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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 산별노조 건설 관련 글 - 공공운수 현장조직‧활동가 연대회의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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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112125345&code=940702
노조와 소송 ‘연패’ 수산개발원이 ‘노사 선진화’ 최고 (경향, 정희완 기자, 2012-07-11 21:25:34)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연구원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임금체불 등과 관련해 노조와 7건의 소송을 벌였지만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정부의 올해 연구기관 평가 가운데 ‘노사관계 선진화’ 항목에서 최고 등급인 ‘매우 우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원에 근무 중인 한모씨(45)와 김모씨(41)는 2009년 7월 해고됐다가 지난 2월 복직했다. 이들의 주된 해고 사유는 개발원의 비리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게재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두 사람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결정했으나 개발원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월 부당해고가 맞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달 28일에는 사측이 이들을 해고한 것은 노조 활동을 압박하는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도 내렸다.
현재 노조 지부장을 맡고 있는 성모씨(41)는 2010년 3월부터 같은 부서 상사 최모씨(52)와 신모씨(58)로부터 노조를 해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성씨가 이를 거부하자 그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성씨는 우울증과 대인기피 증세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그에게 노조 해체를 요구했던 최씨와 신씨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개발원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7건의 소송에서 모두 노조에 졌다. 이 가운데 5건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났고, 노조가 사측에의 불법행위 및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 두건은 각각 1심과 항소심에서 노조 측이 승소했다. 개발원이 2010년 3월 노조 간부들을 형사고소한 사건에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책연구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올해 연구기관 평가에서 해양수산개발원의 ‘노사관계 선진화’ 항목에 최고 등급인 ‘매우 우수’를 줬다. 또 전체 평가에서도 ‘매우 우수’를 주고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했다.
강혜랑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조직부장은 “해양수산개발원은 이 정부가 말하는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의 실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 정부에서는 노조를 압박해야 칭찬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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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588
“공공기관 노사자율 무시하는 정부 … 직접교섭 나서라” (매노, 김은성 기자, 2012.04.09)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주최 토론회서 "사회공공성 강화" 한목소리
공공기관 노사관계에서 단체교섭권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의 직접교섭을 강제하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지난 6일 오후 노동부유관기관노조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공공기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대정부 직접교섭을 강제하고 형해화된 단체교섭권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역량을 키워 초기업별 노정교섭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사회에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사기업 노동자와 똑같이 노동3권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지만 실제로는 주무부처의 관리·감독으로 인해 단체협약 체결에 적지 않은 제약을 받아 왔다. 노조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예산 승인권’·‘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공공부문노조를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각 기관장들은 임면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단협개악을 추진했고, 기재부는 노사가 예산편성지침을 위반하는 단협을 체결할 경우 감사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줬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체결한 단협이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장관의 승인을 단협의 효력 요건으로 하는 것은 협상의 당사자인 사측의 권한을 없애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에는 정부가 산하기관의 단체교섭에 비공식적인 방법(유선전화와 구두지시 등)으로 지침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등 노사자율의 기본 틀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41개 공공기관을 16개 공공기관으로 통폐합했다. 이어 129개 공공기관에서 전체 정원의 12.7%인 2만2천명의 정원이 감축되고, 252개 공공기관에서는 보수규정 개정에 따른 신입사원 초임삭감이 진행됐다. 그 밖에 단협 해지와 성과연봉제 도입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정부로부터 사찰을 당하는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파행을 거듭했다.
박태주 교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개정해 해당 공공기관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어 "공공기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대정부 직접교섭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당사자인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참여시켜야 한다"며 "경영평가제도와 예산편성지침 등 공공기관 평가기준도 수익성이 아니라 사회공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바꿔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공기관의 단체교섭권이 훼손되는 배경에는 그동안 대법원이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한 단협의 효력을 부인하는 판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법원의 견해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제한하는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오윤식 변호사는 "공공기관 노동자도 사기업 노동자와 똑같이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노조법을 개정해 법 해석에 의한 입법취지 왜곡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노조법 제31조제1항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고, 이로써 그 단체협약은 효력을 발생한다"로 바꾸자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사실상 공공기관 단협의 효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며 "정부가 노사자율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사용자로 직접 나서 단협에 임하도록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노조가 사회공공성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간 공공부문노조는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기업별 노조활동의 한계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가 실종되고, 노조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는 "현장이 살아서 교섭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좋은 법률도 무용지물이 된다"며 "현재 왜곡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원인이 과연 정부의 탄압이 전부였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노무사는 "공공기관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을 때 정부는 공공기관은 물론 노조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며 "노조가 공공부문 개혁의 주체로 나서 사회공공성을 강화해야 공공부문노조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공공부문노조가 공공부문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복지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담아내려면 현재 수익성·효율성 위주의 공공기관들이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며 "노조위원장 홀로 대외협력본부장으로 뛰었던 과거 활동 방식을 넘어 조합원·시민이 공감하는 공통의제를 발굴해 함께 활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인상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은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고 산별교섭을 법제화해 반드시 노정교섭을 이끌어 내겠다"며 "한국 사회 공공부문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투쟁을 앞장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view.asp?arId=104136
[오피니언-시론] 단체협약을 무용지물로 만들지 말라 (매노, 박성국 발행인, 2011-05-13 오전 8:12:48)
단체협약은 수년간 노사가 협상을 통해 쌓아올린 성과다. 노·사 간 신사협정이자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행사의 결과물이다. 이런 단체협약이 최근 휴지 조각보다 못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것도 정부와 사용자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사용자측은 단체협약 일방 해지권을 남용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장기 노사분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행해진다는 점이다. 노조법 제31조3항에 따르면 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 또 노조법 제32조3항(단체협약 유효기간)의 단서조항에는 노사 당사자 일방이 6개월 이전에 상대방에게 통보할 경우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단,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부터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단체협약 시정명령은 가파르게 늘어났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에 따르면 노동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은 2007년 4건, 2008년에는 3건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09년 35건, 2010년에는 46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9년의 시정명령 표적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였다. 공무원과 교사들이 가입한 노조의 단체협약에 근무조건과 관련없는 사항이 포함됐다는 이유였다. 기능직과 일반공무원의 차별금지 및 시정·고위공무원의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등이 시정명령을 받은 단체협약 조항이다. 이 같은 시정명령에 거부했다는 이유로 손영태 전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지난 2009년 노조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국가형벌권이 발동된 첫 사례였다.
2010년의 시정명령은 주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위반에 대한 것이다. 지난해 타임오프 한도위반과 관련해 노동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은 30개 사업장에 내려졌다.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노동부가 자율시정을 권고한 곳을 포함하면 모두 118곳이다. 100여 곳이 넘는 단위 사업장 노사관계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한 셈이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용자측이 주도한 단체협약 일방 해지추세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단체협약 일방 해지는 공공기관이 주도했는데, 민간기관으로 번지는 양상이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산하 분규사업장 113곳 가운데 66곳이 사용자측의 단체협약 일방 해지 또는 단체교섭 회피로 쟁의행위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으로 인한 후유증은 매우 심각하다. 노사가 숱한 밤을 새우고 설전을 거쳐 만든 단체협약은 무용지물이 됐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은 정치적 목적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전 정권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은 조항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타임오프에 대한 시정명령도 논란이 일긴 마찬가지다. 행정기관이 설정한 기준에 불과한 타임오프 한도를 기준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굳이 정부가 억지를 부리지 않더라도 노사 스스로 단체협약을 시정하거나 무효·취소할 수 있다. 단체협약 시정명령권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러니 법원조차 노동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 남용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닌가. 인천지법은 지난 10일 금속노조 한국펠저지회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을 대상으로 제기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최근 부산지법은 단체협약 시정명령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냈다. 비록 단체협약 시정명령에 대한 위헌성을 따지지 않았지만 시정명령 거부를 이유로 사법처리하는 것은 과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정부가 시정명령을 남용하니 사용자도 단체협약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단체협약 일방해지는 무단협 상태를 불러오고, 노조가 반발하면 사용자는 직장폐쇄로 응수한다. 노조는 와해되거나 무력화되는 수순을 밟기 일쑤다. 이러니 노조의 극한 반발을 불러오는 것 아닌가.
정부부터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그야말로 노사자치주의를 존중하라는 얘기다. 단체협약 시정명령은 최소한으로 그치거나 실효성이 없는 만큼 법을 손질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줄일 수 있다. 정부의 태도가 바뀌면 사용자측의 공격적 노무관리 풍토도 변한다. 그래야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단체협약 해지권을 활용하는 관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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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공공부문 산별연맹 기자회견문]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말살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 (2011년 4월 7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산별연맹 대표자) 
이명박 정권은 출범 이후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공기업 민영화와 기관 통폐합이라는 강제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공기업 경영 효율화와 노사관계 선진화를 앞세워 2,200여명에 달하는 정원감축과 예산절감은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노사자율 교섭을 통해 구축해 온 단체협약 마저 난도질 했다.
나아가 이 정권의 무능이 초래한 경제위기 하에서는 청년 실업난 해소를 내세워 공공기관 신입직원에 대한 초임을 삭감하는가 하면, 이 정권 3년 동안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반납되거나 삭감당하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해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을 강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힘없는 신입직원에 대해서는 ‘개별연봉제’ 마저 도입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 목적하는 바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정권이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해 온 과정과 내용들이 ‘선진화’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기 때문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율적인 노사관계는 철저히 부정되었고, 과거 군사 독재시절 보다 더 한 획일적 권위주의가 폭력적으로 진행되었다. 강요된 권위주의와 획일화, 그리고 폭력적인 정부 정책의 관철이 선진화라고 한다면, 그것은 선진화라는 가면을 쓴 독재이자, 이 정권을 향한 국민적 비난을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저급한 술수 일 뿐이다.  
이에 오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전국 30만 공공부문 노동자를 대표하여 아래와 같이 우리의 요구를 밝히며,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공동투쟁을 선언한다. 
첫째, 헌법상 평등권 침해하는 신입직원 초임삭감 원상회복하라! 우리는 정부가 2009년 공공부문에 강제했던 신입직원에 대한 초임 삭감정책이 신입직원의 일방적 희생을 앞세운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신입직원 초임의 즉각적인 원상회복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청년실업난이 가중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일자리 나누기에 공공기관과 금융기업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임금을 깎는 대신 고용을 늘리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공공기관 및 은행은 물론 대기업까지 대졸신입 초임을 20-25% 삭감했다. 그러나,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고용은 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단기 인턴과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고용의 질 마저 떨어뜨렸다. 주요 대기업들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되레 감소하는 등 신입직원 초임삭감 정책은 정부와 대기업이 벌인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당시 일방적으로 초임을 삭감당했던 신입직원들은 2,3년이 지난 현재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차별을 문제 삼으며 삭감된 임금을 원상회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신입직원에 대한 초임삭감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대우 및 균등처우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적 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며,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신입직원에 대한 초임 원상회복에 발 벗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 
둘째, 성과연봉제 도입 등 공공부문에 대한 불법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중단하라. 지금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2년 전 금융위기를 빌미로 강제했던 신입직원 임금삭감의 후유증으로 노노간 노사간 갈등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바로 잡기는 커녕 오히려 전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여 현재의 임금체계 자체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술 더 떠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개별연봉제 도입을 획책하고 나섰다. 신입직원에 대한 초임삭감에 이어 개별연봉제 도입은 실업난에 몰리고 교섭력이 없는 청년들의 약점을 악용하여 일방적 선택을 강요하는 파렴치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신입직원 초임삭감-신입직원 개별연봉제 도입-성과연봉제 전직원 도입은 노동조합으로부터 임금 교섭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집단적 노사관계를 부정하고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 정권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정부의 불법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노동조합의 사활을 건 투쟁으로 반드시 분쇄해 나갈 것이다.  
셋째, 단체협약 개악, 해지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 파괴 책동을 중단하라. 정부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있어 손톱만큼의 자율성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매년 정부의 예산지침과 경영평가, 감사원 감사에 묶여 노사자율에 의한 교섭 자체가 이미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기 단체협약마저 감사원 감사와 경영평가를 빙자하여 임의로 재단하면서 노사관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공기업 경영효율화를 앞세운 정부의 예산지침과 억압적인 경영평가 제도, 감사원 감사가 노사자치와 노동기본권 확보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면서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정부의 특정한 부처가 헌법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도 관련 법령이 정한 법의 테두리 내에서 노동기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도 경제성장, 물가인상, 민간부문 임금수준 등을 고려하여 노사가 교섭을 통해 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정부의 획일적인 예산지침은 철회되어야 한다. 이를 무시한 채 정부가 공공부문에 대한 위헌적·불법적 노사관계 개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넷째, 공공부문 노동조합 말살하는 개정 노조법을 전면 무효화하라. 노조법 개정으로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된 이후 공공부문노동조합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타임오프 시행 이후 별도지침을 통해 개정노조법 준수 현황을 점검해 그 결과를 공공기관 기관장 및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타임오프 제도를 빌미로 공공기관 노동조합 자체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정부가 타임오프 제도 시행을 기화로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화해할 수 없는 극한 대립상태로 몰고 가는데 대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으며, 타임오프 제도 무력화와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이상 4가지 요구는 결코 헛구호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경영효율화를 명분으로 자행하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조합 말살 책동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양대 노총과 30만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4.27 보궐선거는 물론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조직적인 반정부/반한나라 투쟁을 통해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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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사관계 전망 물었더니, 노동부 5급 '안정론' VS 6급 이하 '불안정론' 엇갈려 (매노, 김미영 기자, 2011-03-08 오전 8:09:32)
고용노동연수원 '노사관계 공직자 의식 실태조사 연구' 결과
고용노동부 공무원, 교육청 및 학교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향후 공공부문 노사관계 전망을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동부 공무원의 경우 직급에 따라 온도차를 보였다. 5급 사무관들은 2명 중 1명은 노사관계 전망이 안정적이라고 답했지만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은 10명 중 8명 꼴로 현상유지하거나 불안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7일 서광범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박사(교육본부장)가 발표한 '노사관계 및 노동문제에 관한 공직자 의식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직자 29%는 현재 노사관계가 안정적이라고 답했다. 불안정(27.1%)하다는 응답보다 근소한 차이로 높았다. 2006년과 비교하면 불안정하다는 평가는 31.9%포인트 하락한 반면 안정적이라는 평가는 27.1%포인트 증가해, 최근 4년 새 공공부문 노사관계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노동부 공무원(5~9급·직업상담원)과 교원(교장· 교감·장학관·장학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1천52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노사관계에 대한 시각이 가장 긍정적인 집단은 노동정책 주무부처인 노동부 공무원이었고, 부정적인 집단은 공기업 직원이었다.
 
하지만 노동부 공무원들 내에서도 직급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향후 공공부문 노사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5급은 59%가 안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10명 중 8명은 현상유지하거나 불안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팀장급인 주무관들은 40.7%가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로는 '노동자의 법과 원칙 준수 관행 정립(31.9%)'이 가장 많았고 이어 사용자의 투명한 경영시스템 정착(22.7%) 순이었다. 노사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근거로는 '정치적 잣대로 해결하려는 경향성(41.1%)'이 가장 높고, 사용자의 반노조의식이나 가부장적 노사관(22%)이 뒤를 이었다. 2006년 조사당시 1위였던 노조의 과격한 투쟁방식은 3위로 밀려났다. 노사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49.8%)는 응답이 노조의 합리적 주장과 요구(20.9%)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서 박사는 "2006년에 비해 공공부문 노사관계 인식 수준이 많이 개선됐지만 노동부 하위직 공무원 중심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요소가 내재돼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노사 중립적인 시각에서 공직자의 노동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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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에 사회적 책임 담자” (매노, 연윤정 기자, 2010-12-23 오전 8:55:03)
정란아 좋은기업센터 사무국장 공기업정책포럼서 제안
단체협약에 노사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기업연맹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9층 회의실에서 개최한 제6차 공기업정책포럼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정란아 좋은기업센터 사무국장이 이같이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관한 국제적 지표를 집대성한 ISO 26000 발효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표준화 단계에 이르렀다”며 “노조도 기업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비정규직과 관련한 사회 의제들은 노조의 협력 없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들이고, 점차 세분화돼 갈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사무국장은 “고용(신규채용)과 노동(비정규직)의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사회적 책임 수행 영역임에도 노조의 협력 없이는 제대로 된 책임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노조가 기업의 선언적인 사회적 책임 수행에 대한 견제와 감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사공동의 사회적 책임을 단협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책임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견제와 협력을 강화하고, 단협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협약에 포함되는 주요 의제는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 △장애인·고령자·비정규직 차별금지 명시화 △개인정보 보호·안전관리 위반 작업지시 거부 등 작업장 환경 △협력업체에 대한 고용 및 노동관행 준수 의무 공시 △지역고용할당제·지역재투자 등 지역사회 △사회적 기업 지원 △지배구조 개선 △탄소배출저감활동 등이다.
이날 포럼에는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박해철 한국토지주택공사토공노조 위원장·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위원장·구우천 고속도로관리공단노조 위원장·조성훈 수자원기술노조 위원장·조형일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참석했다.

 


 

노동연구원, 공공기관 단체협약 실증분석 결과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2010-08-12 오전 10:00:27)
"인사·경영권 관련 조항, 산별노조일수록 많아"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인사관리, 한국노총은 비정규직·간부 인사 '관심'

상급단체의 성향이나 유무에 따라 공공기관 단체협약에 명시된 인사권 관련 조항의 비중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협상 인사권 조항이 2개 이상인 공공기관의 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 59.2%로 가장 많았고 한국노총 35.8%, 중간노조 29.4%로 조사됐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공공부문 단체교섭제도에서 경영권과 교섭권의 합리적 조정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196개 공공기관의 2009년 단협을 실증분석한 결과 인사권과 경영권 관련 조항이 2개 이상인 공공기관이 각각 50.2%, 36.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취업규칙 변경이나 용역·하도급시 노사 간 의견조율을 거치도록 한 경영권 관련 조항(2개 이상)의 경우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은 11.3%였으나 민주노총은 48.8%로 4배 이상 많았다.
인사·경영권에서 노사합의 조항의 빈도를 보면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정리해고와 인사관리부문,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비정규직 사용과 노조간부 인사부문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 연구위원은 “민주노총 노조들이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한국노총은 간접적인 인사권 개입과 함께 노사 간 비공식적 협의를 통한 고용안정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공공기관 단협상 인사·경영권 제약 조항의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상급단체의 특성이었고, 산별노조가 특히 그랬다"고 밝혔다. 실제로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와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 사업장의 단협에 인사·경영권을 제약하는 조항이 많았다. 산별노조가 기업별노조에 비해 단협의 동일성이 높고, 조직력을 동원해 노조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은 서비스의 수요자가 일반국민이라는 특성상 교섭권과 경영권의 합리적인 균형을 이루는 데 있어 국민 공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적 과제로 △정부가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공공기관별 특성에 맞는 단계적 해결 로드맵 작성 △공공기관별 평가 및 인센티브를 통한 단체협약 개선 유도 등을 제시했는데, 산별노조의 단체협약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쓰레기 같은 보고서임. 공공부문 단체교섭제도에서 경영권과 교섭권의 합리적 조정방안을 연구한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상 공공기관 노조를 어떻게 하면 제약할 수 있을까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변수가 임의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까닭에 현황 파악용으로만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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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사찰 언제까지? (공공운수노조준비위원회 소식지  제2010-09호, 2010-08-11 11:49:47)
청와대가 나서서 민간인을 사찰하고, 노사관계에 개입한 것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오프 시행과 관련한 노사협의과정에 다양한 통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체협약을 체결하고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고 타결을 못하고 있는 공공노조 가스공사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7월 23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을 통해 ‘조합활동 방해배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노조 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의 투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나서서 단협에 대한 추가적인 개악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개각 발표 이후 새로 임명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공항공사는 지난 7월 28일 국회의원들이 방문하여 현장조사를 했음에도 사장은 고용노동부 핑계를 대며 뻗대고 있다.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 역시 사장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합의를 번복하여 장기 투쟁으로 가고 있다. 전남대 병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타임오프 협상과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의 기만적인 매뉴얼을 준용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하기도 한다.
애써 맺은 단협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핑계 삼는 사업장도 부지기수다. 이 정도 되면 노사가 힘들여 맺는 단체협약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사업장별로 차이가 있지만 고용노동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이 개입하고 있는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매년 정부와 다양한 현안에 대해 교섭하자고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직접적인 사용자가 따로 있다는 핑계를 대며 만남을 거부해 왔다. 치졸하게 정부의 통제아래 있는 기관장들의 배후에 숨어서 조종하는 것은 국격(國格)을 운운하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 법을 어기면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것도 보기에 안쓰럽다. 공공기관의 예산문제, 노동조합 운영, 전임자 문제, 경영평가 항목 등 모든 사안에 대해 직접 교섭을 하자.
우리는 이미 지난 2005년 공기업 지방이전과 관련하여 대 정부 협약을 맺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공공부문 노조와 교섭테이블을 구성하는 나라도 매우 많다. 어렵게 노사가 합의를 이끌어 낸 단체협약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고, 개입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직접 교섭에 나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정부는 직접 교섭에 나서든지, 아니면 노사 자율로 맺고 있는 협상에 대해 간섭하지 말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게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의 싸움을 부채질하는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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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도 노사자율은 없고 정부 지침만 (참세상, 김용욱 기자 2010.07.28 19:14)
홍영표, 홍희덕 의원 한국공항공사 노사관계 실태조사
타임오프 한도와 공기업 선진화에 의한 해고 문제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28일 실태조사에 나섰다.
한국공항공사 노사는 작년 12월 31일 단체협약을 사실상 잠정합의 하고, 노사 서명 날인은 올 1월 14일에 12월 31일 날짜로 했다. 노조에 따르면 작년 12월 31일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서는 올 1월 1일부터 효력이 생겼고 공사는 이 협약서로 공기업평가와 기관장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 협약서는 전임자 임금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르면 전임자 3명과 신의 원칙에 따른 서울, 제주, 부산 지부장 등 반전임 3명도 인정하고 있지만 타임오프의 경과 규정에 따라 7월 1일부터 사쪽이 반전임 전면 불인정 뿐 만 아니라 전임자 3명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공항공사는 지난 12월 31일 2009년 아웃소식을 통한 구조조정을 거부한 15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
이날 실태조사를 진행한 두 의원은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원만한 노사 관계를 위해 성실한 협의를 하라고 주문했지만 성 사장은 노동부의 의견을 받아보고 고민하겠다고만 밝혔다. 한국공항공사 조합원은 1,082명으로 타임오프 한도는 1만 시간(5명)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사는 3명분인 6천 시간만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홍영표 의원은 “사장께서 너무 강경하시다. 1,000명 사업장이면 5명도 문제없지 않느냐”며 “노조는 4.5명(9,000시간)을 요구해 위법하게 인정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 자체로 문제 삼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성 사장을 질타했다. 홍영표 의원은 “사측 주장대로 1월 14일 날 했어도 이 부분은 사장에게 재량권이 있는데 노조와 얘기 할 수 없느냐”며 “노사파행으로 국회 상임위까지 오시면 볼썽사납고 대외문제가 된다. 재량권이 있기 때문에 원만하게 대화를 하시라”고 강조했다.
홍희덕 의원도 “노사 간에 12월 31일로 소급적용을 하자고 했는데 그러면 31일이 맞다. 문서 어디에 1월 14일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정당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노조는 4.5명을 주장하는데 공항은 전국 사업장이다. 한울타리에 천명만 있는 곳과 전국적으로 천명인 사업장은 다르다. 공항공사는 5명까지 해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홍희덕 의원은 “나는 노조가 한도를 넘겨 6-7명을 달라는 줄 알았다.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데도 전임자 문제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어쩌려고 노사관계를 이렇게 하느냐”고 질타했다.
두 의원의 단체협약 효력 인정 문제를 두고 질타가 이어지자 성시철 사장은 노동부 자문대로 했다는 이야기만 강조했다. 노동부는 “1월 14일 단협을 갱신하기로 최종 합의 서명했다면 2009년 12월 31일로 체결일을 명시했다 하더라도 2010년 1월 1일 이후에 단협이 갱신 체결 된 것”이라고 질의 회신했다. 노동부의 질의 회신이 노사합의를 깨고 현장에서 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날 면담에 함께 참석한 김종인 공공운수노조준비위 공동 위원장은 단체협약서를 들어보이며 “부칙은 14일까지 논의를 했더라도 전임자 문제는 잠정 합의 때 도장을 찍은 거고 13일까지 다른 부칙 논의를 한 것으로 봐야한다. 본 서명 후 몇 개 조항 바꿨다고 효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고 성 사장을 몰아세웠다. 반면 성시철 사장은 “큰 틀의 협의는 됐지만 기재부가 누락사항를 보고 다 알고 있다. 안 알려졌다면 재량을 발휘해 볼 텐데..”라며 정부에 공을 돌렸다.
김종인 위원장과 성시철 사장은 공사의 의도적 노조 탄압을 놓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성 사장이 두 의원의 재량권 발휘 제안에 대해 “노동법에 따라 하는데 저에게 재량권을 쓰라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를 묵인하라는 것이다. 다 자문을 받고 입법 취지를 받아서 하는 것”이라고 발을 빼자 김 위원장은 “노사 근본 문제는 타임오프가 아니고 회사가 노조를 깨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성시철 사장은 “남의 직장에 와서 노조를 깨려고 하다니 누가 깹니까? 직장장이 있는데 그런 표현은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대의원대회를 물리력으로 막는 게 되는 일이냐”고 따졌고 사쪽 다른 실무자는 “대의원 의장이 막아달라고 문서를 줬다”고 반박했다.
성 사장은 “저는 내부 승진한 사장이다. 노조 위원장이나 부위원장과 수 십 년 같이 일했다. 내가 욕심 부릴게 뭐가 있나. 노동부나 법무법인에 상생할 수 있는 방법 알아보라 했다. 안하려 한 것이 아니다. 다시 상부기관과 협의해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상생을 강조했다. 성 사장은 상생을 강조했지만 공항공사노조는 공사가 일부 대의원들이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하려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할 수 있도록 지배개입하려 했다며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발한 상태다.
이어 홍영표 의원이 공항공사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자 문제도 원만하게 풀라고 당부하자 성 사장은 “저도 수 십 년 동안 지사장도 하고 내부에서 올라와 사장이 됐다. 매일아침에 1인시위하는 직원을 본다. 해고자 14명의 신상카드를 다 봤다. 해고자들의 주소, 재산상태도 다 알고 아이들이 몇 학년 인지도 다 안다. 모두 잘 아는 사이다. 왜 이런 과정을 가야 하는지 안타깝다. 공기업 중에 희망퇴직금을 받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아웃소싱 직원으로 일하도록 해준 사람이 누가 있나”며 자평하기도 했다. 성 사장은 또 “의원님들의 취지는 잘 알겠다. 낙하산으로 사장이 된 것도 아닌데 어느 기관장이 노조와 마찰을 일으키려 하겠나.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다시 노동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이날 면담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면담이 끝나고 노조의 한 관계자는 성 사장의 직원과 매우 잘 아는 사이라는 발언을 두고 “성 사장이 직원을 너무 속속들이 잘 알아서 어떻게 해야 노조탄압을 효과적으로 잘하는 지 알고 있다”며 “조합원들 사이에선 차라리 낙하산이 오면 이렇게 까지는 안할 것이라고 비꼰다”고 전했다.
한편 공항공사 사쪽은 작년 12월 31일 공기업 선진화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130여명의 소방직종을 아웃소싱했다. 이 과정에서 아웃소싱을 거부한 14명이 정리해고 당했다. 노조는 “매년 수 백억원의 흑자를 남기고 신규직원까지 채용했음에도 09년부터 무리한 구조조정을 해 노사관계가 악화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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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이영호, 공기업 단협에도 개입 (한겨레21 2010.07.23 제820호, 최성진 기자)
불법 사찰·인사 개입 이어 노조 탄압 주도 의혹…
노사관계 회의 열어 사 쪽의 강경 대응 주문한 사실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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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김에 '휘둘리는' 공공기관 단체협약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2010-07-07 오전 10:28:03)
노사합의 번복 잇따라 …감사원, 지난해 체결한 전임자 조항도 개정 요구
공공기관 단체협약이 위태롭다. 노사가 이미 합의한 단협이 정부의 말 한마디에 부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이미 체결된 단협마저 개정할 것을 요구해 노사 간 불필요한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
6일 공공기관노조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유급휴일 축소·연봉제 도입·노조활동 축소를 뼈대로 하는 단협 개정을 요구해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노사가 30여 차례 교섭한 끝에 지난해 12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런데 올해 초 전광우 공단 이사장은 잠정합의를 돌연 번복했고, 3월15일자로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지난달 재개된 실무교섭에서 공단은 3급 이상 연봉제 도입·조합원 가입 범위 축소·유급휴일 대폭 축소·노조활동 축소 등 82개 항목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노사 대표가 3월 단체협약 합의안에 서명했으나, 5월 들어 사측은 "합의안을 철회하겠다"며 단협 실효를 통보했다. 공사는 지난달 말부터 조합원 가입범위와 노조 전임자 축소 등 단협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홍성대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장(국민연금공단노조)은 “노사 합의를 일방적으로 번복하고 근로조건을 대폭 후퇴시키는 단협 개정 요구는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가 공공기관 노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해야 하는 단체협약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스공사의 단협 해지는 노동부와 청와대의 압력행사로 인한 것”이라며 “정부가 단협 체결 전부터 조직적으로 개입해 온 사실이 내부문건을 통해 밝혀졌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특히 감사원은 이달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120여개 공공기관에 단협 시정권고를 내렸다. 감사원은 올 초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실태’ 특별감사를 실시해 단협시정을 권고하고 불이행시 불이익 처분하겠다고 경고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전임자 현행 유지 등을 내용으로 단협을 체결한 한 공기업에 대해 "노조 전임자가 정부 기준보다 2명 초과된다"며 시정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해당 공기업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지난해 체결한 단협은 갱신 시점까지 효력이 유지되는데 감사원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맹형규 행안부장관은 이날 공무원노총·행정부공무원노조·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맹,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한국공무원노조연맹·통합기능직공무원노조 관계자와 함께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 겸 간담회를 가졌다. 행안부는 “앞으로 합법노조와는 정례적으로 만나 일선 공무원들의 애로사항과 정책건의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매년 두 차례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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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현실화 논의 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03&aid=0004635364
한전 적자 근본 원인, 모순투성이 전력거래시스템 (서울=뉴시스, 이상택 기자, 2012-07-30 11:48)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방식' 적자 눈덩이 처럼 불어나
상반기 인건비 총액 6천억 반납해도 전기료 인하 1.3% 불과
전기요금 10%↑, 수요감축 170만kW 원전 2기 건설 효과와 맞먹어


한전(사장 김중겸)이 적자의 근본 원인을 현 전력거래시스템의 불합리성이라고 지적했다. 발전회사로 부터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해 싼 가격에 파는 구조적 모순이 적자 투성이 한전을 만들었다는 것.
30일 한전은 올 상반기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원인에 대한 분석 자료를 내놓고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전은 지난 27일 발표한 상반기 결산을 통해 영업적자가 전년동기비 53.6% 증가한 4조3532억원, 당기순손실이 48.3% 늘어난 2조8960억원으로 기록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은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구입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연료가격 상승분이 즉시 반영되는 반면, 전기요금은 물가 및 국민경제 영향을 등을 고려한 정부 인가로 결정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상반기 전기요금 등으로 거둬 들인 수입은 22조8000억원인데 반해 발전회사로 부터 구입한 전력비용은 전년동기보다 28.8% 증가한 24조8205억원으로 단순히 전력거래만으로 2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고리 1호기와 울진 4호기 가동 중단으로 손실 폭이 더 컸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싼 원전이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하면 고유가 등으로 비용 부담이 큰 화력발전소등으로 대체 발전을 해야 한다"며 "1000MW 용량의 원자력발전소가 고장으로 가동중지 되면 한달 후에는 1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올 상반기 전력을 KWh 당 103원에 구입해 94원에 판매한 셈이 돼 전력판매량이 증가할 록 손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전은 가장 많은 비용 부담 원인을 '산업용'으로 돌렸다. 전기용금 산정기준상 2012년 상반기 총괄원가부족액 3조6891억원중 산업용이 1조3356억원으로 36.2%나 차지했다는 것. 다음으로는 주택용이 8637억원, 일반용 5645억원, 농사용 551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전은 “낮은 전기요금으로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지원해왔다. 경제발전이 이뤄진 지금에는 (산업체도)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지금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도 최소 원가 수준의 전기요금은 부담해야 한다”며 산업용 전력요금의 현실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올 상반기 구입전력비 25조원으로 전기요금 산정기준상 영업비용의 90.5%를 점유하고 있으며 감가상각비 4.7%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절감이 불가능한 비용이 95.5%로 관리 가능 비용은 4.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또 상반기 전체 직원의 인건비 6000억원을 전액 반납해도 올 전기요금 인하요인은 1.3%에 불과하다며 지난 4년간 발전회사와 함께 연평균 1조4000억원의 원가를 절감한 것처럼 올해도 구매·조달 제도개선, 신공법·설계기준 개선 등을 통해 1조1000억원 이상의 자구노력을 펼쳐 전기요금 인상요인 2.4%를 자체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끝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전력낭비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 인상하면 17만kW의 수요 감축 효과가 있고, 5% 인상하면 85만kW, 10% 인상하면 170만kW의 수요감축이 있다는 것.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5%를 인상해 85만kW의 수요를 줄이면 원자력발전소 1기를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난다. 10% 인상으로 170만kW 수요를 절감하면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며 "원자력은 1호기에 약 3조, 석탄 1.3조, LNG 6000억원의 막대한 건설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전력사용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돼 결국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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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aljeon.nodong.net/xe/statement/368507
[성명서] 전기요금 인상, 근본적인 문제는 전력산업의 시장화이다. (2012. 7. 17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전이 지난 9일 이사회를 통해 사실상의 전기요금 16.8% 인상(안)을 결의하였다. 연료비 급상승으로 인한 누적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력요금은 핵심 공공요금으로 인상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요금 인상에 앞서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덩달아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도 ‘원가절감을 위한 자구노력의 선행, 방만한 조직·인력 운영과 고임금 구조부터 시정’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양측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지만, 모두가 근원적 문제와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의 발전산업 분할정책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근본적인 문제점을 치유할 대책은커녕,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정원감축, 대졸초임 삭감, 임금동결, 극심한 노동탄압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공기업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점검했다. 어느 정권보다 혹독한 공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100% 선진화 작업이 완성된 상태이다. 그런데도 지금에 이르러 자구노력 운운하는 것은 그간 자신들이 진행해 온 선진화 내용들이 무의미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 전력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본질은 잘못된 전력산업 분할과 민영화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분할로 인해 발전회사의 본사 인원과, 관리직 간부수, 임원수가 기형적으로 증가하였다. 그 만큼 조직을 운영하기위한 예산이 몇 배로 낭비되고 있다.
둘째, 발전회사간 경쟁 시스템과 경영평가 제도는 경영진의 자리보존을 위한 단기 실적에 집착하도록 했다. 그로 인해 발전기를 운영하기 위한 현장 인원이 축소되고, 정비기간이 단축되고, 공사가 부실화 되었다. 결과는 잦은 설비사고와 인명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연료를 공동으로 구매한다고 하지만 그 구매력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모하고 있으며, 신규 발전설비의 건설에도 투자유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건설인력 운영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넷째,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1,633억원을 출자하여 2001년에 설립한 ‘전력거래소’라는 조직은 320명 의 직원이 연간 800억원 가량의 돈을 쓰지만, 이 비용은 전력산업이 통합되면 당연히 절감되는 돈이다.
2001년 이후, 발전노조는 꾸준히 전력산업 분할과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들에 대한 일부 대안들이 연구․시행되고 있지만, 정부는 지금도 민자발전의 확대를 비롯한 구조개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력산업 분할과 민영화 정책에 대한 논의 없이 전력요금 인상에 대해 찬반을 논하는 것은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한전 경영진은 그간 진행되어 온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통합으로 낭비요인을 없애야 한다. 여야 국회의원들 또한 ‘원가절감을 위한 자구노력’이란 애매한 입장 표명에 그치지 말고, 본질적 대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전력산업의 올바른 방향은 발전․송전․판매가 수직적이며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발전노조는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발전분할에 따른 국비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즉각적인 전력시장 폐지와 전력산업 통합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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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전기요금 인상 속사정, 이거였구나 (오마이뉴스, 12.07.13 11:38, 안호덕)
[게릴라칼럼] 산업용 52.2% 가장 싼 요금 혜택... 전기료 인상안 재고해야
"요즘 유행대로 '전기 무상화 하자'고 할까봐 겁 난다." 2011년 1월 27일 녹색성장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에너지 가격을 합리화하겠다는 보고를 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농담을 했다고 한다. 언론들은 복지 논쟁에 뼈 있는 '농담'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은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한 강변이었다. 이후 값싼 요금 때문에 전기 펑펑 쓴다는 기사들이 꼬리를 물었고, 결국 한국전력은 지난해 8월(4.9%)과 12월(4.5%) 두 차례 인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은 지난 10일 또다시 연료비 연동제를 포함해 16.8%의 요금 인상안을 담은 '전기공급약관 개정 신청서'를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에 제출했다. 산업용은 평균 12.6%로 가장 높았고, 일반용은 10.3%, 농사용은 6.4%, 주택용은 6.2%, 교육용은 3.9%였다.
이에 정부는 두 자릿수 인상은 안 된다며 한 자릿수 요금 인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계에서는 "요금 인상은 물가 폭탄이 될 것이다. 올리려면 산업용 요금뿐만 아니라 주택용 등 모든 전기 요금을 인상하라"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과 정부·경제계 등의 치열한 논쟁에서 밀려난 건 국민이다.
한국전력의 요금 인상안 16.8% 제출... 중요한 게 빠져
6단계 가파른 누진제에 더운 여름 에어컨 한 번 제대로 못 켜는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대통령 말처럼 복지병에 기대어 값싼 전기를 펑펑 써대는 애물단지 취급받더니, 이젠 폭탄 같은 전기요금 인상 논의에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경제계는 물론 한국전력 이사회, 정부 부처 어디 한 곳도 국민의 처지를 대변하겠다는 입장은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다.
한국전력은 누적적자를 이유로, 정부는 전력난 해결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했을 때도 정부는 주택용 전력요금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중되는 경제난에 전기요금마저 인상된다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도 주택용 전기 요금 인상에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여론을 경제단체들이 뒤집었다. 5월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18개 단체는 산업용뿐만 아니라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도 현실화하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틀 뒤인 5월 17일 "산업용을 올린다면 주택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계 주장에 화답했다.
그런데 경제계·산업계가 내세운 주택용 전기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별다른 근거가 없어 보인다.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 전기에 비해서 원가회수율이 높다는 주장은 주택용 전기에 부과되는 6단계 누진제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또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기의 300kWh 이상 사용 계약자에게 부과되는 원가 이하의 경부하제 요금제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없다. 이런 여러 문제를 덮은 채 산업용을 올리려면 주택용도 올리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주택용 전력의 누진제 현황을 조사했다.(위 표 참고) 그 결과 100kWh 이하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 중 15.2%,  5단계 누진제를 적용받는 가구는 6.7%, 500kWh 초과하는 가구는 1.8%였다. 총 가구 중 29.6%가 201~300kWh 사용하는 3단계 누진제 대상이었다. 4단계 누진대상은 24.7%였다. 결국 전체 가구의 54.3%가 3, 4단계의 누진제를 적용받아 1단계보다 3배~4.5배 누진요금을 내는 셈이다. 
1975년 12월, 소비자의 소득 수준에 맞게 전기 요금을 부과하고, 저소득층 보호와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주택 전기요금 누진제. 그러나 가전, 전자 제품이 늘어나고 대형화를 되면서 소비전력을 늘어났음에도 이를 고려치 않고 100kWh부터 가파른 6단계 누진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1975년 누진제 신설 당시 누진제 요금 차이(1단계 50kWh까지 kWh당 22원 12전. 4단계 500kWh까지 kWh당 49원 80전)는 2.2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6단계 누진제로 인한 요금 차이가 사용요금 기준으로 11.7배에 달한다. 누진제 운영 목적이 전기사용료를 더 받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현실을 놓고 볼 때 누진제 자체를 폐기할 수 없다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201~300kWh(누진3단계)를 기본 사용전력으로 보고 현실에 맞게 누진제를 손질하는 게 현실적이다.
주택용도 올리라고?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

경제계·산업계에서는 산업용 전력 요금이 주택용 전력 요금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통계자료만 보더라도 이런 주장의 근거는 없다.  
대형 오피스텔, 대형마트 등 계약전력 300kW 이상 사용자에게 공급되는 일반용 '을', 광업이나 제조업 등 계약전력 300kW이상 사용자에게 산업용 '을' 요금이 적용된다. 이 사용자에게는 계절별 차등요금제와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 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과 주간 시간대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지만, 실상은 대형 자본에게 값싼 전기요금을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2012년 5월 일반용 '을'이나, 산업용 '을' 전력의 사용실태는 보면 가장 요금이 저렴한 경부하 시간대(23:00∼09:00) 전력 사용량이 일반용 '을'의 경우 41.2%, 산업용 '을'의 경우 52.2%에 달한다. 이 시간대 사용요금은 일반용 '을'은 kWh 당 52.6원, 산업용 '을'은 kWh 당 52.3원에 불과하다. 주택용 저압 100kWh 이하 사용자에게 적용되는 57.3원보다도 싼 요금이며, 누진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또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과 비교해도 가격이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장 비싼 최대부하 요금도 일반용 '을'은 172.9원, 산업용 '을'은 167.9원으로 주택용 3단계 누진제 금액보다 저렴하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산업용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55%를 상회한다. 또 오피스텔이나 대형마트 등에 공급되는 일반용 전력도 20%를 오르내린다. 전체 전력의 75% 정도가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력이며, 이 가운데서도 300kWh 이상 계약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용 '을', 신업용 '을' 사용자는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하는 전력의 절반 정도는 경부하제 요금 때문에 주택전력의 최저 요금보다 싸다.   
이런 엄연한 현실을 두고 산업용을 올리려면 주택용도 올리라는 주장은 억지이자 물귀신 작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또 산업용 전력 인상 반대 논리로 주장되어지는 것 중 하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고스란히 물가 인상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 YMCA 발표에 따르면 일반 제조업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원가요인은 1% 정도에 불과하며, 철강산업 등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업종도 원가요인은 3% 정도라고 한다.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이 물가폭탄이 된다는 주장은, 물가인상을 앞세워 전기요금 인상을 막아 보자는 얄팍한 수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 볼모로 한 전기요금 인상 논의 중단해야
아직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어느 쪽으로 결론날지 가늠하기 힘들다. 한국전력과 정부, 경제계가 각각 제 목소리를 굽히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정작 물가고와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을 위한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가정에는 에어컨 몇 번 켜도 누진제로 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를 두고 "(국민들이) 전기 무상화 하자고 할까봐 겁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전기요금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가를 보여준다.  
국민 의견 수렴 없이 파워 집단의 힘 겨루기식으로 진행되는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우려스럽다.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한국전력. 전력대란을 막으려면 두 자릿수는 아니더라도 주택용 전기 요금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정부. "왜 산업용만 인상하느냐, 주택용도 올리라"는 경제 단체. 고래 싸움에 구경꾼이 된 국민들은 불안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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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nam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60521
통계의 허구, 전기를 절약하자고요? (한남일보, 2012년 06월 21일 (목) 12:07:55, 정용재 기자)
‘1인당 전력소모’와 ‘1인당 가정용 전력소모’의 차이
요즘 전력난이니 전력수급 위기니 하며 난리다. 급기야 21일자로 소위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사실 싸이렌 울리며 개시되는 민방위 훈련이라는 것이 지난 세기의 유물과 같은 것이기는 하나 정전대비 훈련이라니 지금이 1970년대인지 2012년인지 아리송하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타국과의 비교 통계를 토대로 ‘전기절약’이 시급한 문제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와 기고 등을 가지고 통계들을 살펴 보자.
국제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2009년 기준으로 1인당 8479 KWh(시간당 킬로와트)를 소비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이웃 일본의 6739를 웃돌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이 5천~7천 KWh를 소비하는 것 이상의 수치로 나타난다.
이런 통계자료를 토대로 정부 관료와 일부 언론, 공기업 관계자 등은 각 가정의 ‘전기절약’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 전기요금 현실화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란 무엇인고 하니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말이다. 아래는 매일경제신문에 정부 기관 관계자가 기고한 글의 일부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은 일본 영국 독일보다 높으며, OECD 국가 평균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부터 석탄 석유 LNG 등 국제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들 원료를 수입해 생산하는 전기는 원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제한해 왔다”
“가격을 자유화한 등유 소비는 오히려 감소해 왔으나 전기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아울러 난방 등에까지 전기를 사용하는 비효율적 소비가 만연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저소비는 선택이 아닌 녹색성장을 위한 기본 전제임에도 우리나라는 전력소비 증가로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CO₂배출 증가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기고문도 그렇지만 정부는 전력소비량과 전기요금 등에 대해 완전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료를 의도에 맞게 가공하고 취사선택하고 있다. 시민이 에어컨을 끄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공기업 및 주요 사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매체들은 ‘1인당 전력사용량 국제비교’를 제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것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력난’이 일반 시민의 탓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보다 적절한 수치는 따로 있다.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 통계’가 그것이다. OECD는 다행히(?)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 통계를 국가별로 내고 있다.
2007년 OECD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1인당 전력소비량(단위 kWh)은 한국이 7691, 미국이 12417, 일본이 7678, 프랑스가 6803, 독일이 6385로 나타난다. 이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소비국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선진국 일본. 프랑스,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을 비교하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1088, 미국은 4508, 일본은 2189, 프랑스는 2326, 캐나다는 4522로 나타난다. 이 숫자가 무엇을 뜻하느냐 하면 한국은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이 OECD 국가들 중 아주 낮은 수준이라는 말이다. 2007년 기준이라 지금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나 이 ‘순위’ 자체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일본과 유럽의 절반 정도, 미국의 1/4 정도가 된다. OECD 국가 중에는 가장 낮은 축에 든다. 전체 전력소비량 대비 가정용 소비량의 비율도 당연히 낮은 수준이다. 이 이야기는 산업용/공공용/농업용 소비량의 비중이 타국 대비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통계에 의하면 ‘1인당’이 아닌 ‘1인당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국가들 중 국민소득 대비 높은 편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산업용 전기요금과 가정용 전기요금을 구분하지 않고 합쳐서 평균을 내어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혀 싼 편이 아니며, 전기요금이 낮은 것 처럼 보이게 하는 마술은 용도구분 없이 획일적인 평균 수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숫자놀음이 의미하는 것은, 실제로는 전력난이 전혀 일반 시민의 탓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적어도 ‘전력난’은 산업용 전기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아니,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소비량 증가에 발맞추어 전력 수급량을 예측하고 생산량을 증대시키지 못한 한전과 정부의 책임이다. 또한 한전은 일부 대기업에 전기를 그야말로 ‘퍼주고’ 있으며 그만큼의 손실을 일반 시민이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자로 공개된 ‘2011년도 산업용 전력 원가보상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주느라 한국전력이 입은 손실이 7792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기업은 삼성전자로 할인 규모가 3140억원이다. 상위 20개 기업의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739억2800만 킬로와트(KWh)로 전체 산업용 전력 사용량 2514억9000만 KWh의 30%였다.
전력소비량에서 개인과 가정의 비중은 낮은데도 한전이 대기업에 전기를 퍼주느라 생긴 적자와 전력난을 “절약으로 극복하자”는 캠페인만이 가득하다. 정부와 공기업의 위기대응 부실과 전략 부재에 대한 책임론은 없다. 전력수급 위기라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들은 그저 절전, 절전 뿐으로 전력 추가수급을 위한 기술적인 방안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슬금슬금 흘리고 있는데 “평균 18%올려야 되지만 13.1%만 올리겠다”는 식이다. 최근 몇 년간의 전기요금 상승폭을 보면 2007년 2.1%, 2008년 4.5%, 2009년 3.9%, 2010년 3.5%, 2011년 9.6% 인상됐다. 현 정부 들어 전기요금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19일자 자료에 의하면 전기요금이 1%인상되면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4600억원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수천억원대 적자를 전기요금 상승으로 때우겠다는 뜻이다. 이는 사대강 사업 비용을 상수도요금 인상으로 보전하려는 것과 똑같은 경우다.
이런저런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고 위기의식을 조장해 성금을 걷느니 금모으기를 하느니 하고 국민 개개인의 주머니를 털며 단기적인 미봉책만을 내놓는 것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어 여전히 우리는 정부와 공기업, 대기업의 “호구 노릇”을 하고 있으니 참 불쌍한 국민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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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에 관한 아주 불편한 싸움 (레디앙,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2012년 6월 8일, 9:36 AM)
[에정칼럼] 최소 필요치에는 무상 전기공급, 초과수요는 누진제 강화
전기는 생활필수재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최소한의 전기 공급은 보장받아야 한다. 이것이 에너지 기본권이다. 하지만 전기 생산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 수요를 줄이는 건 필수요건이다. 이것이 환경권이다.
이 두 가지 핵심 자연권(천부인권) 문제가 요 근래 계속 갈등을 빚고 있다. 전기가 생활필수재라면 물이나 공기처럼 무료 혹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막상 그렇게 하자니 사회적 리스크나 피해가 너무도 커서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요금을 그대로 두자니 작년과 같은 전력 부족사태가 일어나 블랙아웃이라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고 올리자니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가 얌전히 있을리 만무하다.
주요나라의 전기 소비 증가율 비교
결론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대는 것 자체는 치하 받을만한 일이임은 분명해보인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된 상태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작년에 이미 주택용 전기요금은 한 차례, 산업용 요금은 두 차례 인상됐다.
그런데도 올해 다시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건 전기요금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방증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총선과 대선 두 차례의 중요한 선거가 있는데도 전기요금을 계속 올리고 있다는 건 자못 놀랍기까지 하다.
전기요금 적자의 대부분은 주택용이 아니라 산업용에서 발생
그런데 불편하다. 많이 불편하다. 왠지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말 품새가 앞서 말한 거룩한(?) 갈등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천박하게도 그냥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다.
지난 달 한국전력이 정부에 전기요금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하자마자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16개 경제단체가 낸 공개 의견서가 대표적이다. 산업계는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쟁국 대비 비싼 실정”이라며 모든 전기요금을 올리라고 주장했다. 산업용(고압)의 경우 원가회수율이 높으므로 원가회수율이 낮은 다른 분야부터 올려야 된다는 게 요지다. 산업용 요금만 올리면 배 아프니 서민들 주머니도 털라는 의미인가? 그게 평등이라고 강변한다.
지난해 한전의 당기순손실은 3조 2930억 원을 기록했다. 4년 연속 적자를 봤고, 이 정부 들어 한전 적자는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2009년 전력소비량은 총 394,473GWh로 이중 주택용은 14.6%, 농업용은 2.3%에 불과하다. 생산부문에서 17.5%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이 주장하는대로 전력생산 원가에서 차이가 나고 원가회수율이 차이가 있더라도 한전 적자의 대부분은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것이다. 절대 손실분은 숨긴 채 상대 손실분만 계산해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농업용 전기를 올려야 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오는 걸까.
자기모순은 의견서 자체에서도 나타난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이유는 전기요금을 1% 인상했을 때 주택용은 762억 원 수입이 늘어나지만 산업용은 2,043억원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연간 4조원씩 적자가 나는 판에, 그걸 국민 세금으로 다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인상효과가 더 높은 곳을 올리는 건 지극히 상식이다.
전기가격 논쟁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정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전력 과소비 책임을 일반 국민에게 돌리면서 서민용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정부방침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대기업 전기요금만 올리자고 주장했다. 일견 타당한 논리다.
에너지 수요관리 시대에 주택용이나 일반용도 인상이 불가피
그런데 문제는 이제 주택용이나 일반용 전기요금 역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에 있다.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얻어야 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지금 전기요금 체계대로라면 전력소비를 줄이고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도 부담을 나눌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지구온난화와 전력부족이라는 사태를 당신들에게 갈 표와 거래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며칠 전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누진제 완화에 관해 쓴 칼럼에도 유감이 많다. 참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도무지 동의할 수가 없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1단계와 6단계의 차이가 11배에 이르기 때문에 혹한기나 혹서기에 난방용 전기제품이나 에어컨을 많이 사용해 누진제 요금을 적용 받게 되면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요지인데, 전력 과소비가 사회 안정성마저 위협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까.
에너지 수요관리가 시대의 화두가 된 마당에 난방용 전자제품이나 에어컨 소비는 늘려도 된다는 의미인가? 그런 논리대로라면 종국에는 전력공급량이 부족해 또 핵발전소를 비롯해 발전설비를 무한정 늘려야만 한다. 지나치게 단선적인 시각이다.
 고소득층은 생활의 ‘불편’ 때문에 전기과다 사용, 저소득층은 ‘생존’의 문제
2009년 자료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자택의 경우 월평균 전기 소비량은 3만4101kWh로 동기간 주택 전체 평균 사용량 229kWhdml 150배에 달한다. 한 달에 2,400만원의 전기요금을 낸다.
누진제가 완화되면 더 큰 이익을 보는 그룹은 이런 고소득층이다. 우리나라 소득계층별 전력비 비중은 정확하게 U자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광열비 중 소득 중위 계층은 전기요금 비중이 낮지만 소득 하위계층과 상위계층은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소득 상위계층은 하절기 냉방 전력 소비가 많고, 저소득층의 경우 동계 난방용 수요가 증가하는데, 한 쪽은 ‘생활의 불편’이 이유지만 한 쪽은 ‘생존권’에 결부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소득층이 쓰는 전기량보다 고소득층이 쓰는 전기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전력 수요관리를 위해서는 누진제는 필수적이고, 오히려 강화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현행 전기요금에는 전기 사용으로 인한 외부비용, 즉 환경개선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순히 생산원가 개념으로 접근하면 불평등해보이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부담은 사용량에 따라 누적폭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저소비 가구가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전기수요는 외부비용을 감안해 누진제를 더 강화하고, 이를 통해 수요관리와 불평등 해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대신 사회적 이유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복지 대책은 별도로 강화할 일이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면 도대체 전기요금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다면 아예 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리는 게 방법이다. 전기요금 체계를 아예 다 바꿔버리는 것이다. 에너지기본권과 복지 차원에서 ‘기본소득’개념과 비슷한 최소 필요 전략공급 제도를 도입해 무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초과 수요에 대해서는 누진제 강화를 통해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면 터무니없는 상상일까?
그리고,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과 일반용의 경우는 외부비용을 감안해 생산 원가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해 소비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도? 이런 상상은 제도 설계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가 여태까지 고정된 틀 안에서만 얘기하고 있었을 뿐이다. 문제가 복합적이라면 접근 방법도 복합적이어야 한다. 단선적인 정책 접근으로 해결하기에는 전기요금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견고하자. 이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자.

 

대기업 전기요금 깎아주느라 한전 7792억 원 손해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2-06-19 오후 7:00:57)
할인 혜택 가장 많이 본 기업은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가 대기업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주느라 막대한 손실을 본 사실이 공개됐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의 손실이 누적될 경우,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 전기요금을 지원해 왔던 셈이다.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이 19일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도 산업용 전력 원가보상액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주느라 한국전력이 입은 손실이 7792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기업은 삼성전자로 할인 규모가 3140억원이었다. 이어 현대제철(2196억원), 포스코(1681억원), LG디스플레이(1281억원), SK하이닉스(968억원), 한주(766억원), LG화학(606억원), SK에너지(593억원), OCI(567억원), 고려아연(561억원), GS칼텍스(561억원), 동국제강(560억원), 효성(497억원), 한국철도공사(478억원), 현대자동차(436억원), 씨텍(435억원), 동부제철(427억원), 에쓰오일(411억원), 한화케미칼(384억원), 세아베스틸(359억원) 순이었다.
이들 상위 20개 기업의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739억2800만 킬로와트(KWh)로 전체 산업용 전력 사용량 2514억9000만 KWh의 30%였다.
이낙연 의원 측은 "전력 사용이 많은 대기업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이 집중된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일괄 인상하면 체질이 허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진다"며 "인상 대상을 대기업에 한정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인상액도 차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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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 인상해야"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 2012/05/15 11:00)
3대 선결과제 제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18개 단체는 15일 전기요금 현실화를 정부에 제안했다. 그동안 산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산업계는 이를 위한 선결 과제로 ▲산업용만이 아닌 주택용, 일반용 등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원가회수율의 근거를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장기적으로 예측가능한 요금 인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경제계는 전력산업 적자 해소를 위해 특정 용도만을 인상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모든 용도의 원가회수율을 100%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10차례에 걸쳐 61% 인상돼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94.4%)은 주택용(86.4%)보다 높다"며 작년 우리나라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0.698)은 미국(0.586), 영국(0.608), 일본(0.663)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최근 원가회수율 발표 수치가 기존 정부 자료와는 달라 전기요금 인상 근거에 의심을 낳고 있다고 역설했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 요금이 인상되지 않은 주택용의 원가회수율은 1.9%포인트 상승한 반면 평균 4.5% 오른 일반용과 6.5% 인상된 산업용은 각각 2.3%포인트와 6.9%포인트 하락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최근 정부에 요청한 전기요금 인상안인 13.1%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그 근거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업계는 끝으로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장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제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용 전기요금 진실 공방 (한겨레, 곽정수 기자, 2012.05.15 21:03)
한전 산업용만 인상 추진에 재계 반발
재계 “주택용 대비 선진국보다 높아”
한전 “11년간 원가 밑돌아 14조 지원”


정부가 한국전력의 요청으로 산업용 위주의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선진국에 비해 싸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한전도 이에 맞서 재반박 자료를 내놓는 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재계 14개 단체는 15일 산업용 위주의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전기요금 인상에 관한 산업계 의견’을 지식경제부에 전달했다. 참여 단체에는 전경련, 대한상의, 자동차산업협회 등 경제단체와 업종단체들이 두루 망라돼 있다. 한전은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12.6%, 주택용을 2%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말 다시 평균 13.1% 인상을 지식경제부에 요청했다.
재계는 2000년 이후 주택용은 4.1% 올랐지만 산업용은 61%나 오르는 등 요금 인상이 산업용에 편중됐다고 지적한다.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이 경쟁국에 견줘 비싸다는 주장도 편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용 전기요금을 100이라고 하면 산업용은 70 수준이다. 이는 프랑스의 68, 일본의 66, 영국의 61, 미국의 59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재계 쪽은 한전이 밝힌 원가회수율(원가 대비 판매단가 비율)이 발표 때마다 달라 요금 인상 근거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한다. 한전은 지난해 12월에는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이 요금 인상으로 94.4%로 올라간다고 밝혔는데, 올해 5월8일 자료에서는 92.6%(원가 상승)로 2.3%포인트 낮게 발표했다. 반면 요금을 동결한 주택용은 86.4%에서 88.3%(원가 하락)로 원가회수율이 1.9%포인트 높아졌다. 전경련의 김태윤 미래산업팀장은 “전력생산의 원가가 변할 수 있지만, 산업용과 주택용의 원가가 따로따로 움직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산업용, 주택용 구분 없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 가장 싼 편이라고 반박했다. 한전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h당 0.058달러)으로 할 때, 오이시디 평균은 190이다. 주택용 전기요금도 우리를 100(㎾h당 0.083달러)이라 할 때, 오이시디 평균은 189이다. 한전은 “직전 11년간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팔면서 산업계를 지원한 금액이 무려 14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각 나라의 전력공급 여건과 통계기준이 달라 전기요금의 단순비교는 힘들다면서도, 한전의 원가 이하 판매로 적자 누적과 에너지 낭비가 심각하다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체로 동의한다. 또 전기값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한전이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전기요금 인상의 타당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전력 예측 실패 '인정'..책임은 국민·산업계에 '전가'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2012-05-16 오후 4:39:22)
"2013년까지 전력 대책 필수"..2014년부터 공급 확대 
정부가 과거 전력 수급 대책을 세울 당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예측 실패로 전력비상이 걸렸지만 정부는 산업계의 조업시간 조정과 '덥더라도 참으라'며 국민들의 절약만을 요구하고 있어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16일 오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지식경제부 등 10개 부처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2012년 하계 전력수급 및 에너지절약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가 5월부터 전력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일찍 찾아온 더위와 원전 가동중지 등에 따른 발전소 공급 차질로 5월초부터 예비전력이 400~500만kW 수준을 나타내는 등 전력수급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어떤 대책 내놨나..조업일수 조정·여름휴가 분산
우선 정부는 출입문을 개방한 채 냉방기를 가동하는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전력 피크수요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산업계가 피크시간을 피해 조업을 실시할 경우 전력 절감량에 비례해 인센티브(1020원/kwh)를 지급한다.
조업 특성상 휴가 분산이나 조업 조정이 어려운 정유·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피크시간대 자가 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키로 했다. 하절기 피크수요를 유발하는 냉방 부하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백화점·호텔 등 478개소 대형건물의 냉방 온도를 26°C로 제한한다.
공공기관 1만9000개소는 지난해에 비해 전기소비를 5%에 줄이기로 했다. 냉방온도는 28°C로 제한하고, 피크시간인 오후 2~5시에는 지역을 2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냉방기를 30분씩 순차로 중단토록 했다.
◇2014년부터 공급 확대..정부 "전력 급증 예측 못해"
올해의 경우 5월부터 초여름 날씨가 계속돼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계속돼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480만kW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일부 원전이 가동 중단되고 보령화력이 화재피해를 입어 공급능력은 지난해에 비해 90만kW 정도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400만kW의 예비전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공급이 충분하면 이런 대책까지는 갈 필요가 없겠지만 공급 능력을 늘리는 것은 1~2년에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년까지는 이런 수급 대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전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과거 정부가 전력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석우 장관은 "과거에 만들었던 계획에 수요가 급증할 것에 관한 예측이 다소 미비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최근 연달아 원전 가동이 멈추면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자 유지 보수가 시작된 것도 전력수급 차질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발전 설비를 건설해야하는데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돼 발전 설비가 새로 가동되는 오는 2013년까지는 절약 대책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오는 2013년까지는 산업체와 국민들이 전력 수요를 줄이는 것이 정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는 판단이다. 김황식 총리는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름을 앞두고 또 다시 전력부족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충분한 전력 공급능력을 미리 확보하지 못하고 발전설비의 유지·보수에 차질이 생겨 국민께 불편을 끼쳐 정부는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이 재벌 전기요금 대신 내주는 구조, 이젠 바꾸자 (프레시안, 성현석 기획취재팀장, 2012-05-29 오전 8:30:05)
[데스크 칼럼] 전기요금 인상이 중요한 이유
사람들이 전기 귀한 줄 모르고 에어컨을 마구 트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손님이 다 먹지 못하고 남길 정도로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내듯, 냉방이나 난방도 필요 이상으로 하는 걸 예의로 여기는 문화가 있다. 앞서의 음식점 주인이라면, 과도한 냉방이 대통령 방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런 문화는 분명히 잘못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다른 변수가 더 중요하다. 대표적인 게 가격 변수다. 그리고 이런 변수를 제대로 다루는 게 대통령과 정책 당국자가 할 일이다.
그동안 한국에선 전기요금이 너무 쌌다. 가격이 싸면 낭비가 당연하다. 쉬운 예가 있다. 겨울에 흔히 쓰는 전열기(전기히터)다. 우리는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 열을 낸 뒤, 그걸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은 필연이다. 그런데 그렇게 얻은 전기를 다시 열로 바꾼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열을 전기로 바꾸고, 그걸 다시 비용을 들여서 열로 바꾸는 셈인데, 에너지 효율이라는 관점에선 어리석은 짓이다. 실제로 외국에선 전열기가 한국만큼 흔하지 않다.
우리는 그런 짓을 왜 할까. 과학이나 공학 논리로는 비효율적이지만, 경제 논리로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책정돼 있기 때문. 주택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94.2%,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90% 미만이다. 농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40% 미만이다.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에 극력 저항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비록 몇 가지 단서를 달았지만 '전기요금 현실화'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그래서다. '현실화'란 인상을 에둘러 가리키는 표현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으로 싸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전기의 대량 소비자인 재계 역시 부인할 수 없었던 것. 다만, 재계는 인상에 대한 부담을 가계 부문과 나눠지자는 입장이다.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릴 게 아니라 주택용 전기요금도 함께 올리자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그리고 오는 30일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다음 달 초쯤에 전기요금 인상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정부 역시 재계와 비슷한 입장이다. 산업용은 6%, 주택용은 3% 이내에서 각각 인상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마저 전기요금 인상에 동의한 배경에는 전기 수요를 통제하지 않으면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 지난해 9월 15일에 발생한 대정전 사태는 누구에게도 불안한 징후다.
그러나 여기서도 책임의 경중은 분명하게 가려져야 한다. 값싼 전기가 준 혜택은 누구나 누렸지만, 혜택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30개 대기업 그룹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요금을 할인받은 금액은 약 3조8000억 원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한전의 적자 3조1000억 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삼성이 7500억 원을 할인받아서 1위를 기록했고, 5200억 원을 할인받은 현대차가 그 뒤를 이었다.
또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전기요금 종별 평균 판매지수(100)가 주택용은 134.5이고, 일반용(공공, 영업용)은 111.5인 반면 산업용은 89.5로 낮다"라며 "대다수 국민은 전기요금을 11.5~34.5%의 비율만큼 더 내고 기업은 10.5% 정도 덜 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53%가 산업용인데,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전기요금의 절반 정도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현행 전기요금 체계의 가장 큰 수혜자가 누구인지는 금세 드러난다.
바로 대기업이다. 따라서 이들의 책임이 보다 뚜렷해져야 옳다. 대기업이 값싼 전기로 원가 경쟁력을 누리는 게 왜 나쁘냐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라도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면 좋은 일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전이 대기업에 전기요금을 깎아주느라 생긴 적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크게 보면,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국민이 세금으로 대신 내준 셈이다.
물론, 대기업에 전력을 싸게 공급하는 산업정책은 현 정부만 취한 게 아니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중화학 공업 육성에 골몰했던 박정희 정권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다음 세대에 치명적인 부담을 안겨줄 원자력 발전을 마구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간의 혜택에 따른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 대기업에 대한 '묻지마 특혜'는 낙수 효과에 대한 믿음 속에서 정당화됐다. 그런데 그 믿음이 깨졌다. 공룡이 된 대기업은 낙수 효과는커녕 비정규직을 늘리고 중소기업을 수탈한다. 심지어 동네빵집, 문구점 등 영세 상인들의 몫까지 집어삼킨다.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공론화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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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22218.html
같은 비용으로 고용 늘리는 ‘탈핵 시나리오’ (한겨레, 남종영 기자, 2012.03.06 17:48)
에너지 대안포럼 다섯 가지 대안 시나리오 내놔
“재생에너지 산업 확대하면 정부안보다 고용확대 높아져”

국내 학자들과 시민사회가 2050년대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완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탈핵 시나리오’를 내놨다. 에너지대안포럼(공동대표 송진수 신재생에너지학회장 등)은 6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너지 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에너지대안포럼은 “전기를 절약하면서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으면, 원전을 새로 짓는 것과 견줘 발전비용이 비슷하거나 덜 들고 고용효과는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너지대안포럼은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국가에너지 비전을 세우기 위해 학계와 정당, 종교계, 법조계 등 시민사회가 결성한 모임이다.
정부는 원전 건설을 녹색성장의 한 축으로 규정하고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세운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 국내에는 46기의 원전이 가동되면서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원자력 비중이 59%에 이르게 된다.
에너지대안포럼은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5개의 대안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1, A2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을 각각 37%, 21% 올려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경우다. 이 가운데 A1은 현재 건설 중인 원전 5기까지만 허용하고 더 이상 수명연장을 금지해 2057년에 원전을 완전 폐기하는 방안이고, A2는 현재 건설 중인 원전도 백지화해 2052년 원전을 완전 폐기하는 방안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대안 시나리오의 발전비용(2010~30년)은 원전을 확대하는 정부안의 1.04배(A1), 1.14배(A2)에 그치는 등 큰 차이가 없다”며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이 가져오는 고용확대 효과로 A1은 고용 증가인원이 정부안보다 1.26배, A2는 1.47배 높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도 대안 시나리오가 정부안보다 2~5%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 따라 전력사용량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인당 전력수요 수준(B1·B2 시나리오)이나 유럽 회원국 수준(C 시나리오)까지 낮추는 경우에는 발전비용은 24%까지 줄고 고용효과는 25% 늘어나는 등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이날 “여론조사기관인 와이즈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3~23일 전국 15살 이상 1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원자력 비중이 낮아지면 에너지 절약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이 87.7%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5%는 원자력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고 확대하자는 의견은 35%였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3062206315&code=940100
“가정용 전기료 21% 올리면 원전 더 안지어도 된다” (경향, 목정민 기자, 2012-03-06 22:06:31)
ㆍ에너지 대안 시나리오 발표
원전 문제는 항상 비용과 연결돼 있다. 세계적인 탈원전 추세에도 불구하고 전력생산비용이 원전만큼 싼 게 없다. 태양광과 풍력·조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친환경 모델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이 둘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현재 한국에서 원전을 추가로 짓지 않고 전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반 가정에서 전기료를 21%가량 더 물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폭은 37%로 더 크다. 전기료를 올려 전기 수요를 줄이고 첨단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통해 전력수요를 조절할 경우 추가로 원전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결국 전기료를 더 부담할 용의가 있느냐가 탈원전의 핵심인 셈이다.
세종대 박년배 교수팀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6일 ‘에너지 대안 2030 시나리오’를 내놨다. 보고서의 요지는 “전기료를 올려 소비전력을 줄이면 원전을 더 짓지 않아도 수요 관리와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에 기초한 국가 에너지 비전 수립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장기 에너지 수급모형을 이용해 우리나라의 2030년도 전력 수요 및 공급량, 온실가스 배출량, 비용, 고용효과를 분석했다. 2018년 인구가 감소한다는 통계청 조사결과와 국민총생산(GDP)이 연평균 3.5% 성장하고, 2035년께 유가가 배럴당 136달러로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연구팀은 2030년까지 원전 59기를 확보하겠다는 정부 안과 현재 건설 중인 6기만 짓고 추가 건설을 금지하는 방안, 올해 완공된 신고리·월성 원전만 허용할 경우를 놓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비용, 고용효과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2012년 완공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외에는 신규 원전을 짓지 않고 1인당 소비전력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한국 전력 소비량은 2009년 기준 8507kwh로 OECD 평균인 7543kwh의 1.13배다.
연구팀은 원전을 짓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량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다고 결론냈다. 현재 정부 정책방향대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면 원전의 전력 생산량이 2030년까지 전체의 59%로 높아지고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은 8%에 머물게 된다. 반면 전기료 인상과 수급 조절을 해나가면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이 2030년이면 최대 21%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온실가스는 정부 안의 경우 2018년까지 배출량이 증가하다가 원전이 확대되면서 2009년 대비 10% 감소한다. 반면 전기요금 정상화와 수급 조절을 하면 2030년에는 2009년 대비 배출량이 최대 38%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다. 고용창출 효과도 정부 안에 비해 후자의 안이 1.45배 높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대안에너지 시나리오가 정부 시나리오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다만 전기료 인상분을 부담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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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만원 내고 전기쓴다"고 하자 입장 바뀐 정부 (머니투데이 김진형 정진우 기자, 2011.12.23 15:57)
(종합)지식경제부, 산업부문 절전 지원 시책 확정 "산업계 도움으로 전력대란 막아"

↑ 전력사용 절감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예시 ⓒ자료:지식경제부
정부가 겨울철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야심차게 도입한 '산업계 전력사용 10% 규제'를 5%로 낮추는 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업계의 심한 반발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23일 오전 정재훈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 산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업종별 세부 감축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산업계 절전규제 없었으면 또 전력대란"= 지경부는 우선 계약전력이 3000kW 이하인 중소업체에 대해선 의무 감축률을 10%에서 5%로 줄였다. 중소업체 외에 10% 감축이 어려운 업체들은 평소에 5%만 감축하고, 대신 전력상황이 좋지 않은 기간에 20% 이상을 집중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현재 KCC 등 535개 업체가 이 같은 방식으로 절전규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일부 업종도 의무 감축률을 5%로 완화했다. 정유, 석유화학, 섬유, 제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이들 업종에서도 자체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는 등 추가적인 감축이 가능한 업체들은 10%까지 감축키로 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에서도 10% 감축이 불가능한 일부 업체에 대해선 비 제조시설 중심으로 10% 감축을 진행키로 했다.
또 최근 설비를 증설해 지난해 기준으로 전기 사용량을 맞추기 힘든 업체들은 설비증설 부분을 최대한 반영키로 했다. 다수의 사업장을 보유한 대기업들은 여러 사업장이 공동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LG화학은 552개 사업장을 112개조로 나눠 절전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수 절전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정됐다. 절전규제를 통해 피크시간대 전기사용량을 10% 이상 줄인 기업들은 피크시간대 전기요금을 줄여준다. 또 우수 절전기업을 매달 선정해서 발표하고, 전기요금 고지서 등을 통해서도 이들 기업을 홍보할 방침이다.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올 겨울 절전 규제로 확보한 전력량이 150만~200만kW로 추정된다. 절전규제가 없었다면 예비전력 500만kW가 이미 무너지고 전력대란이 또 왔을 것"이라며 "산업계와 일반건물 등 절전 참여로 피크시간대의 전력사용량이 감소해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산업계 의견 전격 수용 왜?= 지경부가 이날 산업계 의견을 적극 수용, 절전 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용키로 한 것은 산업계 반발이 예상보다 심해서다. 당장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정부가 전기를 쓰지 말라고 하자 업계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철강이나 정유사, 중소 주물업체 등 24시간 전기가 필요한 곳은 과태료(위반 시 하루 300만 원)를 물고서라도 전기를 쓰겠다고 하는 곳이 많았다.
실제 지경부 전력산업과엔 지난 2주 동안 수 십 통의 항의 전화 빗발쳤다. "벌금 내고 전기 쓰려고 하는데 벌금이 얼마냐"고 따지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통상적인 업무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업체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지경부가 이에 내부회의를 거쳐 산업계의 이 같은 입장을 전격 수용, 융통성 있게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영키로 한 것이다. 조석 지경부 2차관은 "절전 규제에 참여해 피크시간에 10% 이상을 줄인 산업체에 대해선 피크시간대 전기요금을 경감해 줄 것"이라며 "업체들도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에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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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기료 인상이 전력난 해결책 아니다 (서울, 안남성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 교수, 2011-12-14  30면)
올겨울 한파가 예고됨에 따라 전력 부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부는 지하철 운행 간격을 늘리고 백화점 온도를 제한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은 불안하다. 지난여름 정전 이후 전기요금 인상이 해결책이라며 한전은 10%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였다. 대표이사에 대한 소액주주 소송과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전기요금이 지금의 전력난과 한전 부채의 주범이라는 논리이다. 정부 역시 요금 인상을 통해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면서 지난 8월 4.9% 인상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평균 4.5%의 요금 인상을 허용하였다. 정부와 한전의 의도대로 전력난과 부채가 해결될 수 있을까?
정책 결정자들이 단편적인 사실에만 근거하여 정책을 수립하면 대부분 저항이 발생하여 보상 효과에 의해 실패하게 된다. 전기요금을 인상하여 소비가 줄어든다면 단기적으로 예비율이 높아지겠지만, 한전의 수입이 감소하여 부채가 더 증가할 수 있다.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한전의 부채 감소에 이바지하겠지만 보상 효과에 의해 2~3년 후에는 다시 같은 예비율과 부채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즉, 요금 인상은 단기적 처방이다. 특히 산업 분야의 전기요금 인상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산업분야의 전기요금을 올려 수요 감소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 경제 구조에서 이는 곧 제조업의 생산 감소와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로 매우 큰 국가이고 이것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서도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는 요인이다.
그러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투자 축소를 포함한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구조 개선과 수요를 줄이기 위한 혁신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한전은 현재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인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높은 품질의 전력 공급은 그만큼 높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제는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높은 품질의 전력을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 공급해야 하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특히 정전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회학자들은 원전 사고나 정전 같은,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 사고도 금융위기와 같이 항상 발생할 수 있다는 ‘블랙 스완 정책 영역’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정전 대책도 정전 발생을 일상의 일로 받아들이면서 정전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에 중점을 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방안으로 난방용 전력의 수요를 줄여야 한다. 등유에 대한 높은 세금 탓에 전력이 등유보다 싼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전력 수요 증가로 이어져 다시 공급을 증가시키면서 안정적으로 싼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하여 수요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난방 효율이 높은 등유에 대한 세금을 줄여 등유의 사용을 증가시켜야 한다.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요금 인상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 요금 인상과 더불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정전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하며, 수요 분야의 정책이 강화되는 근본적 처방을 같이 시행해야 정부의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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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또 인상..'전력난 예방' 효과낼까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2011/12/02 16:10)
한해 두차례 인상 '이례적'..이면에는 원가보전 필요성
정부가 결국 한해 두 차례 전기요금을 올리는 강수를 밀어붙였다.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이 남아 있던 1981년 이후 30년만에 처음이자 한국전력이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어 평균 10%대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지 보름만이다.
전기요금 조정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2일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그 불가피성을 앞세웠다. 올해 8월 4.9% 올려 90.3%로까지 끌어올린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이 LNG, 석탄, 석유 등 발전연료가격 상승에 따라 다시 87.0%로 떨어졌다는 근거가 첫번째다. 원가회수율이 이렇게 낮지만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겨울철 전력수요 관리를 목적으로 전력 다소비 부문, 동계 피크시간대 중심으로 최소 수준으로만 요금을 조정한다는 설명이다.
가격이 자유화된 석유에 비해 정부 통제를 받는 전기요금은 지나치게 싸기 때문에 석유류 소비가 전력 소비로 바뀌는 에너지 소비 왜곡현상이 심화된 점도 지경부의 인상 결행을 서두르게 한 요인이다. 이에 맞물려 한전의 과다한 적자 누적을 해소하려는 의도 역시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주요 요소이다. 한마디로 가격을 올려 전력 과소비에 따른 전력난을 예방하고 한전의 적자 해소에도 보탬을 주겠다는 일석이조 노림수이다.
지경부는 그러나 이날 발표에서 서민부담과 물가영향을 고려해 주택용, 전통시장용, 농사용 요금은 동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전력을 많이 쓰고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개선해야할 산업용, 일반용 고압요금을 주로 인상했다는 데에도 주목해 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05~2010년 소비증가율이 지경부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로 사용됐다. 이 기간 교육용이 72.9%로 가장 많이 늘었고 일반용 고압과 산업용 고압이 각각 41.3%, 33.8%로 증가했다. 이들 용도가 농사용(45.6%)을 제외하고 주택용(21.4%) 등 다른 용도에 비해 두드러지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 국정감사때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을 ㎾h당 100원으로 가정하면 일본은 266원, 프랑스는 183원, 미국은 117원이라는 계산을 내놓아 주목받은 바 있다. 강 의원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은 184원이라고 했었다. 특히 산업용 요금이 지나치게 싸서 대기업들이 주로 특혜를 보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 바 있다.
강 의원이 전한 주요 산업체 전기요금 납부액수를 보면 작년 한해 3천39억원을 냈다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이번 요금 인상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200억원의 요금을 더 내야 한다. ㈜포스코도 2천576억원을 냈다고 하니 17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이 2008~2010년 법인단위별 전기사용량 랭킹 10위를 골라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납부한 전기요금은 2조1천730억원이므로 연간 평균 470억원 가량 부담이 증가한다.
하지만 지경부는 "서민경제를 고려해 주택용은 동결한 만큼 소비자물가 영향은 없으며 생산자물가가 0.116%포인트 오르고 제조업체 원가가 0.076%포인트 상승하는 정도"라며 산업계 부담 증가에 따른 영향을 과장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또 이번 인상으로 전력피크시 144만㎾ 전력사용을 줄이고 발전소 건설비용 1조1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경부는 이에 더해 강력한 전기 수요 관리와 절감 대책 시행을 곁들여 올 겨울철 전력피크 위기를 넘겨볼 작정이다. 나아가 지경부는 앞으로도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한 전력 과소비와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전기요금의 단계적 현실화와 피크요금제 확대 등 합리적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해 두번씩이나.." 산업용 전기料 더 올린 속사정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2011.12.02 15:44)
주택 등에 비해 싼 산업용..다급해진 전력난 예방차원
정부가 주택, 농사용 전기요금만 빼고 전기값을 올리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만 오는 5일부터 평균 6.5% 오른다. 무엇보다 한해 두 번씩이나 전기요금을 올린 게 이례적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서 유독 산업용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올린데는 물가부담이나 한미 FTA로 주택이나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이나 일반용(오피스텔, 상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 절감으로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고,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차원에서 쌌다.
◇ 올 들어 두번 전기요금 인상..다급해진 전력난 등 이유
정부가 올해 두 번이나 전기요금을 올린 것 역시 이례적이다.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이 남아 있던 1981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가 요금 인상 요인이 생겼다고 밝혔다. 실제 올 8월 4.9% 올려 90.3%까지 끌어올렸던 원가회수율은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현재는 87.0%까지 떨어졌다.
싼 전기요금으로 시장에 잘못된 가격 신호를 보내고 있는 현상을 바로 잡겠다는 측면도 강하다. 가격이 높아야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시장 원리인데 정부가 전기요금을 장기간 낮은 수준으로 묶어두면서 소비자들이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각국의 전기요금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을 kWh당 100원으로 가정할 때 일본은 266원, 프랑스는 183원에 달했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일본의 2분의 1도 안된다. 미국(117원)과 OECD 평균(184원)도 한국보다 높다. 싼 전기요금은 소비패턴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등유 소비는 70% 가까이 떨어진 반면 전기 소비는 50% 가까이 증가했다는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다급해진 전력사정 역시 전기요금 인상의 이유다. 올 겨울철은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면서 정부로선 9.15 정전사태 재발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경부가 이번 전기요금 조정을 통해 전력피크 144만kW 감축이 가능하다고 밝힌 점 역시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 겨울철 요금제 보완..현대제철 200억원 가량 추가 부담 
이번 요금 인상에서 주목할 부분은 겨울철 전기요금이 원가대비 상대적으로 낮다는 문제가 일부 보완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1988년부터 계절별로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요금제를 도입했다. 여름(7~8월) 봄(3~6월) 가을(9~10월) 겨울(11~2월)로 구분해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계절에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매기는 식이다.
시간당 전기요금(kWh)은 여름철이 가장 높고, 겨울, 그리고 봄, 가을 순이다. 하지만 원가 회수율은 봄, 가을이 가장 높고, 여름, 겨울 순이란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여름과 겨울에 발전 단가가 훨씬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까지 돌려야 해 원가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지경부는 원가 회수율이 떨어지는 겨울철 전기요금을 더 올릴 필요가 있어, 동계(8.5%), 춘추계(4.4%), 하계(4.1%) 순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최대 부하 요금 기준으로 겨울철은 종전 110원에서 142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번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지난해 총 3039억원의 전기요금을 낸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연간 기준으로 200억원의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2576억원을 낸 포스코도 170억원 가량을 전기요금으로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요금으로만 연간 2조원 안팎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역시 이번 인상으로 연간 평균 450억~470억원 가량 더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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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적자에 '칼' 빼든 한전, 쿠데타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2011.11.21 15:44)
10%대 요금 인상안 의결···지경부·재정부 '다른 셈법'에 인가 난망
한전이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요금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김쌍수 전 사장이 한전 소액 주주들보부터 2조8000억원대의 소송을 당한 것과 관계가 깊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으로 매년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 또 지연되면 현 이사들도 주주들로부터 손실의 책임을 묻는 추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적자는 약 1조8000억원, 누적부채는 33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도 1조636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8월 전기요금을 4.9% 인상했지만 원가보상률은 90%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요금 인상안을 의결한 17일 이사회에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사외이사는 8명 중 5명이, 경영진으로 구성된 사내이사는 7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처럼 사내 이사가 더 많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안건이 의결됐다는 점은 한전 내부적으로 요금 인상의 당위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짐작케 한다.
지경부는 우선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고 있다. 전력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력수급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수요 억제, 이를 위한 가장 실효적 대책이 요금인상이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물가당국인 재정부와의 협의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4조가 주무장관이 공공요금을 변경할 경우 미리 재정부장관과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경부의 단독 인가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전 '전기료 10% 인상' 의결 논란 (세계, 이천종 기자, 2011.11.21 (월) 19:39)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 추진…“물가고 심한데…” 승인 힘들 듯
한전 이사회가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요금 ‘10%대 인상안’ 가결 한전 이사회의 반란 왜? (한겨레, 최현준 기자, 20111121 20:43)
"요금 현실화" 정부 압박용인듯
"소송 대비한 알리바이" 분석도

안건을 발의한 이기표 사외이사(부산 푸드뱅크 이사)는 “인상이 아닌 요금 현실화를 요구한 것”이라며 “정부가 먼저 왜곡된 전기요금의 현실화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이사는 “적자가 쌓인 한전을 방치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40여년간 값싼 전기 요금으로 혜택을 본 기업들이 이제 제몫을 낼 때가 왔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90% 수준으로,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사회는 이번 인상안에서 가정용과 농업용은 제외하고, 산업용과 업무용만을 인상 대상으로 삼았다.
한전 내부에서는 이사회의 의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드러내놓고 주장을 하지 못해 왔다”며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전기 요금을 현실화 하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느냐”고 말했다. 주무 당국인 지경부는 본인들과 협의없이 인상안을 의결한 데 대해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정부 내에서는 “한전 단독으로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소액주주들의 소송에 대비한 방어책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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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값싼 요금 유지하면서 전력수요 억제는 어렵다 (경향, 2011-11-13 21:24:35)
정부가 최근 ‘전력수급 안정 및 범국민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했다. 전력 사용 피크 시간대에 대형 건물과 산업체의 전력 소비를 10% 줄이도록 의무화하고 난방온도 제한 대상 건물을 4만7000여곳으로 늘리는가 하면, 유흥·서비스 업종의 네온사인 사용을 제한하는 등 전력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과태료 부과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처럼 올겨울에도 전력대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전력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을 두 배 이상 앞지르면서 예비전력은 적정 기준(400만㎾)보다 크게 낮은 평균 153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특히 강추위가 예상되는 1월 중순에는 53만㎾까지 떨어져 위험한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고 한다.
당장 전력 공급을 충분히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전력대란을 막는 방법은 수요를 줄이는 길뿐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과연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전기요금이 싼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전력 소비를 절약할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에 따를 경우 받는 인센티브나 어겼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도 금액 수준이 낮아 수요 억제 유인책으로는 미흡하다. 전력 소비를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고 난방온도를 일정 수준 밑으로 낮춰야 하는 사업장이나 건물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형 산업체의 전력 소비를 의무적으로 줄이는 것은 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결국 정부 대책의 효과는 기업과 국민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수요 억제에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전력 소비 절약 캠페인을 통해 국가 에너지 위기를 타개해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사실 전기는 다른 에너지보다 생산과 공급에 많은 비용이 드는 고급 자원이다. 그러나 정부가 예부터 전기요금을 정책적으로 싸게 유지해오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 국민 누구나 싼값에, 원하는 만큼 정부가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몇 년 전부터 최대 전력 수요가 여름철에서 겨울철로 바뀌면서 겨울철 전력난이 나타난 것도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전기를 난방용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기를 싼값에 펑펑 쓸 수 있게 해놓고 자발적인 소비 절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발전원가의 90%도 안되는 요금부터 현실화해야 한다. 앞으로 원자력발전이든 화력발전이든 발전설비 확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겨울뿐 아니라 중장기 시각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포함한 수요 억제책을 좀 더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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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력계통 운영기능 통합해야 하는 이유 (서울,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2011-10-11  31면)
지난 9월 15일 대규모 정전사태 탓에 사상 초유의 혼란을 겪었으며,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큰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해외에서도 2003년 8월 미국 북동부, 중서부 및 캐나다 동부의 약 5000만명이 나흘간의 대규모 정전사태로 고통받았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험한 위의 국가들은 비록 시기·형태·방법 그리고 범위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모두 민영화와 경쟁 도입 그리고 규제 완화로 대표할 수 있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시행하였으며, 이로 말미암아 전력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감시하는 기능이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구조 개편으로 관련 조직이 늘어나면서 관리에 대한 책임이 분산되어 안정적인 전력수급 관리능력이 약화되었으며, 대규모 정전사태와 같은 전력시스템의 위기관리 능력에 허점이 나타난 것이다.
9·15 정전사태도 전력계통 운영을 책임진 한전과 전력거래소, 지식경제부 간의 전력수급 상황에 대한 실시간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비상상황에 대한 인식과 의사결정의 혼선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의 구조적 원인은 송전망은 한전이 소유하지만 계통운영은 전력거래소가 담당하고 있는, 소유와 운영이 분리된 이원적 체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에 계통운영 기능이 이관된 이유는 2001년 발전분할 이후 배전분할과 도소매 경쟁이 단계적으로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전분할은 2004년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으로 중단되었다.
전력계통 운영에 대한 소유와 운영의 이원화로 말미암은 문제점은 이번 정전 사고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계통사고 발생 때 대응능력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관련 기관들 사이의 정보공유 한계 때문에 신속한 복구 및 대응이 지연되고, 책임소재 논란으로 사고원인 규명과 사후 예방대책 수립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전력계통 운용과 투자의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계통계획 수립과 휴전업무 등 두 기관의 계통운용 업무가 중복으로 수행되고, 기술개발 및 인프라에도 중복투자가 발생한다.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자의 설비운영 현장지식 부족으로 비상시 위기대응 판단력 등 계통운영 역량이 약화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서는 송전망 소유와 계통운영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로 먼저, 전력계통 사고 때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운전원 간의 책임 인식이 공유되어 상호 유기적 협조가 강화되며, 계통과 송전 간의 정보공유로 대응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휴전계획·계통보호 등 관련업무의 일원화로 신속한 의사결정 및 계통운용의 효율성이 향상된다. 마지막으로, 중복투자 등 낭비적 요인이 제거된다. 설비투자를 책임지는 기관이 계통운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투자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중복업무의 단일화로 인력 및 운영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단일 송전회사가 송전망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송전망 소유와 계통운영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지식경제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하여 수행한 ‘전력산업구조 정책 방향 연구’에서도 ‘우리나라는 단일송전망 구조로 효율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송전망 소유와 계통운영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전력시스템의 기술적 신뢰도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도 않은 경제적 편익을 우선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전력거래소와 같이 구조개편과 함께 만들어진 새로운 조직의 기술적 이해와 경험이 감소하였음은 물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하였다. 효율적인 전력시장을 만들기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발생 가능한 다양한 기술적 위험에 대한 적절한 분석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전력계통 운영기능의 통합을 비롯하여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가진 여러 가지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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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15 정전사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부른 비극 (매노, 김주영 전국전력노조 위원장, 2011.09.21)
9·11 테러 10주년을 하루 앞둔 9월10일, 미국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한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가 암흑으로 빠져 들었다. 정전사태는 애리조나와 텍사스 등 인근지역까지 확대됐다. 9·11을 앞두고 테러 위협이 끊이지 않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은 테러를 걱정했다. 그런데 전력회사의 단순한 실수라고 한다.
이로부터 불과 나흘 뒤, 우리나라에도 매우 보기 드문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스위치만 올리면 항상 전기불이 들어오는 환경에 너무나 익숙한 우리 국민들은 크게 놀랐다. 사실 이번 대규모 정전은 일정한 전력예비율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전에서 특정지역을 순환하면서 전력공급을 중단한 ‘인위적인 정전’이므로 사고나 실수에 의한 정전과는 성격이 달랐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뛰어난 전력시스템을 갖추고 정전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였기에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는 그 충격이 컸다.
이번 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전력수요 예측을 잘못한 한국전력거래소에 있다. 전력거래소는 과거 한전에서 전원개발계획과 전력수급계획, 그리고 송전선로인 계통운영 등의 기능을 하던 조직을 지난 2001년 별도로 분리해 낸 사단법인 조직이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산업의 계획을 짜고 송전선로를 운영한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몇 년 동일 기간의 전력수요 기록을 바탕으로 매일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여기에 맞춰 발전기 운전계획도 수립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전력거래소가 9월15일 하루 전, 즉 14일에 예측한 15일의 전력수요는 약 6만3천메가와트였다고 한다. 그런데 평년보다 훨씬 높은 이상기온을 기록한 이날의 실제 전력수요는 6만8천메가와트가 넘어서게 됐다고 한다. 더운 날씨 때문에 이렇게 수요가 공급능력을 훨씬 뛰어넘게 되자 전력거래소는 한전에 지역별 순환정전을 지시했다. 순환정전이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전체 전력망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시점에 강제적으로 지역별로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기온상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력거래소의 잘못된 수요예측 때문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졌던 것이다.
근본원인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전력산업 구조개편 때문이다. 2001년 4월, 당시 한국전력공사는 화력발전회사 5개, 수력원자력회사 1개, 한국전력거래소, 그리고 현재의 한전 등 모두 8개의 조직으로 나뉘어졌다. 이전까지는 하나의 전력회사가 전원계획 수립·전력설비 건설·전력생산과 공급까지를 하나로 묶어서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었다. 하지만 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라는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전력산업까지 분할과 민영화를 통한 시장경쟁체제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확산됨에 따라 구조개편이 벌어진 것이다. IMF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도 더해졌다.
구조개편의 문제점은 각 부문별 유기적인 조율과 협력이 필요한 전력산업의 핵심을 놓쳤다는 데 있다. 전력산업은 망을 기본으로 하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각 사업부문 사이가 물 흐르듯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유지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기업체 또는 조직이 생산에서 공급까지를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 진리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영국·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주로 앵글로색슨 계열의 서방 국가들이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적극 주도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2001년 캘리포니아 정전사태, 2003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전기요금 폭등 등 구조개편과 자유화는 그 어느 곳에서도 성공은커녕 참극으로 마무리됐다.
9월15일 정전사태도 계통망을 소유한 한전과 운영을 따로 하는 전력거래소의 이원화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 사례였다. 따라서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을 불러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계통망 운영자인 전력거래소를 계통망을 소유하고 전력공급에 책임을 지는 한전으로 다시 통합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계통망 소유자와 운영자가 구분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전력산업은 국가와 국민 생활을 뒷받침하는 척추와 같은 중요한 존재다. 이번 정전사태에서 보듯이 한순간의 전력공급 중단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다. 제대로 된 전력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찢어진 전력산업을 다시 하나로 묶는 재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그동안 ‘잃어버린 전력산업의 10년’을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바심마당] 전기값 인상으로 에너지 절약해야 (미디어오늘, 장상환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1-09-21  13:31:52)
15일 전국 순환 정전에 온 국민이 깜짝 놀랐다. 전기를 공기처럼 마음 놓고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15일 순환 정전 당시 예비 전력은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149만KW가 아니라 24만KW에 불과했다. 전국적인 블랙아웃 직전상황에 간 것이다.
사태의 원인을 생각해보자. 예비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전력 부족을 예견하고서도 필요한 사전 예고조치를 소홀히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왜 하필 지금 벌어졌느냐를 생각해본다면 근본적인 구조적 원인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전사태를 빚은 근본원인은 전기값이 너무 싸서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공급은 그것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전기값이 가장 싼 나라다. 공급되는 전력의 53%가 산업용인데,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발표한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 전기가격을 Kwh 당 100원이라 할 때 일본은 266원, 미국은 117원, 프랑스는 183원으로 모두 우리보다 비쌌다. OECD 평균 가격은 184원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가스와 석유의 가격은 거의 80% 이상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겨우 15% 정도 인상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전기요금은 원가의 90% 미만이다. 싼 전기값의 혜택은 대기업에게 집중되었다. 지난해 한전의 평균 판매단가 87원, 총괄원가는 96원이었는데 전기 다소비 대기업들은 판매단가보다 20원, 총괄원가보다 30원이나 싸게 전기를 공급받아 한전 적자의 근본원인이 됐다.
전기값 인상 억제는 이명박정부에 들어와서 심했다. 지난 8월1일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했지만 그래도 원가 반영률은 90.3%에 그치는 수준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전 사태 바로 전날인 14일 연말까지 현 수준으로 동결할 것임을 시사했다. 원료비 연동제로 인한 인상분도 반영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값싼 전기요금 때문에 전기 과소비가 이성을 잃는 정도에 달했다. 대도시의 대로변 점포들은 손님을 위해 에어컨을 세게 켜놓은 채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는 낭비를 감행한다. 겨울철 난방용 전기 소비 급증이 특히 문제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난방용 등유 소비는 67% 줄어든 반면 전기 소비는 42% 늘었다. 난방수요가 전체 전력수요의 24%를 차지하고 있어 전기온풍기, 전기장판, 전기히터 등의 보급 확대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대형건물과 학교 등에서 냉난방 모두 전기로 하는 시스템에어컨 설치가 급증하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시스템에어컨은 그간 140만 대가 보급됐고, 겨울철 전력피크 때 전체 전력 수요의 6%를 차지한다. 전기로 냉난방을 하면 석유를 바로 이용하는 것보다 60% 이상 열손실이 발생하니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09년부터는 ‘전력피크’가 여름이 아닌 겨울철에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 전기가격 인상 억제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 때문에 지난 3년간 한전의 적자가 6조1000억 원을 넘고 있다. 올 상반기 1조6,3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순손실만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간 구조조정으로 약 4.5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고서도 그렇다.
김쌍수 사장은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 탓에 적자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한전 소액주주 14명으로부터 2조8천억원의 소송을 당하자 사표를 냈다. 이렇게 적자가 쌓이니 한전으로서는 전력 공급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를 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전력 수요가 적은 봄과 가을에 발전기 가동을 최대한 억제해 원가를 절감하려 했고, 이번의 전력 대란도 그 여파로 일어난 셈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난방 수요를 감안하면 올겨울 전력대란도 피하기 어렵다. 난방용 전기 사용과 같은 과도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전력난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한전이 최소한 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할 것이다.

 

“공기업선진화가 부른 인원감축·저급탄이 정전사태 원인”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2011-09-23  11:34:16)
[국정감사] 조정식 의원, “전력계통 소유·운영 통합해야”
지난 15일 발생한 전국 단전 사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초래한 ‘필연적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원 감축과 저급 유연탄 사용, 설비 정비 부실 등 ‘효율성’을 중심에 둔 구조 개편으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은 23일 오전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한국전력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전력산업을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도록 (전력) 계통의 소유와 운영을 통합하여 국가기간산업인 전력산업을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번 단전 사태의 첫 째 원인으로 ‘경고·대응시스템 미비’를 꼽았다. 사고 당일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따로 놀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이미 오전 11시부터 전력 수급 이상징후를 발견하고도 5개 발전사와 한전에게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전과 각 발전사가 순환단전이 이미 실시된 이후에 자체 경보를 발령한 것에 대해서도 ‘뒷북 경보’가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전력설비의 소유주체와 운영주체의 분리 등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08년 3차 공기업선진화방안’에 따라 각 발전사들이 무리하게 인력을 감축하면서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원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 의원에 따르면 당시 한전을 포함한 발전 5사는 10~12%의 인력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발전현장의 운전과 정비에 필요한 인력도 축소해 지노위에서 결정한 ‘필수유지업무’ 인원보다 적은 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정비 등에 필요한 예산 집행을 미루고, 저급 유연탄을 사용하는 등 발전사들의 무리한 원가절감 노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 의원에 따르면 모 발전사의 경우 ‘계획수선유지비’ 예산의 집행 실적이 2006년 78.6%, 2007년 52.9%에 이어 2010년에는 42.8%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의 유지와 보수에 필요한 예산의 절반도 채 집행하지 않은 것이다. 또 조 의원이 공개한 통화내용에 따르면, 사고 당일 모 발전사 직원은 “지금 탄이 안 좋아서 계속 stall이 걸린다”고 거래소 직원에게 하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급 유연탄을 사용해 설비계통에 문제가 발생하고 출력이 저감된 것”이라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조 의원은 “현재와 같은 전력산업구조로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맡길 수 없다”면서 현재의 전력정책 포기를 정부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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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후진국 수준” MB한테 혼난 ‘MB 낙하산들’ (한겨레, 허재현 기자, 20110919 11:15)
한국전력 상임이사 70%가 TK 혹은 한나라 출신
자회사 감사도 낙하산 천국…11명중 1명만 전력전문가


이명박 대통령이 정전사태와 관련해 지난 17일 “형편없는…후진국 수준”이라고 질타했던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 자회사 11곳의 현 기관장과 감사현황을 분석해보니, 대구·경북(TK)과 고려대 출신,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후진국형 사고’ 뒤에 ‘후진국형 낙하산 인사’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김진표 의원(민주당 원내대표)이 지식경제부로부터 받아 1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전 상임이사 7명 중 5명이 티케이(TK·4명)와 한나라당 출신(1명)이었다. 특히 김중겸 한전 사장 내정자는 경북 출신에 이 대통령 모교인 고려대를 나왔고. 이 대통령이 사장을 지냈던 현대건설의 사장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거래소 등 11개 자회사 경영진과 감사들도 마찬가지다. 22명 중 17명이 현대그룹,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나라당, TK, 고려대 출신이었다. 신유룡 한수원 상임감사와 전도봉 한전 케이디엔(KDN) 사장은 각각 경북·경남 출신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공통적으로 지냈고, 김무일 한전 케이디엔 상임감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안보 자문위원이었다.
한나라당 출신도 다수 있었다. 남동우 서부발전 상임감사는 한나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이었고 설영주 원자력연료 상임감사는 한나라당 성동을 지구당위원장을 지냈다. 이 대통령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도 2명이 있었다. 백해도 동서발전 상임감사와 김무일 한전 케이디엔 상임감사가 모두 동지상고 출신이다.
한전 자회사의 감사 자리는 낙하산의 천국이었다. 11명 중 10명이 전력 전문가가 아닌 정치권 인사였다. 이들이 전력 책임자들의 경영을 감시할 전문성이 있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진표 의원은 이 대통령의 ‘후진국 수준 비판’을 놓고 “정작 후진국 의식수준의 낙하산 인사를 한 이 대통령이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한 장본인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야 말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지식경제위 민주당 간사인 조경태 의원도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한전 및 자회사의 감사 100%가 MB정권의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사설] 국정 운영의 기본도 못 갖춘 ‘정전 정부’ (한겨레, 20110919 19:15)
지난 15일 오후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전력수급 관리체계의 심각한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가장 한심한 것은 전력수급 조절을 책임지는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 등 유관기관들이 아직도 사고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순환정전 당시 보고된 예비전력량이 사실상 지경부의 묵인 아래 ‘조작’된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정상적인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엊그제 기자회견에 이어 어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력거래소의 허위보고를 지적했다. 지경부의 설명으로는 15일 오후 순환정전에 돌입했을 때 실제 예비전력은 24만㎾(예비율 0.35%)에 불과했다. 순환정전을 하지 않았다면 전국이 동시에 ‘블랙아웃’(광역 대정전) 상태에 빠지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거래소가 지경부에 보고한 예비전력은 148만㎾였다.
거래소 쪽은 지경부에 보고하는 예비전력은 중앙급전시스템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조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계산된 예비전력’과 실제 가용전력 사이의 차이는 인정하면서, 이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이 대기상태로 가동해야 할 발전설비를 원료비를 아끼려고 전혀 가동하지 않은 탓으로 돌린다. 결국 지경부는 전력거래소를, 거래소는 한전 발전자회사들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경부나 전력거래소가 공급능력에 얼마만큼의 허수가 있는지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경부는 발전원가 이하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발전회사들한테는 대기설비의 가동 중단을 사실상 묵인해왔다. 즉 전력 공급능력 조작은 지경부의 묵인에 따른 관행이었던 셈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정부는 국정 운영의 기본 능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전을 찾아가 지경부와 거래소, 한전 등을 싸잡아 강하게 질타했다.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최 장관과 지경부에 사태 수습을 맡길 수는 없다. 민관합동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감사원을 통해 원인 규명과 전력수급체계의 전면적 개혁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가위기 관리 철학이 없다 (한국, 이계성 논설위원, 2011.09.19 21:03:03)
9ㆍ15 정전사태의 상황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순환단전 직전의 예비전력은 343만㎾. 5시간 예열을 한 뒤에야 전기 생산이 가능한 발전기의 발전용량 202만㎾, 여름철 기온상승에 의한 발전효율 저하분 117만㎾가 포함된 수치였다. 이를 빼면 실제 예비전력은 24만㎾, 전력예비율 0.35%에 불과했다. 당시 소비전력량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대정전(大停電), 즉 블랙아웃 사태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초비상 상황이었다.
전력공급망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우리나라는 순간적일지라도 전력소비량이 전체 공급량을 넘을 경우 전국의 전력망이 마비된다. 대한민국 전체의 일반가정은 물론 정보ㆍ통신ㆍ금융, 산업시설 등 모든 국가 핵심 기반시설에 전기가 끊겨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멈춰선 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전력망을 복원해 전국에 전력 공급을 정상화하는 데는 최소 사흘에서 1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살 떨리는 사태다.
그 심각성에 비춰보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은 약과다. 그런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대처는 어떠했는가. 주무장관인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은 단전사태 보고를 받고도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다. 단순 정전으로 쉽게 생각한 탓이다.
이 정부 들어 4 차례 개편ㆍ강화된 청와대 위기관리실이 단전 사태 대처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기반이 통째로 주저앉아버릴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었는데도 주무장관과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청와대에서 한가하게 만찬을 즐긴 셈이다.
정전 이후 대응 과정도 허점투성이다. 불가피하게 순환정전에 들어가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인 규명에 중구난방이고 지식경제부와 한전, 진력거래소가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당시의 전력예비율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사실도 사흘 뒤에야 알았다. 우왕좌왕, 혼선, 책임 떠넘기기 등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때, 그리고 구제역 사태 때 익히 봐왔던 행태들이 어김없이 재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전 사태 다음 날 한전을 찾아가 "기본을 지키면 이런 문제가 일어날 수 없다. 여러분은 세계적인 국영회사라고 할지 모르지만 형편없는 후진국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되풀이되고 있는 위기관리 실패에 이 대통령 자신도 책임이 없지 않다. 한전과 한전 자회사의 주요 임원들을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및 보은 인사로 채워놓고 이들이 위기상황에 원활하게 대처하기를 바랄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도 이 대통령과 이 정부에 위기관리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앞선 정부들은 분명한 위기관리 개념을 갖고 위기 상황 별 매뉴얼 작성 등 나름대로 대응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전 정부가 구축한 위기관리 체제를 축소하고 애써 만들어 놓은 위기대응 매뉴얼을 선반에 올려놓고 돌아보지 않았다. 위기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다 해도 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유연성과 창의성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오히려 매뉴얼이 굴레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고(高)매뉴얼 사회로 칭송을 받는 일본이 전례 없는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키웠던 예가 잘 말해준다. 이번 정전 사태에서도 늦더위라는 이상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 매뉴얼에 따라 발전소 정비에 들어가 화를 키웠다. 9ㆍ11사태가 그랬듯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이번 정전사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찾아왔다. 최고통치자의 위기관리 철학, 그리고 위기 대응 주체의 상상력과 유연성이 없이는 이런 류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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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싼 전력'의 재앙, 전력 정책 방향타를 돌려야"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1-09-15 오후 7:06:18)
[해설] 대규모 정전 사태, 경직성 전력 공급의 한계
15일 오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비상용 자가 발전 체계를 갖춘 대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사람이 갇히거나, 금융 거래가 끊기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 중이다. 정부 당국은 '일시적인 전력 수요 급증' 때문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런 진단에 동의한다. 하지만 처방은 다른 경우가 많다. 한국서부발전 사외이사를 지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예견된 사고'라며 말문을 열었다. 현행 에너지 수급 체계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다. 이런 입장은 앞서 터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맞물려 눈길을 끈다. 에너지 수급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것.
중앙집중형이 아닌 분산형 전원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식을 도입할 경우, 정전 등 사고가 터져도 피해 범위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 정희정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 보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 에너지, 식물이나 해조류에 의해 만들어지는 바이오매스 연료, 풍력 등을 이용해 전력을 만드는 방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대부분 지산지소(地産地消) 방식이다. 전력을 생산한 곳과 소비하는 곳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다. 지역이 필요한 전력을 해당 지역이 생산하는 방식이므로, 정전 피해의 범위가 제한된다. 또 생산과 소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시민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 민감해 진다.
이어 정 사무처장은 전력 수요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전력을 값싸게 공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꿀 때라는 게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공급만 늘려서는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 규모는 세계 25위인 반면,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1위 수준이다. 소득 수준과 비교해도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편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는 미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인데, 이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독일, 일본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 사무처장은 전력 요금 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상황에선 시민들이 전력 사용을 자제하게끔 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정 사무처장은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달라지게끔 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난 시간대에는 요금이 비싸지면, 이 시간대에는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이게 된다는 게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국장도 "그동안 한국이 너무 싼 값에 전력을 공급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산업용 전기의 경우 원가보다 싸게 공급해 왔다는 것. 이런 상황에선 굳이 전력을 아껴야 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다. 가정이나 가게에 공급하는 전력 역시 마찬가지다. 에어컨을 켜놓은 상태에서 가게 문을 열어 놓은 풍경은 이런 구조의 산물이라는 것. 이런 구조를 방치하고서는 전력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한국처럼 원자력과 화력에 주로 의지하는 전력 생산 구조는 공급 탄력성이 너무 낮다는 게다. "발전소를 가동하고 멈추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커서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다"라는 게 양이원영 국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해마다 원자력과 화력 발전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이어 그는 프랑스를 예로 들었다. 대표적인 원전 강국인 프랑스 역시 지난 2009년 겨울 전력 부족 사태를 겪었다. 공급 탄력성이 낮은 원자력 발전으로는, 냉난방 수요가 급격히 변하는 사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2011년은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고비가 되는 해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터졌다. 그 피해는 지금도 진행 형이다. 그리고 15일에는 한국에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일련의 이런 사태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기 소비 자체를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화학 산업체에 전기를 싸게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 됐던 원자력 발전은 이제 정당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은 산업용 전기가 너무 싸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특히 기업이 전기를 많이 쓰면 오히려 요금을 깎아주게끔 돼 있어서, 기업이 에너지를 아껴야 할 동기가 안 생긴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면,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인데, 이런 기술에 투자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론 국가 경제에도 해롭다.
'값 싼 전력 공급'은 그동안 원자력 발전을 정당화하는 근거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논리는 결국 대기업에게 전기를 싸게 공급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원전의 수혜자인 대기업은 원전 사고 위험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부과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제안이 나온다. 기사 본문에서 소개한 것처럼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요금을 올리는 방안도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마다 전기 요금을 다르게 매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마디로, 서울시민은 다른 지역보다 전기 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게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생태 환경에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담을 짊어지지 않고, 전기를 소비하기만 하는 지역이 똑같은 전기요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다. 전력을 나르는(송전) 과정이 길어지면, 전력 손실이 커진다는 점도 한 이유다.
발전소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요금이 올라가는 방식의 효과는 또 있다. 이 경우, 자기 지역에서 쓰는 전기는 자기 지역에서 생산하자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일종의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발전소가 생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다. 친환경 에너지 연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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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 일본의 37% (한겨레, 류이근 기자, 20110825 20:51)
에너지경제연구원 밝혀
“싼 전기료, 소비 부추겨”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웃 일본의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선진국에 견줘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어서 결국 에너지 소비를 왜곡시켜 국민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25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발행하는 학술지 ‘에너지경제연구’의 발간 10돌 기념 정책포럼에 나와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날 발표한 ‘에너지 가격체계 현안 및 개선방향’이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0년 기준 티오이(TOE·석유환산톤)당 672.1달러인 반면에 일본은 1795.3달러로 훨씬 높다고 전했다. 또 영국과 프랑스의 산업용 전기요금에 견줘서도 각각 47%, 51%에 불과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 회원국들의 평균에 비해선 41%의 수준이었다. 미국에 견줘서는 85% 수준이었다.
기름값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의 비율도 오이시디 유럽 평균이 324%인 데 반해, 우리는 117%로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수 연구원은 “기름값 대비 전기료가 낮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더 많다”며 “잘못된 가격정책은 에너지 소비구조의 왜곡을 초래해 국민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기름값은 오르는데도 전기료가 그만큼 따라 오르지 않으면서, 동절기 석유에서 전력으로 대체수요가 증가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을 100%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국민경제 전체에 에너지 절감비용이 1000억원이 넘는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요금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로 전력 생산비용을 3879억원 줄일 수 있지만, 다른 에너지 사용비용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순수 에너지비용 절감액이 1349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산업경쟁력의 강화 등을 이유로 산업용 에너지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왔는데 이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인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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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 올리는 게 옳다" (프레시안,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11-08-01 오후 1:16:47)
[이정전 칼럼] "폭우 등 기상 이변, 에너지 정책 전환 계기 삼아야"
7월 마지막 주 3일 동안의 기습적 집중호우로 수도권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였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 중에는 이번 폭우피해의 참상을 보면서 지구온난화를 머리에 떠올린 분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몰고 올 재난으로 폭우, 홍수, 한발, 폭설, 폭염 등과 같은 기상이변이 늘 꼽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에너지 이용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다. GDP규모로는 세계에서 10위 밖에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있어서는 10위 안에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배출량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앞선다.
왜 우리나라가 이와 같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에너지 과소비 때문이다. 특히 전력의 과소비가 너무 심하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일본의 그것보다 더 많다. 경제적으로 일본은 우리보다 약간도 아니고, 두어 배 더 잘 사는 나라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국민이 그렇게 월등히 부유한 나라의 국민보다 전력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 되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전력소비의 증가율은 우리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다. 우리나라에서 1달러어치 생산하는데 소모되는 전력의 양이 OECD평균의 1.7배이고 일본의 2.8배에 가깝다. 그 만큼 전력의 낭비가 심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을까? 특히 전력을 왜 과소비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뻔하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너무 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에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53%가 산업용인데, 2009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전기요금의 절반 정도다. 싸면 좋지 않으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전기요금이 원가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전기요금이 원가의 90% 미만이다.
이 결과,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지난 3년간 한전의 적자가 6조억 원을 넘고 있다. 이 적자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매워야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한편으로는 싼 전기요금을 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싼 세금을 내는 꼴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주거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94.2%에 달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90%에도 못 미친다. 특히 농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40% 미만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세금으로 보조해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연 이래도 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기막힌 사정을 잘 모른다.
다행히 정부는 8월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하기로 했다. 주거용 전기요금은 2% 올리는 반면 대기업의 전기요금은 6.3% 올린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전기요금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가계를 더욱 더 어렵게 한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도시 4인 가구의 월 평균 전기요금 부담액이 8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 실시결과를 봐서 만일 서민가계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면 이를 경감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기업들이 초과이윤을 줄임으로써 인상된 전기요금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물가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들은 벌써부터 전기요금 인상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전기절약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조치는 전기요금을 원가의 92%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정도이기 때문에 여전히 전기요금은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앞으로 최소한 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용도 간 전력요금의 차이도 줄여야 한다. 전력소비가 눈에 띠게 감소해야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표방한 녹색성장의 기본취지를 달성할 수 있고, 또한 원자력 발전을 늘리려는 관련 업계의 압력을 봉쇄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전력요금을 바로 잡는 것은 에너지정책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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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주범은 가정이 아니라 상업·산업용” (경향, 홍인표 선임기자, 2011-02-13 20:47:44)
ㆍ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
에너지 비효율의 주범은 가정용이 아니라 상업·산업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에너지 절약보다는 상업·산업용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전력난을 해결하는 첩경인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성근 선임연구위원은 13일 ‘가정부문 용도별 에너지 소비량 및 소급추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가정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가정의 에너지 소비는 연평균 1.3%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전력소비량은 이보다 훨씬 많은 5.9% 증가했다.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은 1990년 1.48TOE(석유환산톤)에서 2008년 1.27TOE로 줄었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은 0.39TOE를 기록해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일본(0.37)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미국(0.88TOE)은 물론 OECD 평균(0.60TOE)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반면 국가 전체의 에너지효율을 나타내는 ‘부가가치·에너지원’ 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3배, OECD 평균에 비해서도 1.7배 높아 효율이 가장 낮았다. 일반 가정에서는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다른 부분에서 이를 까먹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는 난방용 소비가 전체의 44.2%를 차지했고 이어 온수용(23.8%), 전기기기(19.1%) 순이었다. 같은 기간 난방용을 제외한 모든 용도의 에너지 소비가 늘었다. 특히 냉방용과 전기기기 사용량이 늘었다. 이 연구위원은 “난방용은 주택구조 변화와 단열재 성능 개선, 보일러 효율이 높아져 에너지 소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국민 전기 과소비 탓하지만…산업용 전력이 ‘폭증’ 주범 (한겨레, 이순혁 기자, 2011-02-17 오후 07:57:50)
4개월째 두자릿수 증가
주택용은 1~4%대 늘어
 
우리나라 전기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4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겨울 한파로 전력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는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이 전기를 과소비한다고 탓하고 있지만, 정작 전기 과다사용의 주범은 다른 데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는 17일 “지난 1월 우리나라 전력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8.6% 증가한 431억 1700만㎾h를 기록했다”며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1월 부문별 전기판매량을 보면, 산업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늘어난 217억6799만㎾h(전체 사용량의 50.5%)를 기록했고, 전체 전기사용량의 23%가량을 차지하는 일반용은 8.2% 늘어난 100억6000㎾h를 기록했다. 전체 전기사용량의 13%가량을 차지하는 주택용은 58억9600만㎾h로 3.7% 증가했다. 농업용과 교육용도 10~12% 증가했지만, 전체 사용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1~2%대에 불과해 전체 전기수요 증가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다. 산업용 가운데 업종별 전기사용량 증가율을 보면, 기계장비 24.9%, 철강 18.5%, 자동차 18.1%, 반도체 15.1%, 조선 12.9%의 차례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산업용 전기소비 증가율이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같은 기간 주택용 전기소비는 1~4%대 늘어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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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마당]전기료 현실화 넘어 선진화 나서야 (경향, 박종배 | 건국대 교수·전기공학, 2011-02-07 21:53:58)
올겨울 이상 한파로 역대 최대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경신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전력수급 비상상태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전력수급 불안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매우 복잡하지만, 그 중심에는 전기요금의 규제에 따른 전력수요의 급성장에 있다. 2004년 대비 도시가스 및 등유의 가격은 45% 인상된 반면 전기요금은 13% 인상에 그쳤으며, 그 결과 전력수요는 동 기간 49% 증가한 반면 대체재인 등유의 소비는 55% 감소하였다. 즉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책정함으로써 전기소비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했고, 그 결과 전력수급 불안이 가시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전력수급 불안은 전기요금의 규제 및 왜곡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 가운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우선 전환 효율이 40% 내외인 전기에너지 소비의 급증은 필요 이상의 1차에너지를 소비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연료 수입의 증가와 무역수지 악화를 가져오게 된다. 둘째, 전기요금이 필요 이상으로 낮을 경우 전력회사는 적자를 보게 되고, 이는 전력공급설비 투자가 지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저렴한 전기요금과 경직된 요금제도는 전기에너지 절약 관련 기술의 진화를 막는다.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그리드의 경우도 전기요금의 선진화 및 현실화가 없다면 그 필요성이 반감된다. 넷째, 전력수급의 불안정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경우, 그 사회적 비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 이상을 상회하게 된다. 일례로 2003년 8월에 발생한 뉴욕을 포함한 미국 동부의 대정전은 약 6조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마지막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살펴보면 상당히 반(反)복지적임을 알 수 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전기요금을 지불함으로써 지방의 가정과 산업체가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가정과 산업체에 보조를 하는 형태를 띠게 되고(실상은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하여 대규모 송변전설비를 투자하고 있음), 일반용 소비자들이 대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에너지다소비 산업체에 보조하는 꼴이다(일반용의 경우 2009년 원가회수율이 98.4%이고, 산업용은 90.7% 수준).
이와 같은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넘어 선진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여기서 저소득층, 농어촌 등 에너지빈곤층 등에 대해서는 복지의 차원에서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지만, 기타의 산업체, 건물, 개인 등에 대해서는 철저한 시장기반의 요금 정책이 구현돼야 한다. 지금 현실화를 하지 않으면 예고된 재앙은 계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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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무상화하자고 할까 겁난다"는 MB (미디어스, 2011년 01월 28일 (금) 14:46:47  김완 기자)
[비평]전기요금 인상과 '복지 포퓰리즘'
얼마 전, 겨울철 전력 사용량이 폭발적이라며 전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 보도가 봇물을 이뤘다. '에너지 절약'을 명분으로 한 일종의 훈계형 보도들이었다. 훈계형 보도는 크게 2가지 경향으로 나뉘었다. 전기를 맘 놓고 쓰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전기요금 폭탄론’을 강조하는 보도들과 우리나라의 전기 요금이 너무 싸서 ‘전기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도들이었다.
이러한 두 가지 경향의 보도는 그 자체로 모순된다. 맘 놓고 쓰다간 거지꼴을 못 면하는데, 어찌 전기요금이 싸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국내 언론은 어제 한 보도를 오늘은 기억하지 않고, 오늘 할 보도가 내일 어떻게 뒤바뀔지에 대해서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도 자료를 전할 뿐, 분석은 언감생심이다.
각설하고, 유례없는 한파로 전력 사용량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녹색성장’을 경제적 신념으로 떠받드는 이명박 대통령이 가만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위원회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요즘 유행대로 ‘전기 무상화 하자’고 할까봐 겁난다”며, OECD 평균 전기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 요금을 합리화하겠다고 했다. 최중경 신임 지식경제부 장관도 첫 업무 일성으로 “에너지 가격에 인상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대통령과 주무 장관의 인식은 하나로 모아졌다. 기본적으로 전기요금이 너무 싸서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MB는 단호했다. 과감하게 '전기 무상화'까지 언급하며, 에너지에 대한 낮은 시민 인식을 질타했다. MB가 저렇게까지 얘기하니 이제라도 '전기 무상화' 주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포털에 '전기요금 폭탄'이라고 한 번 검색해보라. 전기요금이 수 십 만원 나왔다는 사례 고백이 끝도 없이 검색된다. 수 십 만원의 전기요금이 OECD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은 분명 아닐 것이다. OECD 국가라고 아무렴 한 달에 돈 백 만원씩 전기요금을 내진 않을 것이다. MB 말대로 전기 과소비가 극성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정답은 '누진세'에 있다.
케이블TV 홈쇼핑 등에서 "하루 7~8시간 사용해도 전기료는 겨우 '854원'"이라는 홍보 문구로 불티나게 팔렸던 '전기 세라믹 히터'가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전기요금 폭탄의 주범으로 몰리고, 방송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주의하라고 했던 바로 그 제품이다. 이 제품의 광고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일반용 전력 기준, 부가세 별도’라는 문구가 써져 있다. 논란이 일자 판매회사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제품으로 영업용으로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홈쇼핑 등에서 대량으로 구입해 가정용으로 팔았지만, 실제론 산업용 제품이란 설명이다.
현재 전기요금 체계는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으로 요금 체계를 나누고 가정용 전기의 경우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전기 요금이 낮은 것은 맞지만, 전기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의 단가가 높아지도록 하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사용량 이상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 요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누진제는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소비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마련되었지만 일정 구간 이상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단가가 낮게 책정된 전기요금까지 배로 물어야 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더욱이 산업용 전기에는 적용되지 않고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MB는 전기요금 수준이 OECD의 절반 이하라고 했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OECD의 1.7배 수준이란 통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전기 사용량의 20% 이하이다. 산업용 전기가 전체 사용량의 80%에 달한다. 80%의 낭비는 놔두고 20%에게서 전기요금을 더 거두겠다는 것은 어찌 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전기요금을 올리려거든 가정용 전기가 아니라 대기업 사업장에 누진제를 적용해야 옳다. 따라서 ‘전기요금 무상화할까 겁난다’는 MB의 말은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을 향해 있어야 한다. ‘경제 살려야 하는데 전기 좀 공짜로 쓰자’는 협박은 국민이 아닌 기업이 하고 있는 셈이다. 석유/가스 보다 전기가 싸다는 믿음으로 냉방에 전기난로 켜 놓고 사는 서민들이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느라 허리가 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전기요금 무상화할까 겁난다’라는 또 다른 포퓰리즘인 MB의 인식대로라면, 전기값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고려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 붙이길 바란다. 단, 누굴 올려야 하는지의 문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OECD 평균의 1.7배의 전기를 사용하며, 원가 이하의 전기료를 내고 있는 기업들의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고, 20%의 가정용 전기요금만 올리는 것은 MB식 포퓰리즘이다. MB의 대중은 기업이 아닌가. 간만에 MB가 맞았다. 증세 없이는 절대, 전기 과소비 못 막는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하라. 그리고 가정용 전기에 부과되는 누진제도 뜯어 고쳐라. 그럼, 전기 과소비를 막을 수 있을 뿐더러 덤으로 ‘전기요금 폭탄’까지도 막을 수 있다.

 

전기료 하반기 4% 인상… ‘산업용’ 할인 없애 (경향, 홍인표 선임기자, 2011-01-30 21:13:43)
ㆍ정부, 원가의 100% 반영… 용도별 부과않고 통합
ㆍ내년 초 추가 인상키로

 
올 하반기 이후 전기료가 2차례에 걸쳐 인상된다. 또 용도별로 7개로 나눠 차등 부과하는 전기료를 하나로 통일하되 전압별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산업용 전기료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여 재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겨울철 때아닌 전력대란의 주된 원인이 값싼 전기를 난방용으로 물쓰듯 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 전기료 4% 인상에 이어 내년 초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생산원가의 93.7% 수준인 전기료를 100%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장기 전기료 현실화 로드맵(일정표)을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로드맵에 전기료 원가연동제 및 전기료 인상 시기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7월로 예정된 원가연동제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값이 오르면 전기요금을 같이 올리는 방식이다.
현재 산업·가정·농사용 등 7개 용도별로 부과하는 요금체계를 2012년 폐지하고 전압별로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택용은 220볼트(저압)로 전체 가구의 72%, 사용량의 14.5% 수준이다.
지식경제부는 그동안 원가에 못 미치는 값싼 요금이 전력난과 에너지 소비구조를 왜곡시켰다고 보고 전기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기름값이 오르는 동안 전기료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난방 수요가 전기로 몰려 겨울철 때아닌 전력대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단체들도 값싼 전기료가 전력 낭비의 한 요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별로 없지만 물가불안이 고민이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국장은 “산업용 전기요금, 특히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대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다”면서 “상대적으로 원가 반영률이 높은 주택요금보다 산업용 전력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가를 밑도는 전기료는 한국전력의 경영부실과 국민들의 세금 충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렀다. 한전의 누적적자는 현재 3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전기료 인상이 서민 가계와 물가에 미칠 부작용이다. 정부는 최근 소비자물가가 급등하자 일찌감치 올 상반기 중 전기료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최중경 신임 지경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당장 올리는 것은 물가 부담 때문에 어려운 만큼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전기료 인상을 시사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기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함께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동안 전기료 현실화에 대한 얘기는 꾸준히 나왔기 때문에 (로드맵 작성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녹색성장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요 20개국(G20)이 에너지 보조금을 줘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밝혔다. 전기를 원가 이하로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에너지 보조금이기 때문이다.

 


 

유류세 왜 못 내리나 했더니… 교통세 80%가 ‘토건’ 돈줄 (경향, 홍인표 선임기자, 2011-01-23 21:26:18)
ㆍ‘목적세’ 규정 핑계로 도로 등 SOC에 퍼부어
ㆍ에너지 3%·환경 15%뿐… 형님예산 등 쌈짓돈 전락

운전자들이 기름값에서 낸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의 80%는 도로 건설을 비롯한 대형 토건공사에 사용된다. 에너지 관련 사업에 쓰인 돈은 3%에 불과하다. 도로 사업 예산은 지역구 민원을 챙기는 국회의원의 쌈짓돈이다. 올해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실세 의원들이 이른바 ‘형님 예산’으로 불리는 도로 예산을 2900억원 늘렸다.
서민들은 “치솟는 기름값 부담을 덜려면 교통세가 포함된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는 한술 더 떠 2012년 끝나는 교통세의 시효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교통세가 특정 용도에만 쓰도록 돼 있는 목적세 규정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다”며 “유류세를 내리고 목적세를 일반세로 전환한 뒤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가 기름값에 부과하는 유류세가 지난해 2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유류세는 휘발유 ℓ당 529원이 붙는 교통세에다 주행·교육세가 각 26%, 15% 더 붙는다. 이렇게 거둔 교통세의 80%는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회계)에 들어가 도로·철도·항만·공항 건설 공사에 쓰도록 돼 있다. 15%는 환경, 3%는 에너지, 2%는 균형특별회계 예산으로 배정된다. 지난해 교특회계 전체 예산 12조1566억원 가운데 대부분인 11조6950억원이 교통세로 채워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의 대부분을 4대강 사업에 퍼붓는 동안 교통세가 SOC 예산의 구멍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도로교통의 주된 기반인 교특회계를 존속시키는 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다”면서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교통세를 도로교통에 쏟아붓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교통세가 토건사업에 주로 쓰이는 것은 국회가 교통세를 목적세로 간주해 사용처에 제한을 둔 채 편법으로 운용하기 때문이다. 교특회계는 1994년 도입 당시 10년의 한시법으로 운영됐지만 이후 3차례 늘어 2012년 말까지 시한이 연장됐다. 대형 국책사업을 맡고 있는 건설업계 로비에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을 챙기기 위해 시한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교통세를 둘러싼 정부부처 간 칸막이 행정도 문제다. 재정부는 2009년 말 교통세 시한 만료를 앞두고 목적세를 일반세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SOC 투자를 맡은 국토부와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석유정책을 책임진 지식경제부는 유류세의 대부분을 국토부에 내주고 재정·국토부에 낀 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류세를 손대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조세편의주의 행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 석유시장감시단 부단장인 김창섭 경원대 교수는 “유류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세를 없애는 대신 일반세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 소비자들이 내는 세금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도로 건설에 쓸 게 아니라 친환경 교통수단과 대중교통 및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유가 외면’ 교통세, 2020년까지 연장 추진 (경향, 홍인표 선임기자, 2011-01-23 20:59:04)
ㆍ국토부, 2012년 만료 앞두고 존속 방침
ㆍ4대강에 빼앗긴 SOC예산 메우는 역할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서민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정부는 정작 뒷짐만 지고 있다. 겉으로는 “세금을 내리더라도 실제 기름값에 반영될지 미지수”라고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4대강 사업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뒤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로 건설을 하려면 교통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도 지역구 민원을 처리하려면 교통세가 가장 만만하다. 세 차례에 걸쳐 교통세를 일반세로 전환하려던 정부 계획이 좌초된 배경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토해양부는 한술 더 떠 2012년 만료 예정인 교통세를 2020년까지 연장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교통세가 포함된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면서 “교통세를 일반세로 전환한 뒤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규모 토목공사보다는 환경 보전이나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더욱 많은 재원이 투입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1994년 교특회계가 출범한 이후 교통세는 도로 건설에 집중적으로 사용돼 왔다. 당시만 해도 “부족한 SOC 건설을 위해 한시적으로 기름값에 특별세로 부과해야 한다”며 시작됐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초기만 해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원성 예산으로 전용됐다.

교특회계의 토목예산 전용은 정부의 중장기 교통정책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도로 건설을 자제하는 대신 철도 중심으로 물류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별세인 교통세의 사용 목적 때문에 도로 건설에 계속 예산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굳이 대형 건설사업에 투입한다면 도로 건설보다는 철도 개선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도로보다 에너지 소비나 오염배출이 적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특회계의 절반가량이 도로 건설에 집중되고 있다.
한 술 더떠 국토부는 2012년 말 일몰 예정인 교통세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와의 협의는 끝나지 않았지만 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반드시 교통세가 존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2019년까지 410조원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국가 기간 도로망 구축을 완성하려면 교특회계가 없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교통세를 특정 목적에 쓰는 ‘목적세’로 운용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그동안 정부 부처 내에서도 논란이 돼 왔다. 세수는 뻔한데 세금을 쓸 곳은 많기 때문이다. 당초 교통세의 85%를 교특회계에 투입했다가 80%로 낮춘 것도 에너지와 환경부문 투자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2009년 기획재정부는 교통세 일몰 시점을 앞두고 교통세와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3대 목적세를 일반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토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로 끝났다.
4대강 사업도 교통세 존속에 큰 역할을 했다. 4대강 사업이 SOC 예산을 상당 부분 가져갔기 때문이다. 올해 SOC 부문예산은 3조5000억원 규모의 4대강 사업을 포함했지만 지난해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교통시설 예산은 17.1% 줄었다. 교특회계가 있어 그나마 SOC 부문에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한 셈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교통세의 도입 취지가 토목공사에만 재원을 투입하라는 것은 아니며 에너지 빈곤층 지원과 환경보호 목적도 있는 만큼 그런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세의 5%만 에너지 빈곤층 지원이나 기후변화, 온실가스 대책에 투입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설]기름값 인하, 기업만 닦달말고 세금부터 내려라 (경향, 2011-01-23 20:31:10)
정유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한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이 거세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 문제를 언급한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정부는 기름값 결정체계를 분석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관계부처·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했다. 기름값을 비상이 걸린 물가대책의 주요 표적으로 삼아 어떻게 해서든 끌어내리겠다는 자세다.
정유업계는 오랫동안 독과점 체제를 유지해온 데다 수입품 비중이 미미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기름값 결정 과정이나 유통구조, 진입장벽 등에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불합리한 구조를 뜯어고치고 기름값 인하도 꾀하겠다는 것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기름값의 절반에 이르는 유류세는 전혀 손대지 않고 업계만 몰아붙여 기름값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문제는 덮어놓은 채 남의 팔만 비틀어 소비자의 환심을 사겠다는 비양심적 태도다.
국내 소비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름값을 부담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세금에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에다 주행세·교육세·부가세 등 기름값의 50% 안팎이 세금이다. 애초 특별소비세 개념으로 걷기 시작했다가 징세 명분이 사라지자 교통시설 재원 마련이니, 환경보전이니 하는 명분을 갖다붙이고 이름까지 바꿔가며 과세시한을 연장해왔다. 그런 식으로 거둔 세금이 1994년 이후 150조원에 이른다. 올해도 13조원의 교통세를 걷게 돼 있다. 전체 국세의 약 10분의 1을 기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세수구조는 불합리 그 자체다.
그렇게 거둬들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살펴보면 유류세의 명분은 더욱 약해진다. 유류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세의 80%가 도로·철도·항만·공항시설 등에 투입된다. 절반 가까이가 도로 부문에만 들어간다. 지방의 도로 투자는 이미 과잉상태가 된 지 오래인데 해마다 기름 소비자로부터 10조원 넘는 세금을 거둬들여 도로 신설 등 토목사업에 쏟아붓는 셈이다. 결국 정부가 유류세에 손대지 않는 이유는 이런 곳에 쓸 재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다. 그러면서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 서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유사·주유소만 압박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세금을 내릴 경우 과소비 우려가 있다느니, 가격인하 효과는 거의 없고 세수만 줄어든다느니 하면서 유류세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기름값 논란’ 전문가들이 본 해법은 (경향, 홍인표 선임기자, 2011-01-24 19:15:14)
ㆍ“기름값만 손대선 불완전…에너지 전반 세제 개편을”
정부가 최근 기름값 논란을 계기로 석유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뜯어 고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가 기름값만 손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기회에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세금 거두는 데 주력해온 조세편의주의 에너지 정책을 버리고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유류세율은 2005년 7월 확정한 제2차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휘발유·경유·LPG(액화석유가스)의 상대 가격을 100 대 85 대 50으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차 개편 대상으로 구시대적인 이 비율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경유에 대한 세금은 낮추고 (상대적으로 연비가 나쁜) LPG 세금은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전체 11.9%)와 경유(28.6%)를 만든다. 하지만 경유는 국내 소비가 남아돌아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48.7%, 지난해 기준 117억6000만달러)을 수출하고 있다. 반면 연비가 상대적으로 나쁜 LPG는 서민용 연료라는 이유로 세금 혜택을 보면서 수요가 늘어나 연간 43억달러어치(지난해 기준, 전체 소비량의 66%)를 수입한다. 경유는 주행세와 교통환경에너지세에다 환경개선부담금까지 물고 있지만 LPG는 면제 대상이다. 우리가 생산한 기름은 남아돌아 외국에 내다팔고 대신 LPG를 대량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 세금은 소비자들의 기름 소비를 결정짓는 주된 변수”라며 “에너지 정책은 세금정책과 결합해서 에너지 소비를 합리적으로 하도록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름값과 전기요금의 가격체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 전기료 때문에 기름 대신 난방용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공급체계의 허점이 노출된 것이다. 김창섭 경원대 교수는 “전력대란을 해결하려면 전기료를 현실화하되 국민부담을 덜 수 있도록 기름에 대한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류세를 낮추는 만큼 전기요금을 올려 국민부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름값에 세금 거품이 있는 만큼 일정 부문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현재 국제 휘발유 가격은 ℓ당 690원 수준이다. 국내 공장도 가격도 790원에 불과하지만 기름에 붙는 세금만 900원을 웃돈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유류세 인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기름값이 비싸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름 소비가 줄고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국장은 “기름값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유류세를 조정할 게 아니라 유류세를 없애는 대신 에너지세나 탄소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편의대로 기름마다 세율을 매길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에서 기름 세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대욱 숭실대 교수는 “유류세를 내리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정부가 세금을 내린다고 해서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가 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유사의 원가 공개나 기름 유통구조 개선이 오히려 기름값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시작된 기름값 논란이 구시대적인 에너지 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스템에어컨·전기난로 전력난 주범? (서울, 임일영기자, 2010-01-16  8면)
때아닌 ‘전력난’으로 떠들썩하다. 2005년만 해도 겨울철 전력 피크(최대치)는 5445만㎾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7000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혹독한 추위다. 그 다음으로 전문가들이 드는 이유는 시스템 에어컨(냉난방 겸용)과 개인용 전열기의 보급이 늘어난 점이다.
15일 한국냉동공조협회에 따르면 2006년 실외기를 기준(실외기 1대당 천장형 실내기 3~15대가 연결)으로 4만 7249대에 불과했던 시스템 에어컨은 2008년 9만 3426대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4만 8610대 더 늘었다. 하반기에도 최소한 상반기와 비슷한 성적표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과 3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2000년부터 시장에 보급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가스요금보다 저렴한 전기료 덕에 학교와 사무실, 상가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냉동공조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전년 대비 1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기장판·담요는 2006년 560만대에서 지난해 757만대로 35% 늘어났고, 같은 기간 전기난로 보급 대수도 42만대에서 56만대로 33% 늘어났다. 하지만 전기 난방기구의 에너지 효율은 대부분 낮다. 시스템 에어컨은 실내온도를 20도로 유지하기 위한 소비 전력이 2000W를 훌쩍 넘는다. 액정(LCD) TV의 28배, 컴퓨터의 13배, 냉장고의 34배에 이른다. 전기난로의 소비 전력도 1200W로 전기장판 10개와 맞먹는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시스템 에어컨 등 오피스 빌딩 등의 난방설비가 가스에서 전기로 바뀐 곳이 많아졌고, 올 겨울이 워낙 춥다 보니 개인용 전기 난방기구 사용이 급증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면서 “가정용과 산업용 전력소비는 오전 10시~낮 12시의 절정 시간에 특별히 수요가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전력난에 ‘밑지고 파는 전기’ 냉가슴 (경향, 홍인표 선임기자, 2011-01-18 21:22:18)
ㆍ한전, 원가의 93% 수준 공급… 혹한에 ‘값싼 난방’ 수요 급증
ㆍ산업용 전력 특혜도 문제 “요금 현실화·유류세 인하를”

겨울철 전력대란이 가시화하면서 전기료 논란이 불 붙었다. 원가보다 3.5% 싸게 공급하는 산업용 전력의 ‘특혜’를 언제까지 일반 가정에서 벌충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쌓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전기료 원가구조를 정상화해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도 힘을 얻고 있다.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정부는 그러나 전기료 인상이 가계와 물가에 미칠 부작용 때문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18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겨울철 전력사용량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난방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4년만 해도 난방수요가 겨울철 전력사용량의 17.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24.2%까지 늘었다.
난방수요가 늘면서 전기 소비량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 기름값보다 전기료가 훨씬 싸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난방용 등유 소비는 67% 줄었다. 반면 전기소비는 42% 늘었다. 같은 기간 등유값은 98%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 기름값은 국제 시세가 오르면 덩달아 올라가지만 전기료는 정부 통제를 받는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료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13일 발표한 물가안정대책에도 전기·가스료 동결이 들어있다. 문제는 전기료의 원가구조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 원가의 93.7% 수준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농업용은 36.5%, 심야전력은 73.6%에 불과하다. 산업용도 96.5%로 원가보다 낮다. 밑지고 전기를 파는 셈이다. 그나마 일반용 전기는 99.4%로 원가 수준에 근접해 있다. 산업용 전기 요금은 등유값의 50%, 농사용은 30%에 불과하다. 기름 대신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소비 구조를 고치기 위해서라도 전기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당장 난방용 전기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기름을 직접 난방용으로 쓰는 것보다 기름으로 만든 전기를 쓰면 생산 과정에서 60% 손실(연간 9000억원)이 생긴다. 소비자들은 값싼 전기를 쓴다고 하지만 사실은 값비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전기료는 낮은 수준이다. 2009년 기준 산업용 전기료는 우리가 kwh당 0.058달러로 일본(0.158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미국(0.068달러), 영국(0.135달러)도 우리보다 비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기 소비량도 우리나라는 2009년 GDP 1달러당 0.561달러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0.325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한전은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료 탓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영업이익은 1조876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한 시설투자나 유지 보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한전 적자를 정부가 예산으로 메워주면 결국 국민들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은 현실화하고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병욱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유류세의 80%를 4대강이나 도로건설에 쏟아부으면서 정작 에너지 관련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기요금은 올리고 유류세는 낮추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력대란으로 불붙은 ‘값싼 전기요금’ 인상 논란 (경향, 홍인표 선임기자, 2011-01-18 14:49:37)
17일 낮 12시 전력량이 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예비전력이 비상 수준인 400만㎾로 떨어지면서 겨울철 ‘전력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겨울철 전력사용량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난방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4년만 해도 난방수요가 겨울철 전력사용량의 17.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4.2%로 늘었다. 난방수요가 겨울철 전력비상의 결정적인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난방 원료가 기름 대신 전기로 쏠리는 데 있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난방용 등유 소비는 67% 줄어든 반면 전기 소비는 42% 늘었다. 등유값은 98%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2% 오르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전기값이 싸기 때문이다.
기름값은 국제시세가 오르면 덩달아 올라가지만 전기요금은 정부 통제를 받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13일 발표한 물가안정대책에도 전기·가스 요금 동결이 포함됐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에서 등유를 포함한 석유제품 비중은 59.9%에서 53.8%로 떨어졌지만 전기는 14.9%에서 18.6%로 늘었다. 그러나 정부 개입으로 전기요금은 적정 원가의 93.7%에 그치고 있다. 농업용은 36.5%, 심야전력은 73.9%에 불과하다. 전체 전력 사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도 96.5%로 원가보다 낮다. 밑지고 전기를 파는 셈이다. 산업용 전기 요금은 등유값의 50%, 농사용은 30%에 불과하다. 원가 이하 전기 요금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난방용으로 전기를 쓰는 것은 효율 문제를 낳는다. 전기는 유연탄을 쓰기도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 벙커 C유를 비롯한 기름을 원료로 발전한다. 전기요금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7%에 이른다. 하지만 기름을 직접 난방용으로 쓰는 것보다 기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60% 손실이 생긴다. 이 손실 규모는 연간 900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값싼 전기를 쓴다고 하지만 사실은 값비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8월 3.5% 오른 것을 비롯해 지난 3년 동안 11.9% 올랐다. 하지만 한전은 전기요금이 4~5%는 더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구입 전력비는 2007년 58.82원에서 유가가 급등하면서 2008년 71.91원, 2009년 72.75원, 지난해 상반기 77.94원으로 꾸준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2007년부터 3년 동안 구입 전력비는 19원(32.5%) 올랐으나 요금 반영분은 11.9%에 그쳤다.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 전기요금은 싸다는 목소리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개 회원국 가운데 전기값이 가장 싸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요금을 100원이라고 치면 일본은 290원, 미국은 150원, 프랑스 170원, 영국 240원, 독일 250원이다. 전기 소비량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기소비량은 2007년 현재 0.7777로 일본(0.3995), 미국(0.5406)보다 1.4배~2.2배 많다.
한국전력은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으로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한전은 2008년 2조9525억원, 2009년에는 777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최대전력수요를 자제하기 위해서라도 일정부분 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지역에서 발전소를 건설하고 송전탑을 지어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수도권의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상대적으로 값싼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요금을 올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적정수준의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숭실대 김대욱 교수는 “전기 요금을 적어도 원가 이상 올려야 전기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전기소비량 급증으로 대형 정전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원가이하 전기요금 공급은 경제적으로 보면 당연히 올려야 하지만 국내서는 전기요금이 정치 논리로 정해지고 있다”며 “물가가 오를 것을 우려해 전기요금을 묶어두는 격이지만 나중에 한전의 누적 적자를 다시 정부 예산으로 메워주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시민·환경단체들 전력수급 관련해 정부에 일침 (경향, 디지털뉴스팀 손봉석기자, 2011-01-21 14:15:53)
시민·환경단체들이 전력수급 문제와 관련, 난방용 전력사용에 자제를 당부한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에너지시민연대 등 7개 단체들은 20일 ‘최근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서’를 통해 “값싼 전기로 산업체 특혜 준 정부는 시민들을 탓만 하지 말고 전기요금 개선으로 수요조절을 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마냥 시민들의 전기 난방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산업계가 사용하는 전기의 양이 너무 크다”며 “전기소비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에 대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고, 가정용 전기요금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값싼 산업용 경부하 요금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약 30년 전 시행된 잘못된 정책에서 기인한다”며 “1980년대 정부는 전기 수요를 높게 잡았고 그 예측에 따라 공급탄력성이 떨어지는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대폭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실제 수요는 예측한 양에 미치지 못했고 전기는 남아돌아 1986년 설비예비율이 61.2%에 이르기도 했다”며 “과잉으로 공급된 전기를 저장하는 것도 힘들게 되자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미명아래 전반적으로 전기 요금을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는 심야전력과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신설했고, 공장과 가게, 공공건물 너나 할 것 없이 난방을 하는데 다른 에너지원이 아닌 ‘값싼 전기’를 이용하게 된 것”이라며 “실제로 ‘값싼 전기’ 덕을 본 것은 전기난방을 하는 시민들이라기보다는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계”라고 주장했다. 국내 산업계가 2010년 한해 동안 사용했던 전기는 전체 소비량 중 52%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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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산업의 멸망』(김인성) 관련 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613112708
"진보는 IT에 있다" (프레시안, 2011-06-13 오후 2:20:00)
[김상수 칼럼] <한국 IT산업의 멸망> 김인성 저자 인터뷰
김상수: 얼마 전에 대담을 나눴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책 <세금혁명>은 시민들에게 분노를 일깨우고 있었고, 이 책 또한 시민들에게, 소비자들에게 분노를 일깨우고 있더군요.
김인성: 정말 제대로 분노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권력자들은 인터넷을 불온한 매체로 인식하는 무지로 인해 인터넷을 규제중심으로 몰고 갔고, 인터넷 망 중립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료들은 기업 편에서 자의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검열과 통제, 독점과 쏠림이 강화된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조차 없이 방송장악과 인터넷 검열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접근, 최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의적인 법해석을 하고 민주주의 절차조차 무시하면서 대기업의 편을 듭니다. 독점의 폐해를 막을 각종 규제를 풀어버림으로써 시장은 공룡들이 미쳐 날뛰는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포털들이 권력자들의 검열에 순순히 협조하고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법적근거도 없이 넘겨주는 현실은 너무나 참담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소비자들은 과연 정당한 소비가 무엇이고 소비자 권리는 무엇인가, 자기점검을 하고 숙고해야 할 때입니다.
외국 인터넷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언론 자유, 특정 기업이나 서비스에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망 중립성 정책,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프라이버시 보호법 등은 한국 인터넷 현실에서 깡그리 무시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한국에서는 기본권이 문제가 되는 때입니다. 외국에서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현의 자유문제를 한국에서 주장하다 보면 뭔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까지 받게 됩니다.
정부가 전 국민의 지문을 채취하는 나라이며 실명이 아니면 인터넷에서 글 한 줄 쓸 수 없게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인터넷의 언론 자유를 거론하는 것은 비웃음 사기에 딱 좋습니다. 한국적 인터넷 사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규제를 통해 구축된 인맥과 혈연으로 뭉친 이너서클 안에서 처리됩니다. 각종 규제를 활용하여 시장을 지배한 업체, 권력의 요구 사항에 순응하는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원칙을 지키겠다고 주장하는 업체는 여러 방법으로 손을 보는 방식입니다.
김상수: 이런 현실이니 개인의 이메일을 열어 보겠다는 권력 기관에 항거하는 인터넷 업체란 거의 있을 수 없겠군요.
김인성: 있다면 사장의 순진성 때문에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지 모른다고 비난 받습니다. 외국의 업체들이 개인의 자유와 정부의 권한에 대해 고민하고 이런 논쟁적인 문제를 인터넷 현실에 적용하여 전 세계가 따를 수 있는 원칙을 세워나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기업들은 우리 사회가 투쟁을 통해 확립된 민주주의라는 규칙조차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여기며 기업의 항의를 받은 포털은 아무런 고민 없이 비리를 고발하는 인터넷 게시글도 삭제해 버립니다.
저는 여기서, 인터넷 실명제와 검열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 쟁취라는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진보진영을 좌익이라고 불온시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아무리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 떠들어도 귀담아 듣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이제 이런 문제는 IT분야의 당위성으로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의 자유, 인터넷에서 실명제 폐지는 진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전체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진보는 IT에 있다'라는 말은 역설이지만 현실입니다. 인터넷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정치적인 토론 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의 문제를 초월한 현실에 부닥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여유조차 사라지고 말수도 있습니다. 지식인들은 이 문제를 화급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마는 실명제 폐지를 통한 언론의 자유 쟁취는 경제의 문제와 바로 직결됩니다. 우리가 중국만큼 인구가 많거나 미국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라면 각종 규제를 그대로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거대 시장을 보고 이런 규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니까요. 하지만 강대국도 아니고 인구가 적어 소비능력조차 낮은 한국에서는 이런 정책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활용할 것이라고는 인력밖에 없는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이렇게 전근대적인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공멸하는 길일뿐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창의력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취해야 할 선택은 명확합니다. 인터넷 서비스 국제화를 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언론자유를 실현해야 합니다. 특정 운영체계 편향의 폐쇄적인 결재 시스템을 개선하여 외국에서 우리나라 쇼핑몰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폐지하는 건 당연합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나서 세계적인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런 주장을 불온시하고 좌익으로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적 상황을 잘 모르고 떠드는 순진한 주장이라고 폄하해서도 안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IT산업이 사회의 진보를 이끌 수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김상수: 창의력은 그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될까요? 창의력을 죽이는 현실 아닙니까?
김인성: 현실은 그렇습니다. 여기서 잠시 과거를 회상해 볼까요. 미국의 닷컴 버블이 꺼지던 때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인터넷 업체들도 망해가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사업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 투자 심리가 급속히 냉각됨으로써 테헤란 밸리의 성공 신화도 끝나버렸습니다.
유료화가 가능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게임과 쇼핑몰 등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얼마 되지 않는 광고 수익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일찍 투자를 받아 현금이 넉넉히 남아 있던 운 좋은 업체들과 이익은 내지 못하지만 그나마 매출은 발생하던 검색 분야의 몇 몇 업체들만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바로 포털입니다.
포털이란 관문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주 가는 사이트를 제외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검색 사이트를 방문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란 의미에서 검색 업체들이 바로 인터넷의 관문이었습니다. 검색 업체들은 이 관문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지만 사실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검색 화면에 광고를 붙이는 정도는 어느 업체나 다 하고 있었으나 그 수익만으로는 막대한 서버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야후는 점차 관문으로서의 포털이 아닌 모든 것을 자신들이 다 서비스한다는 의미의 포털이 되어 갔습니다. 사용자들이 되도록 야후에 많은 시간을 머물면서 각 페이지에 있는 광고를 보게 만들어야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내 검색 사이트들도 야후를 본 따 모든 것을 다 가진 포털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포털 경쟁에서 승리하여 사용자를 자기 사이트에 머물게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백화점이 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유행하고 있는 서비스라면 뭐든지 끼워 넣었고 망한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까지 경쟁적으로 가져와서 추가했습니다. 이래도 부족함을 느끼자 결국 서로 남의 서비스를 베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포털들은 서로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포털은 검색, 메일, 신문, 잡지, 카페, 게시판, 질문과 답, 다운로드, 이미지, 동영상 등등 인터넷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을 서비스합니다. 포털의 첫 페이지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알게 되고 뉴스를 보며 쪽지와 블로그 방문자를 확인합니다. 인터넷을 시작하면 홈페이지로 설정된 포털을 거의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포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서비스로 승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 업체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추가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워낙 교묘하게 베끼기 때문에 법에 호소하더라도 이런 관행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용자를 묶어 두기 위해 첫 페이지는 점점 화려해져 갔고 참신한 기획이나 아이디어보다는 사용자 수로 밀어 붙이는 베끼기 정책이 최선의 방어 수단이 되었습니다.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한 포털은 늘 콘텐츠 부족에 시달렸고 그에 따라 사용자 이탈이 가속화되었으며 다시 이것은 콘텐츠의 부족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김상수: 포털, 관문이 관문으로의 역할보단 독점이란 커다란 폐단을 불러오고 있는 현실인데요.
김인성: 그렇습니다. 원래 관문으로서의 포털은 타 사이트에 관한 링크 정보를 보여주고 사용자들이 그런 전문 사이트로 쉽게 이동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문으로서의 역할에만 만족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기들이 직접 제공하는 식으로 변질되어 갔습니다.
검색의 관문을 장악한 포털이 모든 것을 다하게 되자 각종 전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뉴스 사이트, 블로그 전문 사이트, 만화 사이트, 각종 기기 중심의 동호회들, 그리고 성별, 연령별, 취미별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포털의 비슷한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포털이 검색 트래픽을 포털 내부의 경쟁 서비스에 우선적으로 몰아주는 바람에 전문 사이트들은 점점 더 방문자가 줄어들었습니다.
김상수: 사용자들은 포털 안에 있는 익숙한 서비스에 길들여지면서 외부 사이트 방문을 꺼려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전문 사이트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게 됐군요.
김인성: 그렇습니다. 이렇게 검색을 통한 수익 확보는 미국서 개발된 키워드 광고를 통해 절정에 이르게 됐습니다. 키워드 광고 덕택에 모든 검색어가 황금으로 변하는 기적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검색 업체는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상황이 좋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검색 트래픽을 내부에서 독점하는 포털로서의 지위도 내어 놓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검색 포털은 검색어마다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었음에도 검색 결과 또한 자기 사이트 정보를 먼저 노출시킴으로써 배너 광고 수익까지 챙길 뿐만 아니라 검색 점유율도 뺏기지 않으려 했습니다. 때문에 검색 결과 페이지에 노출되어 방문자를 늘림으로써 광고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포털에 콘텐츠를 거의 무료로 공급하던 콘텐츠 제공자들은 이중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포털들이 더욱 악독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검색어 광고는 포털들의 수익을 양극화시켰는데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업체일수록 검색을 통한 광고 효과가 뚜렷했기 때문에 광고를 실으려는 업체들이 대형 포털을 선호하게 됐습니다. 나중에는 광고를 원하는 업체들끼리 경쟁이 붙어 검색어 가격이 광고를 통한 수익 증가분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대형 포털은 또 한 개의 검색어를 지역별로 세분하여 나누어 팔아 더 많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3위 안에 들지 못하는 포털은 광고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에 검색어 가격을 낮추어도 판매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검색어 광고의 수익은 1·2위 업체가 모두 차지했고 3위 안에 들지 못하는 나머지 포털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검색만으로 수익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던 네이버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던 한게임과 합병하여 생존을 모색했으나 검색어 광고 덕분에 오히려 한게임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겨레신문에서 운영하던 질문과 답변 사이트인 디비딕을 모방한 지식인 서비스가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어 검색 분야에서 타 업체를 멀찍이 따돌리고 부동의 1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지식 검색 서비스는 포털이 관문의 역할을 포기하고도 버틸 수 있도록 해 준 대표적인 서비스였습니다. 포털은 검색어 광고로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게 된 후 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더욱더 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럴수록 사용자들은 포털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검색을 통해 포털이 제시하는 광고를 보거나 포털 내부의 콘텐츠로 이동했을 뿐 외부로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닫힌 포털 형태가 고착화되면서 전문 사이트들은 더욱 더 운영이 힘들어지고 말았습니다.
김상수: 포털이 이미 관문이란 원칙의 훼손정도와 범위는 너무 도를 넘었습니다.
김인성: 검색 엔진이란 사용자의 질의에 대해 최선의 결과를 우선적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포털들은 이런 부분에 문제가 많습니다. 검색 기능이 미약하여 외부에 있는 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해서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에 검색이 용이하도록 미리 처리해 놓을 수 있는 내부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검색 엔진은 데이터가 어디에 있던 상관하지 않고 공정하게 그 중요도를 취급해야 합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데이터라면 그것이 포털 외부에 있더라도 최우선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국내 포털들은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검색 결과와 부합하지 않는 자사 데이터를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더구나 동일한 데이터가 외부와 내부에 동시에 있을 때 내부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보여줍니다. 대개의 경우 외부 데이터가 콘텐츠를 제작한 원저자의 페이지이고 포털 내부의 데이터는 이것을 불법으로 복제해 간 것일 가능성이 높았는데 포털은 이런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저작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김상수: 포털들은 내부에 데이터를 쌓이도록 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이 외부의 데이터를 복사해오는 것을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런 경향을 조장해 온 측면도 있지 않나요?
김인성: 포털 사용자들끼리도 버튼 하나로 글을 퍼갈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외부 데이터도 간편하게 복사해 올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까지 했습니다. 포털 외부의 사용자가 정성들여 쓴 글을 자기 사이트에 올리면 잠시 동안 적게나마 포털의 검색 결과 링크를 따라 온 방문객을 만날 수는 있지만, 금세 누군가가 포털 내부로 글 전체를 불법적으로 퍼가 버리기 때문에 곧 방문객이 끊기고 맙니다.
이에 반해 포털에 항의하여 불법 복제된 글을 지우게 만드는 절차는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많은 복제자들을 찾아내어 바로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하여 포털 내부에는 오늘도 불법 복제된 수많은 외부 문서들이 쌓이고 있으며 그 때문에 점점 더 포털 방문객이 외부로 나갈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상수: 특히 포털 국내 1위라는 네이버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요?
김인성: 네이버는 외부의 글을 쉽게 퍼갈 수 있도록 했지만 내부의 데이터는 외부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복사방지 기능을 추가해 넣었고 외부에서 네이버 안의 이미지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네이버 사용자들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남의 글을 간단히 퍼 날라 자신의 블로그에 일방적으로 쌓아놓는 복사 로봇역할을 하게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모든 포털들이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창의성이 사라진 후 너도나도 앞서가는 포털들의 행태를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어떤 포털에 가더라도 아무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사용자 수가 많은 포털이 점점 더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문 사이트들은 포털의 검색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되자 자신들의 데이터를 포털에서 검색하지 못하도록 막은 다음, 직접 방문하는 사용자들을 확보하여 수익 구조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털과의 연계를 끊은 업체 중에서 자생력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렇게 콘텐츠 제작자들과 전문 사이트들의 희생으로 성장한 포털들의 과욕이 인터넷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포털의 행태는 포털 내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포털 검색이 원본 제작자보다 복제자에게 유리한 상황은 내부 데이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남의 데이터를 복사하는 행태를 보이는 사용자들이 더 많은 방문자를 얻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포털 내부 데이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포털이 검색에 노출시켜 주지 않는 원본 글은 그 어느 누구도 볼 수가 없게 되고 맙니다. 포털의 검색 엔진은 성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원본 여부를 가릴 능력이 없어 언제나 새로운 글에 더 가중치를 둡니다.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도 금방 묻혀버려서 사람들에게 보여 줄 기회를 잃고 맙니다. 내부 콘텐츠가 포털에게 볼모로 잡혀 외부에 보여지지 않고, 내부에서도 복제된 데이터에 밀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이윤추구란 관점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이란 열린 공간에서 검색 엔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훼손한다면 더 이상 그것을 검색엔진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고발과 항의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에서 넘쳐흘러도 상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인터넷 현실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검색 환경에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김상수: 더 심각한 문제란 어떤 것이지요?
김인성: 바로 권력과의 야합입니다. 권력자들은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것을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고 여기기 십상입니다. 갑작스럽게 인터넷이 활성화되어 미처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던 초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떠들 수 있었던 시기가 잠깐 동안 있었지만 곧 권력자들은 인터넷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재갈물리는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인 탓에 가끔씩 인터넷에서 익명성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그 때마다 권력 기관에서는 이를 핑계로 인터넷 실명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끈질기게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끝에 결국 세계 최초로 인터넷 실명제를 법으로 제정시키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중국도 안하는 인터넷실명제를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과 같은 일부 극단적인 현상을 핑계로 들고 있지만 심각한 비방과 욕설은 IP 정보 등의 증거를 토대로 수사에 의해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도한 법 제정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실명제를 시행함으로써 자유로운 비판이 불가능하게 되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개인 정보를 수많은 사이트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해킹에 의한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익명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뜨릴 위험을 없애겠다는 이유로 정부와 국회는 실명제에 적극적이었지만 정부 사이트 게시판에서부터 실명제가 시작된 것으로 볼 때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권력자들이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기를 원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라고 판단됩니다.
공공기관들과 회원 수가 10만 명 이상 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실명제를 실시하도록 강제한 이후 한국의 인터넷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적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정부 기관이나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했기 때문에 대부분 겁을 먹고 스스로 조심하게 됨으로써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던 그들의 의도는 성취되었습니다.
김상수: 사이버 명예 훼손죄에 따라 자신에게 불리한 글이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을 때 법적 조치 이전에 그 사이트 관리자에게 글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정보삭제요청권이란 것도 생겼잖아요? 그게 남발되고 있고요?
김인성: 이 조항은 특히 기업체에게 유리한 것으로 그들은 인터넷을 감시하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자사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글이 올라오면 즉각 글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고 포털들은 별 다른 이의 없이 아무도 그 글을 읽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업체의 비리나 문제 있는 제품에 대한 고발 글은 더 이상 인터넷에 남아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점차 감시 수위를 높여 그 어떤 글이든 업체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글은 하나도 남겨 놓지 않고 인터넷에서 제거하기 위해 전담반을 운영하기까지 합니다.
김상수: 기업, 정부할 것 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생산인력보다 감시인력이 점점 많아지는 이상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고요.
김인성: 검색 업체는 좀 더 심한 압력을 받으면서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서비스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불리한 댓글을 삭제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포털은 이미 이런 압력에 저항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들 편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김상수: 신문도 안보는 세상이 됐는데, 오로지 포털에 실리는 뉴스만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은 점차 왜곡된 뉴스로 세상을 보게 되는 구조가 되고요.
김인성: 포털 첫 페이지에 우리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내용들은 싣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특정 정치 집단에 불리한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하면 포털은 임의로 그 단어를 삭제함으로써 오히려 여론을 조작하기까지 했습니다. 권력 기관은 정치적 사건의 증거를 찾겠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수년간의 이메일을 국내 포털로부터 압수해가기까지 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포털의 메일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외국의 이메일 업체로 메일 주소를 옮기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국내 권력자들이 한국 인터넷의 원칙을 훼손시킴으로써 인터넷 기업들은 굴욕적인 존재로 변했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말살당하고 말았습니다. 언론 자유와 공정한 검색은 인터넷 사이트의 가장 필수적인 덕목이었으나 이 모든 것을 훼손한 포털들은 정치 집단에게 일찍 평정 당해 버렸고 급기야 영장도 없는 경찰의 요구에조차 회원의 동의도 없이 개인 정보를 넘기는 반민주적인 존재로 변했습니다.
김상수: 이제 검색 포털들은 불의와 타협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었어요. 열린 인터넷 환경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상대하려면 서비스의 내용뿐만 아니라 서비스 하는 업체에 대한 신뢰가 먼저 있어야 하는데요. 외부의 압력에 글을 읽지 못하게 만들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임의로 외부에 유출할 수 있는 한국의 포털을 믿고 사용할 외국인들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김인성: 외국의 경우 기업은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명제는 정부와 싸우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 덕목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포털들은 원칙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력 기관에 순응하면서 사세를 키워나갔습니다.
김상수: 그 사세란 것도 우물 안 개구리식이 아닌가요? 당연히 도전 의식은 상실되고 말입니다.
김인성: 그렇습니다. 다음의 일본 진출 실패와 라이코스 매각에 이어 싸이월드까지 일본에서 철수했습니다. 이제 한국 인터넷 기업의 해외 진출은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네이버의 게임과 검색 시장 진출뿐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조차 외국에서의 검색 시장 공략은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습니다. 한국 인터넷 기업은 이제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때 한국의 인터넷 업체들을 국내에서 독특한 서비스 모델을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한국적인 서비스 형태와 경험 부족 그리고 서버를 외국에 두고 새로 사이트를 구축하는 현지화 정책으로 인해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 비용을 들이는 것이 기업 전체의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자 업체들은 점차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국내 시장만을 상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좁은 시장에서의 과도한 경쟁이 발생했고 중복 투자도 심해졌습니다. 선두에 서지 못하는 포털들은 극심한 적자 행진 속에서 생존을 위해 자본을 가진 업체에게 흡수 합병을 당함으로써 포털 업계는 몇 개의 업체만 남게 되었습니다. 대형 포털은 네이버가 수익을 싹쓸이하는 가운데 다음과 네이트가 네이버에 비해 1/10 정도의 흑자를 내고 있고 나머지 업체들은 적자 행진 속에서 가끔 약간의 흑자를 억지로 만들어 내는 정도입니다.
일정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명예훼손 법이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규제와 금지 조항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이미 확보한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그것들은 외국의 서비스가 한국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 자유를 당연하게 여기는 외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이런 특수한 법을 지키면서까지 한국에 진출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법들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훼손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인터넷 강국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업체들은 이런 제약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의 다 실패하여 떠나고 말았습니다.
김상수: 외국 업체 중에서 유튜브는 한국정부가 요구하는 실명제를 거부했지요.
김인성: 유튜브는 한국에서 서비스하려면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지켜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한국에 있는 서버를 모두 철수 하고 한국에서 유튜브에 접속할 경우 글쓰기를 제한함으로써 여전히 한글로 서비스를 하면서도 한국의 국내법을 지킬 필요가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이 쫓아 낸 유튜브에 여전히 홍보 페이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심한 현실입니다.
김상수: 여전히 문제의 단서는 인터넷 정책을 잘못 이끄는 못나고 못된 정부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인성: 콘텐츠 제작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포털, 검색 엔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불공정한 검색 사이트, 원칙을 훼손하고 권력과 야합한 인터넷 업체들, 이들이 격심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후 각종 규제의 도움을 받아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까지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왜곡된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구글은 많은 시사를 해주고 있습니다.
왜 미국 기업인 구글이 한국에서 성공해야 할까요?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글 같은 검색 전문 사이트가 성공해야 합니다. 네이버는 한국의 검색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구글은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검색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네이버와 몇 가지 면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네이버는 내부에 쌓아 놓은 데이터를 위주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폐쇄적인 서비스입니다. 네이버는 또 내부의 데이터를 외부 사이트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철저히 막아 놓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구글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구글이 인수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자기 데이터를 외부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모아서 분석하는 데이터는 모두 외부에 있는 것이며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지원합니다.
구글은 자체 데이터를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에 대해서 공정한 검색 결과를 보여줍니다. 복사본 보다는 원본을 먼저 보여 주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페이지를 중요하게 취급하여 최적의 검색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페이지 첫 3개의 항목 안에 원하는 정보가 있을 확률이 높고 아무리 애매해도 거의 대부분 3페이지 안에서 해결이 됩니다.
내용이 알찬 좋은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기 마련인데, 구글은 내부적으로 이런 페이지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규칙을 개발해 놓았습니다. 구글은 인기 콘텐츠를 다른 페이지보다 먼저 보여주기 때문에 더 많은 방문자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구글에게 사이트를 개방하여 검색을 허용하는 것은 그 사이트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자사의 부족한 검색 엔진의 성능을 높이는 대신, 자기들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내부 데이터를 확보하여 검색 결과를 개선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찾지 못했을 뿐이지 네이버 외부에는 언제나 양질의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네이버 관계자가 네이버가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 것은 외부에 쓸만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모독하는 발언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검색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공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사이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저력을 생각해 볼 때 이런 역할을 구글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이런 공정한 검색 사이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검색 결과를 만들 때 외부 사이트들에 대해 공정한 기준을 유지하는 검색 사이트가 필요합니다. 상위권에 들지 못한 포털 업체라면 결국 또 다른 네이버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국적인 구글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전문 검색 사이트를 지향하는 것은 장점이 많습니다. 순수한 검색 사이트가 되는 것은 포털이 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일입니다. 포털 경쟁에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업체라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써 순수 검색 사이트 구축을 심각하게 고려해보라고 권합니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신생 벤처가 있다면 지금부터 검색 전용 사이트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포털과 관계를 단절한 수많은 전문 사이트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네이버의 내부 데이터를 능가하는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검색 결과에 있어서 콘텐츠가 어느 사이트에 있더라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검색해주는 사이트임을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절대 아닙니다. 용기 있는 분들의 도전이 절실합니다.
김상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사회 공공적 가치와 요소는 훼손되거나 일대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IT산업의 결정적인 후퇴로는 어떤 것들을 들 수 있나요?
김인성: 정부가 바뀌면서 IT정책 또한 연속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대신 신성장동력 17개 분야가 선정되었으나 그 중 IT관련은 IT융합시스템과 콘텐츠 소프트웨어분야 등 일부 항목으로 축소되고 말았습니다. 과기부와 정통부가 폐지되어 재경부와 방통위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로 기능이 분산되었으나 재경부는 실적만 따지는 성과 위주의 사업에 치중하고 있고, 방통위는 신문사의 방송 진출을 위한 종편 채널 선정과 같은 정치적인 일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IPTV는 케이블방송과 대립하며 가입자 수를 끌어 모으는 업체 간에 경쟁만 하고 있으며 한국이 지난 시간에 독자 개발한 와이브로는 이미 버려진 기술이 되었습니다. 로봇응용 분야는 4대강 수질 검사용 로봇 물고기 사업으로 변질 되었고, 업계를 선도하는 관료의 자세는 사라지고 이미 편성된 예산을 소모하기 위한 전시행정에 치중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앞날이 암담하기만 할 뿐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오직 얕은 시야에 갇혀서 당장의 이익에만 골몰하면서 진화를 거부하는 한국의 통신업체들의 횡포가 있습니다.
김상수: 당장 국가적으로나 소비자들에게도 불이익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통신현실은 어떻습니까?
김인성: 전 세계 이동통신 회사들이 음성 통화 위주로 시간당 사용료를 받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시대에 이미 한국은 정부 주도로 차세대 이동형 무선 인터넷 통신을 구상했었습니다. 그게 와이브로입니다. 외국 통신사들이 이제야 기존 통신의 업그레이드 형으로 와이브로와 비슷한 LTE(Long Term Evolution)라는 이름의 새로운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는 반면에 와이브로는 모든 개발을 끝내고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은 처음부터 인터넷 접속 위주로 설정했기 때문에, 음성 통화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앞선 이 최첨단의 기술은 그러나 장사 잘 되고 있는 휴대폰 시장을 뺏기고 싶지 않은 국내 통신업체들의 태업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유선 전화는 인터넷 전화로 대체될 것입니다. 현재의 이동 전화 망은 결국 차세대 무선 인터넷 망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거칠게 말해서 모든 네트워크는 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통합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든 단말기는 인터넷 연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선으로 연결하면 유선 인터넷이 되고 무선으로 연결하면 무선 인터넷이 되며 이동 간에도 끊기지 않는 방식이면 이동형 무선 인터넷이 됩니다. 전화, 휴대폰, 컴퓨터 등 모든 단말은 연결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같은 것이란 뜻입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하여 와이브로 시스템 구축을 독려했지만 곧 통신회사들의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휴대폰 업체는 와이브로가 활성화되지 못하게 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와이브로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인터넷 전화였기 때문입니다.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이동형 무선 단말기에 전화 프로그램을 깔면 이동형 인터넷 전화기가 됩니다. 휴대폰에 비해 사용료도 저렴합니다. 와이브로가 전국에 깔리는 순간, 사실상 휴대폰 시장이 사라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사업에 참여하되 가능한 와이브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정책을 써왔습니다. 정부가 사업 시행을 일정대로 하라고 강제해도 차일피일 미루며 차라리 과징금을 내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대신 휴대폰 무선 전화망을 데이터 통신용으로 개방하고 한시적으로 싼 가격에 제공하면서 와이브로와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우수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HSPA라는 데이터 통신 서비스는 이렇게 해서 나온 미봉책입니다. 음성 통화를 사수하려는 통신사에 위협이 되지 않을 기술이며 와이브로의 대항 기술처럼 포장하지만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기술입니다.
김상수: KT는 어떻습니까?
김인성: 이것은 KT도 마찬가지입니다. KT는 고정형 무선 네트워크인 넷스팟으로 무선 인터넷 사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더 앞선 기술의 와이브로가 나오자 이것에 전념하게 됩니다. 휴대폰 무선 전화망이 없던 KT는 와이브로 사업 초기에는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와이브로를 넷스팟에 이동성이 더해진 무선 인터넷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해가는 동안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와이브로가 활성화되면 유선 전화망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결국 자회사 KTF의 이해까지 고려해서 KT도 와이브로 사업에 부정적이 되어 갔습니다.
현재 KT는 와이브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 있습니다. 와이브로 상용화에 나선 후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원천 기술이 사장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활성화시켜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한 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했어야 하는데,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경쟁국에서는 LTE를 밀고 있습니다. 두 기술은 모두 4G 표준으로 채택되었으나 이동통신사들은 LTE가 대세이기 때문에 와이브로에 투자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전국 망 구축을 미루고 있으며 오히려 LTE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시점이었습니다.
김상수: 애플은 휴대폰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단숨에 이동 통신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초래되고 있나요?
김인성: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여태까지의 모든 스마트폰과 PDA가 얼마나 불편한 장비였는지를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때문에 윈도 모바일은 하루아침에 낙후된 운영체계로 전락해 버렸고 오랜 역사를 가진 노키아의 심비안 운영체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낡은 제품이 되어 버렸으며 10년 이상을 사랑받던 블랙베리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순식간에 휴대폰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제한된 기능의 피처폰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고 오직 멀티터치가 가능한 풀 화면 터치폰만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은 또 와이파이를 기본으로 내장하고 통신사들이 제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무선 인터넷을 휴대폰의 기본 기능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은 작은 화면으로도 완벽한 웹 브라우징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이전과 다르게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게 만들었고, 때문에 통신사들로 하여금 3G 데이터 통신 요금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아이폰은 또 앱스토어를 통해서 통신사의 간섭 없이 개발자와 사용자가 만날 수 있게 함으로써 양쪽 모두 이득이 되는 콘텐츠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모두 재앙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김상수: 특히 한국의 통신회사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겠군요.
김인성: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이 아이폰 등장의 내용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아이폰으로 인하여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아이폰에 대항할 스마트폰 제품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국내 휴대폰 제조사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폰이라는 극약을 써서라도 이동 통신 분야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싶었던 KT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규제를 동원한 방해 세력들의 저항으로 아이폰은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언론과 관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아이폰이 한국에 도입되었습니다. 일개 스마트폰에 불과한 아이폰이 도대체 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아이폰이 어떤 제품인지, 아이폰의 등장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우리는 아이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수: 작은 전화기 안에 인터넷을 통한 통합성이 특장(特長)이겠지요.
김인성: 바로 그렇습니다. 휴대폰은 한국의 통신사들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정말 못쓸 물건이 되었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은 외국 업체와 달리 무선랜 같은 위협이 될 만한 하드웨어를 제거했을 뿐 아니라, 윈도와 따로 노는 자사 전용의 전화 프로그램만을 고집했습니다.
이 때문에 편하게 전화, 문자, 이메일 보내기 등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 프로그램은 충돌도 많아서 음악을 듣는 동안 문자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때문에 기능이 죽어 버리면 하루에 몇 번씩 초기화를 해야 합니다. 국내 통신사가 손댄 스마트폰은 최악의 단말기였습니다.
아이폰은 이런 부분도 남다릅니다. 전 세계의 이동통신 업체와 싸워서 자신들의 통합성을 지켜냈습니다. 특히 한국의 각종 규제와 통신사의 횡포를 극복하는데 2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전화 프로그램과 응용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동작하고 주소록,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현 위치 등을 자동으로 인식합니다. 복잡한 버튼 조작 없이 전화, 문자뿐 아니라 이메일 주고받기, 노래 듣기, 인터넷 검색하기, 게임, 그 이외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그대로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저장할 것인지 이메일로 전송할 것인지 멀티문자로 전송할 것인지 혹은 프린트 할 것인지, 상황에 맞는 메뉴가 자동으로 나옵니다. 몇 번의 버튼 조작으로 원하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폰을 접하고 나면 휴대폰은 전화 거는 것 이상의 용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여태까지 이렇게 편리하게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사용을 못 했을 뿐입니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아이폰은 초보자들도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작업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김상수: 아이폰을 통해 모든 것은 인터넷으로 통하는 시대임을 절감합니다.
김인성: 언제라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아이폰에는 GPS와 가속센서가 있어서 현재의 내 위치와 이동 방향을 알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모든 검색은 이제 현 위치를 기준으로 해서 그 연관도가 정해집니다. 더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내가 있는 곳 주변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 기록해 놓았기 때문에, 점점 더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집니다. 마치 네비게이션 없이는 운전을 하기 어려워진 것처럼 이젠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 없이는 길을 다니기도 힘들게 될 것입니다.
김상수: 이런 것은 다른 스마트폰도 할 수 있지 않나요?
김인성: 물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들이 서로 통합되지 못해 제 각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검색을 하기가 불편하고 원하는 작업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유기적 통합,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즉각적인 응답성은 아직 다른 스마트폰들이 따라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상수: 아이폰이 한국의 통신과 인터넷 환경에 변혁을 몰고 온 혁신의 상징이라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인성: 아이폰은 다기능의 편리한 손 안의 컴퓨터의 완성판이고 이동형 개인 인터넷 단말기의 원형입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무선랜 인터페이스가 휴대폰의 기본 기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태껏 통신사들은 휴대폰으로는 3G 통신만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싼 사용료를 내게 만들고 자유로운 인터넷 대신 그들이 설정한 페이지 안에서만 머물게 제한해 왔습니다.
때문에 한국은 화면 꾸미기와 벨소리 산업 등, 기형적으로 발달한 모바일 데이터 통신 후진국이 되었습니다. 저렴한 데이터 통신료 정책을 취한 외국의 경우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사용료 부담으로 인해 음성 통화와 문자 이외의 용도로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아 스마트폰의 많은 기능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상수: 아이폰은 한국 통신사들의 스펙다운 정책을 철저히 거부했군요.
김인성: 덕분에 다른 휴대용 기기와 호환되는 3.5파이 이어폰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통신사의 전용 전화 프로그램 대신 애플 고유의 전화 프로그램을 씀으로써 다른 앱과의 완벽한 호환성도 가질 수 있습니다. MP3도 통신사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고 컴퓨터에서 직접 다운로드 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아이폰은 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과 완벽하게 동일한 제품입니다. 애플은 통신사들이 아이폰 기능을 제한하기는커녕, 제품 표면에 통신사 로고조차 넣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스토어는 데이터 통신 비용 없이 소프트웨어와 음악을 휴대폰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김상수: 더 결정적인 사실은 폐쇄적인 통신환경에 변화를 몰고 왔다는 것이지요?
김인성: 아이폰으로 인해 난공불락이었던 규제들도 철폐되었습니다. 그 동안 수입 규제로 작용하던 Wi-Fi 의무화도 아이폰 때문에 폐기되었습니다. 외산폰의 지도 서비스와 GPS 기능을 못 쓰게 만들었던 위치 정보 사업자에 관한 법률도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렇게 애플은 소비자 지향의 휴대폰이라면 통신사의 횡포와 정부의 규제도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 그 동안 통신사의 횡포에 시달렸던 우리나라 기업들과 사용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김상수: 한 번 아이폰이 도입되어 자유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나면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국산 휴대폰에도 아이폰과 같은 편리함과 완성도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특히 통신사에 대해 엄청난 압력을 행사하게끔 조금씩 눈을 뜨게 됐습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와이파이가 허용되고 3G 데이터 통신 가격이 싸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부담 없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인성: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은 스마트폰의 활용도도 커집니다. 근처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비교하고, 이동장소를 인터넷으로 찾아내고,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웹으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로 진화하여 이런 일이 이미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국내 통신사들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하였습니다. 최근까지도 국내 출시폰은 와이파이 내장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이폰으로 인해 와이파이 사용이 자유로워진 후에도 방통위를 움직여 가정의 무선 인터넷 공유기에 의무적으로 비밀 번호를 걸도록 만들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개방된 무선 인터넷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쓰는 것도 못하게 막으려 한 것입니다. 자유롭게 무선랜을 공유하게 되면 보안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명확합니다.
한국은 여태껏 통신사들에 의해 제한당한 역효과로 그 어떤 나라보다 더 빠른 이동 통신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노래를 들으며 인터넷을 하고, 버스앱으로 기다리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는 모습은 흔한 광경입니다. 뉴스 보기,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이 컴퓨터로 하던 작업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단말기로 처리하게 되면서 PC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와이파이로 연결되었다면 게임과 영화 보기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어 가정에서 PC의 필요성이 없어질 정도입니다.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게 되면서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검색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휴대형 인터넷 단말기로 인해 개인들의 지적 능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엄청나게 상승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개인의 경험과 생각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와 실시간으로 상호 교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상적인 사건들이 뉴스보다 더 빨리 전파되고 기사로만 만날 수 있었던 사건들을 알 수 있게 된 것도 대단히 놀라운 변화입니다. 짧은 글과 사진, 그리고 실시간 동영상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식의 소통 행위로 인해 속보 매체의 종말을 예언하는 성급한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인터넷 강국이었던 한국답게 아이폰 쇼크로 인해 놀라운 스마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마케터들은 또 다시 재택근무 방식을 스마트워크란 멋진 이름으로 포장하여 들고 나오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이런 용어로도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더 진보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놀란 통신사들은 엄청난 통신 사용량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무선랜 기기를 확충하고 3G 기지국과 중계기를 증설하고 와이브로에 재투자하며 4G 도입 시기를 앞당기려 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업체들은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해 한 때 윈도 모바일폰으로 애국심 마케팅을 동원하여 사용자를 현혹했으나, 결국 역부족을 느끼고 안드로이드폰으로 전향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아이폰의 위력을 잠재울 수 없어 아직도 언론 매체를 동원한 아이폰 흠집잡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통신사들의 경쟁이 가열되어 드디어 데이터 완전 무료 상품이 출시되었습니다.
김상수: 하지만 사용료는 아직도 비쌉니다. 사용자들은 통신사들을 압박하여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인성: 또한 인터넷전화를 와이파이뿐만 아니라 3G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도 한 때 3G에서 인터넷 전화사용을 막았으나 이제는 모두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은 여전히 이런 앱들을 막고 있지만 허용이 될 때까지 소비자들이 나서서 싸워야 합니다. 이런 싸움을 통해 음성통화와 데이터 통화가 전혀 다른 것이 아니란 점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만들어야 합니다. 통신사들이 음성 통화를 특별 취급하여 과다한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이 공론화되어 더 이상 이런 과금 방식을 적용하지 못하고 데이터 요금으로 단일화 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이 4G 서비스를 와이브로로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상수: 애플 아이폰의 혁신은 그동안 국내의 콘텐츠 개발자에게는 불리했던 여러 현실에도 자극이 되고 있더군요.
김인성: 중요한 지적입니다. 아이폰이 가져온 또 다른 혁신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통신사 간섭 없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거래소가 활성화된 것입니다. 여태까지 통신사들은 통신사 전용의 프로그램 판매 사이트를 구축한 후 콘텐츠 판매 수익을 독점하고 프로그램을 다운 받을 때 필요한 데이터 통신 사용료까지 챙겨왔습니다. 이제 개발자는 통신사에 대한 로비를 통하지 않고도 마켓에 올려 팔 수 있고, 사용자들은 공정한 경쟁이 있는 시장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싼 값에 살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통신사들이 개발자의 아이템을 뺏어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김상수: 애플 아이폰 도입으로 여태껏 무엇도 바꾸지 못했던 한국 인터넷의 폐쇄성을 개선시키고 이동통신 업체들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애플과 구글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왜곡된 국내 시장을 변화시키는 도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실 애국적인 소비는 무조건 국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진보를 위해서 각성할 수 있도록 가장 뛰어난 전 지구적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폐쇄와 독점으로 부당한 이득을 쌓는 국내 기업의 전횡으로부터 시장을 개방과 표준으로 바꾸어 개선시킬 수 있을 겁니다.
개방과 표준을 받아들여 세계에서 통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때, 국내 정보기술 산업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고요. 책에서는 IPTV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제안 등, 정보 통신 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와 발전적인 제안을 말하고 있고, 모든 업체에게 열린 통신 망,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유통 마켓 플랫폼, 뛰어난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창작자, 이들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회, 가능성 있는 업체를 지원하는 회선 업체, 업체들의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정부의 역할 등을 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들은 독자들이 책을 사서 읽기로 하고요. 자, 이제 얘기를 정리하지요. 미래의 모바일 환경을 지배하는 것은 통합성과 동시에 개방성을 추구하는 제품이 될 것인데요.
김인성: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직 애플이 필요합니다. 애플의 혁신이 곳곳에 전파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건 특정 제품의 광고차원이 절대 아닙니다. 하루빨리 애플의 콘텐츠 판매 방식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MP3 업체들이 연합하여 애플과 같은 단일 음악 판매 시장을 구축해야 합니다. 온라인 전자책 마켓도 만들어 한글로 된 책을 우리들이 주도적으로 사고 팔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사용자들을 매혹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매뉴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쉬운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애플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도 혁신을 주도하고 하드웨어와 플랫폼, 그리고 콘텐츠까지 융합하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애플과 같은 기업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웹 환경이 모바일로 변화되는 것은 개발자들에게도 좋은 기회입니다. 모바일 앱의 시대가 될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에 납품하거나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소셜 게임으로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더 이상 허황된 꿈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여태까지 많은 벤처들이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졌음에도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믿지 못하는 바람에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스스로 한계를 정하기보다는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거대한 꿈을 꾸는 개발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흔들어 놓은 휴대폰 시장은 결국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통신사들만 유리한 플랫폼이나 MS처럼 사용 환경을 자사 제품으로만 제한하려는 운영체계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바일 분야에서 기술력 있는 업체들 간의 사활을 건 경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 점유율이 높은 업체라고 해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밀어붙이다가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습니다.
김상수: 답은 개방적인 플랫폼이군요.
김인성: 맞습니다. 안드로이드와 같이 모든 업체들의 지지를 받는 플랫폼으로 승부해야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통신사들은 하루 빨리 음성 통신 위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이동형 무선 인터넷 전문 업체로 변신하기를 바랍니다. 인터넷 전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합니다. 인기 많은 인터넷 전화 단말기를 한국인을 대상으로만 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모두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인터넷 전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개인을 식별할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이메일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의 개인 아이디도 중요합니다. 통신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콘텐츠를 가진 업체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신사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콘텐츠 업체와 협력하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통신사의 정의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폐기될 음성 통화 시장과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전화번호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빨리 깨닫기를 바랍니다.
김상수: 그러나 이런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요. 소비자가 각성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업체들에게 기만당할 것이고 그들은 우리에게서 끝없이 이익만을 챙겨가려고 할겁니다.
김인성: 결국은 소비자들의 각성입니다. 그리하여 휴대폰 제조사들이 최고 제품을 가장 싸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만들고, 공정한 검색 엔진이 득세하여 활기찬 웹 생태계가 조성되게 하며, 통신사들이 음성 통화 시장을 포기하고 와이브로를 무기로 전 세계 통신 시장을 장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현명한 소비를 통해서 기업들과 정책 입안자를 올바로 이끄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애국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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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68370&CMPT_CD=T0001
"아이폰을 사는 게 진정한 애국이다" (오마이뉴스, 11.05.20 14:43  김시연)
[e사람⑬] 'IT 애국주의'에 반기 든 '글 쓰는 엔지니어' 김인성씨
개방과 표준에 맞서 폐쇄와 독점으로 자신들 배만 불려 온 국내 IT기업들을 꼬집은 <한국 IT 산업의 멸망>(북하우스)이란 책이 요즘 화제다. IT 분야에선 드물게 초판 5000부를 낸 지 한 달여 만에 2쇄를 찍었다. 이 책을 쓴 김인성씨는 리눅스 시스템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이면서 평범한 사람도 IT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는 일을 10년 가까이해온 '글쟁이'이기도 하다.
김씨는 '국산 스마트폰 대신 아이폰을 사는 게 진정한 애국'이고 '구글 검색 점유율이 네이버보다 커져야 한국 인터넷이 산다'고 역설한다. 기존 애국주의 관점을 뒤집는 '역발상'이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방배동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김씨는 이달 초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를 북한이 저지른 '사이버 테러'로 규정한 검찰 발표부터 뒤집었다.
"농협 해킹이 북한 소행이란 게 뭐가 중요하죠? 보안이 뚫렸다는 게 문제 아닌가요? 농협 쪽 보안 책임을 따져야 할 검찰이, 북한 해커가 7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이 정도로 막은 건 선방했다고 칭찬하는 꼴이죠. 결국 북한 범행을 강조하는 건 지휘자 문책을 피하게 하려는 것밖에 안 돼요."
김씨가 이처럼 검찰 발표를 '불신'하는 데는 나름 사연이 있다. 2008년 9월부터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최열 전 환경재단 대표 횡령 사건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쪽 자문을 맡아 검찰 디지털수사팀의 '증거 조작' 과정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에선 횡령 혐의 무죄를 입증할 하드디스크 회계자료를 제출했는데 검찰은 마치 자료가 조작된 것처럼 몰아갔어요. 사실 하드디스크 자료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요. 문제는 조작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디지털수사팀은 검찰 입맛에 맞춰 하드디스크와 백업 CD에 담긴 같은 파일을 비교하지 않고 이름만 같은 다른 파일을 비교해 마치 조작한 것처럼 보이도록 보고서를 만들었어요."
결국 재판부도 이를 간파했고 지난 1월 28일 1심에서 최 전 대표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긴 했지만 금품 수수와 횡령 혐의는 벗을 수 있었다.
"애플-구글 위치추적 비판할 때는 미국 수준에서 얘기하면서 우리 얘기할 때는 눈이 낮아져요. 회원 가입할 때 주민번호까지 다 깔아주면서 말이죠." 김인성씨는 '애플빠-갤스빠', '구글 대 토종 검색' 논쟁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애국주의'도 경계했다. 보기에 따라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구글-애플' 활용론에 가깝다.
김씨는 책이 한창 화제가 되던 지난달 중순 구글코리아 사무실로 초대를 받기도 했다. 한국 인터넷의 미래를 위해서는 구글 검색 점유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관심을 끈 탓이다. "왜 래리 페이지(구글 CEO)는 한국에 안 오느냐고 물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나 IBM처럼 가끔 한국에 와서 정부 실력자 만나 악수하면 대접도 받고 압수수색도 안 받을 텐데, 하고 말이죠.(웃음) 구글은 자기 정책을 타협하지 않으려 해요. 우린 경찰에서 전화만 해도 (회원정보) 갖다 주는데 해외업체는 적어도 고민은 하거든요. 심각한 유출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IT는 진보"라고 믿는 김인성씨는 지금 우리 IT 산업이 후퇴하는 이유로 사회의 보수화를 꼽는다. 90년대 후반 민주화와 벤처붐으로 꽃을 피운 IT 산업이 보수 세력들이 힘을 되찾으며 '멸망'을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걸림돌이 인터넷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다.
구글은 지난 2009년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고 유튜브에서 한국 계정 글쓰기를 차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료 부탁으로 제출한 '한국 IT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란 보고서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첫 줄에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마 첫 줄부터 불가능한 요구 조건이 적힌 걸 보고 그 분도 무척 난감했을 거예요."
김씨가 구글이 필요하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에도 '공정한 검색 전용 사이트'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외부에서 지식인 등 자사 콘텐츠를 검색하는 건 막으면서도 이용자들의 '불법복제'를 조장해 콘텐츠를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반면 구글은 '애드센스' 등을 통해 콘텐츠 제공자들과 수익을 나누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렇듯 '애국주의'에서 벗어나 '개방과 표준이냐, 폐쇄와 독점이냐'란 관점에서 국내 IT 산업을 바라봐야 우리도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애플 아이폰과 국산 스마트폰 경쟁 구도에서 "아이폰을 사는 게 진정한 애국"이라고 강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지난 수십 년간 애국심에 호소해온 국내 기업들을 밀어준 결과가 와이파이(무선랜), GPS(위성항법장치) 등을 뺀 이른바 '스펙 다운' 휴대폰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KT에서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값비싼 무선 데이터 요금, 악성코드 온상인 MS '액티브 엑스' 등 국내 IT 산업 발전을 가로막아왔던 장벽들이 하나둘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 애플이 도움이 된다는 것뿐이에요. '액티브 엑스' 사라지게 만든 게 애플인데 아직 멀었어요. 소프트웨어·동영상 등 콘텐츠 마켓 분업 문제도 애플이 확립해줘야 해요."
"이 책을 쓴 건 일반 소비자들도 IT를 좀 알고 제품도 성능 보고 구입하자는 거예요. 성능이 똑같아도 사줄까 말까인데 '애국심'이란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현명한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내자는 거죠." 이 책의 매력은 이렇듯 복잡한 IT 현안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진 설명을 본문에 자연스럽게 녹인 것도 부연 설명으로 활용해 글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겠다는 의도다.
"자신이 쓴 글로 기억되는 게 모든 글쓴이의 바람이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그게 불가능해요. 단문이나 UCC는 내용은 기억해도 작가는 기억하지 않거든요. 대신 긴 글은 알아봐주는 사람만 남지만 작가를 기억하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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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통신 요금의 비밀, 모르고 돈냈던거야? (미디어오늘, 김상만 기자, 2011.04.17  02:10:39)
IT업계가 고객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들…새책 '한국 IT산업의 멸망'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통신사 서비스에 매년 요금을 지불해 왔다면 어떨까. 고화질이라고 해서 IPTV 가입했는데 일부러 화질을 떨어뜨려 가정으로 보내준다면, 검색결과를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포털업체가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뭔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국내 IT업계의 현실을 비판한 신간 <한국 IT산업의 멸망>(북하우스)의 저자 김인성 씨는 인터뷰에서 "이런 IT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IT업계가 고차원적인 마케팅과 언론을 통해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돌려주는 것처럼 포장해 온 많은 상품들이 사실은 업계의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국내 IT업계를 한마디로 "촌스럽다"고 표현했다. 한때 세계가 주목했던 IT선진국에서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그의 책 표지에는 그래서 이런 문구가 달렸다. '소비자만 몰랐던 업계의 음모와 진실. 그들이 감추려 한 블랙박스가 열린다.'
 IT업계를 혹독하게 비판한 그는 리눅스와 오픈소스 개발자로 포털사이트 시스템 설계와 구축, 컨설팅을 해온 시스템 엔지니어다. 다음은 김씨가 자신의 저서와 인터뷰에서 밝힌 IT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비밀 중 일부다.
1. 기본료・문자서비스 과금, 통신사의 상술에 불과하다.
저자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기본료를 받았던 건 초기설비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는 명목 때문이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설비투자에 들어간 돈을 이미 다 회수했음에도 기본료를 없애지 않고 있다. 이 돈은 그대로 통신사의 수익이 되고 있다. 저자는 또 "통신사들이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문자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비싼 비용을 물도록 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160바이트의 문자메시지 국제표준을 80~90바이트로 제한한 후 그 이상의 긴 메시지는 독자 규격의 '멀티미디어 문자방식(MMS)'를 사용토록 해 추가 비용을 받아챙기기도 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문자메시지 무료화'를 언급했다가 업계의 공격에 시달려 입장을 번복해야 했다. 지난해 KT가 문자서비스로 올린 매출은 5700억원, SK텔레콤은 6500억원, LGU+는 3000억원이었다.
2. 통신사들, 통화수입 지키려 정부가 개발한 원천기술까지 배척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개발했지만 통신사들이 자신들의 통화수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이 기술의 상용화를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때문에 한국은 이동통신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한국이 디지털 이동통신 강국으로 급부상했던 것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 CDMA(3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 가운데 하나)를 상용화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성공에 고무된 정부는 3G를 넘어 4G에서 다시 한 번 이동통신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이동형 무선인터넷기술인 '와이브로'를 집중 육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기술은 데이터통신 위주의 이동통신이었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음성통화 시장을 위협하는 기술이었다.
결국 통신사들은 와이브로 사업권을 따낸 뒤 설비투자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와이브로의 상용화를 막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통신 기술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다른 나라의 기술 표준을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다. 저자는 통신사들의 와이브로 투자 지연에 대해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위였다"면서 "통신사의 이기주의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3. IPTV는 화질이 나쁜데다 인터넷속도까지 떨어뜨린다.
IPTV는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 방송과 VOD(주문형 비디오)를 제공하는 유료방송 서비스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에 이어 후발주자로 뛰어든 IPTV 업계는 IPTV의 특성에 맞춰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가입자들을 빠르게 흡수해 가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 알려져 있지 않는 사실이 있다. HD급 화질이라며 선전하는 IPTV의 화질이 불법 다운로드 동영상 품질보다 나쁘다는 것이다.
IPTV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전송하려면 17Mbps(전송속도 단위) 정도가 필요하다. 언뜻 100Mbps의 초고속인터넷 속도를 감안할 때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초고속인터넷의 속도는 평균 70Mbps 정도에 불과한데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방송이 절대 끊기는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가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IPTV를 보는 집에 들어가는 초고속인터넷을 방송데이터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도록 설계하고(서비스품질정책), 화질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 저자는 "지방의 느린 인터넷 환경에서는 실시간 방송 뿐만 아니라 VOD서비스도 불가능한데, 업계가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최대한 화질을 떨어뜨리고 있다(손실압축)"고 주장한다.
IPTV와 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한다. IPTV와 하나의 회선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인터넷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송속도의 한계 때문에 인터넷 데이터보다 방송데이터를 우선 처리하도록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전화까지 쓰면 속도는 더 느려진다.
4. 은행거래・전자상거래시 다운받으라는 '액티브X'가 컴퓨터를 바이러스 소굴로 만든다.
최근 금융계에서 해킹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인터넷 거래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인터넷뱅킹은 안전할까?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은행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체제가 깔린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다른 웹브라우저도 안 된다.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필요하다. 문제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국내 표준으로 선정한 MS의 '액티브X' 방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인터넷뱅킹을 하려고 하면 각 은행마다 MS의 '액티브X' 프로그램과 고유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소비자들은 이들 프로그램이 자신의 돈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며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의 컴퓨터에 내려 받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 프로그램들은 설치목적이 불분명하고, 심지어 컴퓨터의 보안을 위협한다고 단언한다. 액티브X는 웹 프로그램이 컴퓨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보안 위험에 빠뜨리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안모듈 역시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컴퓨터를 느리게 만든다.
5. 국내 포털은 검색결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포털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누가 뭐라 해도 검색이다. 하지만 국내 포털이 검색결과를 잘못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포털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가 아닌 검색결과에 부합하지 않는 내부 데이터를 먼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단어가 들어간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지식인 게시글이 먼저 노출된다. 특정한 경우에는 네이버에 비용을 지불한 스폰서 사이트가 맨 위에 위치한다. 저자는 국내 포털이 "정확한 정보를 찾아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검색어 광고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게 된 포털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사용자들을 포털 안에 묶어두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폐쇄성 때문에 네이버 바깥에 있는 전문 커뮤니티의 데이터들은 네이버에 검색되지 않는다. 반면, 구글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가장 부합하는 결과를 해당 국가의 언어로 화면 맨 머리에 보여준다. 저자는 "아이폰과 구글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국내 IT업계도 각성하고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대우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국산을 애용하는 게 애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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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1061.html
‘기괴한’ 한국의 IT산업, 담 쌓거나 뒷걸음치거나 (한겨레, 구본권 기자, 2011-04-01 오후 08:19:49)
액티브X·공인인증서·실명제…정보기술 정책의 폐쇄성 고발
쉬운 용어로 독자 눈높이 맞춰
“세상 바꾸는 것은 혁신적 상품, 개방·표준화로 경쟁력 높여야”
한국IT산업의 멸망 | 김인성 지음/북하우스·1만5000원

눈을 돌려보면 스마트폰 천지다. 지하철엔 손안의 단말기를 들여다보는 승객이 대부분이고, 커피숍 손님이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이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있다. 지난 23일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달라진 거리 풍경으로 드러난다. 각종 예측치보다 월등히 빠른 스마트폰 보급 속도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정보기술(IT) 강국이 ‘모바일 후진국’이 됐다”며 자조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우리 사회의 역동성 덕분에 어느덧 ‘모바일 강국’이 된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지난 1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책에 “전세계에서 아이폰을 도입한 나라가 89개국인데 우리나라가 85번째라는 걸 창피하게 생각한다”고 인정한 것처럼, 국내 정보기술 산업의 현실은 세계 시장의 흐름과는 거리가 먼 ‘우물 안 개구리’다.
배터리도 바꿀 수 있고, 디엠비(DMB)도 볼 수 있다는 옴니아2가 ‘아이폰 대항마’로 날개 돋친 듯 70만여대 팔려나갔지만, 고객 대다수가 ‘안티’가 되고 유례없는 소비자 보상 요구에 부닥쳐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객관성과 전문성을 포기한 상당수 언론의 기사, 소비자의 무지가 어우러진 결과다.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반성이 없는 부끄러운 현실을 향한 통렬한 고발장이 날아들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20여년간 리눅스와 오픈소스를 개발하고 포털업체의 시스템 설계와 구축, 컨설팅을 해온 김인성씨는 책 제목 그대로 ‘한국 정보기술산업의 멸망’을 고발한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한국의 기괴한 정보기술 현실이다. 그동안 정보기술 종사자들과 ‘오픈웹’ 등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어온 이슈들을 대중적 무대로 끌고 나왔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인터넷을 통해 게임과 결제를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불가피한 환경이라고 당국과 업계가 강변해온 게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은이의 주장이 도발적이면서도 통쾌한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하는 액티브엑스(X)를 강요하는 금융결제 서비스, 아무 기능 없이 비용만 들이는 공인인증서와 바이러스처럼 사용자를 괴롭히는 보안프로그램 등이 한국의 전자상거래를 세계시장과 단절된 ‘인트라넷’으로 만든 현실이 책에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방통위는 이 책이 소개되기 이틀 전 마침내 2014년까지 국내 100개 주요 사이트에서 “액티브엑스를 들어내겠다”는 뒤늦은 정책을 발표했다.
지은이는 국내 고유의 상황을 강요하는 정보기술 분야에서의 폐쇄적인 정책이 ‘촌스러움’을 넘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말 국내 벤처 열풍 속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창의적 서비스들이 국외 시장 진출에 모조리 실패하고, 수년 뒤 이와 유사한 국외 서비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이러브스쿨, 다이얼패드, 스카이러브,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이 그 사례이다.
당시 한국은 전세계가 주목한 서비스와 기술의 무대였지만, 이내 사라졌다. 지은이는 언어의 문제도 있지만 창의력의 손상을 주된 이유로 지목했다. 특히 인터넷실명제나 게시글 삭제 또 공인인증서 같은 장치는 한국을 고립시켜, 국외 진출의 길을 막아버렸다. 국경이 의미가 없는 인터넷에서는 국가별 서버를 두고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서비스를 구축해 제공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처럼 사용자가 언어만 선택해 쓰도록 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실명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국내 서비스가 국외에서 발붙일 수 없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사용자를 상대로 스스로 이름과 개인정보를 공개하게 만들어 인터넷에서 새로운 금맥을 캐고 있다.
지은이는 정보기술 분야 경쟁에선 한국적 특수성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준에 어긋나는 각종 규제를 없애고 국제적 표준과 개방이라는 일관된 정책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개방과 표준을 강조하는 지은이는 아이폰이 국내에서 일으킨 변화의 역설을 지목한다. 이동통신사의 로고마저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애플 식대로’ 고수하는 애플의 비타협적인 폐쇄성이 역설적으로 국내의 정보기술 환경을 깨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 덕분에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저질러왔던 소비자 이익 침해행위가 드러나고 하나둘 사라지게 된 게 현실이다.
이 책은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을 중심으로 포털의 닫힌 생태계, 콘텐츠 불법복제, 스마트티브이(TV),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정보기술의 다양한 분야를 쉬운 용어로 다뤄 무난하게 읽힌다. 왜곡된 현실에 대한 고발과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세세히 제시되어 있지 않아, 전문적 논의가 아닌 대중적 발제를 위한 책이다.
지은이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아닌,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혁신적 상품이라고 말한다. 아이폰처럼 창의적인 시도와 혁신이 집중된 정보기술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제 진보는 구호와 논리가 아닌 정보기술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진보의 외침보다 ‘진보적’ IT상품”
소비자 권리 찾아주는 제품·서비스 개발해야

“진보의 희망은 정보기술(IT)에 있다”는 <한국 IT산업의 멸망> 지은이의 주장은 사뭇 도발적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근대 이성주의적 과학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주장인 동시에, 실리콘밸리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떠올리게도 한다.
국내에서는 정보기술의 도구적 효용성과 그 궁극적 가치 지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지만, 이 분야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생명공학과 더불어 가장 논란이 많은 기술 영역 중 하나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니컬러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인간의 두뇌와 사고 구조에 끼친 영향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인한 새로운 인간관계의 등장과 프라이버시 침해, 소멸되지 않는 디지털 정보의 장점 뒤에 가려진 그늘, 독재정권의 반대자 감시수단이자 동시에 권위주의 저항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 등이 최근 정보기술을 둘러싼 주요 논의의 목록이다. 특히 유튜브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최근 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을 확산시키고 이를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도구로서 조명을 받으며, 정보기술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부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지은이가 기술의 목적과 도구로서의 가치를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포털, 텔레비전, 인터넷서비스, 불법복제, 통신서비스 등 구체적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얼마나 자신의 권리와 이익으로부터 소외됐으며, 국내 산업은 세계시장과 동떨어진 채 왜곡됐는가를 고발하는 내용은 기술과 진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스마트폰과 포털 사용자 상당수에게는 진보세력의 어떠한 외침보다도 그들의 권리를 밝혀주고 찾아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진보의 가치를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개방과 표준을 신봉하는 리눅스 개발자답지 않게 지은이는 “지금 우리에게 아이폰은 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태껏 무엇도 바꾸지 못했던 한국 인터넷의 폐쇄성을 개선시키고 이동통신 업체들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애플과 구글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왜곡된 국내 시장을 변화시키는 도구로서 쓰임이 있다고 본다. 현재의 애국적인 소비는 국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각성할 수 있도록 무조건 가장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폐쇄와 독점으로 오염된 국내 시장은 개방과 표준을 제공하는 전 지구적 제품을 통해서 비로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전 지구적 차원의 개방과 표준을 받아들여 세계에서 통할 혁신을 내놓아야만 국내 정보기술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엔지니어가 프로그램과 제품 개발 대신 도발적 주장을 담은 책을 펴낸 이유와 관련해 지은이는 “0과 1로 된 코드로는 가치관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글은 그게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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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주소자원관리 관련 글

 

http://www.hani.co.kr/arti/economy/it/547952.html
미국이 쥔 인터넷 관리권, 이번엔 국제기구로 넘어갈까 (한겨레, 이순혁 기자, 2012.08.20 20:29)
최종권한 가진 민간기구 아이칸
미 상무부가 만든뒤 영향력 행사
중국 등서 “국제기구로 이관” 주장
연말 국제회의서 갈등 재연될 듯
전문가 “인터넷, 전쟁무기 될수도”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난) 필립 버비어 미 국무부 정보통신 대사는 국제전기통신규칙 개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지난 7일 방통위가 배포한 ‘방송통신위원장, 미 국무부 대사와 양자 회담’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전기통신규칙 개선의 핵심 의제는 ‘인터넷 거버넌스(관리체제)’다. 최근 몇년간 잠잠했던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가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자 우리나라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 인터넷 관리 권한은 미 상무부에 인터넷 거버넌스란, 인터넷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다. 현재 인터넷 관리는 민간기구인 아이칸(ICANN·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의 몫이다. 아이칸은 미 상무부와 협약을 맺고, 인터넷 주소(IP) 관리와 부여, 전세계 13개가 있는 루트 서버(인터넷의 최상위 서버) 관리, 웹 통용 새 기술 등을 결정한다.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구가 미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은 1960년대 후반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군사용 네트워크 ‘아르파넷’에서 시작됐다. 자연스레 그 관리권은 미국 국방부에 있었다. 이후 상무부로 관할이 넘어왔고, 상무부는 1998년 아이칸을 만들었다.
시작이 어찌 됐건 만국 공통의 평등한 네트워크인 인터넷이 특정 국가 정부의 입김 아래 관리되자, 그 외 국가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2003·2005년 열린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WSIS)에서 인터넷 관리권을 국제기구로 이관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러시아와 중국 등이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유럽도 중립적인 제3지대에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표 대결에서 ‘반란’은 성공하지 못했다. 현상유지를 바라는 미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셌던 것이다.
대신 몇 가지 타협책이 마련됐다. 대부분 미국에 있던 최상위 서버인 루트 서버 13개의 복사본(미러)을 여럿 만들어 세계 각 나라에 배치했다. 또 아이칸 이사회 자문기구로, 세계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정부자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어 2009년에는 아이칸 운영 전반에 대한 검토를 기존 미국 상무부가 아닌 국제적인 검토위원회에서 맡도록 했다.
■ 강력한 전쟁 무기인 인터넷…‘실리 작전’ 펴야 이후 잠잠한 듯했던 인터넷 거버넌스 분쟁이 올해 연말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이 12월3~14일 두바이에서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를 개최하는데, 인터넷 거버넌스가 의제에 포함됐다. 러시아와 중국, 브라질 등은 이번 기회에 인터넷 관리권을 국가간 논의기구로 가져오는 방안을 관철할 태세다.
회의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명분과 별개로 러시아와 중국 등의 ‘반란’은 여전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고, 러시아나 중국보다는 미국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으로 인해, 과거와는 다르게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유보적인 태도다. 이계철 위원장은 이달 초 버비어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국제전기통신규칙은 기본적으로 기술·서비스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립서비스’만 했다고 한다. 방통위 관계자도 “미리부터 우리가 어느 쪽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은 유리할 게 없고, 양쪽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관리권 이관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적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나라들임을 감안하면 과거 냉전이 인터넷에서 재연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국방망에 침입해 군사적으로 타격을 주거나 인터넷을 차단해 사회 혼란을 유발시키는 등 인터넷은 강력한 전쟁 무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판세를 읽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it/547951.html
한국 인터넷 선진국? 거버넌스에선 후진국! (한겨레, 이순혁 기자, 2012.08.20 20:27)
아이칸 이사 16명중 한국인 ‘0’
‘인터넷 수뇌부’서 소외된 꼴

우리나라를 두고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말하지만,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세계 인터넷과 관련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아이칸(ICANN·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의 최종 의사결정 기구는 이사회이며, 16명의 이사가 있다. 이사진 국적은 미국 4명, 프랑스 2명, 필리핀·이집트·독일·인도·칠레·오스트레일리아·남아공·대만·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가 각각 1명씩이다. 미국 국적 이사는 4명에 한명꼴이지만, 최고경영자(로드 벡스트롬 미국 국토안보부 국가사이버보안센터 초대 센터장)와 의장(스티브 크로커) 등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이사회 자문기구 대표들로 (의결권이 없는) 이사회 보조 참여자 5명의 국적도, 미국 3명에 독일과 캐나다가 각각 한명씩이다. 결국 ‘인터넷 수뇌부’에 우리 목소리를 낼 위원은 단 한명도 없는 셈이다.
아이칸 초창기에는 경상현 박사(초대 정보통신부 장관)가 이사를 역임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고, 현재는 이사회 산하 국가최상위도메인정책개발지원기구(ccNSO) 위원인 방송통신대학교 이영음 교수 정도가 아이칸에서 활동중인 거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최근 카이스트 이동만 교수(문화기술대학원장)가 이사회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고 이에 성공했다면서 ‘인터넷 강국’이라며 으스대지만, 정작 인터넷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두뇌 구실을 하는 부분에는 너무 둔감했던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아이칸 진출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진행중이지만, 아이칸이 민간기구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공식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 한글 국가 도메인, 정작 정부가 '무관심'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2011-08-09 15:21)
총리실·교과부·농식품부·국가보훈처 미등록
정부(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가 지난 5월25일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글 국가 도메인 '.한국'에 정작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정부부처·공공기관 우선등록을 진행하고 있는 후이즈에 따르면 마감(16일)을 약 1주일 남겨 둔 현재 등록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도메인은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체 1만3000여 정부·공공기관 가운데 약 2500건만 등록됐다. 우선등록 자격을 부여 받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등록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총리실(사진),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국가보훈처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공립학교가 등록이 안 된 상태다. 이는 등록이 완료된 일반인 대상 상표권자 우선등록 3000여 건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글 국가 도메인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우선등록기간 종료 후 해당 기관명 도메인이 누구나 등록 가능해지면 자칫 많은 공공기관 도메인명이 사이버 스쿼팅(도메인 사냥꾼)의 표적이 될 우려도 있다. 실제로 정부·공공기관이 16일 마감하면 22~31일에는 누구나 도메인을 신청할 수 있다. 정지훈 후이즈 도메인사업부장은 "'.한국'은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사설 한글주소 서비스와 달리 모든 인터넷환경에서 작동하는 국가 도메인임에도 각 기관 담당자들의 이해와 인식 부족으로 등록이 저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이 민원인의 편의성을 감안해 반드시 '기관명.한국' 도메인을 우선등록 기간 내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체들이 한글 도메인으로 바꾸면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청와대의 경우 '청와대.한국'을 등록하면 기존의 'president.go.kr' 보다 훨씬 편리하게 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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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621110752
'닷프레시안'으로 도메인 진화, 그 뒤에 숨은 장삿속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 2011-06-21 오전 11:41:00)
ICANN, 최상위 도메인 다양화…반갑지만은 않은 소식
닷컴(.com)과 같이 인터넷 주소의 최상위에 붙는 도메인의 종류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단체들로서는 반길만한 소식이지만, 한편에선 인터넷 주소 규제기구의 상술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AP>, <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 인터넷 도메인 관리 및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는 20일 싱가포르에서 회의를 열고 웹 주소의 최상위 도메인에 다양한 단어를 허용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인터넷 주소의 끝자리에는 '.com'이나 '.org', '.net' 등 22개의 소수 단어나 '.kr', '.uk' 같은 255개 국가별 도메인만이 허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apple'과 같이 기업 브랜드를 내세운 주소나 '.seoul' 같은 지명으로 주소의 끝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와 아랍어로 된 주소도 가능하다
ICANN은 내년 1월 12일부터 3달 간 새로운 인터넷 주소 이름을 신청 받을 예정이다. 이러한 결정은 1984년 인터넷 주소 시스템이 처음 등장한 이후 가장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CANN의 이번 조치는 개별 기업이나 국가, 도시 차원에서 개성 있는 도메인을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이 허용됨에 따라 기업들이 그들의 상표를 보호해야 하는 새로운 딜레마에 봉착했다며 벌써부터 이번 조치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생명보험 인터넷 부서의 켄 히텔 부사장은 이번 조치를 "문제가 없는데 답을 내놓은 전형적인 예"라고 비판하면서 가장 이득을 본 건 ICANN 자체라고 주장했다.
ICANN은 새로운 도메인을 신청하는데 드는 비용을 18만5000달러(약 2억 원)로 설정했다. 도메인 소유주들은 유지비용으로 1년에 2만5000달러를 추가로 내야한다. 또한 새로운 도메인을 신청하는 기업들은 300페이지에 달하는 복잡한 신청 양식을 작성하는데 전문가들을 고용해야 하며 새로운 도메인 시스템을 구동하는데 2만5000~7만5000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용 문제는 특정 주소를 원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많아지면 더 오를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예를 들어 독일?프랑스 통신사가 공동 소유한 영국 이동통신사 '오렌지UK'와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가 '.orange'라는 도메인을 놓고 경쟁할 경우 경매에서 더 높은 금액을 써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새로운 도메인을 외면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이른바 '사이버 스퀘터(cyber squatter)'라 불리는 도메인 투기꾼들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신청할 것 같은 도메인을 미리 사두고 협상 과정에서 비싸게 부풀려 되파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 기업이 주소를 되살 의지가 없어도 새 주소로 가짜 주인 행세를 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 한다.
ICANN의 새로운 조치가 투기꾼을 피해 새로운 '.com' 주소를 고민해야했던 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또 다른 투기 가능성을 안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적어도 5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재정·경영상의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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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주소 ‘IPv4’ 사실상 할당 종료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2011/04/14 12:01)
차세대주소 ‘IPv6’ 전환 본격화
현재 인터넷주소로 쓰이고 있는 ‘IPv4’ 할당이 15일로 사실상 종료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차세대 인터넷주소인 ‘IPv6’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아·태 지역 인터넷주소자원 관리기관(APNIC)이 14일부터 제한적으로 IPv4 주소를 할당하는 ‘최종 할당 방식’을 시행함에 따라 사실상 IPv4 주소할당이 종료된다고 14일 밝혔다. 최종 할당 방식이란 APNIC의 IPv4 주소 잔존량이 마지막 묶음(1천700만개)만 남게 되는 시점부터 ISP 등에 1회에 한해 최대 1천24개만 할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KT 등이 아무리 많은 IPv4 신청을 해도 최대 1천24개 이상은 할당받지 못하게 된다.
APNIC는 국제인터넷주소자원 관리기관(IANA)으로부터 지난 2월 3일 마지막으로 할당받은 IPv4 주소를 현재까지 아·태지역 55개국에 할당해오다 마지막 묶음만 남게 되자 최종할당 방식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IPv6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차세대인터넷주소(IPv6) 전환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IP주소 할당 우선 순위 마련 ▲IPv6 기반 신규서비스 상용화 추진 ▲IPv6 전환 실전적용서 발간 및 기술인력 지원 ▲IPv6 전환 이행사항 점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또 인터넷소사어티(ISOC) 주관으로 6월 8일 열리는 ‘월드 IPv6 데이’ 행사에 국내 주요 ISP와 포털,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참여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월드 IPv6 데이 행사는 IPv6망간 인터넷 연결시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해 6월 8일 하루 동안 국제적으로 IPv6 연결 테스트를 진행하는 행사다. 이에 앞서 국내에서는 자체적으로 5월 중 IPv6 해외연동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인터넷의 미래를 그리다 (대학신문, 2011년 03월 27일 (일) 04:11:28 이경은 기자)
현재의 인터넷 넘어 새로운 네트워크 패러다임 정립하려는 ‘미래인터넷’ 연구
스마트폰, 태블릿 PC로 대표되는 새로운 단말기들이 증가하며 인터넷 세계는 점점 혼잡해지고 있다. 전 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20억개가 넘는 단말기가 복잡하게 연결됨에 따라 2015년에는 전체 트래픽이 현재의 1000배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응용 기술들은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그 무대가 되는 인터넷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을 선두로 기술 개발에 뛰어든 ‘미래인터넷(Future Internet)’은 인터넷의 미래를 연구하는 분야로 현재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공학계의 주도로 미래인터넷 연구가 실시됐고 2008년 ‘국가어젠다프로젝트(NAP)’의 11개 연구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며 공학, 물리학, 수학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종합 프로젝트가 됐다. 또 올해는 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도 기존의 미래인터넷 연구주제 중 성과가 있는 것을 택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인터넷의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과 자각을 통해 인터넷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나라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의 인터넷 발전에 단초가 될 미래인터넷을 조명해보자.
◇기초과학과 함께 연구되는 인터넷의 미래=미래인터넷은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2005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새로운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정립해 인터넷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과제다. 기존의 인터넷 개선 연구와 미래인터넷이 다른 점은 기초과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초 이론에 기반을 두지 않은 소규모 시스템을 위한 모델이었던 초기의 인터넷은 사용자가 늘어나고 구조가 복잡해지자 태생적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소수 집단 및 단체들의 통신을 목적으로 했던 초기 인터넷에서는 IP주소가 고정돼 있어도 충분하지만 현재와 같이 세계적으로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인터넷에서는 고정된 IP주소는 불편함을 야기한다. 미래인터넷 연구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수리·물리적인 기초 이론에 기반을 두고 미래인터넷을 구상하고 있다.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론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이다. 복잡계는 멱함수(로그) 분포를 따르기 때문에 종 모양으로 나타나는 정규분포 그래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정규분포에서처럼 평균치의 링크를 거느린 노드(단말기의 접속점)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의 링크를 거느리고 있는 노드들이 예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게 한 노드에 수많은 링크가 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잡한 관계를 맺고 통신하는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복잡계의 여러 패턴들이 나타난다.
부분만 보았을 때는 드러나지 않던 패턴이 드러나고 관계가 불균등해지는 복잡계의 특성은 인간 사회에서도 드러난다. 복잡계 이론만으로 미래인터넷 설계를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이론은 미래인터넷을 종합적 측면에서 구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김대열 미래인터넷 네트워크개발 연구책임자는 “미래인터넷은 기계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져야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회적 산물인 인터넷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인터넷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분석틀인 복잡계 이론이 필요한 것이다. 또 그는 “이러한 고려가 수반돼야 사용자의 특성, 트렌드, 감성을 반영해 완전한 미래인터넷 개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복잡계 이론을 통해서 미래인터넷의 상을 그려보는 시도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네트워킹 기술에 초점을 맞춰 연구되는 미래인터넷=미래인터넷 구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의 이론적 틀 위에서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 획기적인 ‘네트워킹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콘텐츠 중심 네트워킹’ 기술이 개발 중이다. 이는 기존의 서버중심 네트워킹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실제로 원하는 콘텐츠를 중심에 놓는 기술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목적은 서버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얻는 것이다. 이에 착안해 사용자가 서버에까지 접속해야 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서버뿐 아니라 라우터에도 콘텐츠를 저장한다.
라우터는 인터넷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서버와 서버 사이의 길목 곳곳에 있는 안내 장치다. 현재 라우터는 사용자가 보낸 정보를 다음 라우터에 전달하며 정보가 서버까지 도달하도록 돕는 역할만 한다. 이같은 방식에서는 같은 콘텐츠를 원하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하나의 서버로 몰리고 서버는 같은 데이터를 일일이 사용자들에게 전송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중심기술은 라우터를 새롭게 ‘진화’시킨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에서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서버가 아닌 사용자에게 가까운 라우터들에 부여해 콘텐츠를 분산시킨다. 사용자를 서버로 접속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가까운 곳에 있는 콘텐츠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기덕씨(컴퓨터공학부·박사과정)는 콘텐츠 중심 기술에 대해 “사용자는 원하는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이 기술은 폭증하는 인터넷 트래픽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맞춤 서비스까지, 폭넓은 미래인터넷 연구=미래인터넷은 단순히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고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원에서 바라봄으로써 사용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미래인터넷이 지향하는 바다. 주목되는 예로 ‘상황인지 기반(Context Awareness)’서비스가 있다. 상황인지기반서비스는 사용자가 처해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정보로 활용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하다가 잠이 들면 시스템이 알아서 현재 시간, 장소, 사용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컴퓨터를 끄고 수면을 위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인터넷을 통해 상황정보들을 수집·분석해 활용하는 이 기술의 목적은 사용자의 통제 없이 시스템이 자동으로 현재 상황에 맞게 작동하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명령 지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을, 거리에서는 무선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지금, 전화선을 통해 PC통신을 하던 그때를 상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울지라도 ‘미래인터넷’이 일반화돼 지금을 돌아보며 같은 기분을 느낄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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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인터넷 실명제 만장일치 ‘위헌판결’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7317
헌법 재판소, 인터넷 실명제 만장일치 ‘위헌판결’ (참세상, 성지훈 기자 2012.08.23 15:54)
“인터넷 실명제에 공익성 없다”...인터넷 선거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온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될 운명을 맞았다. 더불어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확인제도도 불가피하게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 등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 2010년 공동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표현의 자유를 사전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고 밝히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공익적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 게시판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이번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5는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반드시 실명 인증을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 등 140여 개가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등 정부가 직접 나서 온라인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은 그동안 끊임없이 있었다. 최근에도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이 삭제됐다. 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은 판사시절 ‘가카새끼 짬뽕’이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임용에서 탈락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또한, 옥션, SK커뮤니케이션즈, KT 등에서 수천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들이 유출되는 대규모 해킹 사건이 빈발하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미디어오늘>의 이완기 편집국장은 이번 헌재의 판결에 대해 “시대에 뒤처진 낡은 제도에 위헌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인터넷 실명제 뿐 아니라 주민등록제도 등 낡은 제도들에도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도 논평을 내 헌재의 위헌판결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과도한 욕심이 결국 오늘의 이와 같은 위헌 결정에 이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게임 실명제 등 정보통신망법 외 다른 법률에 산재해 있는 인터넷 실명제 또한 오늘의 위헌 취지를 존중하여 폐지하는 법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에 따라, 선거 때마다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선거실명제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10년 2월, 헌재는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5대3으로 합헌결정을 내놨다. 그러나 선거관리 주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 선거실명제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고, 언론사들에서도 실명제 반발이 확산됨에 따라 정치권 내에서도 선거실명제 폐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2010년 5월 방한한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인터넷 실명제가 사전 검열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 실시되는 인터넷 언론사의 실명제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헌재의 이번 위헌결정으로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인터넷 실명제 자체가 폐기되면서 선거시기 실명제를 유지 할 법리적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선거 실명제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을 비롯한 선거시기마다 언론사 인터넷 페이지에 실명제를 요구해왔고 실명제를 시행하지 않은 언론사는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참세상>도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실명제 실시를 거부해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70829
'인터넷 실명제' 5년 만에 퇴장... 헌재 전원일치 위헌 (오마이뉴스, 12.08.23 15:31, 김시연(staright))
헌재 "실효성 없고 표현의 자유 침해"... 시민단체-인터넷업계 '환영'
'인터넷 실명제'가 결국 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미네르바법' 위헌, 'SNS 선거' 허용에 이어 헌재가 또다시 '표현의 자유'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23일 오후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이강국 소장은 "본인확인제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 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인터넷 게시판 사업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0년 1월과 4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 인터넷 언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통제권, 평등권 등에 위배된다며 각각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불법정보 게시 억제'라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 명예훼손 등 불법 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차별" 문제 등으로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봤다.
오히려 "본인확인제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며 청구인들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 5 제 1항 제 2호와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 제1항에 따라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글이나 댓글을 올릴 때 반드시 '실명 인증'하도록 해왔다. 2012년 8월 현재 실명 인증이 의무화된 사이트는 주요 포털과 언론사 등 140여 곳에 이른다.
'본인확인제'는 지난 2007년 인터넷상 익명 명예훼손과 악성 댓글을 막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지난 2009년엔 유튜브가 인터넷실명제 적용을 피하려 한국 계정을 통한 동영상 게시를 차단하면서 국내 기업 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옥션, SK컴즈, KT 등 대규모 해킹 사건이 잇따르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방통위 역시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상 주민번호 사용을 금지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주민번호 사용은 전면 금지됐지만 본인확인제는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도 본인 확인시 주민번호 대체수단 확보에 골몰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의 헌법소원을 지원했던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날 결정에 대해 "구구절절 옳은 말이며 인터넷 본인확인제가 처음 입안되던 당시서부터 우리가 지적해 왔던 문제들"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과도한 욕심이 결국 오늘의 이와 같은 위헌 결정에 이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그 사이 전국민의 주민번호가 전세계 인터넷에 이미 유출되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게임 실명제, 공직선거법 등 다른 법률에 남아 있는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를 지켜본 포털업계 한 관계자 역시 "만시지탄이지만 제자리로 돌아와 다행"이라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는 물론 국내 사업자 역차별과 인터넷 생태계 왜곡을 가져왔던 대표적 규제에 위헌 결정이 남으로써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 확보와 생태계가 진일보하게됐다"고 환영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라면서 "이번 결정이 한국 인터넷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현행 규제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0년 12월 이른바 '미네르바법(허위통신죄)' 위헌 결정, 지난해 12월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공직선거법)' 한정위헌 결정 등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전향적 결정을 잇따라 내놨지만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 심의에 대해선 5대 3 합헌 결정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도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야당 추천 1명이 공석인 데다 김종대·민형기(대법원장 추천)·이동흡(새누리당 추천)·목영준(여야합의 추천) 등 재판관 4명은 다음 달 1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시민단체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퇴임을 앞둔 재판관들은 '전원일치 위헌'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448
퇴출된 인터넷 실명제, 그 오욕과 삽질의 역사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2012-08-23  16:27:45)
[해설] 오락가락 원칙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 세계적 망신거리… “만시지탄이지만 다행”
도입 5년 만에 퇴출될 운명에 놓인 인터넷 실명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부끄러운 제도였다. 하루 방문자 10만명 이상의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려면 실명 확인을 하도록 의무화한 이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웃음거리가 됐다.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중국이 도입을 검토한 적 있는 정도다.
2007년 7월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는 당초 하루 방문자 30만명 이상 사이트를 대상으로 적용됐으나 2009년 4월 하루 방문자 10만명 이상 사이트로 확대됐다. 2009년 4월 구글은 유튜브 사이트에 인터넷실명제를 적용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저항해 한국 계정의 동영상 업로드와 댓글 기능을 차단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인터넷 실명제에 정면으로 대항한 해외 서비스는 유튜브가 처음이었다. 유튜브는 “국적을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로 바꾸면 본인 확인 없이도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버젓이 우회 경로를 공지해 방통위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후 2009년 12월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본인 확인 없이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게 돼 유튜브에 인터넷실명제를 적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방통위는 결국 유튜브는 인터넷실명제 대상이 아니라는 굴욕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방통위는 지난해 “국내에서 유튜브에 접속할 때 주소가 kr.youtube.com이었는데 현재는 www.youtube.com으로 바뀌어서 실명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인터넷실명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2010년 4월 블로터닷넷을 시작으로 댓글을 폐쇄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이른바 소셜 댓글을 도입하는 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위터에서는 얼마든지 익명으로 계정을 만들 수 있다. 트위터로 로그인하면 익명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데 여전히 일반 계정은 실명 인증을 해야 하는 어색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계속돼 왔다.
해외 서비스에는 인터넷 실명제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역차별 논란도 제기됐다. 이를 테면 포털 사이트 네이버나 다음에 동영상을 올리려면 실명 인증을 해야 하지만 유튜브에는 얼마든지 익명으로 올릴 수 있다. 거의 비슷한 서비스지만 다음 티스토리는 실명제 사이트고 구글 텍스트큐브는 아니다.
방통위는 한때 소셜 댓글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유야무야됐다. 방통위에서 여러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애초에 해외 사이트에 실명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올해 4월 국회의원 선거 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언론사들에 소셜 댓글 실명제를 의무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픽플소프트나 라이블리 등 소셜 댓글 사이트에 인터넷 실명제를 강제했는데 미디어오늘 등은 이를 거부하고 소셜 댓글 자체를 전면 차단했다. 선거법에 규정된 실명제는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난 정보통신법상 실명제와 다른 제도지만 역시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인터넷 주인찾기’가 주최한 인터넷 실명제 컨퍼런스에서는 다양한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우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해외 교포나 그 자녀들의 경우 한국 사이트의 접근이 원천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어린이 전용 사이트의 경우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돼 있어서 부모가 없는 어린이의 경우 가입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실명제가 개인정보 유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실명제 적용 대상 사이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관행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문화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병찬 변호사는 “흔히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하지만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가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정치권력을 비판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익명 또는 가명으로 이뤄지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로거 새드개그맨은 “인터넷 실명제는 애초에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문제가 된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9월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소개하면서 “한국에서의 경험은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 정보 보호 차원이 아니라 아랍의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업의 기밀을 폭로하려는 내부 고발자에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또 “현실의 세계는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우며 익명의 개인들로 넘쳐난다"면서 "인터넷도 마찬가지로 내버려두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을 이제라도 폐지해 돼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혀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기정사실화했다.
미디어오늘과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해 4월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본인 확인제는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막는 등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고, 언론사에 개인 정보 저장·유출 방지 등 기술적 조치에 대한 경제 부담까지 이중으로 지우고 있다"며 헌법 소원 이유를 밝힌 바 있다.
 
http://act.jinbo.net/drupal/node/7121
[논평] 인터넷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 (2012년 8월 23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헌법재판소는 오늘(8/23)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본인확인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등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오늘 위헌 결정에 이른 사건은 지난 2010년 4월 진보넷이 지원하고 미디어오늘이 청구한 사건으로서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
헌법재판소는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특히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하였다. 반면에 본인확인제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며 인터넷 본인확인제가 처음 입안되던 당시서부터 우리가 지적해 왔던 문제들이다.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과도한 욕심이 결국 오늘의 이와 같은 위헌 결정에 이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전국민의 주민번호가 전세계 인터넷에 이미 유출되었으며, 한국의 인터넷이 세계 시민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음은 물론이다. 보이스피싱에 재산을 잃고 목숨을 버린 이들도 있었다. 향후 정부와 국회는  절대로 이와 같이 바보 같은 인터넷 통제 정책을 시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정부와 국회는, 게임 실명제 등 정보통신망법 외 다른 법률에 산재해 있는 인터넷 실명제 또한 오늘의 위헌 취지를 존중하여 폐지하는 법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8일 시행하기 시작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의하여 본인확인을 한다는 명분으로 신용정보업체들과 KT 등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독점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 및 이용하도록 보장하는 정책도 명분을 잃게 되었다. 본인확인제가 위헌인 이상 본인확인제를 명분으로 한 인터넷 기업들의 모든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이 즉시 중지되고 보관된 주민번호가 폐기되어야 한다.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회복시키기 위한 첫걸음이 이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http://www.newjinbo.org/n_news/news/view.html?no=1182
[정책논평] 헌법재판소의 게시판 실명제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 (진보신당(준) 정책위원회, 2012/08/23 18:42)
헌법재판소는 8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게시판 실명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진보신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환영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 제44조의5 등이 규정하고 있는 인터넷 본인확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규정들이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열거하고 있는 법률의 자의성,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표현 및 언론의 자유 침해, 프라이버시권 침해 등 게시판 실명제가 가진 모든 위헌적 요소의 출발과 종착이 여기 있다.
애초부터 온라인에 검문소를 세우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온라인의 특수성이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무식의 소치였다. 오프라인과 정체성을 달리하는 첨단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민증을 까라’는 석기시대적 요구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외면했다. 관료적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시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그런 시공간을 보장하는 것이 유익함을 “IT 강국” 대한민국 정부는 인정할 수 없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정부의 무지하기 짝이 없는 발상을 국회가 법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망법 이외에 대표적인 사례가 공직선거법 상의 게시판 실명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게시판 실명제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회는 법 개정을 미루고 넘어갔다.
지난 수 년 간 진보신당을 비롯한 온갖 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는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열거된 그 모든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앞세웠던 노무현 정부는 어거지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했고, 국격을 앞세우는 이명박 정부는 이 제도를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써왔다.
그 결과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억압되었고,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인증으로 인해 개인정보는 하염없이 유출되었으며, 온라인에서 익명성을 없애버리겠다는 몰지각한 태도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어왔다. 전 정부의 국익과 현 정부의 국격이 실제로는 주권자인 국민들을 국제적 망신거리로 만들어왔던 것이다. 국회 역시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망법의 규정은 위헌으로 결정됨으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늦게나마 잘못이 바로 잡히게 된 것을 다시 한 번 환영한다. 그러나 아직도 공직선거법 상의 게시판 실명제와 게임 실명제 등 요소요소에 실명제가 남아있다. 진보신당은 정부와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하여 하루 속히 온라인상의 모든 실명제를 폐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it/548436.html
‘인터넷실명제’ 위헌, 업계 “만세 부르고 싶은 심정” (한겨레, 이순혁 기자, 2012.08.23 19:01)
실제 인터넷실명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규제로, 국내 인터넷 이용 환경의 ‘갈라파고스화’를 부른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7월, 하루 방문자 30만명 이상 사이트의 게시판은 실명 확인을 거친 뒤에만 글을 올릴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른바 인터넷실명제의 시작이다. 당시 정부가 내건 명분은 악성 댓글을 없애야 한다는 점이었다.
법률 시행 뒤 악플 감소 효과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반면, 부작용은 커져만 갔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실명제를 위한 주민등록번호 수집·저장은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조장했다. 인터넷상의 불법행위 수사는 아이피(IP) 추적으로 가능하고, 1% 미만인 악플러를 제한하기 위해 99%에게도 족쇄를 채우는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콘텐츠에 국외 인터넷 이용자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었지만, 정부는 되레 2009년 1월 인터넷실명제 적용 대상을 하루 방문자 30만명 이상 사이트에서 10만명 이상 사이트로 대폭 확대했다. 정권 초기 인터넷언론에서 시작된 여론몰이로 ‘미국 쇠고기 광우병 파동을 겪었다’는 정권 차원의 피해의식이 작용한 결과였다.
이에 2009년 초 참여연대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과 미디어오늘 등이 인터넷실명제 위헌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세월이 흐르며 정부 쪽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해 4월 방송통신위원회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의 실명제 적용 예외 방침을 밝혔다. 국외 사업자에게 인터넷실명제를 강제할 수도 없고, 국내 이용자 피해만 부를 게 뻔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실명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의 이번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뒤늦었지만 완벽한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 증가, 법 시행 효과(악성댓글 감소) 미미,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 등 실명제의 문제점이 두루 지적됐다”며 “‘사전 검열’을 넘어서고 포괄하는 ‘사전 제한’이라는 개념으로 법률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기업기업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어 “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킨 전봇대가 이제라도 뽑히게 돼 다행스럽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국 인터넷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다른 여러가지 규제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실명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재 결정의 내용과 취지를 바탕으로 명예훼손 분쟁처리기능 강화, 사업자 자율규제 활성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208/h2012082321135621500.htm
악성 댓글 근절효과 없고 SNS 대중화 탓 이미 무용지물로 (한국, 최연진 허재경기자, 2012.08.23 21:13:56)
[헌재 결정] ■ 인터넷실명제 위헌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주민등록번호 없는 외국인 역차별 논란도
네티즌·업계는 환영
당장 대선 댓글테러 등 사이버질서 유지 관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터넷실명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결국 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이제 실명인증 절차 없이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포털 등은 댓글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실명확인 없이 글을 올리려면 며칠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사실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침해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튜브 등 해외사이트들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본사 방침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인터넷실명제 적용을 실질적으로 거부했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역시 실명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과 SNS가 연동돼 사실상 본인확인 절차 없이도 댓글을 남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인터넷실명제는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에도 악성 댓글은 끊이질 않았고 이로 인해 연예인이나 10대 청소년들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계속되자, 인터넷실명제는 존재감마저 무력해졌다. 괜히 주민번호만 입력토록 해 개인정보유출의 빌미만 준다는 지적, 주민번호가 없는 외국인들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하는 역차별 논란까지 시행기간 내내 비판은 끊이질 않았다.
문제는 인터넷실명제가 사라진 이후, 사이버 질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있다. 어차피 인터넷실명제도 무기력하긴 했지만, 익명이 보장됨에 따라 더 난무할 수도 있는 악성 댓글과 이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해결할 지 현재로선 대책이 없는 상태다. 당장 12월 대선을 앞두고 상대 정치인에 대한 무차별 '댓글 테러'상황도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이날 헌재결정 이후 입장자료를 통해 "헌재 결정의 내용과 취지를 바탕으로 명예훼손 분쟁 처리 기능을 강화하고 사업자 자율 규제 활성화 등 보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악성 댓글 등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위헌소송이 제기된 게 2년 전인데 방통위가 아무 대책이 없다는 건 무책임하고 안이한 태도"라며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824003005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파장] 공익보다 ‘익명표현 자유·개인정보 보호’의 손을 들다 (서울, 김승훈·홍인기기자, 2012-08-24 3면)
‘인터넷 실명제’ 전원일치 위헌 결정 왜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 이용자들은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확인제 시행 후 명예훼손 등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했다는 증거도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도피하는 등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숱한 논란을 낳았던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가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도입 5년 만에 폐지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인터넷 규제 정책 개선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무분별한 인신 공격성 악플로 유명 가수와 연예인이 자살까지 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실명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헌재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보호 및 프라이버시를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로 인터넷 실명제의 공익적 필요성보다 1차적으로는 익명 표현의 자유, 2차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가 더 중요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성을 악용한 불법 정보나 인신공격을 막아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헌재는 입법 취지는 정당하다고 봤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제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 이용자들은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최근 포털사이트 해킹 등 개인정보 집단 유출에 따른 개인 피해 위험성도 크게 봤다. 헌재는 “본인확인제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게시물이 삭제되지 않는 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기한으로 저장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튜브가 2009년 본인확인제에 반대해 국내 게시판 기능을 없앤 점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 등장도 고려했다. 헌재는 “본인확인제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SNS 등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재의 이번 판결로 허위 정보를 통한 여론 오도,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에 대한 인격 폄하 등의 악성 댓글이 범람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2007년 가수 유니는 네티즌의 악플 때문에 자살했다. 이어 2008년 10월에는 배우 최진실씨도 악플 때문에 자살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에서 나아가 인터넷 현명제(아이디가 아닌 실명으로 글을 올리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상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헌재는 인터넷 주소 등을 통해 가해자를 찾아낼 수 있고, 게시판 관리자가 정보를 삭제하거나 민·형사상 소송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후 규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헌재 결정으로 기존의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 제약도 많이 완화될 전망이다. 헌재는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올릴 경우,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는 결정을 2010년에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헌재 관계자는 “이번 위헌 결정으로 2010년 결정의 효력이 바로 없어지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이번 판결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해석해 앞으로는 그 효력을 감소시킬 것이고, 2010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조항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면 효력이 상실된다.”고 말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824003004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파장] “그동안 인터넷 생태계 왜곡” “자율규제 강화” (서울, 홍혜정기자, 2012-08-24 3면)
인터넷업계·방통위 반응
인터넷 업계는 23일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 위헌 결정을 적극 환영했다.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구글 등 주요 포털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였다.”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을 폐지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의 결정이 한국 인터넷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현행 규제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NHN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이용자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그는 “다만 일부 이용자에 의한 타인의 명예훼손 게시글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글들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적절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관련법 개정에 착수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헌재 결정문을 받아본 후 어떤 부분이 부합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조항을 개정하겠다.”면서 “명예훼손 분쟁처리 기능 강화와 사업자 자율규제 활성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449
악플 줄인다더니, 인터넷 댓글 전반적으로 위축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2012-08-23  16:40:10)
[해설] 전 국민을 예비 범죄자 취급… 사전검열 논란에 “정보유출 근본 원인” 지적도
23일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은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실상 국가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수차례 나왔다. ‘인터넷 강국’은 해외 언론에 의해 놀림거리가 됐다. 각종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토대’를 닦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헌재의 이날 판결은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하나의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터넷 강국’의 부끄러운 ‘과거’
인터넷은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 정보가 공유되는 공간이다. 익명성은 인터넷 상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장하는 기본 특성이자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인터넷에 ‘이름’을 붙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정부는 2003년 3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이 같은 구상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는 한 발 물러서 정부기관에 한해서 우선 도입하되, 민간 분야에 대해서는 ‘운영지침’을 만들어 도입을 권고하는 방안을 내놨다. 
2005년 6월에는, ‘익명에 의한 사이버명예훼손이 빈발’한다는 이유로 관계장관회의에서 민간분야에 대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 방침이 결정됐다. 이후 정부는 공청회 등 여론수렴 작업을 거쳐 2006년 7월28일 당시 열린우리당과 함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 초기, 정보통신부는 1150개 공공기관 등과 일일평균 이용자수 30만명 이상인 35개 사업자(16개 포털 및 5개 UCC 사업자)와 일일평균 이용자수 20만명 이상인 언론사가 운영하는 게시판에 대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09년 1월에는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인 사이트로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따라 쇼핑 및 경매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게임사이트, 생활·레저 사이트 등116개 사이트를 새롭게 지정했다. 모두 합쳐 적용 대상은 158개였다. (정부기관 제외)
이후 2010년에는 167개 사이트, 2011년에는 146개 웹사이트가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로 지정됐다. 블로그나 개인홈페이지, 카페를 비롯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 서비스는 “사적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라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남긴 것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도입 논의 당시부터 논란에 시달렸다. 익명에 의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저해한다는 비판이었다. 또 정부가 전 국민을 ‘예비범죄자’로 간주해 사실상 사전검열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되풀이됐다. 역차별 논란도 제기됐다.
정부는 도입 당시 악성댓글 등 이른바 사이버 테러로 인한 ‘개인 정보 침해’와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용자의 ‘자기 책임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논리는 거센 비판 논리에 직면했다.
가장 큰 비판은 ‘과잉 규제’ 논란이었다. 악성 댓글이나 불법정보 등을 방지하겠다는 이유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익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익명에 의한 표현의 자유는 정부가 언제든 게시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가볍게 ‘묵살’됐고, 정부는 드넓은 인터넷의 ‘바다’를 물 맑은 ‘어항’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제도 도입의 가장 큰 취지였던 악성댓글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악성댓글의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던 반면, 전체 댓글 수는 크게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신원 노출을 우려한 사용자들이 아예 표현을 하지 않는 ‘검열’ 효과를 낳은 것이다. 정부도 제도 실시 이후 악성댓글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신뢰할 만한 자료를 내놓지 못한 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식의 ‘해명’만 늘어놓는 상황이었다.
다양한 차원에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2009년 4월 구글코리아는 자사 인터넷 서비스인 유튜브의 한국 서비스가 본인확인제 실시 대상으로 지정되자 한국 사용자들에 대해 업로드를 금지했다. 공개적인 항의 표시였다. 구글은 “표현의 자유 원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교활한 편법"이라고 비판했지만, 해답은 없었다.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운영 중이던 청와대는 국적을 바꿔 동영상을 올리는 촌극을 빚었다. 결국 방통위는 이듬해 새로 적용 대상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유튜브를 제외시켰다. ‘도메인이 국외에 있다’는 논리였지만, 궁색한 논리는 옹색한 정책을 거꾸로 증언하는 꼴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서비스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거셌다. 일례로 동영상 콘텐츠 업체인 판도라TV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실시 이후 트래픽이 20% 이상 감소했다며 공개질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도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국내 인터넷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 댓글' 서비스의 등장으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유명무실화 됐다. 2010년 7월, 블로터닷넷은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소셜댓글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소셜댓글은 각 언론사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적용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지만, 논의는 흐지부지 됐다. 
모바일 게시판이나 SNS에 대해서는 본인확인제가 적용되지 않는 문제도 역차별적 요소로 남아 있었다. 주민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의 경우는 인터넷 이용이 아예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통제’ 효과를 낳기도 했다. 제도 도입의 실익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부담은 온전히 서비스사업자의 몫이었다. 개인정보를 입력 받은 사업자들이 이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해킹에 대비해야 하는 추가비용을 치러야 하고, 만약 유출됐을 경우 이에 대한 법적·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정보통신망법의 해당 조항은 이용자가 게시글을 삭제한 뒤 6개월이 경과한 날까지 개인정보 보관 책임이 사업자게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용자가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는 이상, 사용자는 개인들의 정보를 사실상 무기한 보관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미디어오늘은 본인확인제 의무 대상으로 지정되자, 이를 거부하고 2010년 4월13일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독자들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등 언론사로서의 취재활동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총선에서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실명확인을 거쳐야 댓글을 달 수 있게 하는 선관위의 ‘인터넷 실명제’ 방침에 반대하는 뜻으로 댓글서비스를 차단하기도 했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여타 인터넷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32300005&code=940301
헌재 “인터넷 실명제, 익명의 약자 ‘표현의 자유’ 막을 만큼 공익효과 없다” (경향, 이범준 기자, 2012-08-23 23:00:00)
ㆍ5년 만에 퇴출 배경… 불법게시글 안 줄고 개인정보 줄줄이 유출
헌법재판소가 23일 ‘인터넷 실명제’에 위헌을 선고한 핵심 근거는 ‘익명표현의 자유’다. 헌재가 이를 근거로 위헌을 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결정은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한 단계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익명표현의 자유는 선진국에서는 50여년 전부터 인정돼온 기본권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은 1960년 ‘탈리 대 캘리포니아(Talley vs. California)’ 사건에서 “전단배포자의 신원 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권리(right to anonymous speech)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미국이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익명표현을 허용하는 것도 이런 전통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가 익명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선거 기간에 언론사 인터넷에 지지·반대글을 적을 때는 실명을 확인토록 한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다. 2010년 2월 헌재는 ‘익명표현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는 것만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헌재가 이 조항에 내린 결론은 합헌이었다. 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이 익명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위헌을 주장했을 뿐이다. 두 재판관은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이번에 헌재가 인터넷 실명제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이들의 소수의견을 확장한 결과다.
헌재는 또 실명제가 헌법적 근거는 물론 실효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2011년 기준으로 146개의 사이트가 강제 실명제 대상에 해당돼 사실상 전면적인 실명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전과 비교해 명예훼손·모욕·비방 게시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헌재는 밝혔다. 더구나 외국에는 없는 제약 때문에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이동하는 바람에 법률은 무의미해지고 국내 사업자만 피해를 봤다고 했다.
정보통신망법에는 게시판의 글을 읽는 사람도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이런 부분이 지나치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란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업체의 실명 보관 기간이 글이 없어진 날부터 6개월이기 때문에 자진 삭제하지 않는 이상 실명이 사실상 무기한 보관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앞으로 인터넷 업체들은 실명제를 유지할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대신 인터넷 업체가 불법 게시물을 방치하면 관리 소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실명제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에 반대하는 누리꾼이 많아 방문자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명 확인을 없애는 대신 게시물 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인호 교수는 “헌재가 표현의 자유에는 적극적인데 이날 결정은 그 가운데서도 획기적인 결정”이라며 “해악이 있을 것이란 추측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32220485&code=940705
포털도 ‘실명제 위헌’ 반색 “자정 장치 충분… 부작용 없을 것” (경향, 이윤주 기자, 2012-08-23 22:20:48)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자 포털 등 국내 인터넷업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NHN(네이버)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150여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3일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킨 대표적인 규제였다”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을 폐지하게 돼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포털을 포함한 인터넷 기업들은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사용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불필요하게 역차별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인터넷 사업자는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 뒤 악성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 등 이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실명제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등 수십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컸다. 지난해 7월 발생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가입자 3500만명 개인정보 유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7월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는 당초 하루 방문자 30만명 이상 사이트를 대상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2009년 4월부터는 하루 방문자 10만명 이상 사이트로 확대됐다. 당시 미국 기업인 구글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의 본인확인제 도입을 거부하고 한국 사이트의 댓글 기능을 폐지하기도 했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업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악성 댓글이나 신분 도용을 막기 위한 자정노력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돼도 당장 큰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예컨대 네이버는 욕설이나 선정적인 내용의 특정 ‘패턴’을 지정해 관련 단어나 문구가 올라오면 자동으로 필터링한다. 여기에 모니터링 직원이 상시 감시하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누리꾼끼리 악성 댓글이나 단순 비방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기능도 부여하고 있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털별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가 사라진다고 해서 갑자기 악성 댓글이 양산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본인인증을 하지 않더라도 IP주소 추적 등을 통해 문제가 됐을 경우 본인확인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32217535&code=940100
“당연한 결정” 환영 속 대선 앞두고 비방·흑색선전 글 우려도 (경향, 백인성·이지선 기자, 2012-08-23 22:17:53)
ㆍ인터넷 실명제 위헌… 학계·시민사회 반응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에 학계와 시민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직접 법을 적용받는 인터넷 기업들과 누리꾼들도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다른 법조항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에서 근거 없는 비방이나 흑색선전이 난무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23일 헌재의 결정에 “ ‘대한민국 인트라넷(내부망)’이라는 비아냥을 일소하는 진보적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여전히 위헌 요소가 남아 있는 다른 법의 인터넷 실명제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위헌 결정의 이유가 매우 분명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상의 실명제나 게임법상의 본인확인제도,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 등에 남아 있는 실명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에는 닷컴으로 통용되는 도메인 주소를 개인이 구입할 때 해외 업체를 통하면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국내 도메인 업체를 위해 구입할 경우 반드시 실명으로 구입해야 한다. 게임법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밤 12시 이후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인터넷 선거운동이 허용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조차 폐지 의견을 낸 제도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개인정보 수집과 제공에 대한 근거였던 인터넷 실명제에 위헌 판정을 내리면서 포털사이트 등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이유도, 지금까지 모아놓은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할 근거나 법적 강제력도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명제 폐지 이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최근 ‘박근혜 콘돔’ ‘안철수 룸살롱’ 등 근거 없는 단어가 검색어에 오르내린 것처럼 대선 국면에서는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이 굉장히 심해질 것”이라며 “누리꾼들의 자정 노력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은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헌재 결정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면서 “법의 당초 목적이 악성 댓글 등 부작용 우려 때문이었는데, 어떻게 방지할지가 감안됐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한 핵심 당직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무분별한 네거티브에 최대한 대응이 필요한 이때 선거 환경이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41012375&code=940301
헌재, ‘미네르바’·SNS 등 ‘표현의 자유’에 잇단 전향적 결정 (경향, 정제혁 기자, 2012-08-24 10:12:37)
이명박 정부 들어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법원과 헌재는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쪽으로 판단하는 추세다. 현 정권의 ‘표현의 자유 옥죄기’에 대한 사회적 반발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0년 12월 헌재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에 대해 위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공익’이라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수의 재판관은 ‘허위사실’ 역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해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검찰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토론게시판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정부의 외환정책을 비판하는 허위의 글을 작성해 유포했다며 박씨를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헌재는 2010년 12월 통신비밀보호법 6조7항이 ‘헌법상 사생활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서울중앙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감청 또는 e메일 열람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은 뒤 2개월간 횟수 제한 없이 영장에 대한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헌재는 “법원이 거의 기각한 적이 없는 ‘연장 청구’를 통해 무기한 감청하는 것은 문제”라며 “수사상 감청 연장이 필요하다 해도 (절차가 엄격한) 재청구를 통해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헌재는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비롯한 온라인 매체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놨다. 선거법 93조1항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대통령선거 23일, 국회의원·지방선거 14일) 이전 180일까지는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중앙선관위와 검찰은 해당 기간 내 트위터나 인터넷 게시물에 정치적인 요소가 조금만 있어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헌재는 93조1항이 금지하는 사전선거운동 방식에서 ‘온라인 매체’는 제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 다른 기본권에 비해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32218025&code=940705
인터넷 실명제 위헌… ‘인터넷 언론 통제국’ 오명 벗을까 (경향, 권재현 기자, 2012-08-23 22:18:02)
헌법재판소가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릴 때 실명확인을 강제한 정부 조치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누리꾼들이 익명으로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심의·삭제를 명령할 수 있어 ‘인터넷 언론 통제국’이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2007년 7월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는 도입 때부터 과잉 규제 논란에 휩싸인 ‘문제 많은’ 제도였다. 누리꾼들은 “4차선 고속도로를 막고 일일이 운전자 신분을 확인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입 찬성론자들은 ‘인터넷에서의 익명성 보장이 악성 댓글의 주범이므로 실명확인을 하면 악성 댓글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과 달리 의사소통만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히려 네이트, 옥션, 넥슨 등 주요 포털사이트와 게임업체, 쇼핑몰 등을 통해 주민번호가 다량 유출되는 사고가 이어졌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이유로 과도하게 주민번호를 수집·보관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해커의 표적이 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탓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인터넷 실명제라는 규제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갈라파고스적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정부의 규제 조치를 금지한 헌재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헌재 결정은 정부의 의무화 조치에 제동을 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자율적으로 실명확인 시스템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실제 네이버 등은 인터넷 실명제가 의무화되기 전에도 자율적으로 주민번호 조회를 통한 신분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정부가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해 주민번호를 모을 수는 없지만 아이핀이나 공인인증서, 휴대폰 인증 등 대체수단을 통한 신분확인 절차는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실명제 폐지로 익명을 앞세운 악성 댓글이 인터넷 공간을 또다시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과 연동해 글을 올리는 ‘소셜댓글’ 방식을 통해 누리꾼 스스로 정제된 표현을 쓰거나 명예훼손 피해자의 관련 댓글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게시판 사업자들이 소명이나 입증 자료 없이도 곧바로 글을 내려주는 등 자율규제 방식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사실상 폐지됐지만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특정 표현을 문제삼아 시정요구를 명할 수 있는 심의권한도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국장은 “인터넷 실명제 폐지로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약한 장애물 하나가 해소된 것은 맞지만 콘텐츠에 대한 행정기관의 심의 규제라는 또 다른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우리도 외국처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후 처벌을 통한 자율규제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472

인터넷 실명제 사라지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할까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2012-08-24  18:03:45)
[뉴스분석] 보수언론의 호들갑, 헌재 판결 ‘왜곡’… 실명제 대신 더 센 걸로?
23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해위헌 판결을 내렸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24일자에서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한 가운데 조선일보 등 보수 성향 신문들은 우려를 쏟아냈다. ‘악성댓글을 막을 장치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더 센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모두 헌재의 판결 취지를 왜곡하는 주장들이다.
인터넷 실명제 없으면 악성댓글 늘어난다?
조선일보는 3면 분석기사에서 “네티즌의 신원을 확인할 인터넷 실명제마저 사라지면, 날로 늘어나는 인터넷의 부작용을 막을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며 우려를 전했다. 사설에선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비방·욕설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최소 제동장치’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헌재 결정이 인터넷을 이용해 인격 살인에 해당할 정도의 댓글을 달고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를 부추기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1면에서 “악성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과 정신적 충격에 따른 자살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라는 수식도 잊지 않았다. 제도가 사라져, ‘폐해’가 우려된다는 뉘앙스다.
중앙일보는 1면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실명제 족쇄 풀린 인터넷 12월 대선 악성댓글 비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6면에선 <흑색선전 무방비…보완 장치 서둘러야>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사설에선 “온라인 문화가 혼탁해질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정 취지에 동감한다”며 톤을 낮추긴 했지만, 환영보다는 우려에 비중이 실렸다.
그러나 ‘악성댓글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하려면, 인터넷 실명제 시행으로 악성댓글이 감소했다는 ‘팩트’가 확인되어야 한다. 보도 내용 중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오히려 실명제에도 불구하고 ‘악플러’는 위축되지 않았다는 게 다수의 연구로 확인됐다. 반면 일반 이용자의 댓글은 감소했다.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만 낳았다는 이야기다. 
방통위도 근거를 내세우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2010년 7월 헌법소원 관련 공개 변론에서도 방통위 측은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법익균형성도 인정되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항변’을 했을 뿐이었다. 조선일보도 “인터넷 실명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가 사실에 기초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아니라 헌재 판결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점도 문제다. 헌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본인확인제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익의 균형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벌 수위 더 높여라?
‘최소 제동장치’가 사라진 만큼, ‘더 센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인터넷 명예훼손에 대한 적발 가능성이 낮아졌으므로, 적발된 경우에는 벌칙을 더 무겁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일벌백계’를 하자는 것이다. “가해자들을 압박할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된다”는 우려도 그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사실과 다른 판단에 기대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수사당국이 가해자를 처벌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주민등록번호 대신 IP주소 추적으로도 글쓴이를 찾아낼 수 있다. IP 도용 가능성 등의 문제도 있지만, 그건 주민번호도 마찬가지다. 남는 건 수사당국의 ‘편의성’인데, 이를 위해 모든 국민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될 이유는 없다.
헌재의 판결도 같은 취지다. 헌재는 “입법목적은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규제·처벌 장치가 있다는 이야기다. 가해자 적발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에는 “통상의 불법행위에서도 발생하는 문제로써 일반적인 수사기법에 의하여 극복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신문들은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과 SNS에서 대선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릴 것”(동아일보 사설)이라는 등의 우려를 쏟아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헌재의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과도한 제한’이라는 이유로 위헌판결이 내려진 마당에, ‘더 과도한 제한’을 하자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범죄에 비해 인터넷 상 불법행위를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예방이 우선”(1면)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꼭 인터넷 실명제여야 할 이유도 없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20824_0011390063&cID=10301&pID=10300
선관위, 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 결론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2012-08-24 18:20:55)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에 선거와 관련해 규정된 인터넷 실명제도 폐지키로 결론 내렸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후 5시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법 제82조의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제' 폐지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하고 국회에 선거법 개정의견을 제출키로 했다.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이나 대화방에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할 경우 실명인증을 거쳐야 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헌재소의 위헌결정 효력이 선거법에 따른 인터넷 실명확인 규정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헌결정 취지를 고려할 때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 폐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중앙선관위는 헌재의 위헌결정 취지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도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단 실명제 폐지 후에도 허위사실 공표나 후보자 비방 등 선거법 위반행위는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중앙선관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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