여 의견 철회
국가인권위원회가 20일 공개한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ㆍNAP) 권고안은 핵심 쟁점 사안이 유엔의 인권 기준에서 후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권위는 권고안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국제인권 기준을 적용해 기존 법이나 제도보다 한걸음 앞선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인권위가 일반 정부부처의 인권의식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기 NAP 권고안 쟁점은 = 이날 공개된 제2기 인권 NAP 권고안을 보면 일부 핵심 쟁점에서 인권위가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1기에서 권고한 사형제 폐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논란이 된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은 2기 권고안에서 삭제했다. 1기 권고안은 '양심·종교의 자유' 부문 핵심 추진과제에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고 국가보안법 관련 사범 문제를 해결할 것"을 언급했다. 이에 반해 2기 권고안은 "인권보장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특히 제7조)의 정비 등을 포함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해 기존의 '국보법 폐지' 입장은 버리고 '남용 방지'로 의견을 냈다.
공무원 및 초·중등교사의 정치 참여 의견도 2기 권고안에서 삭제됐다. 1기 권고안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금지하는 법을 정비해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일정 범위 확대할 것"을 의견으로 냈다. 그러나 2기 권고안은 이를 없애고 이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행 평가도 하지 않았다.
반면 북한이탈주민에만 국한했던 북한인권 분야는 북한주민과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 국군포로, 납북자 등을 추가해 대상을 확대했다. 다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 시정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정책권고 내용을 반영해 사내하도급 문제와 공공부문에서의 비정규직 활용 제한 등을 추가로 권고했다.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유엔은 그동안 일관되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해왔지만 법무부는 그에 대해 '남용이나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잘 운영하겠다'고 답변해왔다. 이번 인권위 권고안은 법무부 입장과 똑같은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인권위가 탈북자나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문제 등을 인권의 시각에서 지적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유엔의 인권보장체제에 가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인권위가 별도의 유엔 가입국인 북한의 주민 인권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고안 작성 절차상의 하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권위는 권고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전원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여는 등 폐쇄적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못한 권고안이 얼마나 정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인권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1기 NAP 당시 쟁점은 = 인권위가 2006년 제1기 권고안을 공개했을 때 시민사회단체와 재계, 노동계 사이에서는 쟁점 사안을 두고 격렬한 공방이 일었다. 인권위 권고안은 사형제 및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 복무제, 초중교 교사의 정치활동 허용 등이었다.
비정규직 고용 남용 방지, 차별 시정,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안도 재계의 반발을 샀다. 결국 정부가 작성한 인권 NAP는 핵심 쟁점 사안에서 인권위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사형제 폐지와 대체복무제 도입은 검토 사항으로 남았고 국가보안법은 폐지 대신 남용방지책 마련을 주문하는 것으로 끝났다. 초·중등교사 정치 참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인권위 권고안에는 없던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한 내용은 추가됐다.
◇인권 NAP란 = 인권 NAP는 인권 관련 법ㆍ제도ㆍ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인 인권정책 종합 계획으로 국가 인권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청사진이다. 1993년 각국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이 유엔 주관 아래 채택된 이래 세계 각국이 인권 NAP를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 10월 정부기관 협의에 따라 인권 NAP 권고안 작성기관으로 인권위를 지정했다. 정부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인권 NAP를 수립해 이를 국내외에 발표한다. 인권위가 2006년 2월 제출한 제1기 권고안은 2007~2011년간 5개년 계획으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 보호, 인권증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의 내용을 담았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201/h2012012018282921950.htm
인권위 '국보법 폐지' 입장 철회 논란 (한국, 남보라기자, 2012.01.20 18:28:29)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북한 인권 분야 과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ㆍNAP)을 정부에 권고했다. 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인권위는 20일 국내 인권정책의 목표와 추진과제를 담은 '제2기(2012~16) 인권 NAP 권고안'을 확정해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제2기 인권 NAP 권고안에서 1기 권고안 당시 논란이 됐던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을 삭제했다. 2기 권고안은 "인권보장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의 정비 등을 포함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제시, 기존의 국보법 폐지 입장을 버리고 '남용 방지'로 의견을 냈다. 1기 권고안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가보안법 관련 사범 문제를 해결할 것"을 핵심 추진과제로 명시했었다.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유엔은 그동안 일관되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해왔지만 법무부는 '남용이나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잘 운영하겠다'고 답변해왔다"며 "이번 인권위 권고안은 법무부 입장과 똑같은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북한 인권 분야의 경우 1기 권고안에서는 대상을 북한이탈주민으로 한정했으나, 2기 권고안에서는 북한주민과 국외체류 북한이탈주민, 국군포로, 납북자 등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유엔의 인권보장체제에 가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인권위가 별도의 유엔 가입국인 북한의 주민 인권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권위가 2기 권고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전원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여는 등 폐쇄적으로 논의를 진행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참여연대 등 30여개 인권ㆍ시민단체는 이 같은 2기 권고안의 내용이 알려지자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하고 누군가를 배제ㆍ분리하는 정책,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정책은 인권정책이 아니다"라며 국가보안법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미등록이주노동자 보호정책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인권 NAP는 인권과 관련된 법ㆍ제도ㆍ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5년 단위로 제시되는 국가 인권정책의 청사진이다. 1993년 각국이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만들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이 유엔 주관 아래 채택된 이후 세계 각국이 인권 NAP를 수립하고 있다. 한국은 2003년 10월 인권 NAP 권고안 작성기관으로 인권위를 지정했다. 정부는 이번 인권위 권고안을 기초로 올해 안에 제2기 인권 NAP를 확정해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037952
인권위, 2기 인권정책계획 권고안에 '국보법 폐지' 삭제 (노컷뉴스, 2012-01-20 15:40 CBS 최인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을 정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국내 인권정책의 목표와 추진과제를 제시한 '제2기(2012~2016) 인권 NAP 권고안'을 확정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 NAP는 국가 인권정책의 청사진으로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 인권정책 종합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기 권고안에서 논란이 됐던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을 2기에서 삭제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대신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 사실상 기존 정부안과 입장을 같이했다. 앞서 1기 권고안에서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가보안법 관련 사범 문제를 해결할 것"을 핵심 추진과제로 명시한 바 있다.
북한 인권 부문은 대폭 확대됐다. 2기 권고안에는 1기 권고안에서 북한이탈주민에만 국한했던데 비해 북한주민과 국외체류북한이탈주민, 국군포로, 납북자 등의 내용을 넣었다. 또, 1기 권고안에서 핵심 쟁점이 됐던 사형제 폐지와 대체복무제 도입, 비정규직법 개선 등의 의견은 2기 권고안에 다시 포함됐다. 차별금지법 제정 등 인권단체의 요구사항도 추가로 반영됐다. 정부는 이번 인권위의 권고안을 기초로 올해 안에 제2기 인권 NAP를 확정해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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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관련 글 3 (2011년)

 

[벼리] 인권위 설립 10주년, 인권위와 인권운동의 과제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인권오름 제 277 호 2011년 11월 29일 20:56:53)
현병철이 사퇴하더라도 바뀌어야 할 것들
현병철체제가 깨닫게 해 준 인권위의 역할

11월 25일 언론재단 20층 인권위 설립 10주년 행사장 바로 앞 로비에서는 인권단체들의 항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무자격자 인권위원장은 사퇴하라!", "반인권 발언 일삼는 인권위원 사퇴하라"라는 구호를 10여명의 활동가들이 외치고 있었다. 많은 언론들에서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인권위 10주년'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전날 방송인 김미화 씨가 영하의 날씨 저녁에 한미 FTA 반대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쏴도 아무 말도 못하는 인권위라며, 인권홍보대사를 관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로 인해 인권위의 무능과 침묵, 권력 감시 기능 포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졌다.
한국에서 인권위의 탄생은 한국사회가 인권을 주요 의제로 삼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위의 사건에서 드러나듯이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의 문제점은 너무나 잘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하의 인권위의 변화는 △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하는 기능을 포기했다는 점, △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한 인권정책 생산 기능이 소홀해졌다는 점, △ 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와의 소통 단절을 들 수 있다.
후퇴하는 인권 현안에 대해 침묵하는 인권위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의 권고를 국가 권력에 도전하는 불순한 행위로 보면서 인권위를 흔들었다. 인권위의 인권침해감시 기능 포기가 그에 따른 효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단순히 무자격자만을 임명해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인권위에 들어오는 진정이 경찰을 비롯한 국가에서 자행한 인권침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권위의 기본 기능인 진정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후퇴한 분야인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안을 대부분 부결시켰다. <PD수첩> 명예훼손 사건,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의견제출 건, 박원순 명예훼손 사건, 공직선거법 93조 1호에 대한 의견표명 건이 그것이다. 또한 김종익 씨 국무총리실 사찰, 기무사 민간인 사찰, 철도공사의 조합원 사찰 등 3대 사찰을 모두 각하하거나 기각시켰다. 사찰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이 감시됨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적 후유증이 심한 중대한 인권침해임에도 모두 외면하였다.
최근에는 전원위원회에서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자들에게 전기와 음식을 공급하지 않는 등 인권침해에 대한 의견표명을 부결시켰다. 더욱 가관인 것은 부결 과정에서 위법 농성자를 운운하며 의견표명에 반대한 위원들이 있다는 점이다. 인권의 기준은 실정법에 한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위법하다는 이유로 모든 인권이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위원들의 이러한 막말은 인권위의 바닥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에 대한 의견표명 건이나 두리반 단전조치 긴급구제도 부결됐다. 또한 보수기독교단체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일삼아도 어떤 입장 표명도 내고 있지 않을 뿐더러 2010년 사업계획에 포함되었던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활동은 조직축소를 근거로 뺐다.
정책기능 축소, 인권증진을 위한 제도마련 고민 없어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및 관행 개선을 위한 정책생산기능은 다른 나라 인권위에서도 매우 부러워했던 기능 중 하나이다. 인권증진은 이미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 뿐 아니라 이후에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ㆍ관행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병철 체제 이후 인권정책개발은 매우 더딘 상태이다. 2010년과 2011년의 정책 사업은 그 이전에 해왔던 것을 이어가는 것 외에 신규 계획은 거의 없었다. 실태조사의 항목과 규모가 적어지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설립 초기 25건을 웃돌던 실태조사가 2009년 이후로 10건에 못 미치고 예산 총액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인권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제도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2010년 말 상임위원들의 사퇴이후 인권위에서 인권정책에 대한 고민은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보인권보고서는 아직까지 채택되고 있지 않다.
인권단체와의 소통이 단절된 인권위
인권위는 국가기구이기에 갖는 한계가 있다. 위원이나 직원들이 정부정책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공무원이라는 신분에 안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인권위는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않으면 현장성이나 인권감수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시민사회와 소통할 때 인권감수성을 갖고 인권의제를 설정하고 인권의 잣대를 댈 수 있다. 그래서 파리원칙에서도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민간단체의 본질적 역할에 비추어 인권의 보호와 향상, 경제사회적 발전, 인종주의에 대한 투쟁, 특히 인권침해를 받기 쉬운 집단 또는 특정지역을 위하여 헌신하는 민간단체와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 중 활동방식)고 강조하고 있다.
파리원칙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인권위가 낸 유의미한 권고나 정책연구들을 분석해보면 인권단체들과의 교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인권이나 장애인권분야에서 이러한 협력이 없었다면 성과는커녕 방향도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해도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와 일을 같이하는 것을 중단하였다. 설상가상 인권위는 인권단체의 인권위 사업 참여 거부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적반하장 격으로 인권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단체나 활동가를 노골적으로 배제하기도 하였다.
현병철 위원장만 사퇴하면 괜찮다고?
그렇다면 현병철 위원장 체제 이전에는 인권위에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밀실 인선, 법조인 중심의 인선'에 대해서 끊임없이 정부와 국회를 비판했다. 파리원칙에 나와 있는 인권위원의 다원성과 다양성을 충족하기 위한 인선절차 마련은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민사회의 입장이었다.
검증절차조차 없어 무자격자 인권위원이 임명될 때마다 인권활동가들은 사퇴운동을 해야 했다. 또 법조인으로 가득한 전원위원회의에서 인권침해에 대한 판단기준은 법을 넘어서지 못했다. 국제인권기준은 큰 판단 근거가 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다. 현병철 이후 더욱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에도 인권위 운영의 비민주성,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은 출범초기부터 있었다. 비민주성의 상징은 회의의 비공개, 인권위 회의록의 불투명한 공개, 인권위 결정문의 자의적 비공개이다. 인권위법상 인권위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비공개로 할 수 있는 단서조항을 이용한 비공개안건이 많다. 또한 정보공개 청구한 인권위 회의록에도 인권위원들의 이름은 지워져서 나와 어느 위원이 어떻게 발언했는지는 방청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인권위원으로서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권위에서 다루는 안건에 대한 결과도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다. 기각된 사안은 어떤 근거로 기각되었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의결된 사안조차 알 수 없다. 인권위법 제50조에는 '진정의 조사 및 조정의 내용과 처리 결과, 관계기관 등에 대한 권고와 관계기관 등이 한 조치 등을 공표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공표가 제한되거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되어 있어, 조사결과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사회권 침해에 침묵하지 않도록
두리반의 긴급구제나 철도공사의 사찰 건을 부결시키면서 인권위가 내세운 법적 근거는 인권위법 상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근 인권위가 '기업과 인권'에 관심을 높이면서도 정작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수단으로 인권위법을 들먹이는 것은 모순된 태도이다.
한편, 사회권의 경우, 2001년 4월 30일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 30조는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를 헌법 10조 내지 22조에 보장된 인권에 한정하고 있어, 사회권 침해에 대한 조사와 구제가 어렵게 되어 있다. 헌법 31조 이하의 사회권인 교육에 대한 권리, 노동의 권리, 노동자의 단결권, 사회보장과 건강권은 해당사항이 안 된다. 그렇다고 그동안 인권위가 사회권과 관련한 진정에 대한 조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차별(헌법 10조의 평등권)이라는 형태로 사회권과 관련한 진정을 하기도 하고 조사를 하기도 하였다. 물론 정책권고의 경우 사회권은 포함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사회권규약 한국정부보고서 3차 심의에서도 사회권위원회는 사회권 관련 인권위 권한의 법적 보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동안 인권위는 인권위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회권과 관련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차별 여부로 조사하고, 그 외 사회권 관련 정부정책에 대해서 정책 권고나 의견표명 등을 해왔다. 하지만 그 내용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인권 분야에 몰려 있다. 노동권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노동3권 분야와 관련해서는 실태조사나 권고도 제대로 없다. 전략조차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은 파업을 불온시하는 사회적 편견에 인권위가 함께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미 FTA 체결로 건강권, 식량권, 교육권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높음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인권적 검토,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후속활동과 적극적인 실태조사가 있어야
유의미한 권고나 의견을 내더라도 정부가 이를 수용하고 이행하도록 노력하고 교육하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이다. 기관을 직접 찾아가고,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낼지라도 실제 그것을 집행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는다. 일례로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후 재계와 보수기독교의 반대로 법안 발의조차 안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권위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사회권위원회에서 성적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줄을 잇고 있음에도 인권위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또한 주요 인권침해현장으로 달려가고, 필요하다면 실태조사를 기획해야 하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이다. 그러나 2008년 촛불 인권침해감시활동 이후 주요한 인권침해현장에 인권위가 나서서 현장에 가보지 않는다. 진정이 들어오면 겨우 담당자가 현장에 가보는 정도이다. 밀도 있는 후속 조사계획도 없다. 최근에도 김미화 씨가 한미 FTA 반대집회에서 경찰폭력을 수수방관한다고 비판하자 그때서야 인권지킴이를 현장에 파견했다.
시민사회와 인권위, 인권단체의 역할
이렇듯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있어야 인권위는 화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인권단체가 인권위에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보니 인권위에 있는 인권위 직원들이나 인권위원들은 열심히 하는데 너무 비판만 하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할 수 있지만 잘하지 않은 것을 감싸주는 것이 인권단체의 역할은 아니기에 쓴소리를 언제나 할 수 밖에 없다. 인권단체와 인권위는 '긴장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가 알리바이 기구가 되거나 관료조직화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끊임없는 비판과 격려의 목소리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권단체의 몫은 인권위의 몫과는 다른 것이 있음은 분명하다. 국가인권기구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가,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에 따라 인권운동과 함께 가기도 하고 따로 가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권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권위의 상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인권위를 버릴 수도, 없는 게 낫다고 공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권위를 변화시켜야 한다.
국가인권기구도 하나의 제도이기에 그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들의 힘의 관계에서 그 제도의 성격과 위치가 변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한편으로 제도가 각 행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해당 시기의 국가인권기구의 모습에 대한 판단은 인권보장 수준과 인권 요구 수준과의 역학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인권위는 인권운동과 인권단체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걸림돌일 수도 있으며 그에 따라 인권위와 인권단체의 관계는 '협력, 긴장, 저항, 대립'으로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인권위가 알리바이기구가 되지 않도록 인권운동의 몫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현병철 시기의 문제점과 현병철 이전의 문제점은 모두 바뀌어야 하는 과제들이다. 최소한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독립성, 정책과 조사기능 확대, 시민사회와의 소통, 인권위원 인선, 인권위의 민주성과 투명성 확보, 사회권 침해에 대한 기능 확보, 권고 이후 후속활동 지속 등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병철이 사퇴하더라도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들의 벗이 될 수 없다.
인권위를 만들었던 열망이 사그라지기 전에, 시민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기 전에, 인권위가 제자리를 찾도록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비판하고 인권위 관련 법제도관행을 바꾸는 인권운동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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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984062
인권위 10년 쌓은 공든탑, '현병철 2년에' 무너지나(종합) (노컷뉴스, 2011-11-24 14:17 CBS 김수영 기자)
"정권의 부침에 따라 독립성 위협받는 한계성…인권위 문제는 결국 사람 문제"
지난 10년 동안 우리사회의 인권 의식 성숙에 기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2년 동안 급격한 위상 추락과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01년 문을 열어 오는 25일 출범 10돌을 맞는 인권위는 연령 차별 개선과 장애인 간접 차별 폐지 등 우리 사회 인권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호주제 폐지와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사형제 폐지 권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 등 우리사회의 중요한 인권 의제를 주도했다.
한양대 법과대학 박찬운 교수는 "인권위가 10년 동안 우리 사회 인권 신장과 인원 침해 감시에 역할을 해 왔다"면서도 "정권의 부침에 따라 독립성 위협받는 한계도 분명 있었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기관의 인권위 정책 권고 수용률은 반토막이 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 정책 권고의 국가기관 수용률은 40.7%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평균 수용률 69.5%)과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이는 인권위의 권고가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존중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증가하던 진정 건수도 올해 상반기에는 10% 이상 줄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해 진정이 장애인단체들의 집단진정 건수 700여 건이 반영됐기 때문이고 올해는 이 같은 집단진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진정 건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장애인 차별과 성 차별 등 세간에 많이 알려진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가 새로운 인권 문제를 발굴하고 이슈화하면 관련된 진정이 늘어나게 되는데, 현 위원장 취임한 뒤 이렇다 할 정책 권고도 새로운 인권 문제 제기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개별 진정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산참사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PD수첩 사건, 미네르바 사건 등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에 용산참사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사관을 등 10여 명의 직원들은 인권위에 회의를 느껴 사퇴했고 정책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김형완 인권정책과장도 업무에서 배제돼 인권위를 떠났다.
이어 문경란(한나라당 추천) 상임위원과 유남영(노무현 전 대통령 추천)상임위원도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하며 임기 중 사퇴했고, 정책자문위원와 전문위원 등 70여 명도 줄줄이 사퇴했다.
인권위 정책국 핵심 인력과 정책자문위원과 전문위원 등 전문가 집단이 인권위에서 등을 돌리면서 인권 정책 권고 활동은 크게 축소됐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2002)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 권고(2003),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2004),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2005), 차별금지법 권고법안(2006) 등 인권위는 매년 20-30개의 정책 권고를 쏟아냈다.
그러나 현 위원장 취임 다음해인 2010년 정책권고수는 전해의 3/2(22건)로 축소됐고, 올해는 한 자리 숫자(8건)에 머물렀다. 권고 내용도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 등 현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는 논쟁적인 사안에는 침묵한 채 사내 하도급 근로자 인권 개선 권고(2009)와 청소년 노동 인권 개선 정책 권고(2010) 등 상대적으로 덜 논쟁적이고 일반론적인 내용에 머물렀다.
사법기관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제출 영역도 크게 축소됐다. 인권위는 지난 10년 동안 호주제 폐지에 대한 의견서(2003)와 여군중령강제퇴역처분취소 소송사건에 대한 의견(2008), 전기통신기본법의 표현의 자유 위축우려(2009),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2009) 등 모두 12건의 의견서를 전원위원회 의결 뒤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논쟁적인 인권 이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PD수첩 검찰 수사 사건(2009)과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에서 나타는 주거침해문제(2009), 야간시위 규정(2010)에 대해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묵살됐다.
인권위가 중요한 인권 문제를 주도하지 못했음은 물론 인권위 외부에서 제기된 굵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을 거부한 것이다. 다만 공무원응시연령제한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 냈고(2010) DNA신원정보에 관한 법률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2011)등 6건의 의견서를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을 뿐이다.
인권위 위상 추락과 정체성 혼란 등 내외부의 문제와 싸우고 있는 인권위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위 창립멤버였던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전 인권위 정책과장)은 "인권위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인 만큼, 인권위는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람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위원장부터 일반직원들도 교육과 연수, 훈련을 통해 현장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법과대학 박찬운 교수는 "인사청문회나 내외부 전문가들의 검토 등을 통해 인권 전문성이 검증된 인사가 위원장으로 선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nnum=636434&sid=E&tid=0
국가인권위 10년, 신뢰도는 추락 (내일, 김성배 기자, 2011-11-24 오후 2:57:16)
올해 상반기 진정사건 20% 이상 감소
자진사퇴한 김형환 소장 등 초청 행사

탄생 10주년을 맞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매년 증가하던 인권위 진정 건수는 올해 상반기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올해 1~6월 접수된 진정사건은 3749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188건(24.1%)이 줄었다. 처리건수도 20.8% 감소했다.
인권침해 진정 사건은 2702건으로 지난해보다 859건 줄었다. 권고나 합의 등으로 종결된 인용 건수는 100건(4.3%)에 불과하고 기각·각하된 것이 2205건(95.7%)에 달했다. 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8일로 지난해 평균 86일에 비해 32일 늘었다.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에 대한 신뢰도가 줄어 인권위에 진정해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며 "이같은 신뢰상실은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독립성. 진정 사건 등에서 인권위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일부 인권위원들은 임기를 만료하지 않고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김형환 인권정책연구소장은 2009년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인권위가 용산참사, 미네르바 사건, 박원순 변호사 사찰 사건, PD수첩 사건 등의 심각한 인권사안들을 외면했다며 스스로 인권위를 떠났다.
이에 앞서 안경환 서울대 교수는 2009년 인권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떠났다. 안 교수는 "인권위가 촛불시위에 대해 '경찰 과잉진압으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의견을 내자 이후 조직 감축이 시작되고 감사원의 감사가 잇따랐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상임위원을 사퇴한 유남영 변호사도 "촛불집회 건으로 인권위가 정부와 보수세력의 '공공의 적'이 됐다"며 "그때부터 인권위의 손발이 묶였고 보수세력으로부터 반국가적 집단으로 낙인 찍히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는 25일에는 인권위 탄생 10주년을 맞아 두 개의 행사가 열린다. 공식 행사 외에 노조가 비공식적으로 마련한 '홈커밍데이'에는 인권위를 떠난 인물이 대거 초청된다. 홈커밍데이에는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 안경환 서울대 교수,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 유남영 변호사,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이 초대됐다. 이들은 모두 인권위 독립 등을 요구하며 자진사퇴한 인물로, 인권위 10년을 맞아 인권운동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11/h2011112402365721950.htm
거꾸로 가는 인권위 시계 (한국, 남보라기자, 2011.11.24 02:36:57)
[국가인권위의 약속, 그 후 10년] MB정부 들어 중요 사안 침묵·전문위원 줄사퇴
비전문가 위원장 독립성 훼손… 진정건수 급감

인권위는 1997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설립이 공론화 됐다. 당초 정부는 법무부 산하에 인권위를 설치하려 했지만 인권단체들이 농성을 벌이며 맞서 2001년 11월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초기에도 인권위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있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이라크전 파병 반대(2003), 국가보안법 폐지(2005) 의견 표명 등 정부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로 '정부기관'이 아닌 '독립기구'로서의 정체성을 다져갔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인권위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축소시키려 한 것. 다행히 독립기구로 남았지만, 정부는 이듬해 인권위 조직을 20% 가량 강제 축소했다. 인권분야 전문성과 경험이 전무한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하고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가 정부 여당이 추천한 보수인사로 채워지면서 인권위 위상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많다.
인권위는 특히 현 정부 들어 PD수첩, 민간인 사찰 등의 중요 사안에 대해 침묵했다. 새로운 인권 의제 발굴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국내보다는 북한 인권 문제에만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내부 반발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추락하는 인권위의 바닥이 어디인지를 지켜보았다"며 중도 사퇴한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을 비롯해 인권위 설립 멤버, 전문위원 60여명 등이 줄줄이 인권위를 떠났다. 지난 7월엔 강인영 조사관에 대한 계약 연장 거부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한 인권위 직원 11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인권위의 갖은 파행에도 "떠난 자는 말이 없다"며 2년 동안 침묵했던 안경환 전 위원장이 "인권위가 다른 기관에 권고해 온, 헌법이 보장하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징계한다면 인권위가 왜 필요한가, 통탄할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을 정도다.
인권위 위상 추락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매년 증가하던 인권위 진정 건수는 올 상반기 20% 이상 줄었다. 인권위 설립 초기 80~90%에 달했던 정책권고 수용률도 현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46.9%, 31.6%, 33.3%로 현저히 떨어졌다. 한 인권 전문가는 "지난 10년간 인권위가 가장 크게 잘못한 것 중 하나는 인권위 독립성을 부정하는 현병철 위원장의 부임을 막지 못하고 사퇴시키지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11/h2011112402303521950.htm
'2004년 국보법 폐지 권고' 인권위 최고의 결정으로 꼽아 (한국, 남보라 이성택기자, 2011.11.24 02:30:35)
[국가인권위의 약속, 그 후 10년] <상> 세상을 바꾼 주요 결정 10선
대체복무·사형제 폐지 등 공론화… 입사지원서 나이·신장 제한 폐지 "인권증진의 새로운 지평" 평가
PD수첩 수사 의견제출 부결… 민간인 사찰 진정 각하엔 "존재이유 부합 못해" 눈총도
"이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국가인권위원회법 1조 1항)
2001년 1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법 1조 1항의 목표를 향해 출범했다. 하지만 모든 이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던, 더 향상시키겠다던 인권위의 10년 전 약속이 최근 들어 공수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5일 10주년이 되는 인권위 기념식에 전 위원장 4명이 모두 불참하는 것도 인권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방증이다.
지난 10년간 인권위 안팎에서 지켜본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우리사회를 변화시킨 인권위 결정과, 처음의 약속을 저버린 결정을 각 10개씩 선정했다. 선정 자문단은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연순 변호사,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최고의 결정 10선
5명의 자문단이 만장일치로 꼽은 인권위의 최고 결정은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2004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가 "국보법은 개인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수 차례 폐지를 권고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논의가 되지 않던 시절 인권위가 폐지를 권고하며 이슈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다.
매년 700~800여명의 젊은이가 실형을 선고 받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역시 국제사회가 인권 침해로 규정했으나 국내에서는 진지한 논의가 없었던 사안이다. 그러나 인권위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및 대체복무제 입법을 권고(2005년)하면서 정부의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을 끌어냈다. 물론 정권 교체 후 전면 유보된 상황이지만 대체복무 논의의 기틀을 닦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사형제 폐지 의견 표명(2005년) 역시 199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사형제가 앞으로는 완전히 폐지될 가능성을 열었다.
인권위가 3년에 걸쳐 23개 분야의 국내 인권실태를 조사한 후 정부에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ㆍNatianal Action Plan)을 수립하도록 권고(2006년)한 것 역시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박찬운 교수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켰듯 NAP는 정부가 인권 증진을 위해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틀"이라며 "아시아 국가 중 최초의 NAP 수립 권고이기도 해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굵직한 정책 권고 외에도 개별 진정 사건 결정이 인권 의식을 바꾼 경우도 많았다. 2002년 5월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지체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인권위가 조사, 개선을 권고하면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2003년)은 인권위가 처음으로 검찰에 대해 조사권을 발동한 사건이다. 인권위 조사관들이 고문 현장인 특별조사실을 찾았을 때 검찰이 이미 조사실을 깨끗이 치워놓았지만 조사관들은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서 야구방망이를 찾아내 고문치사 의혹을 규명했다. 김형완 소장은 "이 사건을 통해서 검찰의 밤샘 수사 관행 등 검경의 강압수사에 경종을 울렸고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도 인권 보호 장치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학력 신체조건 등 입사지원서 차별 항목 실태 조사(2003년)가 이끌어 낸 사회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인권위 권고 이후 2003년 38개 기업이 차별 항목을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공무원 시험 응시에서도 신장, 나이 제한이 없어졌다. 정연순 변호사는 "진정에서 시작돼 2006년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로 이어졌고 채용 과정에서 연령 외모 등의 조건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전체 인권침해 진정 중 가장 많은 부분(38.4%)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인권사각지대인 구금시설 감시(2006년 구치소 여성 수용자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 등)와 비정규직 문제(2007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보호 방안에 대한 의견 표명 등)도 인권위의 중요한 성과로 꼽혔다. 또 지난해에는 스포츠 분야에 만연해 있던 선수 대상 욕설 폭력 성폭력을 직권 조사, 공론화시킨 것도 성과다.
최악의 결정 10선
하지만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결정도 적지 않았다. 자문단은 만장일치로 MBC PD수첩 검찰 수사에 대한 인권위 의견 제출안 부결(2009년), 민간인 사찰(국무총리실, 기무사, 철도공사) 진정 각하(2010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인권보호 관련 의견 표명 부결(2011년)을 최악의 결정으로 꼽았다.
홍성수 교수는 "PD수첩과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 사건은 결국 법원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며 "법보다 앞서 나가야 할 인권위가 입장 표명을 회피하면서 법원보다도 못한 인권 수준을 드러냈던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민의 삶과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책적 연구 부재, 올해 초 1인 시위를 한 인권위 직원 11명에 대한 징계 등이 선정됐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여성이 경찰서에서 입감될 때 속옷을 벗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결정(2008년)은 매우 안이했고, 야간시위 위헌법률 심판 제청 의견 표명을 부결(2010년)한 것은 인권위의 기능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11/h2011112418592321950.htm
"가혹행위 등 발뺌 일쑤… 증거 확보못해 기각땐 안타까움" (한국, 남보라기자, 2011.11.24 18:59:24)
국가인원위의 약속, 그 후 10년 <하> 인권위를 지키는 사람들
■ 조사관들의 24시
"의문사 대학생 시신 찾아 강원도 댐 물 다 빼기도
인력 부족탓 1인당 100건 진정 처리에 1년 넘기기도"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11/h2011112502321121950.htm
"억울합니다" 하소연 온종일 귀에 박히도록 (한국, 남보라기자, 2011.11.25 02:32:12)
국가인원위의 약속, 그 후 10년 <하> 인권위를 지키는 사람들
인권위 최일선 상담원들… "맷값 폭행 등 진실 알려 뿌듯"

인권상담센터는 인권 상담을 하거나 진정을 접수하려는 사람이 인권위에서 가장 먼저 찾는 조직이다. 온갖 종류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그 사안이 인권위 조사 대상인지 여부를 가리는 게 이곳 상담원들의 일이다. 그러다 보니 "내 머릿속에 칩이 있어 도청을 당한다"며 머리에 은박지를 쓰고 센터를 찾는 사람, 횡설수설하는 정신병동 환자, 술 취한 민원인도 모두 이들 몫이다.
특히 인권위는 국가기관 등에서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하거나 단체ㆍ개인에게 차별 행위를 당한 경우만 조사 대상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사안이 진정으로 접수되지 않으면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권의 최전선에서 웃고 우는 상담원은 모두 6명. 그러나 고용만 보장될 뿐 임금이나 복지는 계약직 수준인 무기계약직이다. 한 때 14명에 달했던 상담원이 절반 이상 줄었지만 인력 충원은 되지 않고 있다. 역대 위원장들은 상담사의 처우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인권위 내부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인권 보호는 인권위의 또 다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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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72
"인권위,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미디어스, 김완 기자, 2011.11.18  15:09:49)
국가인권위 설립 10주년 토론회 '인권위 10년, 무엇을 남겼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및 변화'를 발제한 박주민 변호사는 2010년 현병철 위원장 체계 이후 "활동이 급격히 빈곤해졌다"며 “'PD수첩 검찰수사에 대한 의견제출 부결',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부결', '야간시위 헌재 의견표명 부결',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 사건 부결', '4대강 반대농성 긴급구제 요청 기각' 등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인권 현실에 침묵했다"고 혹평했다. 박 변호사는 “현병철 체제의 국가인권위가 표현의 자유 문제 보다는 국익에 더 집중하거나 북한 인권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백한 후퇴의 원인은 국가인권위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인권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발제를 맡은 정민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인권위가 지난 2008년 '프라이버시권'을 중점과제로 설정하는 등 CCTV의 인권 침해 문제, 생체정보수집에 따른 인권 침해, 행정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등 지난 10년 간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수많은 권고를 내며 정보인권 함양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도 “하지만 권고 또는 의견표명을 한 건이 반영 되지 않았을 경우 사후 대응에는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정 활동가는 “현병철 체제 이후 인권위원 가운데 ‘CCTV가 무엇이 문제냐’고 발언하는 위원까지 있다”며 “국가인권위가 위원 개개인 성향에 의해 원칙 없이 흔들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202150335&code=940100
[인권위 10주년]출발은 세계 모범… 지금은 할 말 못하는 기관 (경향, 김향미·배문규 기자, 2011-11-20 21:50:33)
ㆍ창립 10년 연령차별 개선 등 성과… 권고 수용률은 3분의 1토막
■ 인권위 10년이 남긴 성과

인권위는 지난 10년간 호주제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전·의경제도 폐지 등의 의견을 표명하거나 권고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마련과 공무원 채용 시 연령차별 개선을 권고하는 등 굵직한 인권 의제를 화두로 던졌다.
지난 10년간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건수는 5만1307건, 상담은 10만5136건, 민원·안내는 17만4669건이었다. 정부 기관을 겨냥한 정책 권고는 260건이었다. 그러나 설립 초기 80~90%에 이르던 권고 수용률은 2007년 56%, 2008년 47%, 2009년 14%로 떨어졌고 2011년 현재는 30% 수준이다.
■ 독립성 확보가 관건
2009년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PD수첩」 제작진 수사, 용산참사,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 소송, 민간인 불법사찰 등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말엔 현 위원장의 인권위 운영에 항의해 상임위원·전문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했고, 올해에는 계약직 조사관 해고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인 직원들을 징계했다.
지난 18~19일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인권위의 권고와 구제정책이 실정법에 국한돼 있다”고 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채증을 두고 인권위는 ‘동의를 얻어라’는 식의 권고를 내렸다”며 “이는 이미 실정법에도 보장한 권리로, 채증이 초상권·자기결정권 침해인지 여부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퇴한 유남영 전 인권위 상임위원은 “인권위 조직의 축소 및 그 이후의 모습은 현 정권이 인권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허용하지 않는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권력 행사에도 개입할 수 있는 ‘인권법’ 입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위 창립멤버였던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전 인권위 정책과장)은 “최근 인권위의 현실이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독립성 문제는 그 이전 정권부터 제기돼왔다”며 “인권위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인 만큼, 인권위는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람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의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와 시민사회단체 간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고, 박래군 ‘인권연대 사람’ 활동가는 “우리 사회에 인권 의제를 확산시키려면 인권단체들이 함께 계속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 문제 해결 나설까
인권위는 올해 말까지 5년 단위로 집행하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기반이 되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2기 기본계획 권고안 마련을 위한 용역보고서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인권위의 2기 권고안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요구를 더 강화할지다.
용역을 맡은 인하대 산학협력단 연구진은 “지난 1기 권고안에서 인권위가 ‘비정규직 고용 남발 방지’ 권고를 했음에도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비정규직 법과 관련해 몇 차례의 개정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핵심 쟁점에 관한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양극화 해소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2기 권고안에서는 보다 강력하게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권 보장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특히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차별시정 및 고용안정 대책 수립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6513.html
정부비판 입닫고 사회논란 귀막은 ‘식물 인권위’ (한겨레, 박현정 이승준 기자, 20111121 21:07)
전현직 직원 등 10명이 말하는 암울한 현주소
현병철 독단운영·코드인사 ‘정치적 독립’ 공든탑 허물어
직원들은 자기검열 심해져 희망버스·표적수사 등 ‘침묵’
정책안건 없고 북 인권만 외쳐 국가기관, 권고 수용률 40%
인권위 출범 10돌

최영애 초대 사무총장은 “경찰청장이 총기 사용을 독려하는데도 인권위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등 주요한 지점에서 발언하지 않고 정권의 뜻을 수용하고 있다”며 “애써 만들어왔던 문화가 너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데, 이게 지속되면 관료기구로 전락하고 결국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국가기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을 하는 까닭에, 인권위를 적극적으로 반기는 정권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권위가 법무부 산하 특수법인이 아닌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출범하는 데는 3년간의 투쟁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의 인권위는 역설적이게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정치적 독립’이라는 존립 기반이 무너진 셈이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전에도 인권위가 사회 기득권층에 맞서 적극적으로 의제설정을 하지 못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된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2009년 인권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인권위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가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위원회 운영에 반발하며 사퇴한 상임위원들의 빈자리는 친정부 인사인 김영혜 변호사와 뉴라이트 논객인 홍진표 <시대정신> 편집인이 채웠다. 전직 조사관 오지하(가명)씨는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하는 등 인권위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 분야가 기피 부서가 돼버렸다”며 “전원위원회에 정책 안건이 올라오지 않아 소위원회 차원에서 해결하던 차별 안건을 끌어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내부 비판 목소리에 대한 징계·해고 처분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은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위의 후퇴는 결국 국내 인권상황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법무부가 자살을 방지하겠다며 교도소 창틀을 다 막고 구멍만 뚫어놔 최근 인권위에 진정을 했는데, 채광이 제한되더라도 법무부 조처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각하시켰다”며 “이는 구금시설 환경개선을 권고해왔던 인권위의 기존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2009년 12월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수사 관련 의견표명 안건을 부결시킨 데 이어, 2010년 4월 박원순 변호사(현 서울시장)를 상대로 한 국가정보원의 국가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관련 의견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인권위 후퇴의 한 사례로 지적된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도 “사법부에 대한 의견 제출이 2010년엔 한 건도 없었다”며 “인권위법에 나와 있는 권한조차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피해 간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인권위가 무슨 일을 하든 외부 국가기관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인권위 직원들의 자조 어린 한탄도 나온다.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 정책권고의 국가기관 수용률은 40.7%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평균 수용률 69.5%)에 견줘 크게 낮아졌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인권위의 주요 업무가 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과 독립해야 하는 인권위가 오히려 북한인권을 통해 정치권과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정책본부장을 거쳤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문제가 어렵게 가게 될까 봐 그동안은 북한인권을 조심히 다뤄왔다”며 “현재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실제로 북한주민의 인권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설치한 북한인권침해센터의 경우 9월15일까지 접수된 진정은 71건이다. 인권위 출범에 관심을 기울였던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갔는데, 정부 관계자도 국제 사회에 지금의 인권위 상황을 해명하느라 힘들어하더라”며 “1992년에도 같은 회의에 갔었는데 (인권 상황이 열악했던) 그때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권 문외한’ 위원장에 ‘법률가’ 위원들…선임과정 새틀짜야
인권위의 법적·제도적 미비점과 관련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에 대한 투명한 선임절차나 검증과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4명)·대법원장(3명)·국회(4명)가 인권위원을 추천하면서 ‘정치적 나눠먹기’식 인사가 되고 있고, 결국 인권 문제와 무관한 인사들이 인권위 요직을 차지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권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인권위원이 될 수 있도록 청문회나 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은 실질적인 검증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인권위 직원은 “위원 추천위원회가 꾸려져서 이를 통과한 사람들이 청문회를 거쳐 위원·위원장이 돼야 하는데 이게 안 되니 자꾸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선뿐 아니라 인권위원의 활동을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인권위는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 수 없게 인권위원 이름을 지우고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활동했던 총 45명의 인권위원 면면을 살펴보면 법률전문가가 27명에 이른다. 아직까지 유엔 권고에 따른 인권위원의 다원화·다양화가 구현되지 못한 셈이다. 인권위의 결정이나 권고가 인권의 관점이 아니라 실정법 테두리 안에서 나온다는 비판은 이러한 상황과 연관이 깊다.
인권위가 여타 국가기관과는 다른 구실을 하는 만큼 독립적인 직원 충원 등으로 관료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인권위 간부들의 경우 일정 시간씩 인권단체와 활동을 공유하면서 현장의 경험을 쌓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력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직원 충원 과정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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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엉터리인사 경고 받고도 큰소리 친 인권위 (서울, 2011-09-23  31면)
국가인권위원회가 또 인사문제로 기우뚱거리고 있다. 어제 행정안전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2008년 4월부터 3년간 총 20건의 ‘부적정’ 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원을 초과한 특별채용과 승진임용, 적정하지 않은 특채 서류전형과 면접 등 형태도 다양하다. 지난 4월 5급으로 승진한 3명은 6급 재직기간이 5년 5개월로 중앙부처 평균 승진 소요기간(9년 7개월)보다 4년 이상이나 짧았다. 누가 봐도 수긍하기 어려운 인사다. ‘발탁’ 케이스가 아니라면 이는 그야말로 도덕적 해이의 완결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는 어느 국가기관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인권위의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최대한 존중받는 것은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위상과 도덕적 권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인사 파행은 조직의 존립 근거마저 위태롭게 한다. 최근엔 인권위 노조 간부 해고에 항의하며 1인시위를 벌인 직원에 대해 징계를 강행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현병철 위원장이 인사 수단에 의존해 조직을 장악하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모양이다. 지난번 인권위 상임위원 사퇴 때도 나온 얘기지만 현 위원장이 혹여 인사권으로 줄세우기라도 하려 한다면 문제다. 위원장에게 비판적이거나 코드에 맞지 않는 일부 인사는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아예 그만뒀다는 소리도 흘러나오는 판이다.
2009년 출범 이래 현병철 인권위는 인사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현 위원장은 조직운영 방식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한다. ‘인사 전횡’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자정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감사 결과만 두고 위원장이 조직을 마음대로 운용했다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인권위 측의 해명은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인권위의 자성이 필요하다.

 

후퇴하는 인권 지형, 제기능 잃은 인권위 (대학신문, 2011년 09월 25일 (일) 01:44:23 오아영 기자)
[후속보도] 인권위 파행, 그 후 외부 인권침해에 침묵하고 내부 의견 징계하는 인권위…
정치적 독립성 회복 시급해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상임위원 2명은 인권위가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성과 주체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하며 사퇴했다. 그로부터 약 반년이 흐른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이사회에서는 한국의 인권 후퇴를 우려하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인권위가 독립적인 인권보호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린 사이 한국의 인권지형이 후퇴한 것으로 판단하는 UN보고서의 내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인권위는 각종 인권침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정책이나 법령에 대한 인권위의 정책시정권고는 올해 상반기 총 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건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인권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정책시정권고는 인권위가 주체적으로 의제를 발굴해서 내리는 조처로 인권위의 인권수호 적극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며 “해결되지 않은 인권문제가 사회 곳곳에 산재하는 가운데 정책시정권고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현 인권위의 미온한 인권보호 의지를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 인권위가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표명을 번번이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09년 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업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에 대해 경찰규정을 근거로 공권력의 손을 들어줘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최근에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크레인 농성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인권 보호와 관련해 인권위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의견표명을 보류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덕수 송상교 변호사는 “보수적인 법적판단은 법원이 할 일이고 인권위는 인권감수성을 갖고 법이 침해할지도 모르는 인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법 집행을 우선하며 그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인권위 본연의 역할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외부에 드러난 인권위 조직 내부 사정도 시민사회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2일(금) 계약직 동료 조사관의 부당 해임에 항의하며 피켓팅·1인시위·언론기고 등을 진행한 인권위 조사관 11명이 공무원법의 품위유지 의무조항과 집단행위 금지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감봉 1~3개월 등 징계 처분을 받았다. 3개월 감봉처분을 받은 김명식 조사관은 “이는 조직 사정에 대한 구성원의 순수한 의견을 억압하는 행위로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인권위가 징계의 근거로 삼는 법률의 법리적용이 잘못돼 징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상교 변호사는 “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는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이 집단의 조직된 힘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일컫는다”며 “인권위가 해당사항 없는 조항으로 억지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권위가 외부의 인권 침해에 침묵하고 오히려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게 된 것은 인권위원들이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인물들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현병철 현 인권위원장은 전공이 재산법으로 인권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은 전무하다.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김영혜 상임위원 역시 인권관련 활동 경력이 없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한국인권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인권위원장 임명은 객관적인 추천 및 검증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아 최고권력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참여정부는 위원장 임명시 인권단체와 시민사회계의 의견수렴을 거쳤으나 현 정권 들어서는 그러한 과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창형 대변인은 “이렇게 임명된 인권위원이 인권을 우선순위에 두기보다 자신을 임명한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하다보면 인권문제와 관련해 순수한 의견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를 좌지우지하려는 현 정부태도도 이러한 인권위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전환하려다 실패하자 지난 2009년 인권위 업무와 인원을 대폭 축소하는 대통령령을 발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청와대는 내 임기 중인 1년 5개월 동안 내내 인권위 보고에 응하지 않았다”며 “2009년의 인권위 권한 축소역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인권위의 결정을 불편해한 정부의 조치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인권위를 정부의 통제 하에 두려는 정부의 인권정책과 인권위의 허술한 인선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인권위는 독립성을 잃은 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 기능회복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 이재근 시민감시팀장은 “인권위가 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독립기구의 지위를 회복하고 오로지 ‘인권’의 가치에 따라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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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가 ‘인권’ 앞선 인권위… 김진숙 의견표명 논의 못해 (경향, 김향미 기자, 2011-08-22 22:49:43)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원위원회를 열었으나 ‘부산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씨에 대한 의견표명 건’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인권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한진중공업 사건에 대해 의견표명조차 하지 못하자 인권 활동가와 인권위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인권 활동가들은 “절차만 따지는 형식논리에 빠져 정작 중요한 인권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인권위를 비판했다.
22일 오후 5시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양현아 비상임위원은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 관련 의견표명’ 안건을 올렸다. 장향숙 상임위원은 “국제앰네스티에서도 의견을 표명했고, 외부에서도 인권위가 의견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국민의 신체상 위협이 가해지지 않도록 인권위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안건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영혜 상임위원이 “인권위 운영규칙 10조를 보면 의견표명은 상임위 권한”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위원들은 끝내 의견표명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고 추후 재상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국회 예산결정특별위에 참석해 전원위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2명의 비상임위원도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전원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3명)·비상임위원(7명)으로 구성된 인권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인권위 관계자들은 “의견표명을 상임위 권한으로 규정지은 적 없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전직 인권위원은 “인권위는 의견표명이냐, 권고사항이냐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전원위에 안건을 내면 논의하는 게 관례였다”며 “한 사람의 인권위원이라도 의견을 내면 무시하지 않는 게 회의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전원위에서도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한진중공업 관련 사건이 상임위나 소위원회에 걸려 있긴 하지만 이건 검토하는 것 자체를 하기 싫다는 의미 아니냐”고 말했다.
장주영 비상임위원은 “전원위는 최고 의결기구이기 때문에 전원위에서 논의하겠다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음에 다시 논의를 해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가 전원위 명의로 의견표명을 한 경우는 현병철 위원장 체제 이후 거의 없다. 전원위에서 정책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사회적 약자의 은신처가 되어야 하는 인권위가 어떻게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운영규칙을 따지느라 의견표명조차 못한다는 것은 ‘친정부·친기업적인 인권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건을 제출한 위원들은 문건을 통해 “진정인(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지난 6월28일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상임위에서 진정인을 긴급구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조사 과정에서 사측이 생필품과 의약품 등의 반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 결정 이후 사측은 수차례 농성자들에게 제공할 음식 반입을 불허하거나 휴대폰 배터리의 반입을 중단시키는 등 위원회와의 약속을 성실히 지키지 않았다”며 “농성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의견표명을 논의·의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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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진정 20% 감소…'해석 분분'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2011/07/28 05:32)
위원회 역할.신뢰 논란도
올 상반기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사건과 처리 실적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올 1~6월 접수된 진정 사건은 3천74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1%(1천188건) 줄었다. 인권위 진정 사건의 접수 비율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이상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인권침해 진정은 2천702건으로 15.5%(497건) 줄었고, 차별행위 진정은 983건으로 42.8%(736건) 감소했다. 인권침해 진정 사건은 경찰과 구금시설에 대한 진정이 각각 532건, 649건으로 지난해보다 32%와 25.4% 감소했다.
반면, 정부부처 등 기타 국가기관에 대한 진정은 238건에서 339건으로 42.4% 증가했다. 군 관련 진정도 55건에서 73건으로 32.7% 늘었다. 인권위는 "지난 3월 해병대 가혹행위 직권조사와 5월 훈련병 사망 사건 직권조사 보도 이후 군 관련 진정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별행위 진정 사건에서는 장애나 성별 관련 진정이 각각 55.7%, 64.8% 감소했으며 비정규직이나 검정고시 출신 등 사회적 신분 때문에 차별받았다는 진정이 118.4%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접수한 진정 건수가 줄어든 만큼 처리 건수도 20.8% 감소했다. 인권침해 진정 사건은 지난해보다 859건 감소한 2천702건으로 이 가운데 권고나 합의 등으로 종결된 인용 건수는 100건(4.3%), 기각ㆍ각하된 것이 2천205건(95.7%)이었다.
차별행위 진정 사건은 전체 983건 중 권고ㆍ합의로 종결된 것이 121건(12.9%), 기각ㆍ각하된 사건이 816건(87.1%)이었다. 반면 사건 처리에 걸리는 시간은 지난해 평균 86일에 비해 32일 늘어난 118일이었다.
현재 인권위가 조사하는 사건은 3천75건으로 지난해보다 44% 늘었으며, 조사관 수가 5명 줄어든 데 반해 사건이 증가하면서 1인당 조사건수는 27건으로 60% 늘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정기 직원 전보로 조사국 직원이 대폭 바뀌면서 경험 많은 조사관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업무가 재분장 돼 처리 실적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정 접수 자체가 20% 이상 줄어든 것에 대해 최근 인권위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진정 접수가 20% 이상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의미 있는 결정이 나오면 관련 진정이 늘어나는데 최근 그런 주목할 만한 결정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인권위는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관인데 매년 증가하던 진정이 20%나 감소했다는 것은 인권위가 그만큼 부응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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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국가인권위 (한겨레, 송채경화 기자, 20110717 20:22)
1인시위 방해한 공무원엔 징계 권고하고선
인권위 직원이 1인시위하자 되레 징계 나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8일 인권위 노조 간부 해고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벌인 직원들에 대한 고등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징계사유가 그동안의 인권위 권고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번 사건의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살펴보면, 현병철 위원장은 이들의 △릴레이 1인 시위 △위원회 비판 글 언론 기고 및 내부 게시판 게시 △청사 앞 피켓 전시 등을 ‘집단적 비난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징계 사유로 들고 있다. 현 위원장은 이러한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와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 위반이라며, 지난 6일 징계위에 중징계 또는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기존에 인권위가 했던 권고나 의견과 배치된다. 인권위는 지난 2009년 행정안전부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일부개정령안>에 신설된 ‘공무원 정부정책 반대 금지’ 등 규정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당시 의견서에서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 인권의 주체이므로 국가가 공무원의 기본적 인권을 임의로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헌법재판소 역시 공무원도 사적인 지위에서의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직원들의 징계 사유로 제시된 1인 시위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나 ‘1인 시위를 방해한 공무원과 경찰관들의 행위는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징계를 권고한 바 있다. 또 인권위가 징계 대상 직원들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반성’을 요구한 것도, 그동안 인권위가 수차례 ‘소속 구성원에 대해 반성문과 시말서 제출을 명령하는 행위, 준법서약 등은 양심의 자유 침해’라고 권고한 것과 모순된다.
또 지난 2월 인권위가 로비에 전시된 인권위 비판 피켓을 무단 철거한 행위도 인권위의 권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권위는 지난 2008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피켓을 교사들이 수거해 파손한 행위에 대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징계위에 참관할 예정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상교 변호사는 “내부 게시판에 비판글을 올린 나주세무서 김동일씨의 경우 2심에서 징계처분이 모두 취소됐고, 1인 시위의 경우 집시법 적용조차 안 되는 사안”이라며 “이들의 행위를 집단행위라고 보기 힘들고, 징계사유인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 등이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내부 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익명의 비판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인권위 지역사무소장 등 일부 직원들은 실명으로 탄원서를 올리기도 했다.

 

[시론] 인권위 추락사와 MB 정부 (한겨레, 갈상돈 고려대 학문소통연구회 연구교수·정치학, 20110718 19:32)
문제는 친서민의 핵심에 인권이 있음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권위 몰락은 친서민정책 포기, 정권양도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엠비 정부 출범 후 쇠락을 거듭해 오던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끝내 자멸의 길을 택한 모양이다. 인권위는 지난 2월28일 인권위 노조 부지부장인 계약직 조사관을 계약해지 형태로 사실상 해고한 데 이어, 이에 항의해 1인시위를 벌였던 동료 11명을 징계위에 회부해 이번주 징계심사를 벌인다고 한다. 현병철 위원장이 ‘직접’ 징계를 요청하고, 노조원 자격이 되지 않는 고위급인 5급 조사관 세명에 대해서는 고등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해고된 강인영(43)씨는 인권위 10년 역사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피의자 사망사건과 서울구치소 수용자 사망사건을 담당했고, 최근 5년간 성차별 및 성희롱 업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베테랑 조사관으로 알려져 있다. 60여명의 동료들이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강씨의 복직을 요구하고 14명이 릴레이로 1인시위에 나섰던 것을 보면, 그가 인권위에서 어떤 평판을 얻어 왔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물에 빠진 동료를 구하려고 11명이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줄줄이 익사할 위기에 빠진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엠비 정부 출범 후 인권위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년 전 인권위의 조직 축소를 비판하며 안경환 전임 위원장이 도중에 물러났고, 문경란·유남영·조국 등 세명의 인권위원이 인권위의 권력 눈치 보기를 비판하며 줄줄이 사퇴했다. 뒤이어 인권위 전문·자문·상담위원들의 사퇴와 전직 인권위원, 전직 인권위 직원, 600여 시민단체, 300여명의 법학자·변호사 등의 항의성명이 잇따랐고 급기야 인권상 수상자들이 수상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건은 처리 결과에 따라 엠비 정부 출범 후 거듭해 온 인권위의 추락사에 마지막 ‘한 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며 인권위를 떠받쳐 온 현장 조사 실무자들을 상대로 인권위원장이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현병철 위원장의 ‘임무’가 인권위를 공중분해시키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엠비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되고 있는 인권위의 수난을 지켜보노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 의지를 접은 것은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무지 민심을 얻으려는 ‘시늉’이라도 내고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권력의 재생산은 무엇보다 민심을 얻으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민심의 경고를 들으면 해오던 정책도 ‘궤도 수정’을 하는 게 정상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해도, 4·27 재보선에서 중징계를 받아도, 7·4 전당대회에서 친이계가 몰락을 해도, ‘흔들리지 않고 국정수행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민심’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뚝심’을 더 믿는 것을 리더십으로 오판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민심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민주주의 철학’이 없는 지도자임을 확인하고도 선거 때만 ‘잠시’ 주인이 되는 노예의 처지를 곱씹지 않을 국민은 없다.
대통령이 내건 ‘친서민’ 구호도 애초 민심을 얻으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 친서민의 핵심에 인권이 있음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인권을 일컬어 가장 많은 신자를 거느린 일종의 ‘세속종교’라 부르는 것은 인권에 대한 보편적 믿음과 인권이 수행하는 권익보호 역할이 그만큼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계층이 바로 국가의 도움이 없이 자력으로는 차별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인 서민들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인권위의 몰락은 곧 친서민 정책의 포기이며 정권양도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인 정두언 의원이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했겠는가?
인권을 적으로 삼는 정권이 결코 성공할 수는 없다. 엠비 정부가 남은 임기나마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고 민심을 얻으려고 한다면 현병철 위원장부터 교체하고 인권위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서 시작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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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들러리 안 한다”...인권단체 보이콧 지속 (참세상, 김도연 기자 2011.06.28 14:06)
56개 인권단체, ‘급조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 협의 거부
‘현병철호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단체들로부터 계속해서 외면 받고 있다. 56개 인권단체들은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진하는 국제행사에 불참을 통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NAP) 추진을 위한 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 민간위원 추천을 거부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인권운동사랑방, 새사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56개 인권단체는 28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NAP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인권단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없이 형식적으로 NAP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불과 몇 개월 만에 급조되는 NAP를 만드는 데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가 인권정책의 청사진으로 일컬어지는 NAP는 인권과 관련된 법, 제도, 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인 인권정책 종합 계획으로, 인권위의 권고안에 근거해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일단 수립하면 각 정부부처는 세부계획을 작성해 이를 이행해야 한다. 1기 NAP는 지난 2007년 인권단체들과의 협력 하에 수립된 바 있으며, 인권위는 올해 9월까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적용될 NAP 권고안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NAP 추진이 이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병철호 인권위의 알리바이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민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정보인권특별보고서 초안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보인권 확립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인권위가 정보인권에 대한 개념조차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도 이렇게 힘든데 NAP에 참여한들 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되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는 “지금 한진중공업에서 강제집행이 단행돼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음에도 인권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의사표현 없이 북한 인권만 떠들고 있는 처참한 지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의 NAP 추진은 ‘MB 인권’의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인권 보호를 최일선에서 고민하는 우리는 뼈저린 마음으로 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의 협력에 대한 진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오영경 새사회연대 연대사업국장은 “지난 2007년 1기 NAP 추진 과정과 비교해 보면 인권위의 준비가 얼마나 소홀해졌는지 알 수 있다”며 “1기 때는 1년 동안 준비기간을 가지며 20여 차례에 가깝게 분야별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쳤던 반면 이번에는 9월 발표를 앞두고 5월에 민간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이는 3개월 만에 NAP 권고안을 만들겠다는 말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1기 NAP에 대한 평가가 없었던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2007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정부가 제대로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기본적인 평가나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고 그 이행과 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적인 실태 조사조차 없었다”며 “이런 인권위가 이제 와서 어떤 성찰의 태도도 없이 인권단체들에게 2기 NAP 수립을 위한 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 민간위원 참여를 요청한 것은 형식적인 국가인권정책 마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거부가 NAP 수립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부인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계획이 종잇조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거부의 몸짓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권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나 인권위가 만든 인권정책기본계획을 비판적으로 견인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와 별도로 1기 NAP에 대한 평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정부안에 대한 대안적 의미의 ‘민간 NAP’ 수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이와 더불어 인권위에 인권 관련 실태 조사와 1기 NAP에 대한 평가, NAP 관련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평가, 정부 NAP 수립에 대한 평가 등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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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표현의 자유’ 감추고 싶은 인권위 (한겨레, 송채경화 기자, 20110529 18:18)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기본틀 재조정안 논의
2년째 발간 미뤄…이유·취지없이 수정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초안을 마련해놓고도 2년째 발간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보인권’의 핵심요소인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제외하는 방향으로 보고서의 틀 자체를 바꾸려고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인권이란 정보를 이용하거나 유통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누리거나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권위는 국가기관 차원에서 정보인권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보고서 초안을 만들었다.
인권위는 지난 26일 정보인권 특별자문위원회를 열어 <정보인권 특별보고서>의 틀을 재조정하는 안건을 논의했다고 29일 밝혔다. 보고서 초안은 △온라인 표현의 자유 △정보 프라이버시권(사생활권) △정보 접근권 △정보문화향유권 등 4가지 대분류 항목으로 짜여 있다. 그러나 <한겨레>가 입수한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수정 발간 계획안’을 보면, 새로 제시된 3가지 수정안 가운데 2개는 분류 항목에 ‘온라인 표현의 자유’라는 표현이 아예 빠져 있다. 나머지 1개 수정안도 ‘온라인 표현의 자유’가 대분류 항목이 아니라 ‘정보향유권’의 세부 항목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인터넷 실명제의 악성 댓글 방지 효과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의 범죄 예방 효과 등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수차례 보고서 발간 의결이 보류된 적은 있지만, 보고서의 기본 틀을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이날 회의에서 함께 논의된 ‘인권위 10주년 기념 정보인권 관련 국제심포지엄 추진 계획’에서도 세부 주제안 4개 항목 가운데 ‘온라인 표현의 자유’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에 참여한 일부 자문위원들은 인권위가 보고서의 틀을 바꾸는 데 대한 이유와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자문위원은 “어떤 취지로 틀을 바꾸려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어 회의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다”고 전했다. 또다른 자문위원은 “공식 회의를 마친 뒤 인권위의 한 사무관이 ‘실은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얘기한 것으로 보아,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를 주요 의제로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를 진행한 홍진표 인권위 상임위원(정보인권 특별전문위원장)은 “어디까지를 정보인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인권위 차원의 표준화가 필요해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구한 것”이라며 “이날 논의는 표현의 자유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보고서 관련 안건을 다룬 전원위에 참여했던 문경란 전 인권위 상임위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굉장히 꼼꼼히 확인했고 일부 비상임위원이 지적한 부분을 반영해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까지 거의 다 빼는 등 대폭 수정을 했었다”며 “또다시 보고서의 틀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정보인권 자체를 인정하기 싫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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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2.ohchr.org/english/bodies/hrcouncil/docs/17session/A.HRC.17.27_en.pdf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Frank La Rue

 

UN도 우려하고 나선 미디어법 (미디어스, 2011년 05월 26일 (목) 13:26:45  권순택 기자)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 “미디어법, 언론 다양성 원칙에 위배”
지난해 5월 한국을 직접 방문해 인권실태를 조사한 프랭크 라 뤼(Mr. Frank LA Rue)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오는 6월 3일 제17차 정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언론의 독립’과 관련, 한국정부에 미디어법의 통과로 인한 여론의 다양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라는 권고사항도 포함됐다.
해당 보고서 ‘개발권 및 모든 인권, 시민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의 증진과 보호(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는 이미 유엔에 제출됐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후퇴한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와 8개의 권고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서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한국이 지난 수십 년간 민주국가로서 이룩한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면서 “그러나 2008년 촛불 시위 이후, 정부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밝힌 개인들에 대해 사법 조치가 늘어나는 등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 제약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언론매체의 독립성’ 항목에서는 “대한민국에는 여당의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는 신문이 여럿 있는 반면에 독립적이고 친야 성향의 언론사도 다수 존재해 언론의 다양성과 다원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2008년 신정부 집권 후, 한국방송공사(KBS),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YTN 등의 여러 방송언론사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교체됐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언론매체,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사 사장과 경영진이 정권에 따라 교체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적인 임명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9년 7월에는 한나라당이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미디어법)을 제출했고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지적한 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허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법은 개발기업과 신문사주, 외국 자본이 방송부문에 진입하는 발판이 돼 언론매체의 다양성과 다원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프랭크 라 뤄 특별보고관은 우리나라 정부로 하여금 “미디어법으로 인해 미디어 재벌의 등장을 허용함으로써 언론매체 다양성과 다원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게 촉구한다”며 이를 ‘권고사항’으로 채택했다. 또한 △‘인터넷상 의사와 표현의 자유’ 항목과 관련해 정보통신망법 제44의 7에서 불법정보에 대한 유형이 광범위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에 비판적인 정보를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검열”이라며 “국가인권위 결정에 의거해 독립적인 기구에서 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명예훼손’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는 명예훼손 금지 규정이 민법에도 명시되어 있으므로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형법에서 삭제해야 한다”, △‘선거전 의사와 표현의 자유’ 항목에서는 “선거 당일에 이르는 중요한 시기에 선거 및 후보자 관련 주요 사안에 관한 정보의 자유로운 교류를 전면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집회의 자유’ 항목에서는 “사실상의 사전 허가 관행을 중지하라”,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의사표현의 자유 제한’과 관련해서는 “공익관련 정당한 논의를 금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하라”,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는 “교사들도 교육 정책과 같은 공익 사항과 관련해 개인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지닌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의 완전한 기능적 독립을 촉구한다” 등이 포함됐다.
한편,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초청에 감사한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을 비롯해 검찰총장,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을 만날 수 없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유엔인권이사회가 특별보고관에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위임한 사안의 중요성과 민주적인 국가를 수립하는 데 있어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가 지니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실망스럽다”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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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건 순식간이었다 (한겨레,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  2011-05-01 오후 08:06:07)
파행 부른 현병철위원장 물러나고 인귄위 ‘제자리찾기’ 노력 나설때
인권존중 정치·시민사회 감시 필요
[싱크탱크 맞대면] 한국 인권의 현주소

"국가권력은 인권위의 취약한 빈틈을 찾아내어 그 활동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인권을 존중하는 ‘정치’와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강력한 ‘시민사회’다."
유엔은 오래전부터 국제인권을 국내에서 이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인권기구’의 설치를 각 회원국에 권고해왔고, 이러한 흐름이 우리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와 결합되면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인권위는 한편으로 다른 국가기구로부터 독립하여 기능하고, 다른 한편 시민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함으로써, 인권침해를 구제하고 인권을 증진시키는 국가기구이다. 문제는 인권위의 취약한 존재기반이다.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그 기능이 무기력해질 수 있는 소지가 있고, 또 ‘국가’기구라는 조직 형식 때문에 언제든지 국가권력에 의해 그 독립성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약성 때문에 많은 나라의 인권위들이 흥망성쇠를 겪곤 한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권위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었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인권대통령’을 표방한 정부였지만, 인권위를 설립하겠다는 여당의 의지는 미지근했고 힘 있는 행정부처들의 저항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인권활동가들의 단식농성과 시위 등 강력한 시민사회의 저항이 없었다면 아마 인권위는 설립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2001년 인권위가 출범했지만, 원래 구상대로 이상적인 인권위가 설립된 것은 아니었다. 일부 인권단체들이 인권위 구성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었고, 몇몇 인권위원 자리는 ‘인권’위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차지했다.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문제가 지적되었고, 인권위의 관료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급기야 인권위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인권단체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권’이라는 이름을 달고 운영되는 ‘국가기구’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인권위가 문을 열자마자 수많은 인권진정이 쏟아졌다. 인권의 사각지대인 교도소, 유치장, 사회보호시설 등에서 숱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굴되었다. 한국 사회의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위의 심판을 받았다.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 사회보호법, 비정규직법,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에 대한 인권위 결정은 우리 사회에서 이정표 구실을 했고, 법 개정이나 폐지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 인권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 인권위는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언급되기 시작했고, 인권위의 성공 비결을 배우려는 외국 사절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인권위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순식간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고 한 것은 인권위의 험난한 앞날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는 인권위의 조직을 21%나 강제로 축소했고, 결국 안경환 당시 인권위원장이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들을 국제사회에서 변론할 자신과 면목이 없다”며 인권위를 떠났다. 안 위원장이 사퇴하자, 청와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현병철씨를 새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스스로 인권 현장을 잘 모른다고 고백한 인물이었고, 잘못된 인선의 결과는 참혹했다. ‘피디수첩’ 사건, 박원순 변호사 사건, 민간인 사찰 사건, 집시법의 야간시위 금지 규정 등 정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일들에 인권위는 눈을 감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인권위의 ‘파행’을 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문경란, 유남영, 조국 등 세 명의 인권위원이 줄줄이 사퇴했고, 그 여파는 61명의 인권위 전문·자문·상담위원들의 사퇴와 전직 인권위원, 전직 인권위 직원, 600여 시민단체, 300여명의 법학자·변호사 등의 항의성명으로 이어졌다. 인권위의 인권상 수상자들이 수상을 거부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2011년 대한민국의 인권현실은 우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인권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연일 증가하고 있는 인권위 진정건수가 그 바로미터다.
다행히도 문제의 해법이 복잡한 것은 아니다. 우선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인권위법 개정도 필요하다. 인권위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권위원 자격을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 개입의 ‘황금다리’ 노릇을 하고 있는 인권위법의 몇몇 독소조항도 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위원장이 교체되고 법률이 개정된다고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도가 아무리 잘 정비되어 있어도, 국가권력은 인권위의 취약한 빈틈을 찾아내어 그 활동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인권을 존중하는 ‘정치’와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강력한 ‘시민사회’다. 어쩌면 내부보다는 외부 환경이 인권위의 미래에 더 큰 변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것은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 ‘끼어 있는’ 인권위의 숙명이기도 하다. 인권위의 안과 밖에서 인권위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무너지고 있는 인권위를 그냥 지켜보고 있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인권위가 해야 하는,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국격은 어디가고...한국 인권위 끝모를 추락 (참세상, 김도연 기자 2011.05.13 14:44)
ANNI, “한국 인권위 독립성 훼손 심각하다”
아시아국가인권기구NGO네트워크(Asian NGO Network on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 ANNI)가 “아시아 지역 국가인권기구 중 대표적인 모범사례였던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국내외적 평판 및 진실성이 추락하고 있다”며 “한국 인권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2008년 이후 한국 인권위에서 일어난 변화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지난 11일 한국에 조사단을 파견했던 ANNI가 13일 영등포 미래여성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 12일 이틀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ANNI는 인권존중과 보호를 위한 국가인권기구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 네트워크로 아시아 14개 국가의 국가인권기구와 관련된 19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년 각 나라의 인권위 상황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나 이번처럼 특정 국가에 현장조사를 나온 것은 처음이다.
조사 대표단으로 파견된 풍키 인다르티 인도네시아 인권감시 사무총장은 “2006년 ANNI가 만들어진 이래 이처럼 현장조사를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것이 한국 인권위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ANNI 조사단은 이날 “한국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장애인 인권 침해 피해자나 표현의 자유 침해 피해자 등 한국의 인권침해 피해자들로부터 인권위가 그들의 진정과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인권위원의 임명 절차와 관련해서도 “현재 인권위는 인권위원들의 인권 전문성과 경험보다는 그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위원으로 임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인권위의 독립성에 우려를 표했다.
조사단은 특히 최근 인권위가 전문성이 검증된 비정규직 직원의 계약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해지하고, 또 이에 항의를 하며 1인 시위를 했던 직원들을 감사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이라며 “인권위 직원들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데 대해 고위 간부들로부터 징계를 받거나 감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잠정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이는 결국 인권위 직원들의 의욕 및 사기를 꺾는 결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현재 한국 인권위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상황들과 추락하고 있는 위원회의 국내외적인 평판 및 진실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한국 인권위에 다섯 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이들이 권고한 사항은 △인권위원 임명 과정에 시민사회와의 협의 및 청문 절차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인권위의 독립성과 효과성 보장할 수 있는 조치 취할 것 △국제 인권기준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인권침해에 대응할 것 △모든 인권위원들과 직원들 간의 공식적, 비공식적 협의 과정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보장 △인권위 직원들의 의사표현의 자유 및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권리 보장 등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인권위 간부 및 상임위원들을 폭넓게 접촉하려는 시도를 인권위 측이 차단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ANNI 조사단은 “현병철 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을 동시에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인권위 사무처에서는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사무처 직원 2명이 조사단을 만날 것을 결정, 통보했다”며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전문위원은 조사단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별도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조사단은 서면 질의를 통해 그동안 인권위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구체적 사안들에 대한 인권위 측의 공식적인 추가 답변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인권위 측의 답변을 받은 이후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구체적인 조사 내용과 권고사항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최종보고서는 대한민국 정부 관련 부처,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기구 국제 조정위원회(ICC),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국내 및 국제 시민사회 등에도 보내질 예정이다.

 

상상, 그 이상의 후퇴 (레디앙, 2011년 05월 20일 (금) 09:34:33 조백기 / 상지대, 한국방송통신대 시간강사)
[릴레이 기고⑦-MB정권 3년] 무너진 인권과 주눅든 사회 
무엇보다도 가장 극적인 변화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몰락이라고 하겠다. ‘몇 년 전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듯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1년 설립된 이후 우리사회에서 인권의 증진과 보장을 위해 활발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화 논란, 21% 조직 축소, 안경환 위원장의 임기 만료 전 사퇴와 ‘무자격/도둑취임/MB하수인’ 현병철 위원장의 임명, 정부정책에 반하는 진정사건을 둘러싼 입장 대립, 조직의 비민주적·반인권적 운영문제,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과 조국 비상임위원의 사퇴, 자문위원·전문위원·상담위원 69명의 사퇴, 인권위 직원의 1인시위와 이에 대한 부당한 징계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바람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토론회와 심포지엄 등이 참가자들의 참가 거부로 무산되고 있고, 인권상과 인권에세이 공모전, 인권논문 공모전, 인권영상 공모전의 수상자들이 잇따라 수상 거부가 이루어졌다. 사실상 ‘명패’만 달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권전문가들이 아닌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미래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병철 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회는 세계인권선언 62주년인 12월 10일 위원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각에서는 오늘도 우리 위원회에 대한 폄하와 인권위원에 대한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전문위원 등의 집단 사퇴, 인권상 및 인권공모상 수상 대상자 일부의 수상 거부 등 일련의 행동들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우리 위원회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으나,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확인없는 일방적·편파적 주장 등은 우리 위원회의 활동이나 결정에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하여, 이러한 국내외 인권공동체의 비판과 우려에 대해 그 의미를 축소하고 폄하하면서 눈과 귀를 닫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 등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 인권위원의 임명으로 인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인권위 흔들기와 무력화’는 이들의 이후 활동으로 그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게 된다.
현병철 위원장과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 흔들기와 무력화’로 인해 인권에 관한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조사와 연구와 권고 또는 의견에 대한 표명의 소극적 대응, 인권침해 진정사건에 대한 소극적 대응, ‘북한인권위원회’로의 전환, 인권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관계 단절과 반인권적·보수적 단체들과의 협력관계 설정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과 위상이 위축되고 훼손되기에 이른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조직축소, 비민주적·반인권적 인권위원의 임명 등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 흔들기과 무력화’에 대한 인권단체의 문제제기와 항의표시에 대해 오히려 시설보호 요청에 따른 경찰 공권력을 동원하여 강제퇴거 시키는 등 다른 국가기관이 인권을 억압하는 것처럼 인권수호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위상과는 모순되는 반인권적 행태를 보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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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에 ‘북한인권 전담기구’ (한겨레, 손준현 선임기자, 2011-02-28 오후 07:32:56)
“국내문제 외면하면서…” 비판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에 북한의 인권침해를 전담하는 기구가 새로 설치된다. 국가기관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한 진정을 받고, 기록과 보존이 이뤄지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28일 오전 전원위원회를 열어 김태훈 비상임위원 등 보수 성향 위원 3명이 발의한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 및 북한인권기록관 설치안’을 찬성 7표, 반대 3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이달 중순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신고센터 접수 대상은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한 북한 주민과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등이며, 주요 사건은 북한인권팀에서 진정을 직접 접수해 상담할 수도 있다. 진정 대상 사건은 정치범수용소·교화소 등에서 벌어지는 고문·가혹 행위, 국경에서 벌어지는 모든 폭력 행위, 탈북자 살해·고문 등이다.
찬성 의사를 밝힌 김 위원 등은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수 있고, 공신력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향숙 상임위원 등 3명의 위원은 “북한주민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 여부를 과연 인권위가 조사할 수 있는지와 국가인권위법상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새사회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북한 지역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관할 범위가 아니다”라며 “현병철 위원장이 북한인권을 끌어들여 국내 인권문제는 외면한다는 비판을 무마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주민 진정 받아 조사한다는]인권위 ‘북한 인권침해 신고센터’ 논란 (내일, 고병수 기자, 2011-03-02 오후 12:26:01)
인권단체 "현실적으로 불가능, 인권위 내부문제 덮기용"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인권 침해와 관련한 진정을 받고 상담하는 기구인 '북한 인권침해 신고센터'를 설치키로 결정하자 인권단체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과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치한 북한인권상담센터는 '정치수단화' 한 것에 불과하며 인권위 내부의 인권침해문제를 감추기 위한 '눈가림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28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북한 인권침해 신고센터 및 북한인권기록관 설치안'에 대해 3대 8로 가결했다. 인권위는 이 센터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한 북한 주민과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등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 진정을 받을 예정이며 조사국의 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 사건 기록은 함께 설치되는 '북한인권기록관'에 보존할 계획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인권단체는 그러나 북한 인권상담 신고센터가 현실적으로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낮고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관계자는 "인권위는 국내에 있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2006년 북한 인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면서 "이번 결정은 기존의 결정을 뒤엎는 것일뿐 아니라 북한과 자유로운 교류가 국가보안법상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주민의 진정을 받고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절차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인권상담 신고센터 설립이라는 방식으로 정치수단화한 것에 불과하며 한국의 대북지원중단 같은 북한 주민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어떠한 권고도 하지 않는 행태는 북한인권의 왜곡이고 악용"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 내부문제를 덮기 위한 눈가림용 결정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전원회의 당시 장향숙 위원이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노조지부장 계약해지에 관해 60여명이 실명으로 부당하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그런 글이 올라온 지 한참이 지나도 현병철 위원장은 계속 모르는 척하고 면담요청도 거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권단체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인권위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외면한 채 이루어진 북한인권 관련 논의는 눈가림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번 안건에 찬성한 의원들이 "헌법에 한반도가 한국의 영토로 규정되어있다"고 밝힌 대목은 유엔에서도 폐지를 권고한 대표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의 근거일뿐 아니라 남북관계 긴장을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 외면 인권위" 대안조직 만든다 (한국, 김혜경기자, 2011/02/12 02:32:19)
김형완씨 등 전직 인사들 대거 참여… 정책 제안 등 연구소 내달 출범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인권위'라 할만한 인권정책연구소가 3월 출범한다. 전직 인권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연구소의 성격도 '대안 인권위'를 표방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인권정책연구소 출범을 준비 중인 김형완 전 인권위 인권정책과장은 11일 "인권위가 제 기능을 못하는 현 상황에서 대안이 절실했다"며 "3월까지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연구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는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 한켠에서 인권정책연구소 설립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씨는 1998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국내 첫 특검)의 특별조사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민관 이력을 두루 지닌 인권 분야 베테랑으로 꼽힌다. 인권위 설립 때부터 함께해 '인권위의 산파'로 불기기도 했던 그는 현병철 현 인권위원장 취임 이후 갈등을 빚다 지난해 9월 인권위를 떠났다. 그는 당시 5개월만 더 채우면 20년 근속으로 공무원연금 대상자가 돼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었음에도 독립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인권위 내부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사직서를 냈다.
김씨가 새롭게 꾸리는 인권정책연구소는 민간연구소로 인권정책 생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 인권 관련 운동단체는 많지만 정부기구와 민간단체를 잇는 독립적 연구기관은 전무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첫 번째 사업은 올해 11월로 창립 10년을 맞는 인권위의 10년 역사를 담은 자료집 발간. 김씨는 "인권위에서 보낸 지난 10년은 영광과 보람의 시간이었다"면서도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께 채무를 진 기분이다.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집은 전직 인권위 위원장과 간부 등 50여명의 인터뷰, 문서자료 등을 담을 예정이다.
연구소는 동시에 인권정책 제안과 사회권 의제에 관한 담론 개발, 인권정책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을 해나간다. 민간인 사찰, 야간집회시위 금지 등의 문제를 외면하는 인권위를 대신해 현안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국내에서 사회복지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사회권에 대해서도 폭넓게 연구할 계획이다.
설립 멤버는 정책연구원 4명과 전문위원, 이사진 등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김씨와 함께 인권위를 동반 사퇴한 유남영, 문경란 전 인권위 상임위원은 구두로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국 초대 인권위원장과 박래군 인권재단 상임이사, 인권변호사 조용환씨 등도 접촉 중이다.
연구소 출범 소식을 듣고 헌법학자 김두식 경북대 법대 교수, 인권위 직원 등이 십시일반으로 약 400만원의 성금을 보내왔다. 연구소 사무실은 시민단체 등이 모여있는 마포구 합정동이나 망원동 등지가 유력하다. 김씨는 "공간을 내주겠다는 단체도 있지만 인권 문제는 특히 독립성이 중요하기에 독자적 공간을 마련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라고 말했다. 초대 연구원과 연구소 위치 등은 다음주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인권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따지지 않는다"며 "활발한 정책 생산을 통해 인권 분야에서의 정책 경쟁 시스템을 확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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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노조 간부 해고 '물의' (한국, 남상욱기자, 2011/02/07 02:33:31)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달 28일 노조 간부로 일하고 있는 차별조사과의 일반계약직 강모 조사관에게 계약연장 불가 통보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인권위는 그간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계약직 직원에 대해 3년 범위 내에서 계약 연장을 해 왔다.
해당 직원과 노조는 "비정규직 차별 시정에 앞장서야 할 인권위가 오히려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사실상의 해고를 했다. 노조 탄압이자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8일 해당 사안에 대해 비정규직 차별 행위로 인권위에 진정할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인권위 내부 규정은 '계약직공무원의 채용기간은 담당업무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 5년의 범위에서 계약연장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강 조사관은 인권위 설립 이후 10년 가까이 일을 해왔으며 2002년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 2005년 서울구치소 수용자 사망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2년 계약이 끝나면 3년 범위 내에서 연장을 해오던 게 관행이었고 강 조사관의 경우 이를 깰 만한 결격사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내부 직원들도 강 조사관이 2009년부터 인권위 노조에서 부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현병철 위원장의 조직운영에 대한 비판에 앞장선 게 '미운 털'이 박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는 "더 이상 계약직 직원을 둘 필요가 사라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인력감축 과정에서 대부분의 계약직 직원과 계약을 해지해 현재는 일반계약직 직원이 강 조사관을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령의 인권위' (미디어오늘, 이명재·출판인, 2011.02.07  19:16:31)
[상식의 해부 1] 'MB의 현병철' 그 고발장과 자기 반성문…
이명박 정권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력한 정부’에 대한 집착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국민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법과 질서를 강조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강력한 정부가 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권위를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스스로를 우스개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이야말로 자신을 낮출 때 더욱 권위를 얻는 법인데 이명박 정권의 권력기관들은 자신을 시덥찮게 높이려 함으로써 자신을 한없이 시시한 것, 하찮은 권력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이 정권의 업적은 정부 기관 자신에만 그치지 않았다. 국가기관이되 정부기관이 아닌 독립기관마저 시시한 곳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최근의 감사원장 임명 촌극도 그렇지만 그 결정판은 국가인권위원회다. 최근 1,2년간 국가인권위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 및 그 사태의 와중에 보여준 말과 행태들은 국가기관의 권위의 추락, 물구나무 선 법치주의, 국가의 역할과 소명에 대한 무지, 그리고 상식의 전복 등 이 정권의 추문과 문제점을 총체적이자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세상 일에 귀천이 없다고 믿지만 굳이 말하자면 인권위는 귀한 일을, 귀한 방식으로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느 국가기관과 다른 기관이다. 인권위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해 낮은 곳으로 임함으로써, 반면 강한 이들에게는 얼굴을 쳐들고 맞서는 다윗이 되고자 함으로써 그 권위와 정당성을 얻는 곳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골리앗에 맞서는 것을 포기하고, 오히려 골리앗의 그늘에 스스로를 가두면서 참으로 시시하고 하찮은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만약 이명박 정권이 출범 초기에 인권위를 정부 산하에 편입해 보수적인 기관으로 만들려고 했던 애초의 시도가 무산된 이후 생각을 바꿔 ‘인권위의 보수화’가 아닌 별 볼일 없는 인권위, 있으나마나 한 인권위로 만들려고 했다면 이는 거의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요컨대 지금 인권위는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을 욕보이고 있으며, 존재하되 부존재하는 유령이 돼버렸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공적인 변신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인권위원장에 앉은 이후 자신이 얼마나 인권기관 책임자로서 부적격자인지를 일관되게 보여준 현병철 위원장의 임명이 사실 가장 완벽한 캐스팅이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지금의 인권위 사태를 바라보는 상식적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만 바꾸면 지금의 인권위는 예전의 정상적인 인권기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인권위 사태를 바라보는 인권위 내외부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선 현병철과 그와 ‘이해관계(인권이 아닌 ‘이권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이들에게 지금의 ‘인권위 살해’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논외로 치자는 전제부터 필요하다. 책임은 한치라도 책임감을 갖는 이들에게나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애초부터 인권과 무관한 이들, 어제 했던 말을 오늘 너무도 쉽게 뒤집는 이들, 공직의 ‘공(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의심스러운 이들, 머리를 모자를 쓰기 위한 장식물 외에는 써 본 적이 없어 보이는 무지한 이들에게 애시당초 인권위 추락의 책임을 묻는 것은 별 소용 없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병철에 대한 고발장과 함께 통렬한 자기반성문이다. 현병철에 대한 비판이 과거 ‘좋았던’ 시절, 안일과 낙관론에 취해 인권위를 단단하게 만들지 못했던 이들의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돼서는 곤란하다.
인권위는 검찰이나 경찰처럼 권력은 없지만 어느 기관보다 강력한 도덕적 권위로 다른 권력을 제압할 수 있는 기관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만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당대 최고 수준의 지성과 도덕적 권위로 무장해야 할 기관이다. 그러나 100kg의 무게를 지닌 기관이 됐어야 할 인권위는 스스로를 30kg의 경량급으로 만들어버렸고, 그렇게 가벼운 인권위를 이명박 정권과 현병철 위원장은 마음껏 들었다 놨다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인권위는 올해로 설립 10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2001년 11월 25일 출범으로 인권위의 설립이 완성된 건 아니다. 인권위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관이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나날이 설립되고 있다. 매일 매일 새로워지고 깊어져야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현병철 이전의 인권위는 외형적 성장주의의 낙관에 취했고, 고민과 성찰과 자기단련을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실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국가권력의 폭력에 대한 반성적 산물로서의 인권위, 공권력이 갖고 있는 위험한 권력으로서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보여줬어야 할 질문에 인권위는 어설픈 법리에 기댄 수세적 해명에 그치고 말았다. 이른 바 반인권위 집단의 무지를 드러낸 이 질문이 결국 인권위 자신의 한계를 보여주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인권위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인권위는 표피적 시각과 문제의식에 갇혀 있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명박과 현병철에 대한 돌팔매질만이 아닌 통렬한 자기반성이다. 그럼에도 인권위를 지금의 우스운 형편으로 만드는 데 원인(遠因)의 일단을 제공한 이들이 순교자인 것처럼 나서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인권위, 조사관 해고 부당” 노조가 인권위 상대 진정 (경향, 임아영 기자, 2011-02-07 22:16:50)
ㆍ“노조 간부라고 고용 차별” 인권위 사상 초유의 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조합 간부인 조사관에게 해고 통보를 내려 물의를 빚고 있다. 노조는 8일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한 차별행위(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고용상의 차별행위)’로 인권위에 진정을 넣을 계획이다.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인권위 직원들이 인권위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8일 인권위 차별조사과 일반계약직 강모 조사관은 인권위로부터 계약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인권위는 그간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계약직 직원에 대해 3년 범위 내에서 계약연장을 해왔다. 인권위 내부 규정에는 ‘계약직공무원의 채용기간은 담당업무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 5년의 범위에서 계약연장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2년 계약이 끝나면 3년 범위 내에서 연장을 해오던 게 관행이었고 강 조사관의 경우 고용계약을 해지할 만한 결격사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강 조사관은 2009년 5월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 부지부장으로 활동해왔고 현 위원장의 비민주적 조직 운영에 대한 사안, 직원의 근로조건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조사관과 노조는 “비정규직 차별 시정에 앞장서야 할 인권위가 오히려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해고했다”며 “노조 탄압이자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8일 비정규직 차별행위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방침이다. 피진정인은 현병철 인권위원장과 손심길 사무총장 등이다. 노조는 7일 보도자료를 내 “위원회의 이번 계약연장 거부 결정이 직원의 노조 활동, 특히 현병철 위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활동에 대한 보복적 인사 조치라고 판단한다”며 “지부 부지부장을 조직에서 내쫓음으로써 인권위지부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원회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인사 문제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노동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현행 법제와 관행을 개선하라”며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일시적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 해고된 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원장-총장이 피진정인, 초유 사태 (레디앙, 2011년 02월 08일 (화) 15:23:50 손기영 기자)
노조 "계약직 해고는 보복"…인권단체 “인권위 전면 재구성돼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공동행동) 등 인권단체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현 위원장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나서는 등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2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준) 인권위지부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해온 강인영 차별조사과 조사관에 대한 일반계약직 공무원 재계약 심사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5년 안의 범위에서 계약을 연장해온 관례를 깨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해 논란을 빚었다.
다음달 1일자로 계약이 만료되는 강인영 조사관은 지난 2002년 별정직 공무원으로 입사했으며, 2년 뒤 인권침해 조사2과에서 정책과로 부서를 옮기면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변경됐다. 이후 5년간 계약을 연장한 뒤 지난 2009년 계약직 공무원으로 신규채용을 거쳐 현재까지 9년간 인권위에서 근무했으며, 인권위에서 성차별 및 성희롱 업무분야의 전문성 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강 조사관은 또 지난 2009년 5월부터 인권위지부 부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현 위원장의 비민주적 조직운영 사안과 인권위 직원들의 노동조건 사안 등에 대한 문제제기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를 두고 인권위지부 측은 “현 위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활동에 대한 ‘보복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위 노조는 진정서에서 “그간 위원회(인권위)는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5년의 범위에서 계약을 연장해왔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그런 위원회가 피해자에 대해서만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피해자가 인권위지부의 부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해 비판적인 활동을 해 온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위원회의 결정은 피해자의 조합 활동을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준 '차별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조사 및 구제를 원한다”고 진정 사유를 밝혔다.
심광진 인권위지부장은 진정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 위원장 체제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강인영) 부지부장에 대해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불이익이 돌아갔다”며 “인권위 계약직 공무원의 경우 그동안 5년 범위 안에서 계약이 연장돼온 관례를 비춰볼 때, ‘보복조치’가 아니었나는 생각이 든다. 인권위에 쓴소리를 한 것에 대한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권위지부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비조합원인 박병수 침해조사과 조사관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강 조사관은 구성원 중 누구보다 뛰어난 분이었다. 쓴소리에 대한 불편함에 따른 조치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강 조사관에 대한 진정 사건은 인권위의 관련 소위원회를 거쳐, 3개월 내에 차별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비판적 구성원에 대한 인권위의 일방적인 해고조치에 대한 반발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80여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8일 성명을 통해, 강 조사관을 해고한 인권위의 행태를 규탄하고 현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성명에서 “강 조사관 해고는 현 위원장과 손심길 사무총장이 인권위를 자신의 입맛대로, 정부의 눈치를 보아가며 장악하려는 음모”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재계약 중단은 사실상의 해고이다. 비정규직 보호에 앞장서야할 인권위가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는 것은 인권위가 ‘인권옹호기관’을 포기하고 ‘인권침해기관’을 대대적으로 선포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부와 현 위원장은 인권위 파행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그 출발은 인적 쇄신”이라며 “무자격 위원장은 사퇴해야 하고, 새로운 인물로 인권위가 다시 구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정비하고, 직원 채용의 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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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권 개선한다더니' 인권위 예산 확 줄어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2011/01/26 05:31)
3억3천만원→2억원, 편성과정서 대폭 삭감
국가인권위원회의 2011년도 예산안에서 북한인권 관련 사업예산이 작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인권위의 2011년 세출 예산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요 사업비 예산은 48억1천만원으로 북한인권 예산에는 2억원이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항목의 예산 3억3천100만원보다 1억3천100만원 감소한 것이다.
북한인권 예산은 정부의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크게 깎였다. 인권위는 애초 3억1천300만원을 요구했으나 1억1천300만원이 감액됐다. 세부내역으로는 북한인권 국제심포지엄이 7천4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들고 북한인권 연구 간담회ㆍ토론회가 5천200만원이다. 외국 현지 실태조사가 4천400만원, 북한인권 자료집 발간이 3천만원 등이다.
반면 작년 예산과 비교했을 때 북한인권 사업을 뺀 올해 대다수 주요 사업비는 증가하거나 동결됐다. 취약분야 인권개선 사업비는 지난해 5억6천만원에서 올해 6억9천만원으로, 장애인 인권증진 사업비는 지난해 3억8천만원에서 5억9천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또 인권교육 활성화 사업비(5억3천만원)와 차별예방ㆍ인권문화 조성 사업비(2억9천만원)도 작년보다 소폭 증가했고 인권전문 상담원 운영비(2억4천만원) 등 3개 사업비는 작년과 같았다.
전체 주요 사업비는 48억1천만원으로 지난해 46억원보다 2억1천만원 증가했다. 주요 사업비를 포함한 2011년 인권위 총예산은 220억7천만원으로, 인건비는 작년 대비 5억원 줄어든 103억1천만원, 기본경비는 작년보다 1억3천만원 증가한 69억4천만원으로 파악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북한인권 예산이 준 데 대해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 같다. 정치적으로 해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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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상임위원 겸직 허용…공정성 논란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2011/01/25 05:31)
'겸직금지 규칙' 개정 의결에 시민단체 "문제 있다" 반발
인권위는 24일 오후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원의 겸직금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현행 '인권위원의 겸직금지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항은 상임위원이 법인ㆍ단체 등의 고문ㆍ임원 또는 직원 등 직책을 일절 겸직할 수 없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은 인권위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권위는 '인권위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고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인권위원장이 예외적으로 겸직을 허가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인권위는 관련 규정의 내용을 완화하고자 개정안을 만들었다는 견해를 보이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겸직금지 규칙에 관한 애초 목적과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권위원장의 허가'를 이유로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규칙이 개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으로 상임위원이 바뀔 때마다 겸직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관련 규칙의 개정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인 새사회연대 관계자는 "상임위원은 직에 맞게 인권 업무에만 집중하는 게 당연히 맞지 않겠느냐. 개정안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전원위에서는 유엔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이행에 관한 제4차 국가보고서 초안의 인권위 의결제출 안건 등도 논의됐다.

 

인권위 상임위원 겸직 허용…공정성 논란 (참세상, 박현진 기자 2011.01.26 09:16)
인권단체 “겸직금지 규칙 목적 취지 훼손”지적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아래 인권위)가 상임위원의 겸직을 허용하기로 해 공정성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24일 열린 2011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원의 겸직 금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은 인권위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인권위원장이 상임위원의 겸직을 허가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인권위원 겸직금지 규칙 2조 제1항은 인권위원이 재직 중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 임원, 정부 투자기관의 위원, 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위원 등 인권위 업무를 저해하거나 위원회 규칙으로 제한하는 업무를 겸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규칙은 인권위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권위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고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위원장이 예외적으로 겸직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새로 만듦으로써 사실상 상임위원의 겸직이 허용될 전망이다. 인권위는 “업무 수행과 무관한 부분까지 겸직을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다소 완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번 의결안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인권위원장의 권한만 강화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병철인권위원장사퇴촉구인권시민단체대책회의 명숙 활동가는 “지난번에는 상임위원 권한 축소 개정안으로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의 사퇴를 가져오더니 이번에는 H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영혜 상임위원의 활동을 유지하게 하고자 규칙을 개정한 듯 보인다”라고 지적하고 “현병철 위원장의 멋대로 식 규칙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란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기업권력에도 독립을 유지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이번 경우 기업 권력에서 얼마나 사회적 약자의 권익이 지켜질지 의문”이라며 인권위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인권위 상임위원 겸직허용 제의는 오해" (참세상, 박현진 기자 2011.01.28 09:23)
"봉사직 등에 한해 허용, 위원장 독단의 소지 위험 없어"
국가인권위원회 장향숙 상임위원은 27일 전화통화에서 인권위 상임위원 겸직허용에 따른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 기존 언론보도에 오해가 있다며 견해를 밝혔다. 장 상임위원은 “내가 맡은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유지를 위해, 내가 그 개정안을 제의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장 상임위원은 “내가 IPC에서 맡은 활동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소외된 장애인 체육활동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봉사직조차 기존 인권위 규칙으로는 겸직이 불가능해, 규칙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다른 위원들이 개정안을 건의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규칙개정에 따른 인권위원장 독단의 소지나 상임위원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 장 상임위원은 “봉사직 등 특수한 경우의 겸직을 허용한 것이므로 위원장 권한이 강화될 여지가 없으며, 설사 그럴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위원장 혼자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전원위원회 전체가 동의해야 가능한 사항이라 이번 개정안에 나도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권위는 27일 해명자료를 통해 "H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직은 단서조항 신설과 관계없이 동 규칙 제2조 제1항 제3호에 해당되어 겸직이 금지되는 직이며, 더불어 김영혜 상임위원(2010. 11. 15. 임명)은 2010. 11. 12. H 사외이사직을 사임하였음"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상임위원의 경우, 일체의 법인, 단체 등의 고문, 임원 또는 직원의 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임위원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인권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고,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겸직을 허가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신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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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또 ‘정부 눈치보기’ (경향, 임아영 기자, 2011-01-24 21:51:58)
ㆍ유엔보고서에 ‘박원순 사건’ 뒤늦은 의견
유엔에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인권보고서 초안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견을 내며 ‘뒷북’을 쳤다. 인권위가 정부의 눈치를 봐온 행태가 새해 들어서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는 24일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 국제규약 이행에 관한 제4차 국가보고서 초안에 대한 인권위 의견 제출’ 안건을 수정 의결했다”고 밝혔다.
5년마다 유엔에 내야 하는 ‘자유권’에 관한 이 보고서에는 회원국 정부가 자국 인권 현황에 대한 내용을 담아 제출한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이 정부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인권위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인권위법에 따라 의견을 밝혔다.
법무부는 제19조 ‘표현의 자유’ 부분에 MBC ‘PD수첩’ 등 3가지 사건만 언급했지만, 이에 대해 인권위는 “박모 변호사(박원순 변호사) 사건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다른 사건과 달리 민사소송으로 국가가 이런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주요 사건”이었으므로 이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국가정보원은 박 변호사에 대해 명예훼손에 따른 손배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국가는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며 박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이 사건이 논란이 될 당시 의견 제출 안건을 부결시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프랭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이 사건을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로 지적했다.
한편 인권위는 인간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덧붙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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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자물통 내건 인권위 (한겨레, 손준현 선임기자, 2011-01-11 오후 08:35:23)
‘배움터’ 내달부터 잠정폐쇄
사무실 출입문엔 잠금장치 

소통 불능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이번엔 인권·시민단체에 무료로 토론회나 교육장소로 빌려줬던 인권위의 ‘배움터’를 다음달부터 잠정 폐쇄하겠다고 밝혀, 평소 이 공간을 이용해온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권위는 최근 누리집에 ‘2월1일부터는 배움터 개방이 잠정 중단된다’는 공지 글을 올렸다. 서울 중구 금세기빌딩 11층에 있는 인권위 배움터에 대한 단체들의 사용신청은 이미 지난해 12월 말 중단됐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인권위가 개방을 잠정 중단하는 게 아니라 아예 배움터를 폐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인권위 내부 관계자는 11일 “배움터 점거농성 사례가 잦아 배움터를 폐쇄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2008년 김양원 비상임위원의 임명에 반대하는 농성을 배움터에서 벌었고, 지난해 12월에는 장애인 단체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곳을 점거한 바 있다.
하지만 인권·시민단체들은 “인권위가 농성 방지를 내세워 아예 외부와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의 명숙 활동가는 “배움터 폐쇄는 단체들과 교류를 끊겠다는 ‘상징적 선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인권위는 최근 7~13층 사무실의 계단 쪽 출입문에 새로 잠금장치를 달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잠금장치 설치는) 점거농성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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