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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관련 글 1 (2009년)

 

인권위원장 `합의제 무시' 내부비판 직면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2010/05/02 05:31)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의 합의제 특성을 무시하고 심의 중인 안건을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국회에 먼저 보고했다는 내부 비판에 잇따라 직면하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일부 인권위 위원은 "위원장이 인권위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절차마저 무시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인권위 핵심 관계자는 2일 "현 위원장이 지난 2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북한인권법 관련 내용을 인권위 공식 의견인 것처럼 국회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위원장이 국회 외통위 간사인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을 만나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제정, 인권위내 북한기록보존소 설치 등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인권법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지난달 12일 전원위에서 '북한인권법안 제정촉구' '민간재단 설립반대' '인권위 내에 북한기록보존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내용의 공식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통상 전원위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거나 해당 기관에 권고하는데, 인권의 내부의 말을 종합하면 현 위원장은 전원위 의결이 나오기도 전에 의견을 전달한 셈이다.
인권위의 한 직원이 지난달 초 북한인권법의 설명자료를 갖고 국회를 찾아간 것이 현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인권위의 일부 위원은 "인권위 전원위에서 논의 중인 사안을 국회에 보고한 것은 문제"라며 직원의 징계를 요구했고 당사자는 "인권위원들이 직무 범위를 넘어선 조치를 취하려 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 위원장과 위원들 간의 갈등은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부 위원은 "합의제 국가기관인 인권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중에 전원위 결론이 위원장이 먼저 전달한 의견과 같게 나왔다고는 해도 공식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위원은 "결론이 나지 않은 안건을 위원장이 위원회 전체 의견인 것처럼 설명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위원장 불신임 결의안도 고려할 수 있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 위원장은 합의제 기관의 특성을 무시한 만큼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 비서실은 "위원장이 김 의원을 교회에서 만나 인사를 했지만, 북한인권법 얘기를 할 자리는 아니었다. 다만 조직의 위기감을 느낄 때 국회에서 논의되는 사안과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잘 좀 챙겨달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 위원장이 직원에게 국회보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설령 지시를 내렸다 해도 부당한 지시도 아니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본능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인권위에 드리워진 '보수화' 그림자 (뉴시스 | 배민욱 기자 | 2010.05.02 06:01)
지난달 26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실. '박원순 소송'과 관련해 "국가는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라는 의견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할 지 여부에 대해 전원위원들간의 논의가 벌어졌다. 찬성한 위원들은 "국가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걸면 국민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에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맞섰다. 이날 위원 5명만 의견 표명에 찬성했다. 현병철 위원장을 포함해 6명의 위원은 반대 의견을 내놨다. 결국 팽팽한 논의 끝에 의견 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의 보수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이명박 정부 첫 국가인권위원장에 현 위원장이 임명된 이후부터다.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우리 사회의 중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책무가 있는 것이 인권위다. 하지만 인권위가 지나친 보수화로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 중요사항 침묵일관
인권위의 보수색채는 '박원순 소송' 의견표명 문제가 처음이 아니었다. 인권위는 지난달 8일 야간시위를 전면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관련 규정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공식 의견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11명 중 4명만이 찬성해 재적의원의 과반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안건은 지난 2월8일과 22일 전원위를 열어 논의했으나 불참 위원들의 의견수렴 등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다 이날 재상정된 것이었다. '위원들 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흉악범 얼굴 공개 여부 문제를 비롯해 정부·여당이 사형집행, 보호감호제 부활 등 형벌제도의 재도입 추진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인권위 안팎의 평가다.
◇인권위 보수화 원인은?
인권위의 보수화의 원인으로 전원위원회의 의결 과정과 전원위원들의 성향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전원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진보 성향 위원 6명과 현 위원장을 포함해 중도보수 성향 위원 5명 등으로 구성돼 전원위원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비상임위원으로 임기가 끝난 정재근(법명 법안) 스님 후임으로 한태식(법명 보광) 스님이 임명되면서 인권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인권위는 주요 안건과 사항을 의결할 때 다수결 원칙에 따른다. 그동안은 다수결 원칙에 따라 인권위가 진보적인 판단을 자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위원이 중도보수 성향보다 1명 더 많은 6명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박원순 소송과 야간시위 의견 표명 여부 결정 과정에서 보수성향의 위원들의 반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권시민단체들은 "권력을 감시하는 인권위가 친정부인사로 채워지고 있어 보수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보수화 경향 강해질 것" 우려
인권시민단체들은 인권위의 보수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와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인권문외한이고 반인권적인 인사들로 인권위원이 임명되고 있다"며 "인권위는 최소한의 인권적 수준에도 못 미치는 논의가 오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과 직결되는 여러 판결과 정책에 인권의 관점에서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인권위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가 없다"며 "인권위는 정말로 정권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사회연대는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하고 우리 사회의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존립목적을 가지고 있는 인권위가 형식적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며 "인권과 전혀 관계없는 인사들이 인권위원으로 임명되는 등 인권전담국가기구의 자기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기관으로써 그 존재감이 상실됐다"며 "인권공동체로부터 외면당하고 정치단체와 정치권의 눈치보는 인권위 더이상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인권위가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존립목적에 맞게 현 정부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친정부 보수성향 인사로 속속 채워지면서 현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인권위는 이런 상황일수록 현 정부에 대해 견제와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위원장의 ‘날치기 폐회’ (한겨레, 박수진 기자, 2010-01-07 오전 07:55:49)
‘용산참사 의견 표명’ 위원 60% 찬성 불구
“다음에 논의” 전원위 회의 일방적으로 저지

6일 인권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권위는 지난달 28일 오후 제24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용산참사와 관련한 의견을 법원에 표명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회의에서 참석 위원 10명 가운데 7명이 이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으나, 현 위원장은 ‘다음에 논의하자’며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했다. 인권위는 당시 용산참사 유가족이 서울고법에 ‘검찰의 경찰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한 데 대해 법원에 의견을 낼지 여부를 논의했다.
현 위원장은 회의에서 “용산참사 관련 안건은 사무처가 진행하던 사건으로, 위원들이 안건을 제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사무처가 진행하는 안건은 이미 예전에 종결된 진정 사건을 뜻하는 것으로, 이번 안건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며 회의 진행을 요구했고, 참석 위원 10명 중 과반수인 7명이 “의견 표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현 위원장은 갑자기 다음에 논의하자는 뜻을 짧게 밝힌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폐회를 선언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인권위 위원들은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행동’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 상임위원은 “인권위는 합의제 기구로 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는 안건을 다음 회의로 미루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인권위원은 “전원위원회에서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맡으며, 모든 위원들과 똑같이 한 표를 갖고 있을 뿐”이라며 “위원장이 인권위원을 무시한 인권위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권위원들은 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사과를 요구했고, 현 위원장은 저녁 8시께 회의장으로 와 위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인권위 비상임위원(서울대 교수)은 “재정신청 제도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으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은 이들에게 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라며 “인권위가 용산참사 유가족의 재판받을 권리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인권기구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권위는 정치적 고려 없이 인권의 잣대만을 가지고 정부 기관에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때 그 존재 의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용산참사 관련 안건은 오는 11일 열리는 전원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인권위, 현병철의 독재기구 됐다” (레디앙, 2010년 01월 08일 (금) 16:05:15 손기영 기자)
인권단체들, ‘회의 폐회’ 사태 규탄…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성명서> 용산참사 의견표명 ‘날치기 폐회’로 막은 현병철 위원장, 국가인권위의 ‘독재자’로 군림하는 현병철은 사퇴하라! (2010년 1월 8일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인권단체연석회의)
국가인권위가 현병철 위원장의 ‘독재기구’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표명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현병철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 폐회 선언을 했다는 사실이 7일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날 전원위에는 10명의 위원이 참석하였고, 이 중 과반수가 넘는 7명이 ‘의견표명에 찬성한다’고 의견이 모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위원장은 안건 상정 절차에 문제제기를 하며 갑자기 회의를 폐회하고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현위원장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면서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독재’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대목이다.
현위원장의 이런 독단적인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월 1일 열린 임시전원위원회에서 MBC ‘피디수첩’ 관련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내기 위한 자리에서 현위원장은 ‘방송내용이 허위사실에 바탕한 악의적인 보도’라고 판단하며 자신이 결제한 안건에 대해 스스로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킨 바 있다. 이로써 언론의 자유를 둘러싼 중요한 재판에 대해 인권위가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한 상황을 위원장이 만든 것이다.
현위원장이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현위원장 본인은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국가인권기구의 수장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내부의 민주성조차도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인권위원장 자리에 대한 욕심, 정권에 대한 충성으로밖에는 도저히 해석이 되지 않는다. 현위원장은 지난 12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정사건은 취임 전 기간보다 크게 늘었고, (권고) 수용도 증가, 사건 처리도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 사건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 만큼 국민들에게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것이 현위원장 본인의 성과물은 아닌 것이다. 또한 피디수첩과 용산참사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사건에 대해서는 의견표명을 부결시키거나 회피하는 등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자격 없음을 넘어 비겁하기 까지한 모습이다.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 총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참사에 대해 인권위는 무얼 하고 있는가. 현위원장은 지난해 9월 임진강 황강댐 방류로 인해 6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방류 경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당국에 대해 ‘생명권 존중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용산참사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날치기로 회의 폐회 선언을 하며 의견표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현위원장은 취임한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 까지도 용산참사 현장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현위원장은 ‘생명’에 대한 존귀를 따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인가.
용산참사 재판은 1심이 끝나고, 2심을 준비하고 있다. 1심 재판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수사기록 3천쪽이 공개되지 않아 피고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였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판결을 내려 절망과 좌절을 안겨 주었다. 인권위는 ‘인권’의 관점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을 재판부에 오래전에 전달을 했어야 마땅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늦은 상황에서 논의와 의결을 가로막고 있는 현위원장은 ‘인권’위원장이 맞는가.
이번 현위원장의 행위는 ‘사과’로써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본인의 입으로도 말했듯이 날치기 폐회선언은 “독재자”나 할 수 있는 행위이고, 절대로 국가인권기구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현위원장은 그 회의장에 있던 인권위원들만 기만한 것이 아니다. 용산참사로 사망한 사람들과 그 유족들, 그리고 함께 싸우고 있는 사람들, 또 재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기만한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현위원장은 본인이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권의 가치를 짓밟고 기만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의 기만은 안 된다. 현병철 위원장은 버티기는 그만하고 당장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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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첫 대통령보고 앞둔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선물? (프레시안, 성현석 강이현 기자, 2009-12-02 오후 5:33:05)
자신이 상정한 안건에 반대표, 부결시켜…인권위 사상 초유의 사태
자신이 결재한 안건을 스스로 부정하는 위원장.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이런 일이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특별 보고를 앞두고 있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1일 오전 7시, 인권위 임시 전원위가 열렸다. 오는 21일 결심 공판을 앞둔 문화방송(MBC) <PD수첩> 관련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이 낸 이 소송은, '언론의 자유'라는 인권 의제와 관계가 있다. 인권위 사무처가 전원위에 상정한 의견은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때 언론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의견은 부결됐다. 인권위원장을 포함한 인권위원 11명 가운데 10명이 참가한 이날 전원위에서 찬성 의견을 낸 위원은 5명, 반대한 위원은 5명이었다. 재적 과반수(11명 가운데 6명)가 찬성해야 한다는 인권위 규정에 따라 부결된 것.
특이한 것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다른 인권위원들 사이의 의견은 '5대 4'로 찬성 입장이 우세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전원위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위원장이 반대한 것은 위원회 설립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원위에 상정된 의견은 인권위 사무처가 마련한 입장으로, 위원장의 결재를 거친 것이기 때문이다. 사무처의 의견에 반대한다면, 사무처를 통할하는 위원장이 결재를 하지 않았으리라는 설명이다.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경우가 몹시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형식논리로만 따지면, 설명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원장은 안건을 상정하는 것에 동의했을 뿐, 의견 자체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현 위원장은 <PD수첩>의 방송 내용이 허위 사실에 바탕한 악의적인 보도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위 주변에서는 이런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소속 배여진 활동가는 "첫 대통령 특별보고를 앞둔 현 위원장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위원장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6대 4로 의견이 통과된다는 점을 고려해 내린 무리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는 행정부 소속 부처와 달리, 독립기구인 인권위는 대통령 특별보고를 한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전임 안경환 위원장 시절에는 대통령 특별보고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 안에 대통령 특별보고가 예정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인권위 보고인 셈이다. 배여진 활동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코드를 맞췄던 현 위원장이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취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 역시 "<PD수첩> 재판은 공직자의 정책 수행에 대한 비판 수위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둘러싼 중요한 재판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을 내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유엔, 한국 국가인권위 권한 축소 우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2009-11-11 오전 07:04:44)
법원의 유엔규약 외면 등 지적…호주제 폐지는 호평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10일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인력 및 기능, 권한 등의 축소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우리나라 정부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이하 사회권 규약) 이행 여부에 대한 첫날 심의에서 11명의 위원들 가운데 무려 8명이 현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의 인력과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유엔 위원들은 현 정부 들어 인권위 인력이 30% 가까이 줄어드는 등 규모와 예산이 크게 축소됐는데 이를 단순히 경제위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인권위원장에 인권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인사가 임명된 점을 지적했다. 필레이 위원은 "한국 정부가 국가인권위와 비정부기구(NGO) 등을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권위의 규모와 예산을 대폭 줄이고 인권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없는 인권위원장을 임명한 것을 보면 한국정부가 과연 유엔 사회권 규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국가인권위 설립 과정에 참여한 단단 위원은 "한국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지난달 아시아인권위원회(AHRC)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ICC)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인권등급을 A에서 B로 낮출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아는데 이는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ICC는 각국 인권기관이 국제적 기준에 맞는지를 심사해 등급을 매기는 기구로 내주 등급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한국의 등급 재조정 문제를 비공개로 논의할 예정이며, B등급이 되면 ICC 선거권을 잃는다.
유엔 위원들은 또 국제법과 국내법이 동일한 효력을 갖는데도 우리나라 법원이 유엔 사회권 규약을 판결에 원용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고,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의 이중차별 및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문제도 제기했다. 반면 유엔 위원들은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사회적 관행과 법률로 유지해온 호주제를 폐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성주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를 단장으로 한 정부 대표단은 인권위 축소 논란에 대해 "실제 감축된 인권위 인력은 21%이며, 작고 효율적인 정부조직을 만들기 위한 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인권위의 기능과 권한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며 "인권위가 기능과 권한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11일에는 용산 화재참사 등 강제철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영향, 미등록 이주 노동자, 대학 등록금 문제 등을 논의한다.
 
[사설]국제사회의 인권 우려 외면하지 말라 (경향, 2009-11-13 03:12:50)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의 위원들이 한국의 용산참사를 비롯한 재개발 사업의 부작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약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위원들은 용산강제철거 절차의 적법성과 인명 피해를 초래한 경찰 농성 진압의 적절성 등을 따졌다. 장례와 보상, 정부의 공식 사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문제도 지적됐다. 또 국가인권위의 인력이 30% 가까이 줄어드는 등 규모와 예산이 축소된 점을 들어 한국 정부가 유엔 사회권 규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 대표단의 답변은 국내에서 익히 들어온 것들이었다. 인권위 축소에 대해서는 실제로 감축된 인력은 21%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용산 진압 문제에 대해서도 “공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점거농성을 진압한 것이지 강제철거와는 관계가 없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런 답변이 위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한 위원은 우리 대표단에 ‘강제퇴거’의 개념을 주지시켰다고 한다. 8년 만에 유엔 사회권 규약 심의를 받게 된 한국은 이번에 외교통상부, 법무부, 노동부 등 12개 부처에서 32명의 사상 최대 규모 대표단을 보냈다. 하지만 인권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인권기준에 대한 무지를 국제적으로 공개한 셈이 됐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치·경제·사회·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민주화 20년의 성과가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목도한다. 인권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사회 전반의 보수화와 양극화 심화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지도자에게 필수적인 것은 ‘국제감각’이라고 했다.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고 역설한다. 국제감각과 선진화를 강조하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북한처럼 외면하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MB정부 인권위 권고 수용률 0%" (프레시안, 김하영 기자, 2009-11-13 오후 12:09:54)
인권위 국감, 김재윤 "힘빼기 위한 노골적 무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수용률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 조직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권고를 무시해 존재감 자체를 없애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인권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근거로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에 따라 인권에 관한 법령·제도·정책·관행에 대해 8건의 권고를 했지만 국가기관에서 이를 수용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02년에는 권고 7건에 수용 4건, 일부수용 2건, 불수용 1건이었고, 2003년에도 9건 권고에 불수용은 1건이었으나 이후 수용률이 낮아지면서 2008년 이후에는 수용된 건이 하나도 없었다.

 ▲ 김재윤 의원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인권 문외한'을 인권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인권위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는 등 인권위 힘빼기에 나선 결과, 국가기관들도 인권위를 노골적으로 무사히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도 "인권활동이 전무했던 현병철 위원장을 과감하게 발탁한 것은 물론 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정부의 뒷받침을 못 받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인권위가 눈엣 가시이다 보니 계속 축소하고 힘을 빼기 위한 조치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인권위의 권고 수용률이 낮다"면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인권위는 권고 내용을 그냥 던지고 마는 식이 아니라 권고 수용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서 한국의 인권등급이 A에서 B로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의 질타도 이어졌는데, 초점은 인권위가 국가 공권력 감시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권력기관에 대해 불편한 진실을 외치는 것이 인권위의 본질"이라고 지적했고, 김영록 의원은 "생활밀착형 인권은 당연한 얘기고, 입법·행정·사법 등의 권력 견제를 위한 감시형 인권에 역점을 둬야 강점을 가진다"며 "국민권익위의 민원과는 구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도 "인권위의 생활밀착 인권 추진 전략이 복지부 업부랑 겹친다"고 말했고,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생활밀착형 인권을 강조한 것은 촛불시위나 쌍용차 문제 등 정권 차원에서 민감한 사안은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가이드라인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병철 위원장은 "시국사건도 그 어느 위원장보다 성명도 많이 발표하고 권고도 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자신의 전문성 부족 지적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내 전문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8년 ‘우울한 생일’ … 조직축소에 기념식도 생략 (경향, 이로사기자, 2009-11-25 00:23:11)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로 창설 8주년을 맞는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첫 기념일이지만 정작 인권위에선 기념식이 열리지 않는다. 인권위 조직 축소에 대한 비판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반영된 ‘우울한’ 결과다.
인권위는 24일 “지난 8년은 국제사회에서 인권 선진국으로서 우리나라 위상을 제고하는 과정이었다”며 “올해는 ‘2009~2011 인권행동증진계획’에 따라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인권 향상 등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매년 해오던 자체 기념식을 올해는 생략했다. 대신 인권위 직원들은 25일 국·과별로 ‘인권활동 실천대회’라는 이름으로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현장 봉사활동을 떠난다. 인권위 측은 “올해는 위원장 기념사도 따로 없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권위는 안팎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가 인권위에 ‘30% 조직 축소’를 통보한 게 시작이었다. 인권위는 ‘독립기구인 인권위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안경환 위원장이 중도 사퇴했다. 지난 7월 자격 시비 속에 현 위원장이 취임했지만, ‘독립성 부정 발언’ 파문으로 내홍이 깊어졌다. 국제사회의 항의와 우려도 이어졌다. 지난 8월 아시아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 인권위의 등급 하향 조정을 요구했고, 지난 10일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에선 인권위 권한·조직 확대를 권고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금은 인권위 설립 이후 최대 난국”이라며 “인권위가 축소되고 제 역할을 못하면 인권을 향유하는 모든 시민들의 손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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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설립 8주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2009/11/24)
 -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인권옹호기관으로 정착-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2009년 11월 25일 설립 8주년을 맞습니다.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년간 인권전담 국가기관으로서 우리사회의 인권의식 향상과 인권옹호 및 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상담 및 진정 264,717건, 국민과 함께하는 인권 옹호 기관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이후 2009년 10월 31일까지 총 264,717건의 인권침해·차별행위 관련 진정 및 상담이 접수되었습니다. 이 중 진정은 40,791건, 상담은 79,457건, 민원은 144,469건으로 설립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를 찾는 국민들이 꾸준히 늘었으며, 이는 국가인권위 활동이 널리 알려지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도 향상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중 진정사건을 살펴보면 유형별로 인권침해가 79%, 차별행위가 16.5%, 기타가 4.5%의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권침해로 접수된 사건의 경우 피진정기관별로 보면 구금시설(42.3%), 경찰(22.3%), 국가기관(12%), 다수인보호시설(8.4%), 지방자치단체(4.9%), 검찰(4.7%)의 순입니다. 또한 차별사건을 사유별로 보면 장애(27%), 기타(18.8%), 사회적신분(14.7%), 성희롱(9.2%), 나이(7.7%), 성별(4.7%) 순으로 접수됐습니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면 침해사건의 경우 다수인보호시설이, 차별사건의 경우 장애를 사유로 한 진정이 각각 급증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수인보호시설은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지속적인 인권교육이, 장애사건은 지난해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인권 관점에서 사고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은 그 자체로 우리사회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자세, 수준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온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주노동자 인권, 국가보안법,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사안에서 아직까지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인권기구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이전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의 수많은 권고와 의견표명,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개선 결정은 일부 논란의 과정을 겪었지만 인권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국가기관들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이나 각종 법령이나 제도를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했고, 사회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벌어졌던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권위 권고수용율이 90%에 달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권정책분야 수용율이 침해나 차별행위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은 법과 제도, 관행의 개선 권고가 갖는 미래지향성 등을 감안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권고 수용률(2009.10.31.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특히 우리사회 취약계층의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선 검찰, 경찰, 군 등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개선하고 예방한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 등을 통한 검찰과 경찰 수사관행 개선, 전의경 인권상황 전반에 대한 정책 제도개선 권고, 육군훈련소 가혹행위, 사병 의료권 침해 조사 등을 통해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실현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구금시설과 다수인보호시설 수용자 등의 인권향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가죽수갑과 사슬 폐지, 연속징벌 금지 등 구금시설 제도 개선 권고,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 직권조사를 통한 이주민 인권보호, 정신보건법 개정 권고와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 작성 발표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개선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호주제 관련 의견 제출, 한센인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권고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시정과 함께 공무원 시험 연령제한, 입사지원서에 학교, 장애 등의 기재요구 등 나이, 신체조건, 학력, 용모 등을 이유로 한 생활속의 다양한 차별영역을 시정하도록 했습니다.
인권선진화를 위한 토대 구축과 국제인권사회에서의 능동적 역할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우리사회의 인권선진화를 위한 토대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먼저 2006년 인권관련 법·제도·정책·관행 개선을 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National Action Plan)을 마련해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2008. 4.11. 시행), 연령차별금지법 제정(2009.3.24. 시행)에 기여한 것을 비롯, 차별금지법(안) 제정 권고(2006년), 스포츠 학생선수 인권보호 및 향상, 서울 가이드라인 채택 등 다양한 이주민인권보호 사업 토대 구축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형제 폐지, 대체복무제 도입, 국가보안법 폐지, 교육행정정보시시템(NEIS) 개선 등 다양한 분야별 관련 법령·정책에 대한 개선 권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후구제보다 사전예방을 위한 인권교육 활성화로 인권존중의 사회 문화적 기반을 조성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설립이후 검찰, 경찰, 교사, 시설종사자,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총 2,000여회 걸쳐 17만여명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사이버인권교육시스템을 구축해 85회에 걸쳐 2만여명이 넘는 국민들이 수강했습니다. 아울러 20종의 인권교재, 5편의 인권영화, 2편의 인권애니메이션과 다수의 만화 및 동화집 등 다양한 인권문화 콘텐츠를 개발 보급해 우리사회 인권 감수성 향상을 도모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걸어온 8년은 국제사회에서 인권선진국으로서 우리나라 위상을 제고하고, 인권 외교를 지원하며 국격을 높이는 과정이었습니다. 설립이후 70여개국의 국가인권기구 대표가 참석하는 〈제7차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2004년)〉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아태지역국가인권기구포럼(APF) 의장국(2004년, 2007년)과 부의장국(2005년, 2008년)을 각각 두차례 역임한 것을 비롯 세계 120여개국의 국가인권기구 대표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부의장국도 역임(2007년~ 2008년)했습니다. 또한 유엔인권이사회의 UPR(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을 비롯한 국제인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아태지역 등의 인권기구 직원초청연수 등 그동안 축척한 인권경험을 ’수출‘함으로서 우리 정부의 인권외교를 지원하고 국가브랜드 향상에도 기여했습니다. 
2009년은 인권행동증진계획 원년, 국제인권기준 부합하는 인권사회 실현 최선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2009-2011 인권행동증진계획(이하 행동계획)’에 따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인권선진사회 실현’을 목표로 5대 전략목표와 1개 특별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했습니다. 5대 전략과제는 한국사회에서 예상되는 인권과제를 개념화하되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실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이 전략과제는 △기본적 자유의 실질적 보장, △아동 노인 인권향상, △경제적 약자의 인권향상, △다문화 사회의 인권증진, △사회적 약자의 차별시정 강화 등이고, 특별사업은 북한인권 개선사업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국제인권기준 상용화, △성평등 관점, △독립성 강화, △고객 시민 중심화, △파트너십 강화 등을 이행지침으로 설정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설립 8주년을 맞아 그동안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국가인권기구에 부여된 임무를 변함없이 수행할 것을 다짐합니다. 특히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찾는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은 설립 8주년을 맞는 11월25일 예년과 달리 자체 기념식을 하지 않고 각 국·과별로 인권현장활동을 통해 생활속 인권현안을 직접 확인·체험하고 향후 업무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붙임 : 1. 국가인권위원회 8년간 진정, 상담, 안내/민원 통계
         2. 8년간 주요 권고 리스트(정책, 인권침해, 차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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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부정 발언 반발 확산…인권위원장에 ‘반기’ (경향, 이로사기자, 2009-10-12 22:55:29)
ㆍ상임위원 ‘전원위서 직접 해명’ 안건 상정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들이 12일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 독립성 부정’ 발언에 반발하고 나서는 등 현 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인권위 상임위원 전원이 현 위원장의 활동이 위원회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공식 반기를 든 것이다.
인권위 최경숙·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은 이날 열린 18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위원장 국회 발언에 대한 해명 요구 및 의견 표명’이라는 안건을 상정했다. 인권위원장 활동에 대해 전원위에서 직접 해명을 요구한 것은 2001년 인권위 설립 후 처음이다. 이들은 안건을 상정하며 “현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국회 운영위에서 ‘위원회는 행정부 소속이다’ ‘행정안전부의 조직 축소에는 이유가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기존의 전원위 입장에 반한다”며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의 현실적 운영에 있어서 예산·조직·인사 등이 전부 행정부의 규제 하에 있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며 “독립성을 갖는다는 대전제에 이의가 없으며, 이런 규제들을 드러내고 고치자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직 축소 이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전임 위원장, 위원들이 진행해 놓은 것이 시행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회의에는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 등 전원이 참석했다. 문경란 상임위원은 “인권위원회 법에는 어디에도 조직의 소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국가기관이라고 행정부 소속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며, 이런 생각이라면 인권위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기원 비상임위원은 “국회 속기록에 ‘국가 인권위원장 현병철’ 대신 ‘행안부 장관 이달곤’이 들어가야 딱 맞게 보일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정재근 위원은 “인권위의 대표가 왜 당당히 서지 못하는가”라며 “예전까지 인권위원이라는 게 부끄러움이 없었는데 요즘은 쑥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원위 회의는 현 위원장으로부터 문서로 된 공식 해명을 받은 인권위 독립성을 재확인하는 결정문을 발표하기로 하고 4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이날 회의는 현 위원장이 “위원장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비공개를 요구했으나 “모두가 관심있는 공적 사안”이라는 위원들의 반발로 공개로 진행됐다.
   
인권위 전원위, 현병철 위원장에게 거센 질타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09-10-13 오전 9:48:43)
한발 물러선 현병철 "'인권위 독립성', 문서로 공개 보장"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전원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에게 정면으로 반발했다. 결국 현 위원장이 한발 물러섰다. 그는 인권위 독립성 보장을 담은 문서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라는 현 위원장의 지난달 18일 국회 발언을 뒤늦게 바로잡은 것이다.
12일 인권위 정례 전원위원회 풍경이다. 인권위 최경숙·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은 이날 전원위에서 '위원장 국회 발언에 대한 해명 요구 및 의견 표명'이라는 안건을 상정했다. 전원위원회는 위원장과 3명의 상임위원,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인권위원 11명 전원이 모이는 자리다. 인권위원장의 발언 및 활동에 대해 전원위에서 직접 해명하도록 요구한 것은 2001년 인권위 설립 후 처음이다. 3명의 상임위원 전원이 공동 명의로 공식 안건을 제출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전원위에 쏠린 관심 역시 기록적이었다. 인권단체 활동가, 법학교수들, 인권위 출입기자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유가 있다. 추석 직전인 지난달 말, 현 위원장은 인권위 별정직 이 모 씨를 전격 해임했다. 행정안전부의 요구에 따른 조치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8일 나온 현 위원장의 국회 발언과 맞물려 인권위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며 인권위 조직 축소는 이유가 있다"는 발언을 뒷받침하는 인사 조치라는 것이다.
인권위 상임위원 전원이 반발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난 것은 그래서였다. 인사 조치 발표 직후인 지난 1일, 상임위원 전원은 현 위원장의 국회 발언과 직원 해임조치에 대해 따지기 위해 임시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상임위원 전원과 비상임위원 4명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12일 정례 전원위에서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12일 전원위에 인권위 안팎의 관심이 쏠린 게 당연하다.
현 위원장과 김옥신 사무총장은 이런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 위원장은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문제가 개인 명예 및 사생활에 관한 사안"이라며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라 비공개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원들의 반발이 쏟아졌다. 조국 위원은 이날 안건이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위원회의 대내외적 신뢰가 걸려있는 일"이라며 "공개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위원장이 물러섰다. 현 위원장은 "선례가 될 수 있어서 의견을 들어본 것"이라며 논의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이 나온 뒤에도 김옥신 사무총장은 "개인소신을 외부에 공개토록 강요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위원장의 국회 발언은 인권위 운영규칙 심의의결 사항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무처 의견을 밝힌다"고도 했다.
현 위원장의 해명 발언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국회 발언에 대해 "인권위의 독립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안 제출과 예산·조직·인사 등 어느 하나 행정부의 규정과 떨어져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서 행정부 소속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위원장에게 질의했던 신지호 의원 역시 인권위 독립성을 인정한다고 했다는 말도 곁들였다.
별정직 이 모 씨 해임에 대해서도 현 위원장은 "그 분(이 모 씨)는 법무특채로 들어왔고, 이후 홍보팀장, 인권연구조사팀장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원래 특채는 자리 없어지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내부 전산망에 해명 글을 올렸다고도 했다.
곧장 인권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위원 개인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는 질타였다. 문경란 상임위원은 "인권위원회법에는 어디에도 조직의 소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국가기관이라고 행정부 소속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며, 이런 생각이라면 인권위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국 비상임위원은 "위원장이 내부 전산망에 해명했다는데, 인권위원인 나도 처음 받아보는 내용"이라며 외부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주장했다. 신지호 의원이 인권위 독립성을 인정했다는 말에 대해서도 그는 "신 의원은 이미 인권위 독립성에 대해 '일방적 주장'이라고 하면서 정답을 정해놓았었다"라며 "독립성을 인정하고 있었던 게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윤기원 비상임위원은 "전임 안경환 위원장은 인권위 독립성 훼손, 위상 추락 등을 막기 위해 퇴임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취임한 현 위원장이라면 앞장서서 독립성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게다. 윤 위원은 "(현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국회 속기록을 보면, '국가인권위원장 현병철' 대신 '행안부 장관 이달곤'이 들어가야 딱 맞을 정도였다"고 한탄했다.
별정직 이 모 씨 해임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유남영 상임위원은 "인권위 조직축소에 대해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태"라며 "그런데 이번 인사 조치는 인권위 스스로 조직 축소가 이유 있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위원장을 두둔하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최윤희 비상임위원은 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이날 회의를 공개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김태훈 비상임위원은 "인권위 독립성은 당위이며 현실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저녁 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지는 동안, 회의장 바깥에서는 현 위원장과 김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현 위원장이 다수 의견을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른 시일 안에 인권위 독립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문서를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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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행안부,_인권위_조직개편_설명자료(090323)[1][1][1].최종.hwp (107.50 KB) 다운받기]

 


 

[벼리]제 몫은 하는 국가인권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인권오름 제 125 호 [기사입력] 2008년 10월 23일 3:33:50)
국가인권위의 인사시스템과 견제장치 필요
‘살아있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권리’를 위한 이행장치

국가인권기구 창설은 ‘인권’을 사회가 보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이행장치’에 대한 고민 속에서 출발한 것이다.
권리를 적극적으로 실현할 이행장치에 대한 고민은 국제인권활동가들의 지속적인 과제였다. 유엔도 밝혔듯이 헌장에 명시된 인권목표의 달성은 중요한 과제였다. 주요 인권규약들 에 많은 국가들이 가입하도록 하여 인권기준을 이행할 법적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였다. 인권보호는 사인 간에도 국가 간에도 일어난다. 하지만 인권보호의 일차적 책임을 국가가 지도록 해야 구체적인 현실에서 구체적인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인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국가인권기구는 인권의 증진과 보호를 위한 국가적 인프라 중 하나로 인권보호를 주요 기능으로 한다.
유엔에서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논의는 1960년 이래 계속되었으며 1978년 유엔인권위는 국가인권위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1991년 10월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워크숍을 거쳐 1992년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이하 파리원칙)을 승인되었다. 파리원칙에서는 국가인권기구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인권증진과 보호를 갖추기 위한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하고 가능한 한 광범위한 ‘책무’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국가인권기구의 구성 및 위원의 임명, 독립성과 다원성의 보장, 운영방식 등에 대한 세부 지침들도 들어 있다.
국가인권위 창립을 위한 인권활동가들의 노력
한국에서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논의는 1993년 6월 비엔나 유엔세계인권대회에 참여한 한국 민간단체 활동가들이 정부에 국가인권기구의 설치를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97년 김대중 대통령 ‘인권법 제정 및 국민인권위원회 설립’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공론화되었고, 1998년 9월 17일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 발족하여 1999년 4월 29일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면서 싸움을 시작하였다. 2000년 5월에도 싸움을 계속하였고 12월 말부터 이듬해인 2001년 1월 초까지 ‘가라 국가보안법, 오라 국가인권위’ 겨울 노숙단식 농성을 하였다. 혹한의 추위에 방석하나 깔지 않은 인권활동가들의 원칙적이고 끈질긴 투쟁이었다. 당시 인권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의 ‘독립성’과 ‘실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 진정건수 80%가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가해가 공권력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가인권위는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없게 된다. ‘인권침해에 대해 눈감거나 포장하는’ 거수기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에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가인권위가 하는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조사와 권고 등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인권개선의 효과’는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다. 3년간 투쟁한 결과 200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만들어지고 5월 법이 공포되었다. 그해 11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법 발효와 함께 국가인권위 공식 출범하였다.
흔들리는 국가인권위의 독립성
인권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의 활동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였고, 잘한 일에는 환영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개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입장만으로는 부족한 인권위원회 구성의 한계가 있었다. 올 해초 새 정부가 파리원칙에 어긋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로 국가인권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하였을 때도 인권활동가들은 노숙농성을 하며 막아낸 이유는 국가인권기구에 맞는 구조와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권위원 등 인적 구성원의 정치적 독립성은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법 10조에서도 인권위원들은 정당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비상임위원으로 새로 임명된 최윤희 씨와 김양원 씨는 한나라당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한나라당 추천인 최윤희 씨는 국가인권위원으로 추천받은 후에 한나라당의 윤리위원을 수락하며 인권위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기본적 인식조차 없었다. 최윤희 씨가 나중에 한나라당 윤리위원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국가인권위의 위상과 인권위원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자질이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청와대 추천인 김양원 씨는 추천을 받기 일주일전에 한나라당 당원을 사퇴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 비례대표에 공천했다 떨어진 인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양원 씨는 장애시설장으로서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가 되었고, 장애인의 결혼은 불임수술을 전제로 허락하고 불임에 실패해서 임신한 장애인의 낙태를 교사·방조하였다.
인권적이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않은 인권위원 인선절차
이번 인권위원 인선이 단지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실수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심각성이 있다. 인권위원 인선절차가 워낙 ‘인권적’이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않기에 발생한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후 지금까지 인권위원의 인선과정이 공개된 경우는 없었다. 대통령 추천은 비서실을 중심으로, 정당 추천도 당 지도부의 인맥이며, 대법원도 마찬가지이다. 밀실에서 추천될 뿐 아니라 공개적인 검증작업도 없다. 현재와 같은 인선절차라면 2010년까지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교체를 앞둔 인권위원이 8명이 최윤희 씨와 김양원 씨 같은 국가인권위의 독립성과 권위를 위협하는 인물이 인선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행 국가인권위법 제5조2항은 인권위원 자격 요건을 “인권 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권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은 ‘법조인’으로 치환되고 있다.
국가인권위 인적 구성에 대한 가이드라인
국가인권위 구성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은 국가인권기구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원성’을 확보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권침해가 다양한 주체들에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의 현실과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국가인권기구가 남성들만으로 구성되거나 특정 인종으로만 구성될 경우,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해 대표성도 상실된다. 대표성 있는 구성이 되지 않으면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구성원들이 접근하지 못하거나 안 해 접근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법조인 중심 구성과 정당별 나눠 먹기 식 인선
현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인권위원 중 7명이 법조계 출신으로 2/3나 된다. 이에 대해 인권활동가들은 ‘다양성’과 ‘다원’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몇 년 동안 수없이 비판하였다. 사실 법조계 중심의 인적 구성은 위계와 인맥이 강하게 작용하는 법조계의 현실을 볼 때, 인권위원들이 사법부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동의 안위를 보장받으려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인권위원들의 발언에서 법률적 기준과 잣대를 넘는 ‘인권감수성’이 묻어나며 ‘국제인권기준’에 입각한 논의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듯 인권위원들이 인권침해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고 ‘인권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국가인권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앙상한 법원의 배심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권침해를 당한 시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렇다. 입법·행정·사법부가 인권보장을 해주지 못해 인권위로 침해사건을 들고 들어왔는데, ‘인권적 감수성’은 없고 ‘사법적 사고’만 있는 사람들이 인권위원을 하고 있다면, 시민들은 무엇을 믿고 진정하겠는가. 소수자의 인권감수성도 없고 침해 현실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내용과 개선 요구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국제인권기준에서 정치적 다원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 정당 추천을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를 정당별 추천(여야 2명씩)과 대통령(4명)과 대법원장(3명)의 지명만 명시할 뿐 구체적인 인선절차와 자격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그러다보니 ‘정당별 나눠 먹기 식’으로 협소하게 해석하고 악용한다.
국가인권위 투명성을 위한 인선절차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인선절차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인권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이 국민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기에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절차로 인권위원의 자질을 사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원 인선권한이 부여된 정당별 추천과 대통령의 추천 등을 그대로 두더라도 ‘공개성과 공식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은 가능하다. 현재와 같이 인맥과 밀실에 의해 추천하는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민주성과 인권적 결여를 방지하려면, 입법·행정·사법부에서 ‘추천기구 설치와 절차’, ‘검증방식과 절차’를 공개하고 공식화해야 한다.
임명권을 갖고 있는 곳에서는 ‘인권위원 인선기구’를 비상설적으로 만들고, 그 기구는 각계각층에서 추천받은 사람들을 온오프라인에 공개한다. 물론 추천할 때 받은 ‘추천의 근거와 자격요건’을 공개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 등을 마련한다. 그래야 시민들을 비롯한 인권전문가들이 인권위원의 자격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검증 기간’도 두어, 추천의 이유와 자격미달의 이유가 공개된다면 검증된다면 김양원 씨와 같은 반인권적 인물이 임명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권위원 구성의 다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조인에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 파리원칙에도 다양한 사회계층의 다원적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는 인적 구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권 및 인종 차별과 싸울 책임을 맡은 민간단체 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의 참여를 보장이 필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극심한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운동주체들과 당사자들의 참여를 명시하는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인권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과 규정 마련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인권위원을 비롯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견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위원의 활동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지적하고 비판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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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관련 글 2 (2010년)

 

‘뒷북’치는 인권위… 7월 접수 ‘민간인 사찰’ 이제야 논의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2-26 22:41:56)
ㆍ정권에 부담 안주려 ‘시간끌기’ 지적
국가인권위원회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의 진정사건을 27일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진정이 들어왔으며, 한 달여 전 1심 재판에서 사찰 관련자들에 대해 유죄 선고까지 내려졌다. 뒤늦게 조사에 나선 데 대해 ‘뒷북 인권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는 “27일 제19차 전원위에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진정사건 조사결과 보고’ 건을 비공개 안건으로 심의·의결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최강욱 변호사가 지난 7월7일 “민간인 사찰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지 5개월여 만이다.
인권위는 이 진정사건을 침해구제 제2소위원회에서 다뤄오다 전원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권위는 이 사건이 각하할 만한 사안인지를 두고 격론을 벌여왔다. 인권위법 32조에 따르면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해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수사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 중일 때는 각하 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일부 위원은 총리실에서 수사 의뢰를 했으므로 인지사건이 아닌 고발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김씨 사건은 각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해당 기관이 수사를 의뢰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각하한다면, 인권침해 피해자가 인권위에서마저 외면당하는 웃지 못할 사례가 된다.
인권위의 시간 끌기에 대해 “정권에 부담을 주는 의결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건들의 경우 수사 중이라 하더라도 수사 내용이 뭔지, 진정 내용과 수사 내용이 같은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를 해왔는데 이 안건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정권에 부담을 주는 사안은 논의하지 않거나 부결시켜 ‘식물 인권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한민국’이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소송, 용산 참사, 집시법, 관련 사건 등이 그 사례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정확히 무슨 배경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인권위가 (김씨에 대한) 신속한 피해 구제를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다만 늦었다 해도 (아예 논의하지 않는 것보다는) 국민적 관심 사안을 처리하고 피해 구제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마이 웨이' 인권위, '민간인 사찰' 사건도 외면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2-27 오후 6:44:09)
"어떻게 하면 정치적 사안 각하시킬까만 고민"
인권위 27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제 19차 전원위를 열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진정사건 조사결과 보고' 안건을 논의했다. 인권위는 이 진정사건을 침해구제 제2소위원회에서 다뤄왔다. 하지만 전원 만장일치 합의를 내지 못해 안건이 전원위원회로 넘겨졌다.
소위원회에서는 이 안건을 두고 각하할 사안인지 아닌지 의견이 엇갈렸다. 인권위법 제4장 32조에 따르면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해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각하 사유가 된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이상 지나 진정서를 낸 경우 이 역시 각하 사유가 된다. 전원위원회에서는 이에 의거해 안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그간 이 사안을 두고 인권위에서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진정을 접수한 지 5개월 만에 안건이 상정됐기도 했거니와 비록 법리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다른 우회 방법으로도 충분히 안건을 통과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 22일 전원위원회에서는 '국무총리실의 간부 사찰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결정'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다. 당시 상임위원인 유남영 위원이 발의한 안건으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내용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를 해보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하지만 당시 이를 두고 반대하는 위원들이 많아 이 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인권 침해를 당한 사람을 구제할 방법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각하시킬 것인가 만을 고민하는 모습"이라며 "조사를 못한다면 의견 표명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것도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권위, ‘민간인 사찰’ 안건 안 다루기로 (레디앙, 2010년 12월 27일 (월) 19:21:00 손기영 기자)
"조사 대상 아니다"…인권단체들 “현 정권 인권침해에 침묵”
이날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현병철 위원장을 포함해 참석 인권위원 8명(전체 위원 11명) 중 장향숙 상임위원(민주당 추천)과 장주영 비상임위원 2명은 직권조사에 찬성했지만, 보수성향의 김영혜 상임위원(대통령 추천) 등 나머지 인권위원 5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현 위원장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민간일 사찰 사건은 인권위법상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경과해 인권위에 진정한 경우’(32조 1항 4호) 및 ‘진정이 제기될 당시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32조 1항 5호) 등 관련 조항에 따라,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진정 사건으로서 위원회가 조사하기로 결정한 경우’(32조 1항 4호)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형법 제123조 혹은 제125조 죄에 해당)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위원회에 진정이 접수된 경우’(32조 1항 5호) 등 예외규정 적용을 두고 격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간인 사찰사건 안건을 각하시킨 인권위 결정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는 민주화 이후 정권에 의해 발생된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라며 “이에 대해 인권위가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은 현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민감한 사한을 피해가려는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만약 인권위가 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인권위법의 예외조항을 적용시켜 직권 조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는 무자격자인 현병철 위원장의 취임 이후, 거듭 지적되고 있는 ‘인권 감수성’ 문제로 인해 발생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역시 예상했던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현 정권이 저지른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발언하지 않고 침묵하겠다는 인권위의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늘 인권위 전원위원회도 정권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를 구제하기 위해 열린 것이기 보다는, 민간인 사찰 안건을 각하시키기 위한 수순을 밝기 위해 열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6개월간 질질 ‘민간인 불법사찰’ 각하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2-27 21:58:50)
ㆍ전원위 “사건 발생 1년 지나… 헌재에 계류 중” 이유
그동안 인권위는 1년이 지난 사건이라도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조사를 해왔다. 최경숙 전 상임위원은 “성희롱 사건 같은 경우 진정을 내기 힘든 만큼 1년이 지난 경우도 조사했다”며 “정권에 불편한 안건에 대해서는 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각하를 주장하는 위원들은 총리실에서 수사의뢰를 했으므로 인지 사건이 아닌 고발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사에 찬성한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비상임위원은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된 심각한 인권 침해 사건의 경우 자체 조사를 실시해왔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도, 의견표명도 하지 않았다. 반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1월25일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논평을 냈다. 현 위원장은 이날 전원위에서 “인권위는 위원들 의사로 결정된다”며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인권위의 이날 결정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새사회연대는 논평에서 “인권위가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어떤 조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6개월간 조사는 하지 않고 법적 논의만 하다가 끝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 ‘북한인권위’ 되는가 (참세상, 윤지연 기자 2010.12.10 09:14)
‘북한인권법 제정촉구’채택, 인권상에 대북단체 인사까지
지난 12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원위원회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촉구 및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안’을 채택했다. 이 날은 헌병철 위원장의 파행과 이에 인권위원들의 줄사퇴가 이어진 후, 친정권적인 김영혜 상임위원이 처음으로 참석했던 전원위였다. 특히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안’의 경우, 이미 전원위에서 두 차례 보류와 부결을 거친 안건으로, 인권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이번 전위원회를 시작으로, 드디어 인권위의 친 정부적이고 독단적인 행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적으로 북한인권법의 경우, 한나라당이 지난 4월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하면서 많은 논란을 낳은 사안이었다. 법안에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 신설, 통일부 장관의 북한인권 업무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으며, 인권 단체들은 이 법안이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에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남북간의 갈등을 불러오는 반북반공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이라며 비판을 가했다.
때문에 인권운동사랑방은 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인권위의 권고라면 보다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정책개발과 평화적인 협력모색 등을 주문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미 지난 4월 12일 전원위에서 의결하여 국회에 권고했던 내용에는 ‘북한인권법안 제정촉구’, ‘민간재단 설립반대’, ‘인권위 내에 북한기록보존소 설치’등의 정치적인 권고만 포함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6월 김태훈 위원이 처음 제안한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안’은 앞서 말했듯, 전원위에서 두 차례의 보류와 부결을 거친 안건이었다. 권고안에는 ‘한류전파를 통한 인권의식 함양’, ‘북한 주민 계몽’,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 등을 언급하며 대북 방송 재개와 대북 전단 발송 지원 등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은 “마치 전쟁을 선동하듯 남북 대결을 부추기는 반인권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보류되었던 안건”이라며 “이런 일방적인 방법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보다는 남북한 주민의 인권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취임 당시 인권위에 “인권에 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북학의 인권에도 관심을 기울이라”고 언질 한 바 있어 인권단체들은 이 대통령의 주문이 인권위원들의 줄사퇴와 인위의 파행으로 마음껏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인권위는 뉴라이트 대표 인사인 홍진표 씨가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내정되는 등 파행과 관련한 잡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인권위는 지난 9일, ‘2010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대북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을 선정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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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시국 타고 인권위도 '북한인권위'로 탈바꿈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2-06 오후 6:58:59)
북한 인권 관련 안건 통과, 야간집회 안건은 부결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 접근권 부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재차 촉구하기로 한 반면, 그간 결정을 미뤄왔던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견표명 안건은 부결시켰다. 인권위는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18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그간 논란이 돼 왔던 두 가지 안건 중 야간 옥외집회 건은 찬성 3, 반대 5으로, 북한인권법 관련 안건은 찬성 6, 반대 2로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북한인권법안을 조속히 심의해 인권위가 지난 4월 권고한 내용대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인권위에 설치하고 북한인권재단 설립조항을 삭제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 접근권 부여 권고'는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모든 매체를 통해 북한주민이 외부의 자유로운 정보에 접근해 알 권리를 실현하고 인권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은 북한 관련 안건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현 위원장은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를 두고 "북한 주민 실상을 보니 말이 아니다"라며 "이들에게도 생명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그걸 위해 정부에게도 인도적 지원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는 의식주 확보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언급했다.
현 위원장은 "이것이 해결된 다음에는 생각하는 힘을 주는 게 필요하다"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인간인가. 사고하고 판단하는 근거를 마련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이런 고민을 몇 번 말했더니 나온 안건이 '정보접근법'이었다"며 "어떤 형태로든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알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향숙 상임위원은 "결국 내용을 보면 대북 전단지를 발송하고 방송을 틀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 주민은 우리가 정보를 주지 않아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장 위원은 "결국 이 안건은 북한으로 방송을 하는 여러 방송사에게 돈을 대 주라고 각 정부 부처에 권고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며 "지금 뭘 하자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한 이미 4월에 촉구한 내용을 재차 촉구한 것을 두고도 장 위원은 "과거 권고한 것과 내용면에서 전혀 다른 게 없는 안건을 재차 권고하는 이유도 모르겠다"며 "결국 연평도 사건과 맞물려서 이런 안건을 내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장주영 비상임위원도 "새 국회라면 모르겠지만 바뀌지도 않은 국회를 상대로 똑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다시 표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장 위원은 또한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 접근권 부여 권고'를 두고도 "지난 8월 논의 후 부결시켰던 안건"이라며 "인권위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는 건 아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상정해 통과시킨다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야간 옥외 집시법 개정안 관련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두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견표명은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집회및시위에관현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처리에 관해 헌법으로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건을 발의한 장향숙 위원은 "한나라당에서는 집시법 개정안 관련 연내 처리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는 헌재에서 결정을 내린 뒤 이와 관련된 의견을 표명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벌써 이 안건을 세 번째 상정했다. 헌재 결정 취지를 살려서 집회 시위가 최대한 보장되는 게 필요하다"고 결정을 촉구했다. 반면 김태훈 비상임위원은 "한나라당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입법이 되지 않아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회가 속히 이것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는 게 더 맞다"고 반박했다. 결국 진보 측 위원은 '수적 열세'에 밀렸고, 이 인간은 부결됐다. 
 
인권위 ‘북한 인권권고안’ 세번 만에 통과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2-06 21:48:02)
ㆍ진보성향 위원들 반대 속 강행처리 논란
ㆍ농성 장애인들 ‘해산 요청’ 경찰에 공문도

인권위는 우선 지난 4월 국회의장에게 촉구했던 북한인권법 제정을 다시 권고했는데, 이날 회의에서는 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같은 국회에 다시 권고하는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 접근권 부여 권고안은 지난 8월 인권위 전원위에서 논란 끝에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보수 성향 위원들의 가세로 신속하게 의결됐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6월 ‘대북방송을 재개하라’는 권고안을 논의했으나 ‘인권위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 아니고 방법론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부 위원의 반대로 결론이 나지 않아 보류되기도 했다. 결국 세 차례만에 통과시킨 셈이다.
그동안 각종 현안에 대해 침묵하던 현병철 위원장은 이날 “처음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한다”며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없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북한 인권은 대한민국 법률로 하면 설득력이 높지 않으니 국제 기준 및 법규로 다뤄야 한다”며 “그를 이행할 수 있는 기구는 인권위”라고 주장했다.
평소 전원위 의결 과정과 달리 이 안건은 1시간도 걸리지 않고 처리됐다. 참석자 8명 가운데 보수 성향 위원은 6명이고, 진보는 2명뿐이었기 때문이다. 반대 의사를 표시한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비상임위원은 “권고 내용에 구체성이 없고 북한에서 정보를 차단하는데 권고안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인권위는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장애인단체 회원들에 대한 진압을 요청하는 공문을 경찰에 보내 물의를 빚었다. 인권위가 농성 진압 요청을 한 것은 두 번째로, 현 위원장 취임 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 공문까지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는 “경찰에 농성자들을 강제진압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인권위가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장애인 20여명은 인권위에서 인권위의 농성 장애인 진압공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안모씨(35) 등 2명이 공무집행방해와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사설> 北주민 정보접근권 권고로 위상 일부 복원한 인권위 (문화, 2010-12-07 13:44)
북한 주민이 직면한 인권 참상은 핵 문제에 못지않은 화급한 의제임을 강조해온 우리는 12·6 권고안이 국회와 정부의 당면 과제를 예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인권위가 인권의 대의 및 그 보편성을 좇아야 하는 본령의 위상 그 일부를 복원한 의미부터 특기할 만하다고 평가한다. 2001년 11월25일 출범 이래 8년에 걸쳐 ‘관할 밖’이라고 물러서온 인권위가 지난해 7월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북한 인권 문제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곡·직(曲直)을 되돌아보게 하면서, 올해 들어 1월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조사’ 발표와 4월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북한인권팀 신설의 의의를 보다 선연히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고안 채택 과정이 11월 초 점화된 ‘인권위 내분’의 투시 단면인 점도 주목된다. 직전, 11월8일의 제17차 전원위에서 ‘현 위원장 독단’을 성토하며 회의 중간에 동반 퇴장한 장향숙 상임위원+ 장주영 비상임위원이 권고안에 반대한 사실은 북한인권 문제까지 정파적 시각으로 재단해 인권의 보편성을 형해화해온 차착의 축도(縮圖)로 비친다. “북한인권도 (인권위가) 다뤄야 하고, 북한 주민이 사고하고 판단할 근거인 정보나 자료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현 위원장에 맞서 “권고 내용에 구체성이 없고 북한에서 정보를 차단하는 데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두 위원의 반대론은 ‘북한인권 = 관할 밖’임을 여전히 강변하는, 소극적이다 못해 무책임하기까지 한 단견이라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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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기능 못하면 제일 좋은 게 정부, 편하니까!"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29 오전 9:14:21)
[인터뷰] 박찬운 교수 "본질은 좌우대립이 아니라 현병철 비전문성"
"국가인권위원회 상황이 집권 여당과 청와대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갈 것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위 사태를 이와 같이 평가했다. 인권위가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1명 사퇴와 전문위원 대거 사퇴 파문을 겪고 있지만 별로 여론의 반향이 없다고 판단한 청와대와 여당이 무시하고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보란듯이 인권 관련 경력이 별로 없는 법조인을, 진보 측의 반발이 뻔한 '뉴라이트' 인사를 새 인권위원으로 선임했다.
박찬운 교수 2005년부터 1년 6개월 간 인권위 정책국장을 맡아 일을 했었다. 그 전에도 사회권, 국제인권 등에서 인권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얼마 전까지는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했었다. 하지만 61명의 인권위 전문·상담위원들이 '현병철 사퇴'를 촉구하며 사퇴할 때 같이 사퇴했다.
박 교수는 "보수의 인권이라고 하면 자유주의적 인권 시각을 말하고, 진보의 인권이라고 한다면 평등한 인권 시각을 말한다"며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전문성도, 감수성도 없는 무자격자여서 인권위 전체가 무능한 조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주의 사각에서의 인권은 양심, 표현,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등 개인의 자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현 위원장은 이마저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근거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좌우의 대립양상 구도는 본질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병철 위원장의 비전문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인권위는 해외에 한국에 인권위가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새 인권위원장을 세우기 위해 시민단체와 정치권, 즉 민주당에서 분발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인권위를 좀 더 이슈화해서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 현재 인권위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박찬운 : 인권위원장이 인권위에서 역할을 담당하기엔 부적절하기 때문에 그렇다.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전문성도, 감수성도 없다. 무자격자인 셈이다. 결국 이로 인해 인권위 전체가 무능한 조직으로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위원장의 인권 의식이 결여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결국 이로 인해 북한 인권 등 특정 자기 이해관계에 있는 시민단체를 제외하고 모든 시민단체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디에 중심을 두고 활동을 하느냐는 것은 인권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정권을 잡은 곳이 보수 정권이라면 그에 걸 맞는 보수 인권 전문가를 보내는 걸 진보 인권의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반대할 순 없다. 관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함께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현재 청와대에서는 인권위 사태를 두고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런다고 생각하는가.
박찬운 : 청와대의 경우, 불리할 게 없기 때문에 그대로 현 위원장을 유임하고 있다. 현재 많은 시민단체에서는 인권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가장 좋은 게 정부다. 정부를 견제해야 할 인권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정권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다. 그러니 편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사실 국민들은 인권위 관련해서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박찬운 : 현재 인권위에서 불거진 문제는 거시적으로 국민들이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어느 순간부터 잃었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것에, 그리고 성장 중심으로 인식구조가 재편되면서 사람들의 머리에는 인권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이를 잘 간파하고 이를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 사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 현재 인권위 상황을 두고 좌우의 대립,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다.
박찬운 :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병철 위원장의 비전문성이다. 여기서 폭발한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좌우의 대립양상 구도는 본질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 지탄 대상이 이를 활용해 빠져나가는 빌미를 만들수도 있다. 해방 직후 친일파들이 반공으로 살아남는 것과 비슷하다.
프레시안 : 앞으로 인권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거 같은가.
박찬운 : 현재 인권위는 안개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에서 인권이라는 촛불이 활활 탈 수는 없지만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꺼진 촛불은 다시 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초를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현재의 인권위는 해외에 한국에 인권위가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정도에 불과하다. 인권위를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현 위원장이 사퇴하고, 시민단체의 점검을 받은 뒤 새로운 위원장이 선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와 정치권, 즉 민주당에서 분발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인권위를 좀 더 이슈화해서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경찰과 수시로 독대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29 오전 11:26:49)
'인권위 파악' 경찰 도움 받았나…인권위 "독대 사실무근"
'좌우 대립'을 넘어 부적절한 조직 운영과 '무능력' 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임기 초 상당 기간 동안 위원장 집무실에서 경찰서 정보과 형사와 독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면담 내용을 떠나 공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인권위 수장이 집무실에서 공권력과 독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판의 소지가 커 보인다.
29일 복수의 인권위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위를 담당하고 있는 남대문 경찰서 정보과 형사와 취임 초기인 2009년 7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독대로 수차례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인권위 관계자는 "작년 시민단체의 현 위원장 취임 저지 등의 움직임이 있을 때, 경찰이 현 위원장을 경호해줘서 위원장실에 들어 간 적이 있었다"며 "이것을 계기로 이후 경비·방호를 책임지던 정보과 형사가 13층 현 위원장 집무실에 올라가 약 3개월가량 위원장과 긴 이야기를 나누며 왕래하는 것을 목격한 관계자가 다수"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정보과 형사가 드나드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후에는 비서실장을 만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초창기 위원장이 인권위 조직을 개편할 때 (인권위 소식에 밝은) 정보과 형사가 직원들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넘겨줬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남대문 경찰서에서 인권위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과 관계자는 현 위원장과의 독대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면담 내용을 두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당사자의 시인에도 불구하고 인권위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김용국 인권위원장 비서실장은 "경찰과 위원장은 면담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만난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과거에도 인권위에서 농성이 벌어지거나 집회 등이 열릴 경우 경찰이 정보 수집 차원에서 인권위를 방문했었다. 하지만 그 같은 경우에도 위원장과 단독으로 면담을 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완 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은 "과거 현병철 위원장 이전에는 경찰이 위원장 실은 고사하고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도 못하도록 했다"며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 1층 로비까지만 들어오는 걸 허락했고 인권위 직원들과 그곳에서 이야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경찰의 인권침해 상황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위원장이 형사를 만난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인권위 내부 직원들도 이에 상당한 불만을 가진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명숙 활동가는 "직원과 정보를 교환한다는 이유로 만났다고 하더라도 다른 직원을 만나게 했으면 되는 일인데 굳이 위원장이 독대를 통해 만났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며 "현 위원장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다. 사퇴 논란도 이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 성명서]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구로 남아야 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2010-11-29)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출범 10년을 맞으며, 국제앰네스티는 인권위가 자율성을 지키고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구로 남을 것을 요구한다.
국제앰네스티는 국가인권기구가 인권 보호 및 증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인권기구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며 온전한 권한이 주어져야 하고 시민사회, 특히 지역 인권단체의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앰네스티는 11월 1일에 있었던 유남영, 문경란 두 명의 인권위 상임위원의 사퇴와 10일에 있었던 조국 비상임위원의 사퇴, 15일에 발생한 총 160명 중 61명의 전문•자문•상담위원의 집단사퇴를 우려하며 주목하고 있다. 위 위원들은 지난 10월 25일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전원위원회에 안건으로 제출 된 것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하기 위해 사퇴했다. 개정안은 위원들의 권한을 축소하면서 위원장의 권한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병철 위원장이 정부 정책에 지나치게 옹호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인권위가 행정부에 속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2009년 이후 현병철 위원장의 재임 기간 동안 인권위는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진압이나, 검찰 수사방법, 2009년 헌법재판소의 야간집회금지에 대한 위헌성 심사와 같은 인권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거나 침묵을 지켜왔다. 인권위는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MBC PD수첩을 상대로 진행한 검찰 및 경찰 수사, 2010년 5월 공식 방한했던 프랑크 라 뤼(Frank La Rue)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에 대한 당국의 감시에 대해서도 침묵해왔다.
국제앰네스티는 또한 인권위는 위원들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위원을 선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국제앰네스티는 인권위 설립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대통령이 직접 일정 수의 위원을 임명하는 방식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효과성을 해칠 수 있다고 제기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두 상임위원 임명 및 추천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인권위가 독립적이고 신뢰적이며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정부 고위층과의 유착과 같은 어떠한 제약이나 부당한 영향력, 종용, 압력, 위협, 개입이 없어야 하며, 또한 사실과 법에 근거해 진실성을 갖추고 불편부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주요 인권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침묵과 위원들과 전문가들의 사퇴, 정치적 의도에 따른 상임위원 임명,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 제출 등으로 인권위가 독립성과 권위를 잃어가고 있음은 물론 시민사회, 특히 지역 인권단체들의 신뢰를 잃고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인권위 출범 10년을 맞으며, 국제앰네스티는 인권위와 한국정부에 인권위가 당면한 이번 위기를 시민사회, 특히 인권단체들과의 대화를 통해 투명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인권위와 한국정부는 인권위가 독립적이며 효과적이고, 신뢰받는 국가인권기구으로서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 인권위, 독립성과 권위 위태로운 상황"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29 오후 3:56:18)
"상임위원 추천 정치적 의도 의심"
앰네스티는 세계 150여 개 지부를 둔 국제인권단체로서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인권 관련 현안을 두고 조사관을 파견하는 등 다양한 인권 활동을 하는 국제단체로, 국제엠네스티에 대한 국제적 영향력과 신뢰를 감안하면 이번 인권위 사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막무가내' 현병철과 '뉴라이트' 홍진표가 결합하면?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2-03 오전 9:38:21)
인권위, '무력화' 단계에서 '우경화' 단계로 넘어가나
2일로 예정돼 있던 뉴라이트 인사인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에 대한 국회의 국가인권위원 선임안 의결이 연기돼 인권위 갈등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오는 8일 통과가 확실시돼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 위원장이 청와대의 비호 아래 '독야청청'하고 있고, 홍 씨 까지 가세하면 인권위는 '무력화' 단계에서 '우경화'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설립된 인권위는 '파병' 등 중요한 고비마다 정부를 괴롭히는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안경환 전 위원장이 청와대를 비난하며 사퇴하는가 싶더니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병철 위원장이 있다.
현 위원장의 파행 운영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내며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전문성을 갖춘 직원 및 위원들이 대거 인권위를 떠났다. 최근 간간히 발표되고 있는 권고안 등은 대부분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이 있을 때 상임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린 사안들이 뒤늦게 공표되는 것이다. 이에 현재 인권위는 기본 역할인 정부 비판과 견제 업무는 사실상 정지돼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공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인권위 본래의 기능뿐만 아니라 현병철 위원장이 그간 수차례 이야기한 '북한 인권', '생활밀착형' 인권이라든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권 활동 역시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임기 1주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한 생활밀착형 인권은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상조차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북한 인권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생활밀착형 인권에 대해서는 정립한 적도 없다.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는 허황된 안"이라며 "실패하지 않는 위원장이 되고 싶다면 제대로 안건을 만들고 받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조직도 망가질대로 망가졌다는 분위기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 온 직원들 몰아내고 그 자리에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기용하면서 자신만의 조직 인프라는 구축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코드 인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인사를 하려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을 자리에 앉혀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병철 위원장이 강조한 다문화 가정 등과 관련된 정책이나 권고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김형완 전 인권위 정책과장이 지난 8월 사직했고, 그 자리에 새 정책과장이 선임됐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사업을 구상하거나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2011년도 인권위 사업 구상 계획안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아무런 기조도, 계획도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두 명의 상임위원이 동반사퇴한 날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 성명에 대해 "인권위 직원 일동 이름으로 의견 냈을 때, 노조원 40명과 노조를 후원하는 회원 100명에게 이것을 뿌렸다"며 "하지만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판단하건데 직원 140명가량이 마음으로 (직원 성명을) 지지하고 있다고 본다"며 "165명이 인권위 직원이라고 한다면 20명 정도가 왕당파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 위원장이 자신의 사업을 제대로 끌어갈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조직 운영의 미숙함으로 덕망도 잃고 있다. 일례로 지난 19일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인사 관련 공고 때문에 논란이 벌어졌다. 12월에 계약 만료되는 계약직 직원을 대신할 전입희망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인사동정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를 두고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당사자는 "그만 두는 날짜가 얼마 남았다고 그걸 못 기다려서 전입 공고를 내는지 모르겠다"며 "이게 7년 동안 인권위를 위해 일한 사람에 대한 배려인가"라고 분노했다. 댓글을 통해서도 이러한 공고 발표를 비판하는 인권위 직원들의 글들이 상당수 올라왔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 위원장이 조금만 똑똑했어도 이번 인사는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약 만료되는 사람을 구제할 고민도 안 해보고 공고부터 내버리니, 안 그래도 현 위원장이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 내에서 현 위원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위원장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는 청와대에서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청와대는 사퇴한 상임위원 자리에 보수단체 인사인 김영혜 변호사를 추천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뉴라이트 인사인 홍진표 씨를 추천했다. 내년 예산에는 북한 인권 관련 활동 예산도 수억 원 편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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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비선 가동해 '북한인권 괴문서' 국회 보고"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23 오전 9:04:26)
[인터뷰] 김형완 전 인권위 정책과장이 증언하는 '현병철 인권위'

 지난 8월에는 인권위 1세대의 마지막 인사인 김형완(50) 전 인권정책과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더 이상 인권위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 아래에서는 인권위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 그가 생각하는 인권위의 역할은 무엇일까.
"언제나 인권위원회는 개입니다. 호랑이 세 마리가 어린 아이를 가운데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몽테스키외의 삼권 분립입니다. 이들 세 마리 호랑이의 견제와 감시로 어린아이는 보호가 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호랑이들끼리 담합을 하게 됩니다. '머리는 네가 먹고 몸통은 내가 먹고…'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국회가 대의기관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권력기관과 카르텔을 형성해 자신 역시 권력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개를 한 마리 집어넣는 것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호랑이가 어린아이를 잡아먹으려고 할 때, 개가 짖으면 사람들이 부지깽이 등을 들고 달려옵니다. 개가 짖지 않으면 사람들은 생업에 종사합니다. 물론 개가 짖다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가 호랑이 눈치를 보면서 아이가 위험에 빠져도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에게 잡혀 먹습니다.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 전 과장이 생각하기에 현 인권위원회는 '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세금을 받아 운영되는 인권위가 국민을 위한 그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만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은 "한미 FTA, 이라크 파병, 공권력에 의한 농민 사망 등에서 인권위는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이로 인해 정부와는 늘 마찰을 빚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시절에는 대통령실에서 인권위원장이 대통령 재가 없이 해외 출장을 갔다고 언론플레이까지 벌일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전 과장은 "현재 안팎에서 좌로 편향된 인권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만약 인권위가 좌편향적인 역할을 해왔다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좌파 정권들과 코드가 맞아 콧노래를 부르며 운영돼 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과장은 "그간 인권위는 의제를 다룰 때, 이념 전쟁으로 다룬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자유권, 그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며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를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세력과의 싸움에서 갈등이 있었으면 있었지 다른 건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사실상 제 역할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형완 전 과장이 사표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현 위원장 취임 후 사표를 제출할 때까지 내부에서 숱하게 싸웠다고 한다.
"인권위원장이 취임한 후, 나를 불렀습니다. 자기는 인권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심지어 뉴스도 안 보고 육십 평생을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취임 후 KBS 뉴스도 보고 동아일보도 구독하게 됐다며 앞으로 많이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민감한 현안을 두고 현 위원장은 저와 많이 부딪쳤습니다. 안건을 회의에 상정하려고만 하면 막기 급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답답한 나는 왜 위원장이 독박을 쓰려 하느냐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권 현안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설득을 했지만 현 위원장은 이러한 의견을 묵살했습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만 했습니다."
김 전 과장은 "그러다 일이 터졌다"며 올 5월, 한국을 방문한 프랑크 라 뤼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현병철 위원장과 면담을 한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는데 그것을 흘린 사람으로 나를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라 뤼 보고관을 만난 현 위원장은 북한 인권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요구했고 라 뤼 보고관은 "나의 역할이 아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 사실은 몇몇 언론에 알려졌고 인권위원장이 유엔 조사관의 역할도 제대로 모른다는 구설수에 휘말렸었다.
김 전 과장은 "면담에서 현 위원장이 라 뤼 보고관에게 북한 인권 관련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걸 듣고 '북한 인권 관련 특별보고관은 따로 있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제지를 했지만 현 위원장은 그걸 듣지 않고 상당량의 북한 인권 관련 자료를 주면서 그런 발언을 했다"며 "내가 알기론 면담 내용은 라 뤼 보고관 측근에게서 흘러나왔는데, 내가 흘린 줄 알고 나에 대한 내부 감사까지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 김 전 과장은 돌아올 수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김 전 과장이 제출하는 안건은 현 위원장이 일체 결제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안건이 보류 상태가 됐다. 현 위원장은 자신의 부하인 팀장이 같은 안건을 올리면 그제서야 결제를 해주는 식이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현 위원장의 파행적 행보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일례로 지난 2월에는 북한 인권법안 관련 안건을 국회에 보고했다. 주목할 부분은 인권위 내부에서는 이를 알고 있던 사람은 공식적으로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주무부서인 인권정책과 과장인 김 전 과장도 몰랐다고 한다.
김 전 과장은 "이런 사실은 국장도 몰랐다. 그런 문건이 작성 된지도 몰랐다"며 "그런데 위원장이 국회에 보고한 문건에는 국가인권위원회라는 명칭이 표기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법안 안건은 전원위원회에서도 추후 재상정하기로 하고 넘어갔다"며 "이런 상황에서 위원장은 실무자를 통해서 만든 것도 아닌 비선을 통해 만든 일종의 괴문서를, 독단적으로 국회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과장은 "그래놓고 문제가 되니 시간이 촉박해서 그랬다며 죄송하다고 한다"며 "그렇게 모든 일을 죄송하다고 하며 넘어가는 게 현 위원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과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위원회 지도부가 권력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 독립적 지위를 지키려고 애쓴 반면, 현 체재는 그러기는커녕 권력에 알아서 눈치를 보고 있다"며 "견제를 못하는 수준을 넘어서 잘못하는 것에 대해 침묵, 방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해외에서 인권위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과장은 라 뤼 보고관과의 면담을 예로 들며 "당시 라 뤼 보고관은 인권위 상임위원 및 비상임위원들과 현병철 위원장을 함께 만나기를 원했다"며 "하지만 현 위원장이 이를 거부했기에 둘이서만 만났다"고 말했다.
실제 이로 인해 상임위원 등은 현 위원장을 만난 다음날에서야 따로 라 뤼 보고관과 면담을 가졌다. 김 전 과장은 현병철 위원장이 그렇게 한 이유를 두고 "라 뤼 보고관이 현 위원장을 만나는 일은 공식 업무가 되어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보고서에 기록이 되기 때문"이라며 "만약 이 자리에서 인권위원들이 인권위의 문제를 언급할 경우 보고서에 기재되는 걸 우려한 현 위원장이 쓴 소리를 할 인권위원들을 배석시키는 걸 꺼려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현 위원장의 행태를 견디다 못해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김형완 전 과장은 인권위 10년 역사를 정리하는 백서를 준비 중이다. 또한 인권 관련 정책적인 부분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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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표가 인권위원? 차라리 '북한 인권위'를 만들지"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18 오후 5:08:55)
"현병철이나 한나라당이나 귀에 말뚝"…'인권위 파행' 부채질
한나라당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뉴라이트 계열 인사인 홍진표 시대정신 편집인을 추천함에 따라 인권위를 둔 파열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권위 출범 이후 뉴라이트 계열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가 상임위원으로 추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단체 등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인권위를 특정 정파의 일색으로 만들려는 속셈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 추천으로 보수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김영혜 상임위원이 15일 임명된 상황이다.
장향숙 상임위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에서 현 인권위 사태가 어떤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이번 인선을 비판했다. 그는 "인권위를 그들이 말하는 소위 '정파'적인 방향으로 가져가려 하는지 묻고 싶다"며 "경력만 두고봐도 이번 인사는 매우 문제가 있다. 정말 앞으로 인권위가 걱정이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장 위원은 "한나라당은 그간 상임위원 및 비상임위원, 그리고 전문위원들이 사퇴하는 동안에는 일체 침묵만 지키더니 그 대답이 이번 추천"이라며 "현병철 위원장과 똑같이 귀에다 말뚝을 박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혼란에 빠져 있는 인권위를 위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물이 위원으로 추천됐다"고 말했다.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인권위가 정치적 인권위로, 정파적으로 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이번 인선"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인권위를 북한 인권 기구로 만들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도 성명서를 내고 "국가인권위가 점점 인권 경력이 전무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인권이 없는 정당과 정부에서 인권 모르는 사람들만 내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이번 홍진표 편집인의 내정은 인권위를 정치적 도구로 만들고 북한인권위원회로 만들겠다는 계략도 들어있다"면서 "지금의 인선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인권위의 사망선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사회연대도 "인권과 상관없이 정치적 활동을 해왔던 인사를 위원으로 추천해 인권을 이념화, 정치 도구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인권위 해체를 작심하지 않고서야 이런 반인권, 친정부적 인사를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이날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의장에 최근 인권위 사태를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 또한 22일부터 2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실 동남아시아사무국 주최로 열리는 '국가인권기구와 시민사회 관련 회의'에 직접 참여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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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는 국가인권위원회 (대학신문, 2010년 11월 13일 (토) 23:47:48 김경수 기자)
애매한 지위, 불투명한 인사구조로 인한 인권위원 보수화, 의사결정 권환의 불균형
본래 기능 회복 위해서는 인권위의 공정성과 독립성 담보해야

인권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일(월) 인권위 상임위원 3명 중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이 동시에 사퇴했다. 두 위원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독단적 위원회 운영, 인권위의 독립성 상실, 정권 비판 기능 약화 등을 이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원 스스로도 인권위 운영구조로 인한 퇴행을 체감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상임위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친정부성향으로 알려진 김영혜 변호사 내정을 강행했다. 이에 전국 각 지역의 621개 시민·인권단체가 지난 11일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인권위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활동가 배여진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제자리를 잃은 인권위를 또 한번 흔들고 있다”며 “현 위원장의 사퇴는 물론 인권위 기능 회복을 위한 적극적 움직임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때 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으며 한국이 차기 ICC(국제국가인권기구 조정위원회) 의장국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인권위법 제 3조는 인권위가 입법·사법·행정 등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국가기구로서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를 받지 않고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독립 기구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권위는 헌법이 아닌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인권위 조직안을 대통령이 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를 시도한 바 있고 이같은 조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인권위 조직을 21% 축소하는 직제개편안을 강행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박근용 시민감시국장은 “인권위가 헌법상 독립기구가 아님에도 인권위 문제에 행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전통과 관행이 뿌리내렸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인권위에 대한 간섭이 심각하다”며 “인권위도 제 역할을 망각하고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고 있어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의 취약한 인사검증시스템으로 인한 전문성 결여도 인권위 파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5조에 따르면 인권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선출된다. 하지만국회가 선출하거나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총 11인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 위원장도 인권에 대한 특별한 이력 없이 대통령 지명으로 임명돼 취임 시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이러한 인사 구조로 현재 11명의 인권위원 중 보수 성향의 인사가 6명에 달해 사회 현안에 대한 인권위의 비판 기능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례로 정부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 문제를 드러냈던 ‘PD수첩 수사’, ‘민간인 사찰’등의 안건이 전원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다수결에 따라 부결됐다. 보수화된 인권위원 구성이 인권위의 본질적 기능인 권력 감시까지 약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인권위 내 보수 성향의 최윤희(한나라당 추천), 김태훈·황덕남(대법원장 추천) 비상임위원은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이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현행 인사 구조 상 부적격한 인사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전무해 인권위가 공정성과 전문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진정된 사안에 대한 논의 및 권고 조치 여부의 결정은 인권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나 상임위원 3명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에서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상임위원회는 인권위원 자체도 전문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시로 소집 가능하다. 따라서 인권 현안에 대한 인권위의 적극적인 권고를 가능하게 한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8월 이후  한동안 전원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인권위가 개점 휴업상태가 아니냐는 비판에도 상임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여론통제 논란이 일자 민간기구로 업무이관을 권고하고 고용노동부에 “해고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해 인권위 역할의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권위법은 위원장이 상임위원회나 모든 인권위원들이 참가하는 전원위원회에 상정할 안건과 그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위원장에 막대한 권한을 일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위원장이 권한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인권위 전반에 걸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인권위 내부의 민주주의를 해칠 뿐 아니라 인권 침해 시정권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지난 해 12월 용산참사 재판부 의견 제출에 관한 전원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현 위원장이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폐회를 선언해 논의를 중단시킨 바 있다. 위원장 한 사람의 판단으로만 안건을 기각하거나 고의적으로 논의를 지연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상임위원들은 직접 조사를 통해 안건을 상정하는 방법으로 안건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위원장을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장이 상임위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기각하거나 11명의 전원위원회로 회부시킬 경우 상임위원 3명의 의견 반영은 상대적으로 힘들어진다. 문경란 전 상임위원은 “현 위원장이 어떤 사안을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인권위의 조치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민주적인 위원회 운영이 위원장 개인의 양심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달 25일 두달여만에 열린 전원위원회에 위원장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상임위원의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인권위 직제 개편안이 상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인권위에서 상임위원을 무력화시키고 위원장의 독점적 권력을 강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993년 유엔총회 결의로 파리원칙이 채택됐다. 이 원칙은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대한 유엔의 가이드라인으로 국가인권기구 위원의 임명은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사회세력의 다양한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모든 보장책이 마련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남영 전 상임위원은 “인권위 구성원의 인선과정에 후보추천위원회와 청문회 과정을 거치도록 해 공정성을 담보할 이중, 삼중의 인사 시스템을 고려할 만 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 등 61명 사퇴 (경향, 디지털뉴스팀 손봉석기자, 2010-11-15 18:17:38)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촉한 전문·자문·상담위원 등 61명이 대거 사퇴했다. 이들 위원은 1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반 사퇴서를 현병철 인권위원장에게 제출했다. 회견에 참여한 위원들은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정부의 정책에 부담될 것 같은 사안들은 의견표명을 하지 않거나 기각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자유권 전문위원인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현 사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인권위 위촉 위원들이 신중을 기해 어렵게 사퇴 결론을 내렸다”며 “자진 사퇴하는 61명을 대표해 10여명이 현 위원장과 면담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여한 모든‘직’을 사퇴하며
- 현병철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자리로 돌아오라 !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인권시민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명동성당에서 한겨울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부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공개 서신을 보냈고 국제 인권단체들 역시 깊은 관심을 보이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직속기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국가인권기구가 정권의 성향이나, 정부의 입장 따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인권의 기준으로 모든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국 인수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직속기구화 방침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지만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21% 축소해버리며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켰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평생 ‘인권활동’의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던 현병철 위원장을 임명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체성을 뿌리째 흔들어버렸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좀비기구, 식물위원회, 고사(枯死)위원회 등으로 불리며 그 존재의 의미조차 희미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은 취임 이후 독단적인 조직운영과 정부 눈치 보기로 일관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마비시키고 있다.
용산참사 진압과정에 대해 재판부 의견표명을 하자는 안건을 의결하는 전원위원회에서 “독재라도 할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며 일방적으로 전원위원회를 폐회하였고,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의 명예훼손 건, 국정원이 제기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명예훼손 건, 야간시위 위헌법률 심판청구 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건 등 정권에 부담에 될 수 있는 안건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거나 변칙적인 방식으로 부결을 시켜 왔다. 정보인권특별전문위원회의 위원들이 열성을 다해 참여했던 <정보인권 특별보고서>는 이미 전원위원회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추인을 미루며 이것저것을 뜯어 고쳐 누더기 보고서가 되어가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이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적인 조직운영과 반인권적인 결정들에 반발하며 동반 사퇴하였고 이후 비상임위원인 조국 교수(서울대)가 국가인권위원회 파행 사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인권위원직을 사퇴하였다. 야당 국회의원 41인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현병철위원장 사퇴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기에 까지 이르렀다. 전직 국가인권위원 15인, 전직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18인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250여명의 법학교수와 변호사들, 여성단체들과 장애인단체들이 강력한 입장을 밝히며 현병철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주요 행사인‘사회권 심포지엄‘ 의 발표자 10인 중 6인이 서면을 통해 심포지엄 불참 의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통보했고 인권단체들을 오늘로 열흘 넘게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을 진행 중에 있다. 또, 유례없는 전국 660개 인권시민단체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현병철 위원장의 능력부족과 잘못을 지적하며 사퇴를 종용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무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격려하는 메일을 많이 받고 있다는 현병철 위원장의 뻔뻔한 얼굴을 보며 화가 나지 않았을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촉을 받은 우리 전문·자문·상담 위원 59명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이 위축되었고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국가인권기구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순간들마다 우려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조직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올바른 결정을 낼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왔다. 그러한 진심이 있었기에 두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도 균형 있는 판단을 하기 위해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그토록 뻔뻔하고 오만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았고, 여기에 화답하듯 역시 인권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편향된 정치적 활동만을 해왔던 김영혜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하는 청와대의 독선을 확인했다. 김 내정자 또한 현병철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된 어떠한 경력이나 활동도 찾아볼 수 없는 인사이다. 오히려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의원의 헌법소원 소송 대리인을 맡았고,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활동을 일삼고 있는“법치주의수호국민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등 인권과는 거리가 먼 인사이다. 좀 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더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현 상황을 보면 참담한 마음이 들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는 더 이상 이명박 정부의 인권정책이나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즉각 사퇴,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하여 인권위원 인선을 위한 올바른 인선시스템의 마련,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위촉받은 모든 직을 동반 사퇴한다. 이번 우리들의 사퇴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버리고 등을 돌리겠다는 것도,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성원들 탓에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또, 현병철 위원장 사퇴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국가인권위원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다른 전문, 자문, 상담 위원분들을 생각하면 송구할 뿐이다. 우리는 이 분들의 판단을 존중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지켜내기 위해 계속 애써 주시기를 부탁한다.
겨우 1년 현병철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인권활동가들과 이 땅의 양심들이 한걸음씩 발전시켜 온 이 땅의 인권을 단박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우리가 피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와 인권이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 아프다.
현병철 위원장은 하루빨리 사퇴하여야 한다.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고,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기구는 물론, 이땅의 인권을 무너뜨리고 있는 현병철 위원장은 더 이상 자격이 없다. 또 현병철 위원장보다 모자라지 않은 반인권 발언과 어이없는 의견 표명을 일삼는 다른 인권위원들도 깊이 반성하고 자진해서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기를 권고한다. 우리는 비록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에게 부여했던 우리의 역할을 내려놓고 떠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우리의 애정과 관심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제 현병철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제 자리로 돌아오라.
2010년 11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여한 모든‘직’을 사퇴하는 61인 일동
 
현병철 인권위원장 ‘버티기’ 계속될까? (레디앙, 2010년 11월 15일 (월) 12:51:25 손기영 기자)
인권위 전문위원 등 61명 사퇴…대책회의, "국제기구에 조정 신청"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에 대한 각계 사퇴 요구에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이를 묵살하는 태도로 일관하자, 인권위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1명에 이어 급기야 15일에는 인권위 위촉 전문·자문·상담위원 61명이 동반 사퇴하는 등 조직 내 반발 움직임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또 인권·시민단체들도 현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지난 4일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 주변에서 시작한 점거농성을 열흘 넘게 진행하고 있고, 매일 저녁 인권위 앞에서 촛불문화제도 이어가는 등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이들은 또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 서한 발송, 진상조사단 파견 및 한국 인권위 등급 하향조정 요청 등 국제사회에 인권위 사태를 적극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권 분야 무경험자’로 평가받고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변호인 출신의 김영혜 변호사를 대통령 추천 인권위 상임위원에 내정하면서, 사퇴 여론을 수용하는 대신 오히려 ‘현병철 체제’ 공고화에 나섰고, 한나라당 역시 당 차원이 아니라 “국회 상임위원회(운영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겠다”며 인권위 사태를 애써 축소시키려는 분위기이다.
결국 최근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조영택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수치심을 전혀 모르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질타를 받기도 한 현 위원장과 정부·여당의 ‘버티기’가 계속될 수 있을지, 현 위원장 사퇴를 위한 각계의 반발 움직임이 어느 수위까지 확산될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호중(서강대 교수)·김덕진(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전문위원, 이대근(경향신문 논설위원)·이수호(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자문위원,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상담위원 등 인권위 위촉 전문·자문·상담위원 61명은 15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동반 사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손심길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사퇴서 제출하고 위촉장을 반납했다.
인권위 점거농성, 촛불문화제 등을 벌이고 있는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를 위한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대책회의)는 국제사회에 인권위 사태를 적극 제기하기로 했다. 배여진 대책회의 활동가는 “국제사회에 한국 인권위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 한국 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ICC에 서한 발송, 진상조사단 파견, 한국 인권위 등급하향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음으로써 정작 인권위에 필요한 사람들이 떠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인권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외적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결국 현 위원장과 정부·여당도 '버티기'로만 일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회의는 15일 대통령 추천 인권위 상임위원에 내정된 김영혜 변호사에게 상임위원직 거절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무 자격자를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해 인권위의 존립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변호사가 상임위원직을 수락한다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인권위 사태와 관련해,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15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 등을 묻자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레디앙>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이군현 의원 측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상임위원회 일정 관계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인권위원 1/4 줄사퇴 '압박'…현병철 위원장 결단은?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2010-11-15 16:43)
국가인권위원들의 항의성 줄사퇴와 각계의 잇단 사퇴 요구로 고민에 빠진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현 위원장은 잇단 사퇴 요구 목소리에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이번 전문위원 등의 사퇴로 리더십 부재가 지적되면서 향후 현 위원장의 거취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위원 등은 인권위의 전문적인 조언자로서 인권위를 이끄는 중추 역할을 담당해 왔다. 때문에 현 위원장은 전체 250여 명의 전문위원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위원들이 인권위를 떠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현 위원장이 위원장직 잔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현 위원장이 남아서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을 추스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 위원장은 지난 9일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이 맡겨놓은 소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또 대통령 추천 몫 상임위원에 고려대 출신 김영혜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현 위원장은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자신의 의견을 굳건히 관철시켜온 그 역시 정치권·법조계·여성계 등에서 빗발치는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어 현 위원장의 사퇴 여부는 현재 미지수다.
일각에 따르면 현 위원장은 최근 위원장직을 사퇴하지 않고, 인권위 업무에 집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피력하려 했으나 이번 전문위원 등 61명의 사퇴로 고심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당분간 현 위원장은 새 상임위원과 전문위원 등의 위촉에 앞서 인권위 내부 움직임을 지켜보며 자신의 거취를 고려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특히 15일 새로 임명된 김영혜 상임위원이 인권위 사무실에 첫 출근함에 따라 향후 현 위원장, 민주당 추천 몫 장향숙 상임위원 등과의 관계 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합시론> 인권위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연합뉴스, 2010/11/15 16:38)
인권위의 자유권 전문위원인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현 사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해당 위원들이 신중을 기해 어렵게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고심 끝에 집단사퇴를 단행했다는 얘기다. 인권위는 2주전인 지난 1일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이 현 위원장 체제에 항의하며 동반 사퇴했고, 10일에는 조국 비상임위원이 뒤따라 사퇴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조 위원은 사직서에서 "권력과 맞서는 인권위원장의 당당함은 사라지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초라한 모습만 남았다"며 "인권위 창설에 헌신했던 이들의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 치욕과 통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현 위원장이 이끄는 인권위는 정파의 잣대를 사용해 권력의 인권 침해에 대한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해왔고 이는 위원장의 인권의식, 지도력, 소통력 부재 때문"이라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법조계와 여성계 등도 이미 인권위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성토하고 나선 상태다. 전국의 법학자와 변호사 330명,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개 여성단체는 각각 선언문에서 "인권위 파행 책임은 독립성을 훼손한 정부에 있다"며 "현 위원장이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인권 보장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권위원 자격을 규정한 인권위법을 위반한 정부 인사에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전직 인권위 직원들의 지적도 경청해야 할 것이다. 전국 621개 인권ㆍ시민사회단체 역시 현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공동성명에서 "존폐의 기로에 처한 현재 인권위의 위기는 인권의 위기이자 국가의 위기"라며 "국민의 인권침해와 차별을 구제하고 권력기관의 감시견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는 인권위가 아니라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법은 "모든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며 민주적 기존질서 확립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라 명시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해 수행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라고 언급해 비판을 산 현 위원장이 다시 "인권위는 공정성과 중립성에 따라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사퇴를 거부해 파문이 진정되기는커녕 확산하는 상황 아닌가. 출범 10년째 접어든 인권위가 파국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걱정이다. 기관의 존재 이유에 걸맞게 하루빨리 정상화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줄줄이 떠나고 위원장만 남을 판 (시사IN Live [165호] 2010.11.15  17:36:01 임지영)
서울시청 앞 ‘금세기’ 빌딩의 13층 문이 굳게 잠겼다. 엘리베이터도 12층까지만 운행됐다. 13층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실이 있다. 11월15일 오전,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을 비롯한 인권위 소속 7명의 위원이 문 앞에서 “국가인권위원장님 면담을 요청합니다”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인권위가 위촉한 61명의 전문, 자문, 상담 위원이 동반사퇴를 선언한 직후였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수호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정책자문위원) 위원장, 이호중 서강대 교수(자유권전문위원),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전문상담위원) 등 8명은 61명의 위촉위원을 대표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 뒤 위촉장을 반납하기 위해 위원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무산됐다. 위촉장은 결국 손심길 사무총장에게 전달됐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정책자문위원)는 “인권위의 문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자문위원들에게마저) 꽁꽁 닫힌 위원장실의 문이 지금의 인권위 현실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 이호중 교수는 “인권위가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권력기관과 정부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인권위를 바라며 모든 직에서 사퇴한다. 인권위가 용산참사에서 보인 경찰의 과잉진압, 야간집회금지 등 인권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권력 기구의 눈치만 보고 있다”라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천주교 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위원들 모두 인권위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구성원이 반인권적이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등을 돌리겠다는 게 아니라 제 역할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남은 위원 중에서도 우리 뜻에 동의하지만 내부에서 싸우겠다는 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인권위가 위촉한 외부위원은 총 250여명이다.
김 사무국장은 손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위원장이 바뀌고 나면 다시 불러주시겠죠?”라고 물었지만 사무총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답했다. 사퇴한 위원들은 앞으로도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즉각 사퇴, 인권위원장을 비롯해 인권위원 인선을 위한 올바른 인선시스템의 마련,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강화 요구’ 등 세 가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아시아인권위, ICC에 서한…"한국 인권위, 조치 취해달라"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15 오후 6:17:49)
현병철 인권위 파문, 세계적 이슈로 확산
아시아 인권 이슈를 감시하는 아시아인권위원회가 15일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ICC 수임 사항 중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서한은 전 세계 국가인권기구에도 동시에 발송됐다.
ICC는 세계 각국 국가인권기구의 대표체로 지난 2001년 설립됐다. 현재 120여개국 인권기구가 가입돼 있다. ICC 의장은 UN인권이사회 의장, 유엔인권최고대표와 함께 국제인권의 트로이카로 국제인권공동체를 대표하고 국제인권 논의를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관례에 따라 한국은 올해 3월 ICC 의장국이 됐어야 했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이것을 거부해 무위로 돌아갔었다.
아시아인권위원회는 서한에서 "인권의 증진과 옹호에 대한 활동이 미약하고 전문성이 결여되고 경험이 없는 위원이 임명되면서 다른 국가보다 모범 기구였던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이 현저해 악화되고 있다"며 "국제조정위원회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쇠퇴에 대한 연구 및 조사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면서 자기 검열을 통해 민감한 인권 사안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옹호하는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정부를 감싸는 기능을 하는 정부 부속기관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우리는 이러한 악화된 상황에서 국제조정위원회가 정부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기구의 악화된 상황에 빛을 비출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엑소더스', 업무 사실상 마비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15 오후 6:18:02)
전문·상담위원 집단사퇴…꿋꿋한 현병철·청와대
15일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자문위원·상담위원 61명이 집단 사퇴하면서 인권위 업무 마비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에서 외부 인사로 위촉한 전문위원 등은 250여 명으로 이번에 사퇴한 인사는 4분의 1에 이른다. 14일 밤까지 57명이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15일 4명이 추가로 사퇴했다. 한 전문위원에 따르면 연락이 가능한 70여 명에게만 사퇴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사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13명 중 40여 명이 사퇴한 전문위원이 인권위에서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실무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들 전문위원은 노동, 여성, 법조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시민단체 간부 및 대학교 교수, 변호사 등을 전문가들로 구성돼 인권위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자유권전문위원인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그간 인권위에서는 판단 내리기 어려운 사안을 두고 위원들에게 서면으로 질의를 하던가 아니면 회의 안건을 만들어 자문을 구했다"며 전문위원의 역할을 설명했다. 김 국장은 "또한 인권 침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도 해 왔다"며 "나 같은 경우는 구금 시설을 인권위 관계자들과 함께 방문해 같이 조사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직이 작기 때문에 전문위원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것.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큰 줄기에서 외부 위원들의 존재는 인권위가 시민단체 등과 의사소통하면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며 "하지만 이번 사퇴는 그것마저도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55명 중 14명이 사퇴한 상담위원은 주기적으로 인권위를 방문해, 인권 관련 민원 상담을 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오늘 소식을 접했다"며 "해촉 절차를 밟을지, 아님 유보할지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권위 설립 취지도 그렇고 인권 사항을 인권위 혼자 결정한다는 건 맞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릴레이 사퇴를 통해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은 거의 다 빠져 나가 이대로 인권위가 운영된다면 '반쪽' 인권위를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병철 위원장은 이번 사퇴 파문에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현병철 위원장이 여우같은 부분도 있어 지금의 사태가 조용해질 때까지 쥐 죽은 듯 지낼 수도 있다"며 "청와대에서 명령이 내려오기 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청와대에서 현병철 위원장을 사퇴시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청와대는 1일 사퇴의사를 밝힌 상임위원 두 명을 불과 4일 만에 사퇴 처리했다. 사직서를 제출하면 통상 2주 정도 절차를 거쳐 면직 처리를 하는 것에 반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처리됐다. 릴레이 사퇴와 내부 직원들의 반발, 전임 인권위원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청와대는 새 상임위원으로 보수 성향의 김영혜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했다. 사퇴 압력을 받는 현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청와대가 하는 것처럼 현병철 위원장은 이번에 사퇴한 전문위원 자리를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울 공산이 크다"며 "그런 걸 염려해 사퇴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더 이상 인권위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사설] 인권위를 ‘식물위원회’로 전락시킨 책임은 이 정권에 있다 (한겨레, 2010-11-15 오후 08:59:48)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독단과 반인권적 행보로 말미암아 인권위가 정권의 하수인 집단으로 추락하고 있다. 중요한 국가기구가 이렇게 무너져내리는 경우란 일찍이 유례가 없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인권위 사태를 업무 분장을 둘러싼 내분이나 진보 대 보수의 갈등으로 치부하려 들지만, 그건 사태를 호도하는 짓일 뿐이다. 이번 사퇴 파문을 촉발한 문경란 전 위원은 한나라당 추천 인사였다. 그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건 보수라고도 할 수 없다면서 인권위의 지금 상황은 “진보·보수의 대립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권이 최소한의 인권의식이라도 갖춘 정권이라면, 일찌감치 현 위원장을 경질하고 인권위 정상화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인권 문외한을 임명해 오늘의 사태를 빚은 것도 모자라, 설상가상으로 역시 인권 문외한인 김영혜 변호사를 새로 상임위원에 지명했다. 이 대통령 자신이 인권위를 좀비기구로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권위가 그저 정권의 장식용 기구로 기능하길 바랐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이다. 우리 국민의 인권의식은 이미 그런 만행을 용납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인권위 '공개' 설문, '反현병철' 직원 색출용?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16 오후 1:49:44)
"위원장 퇴진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현 인권위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이와 같은 시기에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설문이 실시된 것은 내부 단속부터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인권단체 및 인권위에 따르면 손심길 인권위 사무총장은 지난 11일께 각 과별로 인권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실상 최근 파문에 대해 내부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겠다는 것.
방식도 문제다. 손 총장은 설문조사를 무기명으로 의견 수렴토록 한 게 아니라, 각 과 과장이 주재하는 공개회의에서 일선 직원들에게 의견을 밝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이러한 설문조사 의도에 의문을 품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과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위원장 퇴진 여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 있을까"라며 "설사 일부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과장이 그 의견을 그대로 보고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설문조사 방식을 비판했다.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직원은 "총장의 선의를 믿고 의견을 제시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효용성도 빈약해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사정이 이렇기에 설사 총장 지시의 목적이 순수하더라도 그 방식은 목적에 부합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 수렴이라고 하나 과연 그런 방식으로 소통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관리자 지시 하의 직원 의견 수렴이라니, 행여 밖에서 누가 알까 겁이 난다"고 비판했다. 이 직원은 "이 정도면 중학교 아이도 웃을 일"이라며 "정말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 직원은 "설령 설문조사가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한들 무엇을 어디다 쓸 것인가"라며 "직원들 평가에 따라 위원장이 사퇴하겠다는 건 아니지 않는가. 더 큰 상처가 남기 전에 빨리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직원은 "정말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제3의 신뢰 있는 기관의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듣기 바란다"며 "인권위가 더 이상 나락으로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배여진 씨는 "이번 설문조사는 사실상 내부를 단속시키기 위한 직원들 입막음 의도가 크다"며 "인권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부부터 단속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배 씨는 "두 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한 뒤 일부 직원들이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를 두고 당시 인권위에서는 수사의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개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각계 많은 비판에도, 현병철 권위원장 “왜 사퇴?” 글 올려 (경향, 디지털뉴스팀 손봉석기자, 2010-11-16 14:25:29)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이 최근 자신을 비판하는 각계의 목소리에 반박하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현 위원장은 16일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최근 논란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부 발언의 정확한 사실 또는 전후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오해, 왜곡된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묵묵히 사태의 진정을 기다렸으나 각종 성명과 논평 보도가 사실과 너무 다른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공개 해명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상임위 권한축소 지적에 대해선 “비상임위원 3명이 현행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제출한 것으로,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라 위원장은 안건 제출을 거부할 수 없으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 사태, MB 인식 바뀌어야 해결”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1-17 00:06:24)
ㆍ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인터뷰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16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상임·비상임위원 사퇴 등 최근 인권위 사태에 대해 “이 문제는 위원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안 전 위원장은 인권위가 정상화되려면 세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인권위가 국가를 감시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위원장을 포함한 직원들에게도 그러한 신념이 있어야 하며, 국민도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전 위원장은 “이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이 인권위의 역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정확히 드러났다”며 “국제사회에서 아무리 비난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것을 보면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이 인권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지 않으냐”고 했다. 유남영·문경란 두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발한 ‘운영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도 인권위에서의 상임위 역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상임위원회(3명)는 여·야·대통령이 (상임위원을 1명씩) 임명한 인적 구성으로 이뤄져 상시적으로 인권 현안을 해결하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이라며 “1주일에 한두 번 업무를 보는 비상임위원과 늘 업무를 보는 상임위원을 따로 둔 이유는 인권위법에 명백하게 나타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이 현 인권위 상황을 좌·우, 진보·보수의 문제로 ‘물타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 ‘이 기회에 잘됐다’는 식으로 인권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선 “경제제일시대에 인권은 밟혀 있다”고 짧게 평했다. “이런 시대에 인권위는 외로운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버티는 위원장… 안갯속 인권위 (서울, 정현용기자, 2010-11-17  8면)
현병철 “인권위원 사임 송구… 흔들림 없이 업무추진”
현병철(66) 국가인권위원장이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로 불거진 인권위 내분사태에 대해 16일 정면돌파를 선언, 인권위 내홍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국면으로 빠져 들었다. 현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A4 용지 23페이지 분량의 해명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오로지 인권이라는 기준을 토대로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혀 전직 인권위원과 인권단체들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 위원장은 “최근 인권위원 사임 논란 등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정치 쟁점화되고, 불신감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안에 따라 모든 사람들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일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도 안다.”면서 “그러나 저를 포함한 위원회 구성원들은 모든 사안에 대해 우리 위원회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인권 관점에서 토론하고 판단하고자 했다.”며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또 “우리 위원회의 독립성이 외부의 일방적 비난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으로 지난(至難)한 문제에 대해 위원회에 급박한 결정을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압박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퇴진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 독립성 훼손 ▲인권 현안 침묵 ▲상임위원회 무력화 ▲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 ▲합의제 기구를 무시한 독단적 운영 ▲최근 인권위 활동 미흡 등의 주장에 대해 별도의 반박자료를 내고 “이미 유감을 표명하거나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극심한 논란을 빚은 운영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는 “비상임위원 3명이 현행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제출한 것으로,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라 위원장은 안건 제출을 거부할 수 없으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전국 223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독립성을 훼손하게 된 데에는 현 정부의 인권위 흔들기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권과 관련된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는 무자격자를 임명한 정부의 책임은 매우 크다.”며 즉각적인 현 위원장 경질을 촉구했다.
인권단체들은 지난 2월 국회 전원위원회 의결이 나지 않은 북한인권법안 관련 안건을 인권위 입장인 것처럼 보고한 일, 용산참사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일방적인 회의 진행, 국회에서 독립성 훼손 의심 발언 등 현 위원장의 발언이나 행보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MBC PD수첩 건과 박원순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건,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건,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건 등 중요한 현안이 전원위에서 부결되거나 중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는 데 불만을 표시해 왔다. 
 
"헌병철 위원장이 있는 한 인권위는 희망이 없다" (프레시안,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전 국가인권위원회 자유권전문위원, 2010-11-17 오전 10:34:12)
[기고]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 직을 사퇴하며
짧지 않은 옥살이를 하며 감옥안의 인권문제를 꼭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내게,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감옥 인권'이라는 분야를 내게 맡겨 주었다. 그러던 중 국가인권위원회가 나를 교정전문위원으로 위촉하였고 그 이후 외부 전문가의 자격으로 20여 차례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구금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와 방문조사를 다니며 한국 감옥의 현실에 대해 깊고 넓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권단체 활동가의 자격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구금 시설의 문제점들을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의 이름으로 접할 수 있었고 수용자들과의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내게 권한과 정보를 주고 나는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에게 내가 가진 생생한 경험과 조사 노하우 등을 나누며 최소한 구금시설 조사에서만큼은 나름대로 쓸만한 '민관' 파트너십을 가지고 활동해왔다고 자부한다.
지난 월요일 그토록 애정을 가지고 수년간 수행해 왔던 국가인권위원회 자유권전문위원 '직'을 사퇴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인권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명동성당에서 한겨울 노숙농성을 진행했을 때나,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직속화에 실패하고 조직의 21%를 축소했을 때에도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지키기 위해 나서 싸웠지 국가인권위원회에 등을 돌리거나 외면하지 않았다.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하고 김양원 위원이나 최윤희 위원 같은 반인권적 인사들이 '국가인권위원'이랍시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때에는 이럴거면 더 이상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인권위원회 안에서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자유인권전문위원과 인권교육전문위원 '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뻔뻔함을 목격하고 나서 이미 알고 있거나, 물어물어 알게 된 다른 전문위원들이나 정책자문위원, 조정위원, 전문상담위원, 행정심판위원, 민간보조금심사위원들에게 현병철 위원장의 퇴진과 인사검증시스템 도입을 요구하며 동반사퇴하자는 제안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몇몇 분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사퇴의사를 밝혀주셨고 그 후로부터 그분들이 직접 나서서 각자의 지인들에게 동반 사퇴를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기자회견 전날인 14일(일) 저녁까지 57명이 동참하셨고 이른 아침 뉴스를 보시고 4명이 추가로 동반사퇴 의사를 밝혀 주셨다. 이렇게 61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부여한 모든 '직'에서 동반사퇴를 하게 됐다. 우리의 기자회견 기사를 보고 6명이 더 사퇴의사를 밝혀와 지금까지 총 66명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촉한 각자의 '직'을 내려놓았다.
지난 11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 동반사퇴 이후 현병철 인권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각계의 사퇴요구가 잇따랐다. 야당 국회의원 41인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퇴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기에 까지 이르렀다.
전직 국가인권위원 15명, 전직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18명의 현병철 위원장 사퇴 요구 기자회견이 있었고 350여 명의 법학교수와 변호사들이 역시 똑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단체들과 장애인단체들이 여기에 동참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주요 행사인 '사회권 심포지엄'의 발표자 10명 중 6명은 10일 서면을 통해 심포지엄 불참 의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통보 했으며 급기야 대법원 추천으로 인권위원이 되었던 서울대 조국 교수가 인권위원직을 사퇴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전국 660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즉각 퇴진, 국가인권위 독립성 수호와 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전국 10개 지역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인권시민단체들 이외에도 의료, 언론, 노동, 교육, 문화, 이주노동자 단체들까지 성명에 동참했으며 10년 전 올바른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기 위해 피땀 흘렸던 모든 단체들과 인사들이 함께 했다.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자신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아무 문제없이 잘 운영하고 있으며 사퇴할 뜻은 전혀 없음을 밝혔다. 자신을 격려하는 이메일이 많다는 황당무계한 말들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며 어이없는 소리를 해댔다.
현위원장의 이렇게 뻔뻔한 언행에 화답이라도 하듯, 10일 청와대는 유남영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인권관련 활동경력이 전혀 없는 김영혜 변호사를 임명했다. 김영혜 변호사는 인권경력이 없음은 물론 반인권적이며 반사회적인 해프닝으로 끝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명단을 법원의 공개 금지 명령까지 어겨가며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헌법소원 소송대리인을 맡았었고, "천안함 폭침 규탄 결의대회"를 단독 주최하는 등의 편향된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는 '법치주의수호국민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또,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정당한 집회와 시위를 나라의 발목을 잡는 일로 폄훼한 인사이니 김영혜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여기에 바로 어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의 해명으로는 이례적으로 자세하고 긴 스물한페이지의 해설서를 첨부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 최근 논란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장 입장'을 발표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들이 "정확한 사실 또는 전후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오해에서 비롯되었거나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은 정부뿐만 아니라 어떠한 외부의 힘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는 그럴 듯한 말솜씨로 자신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비겁한 결정을 일삼아 왔음을 포장하고 자신에 대한 시민사회의 사퇴 요구를 무시해버렸다. 특히 "헌법의 정신과 가치, 자유와 인권 보호의 원칙, 국제 인권 규범에 따라 오로지 국민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전념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고 "저에게 부여된 소임을 변함없이 충실히 수행하고, 오로지 인권이라는 기준을 토대로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어이없는 실소가 터지고 말았다.
용산참사의 경찰진압에 대해서나, 야간집회허용에 대해 현병철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문제 삼고 싶지도 않다. 그가 '인권 문외한'이고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을 더 이상 말하기도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른다. 다만, 현병철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 있었던 고작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에 수많은 인권활동가들과 이 땅의 양심들이 모든 것을 걸고 한걸음씩 발전시켜 온 이 땅의 '인권'을 단박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 절반을 지나며 국민의 피와 눈물로 완전히 쟁취했다고 착각하며 이제 더 이상 과거로 회귀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이 땅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사무치게 아프다. 현병철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한, 국가인권위원회는 희망이 없다. 때로는 현병철 위원장을 능가하는 무지몽매한 인권감수성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추락시킨 김태훈, 김양원, 최윤희, 황덕남, 한태식 등 비상임 위원들과 새로 임명된 김영혜 상임위원 역시 국민의 인권을 책임질 자격이 없음이 너무나도 분명하다.
이참에 현재 남아있는 아홉 명의 모든 국가인권위원들이 모두 사퇴하고 인사검증시스템을 도입하여 인권운동진영과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하여 신중하게 국가인권위원들을 새로 선임하는 것은 어떤가? 혹시 현병철 위원장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당분간만 버텨보자는 전술을 택하고 있다면, 이는 정말 큰 오산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면 몇 배로 더 가슴이 아픈 것처럼, 부족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역할과 기능을 해왔다고 믿으며 뿌리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던 국가인권위원회이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국민들은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유선진당과 한국노총이라는 대표적인 보수 정당과 대중단체에서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주 극소수의 수구인사들을 제외하고서는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만일 현병철 위원장이 청와대의 지시 없이는 자기 의사로 사퇴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면 청와대는 어서 현병철 위원장에게 문자라도 보내주기 바란다. "그대가 진정 청와대를 사랑한다면 조용히 물러나 달라"고 말이다. 마치 기업의 자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할 때처럼….
나는 현병철 위원장이 계속 버틴다면 전문위원, 자문위원의 사퇴를 넘어서는 더 강도 높은 행동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병철 체제가 유지되는 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와 회의, 심포지엄, 토론회 등에 참여하지 말자는 제안을 개인적으로라도 시작하겠다. 또,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안과 밖에서 많은 활약을 해 왔던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들과 인권활동가들에게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필요로 하는 모든 연구사업과조사활동을 전면 거부할 것을 선언하는 공동행동을 조직해 나갈 것이다.
그 시작이 아마 오늘(17일, 수)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될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을 훼손하는 이명박 대통령 규탄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대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더 이상 주저하거나 일말의 기대로 고민하지 말고 힘과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인권의 불모지 대한민국 땅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해 사상최대의 폭설과 한파를 견디며 거리로 나섰던 10년 전의 심정으로 함께 하지 않으면, 우리는 청와대 비서실의 일부로 전락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보게 될 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되었던 문경란 위원이 지난 1일 사퇴하면서 인권문제에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떤 입장이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가, 반하는 가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명백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들이 각기 다른 입장과 주장을 하는 것은 다양성의 존중이 아니라 인권감수성이 없다는 증거일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현병철 위원장의 분명한 잘못과 무능력, '인권정책'이라는 것을 아예 애초부터 가져본 적이 없었던 이명박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이번 일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몰아가고 전문·자문 위원들의 사퇴를 '좌파인사들의 사퇴'라고 악의적으로 폄훼하는 수구 언론과 기자회견 자리에 난데없이 뛰어들어 "현병철 위원장 잘한다"고 이백 번쯤 고함을 치고 유유히 사라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몇몇 분들을 빼고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등을 돌리고 외면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원들이 형편없다고 국가인권위원회 자체가 소중하지 않아지고 의미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병철 위원장은 청와대의 지시 없이는 자진해서 사퇴할 능력도 없는 분이니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현병철 위원장을 물러나가게 하고 김영혜 변호사의 임명도 취소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제대로 일하는, 어디에 내어 놔도 부끄럽지 않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적합한 인물을 국민들과 함께 인선해야 할 것이다.
인권활동가들이 있어야 할 곳은 국가와 자본이 외면한 이들의 곁이다. 그 자리에서 같이 울고 아파하며 다시는 쫓겨나지 않기 위해 죽는 사람이나, 부당한 해고에 맞서 100일간 곡기를 끊어야 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고 힘에 부친다. 더 이상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위원장의 사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 농성을 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하지 말고 현병철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자리로 돌아오라. 제발. 
 
인권위원장의 (되풀이되는) 거짓말 (경향신문 사회부 사건기자 24시, 임아영 기자, 2010/11/17 19:55)
청와대만 인정해주는 위원장. 위원회 안에서도 일부 국과장들만 인정하는 위원장. 그런 위원장이 어제 자료 하나를 냈습니다. 장장 A4용지 25장짜리의 해명자료였습니다.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자회견 형식을 빌지 않고 자료를 메일로 배포하는 형식을 택했습니다.
오늘 인권위 직원들이 인권위원장이 그간 사태에 대해 해명자료를 낸 것에 대해 다시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인권위 독립성 훼손 주장에 대해
<위원장> 2009년 9월 18일 인권위 독립성 과 조직축소에 대해 발언 논란 제기됨. 이에 대해 10월15일 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 “독립성과 조직 축소에 대해 위원회 기본입장에 대해 이견 없음”이라고 이미 밝혔음.
<직원들> 위원장은 2009년 9월 “위원회가 입법·행정·사법 등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인지, 독립기구이기는 하나 행정부에 속하는 조직인지”를 묻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법적으로 독립기구이기는 하나 행정부에 속하는 조직”이라고 답하고, 행정안전부의 일방적인 조직축소에 대해서도 “이유 있다”고 대답했음. 이후 ‘생활밀착형 인권’을 강조하면서 위원회가 마땅히 검토하여 의견표명을 해야 할 핵심적인 인권사안들에 대해 정치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 한 마디로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음. 
 
2. 인권 현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위원장> 언론에서 잇따라 부결 처리됐다고 비판하고 있는 사안은 전원위에서 논의해 결정된 사안. 인권위원간 견해 차이에 따른 것.
<직원들> ·표현의 자유 관련 사건들은 모두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것으로, 의결 당시 위원장께서는 적극적인 의결 의사를 표했던 상임위원들과 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소극적 태도를 취하거나 상임위에서 안건을 의결하지 말고 전원위로 넘기자고 수차례 주장하기도. 담당자들에게도 “정치적으로 파장이 큰 건데, 전원위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거나 “이거 안하면 안 되겠나?” 라는 의견을 전달.
·‘PD 수첩 건’ 의결 당시 찬성과 반대 의견이 5:4인 상황에서 위원장께서는 의결정족수 6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결처리. ‘박원순 변호사 건’에 대해서도 위원들의 찬반 분포가 5:5로 나오자 자신의 의견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채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처리. 그러나 일명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상임위원 3인이 위 안건을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려 하였으나 위원장님은 “상임위원에게 상임위 안건제출 권한이 없다”며 상정 자체를 막았음.
 
3. 인권위 상임위 무력화, 합의제 기구를 무시한 독단적 운영이라는 주장에 대해
<위원장> 상임위 운영규칙 개정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 또 3월 전원위 논의 중이었던 ‘북한인권법안’ 심의 중 국회 외통위 관계자에게 인권위 공식 의견인 것처럼 설명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2월11일 심의·의결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시간적으로 촉박해 기관의 장으로서의 취한 불가피한 조치였음.
<직원들> ·현 위원장님 취임 이후 그 동안 상임위원들이 관여해왔던 업무나 권한에 지속적으로 제한이 가해졌음. 위원장과 상임위원 및 국과장급 간부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업무를 점검했던 ‘월간업무보고’가 2009년 10월 경 일방적으로 폐지. 2010년 6월 전원위에서는 상임위원에게 상임위 의안제출 권한이 없다고 결정하여 상임위원은 자신들이 의결에 참여하는 상임위에 의안을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음. 심지어 2010년 5월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 중인 프랭크 라 뤼 유엔 특별보고관이 상임위원들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위원장님은 이를 거절.
·이러한 상황에서 제출된 운영규칙 개정안은 그 동안 각종 권고나 의견표명에 적극적이었던 상임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음. 상임위원회의 의결이 위원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원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위원장님 취임 이후 처음 제기된 것.
 
4. 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 대해
<위원장> “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왜 위원장 마음대로 독단하려고 합니까”라는 질문에 우발적 발언이었고 이후 사과했음. 사법연수생과의 간담회에서 ‘깜둥이’ 발언은 “다문화사회에서 인권침해 사례로 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직원들>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던 전원위에 올랐던 용산 철거민 사건에 대한 안건은 위원장은 안정 상정과정에서 담당 조사관에게 사건을 연내에 상정하지 말고 내년에 상정하는 게 좋겠다고 했음. 그러나 위원들에 의해 위 안건이 전원위에 상정되자 위원장은 사무총장과 해당 과장을 불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건 상정을 중단시키라”고 지시.
·깜둥이 발언과 관련해서도 위원장은 당시 사법연수생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회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주민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 깜둥이도 같이 산다....”와 같이 발언한 것이지 해명하는 바와 같이 인권침해 사례로 이야기한 것이 아님. 
 
5. 최근 인권위 활동이 미흡하다는 주장에 대해
<위원장> 진정사건 접수 및 처리 증가했고 사건처리 소요일수도 111일에 비해 27일 단축, 인권교육 / 국제교류·협력 증가
<직원들> ·위원회의 진정건수 증가 등이 어떻게 위원장에 대한 치적으로 얘기될 수 있는지 의문. 진정의 증가는 위원회 활동의 결과이자, 인권상황 악화에 대한 근거로 얘기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개인의 치적이 될 순 없음.
·인권위는 지난 9년 중 8년을 국제무대에서 모범으로 칭송받아 왔다. 위원장님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는 이전 위원회의 후광에 힘입어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 해석일 것.

 


 

[오피니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벼랑에 몰린 인권위, 바람직한 개선방안은 (매노, 편집부, 2010-11-12 오전 9:47:42)
국가인권위원회가 위기에 처했다. 지난 1일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이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독단 운영과 독립성 훼손을 비판하며 사퇴한 데 이어 10일 조국 비상임위원도 사퇴의사를 밝혔다. 인권위원들의 줄사퇴도 우려된다. 법조계와 학계에 이어 인권·노동·의료·언론 621개 단체는 11일 한목소리로 현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은 현 위원장 사퇴결의안을 발의한 상태다.
인권위가 현 위원장의 취임 이후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권 문제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표현의 자유 관련 권고는 전무했고, 현 위원장이 ‘용산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인권위 의견표명을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급기야 인권위는 상임위원 합의에 의한 권고조항을 없애는 방향으로 운영규칙을 개정,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인권위 독립성 강화하고 권한 부여해야” 조창형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설치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인권위에 대한 정부의 편협적인 시각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정부는 출범 초기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려고 시도했고, 행정안전부에서는 인권위 조직을 21%나 축소했다. 인권위가 행정안전부의 일방적 조직축소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마저 각하됐다. 인권위 상임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고 있는 지금 인권위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일차적 책임이 있는 현 위원장이 즉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 현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공무원노조는 강력한 투쟁을 벌여 나갈 것임을 밝혀 둔다. 정부는 훼손된 인권위의 독립성을 회복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불어 인권위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인권위가 어떤 사항을 권고해도 행정부처가 받아들여 정책을 수정하는 순기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인권위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권고가 대표적이다. 인권위의 권한을 법률적·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한국 인권현실에서 매우 슬픈 일” 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나의 입장은 분명하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수많은 인권·시민단체와 어제 사퇴한 조국 비상임위원 등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다. 현병철 위원장 스스로 사퇴를 선택해야 한다. 현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청와대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인권위원장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우려스럽다. 청와대가 지금의 모든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마치 현 위원장을 그대로 신임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신호를 보내서는 매우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 한국의 인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 자질이 없고 신뢰할 수 없는 현 위원장에 대해 청와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인권현실에서 매우 불행하고 슬픈 일이다.
“민주주의 기본 무너지고 뿌리까지 뽑히고 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번 사건의 발단은 현병철 위원장이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상임위원회의 독자적 의결권을 박탈해 전원위원회로 회부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을 개악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본질은 인권위를 독립기구가 아닌 대통령 산하기구로 두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반인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의도에 기대어 인권위를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호가 아닌, 정권의 이익에 복무하는 기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에 긴급현안으로 제기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발하는 국민을 향한 경찰의 폭력과 탄압, MBC PD수첩 보도에 대한 검찰과 정부의 탄압 사건이 있었다. 경찰특공대가 민간인을 태워 죽인 용산참사 사건이 제기됐고, 국정원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박원순 변호사를 고발한 사태가 발생했다. 쌍용자동차노조 파업 당시에는 경찰의 공조하에 물과 의약품 반입도 차단했던 비인간적인 탄압이 벌어졌다.
현병철 위원장은 진보적·민주적 성향의 인권위원들이 자신의 통제 밖에서 현안을 논의해 의견을 제시하고 권고하는 것을 막고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했다. 정권과 국가가 국민을 향해 가하는 폭력과 탄압에 인권위가 입과 귀와 눈을 가려야 한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현 위원장은 ‘내가 국가인권위원회를 가장 잘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현 위원장 뒤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있기 때문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게 만들어진 인권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인권파괴 옹호하는 현병철을 즉각 해임하라”고 외쳐야 한다.
“여야합의 등 인사검증 시스템 마련해야”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현병철 위원장은 독립기구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하는 인권위가 독립기구인지 행정부 소속 기관인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정치 논리에 휘둘렸다. 현 위원장은 반인권적인 행보와 독단적 운영을 통해 모두의 위원회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려 했다. 독단적 운영으로 제 역할과 기능을 잃어버린 인권위원회로 전락시킨 현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인권위 사태에 대한 책임은 임명권자에게 있다. 하지만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공석인 대통령 추천 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고소영’ 라인의 김영혜 변호사를 내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일이 생길 수 있는데, 재발을 막으려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인권위원장에 대해 여야가 모두 합의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 등을 도입하고, 인선절차를 개선해 무자격자가 인권위원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단순히 현 위원장의 사퇴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재발을 막고 인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인사시스템 마련 등 대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제대로 된 인선절차와 검증시스템 필요”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인권위의 위기는 인권을 무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에는 인권위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만들려고 해 인권단체들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2008년 촛불시위가 벌어지자 인권위 조직 축소를 추진했다. 그리고 인권경력이 없는 무자격자를 인권위 수장으로 임명했다. 인권위가 권력에 대한 쓴소리를 할 수 없도록 그 구성과 내용을 바꾼 것이다.
지난해 7월 현병철 위원장 임명 당시부터 인권활동가들은 인권감수성과 경험·식견이 전혀 없는 무자격자이므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운영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위원들 간 합의 없는 독단적 행동을 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의도다.
하지만 인권위의 본 역할은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로부터 사회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인권위를 살리는 길은 현 위원장의 사퇴밖에 없다. 또 무자격자가 전횡을 휘둘러 인권위를 무너뜨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인선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인권위원장은 장관급인데도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
 
“인권이야말로 보수의 것” (한겨레21 2010.11.12 제835호, 안수찬 기자)
[VS] 현병철 인권위원장 비판하며 사퇴한 문경란 상임위원…
진보·보수 떠나 인권에만 충실하려 했던 그가 남은 임기 100일을 가슴에 묻은 이유 

지난 2년6개월을 돌이키는 그의 회고에서 인권의 반대말은 권력이었다.
- 언제 사퇴를 결심했나.
= (상임위원이 된 뒤) 여러 차례 사퇴를 고민했으나, 많이 참았다. 가능하면 임기를 채우고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하는 게 소임이라 생각했다. 상임위 운영규칙 개정이 결정적이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상임위의 손발을 묶었는데, 이젠 완전히 입을 틀어막는구나 싶었다. 너무 모욕적이었다.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나가야 되겠구나, 생각했다.
- 과거에 현 위원장이 상임위의 손발을 묶은 사례가 있나.
= 지난해 9월 방한한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인권위 상임위원들을 만나려 했다. 그런데 현 위원장이 못 만나게 했다. 지난해 말, 대통령 특별보고 자리에 상임위원을 배제하고 위원장 혼자 갔다. 과거에는 상임위원이 모두 동석했다. 인권위의 논의 사항을 위원장에게 보고하기 전에는 상임위원에게 알리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예전에는 조사관들이 담당 분야별로 상임위원과 충분히 의논했다. 사무처 직원 인사에 대해서도 상임위원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 매주 열리던 상임위 정례회의도 지난해 말부터 안 하고 있다. 위원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 출범 이후 김창국·최영도·조영황·안경환에 이르는 역대 위원장들은 매주 월요일 상임위원들과 현안을 의논하는 자리를 열었다. 다른 날에도 수시로 ‘티타임’ 형식의 같은 자리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그런 자리가 없었다는 것은 이미 1년 가까이 상임위원회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뜻이다. 상임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여야가 추천한 3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인권위의 중심이다. 상임위 논의는 7명의 비상임위원과 상임위원이 함께 참석하는 전원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승인한다. 지난 10월25일 제출된 상임위 운영규칙 개정안은 상임위 결의 없이 위원장 단독으로 전원위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임위는 완전히 무력화된다. 현병철 위원장은 껄그러운 안건의 상정 자체를 틀어막고, 혼자서 인권위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조만간 열릴 전원위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 왜 상임위를 무력화하려고 할까.
=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상임위원이 논의하는 것 자체가 권력의 심기를 거스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권위의 원래 소임은 권력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쓴소리를 하는 기관이 나라에 한 군데는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국민 세금으로 우리가 월급을 받는다.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인권위가 있을 이유가 없다. 위원장은 그 역할 자체를 두려워하고 회피했다.
- 그게 혹시 추천을 한….
= 그 문제 편하게 말해도 괜찮다. 날더러 보수니 좌파니, 여당 추천이니 뭐니 해서 불쾌했다. 독립성이 인권위의 생명이라면, 인권위원의 생명도 독립성이다. 사퇴 발표 직후,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은 위원조차 문제제기한다”는 성명을 냈는데, 그런 표현조차 불쾌하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추천한 인권위원은 반인권적으로 활동하는 게 상식이라는 뜻이냐. 한나라당이 나를 추천할 때는 인권적으로 일을 잘하라는 뜻이었다고 나는 이해한다. 이런 일을 두고 자꾸 보수·진보, 여·야로 나누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 위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나.
= 수도 없이, 비일비재하게 위원장에게 말했다. 그러나 위원장은 이런 문제제기에 단 한 번도 정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러저러해서 못한다고 설명이라도 해주면 대화가 되는데, 항상 말을 돌리고 회피했다. 그러다 안 되면 사무처 직원들에게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올리라고 지시했다. 문제를 에둘러서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그도 안 되면 독단으로 결정했다. 용산 문제 논의를 일방적으로 폐회시킨 게 대표적이다.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끝까지 묵살했다.
지난해 12월28일,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용산 참사’에 대한 의견표명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른바 ‘한나라당 성향’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한 전원위조차 참석자 10명 가운데 7명이 “의견표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현 위원장은 안건 상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느닷없이 의사봉을 두들겨 폐회를 선언했다. 어이를 잃은 위원들을 향해 그가 외친 말이 두고두고 회자된다.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문 전 위원은 <중앙일보>에서 잔뼈가 굵었다. 2000년 낙천·낙선 운동을 펼친 ‘총선연대’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당시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 일간지는 총선연대에 비판적이었다. 여성운동에 관심이 많던 그는 현장에서, 그리고 신문사에서 고심이 많았다. 더 깊은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지만, “그 시절 굉장히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의 틀을 넘어, 사안별로 온당하고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말했다.

- 인권위를 둘러싼 편가르기를 어떻게 보나.
= 보수건 진보건 인권은, 안경환 전 위원장이 쓰신 표현인데, 매일 먹어야 하는 양식이다. 그래도 굳이 나누자면 인권이야말로 보수의 것이다. 보수의 가치를 흔히 법치주의라고 하는데, 법치의 최고는 헌법이고, 헌법은 곧 인권법이다. 헌법에 나오는 인권을 부인하는 것은 보수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인권위는 보수의 것도 진보의 것도 아니다. 또는 보수와 진보 모두의 것이다. 내가 (보수 또는 진보의) 어느 편에서 인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생각한 적이 전혀 없다. 개별 사안마다 인권침해 내용이 무엇인지 열심히 들여다봤을 뿐이다.
- 그렇다면 편파적인 인권위원들은 무엇을 문제 삼는가.
= 예컨대 용산이나 촛불집회 등을 다루면, 인권이 아니라 정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촛불집회를 다룰 때, 인권위는 기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집회·시위의 권리를 따져야 한다. 시위대가 경찰에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건 형법으로 다뤄 엄벌하면 된다. 인권위의 결정을 두고 정부를 공격하는 게 아닌지 특정 정파의 편을 드는 것을 아닌지 지레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인권을 지켜야 하는 법원이 있는데도 왜 인권위를 따로 만들었겠나. 기존 국가기관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문제를 더 꼼꼼히 챙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권위원은 불편부당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약자·소수자의 입장에 더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으로 사회가 공정해지고 균형을 잡는다. 이런 인권위원의 역할을 하려면 그저 법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약자·소수자의 처지를 느끼고 고민하는 감수성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 인권에 대한 현 위원장의 시각과 철학은 무엇인가.
= 잘 모르겠다.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위원장이 생각하는 인권이 도대체 무엇인지 말하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보수의 관점을 내세워도 좋다. 이러저러해서 반대한다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면 된다. 그런데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용산 사건을 권고하지 말자는 게 인권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빚어진 일인가. 그건 인권을 돌보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상임위원들이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반인권·비인권적 결정을 내렸다면, 이를 전원위에 올려 다시 의논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런 논의 자체를 안 하겠다면서 상임위를 없애고 전원위에서만 논의하겠다는 뜻이 도대체 뭐냐.
- 앞으로 국가인권위를 어찌 운영해야 옳을까.
= 그 걱정을 많이 했다. 남은 이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이미 그만둔 사람이 너무 많다. 사무처 규모를 줄이면서 그만두기도 하고, 위원장 때문에 제 발로 나가기도 하고. 인권위를 정상화하려면 인권 문제에 애정과 전문성을 갖춘 일꾼을 충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임명권자가 지금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인권위 본래의 소명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인권위원장을 포함해 인권위원을 잘 임명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헌법기구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인권위- 진실화해위의 파행과 MB (미디어오늘, 2010년 11월 12일 (금) 07:46:49 고승우 전문위원)
[칼럼]인권 상징 두 기관 정상 일탈…청와대 잘못된 인사가 뿌리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위원장 이영조)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으로서 품격을 상실한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인권위원회는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운영에 반발해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이 동반사퇴한 뒤 조국 비상임위원도 사퇴하는 등 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명박 대통령이 위원회의 2년간의 기간 연장을 불허함에 따라 올 연말 문을 닫게 되는데 지난 6월 하순 이래 위원장의 3개월 동안의 서류 결재 지연, 미국에서의 외유성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인권위는 국가 기관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진실화해위는 공권력에 의한 불법 자행을 바로잡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두 기관의 정상 이탈은 이명박 정권의 인권 외면을 상징한다.
인권위원회 사태는 위원들의 줄 사퇴에 이어 여러 부문에서 위원장 사퇴 촉구 요구로 번지고 있다. 즉 인권위원회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사회권 심포지엄' 발표자들은 "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그리고 그 선결과제로 현병철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진심으로 촉구한다"며 집단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현병철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으며 법학자 124명, 변호사 210명 등도 선언문을 발표,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위의 파행 운영은 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국 비상임위원은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이 아닌 정파의 잣대를 앞세워 왔으며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해왔다. 이 대통령은 인권의식과 지도력이 있는 보수인사에게 인권위원장직을 맡겨 인권위법의 정신이 되살아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현 위원장 교체를 촉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청와대는 유남영 전 위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청와대 몫으로 김영혜 변호사를 내정했으나 김 내정자는 인권 관련 분야의 특별한 활동 내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6월말 전원회의 결정사항을 위원장이 3개월이나 끌다가 늑장 결재한데 이어 ‘외유성’ 국제 심포지엄 개최 논날을 빚는 등 파행을 지속하고 있다. 이영조 위원장은 지난 6월 진실화해위 전원위원회가 내린 결정사항을 9월 하순까지 미국에 장기 체류 하면서 결재를 미루다가 진실화해위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이 비난 성명을 발표하자 9월 하순경 결재한 뒤 신청인 등에게 통고토록 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고신곤(당시 32세), 김용길(당시 26세) 씨등 전북지역 민간인 희생자 43명이 6.25전쟁 발생 시기를 전후해 군인, 경찰에 의해 임의로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지난 6월의 전원회의 결정사항을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어 주소가 변경된 신청인 등은 그 결정 사실을 통고받지 못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종래 모든 사건의 조사 결과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했지만 지난 6월에 전원회의의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실화해위원는 국내에서 거의 활동을 중지한 상태에서 지난 5일부터 7박9일 동안 약 5천만원의 예산으로 미국 시카고에서 ‘민간인학살 관련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가 이를 강력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유족회는 진실화해위원회가 국민의 혈세로 쓸데없는 ‘외유성’ 국제 심포지엄이나 하지 말고 진정한 과거사 청산을 위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게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은 △진실화해위 활동 기간 연장과 관련법 개정진상 조사 작업의 지속, △지속적 유해 발굴, 피해자 추모비·추모공원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ㆍ보상 특별법 제정과 과거사 재단 설립 △정부·국회의 즉각 사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5년 5년 한시법인 과거사법 제정과 함께 출범한 진실화해위 활동이 오는 12월로 종료된다. 하지만 충남도의 경우 지난 5년간 신청된 민간인 희생 사건 가운데 30%인 5백여 건은 진실 규명 불능으로 결론지어졌다. 그 가운데는 대전역 폭격사건 등 충청지역 미군 폭격 사건 11건도 이에 포함돼 있다. 과거사 진실규명 작업이 앞으로도 계속될 필요성이 크다고 유족들은 주장한다. 즉 미신청자 접수나 재조사 등을 통해 과거사 규명 노력이 이어져야 하고 지지부진한 유해 발굴 작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피해 당사자 및 유가족 명예회복을 위한 법률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해도 국제법상 민간인 학살을 금지한 전쟁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피해자 명예회복과 위로는 국가의 책무'’라고 주장한다.
과거사법 제40조에 따르면 정부 출연금을 통해 진실화해위원회 후속기구 격인 과거사연구재단 설립이 가능하게 돼 있으나 발족 움직임은 거의 없다. 과거사법에 따라 권고사항을 이행할 수 있는 기구 설립 등 후속조치를 정부가 이행해야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도 아직 없다. 그러니 과거사 진실이 규명된 사건의 후속처리를 위해 지자체 내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조직 같은 것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명박 정권은 '오늘의 인권'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인권'도 4대강에 파뭍거나, 떠내려버리려고 작심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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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개인메일로 격려 목소리 많아” (레디앙, 2010년 11월 09일 (화) 15:09:12 손기영 기자)
민주당 “안드로메다서 왔냐. 사퇴하라” 
[인권위 국감] 사퇴요구에 변명 일관…"인권위 잘 운영되고 있다"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파행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국정감사에서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사퇴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현 위원장은 사퇴 요구와 관련해, “지금 인권위는 잘 운영되고 있다”, “개인 이메일을 통해 격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인권위에 대한 평가는 높다” 등 사태를 재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답변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 위원장은 또 두 명의 상임위원 동반사퇴와 관련해, 지난 1일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인권위를 사랑하는 직원 일동’의 규탄 성명에 대해 “대부분의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일동이 아니라 일부일 뿐”이라고, 지난 8일 김창국·최영도 전 위원장 등 전직 인권위원들의 규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인권위의 현실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아 빈축을 샀다.
현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의 김유정 의원은 “현 위원장은 ‘안드로메다’(생각이 보통 사람과 다른 이에게 지칭하는 말)에서 왔느냐”고, 이윤석 의원은 “너무 귀가 닫혀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고, 조영택 의원은 “그만해라. 발언을 듣지 않겠다”며 질의를 중간에 중단하기도 했다.
현 위원장은 이날 외국인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여부를 묻는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조사한 게 없다”고 답했다가, 국정감사장에 함께 나온 손심길 인권위 사무총장의 메모를 전달 받은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을 바꿔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에 대한 국민의 원망과 우려가 크다. 유엔(UN)과 아시아 지역 인권위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책임의 중심에는 현 위원장이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책임을 반드시 통감해야 한다. 자진 사퇴를 하는 게 맞지 않냐”며 책임을 추궁했다.
이에 현 위원장은 “제 생각에는 지금 인권위는 잘 운영되고 있다. 떳떳하다. 제가 취임한 이후 진정 사건도 40% 이상 늘었다”며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격려하는 목소리 많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인권위의 평가가 높다”는 이유를 들며, 사퇴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사람을 두고, 국정감사를 해야 하는 현실이 불합리하다. 동료 의원들의 질의를 지켜보면서 현 위원장이 수치심을 전혀 모르는 독특한 성격, 그리고 득도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귀에 경 읽기’라는 고사가 생각난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현 위원장은 “그동안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 문제와 관련해 17번의 의견 표현을 했는데, 그 중 7번이 제 임기에 이뤄졌다. 어떤 위원장보다 의견 표명을 많이 했다”며 “일부 의견 표명을 못한 사안도 있지만, 인권위원들의 의사를 강요할 수 없었다”며 오히려 자신의 '치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윤석 의원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현 위원장은 “맡은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지적한 사항을 참고해 열심히 하겠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이날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은 현 위원장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일관했고, 상임위원 동반사퇴 문제와는 상관없는 ‘인권위 편향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인권위 상임위원회 권한 축소 문제로 두 명의 상임위원 동반사퇴의 계기가 된 ‘인권위 운영규칙 일부 개정안’과 관련해,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상임위원 3명의 합의로 안건이 결정되면 전원위원회에서는 결정을 하지 못하지 않느냐. 결국 인권위 결정이 상임위원 3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전원위원회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며 현 위원장 편을 거들었다.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은 “인권위의 의사결정은 위원장이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위원장은 11명 인권위원 중에 불과 1명에 불과하다. 인권위의 의사 결정은 전원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 문제를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또 “기존의 인권위원들의 구성을 보면 좌편향적인 사람들이 많다. 상임위원 동반사퇴의 원인은 겉으로 보면 조직 운영에 대한 견해차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과거 민주당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 혹은 민주당과 정치적 이해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가 관철되지 않자, 사퇴라는 방법을 통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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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인권위원장 필요없다 (미디어스, 2010년 11월 08일 (월) 14:34:51  김완 기자)
전직 인권위원들, ‘상임위원 동반 사임’에 긴급의견 표명
단지, '진심'이라고 했다. '인권'이 국가적 차원의 과제임이 인지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권에 대한 고민을 해왔을 이들은 모두 그렇게 말했다. 정확히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위원장의 결단과 책임 있는 처신을 기대한다"고 에둘렀고, 구체적 행동 계획 역시 아직은 없었다. 하지만 다만 "국민적 열망으로 탄생한 국가 기구가, 한 위원장의 잘못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이하 인권위)가 출범한 2001년부터 최근 몇 달 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수의 위원들이 8일 '긴급의견'을 표명했다.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창국 변호사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는 현병철 현 인권위원장과 함께 활동했던 최경숙 상임위원까지 총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전직 인권위원들은 총 23명뿐이다. 이 가운데 15명이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동반 사임’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인권위의 현 상황이 "한국 인권의 위기"라는데 입장을 함께 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상임위원 동반 사임'에 대한 전직 인권위원들의 긴급의견 표명>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일련의 상황들이 국민적 성원과 시민사회의 피땀으로 이룩한 성과가 일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쓰라린 외풍에도 묵묵히 수모를 견뎌온 직원들까지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내는 모습은 돌이키기 어려운 파국"이라고 진단했다.
새 정부 들어 인권위가 ‘설득력 없는 조직 축소로 인해 업무 차질과 전문성 측면에서 매우 우려할만한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해 가려는 위원장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위원장이 '독선적 조직운영과 인권현안에 대한 의도적 외면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현병철 위원장이 사무처의 안건상정을 사전 차단하고, 상임위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정말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오늘의 파행에 대해 현 위원장이 '어떠한 형태로든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최경숙 위원은 현 위원장이 "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참담한 발언을 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2009년 12월 28일 인권위 전원위는 '용산 참사 사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무처에서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침해구제 1소위 위원들이 직권으로 관련 안건을 상정했다.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하야 한다는 위원이 더 많았다.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는 다수결 원칙으로 운영된다. 관례대로라면 토론 뒤에 다수결 처리를 통해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수순이었다. 이때 갑자기, 현 위원장이 회의를 마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의 돌발 행동이었다. 이를 막던 과정에서 3번째 의사봉은 급기야 최경숙 위원의 손에 맞았다. 회의장엔 깊은 정적이 흘렀다고 한다. 현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독재라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그대로 퇴장해버렸다. 인권위 전원위에서 서슴없이 "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는 이가 현 위원장이다.  
말 그대로 단적인 장면이다. 23명 가운데 15명의 인권위원이 긴급한 시간에 뜻을 모은 까닭이다. 현 위원장의 사퇴 한들, 인권위의 현실이 단박에 달라지진 않겠지만 현 위원장을 그대로 두고서는 "한국 인권의 위기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G20 개최를 앞두고, 정부는 국민을 향해 '국격'을 생각해 처신해달라는 우스꽝스런 훈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인권위가 없는 편이 낫겠다"는 참담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생각할까. '국격'과 '인권'은 어떤 연관이 갖는지 묻고 싶은 이가 한둘은 아닐 것이다. 끝으로 최영애 위원은 "인권에는 정치적 좌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인권은 바로 그 자체로 '국격'의 잣대이다. 
  
인권위 파행, 일부 위원 항의성 중도 퇴장 (레디앙, 2010년 11월 08일 (월) 18:01:14 손기영 기자)
장향숙·장주영-조국 위원은 불참…"위원장 후안무치, 변명으로 일관"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 동반사퇴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날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현 위원장이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자 이에 반발한 장향숙 상임위원(민주당 추천)과 장주영 비상임위원은 회의 도중 퇴장했으며, 조국 비상임위원은 항의 차원에서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결국 오후 2시부터 열린 전원위원회는 현 위원장과 보수성향의 비상임위원 6명만 참석한 가운데, 상임위원 2명이 임명될 때까지 상임위원회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한다는 내용의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임시 운영방안 검토보고’ 등 2가지 안건만 처리한 뒤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해, 장향숙 상임위원은 “상임위원 사퇴에 대해, 현 위원장이 10분 정도 이야기를 늘어놨는데 본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소홀함이 없었다는 식의 말뿐이었다. 송구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며 “현 위원장은 자신의 말만 한 뒤, 곧바로 개회 선언을 하고 안건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발언을 요청하자, 현 위원장은 안건부터 상정하자며 발언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후안무치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현 위원장의 태도를 지켜볼 수가 없어, 문제제기 뒤 퇴장했다”며 “위원장 입맛에 맞게 인권위를 운영한 것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주영 비상임위원도 “인권위 파행 사태에 현 위원장이 책임지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한 뒤 장 상임위원과 퇴장했다. 현 위원장은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40~50여명은 ‘군대 내 동성애’를 인정한 인권위 결정에 항의하며 인권위 건물로 난입해, 전원위원회 회의장 출입문과 인근 복도에 화분 2개를 파손시키며 소란을 부리기도 했다.
한편 상임위원 동반사퇴 사태와 관련해, 김창국, 최영도 전 위원장 등 전직 인권위원 15명은 이날 오전 11시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온 문경란, 유남영 두 상임위원의 사퇴 소식에 전직 인권위원들은 비통한 심정에 빠져든다"며 "국민적 성원과 시민사회의 피땀으로 이룩한 성과가 일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현 위원장은 오늘의 파행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처신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는 인권위의 나이테에 스며있는 값진 피땀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기를 꿈꾸는 국민들의 소망을 받드는 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으로 구성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를 위한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대책회의)도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현병철 위원장을 임명한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현 위원장 사퇴 등을 촉구하며 지난 4일부터 인권위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설] 국가적 수치, 인권위원장을 퇴진시켜라 (한겨레, 2010-11-08 오후 08:35:24)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꼴이 말이 아니다. 지난주 상임위원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항의해 2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한 데 이어 마지막 남은 장향숙 상임위원마저 어제 열린 전원위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항의해 회의장을 떠났다. 이른바 양심적 비상임위원들도 회의에 불참하거나 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의를 보이콧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인권위의 이런 파행에 대해 오불관언이다. 전원위 머리발언에서 그는 물의를 일으켜 유감이지만 상임위원들이 왜 사퇴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는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인권위 건물에 극우 성향 단체가 난입하도록 방치하고 그들의 호위 아래 남은 보수 성향의 비상임위원들만으로 소위원회 운영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권의 보루가 돼야 할 인권위가 이렇게 난장판 조직이 됐는데도, 인권위원장이란 사람은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고, 나아가 지금 같은 난장판이 왜 문제인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사퇴한 상임위원들이 그들을 사퇴로 몰고간 인권위의 퇴행상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음에도, 그는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그 누구보다 예민해야 할 인권위원장의 자리에 그런 사람이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전임 인권위원장 등 옛 인권위원들과 야당 의원들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조차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이 됐겠는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물러날 터이지만, 부끄러움은 그에게 기대할 수 없다. 이제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정권의 책임이 됐다. 인권 문외한을 지명해 인권위를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든 책임을 지고 우선 현 위원장부터 해임해야 한다.
현 위원장이 들어선 이래 진행된 인권위의 퇴행적 행태는 이 정권의 뜻에 따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권은 그들이 추구하는 효율적 경제와 인권 신장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라고 보고 인권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인권을 무시한 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주최한다고 해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는 없다. 정부는 인권위가 나라의 수치가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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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향숙도 “사퇴 고려”…인권위 파문 확산 (한겨레, 손준현 선임기자, 이세영 기자, 2010-11-03 오후 08:15:03)
장 위원 “운영규칙 개정안 통과땐 거취문제 고민”
상임위 공백 우려…현 위원장 사퇴 촉구 잇따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상임위원회 권한 축소를 둘러싼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3일 장향숙(52) 상임위원은 상임위 권한 축소를 뼈대로 하는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전원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41명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 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운영규칙 개정안이 전원위에서 의결되면 내 거취 문제를 고려하겠다”며 “그렇게 되면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현 위원장에게도 이러한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로 1일 사퇴한 유남영·문경란 위원에 이어 만약 장 위원까지 사퇴할 경우 차관급인 상임위원 3명 모두가 임기 도중 사퇴하는 ‘상임위 공백사태’가 오게 된다. 유 위원은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추천 몫으로, 문 위원은 한나라당 추천 몫으로 상임위원이 됐으며, 임기는 각각 12월23일과 내년 2월3일이었다. 장 위원은 이어 “운영규칙 개정안이 (전원위에) 올라가게 한 것은 제 역할에 충실한 상임위원들의 뺨을 때린 것”이라며 “이는 상임위를 무력화하고 안건상정 권한을 위원장이 다 가지겠다는 뜻 아니냐”며 현 위원장에게 이를 따졌다고 말했다.
8일 열리는 전원위에서 ‘운영규칙 개정안’이 재상정될지는 유동적이다. 인권위 손심길 사무총장은 “현 위원장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밝히지는 않았다”며 “안건 상정 확정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시민단체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봉균·이미경·최문순·박선숙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41명은 3일 성명을 내어 국가인권위원회 현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두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로 빚어진 지금의 사태는 인권위의 역사적 사명과 존립 근거를 망각하고 권력 눈치 보기와 반민주적 운영으로 일관해온 현 위원장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며 “인권위가 초기 정신에 걸맞은 기관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출발은 현 위원장의 즉각 사퇴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이날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위원마저 사퇴한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이 짐작된다”며 “민주당도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인권위의 파행운영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일에도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 3당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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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차관급 상임위원 2명 동반사퇴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한상용 기자, 2010/11/01 09:20)
위원장 운영방식에 불만…'권한 축소' 규칙 개정안이 계기
상임위 업무파행 불가피, 조직내부 동요도 예상

국가인원위원회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차관급)이 1일 현병철 위원장의 조직 운영 방식에 항의하며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유 위원과 문 위원은 이날 오전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이 참석한 상임위원회 간담회에서 현 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위원장의 조직 운영 방식에 반발해 복수의 상임위원이 임기중 사퇴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전 정권에서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유 위원은 12월24일 임기가 만료되며, 한나라당 추천인 문 위원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인권위 상임위는 위원장과 3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유 위원과 문 위원이 사퇴키로 함에 따라 인권위의 대표적 기능인 상임위 차원의 의견 표명이나 권고 업무는 당분간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상임위원 3명 중 2명이 위원장에게 반발함으로써 이에 동조하는 일부 직원의 집단적인 의견 표명이 예상되는 등 인권위 내부에서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유 위원 등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전원위 의결이 나지 않은 북한인권법안 관련 안건을 인권위 입장인 것처럼 보고한 일 ▲임시 전원위나 상임위 소집 요구를 거부한 것 ▲용산참사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일방적인 회의 진행 ▲국회에서 독립성 훼손 의심 발언 등 현 위원장의 발언이나 행보를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의 사퇴 표명은 최근 상임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25일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원위에서 유 위원과 문 위원은 개정안 상정 자체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현 위원장이 그동안 상임위나 전원위 안건 의결 과정에서 보인 신중한 태도가 실제로는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안건만 처리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라며 "상임위원 2명의 동반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내부 동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봉숭아학당ㆍ식물위원회'…곪아터진 인권위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한상용 기자, 2010/11/01 09:30)
잇단 `우향우' 현병철 위원장 리더십 도마 올라
"사회보다 한발 앞서야 하는데 의욕 꺾여"

국가인권위원회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차관급)이 1일 전격 사퇴를 표명한 것은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 쌓인 불만이 마침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 끝에 어렵게 출범한 인권위는 그동안 사회 이슈와 관련해 진보적인 결정과 판단을 내렸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으로 구성된 상임위나, 비상임위원 7명까지 포함하는 전원위원회에 보수보다 진보 성향 위원 수가 많은 결과였지만 '인권'을 척도로 삼는 기구의 특성이기도 했다.
인권위는 정권교체 이후인 지난해 7월 현병철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우향우' 성향을 보이다가 올해 2월 진보와 보수 위원의 수가 '5대6'으로 역전되면서 "현 정권에 부담을 주는 의결이나 의견 표명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인권위는 현 위원장 취임 이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건과 박원순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건,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건 등 뜨거운 현안에 대한 의견표명 여부를 전원위에서 부결시켰다. 이 결과 외부의 비판은 물론 "스스로 역할을 포기했다"는 내부의 지적까지 나왔다. 인권단체 사이에서 전원위가 '봉숭아 학당' '식물위원회'로 불리기 시작한 때도 이때부터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인권위 설립 멤버인 김형완 인권정책과장이 현 위원장의 조직 운영에 불만을 품고 자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임기를 마친 최경숙 전 상임위원도 "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비전과 방향이 새로울 수 있고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며 현 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내부에서는 "사회보다 한발 앞서 진보적인 결정이나 판단을 해야 하는데 전원위에 보수 성향 위원이 더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열심히 할 수 있겠느냐. 조사를 벌일 의욕이 꺾일 때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상임위원들의 전격 사퇴 배경에는 내부적 문제뿐만 아니라 현 위원장의 각종 행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들은 현 위원장이 지난달 국회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발언을 한 것이나 지난 2월 전원위 의결이 안 된 북한인권법안 관련 안건을 인권위 공식 입장인 것처럼 국회의원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제출한 것 등을 문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보수 성향 비상임위원 3명이 발의한 `인권위 운영규칙 일부 개정안'이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것은 상임위원 2명의 동반사퇴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성명]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 동반사퇴 이유있다. (2010년 11월 1일 새사회연대)
- 현병철은 즉각 사퇴하고, 인권보장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
새사회연대(대표 이창수)는 먼저 정무직 상임위원들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 사퇴 배경에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두 상임위원의 조기 사퇴는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무능과 독단적 운영, 전횡이 원인이며, 이로 인해 해당 위원들이 겪은 인권적 고뇌, 번민 더 나아가 모욕감을 이해한다.
이번 사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식물’위원회 상태에 사망을 공식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인권무능’과 ‘금도도 없는 몰염치한’인 현병철이 이 파국에 전적인 책임이 있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국가인권위는 현병철 위원장의 취임 이후 지금껏 인권퇴행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인권에 대한 연구경험조차 없는 인사가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에서부터, 일반직 공무원 중심으로 줄 세우기, 별정직 공무원 강제퇴출, 정책교육국장의 인사비리 채용, 별정직 사무총장직에 일반직 편법 채용 등은 모두 최초의 사건이었으며 인권위법과 정신을 훼손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위원장은 국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행정부 소속이라는 식의 독립성 폄하 발언을 했고 전원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북한인권법안 관련 의견을 공식입장처럼 보고했다. 상임위원들의 임시 전원위나 상임위 소집 요구 거부, 유엔표현의자유특별보고관과 상임위원 면담 방해, 용산참사 등 인권사안에 대한 일방적인 의사진행으로 인권전담기관의 수장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해왔다.
더구나 국가인권위 운영에 관해서는 위법과 탈법이 도를 넘은 지 오래됐다. 운영규칙에 반하여 전원위원회 회의를 두 달간 개회하지 않고 지난 10월 25일 열린 전원위 회의에는 운영규칙 개정안을 긴급상정하여 위원장 권한 강화를 시도했다. 현병철은 위원회법과 규칙들은 무시하고 위원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면서 위원회 파행운영과 무력화를 스스로 주도해 온 것이다.
결국 현재의 국가인권위는 인권은 사라진 일부 위원들만의 정치적 논쟁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공개 안건의 급격한 증가, 주요 인권현안에 대한 의견표명의 부결 및 재상정으로 인한 지연, 사무처의 독자기능 상실 등으로 위원회는 국민과 현격하게 괴리되었으며 투명성이나 민주성을 상실하고 심지어 반인권적이기도 한 유명무실한 기구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현병철이 국가인권위원회장으로 있을 수 있는, 있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우리사회는 그간 국민의 염원과 인권시민단체들의 10여년에 걸친 운동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인권위 기구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인권정책이 부재한 이명박 정부와 현병철 체제에서의 국가인권위는 뼈만 남은 ‘좀비’가 되고 말았다.
새사회연대는 국민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닌 ‘현병철’과 ‘김태훈’ 그리고 ‘최윤희’의 국가인권위원회는 더 이상 필요 없으며 당장 해체되어야 할 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국회는 우리나라의 인권보장 체계를 다시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
 
“권력 눈치보는 인권위" 상임위원 2명 동반사퇴 (미디어오늘, 2010년 11월 01일 (월) 16:11:19 최훈길 기자)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 “인권 후퇴에도 쓴소리 막혀…청와대 책임져야"
문경란 상임위원은 1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인권위 파행의 핵심 원인’으로 “정권이 ‘인권위가 왜 있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힘 있는 기관에 대해 쓴소리를 하라는 것이 위원회의 설립 취지인데, 과정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고 원래 해야 될 이 소임으로부터 멀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문경란 상임위원은 “권력기관이 싫어해도 인권위는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런 기관이 있어야 사회도 유지될 수 있다”며 “(지금 인권위 파행은)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등에서 후퇴하는듯한 징조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경란 상임위원은 ‘현 사태 책임’에 대해선 “인권위원장을 포함한 인권위원을 잘 정해야 한다”며 “청와대, 국회, 대법원 등 인권위원을 선임한 기관들이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힘 없는 약자는 돌보는 역할을 하는게 위원회의 소임”이라며 “어렵고 소외되고 힘 없는 약자를 돌보지 않는 국가라면 국가가 제 소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유남영 상임위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인권 문제에 관심이 없어 위원들을 임명할 때도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사람을 보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그렇게 해도 위원회가 잘하면 되는데 현 정부 들어와서 임명된 사람들은 인권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인권위 본연의 역할을 못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남영 위원은 “인권위는 권력 감시가 본질”인데 “인권위는 김종익씨, 여당 정치인, 유엔 보고관, 시민운동가 등 국가 기관의 민간인 사찰이라는 권력 감시의 가장 중요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은 “인권에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선임되면 인권위가 권력 기관에 대한 감시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우리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 지금 같은 파행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임의 변- 문경란
현 위원장의 부임 이후 인권위는 파행과 왜곡의 길을 거쳐 이제 고사(枯死)의 단계로 전락하고 있는 듯합니다. 인권위를 ‘위원회’ 제도로 만든 것은 독임제 부처와 달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권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운영하고 결정하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1년 4개월간 현 위원장은 인권위를 운영하면서 위원회의 설립 취지는커녕 적법 절차도 잘 지키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다수의 위원들이 찬성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의사봉을 두드리며 폐회를 선포한 횡포뿐이 아닙니다. 형식적 절차를 거친 경우에도 전횡과 독단을 위한 눈가림이었을 뿐이며, 편리할 대로 기준과 원칙을 바꾸는 일 또한 다반사였습니다. 최근 상임위원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운영규칙 개정 시도도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해버리기 위한 형식적 요건 갖추기에 다름 아닙니다. 저를 포함한 인권위 동료들은 때로는 이같은 반인권적인 운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위원장의 독주는 갈수록 심각해져 이제는 주변의 아픈 지적마저 아랑곳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인권위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소명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인권위로서는 그 속성상 권력기관을 불편하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하라는 소임은 인권위의 탄생이유이고 존립의 근거입니다. 인권위가 독립성을 외쳐대는 것도 바로 위원회의 독립성이야말로 인권지킴이의 소임을 다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생명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정치적 잣대나 권력기관과의 불편 여부가 아니라, 철저히 ‘인권’이란 잣대로 매사를 판단해야 할 소임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고 일해 왔습니다. 인권위의 생명이 독립성이라면 인권위원의 독립성 또한 인권 업무의 생명과 같습니다.
이념적 정파적으로 편 가르기가 일상화되고 어느 한쪽에 서기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아래서 저의 입장과 태도는 무색해지는 느낌입니다. 더구나 인권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없고 감수성도 없이, 권력의 심기라는 잣대에만 의존하는 체제 하에서 인권기준을 더 이상 세워나갈 수 없습니다. 이미 인권위라면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에 침묵하고 외면한 사안들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인권 상황을 후퇴시키는데 인권위의 부작위가 한몫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권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진보·보수의 대립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럽습니다.
인권위원의 선임에 관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인권위 상황의 많은 부분은 잘못된 인선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모두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인선절차를 거쳐 인권 전문성과 경험, 감수성을 갖춘 분들로 구성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인권위의 난맥상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인권위원 임명에 권한을 가진 기관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임의 변- 유남영
일반적으로 국가인권기구는 어떠한 집권세력과도 인권의 보호(protection)를 위한 긴장과 인권의 증진(promotion)을 위한 협력의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원회는 국가기관의 사찰활동 및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보듯이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기구가 국가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에 소극적이면서 행사 및 이벤트에 치중하거나 집권세력의 구미를 맞추는 사안이나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데에 주력하는 행태를 보여 집권세력과 긴장도 협력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은 후진국 국가인권기구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와 같이 이름과 무늬뿐인 국가인권기구를 일컬어 인권침해가 없음을 증명하는 형식적인 제도로만 작용하는 “알리바이기구”(alibi institution)라고 부릅니다. 위원회가 알리바이 기구가 아니라 활성화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소통과 통합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위원회의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 관하여 2010. 10. 28. 선고한 결정을 보면, 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조차도 청구할 수 없는 비정규 국가기구로 격하되어 취약한 법적기반 위에 존립하고 있음이 거듭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헌법개정을 포함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위원회의 현재의 모습은 이러한 취약한 법적 기반을 보강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원회가 현행 위원회법에 따라 주어진 권한조차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위원회는 밖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안으로는 위원회의 운영에 있어서는 위원회답지 못한 파행을 계속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파행 가운데 위원회의 내부적인 운영과 관련하여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1) 국회에서의 독립성에 관한 위원장의 발언, (2) 운영규칙에 명시된 임시 전원위원회 및 임시 상임위원회 소집요구에 대한 위원장의 부당한 거부, (3) 행정안전부의 요청이 있다는 이유로 행한 별정직 과장에 대한 면직, (4)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서 제출과정에서 위원장의 회의의 일방적 중단과 이 의견서를 작성을 도운 담당 사무관의 사직, (5) 전원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안건에 대하여 의결 없이 위원장이 자신 및 일부 위원의 특정한 입장을 2010. 2. 위원회 공식입장인 것처럼 국회 외통위 간사들에게 설명하고 설명자료를 제출한 행위, (6) 상임위원 3인을 포함한 위원 5명이 위 (5)의 행위가 위원장 및 해당직원이 위원회 내부의 의사규칙을 위반하여 징계사항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해당 직원이 이러한 지적이 자신에 대한 인격권침해에 해당된다는 진정을 제기하여 상임위원 3인을 피진정인으로 모두 조사하면서도 정작 위원장 자신과 해당 직원의 의사규칙 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점, (7) 상임위원이 상임위원회에 안건을 제출할 수 없다고 결정한 전원위원회의 결의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사항은 위원회의 운영에 관하여 오시범(誤示範)을 보인 대표적인 실례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오시범은 지난 2010. 10. 25.자 전원위원회에서 상임위원회의 안건을 위원장이 상임위원회(위원장과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2인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3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의 결의 없이 단독으로 전원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취지로 운영규칙을 개정하는 안건이 상정되어 논의하는 것에서 그 정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행 운영규칙상 위원장은 상임위원회나 전원위원회에 어떠한 안건을 상정할지, 상정을 하더라도 언제 상정할지를 결정합니다(위원회 내부에서 사무처에서 우리 사회의 인권현안에 대하여 다루기를 포기하거나 특정 현안을 다루더라도 그러한 현안에 대한 안건상정이 수개월씩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정안의 의도는 위원장 및 일부 위원들이 상임위원회에서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는 결정(예를 들면, 정보통신심의제도와 노동조합설립신고제도에 관한 개선권고 등)을 내리는 것을 사전에 아예 차단하고 이를 위하여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개정안이 통과될 때에는 사무처를 지휘하는 위원장에 의한 독주가 더욱 강화되어 위원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 설치된 상임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지난 2009. 7. 현재의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위원회가 과연 어디까지 가는지, 추락의 바닥은 어디인지를 지켜보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근본적으로 현 집권세력의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경시에서 유래하고 있으며 가깝게는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위원회법 제5조 제2항의 자격요건(“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깡그리 무시된 데에 그 까닭이 있습니다. 인권이란 학술적인 이론과 법률적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감수성과 실천의 문제이므로 이러한 자격은 위원선임의 핵심적인 요건입니다. 저의 사임 이후 가까운 시일 내에 위원 4명의 교체가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 집권세력이 위원회법 제5조 제2항의 자격요건을 준수하면서 파리원칙(Paris Principle)에 따라 공개되고 투명하게 임명절차를 진행할 지의 여부는 현 집권세력이 인권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사설]“인권위는 이제 고사 단계로 전락하고 있다” (경향, 2010-11-01 21:49:56)
국가인권위원회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이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 운영 방식에 반발해 어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들의 사퇴는 최근 상임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인권위 운영규칙개정안이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게 직접적 계기가 된 듯하다. 인권위가 독립적 국가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부속기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독립된 인권전담 국가기관이라는 위상을 망각하고 이명박 정부와 코드를 맞춘 행보를 한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이러다 보니 인권위가 ‘봉숭아학당’ ‘식물위원회’ ‘좀비(살아있는 시체) 기구’라는 등 비아냥 섞인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임기가 끝난 위원장과 위원 자리에 친정권 인사를 앉히면서 끊임없이 위원회의 무력화를 시도해온 결과다. 심지어 “인권위보다 사법부가 인권 전문가”라며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인하는 위원도 있을 정도다. 반면 오랫동안 인권위 위상 강화를 위해 일해온 인권활동가들은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인권위 권위는 정부기관마저 노골적으로 인권위 권고를 무시할 정도로 추락했다. 인권위는 설립 목적이 인권 보호와 향상인 만큼 사회 현안에 대해 정치적 이념적 입장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현병철 '독재'라 해도 무방"…인권위 직원들도 비난 성명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02 오전 9:12:51)
상임위원 사퇴 이어 직원들까지 동요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사랑하는 직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내부 게시판에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사임을 접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려 현 위원장 체제의 문제점과 두 위원의 사임을 접한 안타까운 심정을 담았다. 이들은 "11월의 첫날, 먹먹하고 착잡하다"며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 이후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계속돼 온 위원회 운영이 두 상임위원의 중도 사퇴를 몰고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의제 기관에서 위원장은 마치 독임제 기관의 장처럼 의사봉을 두드리고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며 현 위원장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지난 1난여 간 인권위는 힘 있는 기관을 상대로 독립적 국가기관답지 못하게 처신했으며 오히려 위원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해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인권위 운영방식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상식적으로 두 달이나 안건이 없어 개점 휴업한 전원위에 비해 수시로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상임위는 비교우위에 있다"며 "지난 수개월 추락해 가는 인권위를 그나마 지탱해준 것도 일정 부분 상임위 덕분이라고 판단한다"라고도 했다. 이들은 이어 "극단적으로 상임위가 무력화되고 위원장이 임의로 안건을 전원위로 넘긴다면 긴급한 인권현안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상임위 운영규칙 개정안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3년 가까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한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께 고마움을 표한다"며 "아울러 그간 강제로 또는 자의로 인권위와 결별한 동료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애석함을 나타냈다.
  
<성명서> 사퇴해야 할 사람은 유남영·문경란 위원이 아니라 현병철 위원장이다! (2010년 11월 2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인권단체연석회의)
- 이제는 현병철 위원장 독재에 막을 내려야 할 때 -
어제 국가인권위원회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이 사퇴를 표명하였다. 그 배경은 문경란 위원과 유남영 위원의 사임의 변에서 밝혔듯이 “현 위원장의 부임 이후 인권위는 파행과 왜곡의 길을 거쳐 이제 고사(枯死)의 단계로 전락하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임명된 현병철 위원장에 대해 우리 인권단체와 인권활동가들은 임명 초부터 인권감수성과 경험, 식견이 전혀 없는 무자격자이므로 사퇴하여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운영절차 무시, 인권위원들 간의 합의 없는 독단적 행동 등 비민주적 운영을 해왔다. 최근에는 친정부적 비상임위원들인 김태훈, 최윤희 등이 ‘상임회의 운영규칙 개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상임위원들의 결의 없이 위원장이 단독으로 전원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도록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도 이미 밝혔듯이 합의제 기관임을 무시하는 반민주적 안일뿐더러 그동안 의미 있는 결정을 해온 인권위 상임위원들의 활동과 권한 등을 축소하여 인권적인 결정과 정책을 못하도록 손발을 묶어두려는 계교일 따름이다. 
그동안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하였던 배경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권위의 본 역할은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로부터 사회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병철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후퇴가 분명했던 사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면죄부를 주었다. MBC PD 수첩 사건, 박원순 명예훼손 사건부터 최근에는 민간인 사찰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러한 알리바이성 인권위를 포장하기 위해 생활밀착형 인권을 하겠다며, “집권세력의 구미를 맞추는 사안이나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데에 주력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러한 현병철 위원장의 ‘권력 눈치 보기’,  ‘비민주적 운영’이 가능했던 근본적 원인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지속적으로 흔들어왔던 이명박 정부의 인권후퇴정책이며, 어떠한 자격기준이나 절차도 없이 무자격자를 임명한 잘못된 인선, 임명권 행사에 있다.
이제라도 인권위를 살리는 길은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밖에 없다. 더 이상 인권위를 무력화하고 독립성 훼손으로 우리 사회의 인권을 추락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무자격자가 인권위의 역할과 소임을 못하도록 전횡을 휘둘러 무너뜨리는 일이 없도록 제대로 된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시민사회와의 소통으로 인권위원을 임명하고 구성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법을 개정해야 한다. 우리 인권 활동가들은 무자격자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투명하고 민주적인 인선절차 마련을 위한 인권위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뼈만 남은 ‘좀비’ 국가인권위? (참세상, 박현진 기자 2010.11.02 14:49)
문경란,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 동반 사퇴
1일 인권위는 유 위원과 문 위원은 이날 오전 현병철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이 참석한 상임위원회 간담회에서 현 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복수의 상임위원이 임기 중 사퇴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상임위원의 사퇴 이유는 현병철 위원장의 독선적 운영방식때문이다. 두 상임위원의 이번 사퇴는 그동안의 독단적인 운영행태와 더불어 최근 상임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지난 25일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명숙 활동가는 "그동안 현병철 위원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인권위를 운영했고 지난 25일 운영규칙까지 개정하는 등 비민주적 독재방식으로 인권위를 이끌어 온 것이 문제며, 그 뒤에는 MB의 인권위 흔들기도 한몫했다"라면서 "사퇴할 사람은 상임위원이 아닌 현병철 위원장"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위를 사랑하는 직원 일동'은 1일 발표한 글에서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계속돼 온 위원회 운영이 두 상임위원의 중도 사퇴를 몰고 왔다"라며 "유 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사임은 난파선처럼 흔들리는 인권위에 대한 마지막 경고다. 인권위가 상처를 딛고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 부상하느냐 아니면 본연의 임무를 외면하고 의미 없는 주변인으로 몰락하느냐는, 전적으로 인권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인권위를 운영하는 지도부의 처신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두 위원의 사퇴로 상임위원은 민주당 추천 몫으로 지난 10월 초 임명된 장향숙 위원만이 남게 됐다. 장 위원 또한 이번에 문제가 된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또다시 전원위에 올려지면 상임위원 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제휴=비마이너)

 
장향숙-조국 위원이 말하는 인권위 파문의 전말은?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1-02 오후 5:28:56)
"MB정부, 촛불 이후부터 인권위를 정파적으로 이해"
■ 조국 비상임위원 "이명박 정부, 인권위 판단을 정파적 공격으로 이해"
 
-상임위원들이 사퇴를 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현 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서부터 인권위의 기준이 변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도 인권위는 인권의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다. 당시 정권에서는 인권위가 원래 그런 일을 하는 곳이라 판단하고 내버려뒀었다. 당시 인권위는 이라크 파병, 경찰의 농민 강경 진압 등에서 여러 차례 권고안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가 촛불 정국 때 논평을 낸 뒤부터 정부에 대한 비판적 권고나 의견을 내면 자신에 대한 정파적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인권위가 판단을 내리는 기준은 국제인권법임에도 현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틀어졌다고 생각한다.
-촛불 정국 이후 취임한 현병철 위원장의 정부 눈치보기가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 위원장은 취임부터 스스로를 인권 전문가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부담되는 권고는 하지 않으려 하고 미루려는 일련의 모습을 보여 왔다. 사표를 낸 상임위원들은 그런 위원장의 모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회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논쟁을 벌였다.
상임위원들은 몇 번 위원장과 부딪치고 사표를 내려 했지만 주위에서 말려 여태까지 왔다. 하지만 상임위원들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임위원의 권한을 빼앗는 상임위 운영 규칙 개정안을 전원위에 상정한 것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표를 던졌다. 현 위원장은 이들의 임기가 남은 이상 이들이 연말까지 상임위에서 수차례 더 권고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이들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의도로 개정안을 전원위에 상정했다고 생각한다.
상임위원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기에 결국 문제(사퇴)를 크게 일으켰다. 이러한 과정은 직원들도 다 알고 있었기에 게시판에 성명서도 발표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현 위원장은 인권위의 역할이 무엇인지, 조직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그런 게 복합적으로 곪아있다 이번에 터진 셈이다.
■ 장향숙 상임위원 "민주화로 생긴 인권위, 인권위 후퇴는 민주화 후퇴"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이런 일을 겪었다.
10월 11일 선임된 뒤 가진 첫 상임위에서 그간 상임위가 얼마나 파행적으로 진행됐는가를 알 수 있었다. 당시 상임위에서 상임위원들은 성폭력범 화학적 거세법과 관련한 권고안을 재상정해 폭넓게 논의하자는 의견을 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그 안건을 전원위로만 가져가려 했다.
상임위 이후 상임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나왔고 그 내용을 보니 모든 안건에 대해서 상임위를 무력화하려고 한다는 것 밖에 다른 의도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미 위원장은 상임위가 의제를 상정할 수 있는 권한도 빼앗아 갔었다. 거기다 상임위 의결권조차 빼앗아 버리겠다니 상임위원들이 사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인권위 직원들이 현병철 위원장 관련 비판 성명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현재 인권위에서는 바른 목소리를 내려 해도 눈치를 봐야 한다. 마음이 있어도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오늘 발표된 성명서는 인권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현 문제를 심각하고 참기 어려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두 상임위원이 내몰리는 상황을 보면 참담하고 아픈 마음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인권위가 만들어졌는데 인권위의 지금 상황을 보면 되레 민주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번 사퇴와 성명서 파문은 쌓일만큼 쌓은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구체적 행동으로 폭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부터 인권위 조직 축소 등을 통해 힘 빼기에 나섰고, 안경환 전 위원장은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사퇴했었다.
  
‘합의제’ 인권위를 ‘독단적’ 운영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1-03 00:31:41)
ㆍ玄 위원장, 사무총장 인사 등 ‘제사람 챙기기’
ㆍ인권단체 “독립성 훼손한 위원장 사퇴하라”

국가인권위원회 사상 처음으로 상임위원 2명이 동반 사퇴한 것은 현병철 위원장의 조직 운영 방식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 위원장은 합의제 기구인 위원회에서 독임제 장관처럼 의사 운영을 하거나 ‘제 사람 챙기기’ 식으로 인사권을 휘둘렀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 별정직 공무원인 이모 홍보협력과장(45)을 예고 없이 직권면직했다. 현 위원장은 상임위도 열지 않고 단독으로 면직 방침을 결정했다. 반대로 1급 상당의 사무총장 자리에는 일반직 공무원 출신 ㅅ씨를 임명해 논란이 됐다. 사무총장은 별정직으로 인권위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여서, 상임위원들은 ㅅ씨의 임명에 반대했다. ㅅ씨는 사무총장 임명 직전 맡고 있던 공직을 사퇴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사무총장을 별정직으로 둔 것은 외부 견제의 의미인데 일반직 공무원 출신을 그 자리에 앉히면서 위원장의 직할체제가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인권위는 “사무총장 임명은 의결이 아니라 심의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지난 3월 국장급 간부 채용 과정에서 미국변호사 자격을 유례 없이 응시요건에 추가했다. 3급인 국장급 간부에 응시하려면 박사학위, 민간단체 관리자 3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ㅇ씨는 미국변호사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됐다. ㅇ씨는 북한 인권 관련단체 자문위원을 지낸 것 외에는 거의 경력이 없었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인권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자리에 관련 논문 한 편 없는 사람이 오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면서 “북한 인권을 주로 다루겠다는 위원장의 의중이 들어간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위원장은 ‘정권 코드’에 맞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만은 열심이었다. 지난달 열린 ‘북한 인권 국제심포지엄’의 격을 높이기 위해 실무자에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급의 인사를 섭외해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취임했을 때 자신이 왜 국가인권위원장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인권의식이 없는 사람을 위원장에 임명한 청와대가 문제의 시발점”이라며 “정권의 후진적 인권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문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위원장은 1박2일간의 출장을 떠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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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축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각하 (한겨레, 김남일 황춘화 기자, 2010-10-29 오전 09:07:32)
헌재 “헌법에 의한 국가기관 아니다”…인권위, 오늘 대응방안 논의 
이명박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원을 20% 이상 줄이는 직제개정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인권위와 대통령 사이에 벌어진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인권위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재판관 6(각하) 대 3(반대) 의견으로 각하(청구 자격이 없어 사건 청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음) 결정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인권위 정원을 208명에서 164명으로 축소하는 행정안전부 직제개편안을 국무회의가 의결하자 “이런 직제개편이 헌법이 부여한 인권위의 독립적 업무수행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날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헌법 제111조는 헌재의 관장사항으로 ‘국가기관 사이에 벌어지는 권한쟁의심판’을 규정하고 있다”며 “인권위가 기본권 보장 등 헌법상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고 독립성이 보장된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법률에 설치 근거를 둔 국가기관’은 국회의 입법 행위에 의해 존폐가 결정될 수 있으므로 ‘헌법에 의한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헌법재판소법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권한’을 침해받았을 경우에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 ‘법률상 부여된 권한’ 역시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된다”며 인권위의 청구자격을 인정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인권위는 29일 긴급 전원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은 “인권위가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당사자로서 자격이 있다는 소수 의견이 인권위의 위상과 지위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인권위, 권한쟁의 자격 없다” (경향, 이범준·임아영 기자, 2010-10-28 22:07:01)
ㆍ‘기구 축소 반발’ 심판 청구 기각… “헌법적 위상 있다” 소수 의견도
인권위는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만들어지고 조직안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조직을 5본부 22팀 4소속기관에서 1관 2국 11과 3소속기관으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정원이 208명에서 164명으로 줄었다. 조직 및 인원 축소에 반발해 인권위는 행안부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헌재는 권한쟁의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했다. 재판관들은 “권한쟁의 대상 기관은 헌법에 따른 조직이거나 법률 조직이라도 헌법조직에 필적하는 경우”라고 밝혔다. 그리고 인권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강국·이공현·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인권위는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구로 국회가 법률을 폐지하면 사라지는 등 독자적인 국가기관이 못 된다”고 밝혔다. 김희옥·민형기 재판관은 여기에 더해 “기구 축소가 곧 권한 침해라는 도식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정원이 감축됐지만 업무 영역이 그대로여서 권한침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에 헌법적 위상이 있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인권위법에는 ‘다른 어떤 헌법기관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 국가기관’이라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11명의 인권위원 구성 역시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나눠 뽑고 있어 헌법기구의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헌법 111조는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따라서 권한쟁의의 구체적 범위는 헌법재판관들의 해석에 달려있다.
인권위는 헌재 결정에 대해 “이번 각하 결정이 역설적으로 인권위의 독립성을 헌법으로 보장해야 할 필요성을 반증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헌재 결정에 대한 후속 조치를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대안으로는 인권위가 행정법원에 기관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소송도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성명] 인권위 독립성 침해한 헌법재판소의 반인권적 결정 규탄한다 (2010년 10월 28일, 새사회연대)
- 헌재의 인권위 직제개정령 관련 권한쟁의심판 각하 결정에 대해
오늘(10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3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회의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전부 개정령’ 의결에 대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당사자 능력이 없다며 각하했다. 새사회연대(대표 이창수)는 이번 결정은 국가기관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대한 몰이해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일관하여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반인권적 결정으로 평가하며 규탄한다.
헌재의 결정은 독립기구에 대해 정부가 업무와 조직, 예산, 운영 등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개입을 해도 법적으로 전혀 제재할 수단과 방법이 전혀 없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는 초헌법적 발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에는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해 놓고 제18조 위원회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하며, 운영에 관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고 해 놓고 있다. 그러나 최초의 상설적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조직과 관련된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그 필요성과 해당 기구와의 협의 및 합의, 그리고 충분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 조직 축소 과정에서는 많은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음에도 행정부에 의한 형식적인 통보와 절차적 강행만 있었을 뿐이었다.
이러함에도 정부가 실질적으로 간섭해서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결국 정부의 손을 들어준 헌재의 판단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의도와 민주주의와 인권발전의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지나친 법형식적 논리로 일관하여 국가인권위의 실질적인 작동을 기대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우리 사회 유일한 인권전담기구의 역할이 축소, 왜곡되고 있음을 매우 우려한다. 특히 인권위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투쟁의 대리장으로 전락하고 민감한 사회현안에 침묵하며 자기 존재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인권단체들과의 협력을 단절하고 있으며 현병철 위원장의 정권 맞춤식 인권관은 그동안 가꾸어왔던 인권위의 독립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인권의식 없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통제되지 않는 공권력의 인권침해 증가, 집회시위의 자유 억압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는 조직축소에 이어 인권무능의 현병철 위원장을 임명하여 인권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지금에 인권위를 무력화시켜 놓았다. 헌재가 우리사회가 인권퇴행의 위기를 맞고 있는 중차대한 순간에 이 같은 흐름에 일조한 데 대해 깊은 자성과 책임을 촉구한다. 
     
<성명> 인권옹호라는 헌법적 가치 실현에 대한 고민 없는 자가당착적 결정이다. 인권위 독립성 부정한 헌법재판소 각하 결정 규탄한다 ! (2010년 10월 29일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인권옹호라는 헌법적 가치 실현에 대한 고민이 없는 자가당착적 해석이다.
10월 28일 헌법재판소는 2009년 행정안전부의 일방적인 조직축소가 인권위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기되었던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헌법에 설치된 국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인권위의 헌법적 위상을 철저히 부정했다. 인권위의 설립은 UN를 통해 세계인들이 확고하게 합의한 바지만, 한국의 인권위의 조직적 위상은 이제 실질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인권위는 헌법 제10조 2항의 ‘국가의 인권보장 의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준)헌법기관이라는 상식은 이제 공식적으로 부정되었다.
또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당사자 능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은 헌법재판소 관장사항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로 명시하고 있는데,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아니므로 이 조문의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협소하고 형식적인 해석은 헌법정신의 실현을 위해, 근거 법률에 따라 설립되고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으며, 권한침해를 다툴 방법이 없는 독립적 국가인권기구의 존재를 부인하는 일이다. 그 결과 인권위는 행정소송법상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으니, 권한쟁의에 관한 한 인권위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행정소송법을 개정하여 기관소송의 범위를 확대하라거나, 심지어 국무회의에 출석해서 토론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될 일이라는 무책임한 충고까지 곁들이고 있다. 그렇게 인권위와 정부가 사이좋게 토론해서 해결될 일이었다면 애초에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천하가 아는 정부의 인권위 독립 침해 현실을 헌법재판소는 보지 못하는가! 
더 나아가 ‘보충의견’에서는 인권위의 조직 축소가 인권위의 ‘권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인권위에 접수되는 구제 건수가 나날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인권위 조직을 21%나 축소했다. 정원이 208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에서 44명이 줄었다. 더욱이 조직 축소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정부가 인권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그 결과 인권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나 인권위원들은 인권위가 내리는 결정을 스스로 자기검열하거나 눈치보는 등 사실상 인권위 업무의 독립성은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 축소되어도 인권위가 권한 행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권한침해의 가능성이 없고 따라서 본안판단을 받을 가치도 없다’는 해괴한 논리가 제시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권한’의 항목 내용을 변경하지 않는 한 아무리 조직을 축소해도 권한이 침해될 수 없다.
더구나 국가인권위는 국가기구이면서도 준국제기구로서의 독립성을 갖는 기구이므로 ‘독립적 권한과 독립적 업무’는 최소한의 합의이다. 그래서 정부의 국가인권위 조직축소에 대해 유엔 고등판무관은 ‘재검토를 고려하라’고 서한을 정부에게 보냈고,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한국 정부 심의에서는 왜 국가인권위 조직을 축소했냐고 비판과 우려를 받았다. 그런데 최종적인 헌법해석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독립성에 대한 이해조차도 없다는데 충격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무시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유엔 인권이사회나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에 알리기도 부끄럽다. 그러나 더 이상의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에 알려 한국정부나 사법부의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몰지각을 깨닫고 최소한 법·제도·관행을 개선하도록 할 것이다.
인권위가 다시 살아나는 길은 스스로 인권위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임하는 방법 외엔 없다. 인권위는 스스로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인권의 이념과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한 국가의 인권옹호자이자 감시자로서의 본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더구나 현병철 위원장 취임이후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권력의 눈치만을 보고 있는 한심한 현실이다. 이를 위해 ‘공동행동’은 지금까지 지속해온 인권위 감시와 비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며, 인권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권위원 인선절차와 운영의 개선 방안을 담은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조직 축소 인권위 ‘인력난’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0-30 00:21:52)
ㆍ상담 건수 꾸준히 늘어도 인력 6년 전의 절반 안돼
ㆍ헌재 결정에 확대 힘들 듯

헌법재판소가 28일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구 개편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 인권위는 조직 축소 이후 인력난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조직 개편으로 정원이 208명에서 164명으로 줄어든 인권위는 헌재의 결정으로 인해 다시 조직을 확대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하지만 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위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행정조직 개편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09년 국회 운영위원회의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상담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져, 진정인들의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상담원 1인당 월평균 상담 건수는 약 250건(2010년 5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150건)에 비해 67%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상담원 수는 2004년 이후 절반 이하로 줄어 현재 6명이 2006년 대비 2배가 넘는 전화 상담을 감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정인들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2009년 고객만족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만족도는 40~50점대에 불과했다. 상담자의 전문지식에 대한 만족도는 58.9점으로 저조하고 상담 내용의 도움 정도에 대한 만족도 역시 50점으로 낮다. 진정서비스에 대한 종합만족지수도 55.5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처리기간에 대한 만족도는 43.8점으로 50점대도 되지 않았다. 조사관의 전문지식에 대한 만족도도 54.8점이었다.
보고서는 “조사관의 전문지식을 보강하고 처리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취약분야 인권개선 사업’은 예산 집행조차도 제대로 못했다. 취약분야 인권개선 사업은 인권사각지대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사전예방 차원에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구제하는 사업이다. 2009년 예산(2억8100만원) 중 6200만원(15.3%)이 사용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예산 절감 차원이라기보다 사업을 미집행하거나 사업량을 축소함에 따라 예산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는 조직 축소 이후 조사관 1명당 70여건의 진정을 처리하는 등 인력 공백 현상이 뚜렷하다”며 “헌재의 이번 결정은 조직 축소가 인권위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데에 대해 눈감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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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탈법 일삼는 국가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재를 분석한다 (새사회연대, 국가인권위원회 모니터링 리포트 준비2호, 2010년 10월 29일) 
 
< 목 차 >
1. 위법, 탈법 일삼은 국가인권위 ....................................................3쪽
1) 전원위원회 회의 미개최, 운영규칙 위반 .....................................3쪽
① 두 달 만의 전원위 개최, 인권전담 기구 역할 포기
② 위원회 설립 후 전원위 미개최 최장기록
③ 위원회 운영 관련 운영규칙 무시
④ 부결 안건의 증가로 전원위 상정 안건 크게 줄어
2) 행정사항 안건 비공개 ...................................................................6쪽
① 보고안건도 비공개해야 하나
② 임의적으로 안건 비공개 결정
③ 북한인권 관련 사안은 무조건 외교관계로 비공개?
④ 뭘 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사업의 집행
⑤ 법, 운영규칙 벗어난 비공개 안건 증가
2. 국민의 방청권 침해 ........................................................................8쪽
1) 전원위원회 의사일정 사전 공개 불철저 ............................. 8쪽
2) 방청인에 회의자료 일부만 공개 ...........................................9쪽
3) 두 달만의 전원위 개최에도 사무처 제출 안건 단 1건 .........9쪽
3. 국가인권위 운영규칙 일부 개정안의 문제점 ...........................11쪽
1) 개정안 주요내용 ................................................................11쪽
2) 현행 규칙 분석 ...................................................................12쪽
3) 개정(안) 분석 ......................................................................13쪽
① 모법 조항에 반하는 운영규칙 개정
② 상임위 권한 축소 및 위원장 권한 강화
③ 인권위 긴급대응 시스템 무력화
④ 기타 근거없는 선동들
4) 결 론.....................................................................................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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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진보 목소리 ‘옥죄기’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0-25 03:03:18)
ㆍ‘전향적 권고’ 내는 상임위 무력화 운영규칙 개정 추진
ㆍ위원장 권한 강화… “전원위서 심도 있는 논의” 명분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상임위원회 의결 방식을 변경하는 운영규칙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위원장 외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은 상임위원 3명이 합의하면 위원장이 반대하거나 전원위(상임위원+비상임위원)를 거치지 않더라도 특정 안건에 대해 권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상임위원 3명이 합의했더라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전원위에 상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임위 의결로 가능했던 긴급 인권현안에 대한 의견표명도 반드시 전원위를 거치도록 했다. 논의의 폭을 상임위 차원에서 전원위 차원으로 확대하자는 게 명분이다.
상임위원 3명만 합의해도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상임위원 3명을 대통령과 여당·야당이 1명씩 지명(추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3명이 합의하면 사실상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임위는 유남영(노무현 전 대통령 지명), 문경란(한나라당 추천), 장향숙(민주당 추천)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문 위원은 2008년 2월 한나라당이 추천했지만, 비교적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에 운영규칙 개정안을 낸 김태훈·한태식·최윤희 비상임위원은 이 같은 권고에 대해 ‘파행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원위에서 심의하지 않고 상임위가 독자적으로 의견을 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원위는 위원장 포함 11명 중 보수가 6명이다. 황덕남 비상임위원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냈지만, 비교적 보수적인 입장에 서왔다.
그동안 전원위는 상임위에 비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PD수첩’ 재판부에 대한 의견 제출,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의견 제출 건 등을 줄줄이 부결시켰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쌍용차 파업 당시 ‘강제진압 자제와 농성자에 음식물 제공’ 등을 담은 긴급구제 권고를 했지만, 운영규칙이 개정되면 이러한 조치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 측은 “구성원이 적은 상임위보다는 더 많은 위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원위에서 심도깊은 논의를 하자는 게 개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일 잘하는 상임위’ 권한 축소 추진 (한겨레, 손준현 선임기자, 2010-10-25 오전 08:49:37)
25일 열리는 전원위에 ‘운영규칙 개정안’ 상정
“상임위원 2명만 합의땐 모든 안건 전원위 회부”
인권단체 “내년 보수인사 2명 임명될 것” 반발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두 달여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면서, ‘그나마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상임위원회의 권한 축소 안건을 상정해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권위 최고의결기구인 전원위는 지난 8월23일 이후 두 달 동안 열리지 않아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전원위가 열리지 않는 동안 상임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여론통제에 대해 민간기구로 업무이관을 권고하고 △고용노동부에 “해고자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는 등 인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현재 인권위는 현병철 위원장 외에 문경란(한나라당 추천), 유남영(대통령 추천), 장향숙(민주당 추천) 등 3명의 상임위원과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장 위원을 제외하면 문 위원과 유 위원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각각 임기가 끝난다. 한나라당 추천 몫이었던 문 상임위원이 비교적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지만, 내년이 되면 장향숙 위원을 제외하곤 2명의 상임위원이 보수적인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보수 성향인 2명의 상임위원이 합의할 경우 안건을 모두 전원위로 넘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전원위는 보수 성향 위원이 수적으로 많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인권단체들의 우려다.
긴급 인권현안에 대한 상임위의 의견 표명 권고를 막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동안 인권위 상임위원들은 회의 때만 나오는 비상임위원들보다 인권위 업무에 밝아 긴급구제나 정책권고와 같은 시급한 사안을 자체적으로 처리해왔다. 전임 안경환 위원장의 경우 대부분의 안건을 상임위원과 조율한 뒤 전원위에 상정하거나 표결을 추진해왔다. 이번 전원위처럼 두 달여 만에 열리게 될 경우 긴급한 인권현안에 대해 아무런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식물 인권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이번 현병철 위원장의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견표명을 꺼리면서, 상임위 무력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그나마 의미 있는 권고를 하는 상임위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시민단체인 새사회연대의 지난 8월 전원위 모니터링을 보면, 개정안을 낸 김태훈 위원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안건에 구체적 사실이 없어 잘 모르겠다”고 발언해 자질론이 도마에 올랐고, 최윤희 위원은 5시간 회의 중 1시간30분만 참여하고 퇴장해 불성실한 위원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 인사청문회 도입해야” (미디어스, 2010년 10월 25일 (월) 16:08:13  권순택 기자)
헌병철 위원장 및 ‘인권’ 무자격 위원 사퇴 촉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의 임명 이전에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김태훈, 최윤희, 한태식 위원이 긴급 상정한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일부개정안’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보수성향의 비상임위원인 이들 3명은 지난 22일 상임위원 2인 이상 또는 위원장이 사안의 내용이 중대하거나 파급효과가 커서 전위원회회의 의결을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해당 안건을 상임위가 아닌 전원회의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 개정안을 상정했다. 
그동안 인권위원회는 친정부적인 행보에도 ‘방통심의위의 심의에 대한 문제점’, ‘양천서 고문사건’, ‘인천공항의 알몸투시기 반인권성’, ‘노조법에 따른 설립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돼온 관행 개선’ 등에 대한 권고 결정을 내려왔다. 인권위 전원회의 결정이 아닌 상임위원회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김태훈, 최윤희, 한태식 위원이 상정한 운영규칙이 개정되면 이러한 결정마저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권활동가들은 그 이유를 운영규칙 개정안을 상정한 3명의 위원을 비롯한 인권위 전원회의 구성의 반인권에서 찾았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김태훈 위원은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정보인권’에 대해 개념조차 모르고 있었다”면서 “또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해서도 소수의견을 내는 등 경찰폭력에 눈을 감아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권위는 국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통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권위의 조직 축소를 통해 위상을 훼손하려 할 때에 최윤희 위원은 회의조차 참석하지 않는 등 독립성에 무감각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태식 위원 역시 야간시위의 정당성과 관련해 헌재에 의견을 제출하는 안을 두고 사법부의 독립을 운운하며 반대했던 인물”이라면서 “행정, 입법, 사법을 아우르며 인권침해적인 요소를 해소해 나가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제출하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국가인권법에도 나와 있는 사항”이라며 “국가인권법도 모르는 자들이 운영규칙을 개악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명숙 활동가는 “전원 위원들 중에는 안건조차 검토하지 않고 회의에 들어오는 등 친정부적 결정을 통해 정치 발판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헌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무자격 인권위원들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기호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역시 “김태훈, 최윤희, 한태식 위원은 언론에서도 인권의 기본조차 알지 못한다고 평가했던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위원들이 운영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만 ‘인권위’라는 이름으로 의견을 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자와 약자들의 인권은 더욱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원회의는 근 2달 동안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원위를 통해서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시급한 인권현안에 대해 인권위가 주춤하게 되는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기호 사무국장은 “인권위 자체에 대한 법규 개정을 통한 인사청문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위 파행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은 상임위와 전원위의 기능을 배분하는 것에 있지 않다”면서 “‘인권’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인권위원이 되어 우리 사회 인권수준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 인권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인선절차를 개선해 무자격 인권위원들에 의해 ‘인권’이 모독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상임위 권한 축소’ 개정안 결론 못내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0-25 22:15:54)
ㆍ내달 8일 전원위 재상정
ㆍ야간집회 의견표명도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전원위원회에서 위원장 권한을 강화하고 상임위원회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운영규칙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인권위는 다음달 8일 전원위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날 전원위에서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은 이 안건이 채택된 데 항의하며 퇴장했다. 유 위원은 퇴장에 앞서 “이번 개정안은 상임위 의견을 통제하기 위해 축구경기의 규칙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며 “상임위원들에 대한 모욕적 행위”라고 말했다. 문 위원도 “상임위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한 시도로 위원회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장향숙 상임위원, 조국·장주영 비상임위원도 개정안 상정 자체에 반대했다.
반면 개정안을 제출한 김태훈·최윤희·한태식 비상임위원은 “파급 효과가 크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 상임위가 아닌 전원위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양원·황덕남 비상임위원도 안건 상정을 지지했다. 진보성향 위원 5명이 반대 의견을, 나머지 보수성향 위원 5명이 찬성 의견을 내면서 양측이 맞서자 현병철 위원장이 다음달 8일 재상정하자고 제안해 이날 논의는 종결됐다.
 
[사설]인권위는 스스로 존재이유 포기할 셈인가 (경향, 2010-10-25 22:16:)
우리는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가 ‘인권 지킴이’ 기구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인권위는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유린당한 민간인 사찰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야간집회금지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인권 현안이 계속 발생하는 속에서도 한 달에 두 번 개최하도록 한 전원위를 지난 8월 이후 두 달 동안 열지 않았다. 양천경찰서의 피의자 고문사건을 직권으로 조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글 삭제 권고 기능을 민간으로 이관하도록 한 것 등이 그나마 눈에 띄는 활동이었는데, 이는 유남영·문경란·장향숙 등 3명의 상임위원들이 낸 조치였다. 
지금 인권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진보와 보수의 충돌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다. 한나라당에 의해 지명된 문경란 상임위원이 어제 규칙개정을 비판한 뒤 전원위에서 퇴장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인권위를 사망시키는 비상식적·반인권적인 ‘규칙 개악’ 시도는 거두어져야 한다. 여기서 더 활동이 축소되면 인권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인권위, 진보-보수 상임위원들 설전…위원장 독재 시도?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10-26 오전 8:58:52)
'상임위 권한축소' 운영규칙 개정 일단 유보
위원장 권한을 강화하고 상임위원회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된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위원들간 설전 끝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다음달 8일로 넘어갔다.
25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5차 전원위원회에서는 개정안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상임위원들이 퇴장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상임위원 3명 중 2명(유남영, 문경란)은 '운영규칙 개정안'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라며 퇴장했다. 퇴장 직전 유남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축구 선수가 경기 도중 경기규칙을 바꾸자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격하게 말하면 모욕적이다"고 말했다. 문경란 상임위원도 "인권위 9년 동안 상임위 결정을 가지고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었다"며 "결국 개정안은 상임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논란이 됐던 건 이번 개정안이 그간 인권과 관련해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던 인권위 상임위의 권한을 축소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는 그간 양천경찰서에 피의자 고문 시정 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여론통제에 대해 민간기구로 업무이관 권고, 고용노동부에 노동자의 노조 설립 자유 보장 권고 등을 내렸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상임위에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사안들을 위원장 직권으로 전원위에 회부할 수 있다. 이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꺼려온 현병철 인권위 위원장이 대부분의 안건을 전원위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인권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실제 방통위,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권고 결정은 현병철 위원장이 반대를 했으나 상임위원 3명이 찬성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의 전원위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두고 입장을 표명한 적이 거의 없었기에 전원위로 안건을 넘긴다는 건 사실상 안건을 폐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인권단체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직권 조사, PD수첩 재판부에 대한 의견 제출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 안건 대부분을 부결시켰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태훈 비상임위원(변호사)은 "그간 상임위에서 결정한 안들은 사회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들이었다"며 "이러한 결정은 전원위에서 결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제 10조에는 상임위에서 상정된 안건 중 사안이 중대할 경우 전원위에 회부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하지만 그간 상임위에서는 이러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전원위는 인권위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며 "상임위 결정을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게 아니라 조직을 절차를 지키는,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곳으로 바꾸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윤희 비상임위원(건국대 교수)도 "현재 상임위는 구제신청이 들어온 거 빼고는 모두 한다"며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간 차이가 있는 게 아님에도 현재 인권위는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이어 "이번 개정안이 상임위의 정당한 권한을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권위가 발전을 하려면 규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기에 개정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원 비상임위원은 "상임위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비상임위원은 아무런 업무가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무용론까지 나온다.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개정안에 찬성했다.
반면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비상임 위원들은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주영 비상임위원(변호사)은 "상임위에서 결정한 내용이 반인권적인 결정이라면 상임위 안건을 전원위로 회부시키는 걸 고민해보겠지만 그간 상임위 결정 내용에는 그런 게 없었다"며 "개정안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은 '상임위원 2인 이상 또는 위원장에 의해 상임위 의안을 전원위에 회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도 "속임수"라고 일갈했다. 장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는 4명으로 구성된다"며 "이 구조에서 주장이 2대 2로 갈릴 경우, 당연히 안은 전원위로 간다. 그럼에도 2인 이상의 상임위원이 안을 전원위로 회부할 수 있다고 개정안에 명시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장 위원은 "결국 위원장에게 상임위 안건을 전원위에 올릴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한 속임수"라며 "위원장 맘에 들면 상임위에서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매번 기각이 되는 전원위에 올려 사실상 안을 없애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장 위원은 "현 인권위에서 전원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간 여러 번 안건을 논의했지만 번번이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고 기각됐다"고 비판했다. 장 위원은 "이런 구조에서 위원장에게 안을 전원위로 올릴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건 사실상 막강한 권한을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조국 비상임위원(서울대 교수)은 "과거 전원위에서는 중요한 파급이 있는 진정뿐만 아니라 국가의 인권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을 선별해 논의했었다"며 "인권 관련 정책 사안들을 선도적으로 많이 다뤘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하지만 현재 전원위는 이러한 역할을 포기하면서 안건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상임위에서 일을 가져갔다며 상임위를 무력화하려는 건 옳은 게 아니다"라며 "과거에도 상임위는 지금처럼 많은 일을 했었다"고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10월 10일 임기가 만료된 최경숙 전 상임위원을 대신해 선임된 장향숙 상임위원도 "밖에서 전원위 소식을 들은 거라곤 '안건을 부결했다'는 이야기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상임위의 기능을 전원위로 옮기겠다고 하는 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이러한 의견을 두고 "더 이상 이야기를 해봤자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울 듯하다"며 "좀 더 안을 다듬고 상임위에서 논의를 한 뒤 다음에 재상정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표결을 유보했다.

진보목소리 상임위 무력화 시도 (미디어오늘, 2010년 10월 28일 (목) 17:55:21 김원정 기자)
위원 선임 절차 바꿔 ‘인권 일꾼’ 뽑아야 
[인터뷰 ]유남영 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유 위원은 이와 관련해 “상임위 결정에 찬동하지 않는 비상임위원들은 자신의 뜻과 반대되는 의견이 인권위 의견으로 나가는 것을 불편해 했다”며 “운영규칙 개정은 아예 의사결정 규칙을 바꿔 상임위가 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위원장이 안건 상정 여부와 시기, 채택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상임위 의결로 가능했던 긴급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도 전원위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상임위 역할과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다. 그는 “인권위 의사결정은 4개 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 전원위원회를 거쳐 나오며 이들 위원회가 각각 역할을 맡고 있는데 위원장 혼자 다 할 수 있게 되면 위원회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지적했다.
오는 12월 23일로 임기가 끝나는 유 위원은 현재의 인권위에 대해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 위원은 “인권위는 인권의 방향을 제시하고 당장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조화기구의 역할을 한다”며 “인권위는 인권에 관한 사회적 아젠다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나아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현 인권위가 그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어법인 셈이다.
그는 “적어도 인권위원은 공모 등의 공개적인 절차나 청문회 등을 거쳐 뽑으면 그 과정에서 인물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위원 선임절차가 인권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을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인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곳이고, 이 역할이 이들 위원의 어깨에 달렸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는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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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위법 일삼는 국가인권위원회 (2010년 10월 11일 새사회연대)
- 전원위원회 두 달여 미개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9월에 이어 10월 첫 회의로 예정되어 있는 오늘(10월 11일)도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로써 8월 한 차례 회의를 끝으로 거의 두 달 동안 전원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이다.
위원들이 이에 대해 어떠한 제기도 없다면 직무태만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회의 참여 말고는 위원으로서의 사실상 활동이 없고 더욱이 불성실한 출석과 회의준비 등으로 대내외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으니, 결국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면피하려는 것인가.
우리는 이것이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적 행정운영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은 취임 후 한 달간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기도 했다. 추석이라는 핑계로 전원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적은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다.
더구나 최근 전원위원회에서는 위원들의 불성실한 회의 준비로 안건 재상정이 결정이 많아지고 있으며, 인용 결정보다 부결이 더 많아 실제 전원위원회에서 결정되어 집행되는 안건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전원위원회를 거치는 번거러움보다 위원장 결재로 가능한 사업만 많아지고 있으며, 그 외 인권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사회연대는 지금 인권위는 인권전담기구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으며 최고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발맞춰 인권위의 위법·편법적 운영이 상식적 수준을 넘고 있음을 비판한다. 스스로 만든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합의체 기구인 인권위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것에 대해 현병철 위원장은 책임지고 공개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
 
인권위 전원위원회 두달째 ‘개점휴업’ (경향, 임아영 기자, 2010-10-15 00:06:41)
ㆍ집시법 개정 논란 등 현안 산적
ㆍ“추석·안건 없다” 핑계 안 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잠자고 있다. 인권위의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가 50여일째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원위가 열리지 않은 것은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14일 “집시법 개정 논란 등 중요한 인권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전원위조차 열리지 않는 것은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통상 전원위는 한 달에 두 번 열린다. 그러나 지난 8월23일 회의를 끝으로 9월에는 추석 연휴라는 이유로, 10월 첫 회의가 열렸어야 했던 11일에는 안건이 없다는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전원위는 시민들의 진정이 없어도 인권침해 정책을 찾아내 시정권고를 내릴 수 있다. 상임위나 소위원회는 진정인의 진정에 대한 권고만 가능하다. 전원위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인권위가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권위에 정통한 외부 인사는 “조사관들이 사전 조사를 해서 올려도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거나 처음 의도와 변질돼 채택되기 때문에 일할 의욕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인권위 내 각종 논의·자문기구도 점점 개최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2009년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결산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정책자문위원회는 단 한 차례 열렸다. 14개 분야별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는 총 20회, 4개의 조정위원회는 총 4회 열렸다. 장애인 인권전문위원회를 제외한 전문위원회 및 조정위원회는 연간 각 1~2회 열렸을 뿐이다.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조정위원회조차 있을 정도다. 이는 위원회 개최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받은 2007~2008년보다 더 줄어든 수치다.
숙명여대 법학부의 홍성수 교수는 “인권위의 정책권고 등은 전원위에서 처리하도록 돼 있다”면서 “전원위를 열지 않는 것은 인권위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상임위와 소위원회가 열리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원위 개최 횟수가 2008년 26회, 2009년 24회, 2010년 10월 현재 14회로 감소했지만 “2008~2009년의 경우 대통령 직속기구화 시도 문제와 정원 축소 문제 때문에 임시 전원위가 많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 비상임위원은 “이런 식으로 위원회 개최 횟수가 줄어들게 되면 2011년 예산심의 때 예산이 삭감될 위험이 있다”며 “인권위는 지금 스스로 조직 축소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버스토리]국가인권위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2010 10/05ㅣ위클리경향 894호, 정용인 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는 갈수록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Weekly경향」은 인권위 회의속기록을 입수했다. 회의록을 들여다보면 ‘인권위가 가서는 안되는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인권위의 문제를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보면 안된다. 인권이라는 잣대로 봤을 때 누가 그 가치에 충실한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상임위원은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만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다. 기자가 만난 전·현직 인권위 관계자들 모두 엇비슷한 주장을 했다.
추석연휴 직전, 인권위는 본지에 ‘위원회 활동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자료를 작성해 보내 왔다. 자료의 정책권고·의견표명 현황을 보면 2009년 7월 이후 1년간 26건으로 위원회 출범 이후 평균 건수에 비해 특별한 변동은 없다. 표현의 자유 관련 정책권고·의견표명도 “우리 위원회는 설립 이후 표현의 자유와 관련 17건의 정책권고·의견표명을 했음. 그 중 7건(41.2%)이 2009년 7월 이후 결정된 건임.” 인권위의 자료를 보면 ‘2009년 7월’이 굵게 강조되고 있다. 2009년 7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 자료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2009년 7월은 다름 아닌 현병철 현 위원장이 취임한 달이다. 요컨대 현병철 현 위원장 취임 이래 인권위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인권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인권위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상임위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9월 20일 임기가 만료된 최경숙 상임위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위원장이 취임한 후 인권위는 결코 가서는 안되는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인권 현실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1980년대 있었던 일이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쌓아놓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이렇게 빨리, 쉽게 역행하고 퇴보할 수 있는가 싶다. 표현의 자유가 계속 위축되다보니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상임위원 손 내리친 위원장의 의사봉
최 위원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현 위원장 체제에서 ‘인권위가 가서는 안되는 길’을 간 사례로 용산참사와 관련해 법원에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열린 인권위원회 전원회의를 예로 들었다. “현 위원장은 ‘독재라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의사봉을 두드려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했다.” 현 위원장의 ‘독재라고 해도 할 수 없다’는 발언은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간혹 흘러나온 이야기였다. 그런데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 있다. 한 전 인권위 직원은 “부끄럽고 창피해서 차마 입으로 꺼내기 힘든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 ‘사건’이 벌어진 것은 2009년 12월 28일, 2009년 24차 인권위원회 전원회의 자리였다. 인권위 의결안건(09-30)으로, 용산 철거민 농성에 대한 강제진압 진정사건(09진인215) 관련 법원 의견제출 건이었다. 안건은 비공개였다.
「Weekly경향」은 인권위 회의속기록을 입수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인권위 비상임위원 2명은 “재정사건과 관련해서 의견표명이 맞냐”, “의견표명을 신중하게 하기 위해서 의결을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진행됐다. 논란이 한참 진행될 무렵 현 위원장이 발언한다. “대체들 논의들 하고 이야기들 다 말씀하셨는데, 이상으로 종결하겠다.” 그리고 의사봉을 들어 폐회를 선언한다. 한 참석자의 증언. “갑자기 벌어진 일에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당황해 했다. 옆에 앉아 있었던 최경숙 위원이 엉겁결에 손을 내밀어 의사봉을 막으려 했다. 의결을 하려면 세 번 내리쳐야 하는데, 마지막 한 번은 최경숙 위원 손에 맞았다. 위원장이 퇴장하고 위원들이 두 시간 가량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논의를 했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마지막 방망이는 최 위원 손에 맞았으니 의결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도 반 농담 삼아 나왔다.” 나중에 회의 참석자들의 확인과정을 거쳐 첨삭되는 회의속기록에는 현 위원장의 ‘독재’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날로 임기가 끝나는 정재근 위원(법안스님)의 다음과 같은 ‘항의’는 기록에 남았다.
현병철 위원장 : 지금 다 얘기들이 끝났지 않았어요? 더해 봐야 같은 얘기 반복이고.
정재근(법안) 위원 : 같은 얘기 반복이라니, 말이 됩니까, 이게! 국가인권위원회 역사상 이렇게 해본 일이 없어요.
현 위원장 체제에서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한 인사는 “지금 인권위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는 “가면 친정 같은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죽을 쑤고 있으니 속이 상한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새로 임명된 일부 인권위원들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자질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명박정부 인권위원 ‘자질’ 논란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에 속해 있는 새사회연대는 지난 8월 26일, 최근 ‘이보다 더 막갈 순 없다’라는 제목으로 ‘모니터링 리포트 준비1호’를 냈다. 이 보고서는 8월 23일 열린 2010년 인권위 14차 전원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임위원 중 A위원과 B위원은 총 5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각각 1시간 30분, 2시간만 참여하고 퇴장했다. 이날 두 번째로 재상정된 안건인 ‘정보인권 특별보고서(안)’와 관련해 또다른 비상임위원 C는 “정보인권이 뭔지 모르겠다”, “(논의할) 필요가 있나”(D위원)라고 주장했다. 결국 논의는 또다시 연기되었다. 보고서는 “이미 위원들에게 대면보고·설명을 지시해서 보고됐고 수정의견을 내지 않다가 회의에서 근거없는 딴죽걸기, 입장 되풀이 식으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신임 총장은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휴가로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B위원의 경우 회의 참석의 불성실 문제가 「Weekly경향」이 만난 전·현직 인권위 관계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위원들의 ‘인권 전문성’에 의심이 갈 만한 발언도 지적됐다. 경찰 및 소방공무원 응시연령 제한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 헌재에 인권위 의견제출 논의 중 C위원은 “나이 40~50세가 되어서도 체력검증에 통과하면 어떡하나”라고 발언한다. E위원은 “내가 얼마 전에 지인을 만났는데 이전에는 35세라는 어떤 나이 제한이 있어 아들이 그때까지만 공부하기로 약속했는데 국가인권위 때문에 연령제한이 없어져서 큰일이 났다고 하더라”고 말한다. ‘정보인권 특별보고서(안)’ 논의 중 A위원은 “인권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학교에서 행정직을 맡고 있는데 학생들이 하나같이 CCTV 증설을 요구한다. 절도 등도 확실히 줄었다고 하며… 현 단계에서 보고서는 반대한다”고 말한다. 앞의 C위원의 ‘정보인권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발언이나 A위원의 발언은 이미 이전 정부 시절부터 인터넷 실명제나 교육정보화시스템(NEIS) 문제를 두고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정보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다양한 입장에 설 수도 있지 않을까. “어디 재판에 시민배심원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인권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으로 이 정부나 대법원 등에서 추천한 인사가 아니냐.” 한 상임위원은 개탄했다.
수차례 전원위원 회의에 참석했던 인권위 직원 ㄱ씨는 “위원장과 일부 비상임위원들의 막가는 태도가 최근 들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왜 그럴까. 일단 인권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 상임위원·비상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인권위 법 2장 5조를 보면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 중에서 국회가 선출하는 4인(상임위원 2인 포함),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위원장을 포함, 총 11명 인권위원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인권위가 운영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3명의 인권위원이 새로 선임되었다. 김양원 위원(대통령 지명), 장주영 위원(국회 선출), 한태식 위원(대통령 지명)이 그들이다. 여기에 안경환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현병철 현 위원장(2009년 7월 17일)이 인권위 수장을 맡게 되었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태훈 위원은 연임되었다. 한 인권위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달라진 인권위원회 내부의 역학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안건이든 재적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채택되게 되어 있다. 지난해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논의가 되었다. 5대 5 정도로 갈라지면 위원장이 입장을 정하는 식이었는데 일부 보수성향의 위원들이 현 정부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사안은 자꾸 결정을 미루고 늦추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임기를 다한 위원들이 교체되면서 균형이 깨진 것이다. 현병철 위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인권위원들이 다수가 된 것이다.” 인권위 내외부에서 인권위의 ‘임무 방기’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건들은 야간집회, 용산사건, PD수첩 사건, 박원순 민간인 사찰 사건 등이다. 이 사건들은 프랭크 라뤼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좌관의 지적처럼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로 지적된 사건들이다.
다시 회의록을 보자. 야간시위 관련 전원회의에서 C위원은 “사무처가 작성한 보고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한다. C위원은 판결문의 ‘이유’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2002년을 전후해서 2008년, 2009년까지 야간집회·시위에 의한 폭력성의 유의미한 증가라든지 동정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그것은 2006년도 분이 빠져 있었는데, 2006년도 하반기에 한·미 FTA 반대 야간시위가 얼마나 극렬했는지, 전국의 도청·시청·관공서가 불타고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그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C위원의 주장은 ‘견강부회’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과정에서 일부 관공서가 불타기는 했지만 그 사건들은 야간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간시위 관련 위헌제청에 대한 의견을 다루고 있는데 엉뚱한 이야기를 끌어들여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사무처에 근무했던 전 인권위 직원 ㄴ씨는 “일부 위원들의 아전인수격인 억지주장이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원들의 낯 뜨거운 발언
본지를 통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제기한 민간인 사찰 사건의 경우 A위원과 C위원은 국가가 민사상 명예훼손을 청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두고 과거 일부 판례에서 그런 사례가 있다는 것과 외국의 사례를 거론하며 두 차례에 걸쳐 ‘법리문제’를 따지고 든다. 두 위원은 “법리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위원회가 이 문제(박원순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이다.
용산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위원의 ‘신중론’은 해당 사건에 대해 인권위의 입장표명을 유보하거나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어진 표결에서 위원들의 주장은 입장표명에 ‘반대’로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이들 사건에서 인권위의 입장표명은 ‘부결’되었다. 한 상임위원은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다보면 그 분들이 누구를 대표해서 회의에 참석했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인권위원들이 자신이 임명받은 주체를 대변해 참석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되물음이다. 특히 법조 출신 인권위원들은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권위의 의견표명이나 권고는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사건마다 되풀이하였다.
복수의 인권위 전·현직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이런 사건도 있었다. 안경환 위원장 시절 대통령이 임명한 D위원은 신상발언에서 “나는 대통령이 파송해 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안경환 위원장이 직접 “그 발언의 진의가 뭐냐”고 따졌고, D위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한 전 인권위 관계자는 “안 전 위원장의 경우 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분이었는데, 그 분이 그렇게 화를 내며 세게 발언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의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 전원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의 발언들을 모니터해보면 이 분들은 인권보다 ‘위원’이라는 경력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인권위원은 “그렇다고 그분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아 그렇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분들이 다른 데 가면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열심히 하실 분들인데, 알아서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경숙 상임위원의 임기가 9월 말로 종료되었다. 올해 12월 말에는 유남영 상임위원(변호사·대통령 지명), 조국 위원(서울대 법대 교수·대법원장 지명)과 황덕남 위원의 임기(변호사·대법원장 지명)가 끝난다. 내년 2월에는 문경란 상임위원(전 중앙일보 논설위원·국회 선출)의 임기도 종료된다. 앞으로 이들을 대체할 인권위원에게서 인권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입법부를 대표해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목하게 되어 있지만 통상적으로 대법원장 지명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간다”고 말했다. 최근 인권위에 사표를 쓴 김형완 전 인권정책과장은 “위원장을 포함해 6대 5의 상황이 심하면 9대 2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은 인권위의 논의과정에서부터 지난 9년간 인권위에 재직한 인권위 역사의 산 증인이다. 임기 종료를 앞둔 상임위원들도 김 전 과장의 예측에 동의하고 있다.
앞이 안보이는 인권위 전망
희망은 없을까. 앞의 인권위 직원이 내다보는 전망은 우울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듣보잡’ 인권위원 인선을 두고 내부적으로 개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아,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인권’이라는 것이 고작 이거냐’는. 그런데 현 위원장이 오고 인권위가 헤매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이것은 이 정부에 의해 고의적으로 계획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화하겠다는 안이 나와 안팎에서 싸워 없던 일로 만든 적이 있다. 그때 일각에서는 ‘인권위와 국민권익위를 합쳐 통폐합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의 인권위 행태로 봐서는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정부의 의도대로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새판 짜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완 전 과장은 “인권위에 더 이상 미련을 가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애당초 시민사회 거버넌스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시민사회 차원에서 전면 철수하고 ‘대항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사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가인권위 사태는 현병철 취임 때부터 예정된 갈등이 표출된 측면이 강하다”며 “국가인권위원장에 자격이 없는 위원장이 임명되고 어디까지 망할 수 있는지, 정치적 중립성이 어디까지 훼손될 수 있을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 격이 어디까지 낮아질 수있는지를 목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권위원장, PD수첩 “…부결”, 북한인권은 소신? 
인권위 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치열하게 논란이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현병철 위원장은 거의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된 2009년 22차 임시 전원위원회에서 현 위원장의 태도가 단적이다. 회의 말미, 현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대체로 말씀 충분히 하셨고요, 더 토론해도 끝없을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의견들이 나와 있는데,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동의하시지요? 그러면 대체로 다섯 분이 의견을 내는 것을 얘기하셨고, 네 분이 의견 내는 것에 반대하셨습니다.”
현 위원장은 사무총장에게 이런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 묻는다. 사무총장은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로 이뤄지며, 과반수는 6명(전체 인권위원이 11명이므로)이라고 답한다. 현 위원장이 되묻는다. “그러면 내가 찬성하면 찬성이 되고, 내가 기권하면 안되는 것으로 되네요? 그렇게 됩니까?” 사무총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위원장이 말한다. “아, 어렵네요.” 최경숙 위원이 첨언한다. “이럴 때 위원장님도 의견을 내셔야 됩니다.”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문경란 상임위원의 의견은 어땠는지 윤기원 위원이 묻자, 최경숙 위원이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고 찬성 쪽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다. 현 위원장이 다시 묻는다. “그러면 제가 결정해야 하나요?” 위원장은 “그러면 이 안건은 일단 부결된 것으로 하겠습니다”라며 임시전원위원회 폐회를 선언한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날 회의의 결론을 내는 방식이 매우 황당했다”고 기억했다. 현 위원장이 PD수첩 보도와 관련 의견서를 낼지 여부에 대해 자신이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지 논거는 밝혀야 하는데, 아무런 의견 없이 부결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안도 예외적으로 있다. 2010년 6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과 관련한 현 위원장의 발언이다. 현 위원장은 의견제출과 관련, 입장이 5대 5인 것을 확인한 뒤 자신의 입장을 말한다. “제가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취임 때부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얘기를 해왔습니다. 또 북한인권법 자체에 우리 인권위원회의 기능과 중복이 있다는 것은 이미 제가 얘기한 바 있습니다. 또 북한인권이라고 해도 인권에 관련한 여러 가지 정책자문, 또 우리들의 활동은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오늘 통과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한 전 인권위 관계자는 “현병철 위원장이 형식적 회의진행에만 치중하는 까닭은 그가 그 인권 현안에 대해 실제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라며 “PD수첩이나 용산사건 등 정권의 입장에서 부담되는 결정은 회피하고, 대신 대통령 면담에서 주문 받은 북한인권만 챙기는 것은 인권에 대한 소신 부재와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현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Weekly경향」은 인권위 홍보팀을 통해 현 위원장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인권위 측은 “추석을 앞두고 시일이 촉박하며 현 위원장 일정상 곤란하다”면서 인터뷰 거절의사를 통보했다.
 
[커버스토리]현병철 체제 1년, 인권위 추락과 침묵 (2010 10/05ㅣ위클리경향 894호, 정용인 기자)
ㆍ현 상황 개탄하며 직원들 여럿 떠난 반면 승승장구한 이들도
지난 9월 15일 법원은 국가정보원이 “언론 인터뷰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가 밝힌 변에 따르면 “국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견을 명예훼손이라고 폭넓게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 박원순 변호사의 본지 인터뷰로 불거진 이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는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침묵이었다. 의견이 없던 것이 아니었다. 재판부와 같은 논리를 펴는 인권위원들이 있었지만 법원에 의견제시 안건은 재상정 끝에 부결되었다. (2010년 7차 전원회의 회의)
민간인사찰 논란만이 아니다. 1년 넘게 해결되지 못했던 용산참사에 대한 입장표명도,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PD수첩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과 관련된 의견도, 야간시위에 관한 헌재에 대한 의견도 채택되지 못했다. 이포보에서 4대강 반대 농성을 벌이던 환경운동가들이 낸 인권침해 긴급구제 요청도 “이들에게 물과 식량 반입이 어느 정도 허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긴급구제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기각했다. 강제철거에 반대해 농성하던 홍대 두리반에 건설사가 전기를 끊은 조치와 관련해서도 “한전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긴급구제 요청을 기각한 뒤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프랭크 라뤼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좌관을 비롯,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거론되는 이들 사건에 인권위가 침묵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권위 내외부에서는 현병철 위원장 체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 인권위 직원은 “지난해 7월, 현병철 위원장이 처음 임명되었을 당시 인권위 직원들은 내심 당황했었다”고 전했다. 흔히 거론된 것처럼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 발언해온 강경 보수인사가 임명되었으면 또 모르되, 그동안 인권 관련 공동체나 단체 등에서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인사가 인권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이다. 현 위원장이 어떤 인물인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임명되기 전 당시 인권위 핵심 사무처 직원들이 현 위원장을 면담하고 난 다음 내린 결론은 ‘백지(白紙)’였다. 아예 인권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반인권이나 적어도 비인권은 아닌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 하는 희망이었다. “그게 오판이었다.” 역시 인권위에서 그만둔 다른 직원은 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당시 인권위 핵심 사무처 직원들이 잘못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지만 보직 행정교수로 20년간 생존한 ‘처신술’의 영역에서는 노회한 인물이라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현병철 위원장 ‘백지’결론 오판?
부임 초기 현 위원장은 공사석에서 “인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여기 있는 직원들이 많이 가르쳐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완 과장도 위원장에게 비슷한 당부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위원장의 태도가 싸늘해진 것은 프랭크 라뤼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좌관과의 면담 내용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직후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 내용을 유출한 사람을 나로 지목했던 것 같다.” 김 과장은 그와 관련해 내부 감사까지 받았다. 유무형의 압박은 계속되었다. 4급 상당 공무원으로 인권위 정책총괄과장을 맡고 있던 그의 윗선에 국장을 임명해 별도의 직보체제를 만든 것이다. 보고의 흐름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김 과장은 9월 3일 마침내 사표를 쓰고 인권위를 떠났다.
현 위원장 체제에서 배제된 인사들은 또 있었다. 바로 상임위원들이다. 「Weekly경향」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 상임위원은 ‘유배’라는 표현을 썼다. 상임위원실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상임위원은 하소연했다. “보고가 끊어진 지 오래 되었다. 한 직원으로부터 ‘상임위원과 친하다고 찍힐까봐 자주 찾아오지 못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안경환 전 위원장 때만 해도 안 그랬다. 안 위원장 스스로 상임위원 방에 자주 찾아왔으며, 인권 현안과 관련해 직원들과 상임위원들의 토론은 권장되는 분위기였다. 상임위원의 ‘권한’을 둘러싼 논란은 인권위 안건으로 공식채택해 논의됐다.
발단은 용산참사 사건이다. 용산참사와 관련, 위원회는 관계 대책회의로부터 진정 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검찰 등 사법기관의 비협조로 관련 조사는 더디게 진행되었다. 진정사건 조사와 별개로 ‘해가 가기 전에 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 최경숙 상임위원은 관련 소위원회(조국 위원·김양원 상임위원)를 통해 논의한 뒤 동의를 얻어 이 사건을 상정했다. 현 위원장이 제동을 걸었다. “사무처가 진행해온 사건 조사를 상임위원이 가로채는 것은 곤란하지 않으냐”는 의견이었다. 이 문제는 비공개로 전원위원회에 부쳐져 논의됐다. 상임위원들과 비상임위원들이 “현행 인권위원회 법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위원이 안 상정에 동의하면 전원회의에 회부될 수 있다”며 적법성을 주장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현 위원장과 일부 비상임위원은 ‘사무처는 공식 지휘선을 통해 지휘를 받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생각도 하기 싫다”는 떠난 사람들
관련 조사를 담당했던 사무관은 사건 처리에 항의해 사표를 냈다. 현병철 체제 이후 인권위를 떠난 이들은 여럿이다. 「Weekly경향」은 떠난 이들과 남아있는 이들을 인터뷰했다. 몇몇은 “생각도 하기 싫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대부분의 전·현직 인권위 직원은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반면 승승장구한 이들도 있다. 손심길 사무총장 임명과 관련해 인권위 안팎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일반직 공무원 출신인 손 총장은 김옥신 총장의 사퇴로 부재한 자리에 승진발령됐다. 사무총장 자리는 인권위의 대외적인 위상을 고려,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손 총장은 일반 공무원직을 사퇴하고 사무총장 자리에 앉았다. 위원들 상당수는 손 총장의 임명이 편법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강행됐다.
외부인사가 영입된 인권위 정책교육국장과 관련한 특혜 논란도 벌어졌다. 지난 4월 원재천 전 한동대 국제법률전문대학원 교수 임명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다. 원래 개방형 직위였던 정책교육국장직은 21% 인권위 조직축소 방침에 따라 일반직으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원 국장을 채용하면서 인권위는 임용 조건에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추가했다.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원 국장의 채용을 위해 추가한 조건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인권시민단체인 새사회연대는 “전형적인 공무원 줄세우기를 위해 인사권을 전횡한 결과 지금의 인권위는 독립적인 위상이 훼손되고 국민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공정사회로 나가려면 인권위 등의 인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측은 이 주장과 관련,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인권환경에 대한 연구와 모니터링에서 의사소통 능력 등을 확대할 필요성 때문에 요건을 확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형완 전 인권위 인권정책과장 “안건 상정마저 봉쇄 상황에 좌절감” 
김형완 인권위 정책과장은 자신이 사퇴한 것에 대해 “부여된 소임을 완수하지 못한 채 중간에 물러나게 된 죄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3일 인권위에 사표를 제출했다.
왜 사퇴를 결심하게 되었는가
“행안부의 인권위 21% 감축안이 제시되었을 때부터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경환 전 위원장이 중도에 사퇴하고 김칠준 전 총장마저 그만뒀을 때 여기서 사직을 한다면 쟁점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어 유보했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모욕적인 상황이 계속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보려고 내부에서도 노력했고, 밖의 인권단체도 노력했다. 이런 시각이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고, 나 역시 개인적인 판단보다는 그것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려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하는 것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했다.”
어떤 한계인가
“이를 테면 인권위원회는 이상적이든 현실적이든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정부가 그 권고를 수용할지 여부는 정부의 성숙 정도에 달려 있다. 민주적이고 성숙한 정부라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인권위의 권고수용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권위 자체의 문제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는 정부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거나 대통령 심기를 건드릴 사안, 권력의 예각적인 쟁점으로 부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알아서 쟁점을 회피하거나 눈을 감았다. 못본 척하거나 스스로 자체검열을 해서 예각적인 것들은 올라가지 않는다.”
혼자 감내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좌절을 느낄 때가 많았다. 나로서는 이중의 질곡이었다. 첫 번째는 안건 상정 자체가 어려워서 한번은 고위간부에게 하소연했다. 전원위원회에 올라가기만 한다면 어떤 결과인들 수용하겠다. 그것은 당대의 인권위원들의 한계니까. 다만 안건의 상정 자체는 막지 말아달라. 다수의 인권위원들이 현 위원장과 코드가 맞는다면 어차피 100% 채택되지 않는 게 아니냐. 둘째는 위원장도 상정을 막으면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만 적어도 전원위원회에 회부되면 그 결정사항과 관련해서는 인권 진영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김옥신 전 총장 체제에서는 이것이 상당히 합당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래도 받아줬다. 하지만 안건상정마저 봉쇄되고 있는 마당에 느끼는 좌절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이른바 ‘생활밀착형 인권’을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 양천서 고문수사 사건 등에서 인권위가 성과를 보이지 않았나.
양천서 사건 관련으로는 두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하나는 경찰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를 눈감았다. 서울 경찰청에서 왜 이런 고문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결과만 천착하다보니 일선에 있는 하급 경찰만 다치는 것으로 끝났다. 권고를 받아들이는 경찰 입장에서도 인권위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진정사건 조사는 직권조사가 원칙이다. 하지만 인권위에서 진정사건으로 들어와도 묻힌 사건은 부지기수다. 4대강 사건 점거농성자들이 긴급구제 진정을 했는데 조사를 안하는 것이다. 긴급구제 기준을 생명을 유지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법률 잣대로만 해석하면 인권위가 사회권 차원의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남아있는 사람이 인권위 내부에서 할 일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인권위가 회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인권위 밖 시민사회에서 인권위를 대체할 ‘대항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시민사회도 인권위에 대한 ‘애정’을 과감하게 걷을 때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제도기구가 버틸 수 있으려면 시민사회와의 협치가 불가분한 전제조건이다. 그것을 뒷받침할 역량이 안되는 상태에서 거버넌스가 급격한 관료화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인권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시민사회가 대신 감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인권위원회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주장이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 이후 인권위에서 부결되거나 기각된 주요 사건
○ PD수첩 검찰수사 사건에 대한 의견제출 부결 (2009.12.1.)
○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서 나타난 주거권 침해 법원 의견제출건 부결 (2009. 12. 28.)
○ 야간시위 헌재 의견표명건 부결(2010. 3. 8.)
○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사건 의견제출건 내부종결 부결 (2010. 4. 26.)
○ 4대강 공사 반대농성 이포보 농성자들 긴급구제 요청 기각 (2010.8.13.)
○ 강제철거 반대농성 두리반 긴급구제요청 기각
(2010.7.23.※ 8월 11일 현장조사. 현재까지 언급 없음)
 
[커버스토리]“MB에게 한차례도 업무보고 못해” (2010 10/05ㅣ위클리경향 894호, 정원식 기자)
ㆍ임기 4개월 남기고 사퇴한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
- 2006년 10월 30일 제4대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한 약속들 중 하나가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는 것이었다. 정권 교체 후 상황을 예견하고 한 말이었나.
“그런 점도 있고, 전임자 두 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조직 안정을 위해 임기를 채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밖에서는 이명박 정권과의 갈등 때문에 내가 물러난 것이라고 본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국제사회에서 한국 인권위의 입지를 높이는 것이었다. 당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직을 한국 인권위원장이 맡기로 당사국들 사이에 합의가 돼 있었다. 의장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후임자가 임기를 빨리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적합한 인물을 마련해달라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인물이 후임자가 됐다.”
- 재임시 가장 중점적으로 했던 일은 무엇인가.
“인권위 조직이 상당히 복잡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전임자 두 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이 안정되려면 구성원들 사이에 오해나 갈등이 없어야 한다. 인권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위원회 회의 때 표결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결정이 만장일치로 나오도록 하려고 애썼다. 그래야 인권위 결정에 힘이 실린다. 중립적인 자세로 극단적 주장은 조금씩 양보하도록 했다.”
- 가장 뼈아팠던 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재임 중 인권위 조직이 축소된 것이다.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한 직접적 타격이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신청을 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단 한 차례도 업무보고를 하지 못한 것이다.”
- 왜 만날 수 없었다고 생각하나.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이 정부가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권위는 특성상 정권에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한 거라고 본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 중 인권위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강경파들이 중간에서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짐작한다.”
- 2007년 이후 지금까지 공권력에 의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용산참사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이 절차상으로 정당해야 하고 피해 보는 국민이 적어야 하는데 그 점을 소홀히 여긴 것 같다. 다른 하나는 국민들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가 늘었다는 점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
- 인권위의 독립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나.
“인권위원들 중 인권위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인권위원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이것은 국제사회에서도 지적한 부분이고, 재임시 제출한 인권위법 개정안에도 이 점을 명시했다. 다음으로 인권위가 독립적인 국가기관으로서 정부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권위 직원들 스스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 지금은 이 세 가지 측면이 모두 취약하다. 인권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 보수언론은 인권위가 좌파정부에서 탄생한 좌파편향적 기관이라고 공격해왔다. 그렇다면 이전 정부에서는 정부와 인권위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었나.
“우선 인권위가 특정 정권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권위는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탄생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 이회창씨였다고 하더라도 인권위는 생겼을 것이다. 인권위 설립은 시대적 요구였기 때문이다. 1993년 유엔총회 결의에 부응해 2001년 국가인권위가 생겼을 때 인권위가 있는 나라는 5~6개국에 불과했다. 지금은 120여개국이 넘는다. 누가 대통령이 됐든 그런 국제적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은 인권위를 좌파정부의 산물이라고 낙인 찍었다. 갈등은 이전 정부에서 훨씬 심했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인권위는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NEIS에 반대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위가 다 말아먹으려고 하는 거냐’며 굉장히 화를 냈다. 사사건건 충돌했지만, 그래도 참여정부는 ‘인권위는 원래 그렇게 하라고 만든 것’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 이명박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법치를 강조한다. 그런데 정부가 말하는 법치와 인권은 종종 충돌하고 있다. 법치와 인권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왜 법치를 해야 하나.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법치를 하는 것이다. 법과 인권은 절대 상충하는 것이 아니다.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이 필요한 것이다. 인권은 법 위에 있다. 그런데 법치라고 하면 때려잡고 탄압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 인권위는 왜 존재해야 하나.
인권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국제적 인권 규범을 국내의 법·제도와 관행 속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권위는 정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관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인권위는 원래 강제력을 보유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인권위가 강제력을 지니면 또다른 권력기관이 된다. 인권위는 문제 제기를 하는 기관이다. 그것을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는 정부의 선택이다. 정부가 받아들이든 말든 인권위는 불편한 목소리를 자꾸만 내야 한다. 정부를 성가시게 만들어야 한다.”
- 시민사회단체는 인권위가 감시견이 아니라 애완견이 됐다고 비판한다. 인권위의 위상이 추락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한 신념과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 인권위의 존립 근거인 독립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전반적 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국민으로부터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 내년이면 인권위가 출범 10년을 맞는다. 그러나 앞날이 어둡다.
“인권은 원래 장애가 있어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인권위의 역할에 대해 지금보다는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본다. 좌절하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
 
[커버스토리]국가인권위 ‘몰락’ 세계가 ‘주목’ (2010 10/05ㅣ위클리경향 894호, 홍성수<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ㆍ10위권 경제대국 한국에서의 ‘인권 위상 추락’ 국제적 비판 받아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인류는 ‘인권’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라고 확인했다. 그 후속조치로 다양한 국제인권규범이 제정되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국제인권기구들이 설립되었다. 국제인권공동체나 국제인권레짐과 같은 신조어들이 등장했고,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인권’을 존중한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권의 이념이 각 국가 내에서 순조롭게 실현된 것은 아니었다. 겉으로는 국제인권규범을 존중한다고 선언하고 인권조약을 비준하긴 했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그 실질적인 이행을 미루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엔의 묘수는 국가인권기구(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의 설립이었다. 그 첫 구상은 이미 1946년에 제시되었지만,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은 1993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파리원칙’을 통해 제시되었다. 파리원칙은 국가인권기구가 ‘국제인권규범의 국내적 이행’을 목표로 각 국가에 설립되는 독립적인 국가기구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유엔은 회원국에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고, 그 결과 지금은 약 90개국에 어떤 형태로든 국가인권기구가 설립되어 있다.
국제기구 성격의 국가인권기구
국가인권기구의 지위는 오묘하다. 한편으로는 국가 내에서 그 국가의 국내법에 따라 설립되는 ‘국가기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인권규범의 국내 이행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인권기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제인권조약의 비준을 촉구하고, 이미 비준된 조약에 대해서는 그 이행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인권기구는 ‘인권분야에서 유엔의 활동을 위한 대리인’ 또는 ‘준국제기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한 각국의 국가인권기구들은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 공식적으로 참가해서 발언할 자격을 가지고 있다. 국가인권기구에는 국제무대에서의 공식적 지위가 보장되어 있는 셈이다.
이렇게 국제기구의 성격을 갖는 국가인권기구가 세계적 차원의 감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 국가인권기구들의 세계본부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각 국가인권기구를 평가하여 등급을 부여한다. 유엔인권최고대표실을 위시한 각종 국제인권기구들도 수시로 각 국가인권기구의 활동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일에 참여한다. 인권조약기구들은 국가보고서를 검토해 최종 견해를 제출할 때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아시아에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APF)이 조직되어 있어 아시아 국가인권기구의 교류·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시민사회도 한 몫을 한다. 대표적으로 아시아의 인권단체들은 ‘아시아 시민사회단체 국가인권기구 네트워크’(ANNI)를 결성하여 아시아 국가인권기구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매년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쯤 되면 국가인권기구가 국가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인권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국제행위자’(global actor)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우리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 맞춰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출범 이후 인권위는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인권단체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지만, 인권위는 차근차근 자기 역할을 다하면서 국내외에서 신망을 얻는 기구로 발전해 나갔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인권위는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자주 언급되었고, 우리 인권위의 성공 비결을 배우러온 외국사절의 한국 방문이 줄을 이었다. 2007년에는 ICC 부의장국으로 선출되었고, 2009년에는 차기 의장국을 사실상 예약해 놓는 성과로 이어졌다. 기적에 가까운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대한민국이었지만, 비경제분야에서의 국제적 위상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 국가인권기구를 총괄하는 기구의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국가적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무너져내리는 것은 일순간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화하려는 시도를 하더니, 작년에는 인권위 직원을 21%나 축소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권력기구들은 인권위의 권고를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팽배해졌고, 급기야 안경환 위원장이 조기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인권전문성이 의심되는 인사들이 인권위원과 위원장에 속속 임명되었고, 신임 인권위원장은 ICC 차기 의장국을 사실상 스스로 포기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 후 인권위에서는 중요한 인권 현안에 침묵하고,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출범 이후 인권상황이 최악이라고 진단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더욱 바지런을 떨어야 할 인권위는 너무 조용하고 무기력하기까지 했다.
국제적 인권 위상 한순간에 무너져
이에 항의하여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과 ‘인권위 독립성 수호를 위한 법학교수 모임’이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러한 상황을 묵과하지 않았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008년 1월 인권위 대통령 직속기구화를 우려하는 서한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낸 데 이어, 2009년 2월에는 인권위의 조직 축소에 대한 우려가 담긴 서한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2009년 3월 ANNI는 ICC 의장에게 인권위 조직 축소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곧이어 ICC 의장과 APF 의장은 한국 정부의 인권위 축소 조치를 비판하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특히 ICC 의장의 서한에는 한국 인권위의 인증등급이 재조정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때 세계적 ‘모범’으로 위상을 높이던 한국 인권위가 하루 아침에 ‘문제아’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인권위가 이런 푸대접을 받게 된 배경에는 아마 정권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을 터이다. 하지만 인권위가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국제행위자라는 점은 아마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듯하다. G20을 개최하고,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고, 틈만 나면 ‘국격’ 향상을 외치는 정부에서 인권과 인권위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 국정과 외교에서 ‘인권’이 ‘금칙어’가 되어버린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인권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무슨 말 못할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인권위가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전략적 차원에서 인권을 ‘이용’하지도 못하는 센스의 부재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인권과 인권위의 발전에 박수를 보내던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G20 의장국이자 유엔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에서도 인권이 이렇게 한순간에 후퇴하고, 인권위가 이렇게 허무하게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희한한’ 사례로 말이다.

 


 

[벼리]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국가인권위의 침묵과 배신, 무능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 인권오름 제 217 호 [기사입력] 2010년 09월 01일 23:27:51)
국가인권위법 개정안 활동가 워크숍(1) 민주적 인사절차 및 독립성 확보
지난 8월 23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전원위원회의 희극적인 모습은 소식을 접한 이들을 비극적인 심정에 빠지게 했다.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었듯이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정보기관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직권조사’와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등 주요 인권현안이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비상식적인 이유를 들며 반대하여 통과되지 못했다. 이 사건을 단순히 인권위원들 간의 의견이 일치하지 못한 사건을 넘어 인권위가 국가의 인권침해에 대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회의 때 친정부 성향의 인권위원들이 반대근거로 내세운 것이 비상식적이고 몰인권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는 정부 눈치를 보며 해야 할 권고나 조사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무자격자이자 인권활동의 경험과 감수성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정부에게 부담이 되는 의견표명이나 결정은 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정책을 추진하면서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민영화정책과 노동유연화로 발생하는 인권후퇴 정책, 경찰의 폭력 증가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과 침해가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가 앞장서서 조사해도 모자랄 판인데도 진정이 들어온 사건조차도 인권위는 조사나 결정을 주춤하거나 부결시켰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안건 외에도 인권위는 PD수첩 검찰수사 사건에 대한 의견제출건 부결(2009. 12. 1.),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서 나타난 주거권 침해 법원 의견제출건 부결(2009. 12. 28.), 야간시위 헌재 의견표명건 부결(2010. 3. 8.),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사건 의견제출건 부결(2010. 4. 26.) 등 주요 인권사안에 대해 의견표명을 거부했다. 또한 최근에는 4대강 공사를 반대하며 항의농성하고 있는 ‘이포보 농성자들의 식량권, 건강권 관련 긴급구제’ 요청을 기각하였고, 강제철거에 반대하며 농성하고 있는 두리반에 GS 건설사가 전기를 끊은 조치에 대해서도 긴급구제요청을 기각하였다. 국내법의 한계를 파악하고 실정법이 아닌 국제적 인권가이드라인에 따라 우리 사회의 인권수준을 높이고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임에도, 행정공무원이나 경찰에서 근거로 낼 법한 하위법을 기준으로 주요 인권사안에 대한 진정과 긴급구제가 기각되는 경우가 많아 한숨소리가 나온다.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위의 침묵과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권위가 잘못된 길을 걷고, ‘인권옹호기관’이 아니라 ‘정부옹호기관’으로 변해가고, 그래서 정부의 인권침해를 합리화시키는 알리바이기구가 되어 우리사회 인권인식과 인권수준을 떨어뜨리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필수이지만, 여기에 머무른다면 인권위의 회생가능성은 멀어질 것이다. 사방팔방이 폭력과 비리, 반인권으로 넘쳐나는 시대에 사회적 약자가 가장 쉽게 기댈 수 있는 곳이 인권위이기에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과 실천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지난 8월 20일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인권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제대로 서기, 법으로 되겠냐마는~” - 국가인권위법 개정안 활동가 워크숍>을 진행했다. 인권활동가들이 이번 인권위법 개정안에 담으려는 의제는 크게 4가지이다. (1)인권위원의 민주적 인선절차와 검증절차 마련, (2)인권위 독립성 확보방안, (3)인권위의 민주적 운영방안, (4)인권위의 진정 기능 보완 방안이다.
임명권자만 명시된 현행 인권위법의 인선절차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바꿔야
인권은 민주주의와 함께 가지 않으면 공감과 보편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권의 가치 안에는 민주주의가 내재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한 인권을 다루는 인권위원을 뽑아 구성하는 과정은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곳보다 투명해야 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야하는 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에 대해서는, 임명권자만 있을 뿐 인사청문회와 같은 인선절차나 검증절차가 전혀 없다. 청문회 제도 자체에 한계는 있지만 최근 정부가 임명한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치러지면서 장관의 자질을 사회적으로 검증하고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기능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선절차와 관련하여 현행 인권위법에는 “5조(위원회의 구성) ②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중에서 국회가 선출하는 4인(상임위원 2인을 포함한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권위는 언제든 권력자의 의향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국제기준을 설명하고 있는 유엔 국가인권기구 핸드북에서도 이러한 점을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짚고 있다. “모든 기구는 구성원의 독립성 수준에 따라 해당기구의 독립성이 결정된다.”, "구성원의 임명방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의회와 같은 대의기구에게 임명을 위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청문회는 필수, ‘다원성, 다양성, 시민사회의 협력’ 높이는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그러하기에 인권위원 구성의 인선절차와 검증절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 주장해왔다. 이번 워크숍에서 나온 인선절차의 방안은 크게 3가지였다. 우선 검증절차인 청문회는 필수이다. 2009년 18대국회에 민주당 김재균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권위법 5조 개정안에는 「국가인권위원회」상 장관급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청문회 대상으로 되어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인권위가 다른 국가기구와 다른 독립성, 높은 청렴성과 시민사회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기에 다른 국가기관과 다르게 장관급이 아니어도 상임위원들까지는 청문회대상이 되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임위원들은 인권위에서 상주하면서 주요한 활동을 하는 하기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인선절차로 언급된 것 중 핵심은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한 인권위원 구성이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렇게 만든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인권위원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하면 이중에서 임명권자가 인권위원을 임명하는 안이다. 또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지금의 인권위원 선출 및 지명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협의과정이 부족한 점, 법조계 출신 위원들이 대다수이고 성소수자나 장애인 등 소수자들은 과소 대표되어 있다는 단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의견이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인권문제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로서, 국회, 보건의료, 노동조합, 농민, 빈민, 법조계, 여성인권, 청소년인권, 장애인권, 성소수자인권, 일반인권 단체들이 추천하는 사람 등 20인으로 구성하는 안을 검토했다. 이는 파리원칙에 기초한 내용이다. 후보추천위원회를 어떻게 잘 구성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요즘처럼 ‘인권’자만 붙이면 인권단체인양 반인권적 발언을 일삼는 시민단체가 늘어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파리원칙에서의 인권위원 자격 기준
국가인권기구의 구성과 독립성, 다원성의 보장:
국가인권기구의 구성과 그 구성원의 임명은, 선거의 방법에 의하든 혹은 다른 방법에 의하든,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연관된 (시민사회의) 사회세력들의 다원적 대표성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다음과 같은 대표자들과 함께, 또는 그들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a) 인권 및 인종차별과 싸우는 데 책임이 있는 비정부기구들, 예컨대, 노동조합, 관련된 사회-전문 조직들, 변호사, 의사, 언론인, 저명한 과학자들의 협회, (b) 철학사상과 종교사상의 다양한 경향들, (c) 대학과 자격 있는 전문가들, (d) 의회, (e) 정부 부처 (정부대표들이 포함된다면, 그들은 단지 자문능력만을 가진 채 심의에 참여해야 한다)

그 외에 다른 쟁점으로 다루어진 것은 대법원장 몫을 제외하고 대통령 몫을 축소하고, 국회의 몫을 늘리는 안이었다. 현재 대법원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현실을 볼 때 대법원장 몫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가 가장 거리를 두어야 할 국가권력이 행정부라고 할 수 있으므로 대통령의 임명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과 국제인권정책이사회가 발간한 국가인권기구의 효과성 평가 (국가인권위원회, 2008)에 따르면, 행정부처의 지명보다는 시민사회단체에 의한 지명, 의회에 의한 지명, 다른 자치기관에 의한 지명이 더욱 개방적이고 투명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의회 지명의 경우 내부위원회 등 책임기구가 시민사회조직으로부터 후보지명을 받고 후보자를 상대로 공개면접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을 예시하기도 했다.
인권위 독립성 확보방안, ‘조직, 인사, 예산의 독립성’ 법에 명시
인권위 독립성 확보는 인권위가 국가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러한 독립성 침해는 인수위 시절 시도하다 철회한 인권위 대통령직속기구화, 행안부의 인권위 조직 21%축소, 행안부의 인권위 직원 해고권고 등이다. 이에 대해서는 유엔 고등판무관실과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기구인 ICC에서도 우려와 재검토를 권고할 정도로 국제기준에 반하는 행위였다.
현재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처럼 헌법에 명시된 독립기구는 아니다. 헌법이 만들어진 시기와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의식과 국가인권기구 설립시기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그렇다고 지금 헌법을 개정해서 인권위의 독립성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것을 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가능한 방법은 감사원법처럼 인권위법에 독립적인 기구임을 명시하고 국가재정법에 나열된 독립기관에 국가인권위를 포함시켜 수정하는 것이다.
현행 인권위법 18조에서는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인권위가 정부의 영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립적인 기관인 법원 및 감사원이 조직의 세부사항을 규칙으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처럼 인권위도 규칙제정권 조항을 신설하는 안을 검토하였다. 또한 인권위 직원이 해고 등 인사 불이익을 당할까봐 정부의 눈치를 보는 일이 없도록, 인권위법 16조를 개정하여 위원회 소속 직원의 임용은 인권위 자체의 권한임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무자격자인 친정부 성향의 인권위원장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으므로, 인권위 운영과 인사에 관한 세부적 사항을 위원장 1인이 결정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상임위원회 검토 등 합의제 운영을 위원회 규칙으로 명시하는 등 인권위 내부의 민주성이 보장되는 독립성 확보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인권위 조직을 작년처럼 축소하여 인권위 기능을 약화시키거나 정부의 눈치를 보도록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권위 재정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인권위법 3조의 개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독립적인 기구임을 명시한 감사원법처럼 인권위법 3조에 ‘위원회의 조직, 인사, 예산의 독립성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항을 추가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재정법을 함께 수정하여 인권위가 독립기관임을 명시한다면, 독립기구의 위상에 걸맞게 예산 조정에 대한 협의나 예산 요구액 감액 시 의견제시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벼리]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국가인권위의 침묵과 배신, 무능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 인권오름 제 217 호 [기사입력] 2010년 09월 01일 23:35:41)
국가인권위법 개정안 활동가 워크숍(2) 민주적 운영방안 및 진정 기능 보완
봉숭아 학당의 코미디는 방지하는 민주성 확보방안

지난 전원위원회에서 위원장이나 인권위원들이 인권기준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에 대한 언론이 사용한 비판적 표현이 “봉숭아 학당”, “식물인권위”였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투표권 행사에 대한 현병철 위원장과 김양원 인권위원의 비상식적 발언은 봉숭아학당 그 이상이었다. 위원장은 “황덕남 위원이 찬성 의견을 밝힌 뒤 먼저 자리를 떴으니 찬성표로 쳐서 의결해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하며, 대리투표를 진행하려했다.
인권위 전원위원회의 비민주적 운영은 이번만이 아니다. 1) 위원장이 사무총장을 추천할 수 있으나 전원위원회의 의견을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전원위원회에서 다수의 위원들이 반대했으나 임명 제청. 2) 2009년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기소된 철거민과 관련하여 재판부에 의견서를 보내는 안을 심의하다가, 위원장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망언을 남기며 독단적으로 폐회. 3)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의 상임위원 면담을 위원회가 이유 없이 거부. 4) 시민사회의 참여나 인권위 활동 모니터링을 하기 어렵게 만든 전원위원회 방청규정 개악. 5) 현병철 취임 이후 많아진 비공개 안건 등이 있다. 물론 인권위의 비민주적 운영은 전원위원회나 시민사회와의 선긋기만이 아니다. 인권위의 활동방향을 바꾸기 위해 비민주적 운영으로 위원장 줄서기 방식의 조직 관리를 해오고 있다.
인권위원회가 최소한의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 수준에서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다. 따라서 인권위법 외에 인권위 내부규칙이나 회의관련 규정의 개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위원장 중심의 1인 운영체제를 완화하는 방안이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바꾸어야할 인권위법의 내용은, 비공개안건을 자의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도록 14조(의사의 공개)를 수정하고, 전원위원회 회의록 공개에 대한 의무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현행 인권위법 14조에서도 위원회의 의사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비공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필요하다’고 명시된 문구를 악용한 자의적 행사가 많았으므로 이 문구를 구체적으로 수정하여야 한다. 또 의사공개의 원칙은 방청의 자유를 인정하며, 의사에 대한 보도의 자유, 위원회 회의자료 및 회의록의 공표나 배포의 자유 등의 원칙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이에 따라 전원위 회의록 공개는 동반되어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전원위원회 방청을 하더라도 회의안건지도 방청자에게 주지 않으며, 회의록 공개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공개결정이 나야만 주고 있는 실정이다. 회의록 공개를 한다면, 위원들의 책임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전원위원회 논의가 단순한 표결에 그치지 않도록 방지할 뿐 아니라 인권위원들의 인권적 감수성과 인권기준에 대한 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
인권위의 진정 기능 강화방안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들이 쉽게 인권침해에 대해 진정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법원 등 기타 국가기관에도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있지만 인권위 진정이라는 또 하나의 구제절차를 두는 것은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그 중 가장 적절한 제도를 선택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권리구제를 받게 하기 위함이다. 인권위 진정은 접근하기 쉽고, 법보다는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필요한 구제절차이다. 따라서 이러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권위의 진정과 권고, 조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각하사유의 축소
인권위에 진정이 공식적으로 접수되더라도 진정사건에 대해 모두 조사하지는 않는다. 현행 인권위법 32조에서는 몇 가지 제한이 있는데 이중 과도하게 진정을 각하하는 사유들을 수정하거나 삭제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인권위법 32조 1항 4호는 진정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으로부터 1년의 기간이 경과된 경우를 각하이유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인권침해 피해당사자가 인권침해임을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매우 짧은 기간이다. 인권위법 32조 1항 5호는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를 각하사유로 규정하는 경우도 삭제하자고 했다. 중복을 피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다수의 권리구제기관을 두고 조사절차를 정하면서 각각의 요건(예컨대 청구기간이나 청구인 적격)을 달리하는 취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권위법 32조 1항 6호의 진정이 익명 또는 가명으로 제출된 경우도 실제 인권침해피해 당사자가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삭제가 가능하다. 허위진정일 경우는 인권위법 32조 1항 2호에 ‘명백한 거짓인 경우’가 이미 각하사유로 있으므로 굳이 이렇게 진정요건을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긴급구제의 실효성 확보방안
최근 이포보 농성자 긴급구제 신청과 두리반 단전 긴급구제 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 긴급구제는 그야말로 긴급한 상황을 벗어나서 당사자가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빠른 조사와 결정이 핵심이다. 그런데 현재 인권위에서 긴급구제 가부 결정은 상임위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서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사안의 시급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긴급구제 관련 조항인 인권위법 48조(긴급구제조치의 권고)에 “지체 없이”의 문구를 넣는 등의 수정이 필요하다.
위원회의 조사대상 확대
현행 인권위법은 조사 대상을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위주로 하고 있으며, 법인 등 사인 간의 인권침해는 차별에 한정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인권위의 인권침해 조사대상이 국가기관의 자유권 침해에만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2009년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도 사회권도 인권위원회가 포괄해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인권위법 30조에 헌법 10조와 22조로 한정되어 있는 현행 인권위법은 너무나 협소한 것이며, 헌법상 기본권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아가 차별행위 금지영역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행위에 대한 인권위의 조사기능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는 차별이 아니면 조사대상이 되지 못한다. 실제 얼마 전 두리반에서 단전으로 인한 건강권, 생명권 위협에 대해 긴급구제를 신청했지만 그 대상이 한국전력이어서 각하시킨 적이 있다. 단전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인권위가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면, 또 국가가 아닌 기업 등 권력집단으로부터 인권침해를 구제할 수 없는 인권위라면, 이는 반쪽의 인권위일 뿐이다. 다른 많은 국가인권기구에서는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기업도 진정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권위법 30조 1항에 1호, 2호로 예시되어 한정된 조사 대상을 ‘국가인권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로 수정하여 조사 대상을 확대하여야 한다.
인권위 제자리 찾기, 법으로 되겠냐마는
이외에도 많은 사안들과 조항들을 워크숍에서 검토하였다. 인권활동가들이 토론하면서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현재의 인권위 구성을 봤을 때, 인권위법을 개정하더라도 제대로 된 운영이 되겠냐.”는 것이었다. 사실 법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떤 사람이 어떻게 운용하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보장의 의무주체가 국가임에도 침해의 당사자로서 더 기능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새로운 인권보장의 행위자로서 국가인권기구가 등장한 만큼, 그 주체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권옹호자인 인권활동가들과 시민들의 몫이다. 그러하기에 인권위 활동 비판과 인권위법 개정에 대해 쉽게 손을 놓을 수 없다. 더구나 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권 규범의 향상, 인권감수성의 향상이 동반되어야 하듯이, 인권위의 변화를 위해서는 인권위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과 방향에 대해서 한국 사회에서 더 많이 논의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법’은 행위자가 인권에 포함된 가치를 내면화하고 그 가치에 헌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반대로 법이 인권의 가치를 포괄하지 못한다면, 인권을 옹호하고 증진하려는 행위자들이 한 사회와 그 사회에서 운용되는 ‘법’이 인권의 가치를 포함할 수 있도록 의제화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 인권활동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인권위법 개정방향을 공론화하는 작업을 멈출 수 없다.
→ 지난 8월 20일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인권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국가인권위법 개정안 활동가 워크숍>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한 것인데, 국가인권위뿐만 아니라 다른 위원회 조직의 구성 및 운영에도 많은 시사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입 닫은 인권위’ 직원들도 무력감 (경향, 황경상 기자, 2010-08-05 03:00:52)
ㆍ정치적으로 휘말릴까봐… 정부 의견과 반대라서
ㆍ현 위원장 사사건건 반대, 정부 견해와 같을 땐 적극
ㆍ강용석 의원 성희롱 사건 ‘천안함 유언비어’ 대표적

지난달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이 확산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장 명의의 의견 표명을 추진했다. 내부적으로도 최근 고창군수와 모 중학교 교장의 성희롱 사건이 진정 접수되는 등 선출직·고위직 공무원의 성희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상임위원의 제안으로 초안까지 작성된 이 의견표명은 그러나 무산됐다. 사회 각계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고 축소·은폐 우려가 없어 의견표명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병철 위원장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휴가 중이었던 현 위원장은 의견표명 건을 유선으로 보고받은 뒤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2005년부터 여성가족부와 나눠 맡았던 성희롱·성차별 조사구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의견표명을 꺼리는 위원회 분위기가 인권위 본연의 임무마저 ‘몸을 사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인권 업무 의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5월부터 천안함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해 왔다. 검찰 수사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인권위는 당사자들과 접촉해 검찰 조사 과정에 부당한 점이 있었는지와 조사 자체의 타당성까지 조사했다. 내부에서는 직권조사 결정을 통해 의견표명을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PD수첩과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소송 등에 대한 의견표명이 불발되는 등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젠 실무선에서도 자기 검열이 돼 보고서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밖에 1년 반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는 정보인권특별보고서는 인권위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정보인권특별보고서는 정보기술 발전에 따라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정보프라이버시권(개인정보보호),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 정보접근권, 정보문화향유권 등 이른바 ‘제4세대 인권’으로 불리는 정보인권 증진을 위해 안경환 전 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2월부터 준비해 온 역점 사업이었다. 이 보고서는 1년 가까운 작업 끝에 지난 4월 완성되고도 7월이 되어서야 전원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정보인권 개념이 모호하다’, ‘표현의 자유가 들어간 것이 적절치 않다’는 등 보수성향 비상임위원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눈에 띄는 내용이 없었는데도 이유없이 3개월 가까이 통과가 미뤄지는 것을 보면 PD수첩 사건 등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내용에 대한 인권위 고위층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 정부와 견해가 비슷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의장에 대해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권고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11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을 본회의에서 조속히 심의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상임위 통과 후 두달 만에 권고를 한 것이다. 인권위의 한 실무자는 “이 건은 실무자가 검토한 후 나온 것이 아니라 보수성향의 한 비상임위원이 전원위원회 석상에서 제안한 후 빠르게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계륵’으로 전락하나 (미디어스, 2010년 08월 20일 (금) 09:32:10  배여진/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미디어운동場]천주교인권위원회   
현재 국가인권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바닥’이다. 혹자들은 ‘너희 같은 단체들이 국가인권위가 못하고 있는 것만 자꾸 비판하니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다 자업자득이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서 국가인권위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휩쓸렸다. 안 그래도 인력부족에 허덕이는데 조직이 21%나 축소되었다. 이에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자진 사퇴하였고, 이후 현병철이라는 인물이 새로운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국가인권기구의 수장이라면 최소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이나 연구업적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눈 씻고 찾아봐도 인권관련 활동은 전무하였고, 불행히도 ‘인권문외한’이라는 수식어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또 몇몇 인권위원들의 인권수준 또한 절망스러울 정도이다. 정권의 입맛에 반(反)하는 결정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국가인권위를 정권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다.
국가인권위를 정권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는 인권위원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에서는 이른바 ‘박원순 사건’ 관련 재판부에 의견제출 안건이 부결되었다. 그 이유인즉슨, “재판부에 의견 제출을 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대해 의견 제출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최고 의결기관인 전원위원회에서는 이처럼 법률로서 보장되어 있는 국가인권위의 권한조차도 축소시키며, 최소한의 인권적 수준에도 못 미치는 논의가 오고가고 있다. 인권위원들은 국가인권위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성’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라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정권·사법부·입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권의 관점과 기준으로 인권적인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이다. 이 독립성은 국가인권위가 국가인권기구로서의 뚝심과 과감한 용기로서 뒷받침이 된다. 그것을 내던졌을 때의 국가인권위는 더 이상 국가인권기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더욱더 민주적이고 인권적이어야 할 국가인권기구가 어쩌다…
국가인권위는 그 어떤 국가기구들 보다 더 민주적이어야 하고, 더 인권적이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현병철 위원장이 임명된 이후, 내부의 민주성은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지난 해 12월 말 전원위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현 위원장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외치며 일방적으로 회의 폐회 선언을 하며 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렸다.(직후 위원들이 현위원장에 사과를 요구했고, 약 두 시간이 지나 회의장으로 돌아와 사과를 했다.) 어디 이뿐인가. 지난 5월 한국의 표현의 자유 현황을 조사하러 온 유엔 표현의 자유 라 뤼 특별보고관이 상임위원들과의 합동 면담을 현병철 위원장이 거부하였다. 결국 라 뤼 보고관은 출국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위원들과의 합동 면담을 요청하였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외부에 공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미 많은 직원들이 ‘자기검열’을 하고 있고, 최근 공석이었던 사무총장직에 내부 직원을 임명하면서 인권위 구성원들 사이에 위원장 ‘줄타기’가 시작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모든 구성원이 그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조차도 외면하고 현병철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의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인권위가 마냥 못하지만은 않는다. 잘 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국가인권위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가 예전답지 않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몸을 사릴 국가인권위라면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 정권의 성향이 어떻든 간에 상관없이 국가인권위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최근 두 가지 사안의 긴급구제 요청이 국가인권위에서 기각되었다. 하나는 홍대 앞의 작은 용산이라 불리는 칼국수집 ‘두리반’ 단전조치에 대한 긴급구제 요청이었고, 다른 하나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경기도 여주 이포보 위에서 농성중인 3인에 대한 긴급구제 요청이었다. 불행히도 이 두 사안 모두 긴급구제 요청이 기각되었다. 두리반의 경우 마포구청을 상대로 다시 긴급구제 요청을 한 상태이다.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 두 사안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 기각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두리반에서는 이 폭염 속에서 전기가 끊겨 음식물이 썩어가고 실내온도는 상상을 할 수가 없다. GS건설의 바람대로 제풀에 지쳐 농성장에서 나오기를 국가인권위도 바라는 것인가. 이포보 위 농성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폭염과 폭우가 오가는 여름 한 가운데 겨우 음식물 반입이 안 돼 1.5리터와 선식으로 성인남자 1일 필요 열랑 2,500kcal에 한참 모자라는 400~500kcal에 불과하다. 염분도 없는 상태로 한 달 가까이 강제 준단식 상태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또 경찰은 새벽에 2~3시간 간격으로 싸이렌을 울리고 난간을 두들기는 등 농성자들이 잠들지 못하도록 괴롭히고 있다. 또 4대강 사업 찬성 주민들이 수시로 몰려와 성희롱과 욕설, 선무방송 등을 틀어대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는 “심의한 결과 물, 식량이 일부 반입되고 있어 긴급구제하지 않기로 결정”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전반적인 상황이 긴급구제의 필요성에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대림산업의 바람대로 이포보 농성자들이 제풀에 지쳐 내려오기를 국가인권위도 바라고 있는 것인가.
최근 MBC PD수첩이 김재철 사장에 의해 방송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법원에서도 방송하라고 했건만, 법 위에 군림하는 김재철 사장이라고나 할까. 또 큰집에서 조인트 까이는 것이 두려웠던 것인지 알아서 기니 길을 참 잘 들여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인권위도 이제 알아서 기는 건가. MB는 현병철 위원장을 길들여 놓았고, 현위원장은 내부 구성원들을 길들여 놓은 건가. 정말 치욕적인 국가인권위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병철 위원장의 임기는 총 3년으로 2012년 7월까지 아직 2년이나 남았다. 그리고 위원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 2월까지로 아직 3년이‘나’ 남았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장을 한 번 더 임명하고 임기를 마친다. 국가인권위는 지금까지 국가인권기구로서의 기능을 해온 약 10년 기간의 딱 절반만큼 길고 긴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아주 커다랗고 무거운 숙제이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기관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롤 모델’로서 인정받는 국가인권기구였다. 그런 국가인권위가 국내외적으로 큰 우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그 동안 만들어놓고 ‘수수방관’ 해 온 인권시민사회 진영에서도 법 개정 등 국가인권위를 향한 견제와 비판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또 국가인권위 또한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그 자리에 왜 앉아있는지를 상기하며 본연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내년이면 국가인권위 설립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국가인권위는 무엇을 변화시켰는가. 또 앞으로의 10년 동안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 국가인권위가 변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변화시킬지를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인권위 ‘식물기구’ 전락하나 (경향, 황경상 기자, 2010-08-23 23:38:12)
ㆍ여당 의원·민간인 사찰 의혹 직권조사 않기로
ㆍ정치적 민감사안 잇단 부결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보기관을 포함한 국가기관의 여당 정치인 등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사실로 확인된 국무총리실의 사찰 의혹도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권조사 부결 결정을 내렸다. 인권 침해 의혹이 높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인권위가 줄줄이 부결 결정을 내리면서 ‘식물 인권위’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는 23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가기관 등의 한나라당 남경필·정두언·정태근 의원 사찰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한태식 비상임위원의 임명으로 총 11명의 위원 중 보수 성향 인사들이 6명으로 과반을 차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직권조사 부결 의견을 낸 위원들은 “기초 자료 조사가 부실해 사건을 파악하기 어렵고 본인의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상 인권위는 언론보도만으로도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직권조사 결정을 내렸다. 당사자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결정 이후에 하는 것이 상례였다.
이 밖에 이날 상정된 안건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분류되는 5건은 모두 부결되거나 재상정하기로 결론이 났다. 선거일 180일 전까지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반대를 밝히지 못하게 한 현행 공직선거법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관련 조항 폐지 의견을 내는 것도 부결됐다. 6·2 지방선거 직전 4대강·무상급식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해석돼 논란이 된 법조항으로 선관위도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인권침해 가능성을 담은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또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달에 이어 2번째로 결정이 미뤄졌다.
국무총리실의 한국노총 간부 사찰 의혹은 당사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직권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접근과 관련한 권고안(대북 방송 재개 등에 대한 권고)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현병철 위원장이 나서 찬성 의견을 유도했으나 역시 부결됐다.
 
“부결”만 외친 인권위…민감현안 줄줄이 손놔 (한겨레, 황춘화 기자, 2010-08-24 오전 09:08:55)
민간인 사찰 직권조사 등 잇따라 부결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안건 등 민감한 사안을 잇따라 부결했다. 인권위는 23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가정보원이 한나라당 정두언·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정치인과 민간인을 사찰한 의혹을 직권조사하자는 안건을 논의했지만 찬성이 5명에 그쳐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인권위 안건이 의결되려면 재적위원 11명의 과반수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안건 표결에 참여한 9명의 위원 가운데 유남영·최경숙·문경란·조국·장주영 등 인권위 상임위원 전원(3명)과 비상임위원 2명이 찬성했으며, 김태훈·김양원·한태식 등 3명의 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현병철 위원장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날 조국 위원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은 어떤 기준에 의해 판단하더라도 범죄이자 인권침해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인권위가 이 사안에 관여하지 않고 회피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원안 의결을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날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내자는 안건과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발간에 대해서도 부결 처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인터넷 게시판이나 트위터 등에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이슈를 제시하지 못하게 해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규정이 불명확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지만 인권위는 이에 대한 의견을 헌재에 제출하자는 안건을 부결했다.
또 인권위가 작성한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발간에 대해선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된 논의가 불충분하고, 정보인권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는 이유로 역시 부결했다. 이 보고서는 정보 사생활보호권과 정보접근권,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 등을 다루고 있다.
 
[기자메모]‘권력의 논리’ 좇는 인권위 (경향, 황경상 | 사회부, 2010-08-24 22:09:32)
지난 23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단 하나의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자리인 듯했다. 논의되는 안건마다 침묵하던 현병철 위원장은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접근 관련 권고안’에 대해선 “찬성”이라고 밝히더니, 초법적 이야기를 꺼냈다. 현 위원장은 “황덕남 위원이 찬성 의견을 밝힌 뒤 먼저 자리를 떴으니 찬성표로 쳐서 의결해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했다. 일부 위원들도 찬성하고 나섰다. 김양원 위원은 “위법이지만 이번 건은 일단 예외로 하자”고 했다. 결국 현 위원장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건이 부결되긴 했지만, 자칫 웃음거리가 될 만한 사안이었다. 북한 인권에 열렬한 관심을 보이던 위원들은 정작 국내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선 극히 낮은 이해수준을 보였다.
폐쇄회로(CC) TV 문제를 지적한 정보인권 특별보고서에 대해 최윤희 위원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더 설치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공식 선거기간 전에 특정 정당·후보 지지를 표명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의견을 내자는 건에 대해 한태식 위원은 “대혼란이 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들의 의견을 뜯어보면 검경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주장해온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일부 위원들은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까지 늘어놨다.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건에 대해 김태훈 위원은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는 “상임위원들이 제안한 내용이니, (상임위원들이)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의 체계를 무시한 발언이다. 소위에서 심사한 내용이 기억 안 난다며 회의를 지체시키는 위원이 있는가 하면, 회의 시작 2시간 뒤 들어와 1시간 일찍 나가는 위원도 있었다.
5시간의 회의를 지켜보며 국가인권위원회가 “ ‘국민의 인권’이 아니라 ‘국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위원회”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없는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기이기보다 거대한 국가권력의 논리를 되풀이하는 인권위라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닐까.
 
길 잃은 인권위, ‘봉숭아학당’ 풍경 연출 (한겨레, 손준현 선임기자, 2010-08-25 오후 08:05:54)
보수 위원, 민간인 사찰 안건에 “그게 뭔데요?”
의견 표명 잇달아 부결되고 민간위원들 사직도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최근 결정이나 행보를 보며, 인권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임기 절반 만에 인권위의 기본 기능마저 마비됐다는 혹독한 비판도 나온다. 실제 인권위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야간집회 금지와 관련해 헌재에 의견을 표명하는 걸 포기했고, 국가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개인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의견도 내지 않기로 했다. 지난 23일 전원위원회에서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드러난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공직선거법 위헌심판과 관련된 의견 표명 안건도 부결됐다.
지난 주말엔 인권위 설립의 산증인 가운데 한 사람인 김형완 인권정책과장이 결국 사직서를 냈다. 그는 200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통과된 뒤 인권위 설립기획단에 참여해 기구의 역할과 방향을 ‘설계’했다. 김 과장의 사표에 대해 인권위 사무총장을 지낸 김칠준 변호사는 25일 “인권위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인권위 안팎에선 ‘인권정책과장은 인권 현안을 모니터링하고 공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직책인데, 현병철 위원장 쪽에서 자꾸 제동을 거는 상황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무산되는 상황을 보면서 스스로 치욕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인권위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신수경 새사회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 흔들기와 힘빼기가 지속돼 애초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한 인권위원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제동이 걸리게 되면, 사무처에서도 아예 그런 인권 현안과 정책 관련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게 된다”며 조직의 보수화를 경계했다.
실제로 인권위 사무처는 인권 관련 전문성이 있거나 시민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별정직 공무원들이 점차 배제되고 일반직 공무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현 위원장은 지난 7월 인권 문제에 식견이 있는 외부 인사가 맡아온 사무총장직에 공무원 출신인 손심길 당시 기획조정관을 임명했고, 일부 민간 출신 직원들은 유학을 떠나거나 휴직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현 위원장은 그동안 인권단체와 단 한차례도 간담회를 연 적이 없다.

 


 

인권위 정책권고 급감… 정부기관 수용률도 ‘뚝’ (경향, 황경상 기자, 2010-07-21 02:32:00)
ㆍ작년 ‘권고’ 7년 평균의 절반
ㆍ경찰청 등 인권 관련 기관이 더 외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대해 내놓는 정책권고가 급감하고 정부기관의 의견표명 수용률도 해마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의 권고와 수용률이 동반 하락하는 것은 정부 부처의 인권의식이 약화되고 인권위의 역할도 위축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20일 경향신문이 인권위 출범 다음해인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인권위가 행정부에 정책권고 및 의견표명한 182건을 분석한 결과 2002년 83.3%에 이르렀던 수용률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59.3%, 현 정부 첫해인 2008년 50%로 떨어졌으며 지난해에는 38.5%에 불과했다. 8년간 권고건수가 10건 이상인 정부기관 중에서 수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국무총리실(33.3%)·경찰청(50%)·노동부(52.6%)·법무부(58.1%) 순이었다. 종합행정부서이고 대국회 업무가 많았던 국무총리실을 빼면 시민의 인권·기본권과 연관성이 높은 부처에서 수용률이 더 낮았던 셈이다. 
인권위가 정부에 대해 권고 및 의견표명한 건수는 2008년까지 7년간 평균 24.1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13건에 그쳤다. 정책권고 및 의견표명은 인권위가 진정 여부에 관계없이 인권침해 가능성을 미리 판단해 경고하는 활동이다. 정책권고나 의견표명 자체가 지난해 급감한 것은 인권에 대한 현 정부의 자각 기능이 약화됐다는 뜻이다. 이 중에는 인권위 권고사항을 수용한 뒤에도 개선된 점이 없거나 정권교체 이후 입장을 바꾼 사례도 있었다. 인권위는 2007년 공공부문 청소용역근로자의 저임금·비인간적 처우 개선 등을 노동부 등에 권고했지만 여전히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군 대체복무 인정 권고(2007)를 받고 제도 검토에 들어갔지만 정권교체 이후 ‘허용 불가’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또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한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 권고는 당시 불수용됐으나 지난 5월 한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2006년에는 고문방지협약 의정서 비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표명했지만 불수용됐고 양천서 고문사건과 같은 ‘인권 후진국’형 문제가 재발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집회·시위, 재개발 관련 권고들은 인권위가 생긴 후 꾸준히 지적됐으나 불수용이 되풀이되고 있다.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수용률이라는 단순 수치에 얽매이기보다 전반적으로 정부가 인권위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 지난 정권에서 국방부가 1년간 위원회를 만들어 검토하는 등 진지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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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생활밀착형 인권에 집중"…민감 사안 외면 계속?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07-15 오후 3:49:56)
인원위원장 취임 1주년 간담회, '용산참사' 권고 파행엔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앞으로 생활밀착형 인권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민감한 정치적 사항에 입장 표명을 유보했던 인권위가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현 위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권에 대한 고민은 여러가지로 갈린다"며 "여러 부분이 있겠지만 사회권, 즉 생활밀착형 인권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위해 노력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삶의 어떤 측면도 인권과 관련이 없는 부분은 없다"며 "우리 인권법에서는 자유권에 관한 법은 자세하고 세밀하게 서술돼 있지만 사회권, 즉 생활밀착 인권과 관련해서는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 위원장은 "그렇다고 자유권에 대해서 소흘히 한다는 게 아니라 사회권에 좀 더 신경을 쓴다는 의미"라며 "사회적 약자인 노인, 아동,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인권 침해에 더욱 신경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지난 1년 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에서 입장 표명을 유보했던 것을 두고 "그런 것은 인권위원들의 법 해석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며 "밖에서 봤을 때는 단순히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책임을 위원들에게 돌렸다.
용산 참사 재판 과정에서 인권위가 법원에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을 두고 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전원회의를 폐회시킨 것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전원회의에서 참석 위원 10명 가운데 7명이 '찬성' 의견을 냈으나, 현 위원장은 '다음에 논의하자'며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했었다.
현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도 사회권에 관심을 많이 가지다 보니 기존 인권위의 흐름과는 달리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내가 밖에서 있다 왔기에 그간 법리 결정과 달리 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하지만 정치적인 영역은 자르고 비정치적인 것만 안건으로 올리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2009년 7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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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인권위 1년 평가…"독립성, 민주성 퇴보" (세계일보, 유태영 기자, 2010.07.14 (수) 17:20)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13일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현병철 위원장 취임 1년, 인권위 활동 평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현 위원장 취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민주성이 퇴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권력에 의해 길들여진 국가 인권기구는 권력의 의중을 스스로 파악해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일들만 하려한다는 것을 현병철 체제 이후 인권위 행보가 보여준다”면서 “현병철 이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결정이 많았고, 중요 인권 사안에 침묵하거나 주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서 나타난 주거권 침해, PD수첩, 박원순 변호사의 명예훼손 사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도 같은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이 사건들은 모두 인권위법에 따라 의견표명을 할 수 있었지만 인권위는 하지 않았다”면서 “인권위원들이 인권위가 가져야 하는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지나치게 정치세력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인권친화적이고 전문성이 있는 인물을 인권위원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입법·행정·사법부에서 나눠서 지명하는 현행 법제를 구체화할 필요 있다”면서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도입과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대표성과 다원성 강화를 위한 국회 선출 몫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자격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 1주년 평가 토론회 열려 (인권운동사랑방, 2010년07월15일 17:59:33)
독립성과 민주성이 실종된 인권위 
이날 토론회에서 박주민 변호사는 이명박정부가 행한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어떠한 의견표명도 하지않고 오히려 면죄를 준 <박원순 명예훼손 사건>,<PD수첩 제작진 수사사건>,<야간시위 헌재 의견제출건 >에 대해 국가가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수 없을 뿐더러 친정부적 인권위원들이 근거로 말한 사법부의 독립성은 인권위법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명숙 활동가는 현병철 체제이후 정부에게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주춤하는 경향과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북인권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인권위원 구성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더욱 심해질 것이기에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MB 정권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를 말하다’
- 현병철 위원장 취임 1년, 국가인권위 활동 평가 토론회 -

□ 일시 - 날짜: 2010년 7월 14일(수) 2시-6시  - 장소: 인권위 11층 배움터
□ 토론회 내용
1부 현병철 1년, 국가인권위 활동 평가
발제 1. 인권위 활동에 대한 평가-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발제 2. 현병철 취임 이후 독립성과 민주적 운영에 대한 평가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활동가)
발제 3. 민주적 인선절차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부 종합 토론
- 정태욱 (국가인권위 독립성수호를 위한 교수모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前 국가인권위 정책본부장)
- 김형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
- 조영호 (국가인건위원회 홍보협력과장)
 
"현병철 인권위 1년, 산으로 가고 있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07-15 오전 8:42:53)
인권단체 "침묵과 강조의 불균형, 눈치보기 인권위" 성토
오는 17일이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한 지 1년을 맞이한다. 현 위원장 취임 1년. '현병철 인권위'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현 위원장 취임 1주년을 3일 앞둔 14일,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주최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현 위원장 취임 1년 동안의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을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박주민 변호사는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에서 인권위는 의견표명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가인권위원들과 위원장이 인권위가 가져야 하는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현 위원장의 '정치권에 눈치 보기' 의혹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각 사건들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정치세력의 눈치를 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된다"며 "내용적 부분에 대한 다툼이라면 달릴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재판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의견은 명백한 현행법에도 벗어난 것으로 이 같은 비난에서 벗어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원순 사건 등 세 가지 사안을 두고 "현재 심리중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법원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재판의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등의 이유로 의견표명을 부결시켰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국가인권위원회로 하여금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사건이 재판을 계속 중인 경우 등에 한해 법원의 담당재판부나 헌법재판소에 법률상 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서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목적이 사법부가 행하는 재판기능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에 의견 제출은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형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도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권고와는 달리 권고대상 기관에게 회신을 받는다던가 하는 게 없고, 참고해서 알아서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며 "그럼에도 어떤 근거에서 의견표명이 독립성 침해라고 하는지 사실 굉장히 궁금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명숙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활동가는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산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명숙 활동가는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정부에게 부담이 되는 의견표명이나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잠정 유보됐지만 대북 방송 재개 권고안을 전원회의에서 논의하는 등 인권위가 정부의 성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임진강 방류 참사에 대한 유감을 표하는 논평을 내고 북한 당국에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해 당국 간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한 두 번에 걸쳐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라는 명분으로 대북방송 재개를 권고하는 안을 전원회의에서 논의했다.
반면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극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5월 한국의 표현의 자유 현황을 조사하러 온 유엔 표현의 자유 라 뤼 특별보고관이 상임 위원들과 합동 면담을 요구했으나 현병철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김형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은 "대북 확성기 등을 주장하는 근거는 인권위법에 명시된 인권위법 적용범위에서 '대한민국 거주인과 외국인'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주민이라는 전제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환 과장은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주민에게 근로 의무 등 4대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 기초생활보장을 해야 하고 그 밖에 사회보장 제도도 의무로 이행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놓고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환 과장은 "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을 하고 있으며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균형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기회가 된다면 논의를 통해 검증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100714자료집_현병철_위원장_취임_1년,_국가인권위_활동_평가_토론회.hwp (298.50 KB) 다운받기]
박주민. 2010. 인권위 활동에 대한 평가-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MB 정권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를 말하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1년, 국가인권위 활동 평가 토론회(2010. 7. 14) 자료집.
국가인권위원회와 표현의 자유
이 글은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거나 되었던 사건들 중 아래와 같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해 살피기로 한다.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사건(이하 "사건1")
 PD수첩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사건(이하 "사건2")
 야간시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이하 "사건3")
1.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2. 국가인권위원회와 사법부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국가인권위원회로 하여금 다음 두 가지 경우에는 법원의 담당재판부나 헌법재판소에 법률상 사항(두번째 경우에는 사실상 사항도 포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8조).
 ㆍ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중인 경우
 ㆍ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장에 따라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사건이 재판 계속중인 경우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목적’으로 하고 있고, 이러한 목적이 사법부가 행하는 재판기능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출하는 의견은 특별한 학식, 경험이 있는 제3자의 보고로서 일종의 ‘감정’이다. 법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게 의견제출을 요청하는 감정촉탁으로 볼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41조, 형사소송법 제179조의2). 그러나 감정의무가 있는 감정과는 달리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제출은 재량이다. 법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증거로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상 법관과 헌법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에 기속되지 않는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 등의 요청이 없더라도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는 적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이며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니다.
3. 각 사건들의 내용적 검토
4. 각 사건에 있어서의 국가인권위원회의 태도에 대한 비판
위 각 사건들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언론, 집회나 시위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 견해 표명)에 대한 전반적인 국가의 공격이 계기가 되어 생긴 것들이다. 위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쟁점은 사실 현재 우리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질 수 있는 한계와 관계가 있다. 여기서 한계라는 것은 단순히 각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의 태도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 무엇보다도 정치권력이 가지고 있는 기본권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야간시위나 집회에 대한 논쟁을 통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본권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아니 범죄로 대우받고 있는 집회나 시위의 기본권성, 집회나 시위에 대한 경찰의 관리방식의 문제, 우리나라 집회나 시위문화의 현 주소 등을 다시 되짚을 수 있고, 그를 통해 집회나 시위가 명실상부한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지위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나 국가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한 명예를 가지는지에 대한 논쟁을 통해서는 국민의 국가에 대한 비판의 자유 등의 본질적 의미 등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에서 말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사법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아니기에 국가인권위원들이 논의를 하면서 걱정했던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개입의 문제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표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은 국가인권위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지는 그리고 가져야 하는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지나치게 위 각 사건들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정치세력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닌가 한다.
 
명숙. 2010. 현병철 취임 이후 독립성과 민주적 운영에 대한 평가. ‘MB 정권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를 말하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1년, 국가인권위 활동 평가 토론회(2010. 7. 14) 자료집.
현병철 취임 이후 실종된 독립성과 민주성
꼬이고 얽힌 인권위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이하 인권위)의 기능을 축소하고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줄곧 있어왔고 이에 대한 인권단체의 대응이 이어져왔다. 2007년 말부터 시작된 인권위 대응 투쟁은 크게 4시기로 볼 수 있다.
1시기는 이명박 출범 전 인수위가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 했던 시도에 대한 대응(2007.12~2008.2.), 2시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최윤희와 김양원 등 ‘한나라당과 정부의 코드 맞추기 인권위원’ 임명에 대한 대응(2008.8.~11), 3시기는 행안부의 인권위 조직 축소방침에 대한 대응을 인권회의와 장애인권단체, 지역단체들이 행안부 및 국회에 압력을 가하는 기자회견, 의견서 제출, 점거농성, 전국적 서명운동, 점거농성 등의 대응(2008.12.~2009.4), 4시기는 안경환위원장 사퇴 등 인권위원 인선 절차 마련을 포함한 인권위에 대한 전체 대응을 하였으며, 이는 간담회를 거쳐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만들어 활동한 시기(2009.4~2010.2)로 볼 수 있다.
무자격자 현병철 취임 이후 인권위는 중요 인권 사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주춤하였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서 나타난 주거권 침해, PD 수첩에 나타난 명예훼손,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 사건이다. 이 사건들은 모두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대표적인 인권침해로, 이에 대한 인권적 관점을 나타내는 인권위의 권고나 의견표명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력만큼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Ⅰ. 독립성이 훼손되어 나타난 변화들
1960년대부터 국제사회에서 논의되어온 국가인권기구의 효율적인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1)독립성 2) 명확한 관할 및 적절한 권한 3) 접근성 4)협력 5) 운영 효율성 6) 책임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독립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독립적 국가인권기구란 정부나 정당 정치 또는 그 밖의 국가인권기구의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나 상황들로부터 독립된 기구를 말한다. 적어도 국가인권기구가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어떠한 정부 조직이나 부처 등으로부터 독립하여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국가인권기구가 내린 권고안, 보고서 또는 결정이 다른 당국 또는 기관의 심사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병철 체제 이후 결정은 공식적인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지는 않으나 결정과정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결정이 많다.
1) 정부에게 부담은 주지 않겠다
인권위가 이러한 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해 앞장서서 조사해도 모자랄 판에 진정이 들어온 사건에 대해서도 주춤하거나 부결시키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주요 인권사안을 부결시키면서 논거로 삼는 것들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도, 인권위법에 부합하지도 않는 함량미달 부결이라는 점이다.
㉮ 국제인권기준은 무시해도 돼~
㉯ 독립성을 무색케하는 사법부 독립성- 인권위법 무시
인권위가 설립된 이래 인권단체들이 가장 강하게 비판해왔던 것이 인권위원 구성원들 대다수가 법조인이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친정부 인사들이 명확한 근거 없이 의견표명을 반대할 때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사법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당시에도 비판했듯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인권위의 입장표명은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다. 인권위 법에도 명시되었듯이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인권위의 고유의 권한이자, 한 사회의 인권수준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단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법에만 명시된 것이 아니라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도 명시된 것이다.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파리원칙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기구는 관계당국의 요청에 따라, 혹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고권한을 행사하여 인권의 증진과 보호에 관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상급기구의 의견, 권고, 제안이나 자문 등을 구하지 않고 또 보고하지도 않고도 정부, 의회 기타 관계기구에 제출할 수 있다. ”
2) 정부가 주요하게 여기는 활동은 합지요~: 임진강 논평, 대북방송 재개 권고안
 
Ⅱ. 인권은 민주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인 운영은 여러 언론기사에 보도된 바 있다. 이른바 청와대 측이 임명배경으로 밝혔듯이 현병철 씨는 “조직관리에 능한 사람”이다. 실제 취임 이후 조직체계에 따른 민주적 운영보다는 친위원장 계열의 사람을 만들어서 인권위의 방향을 바꾸려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의 비민주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작년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독단적인 폐회와 올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상임위원 미팅을 거부한 사례이다. 라 뤼 특별보고관은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권고를 내렸는지 확인하고, 그러한 결론의 근거는 무엇인지 조사하는 면담을 하려고 상임위원들과의 합동면담을 요청하였다. 이는 공식 조사업무로서 인권위 상임위원들과의 합동면담을 요청한 것이므로 특별보고관의 조사절차를 방해하는 행위이자 인권위 내부의 다양한 의견 표출을 차단한 반민주적 행태이다. 
 
Ⅲ.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제대로 된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은 시급한 문제이다.
인권위법 개정을 통해 인권위의 민주적 운영을 명시화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친정부적 몰인권적 인권위원들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질 수 있도록 회의 및 회의록 공개, 전원위원회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전원위원회 공개방송 추진 등이 필요하다. 사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이후 인권위법에도 전원위원회는 공개가 원칙임에도 비공개 안건이 많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방청 규정을 개악한 것은 심각하다. 전원위원회를 국회방송처럼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인권과 민주주주의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보다 더 민주적이어야 할 인권위가 국회보다 더 비민주적인 상태로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해야만 인권위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위의 태생적 한계라 할 수 있는 인권위 직원들의 관료화는 인권위의 비민주성을 증폭시키는 기제이기도 하다. 인권위의 민주적 운영은 인권위원들의 민주적 감수성을 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인권위에서 진정조사와 정책을 내는 직원들이 독립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적 운영이 보장될 때만이 가능하며, 이에 필요한 운영준칙이 필요하다. 또한 인권위원장의 인사권 행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은 시급하다.
국제가이드라인에서는 국가인권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직원들이 인권에 관한 국제적 기준과 국내기준을 숙지하고 이 부문에 타당한 수준의 지식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내부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직원들의 실적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를 개발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적어도 인권위 직원들이 공무원이기보다는 인권을 다루는 전문적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설 수 있도록 그에 걸맞는 교육프로그램과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평가와 운영준칙,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홍성수. 2010. 민주적 인선절차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 ‘MB 정권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를 말하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1년, 국가인권위 활동 평가 토론회(2010. 7. 14) 자료집.
→ 다른 위원회의 민주적 구성을 위해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은 글이다.
민주적 인선절차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1. 국가인권위원회, 왜 ‘인선’이 중요한가?
- ‘위원회’ 조직의 특성
- 국가인권기구의 핵심적 가치인 독립성 확보와 그 구성원
-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조직에서 ‘사람’의 중요성: (합의)권고, 의견표명, 조정
- 인권위원의 자격 기준: 인권전문성, 독립성, 비정파성, 국제성, 시민성, 도덕성
2.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인선절차와 그 현실
    1)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규정
- 인권위원 11인 (위원장 1, 상임위원 3, 비상임위원 7)
- 국회 선출 4인(상임위원 2인 포함), 대통령 지명 4인, 대법원장 지명 3인을 대통령이 임명
-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 중 임명
-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
-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정무직 공무원
- 위원 중 4인 이상은 여성으로 임명
- 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하여 연임 가능
    2) 현실
- 위원의 인권전문성과 인권지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의 부재 (자격미달 위원 임명)
- 지명/선출권을 가진 각 부의 내부 절차의 부재
- 인권위원의 다원성 결여 (법조계 과대대표, 장애인 등 인권소수자 과소대표)
- 시민사회와의 협의 과정 부재
- 독립기구의 장(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이 아니라, 행정부처의 장을 임명하는 과정에 오히려 가까움
- 여대야소의 정치지형에서는 정부여당 몫이 사실상 7명까지 확대될 수 있음
 
3. 인권위원 임명 절차 개선안
    1)이상과 현실
    2) 가능한 대안
  1안) 후보추천위원회 도입
-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자 중에서 임명/선출
- 후보추천위에서 추천한 자 중에서 입법, 사법, 행정부가 각각 자기 몫을 선출/지명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고, 대통령이 모두 임명하게 할 수도 있음 (공대위 최종수정안)
-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추천 보장
- 비슷한 사례: 대법원추천자문위원회 (대법원 내규), 대법관추천위원회 (여상규 의원 법원조직법 개정안)
- 장점: 추천위를 상설운영할 경우 위원 후보자군을 관리할 수 있고, 각 부가 지명/선출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음
- 문제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방법에서 합의도출이 어려움 (특히 인권단체 대표를 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음). 후보추천위가 입법, 사법, 행정부의 지명/선출에 관여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음.
  2안) 인사청문회 도입
- 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임명 시 인사청문절차를 거치도록 함: 인권위원장만 청문회를 실시하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김애실의원 대표발의), 2009년 개정안 (김재균의원 대표발의), 상임위원도 청문회 대상자로 포함하는 2009년 개정안 (이정희의원 대표발의)이 제출된 바 있었음.
- 장점: 인사청문회를 통해 인권전문성/친화성이 부족한 인물을 검증할 수 있고, 부적격 인물의 지명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음
- 문제점: 국회법 개정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
  3안) 각 부의 지명/선출 시 사전 공모절차 제도화
- 현행 구성 방식을 유지하되, 인권위원 지명/선출 시 각 부가 사전 공모 등의 절차를 거치게 함
- 장점: 법률개정 없이 각 부의 내규를 통해 제도화할 수 있음; 각 부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 실행 가능; 국회 몫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해볼 수 있음
- 문제점: 사전 공모 절차가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 있음
  4안) 국회 선출 몫 확대
- 대법원장 지명의 폐지 또는 축소하여 국회 선출 몫을 최대한 확대 (민주적 대표성, 다원성 강화): 대법원장 추천 몫을 제외하고 대통령 몫을 축소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임종인의원 대표발의)
- 장점: 국민들이 선택한 정치적 지형이 위원회 운영에 반영될 수 있고, 정부여당의 이해관계가 과대대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음
- 문제점: 위원들의 정치적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정파적 이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수 있음
※ 대통령 임명권의 제한 필요
국가인권위원회이 가장 거리를 두어야 할 권력이 행정부라고 한다면, 대통령의 임명권한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함. 따라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유지하되 국회 동의를 거치게 하거나, 의회나 시민사회에 사실상의 지명권을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함. 실제로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와 국제인권정책이사회가 발간한 국가인권기구의 효과성 평가 (국가인권위원회, 2008)에 따르면, 행정부처의 지명보다는 시민사회단체에 의한 지명, 의회에 의한 지명, 다른 자치기관에 의한 지명이 더욱 개방적이고 투명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의회 지명의 경우 내부위원회 등 책임기구가 시민사회조직으로부터 후보지명을 받고 후보자를 상대로 공개면접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을 예시하기도 했다.

  3) 기존 법안의 검토
• 법무부 인권법안 (1999.4)
• 인권법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공동추진위원회의 인권위원회법(안)
- 위원회는 9인 이상 15인 이하로 구성
- 인권위원은 전원 상임
- 인권위원 3분의 1 이상을 여성
- 국회 청문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인권문제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임명
- 인권위원 자격은 인권문제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있고, 신망이 높으며,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 중에서 임명한다
- 위원 임기는 6년이며 중임 금지
- 위원장은 호선하고, 임기는 3년
•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법 최종수정안 (2000. 10. 16)
• 국가인권위원회법안 (2000)
- 인권위원 11인 (6명 상임, 5인 비상임)
-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
• 국가인권위원회법안 (민주당안)
- 2인 이내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11인의 인권위원으로 구성
-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 중에서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되 그 임명에는 인권문제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반영되어야 함
• 국가인권위원회법안 (한나라당안)
- 인권위원 11인 (상임 4, 비상임 7)
- 국회 선출 5인 (상임 2인 포함), 대통령 지명 3인 (상임 1인 포함),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장 및 대한변호사협회회장과 협의하여 지명하는 3인 (상임 1인 포함) 중에서 국회법 제46조의 3의 규정에 의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
•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 (2005)
- 위원 중 4인 이상을 여성으로 임명한다는 규정을 "위원 중 남성 또는 여성의 비율이 10분의 6을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로 개정
•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 (2005)
- 소관 상임위 별로 실시하는 인사청문 대상자에 인권위원장 포함
- 국회법 개정과 연동
• 국가인권위법 개정안 (2007)
- 7인 인권위원 (위원장 1, 상임 2, 비상임 4)
- 대법원장 추천 몫 3인을 제외하고, 대통령 지명 4인을 3인으로 축소
- 위원 중 2인 이상을 여성으로 임명
- 제안이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대법원장이 위원을 지명하는 것은 대표와 책임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배치되고, 효율적인 회의진행을 위해서 7명이 적당함; - 민주주의 원리상 사법부의 장이 국가기관의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잘못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국가청렴위, 친일진상규명위, 과거사정리위)
※임종인 발언, 제267회 임시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제1호, 2007.4.12, 7-8쪽; 하지만, 대법원장 지명권이 정치적 중립 강화, 안정적 운영 보장,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 등에 기여하고, 대법원장도 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대법원장 지명권은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임중호, 국가인권위원회법일부개정법률안 (임종인의원대표발의) 검토보고, 2007년 4월, 4쪽 참조.
•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 (2009)
-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임명 하려면 「국회법」 제65조의2 제2항에 따른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함
- 국회법 개정과 연동
•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 (2009)
-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지 않고, 호선하도록 함
- 인권위 활동 및 위원장 직무수행의 독립성 보장
•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 (2009)
- 위원 중 4명 이상은 여성으로, 1명 이상은 중증장애인으로 임명
4.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예시)
1)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제5조(위원회의 구성) ①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3인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11인의 인권위원(이하 "위원"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
② 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자 중에서 국회가 선출하는 4인(상임위원 2인을 포함한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 또는 “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 국가인권위원회 후보추천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산하에 상설기구로 설치하며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④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위원 중에서 국회법 제65조의 2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⑤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보한다.
⑥ ②항에 따른 위원 임명절차에서 국회와 대통령은 2명 이상, 대법원장은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지명 또는 선출해야 하며,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 중 1명 이상을 장애인을 대표할 수 있는 자로 임명한다.
2) 국가인권위원회법 시행령 개정안
- 법 제5조 3항과 4항의 후보추천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상설기구로 설치한다
- 국가인권위원회에 후보추천위원회 사무국을 둔다.
- 사무국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적합한 자들의 인적사항을 관리하는 등 후보추천위원회의 활동을 보조한다.
- 결원이 발생하면, 인권위원장은 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하고,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명권자에게 위원 정수의 2배수 이상의 인물을 추천한다.
-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 중에서 추천한다.
- 후보추천위원회는 15~20인으로 구성하며, 다수결로 의결한다.
- 후보추천위원회는 국회에서 선출하며, 인권사회단체, 노동조합, 교수 및 교사단체, 언론인 및 언론단체, 의사, 약사 및 의료관련단체, 농민단체 및 농업관련단체, 소비자관련 단체, 변호사 및 법학자 단체, 여성단체 등을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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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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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2009. 국제인권법으로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의의와 독립성

 

박찬운. 2009. 국제인권법으로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의의와 독립성. 「법학논총」 26(3),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85-101.

Ⅰ. 글에 들어가며
인권위의 강력한 반발은 물론 인권위의 존재의의를 아는 대부분 인권시민단체의 반대 속에서도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이 조직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인 직제령(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의해 정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부쳤다. 2009년 4월초 20% 이상의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으로 인권위 직제령을 개정해버린 것이다. 이 사태는 급기야 헌법재판소로 가고야 말았다. 정부의 일방적인 직제령 개정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규정한 인권위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하면서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인권위의 독립성, 곧 무소속 독립기관으로서의 인권위에 대한 헌법상 위상이다. 인권위가 권한쟁의를 낸 근거는 법률에 의해 주어진 독립기관으로서의 지위가 대통령의 일방적인 직제령 개정에 의해 침해되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헌재의 심리는 주로 인권위의 독립기관성에 대한 공방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박찬운, 2009: 85-86).
 
Ⅱ. 국가인권기구의 개념과 배경
1. 국가인권기구의 개념
국제사회(특히 유엔)는 각 국가에 국제인권법이 요구하는 인권을 실현하고 증진시키기 위하여 특별한 인권기구(human rights institutions)의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 내에 존재하는 인권을 현실적으로 보호하고 집행하는 법집행기구(예컨대 사법기관)와는 존재의의를 달리하는 것이다. 국가인권기구는 그러한 법집행기구의 행위가 국제인권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인지를 점검하고 국가 전체의 인권문제를 관련 국가기관에 권고하기 위하여 국가가 설치하는 인권옹호기구를 말하며, 국제인권법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제도로 국제인권법을 떠나서는 생
각할 수 없는 기구이다(조용환, 2002: 117). 즉, 이것은 국가인권기구가 기존의 국가권력기구로서는 담보해 내지 못했던 인권보장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국가인권기구는 제도적 형식으로는 각국이 국내법에 따라 설립하는 국내기구이지만, 그 실질을 들여다보면 자국의 입법기관이 제정한 국내법의 시행을 본질적 임무로 하는 일반국가기관과 달리 국제인권법의 효과적인 국내적 적용을 확보함으로써 국내에서 인권보호와 향상, 인권침해의 예방과 구제를 달성하려고 한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인권기구는 형식상으로는 국내법상의 기구이지만 그 모체는 국제인권법이며 활동의 기본 방향과 내용은 국제인권규범에서 찾는 이중적이고도 특수한 기구라고 할 수 있다(조용환, 2002: 13; 박찬운, 2009: 86 재인용).*
* 국내 학자들 대부분도 국가인권기구의 국제인권법적 관련성을 이런 내용으로 설명한다.

2. 국가인권기구의 설립배경
파리원칙은 국가인권기구의 설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박찬운, 2009: 88-89).
① 권한과 책임: 국가인권기구는 인권의 신장과 보호의 권한을 부여받아 가능한 한 광범위한 직무가 인정되어야 하며 그 구성과 권한은 헌법 또는 법률에서 정해야 한다. 국가인권기구의 권한으로서는 정부 의회 등에 대하여 인권법제와 인권상황에 관한 제언 및 권고, 국제인권문서의 실효적 이행의 촉진 및 확보, 인권조약의 비준 및 그 이해의 담보, 인권조약상의 정부보고서에 대한 협력 및 의견표명, 국제적인 인권관련 기관과의 협력, 인권교육 연구 프로그램의 작성 지원 및 프로그램에 참가, 인권 및 차별철폐에 관한 선전 등을 예시하고 있다.
② 독립성과 다원성: 국가인권기구가 위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인권기구의 구성원에 관한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권NGO와 노동조합, 변호사, 의사, 언론인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아울러 활동과 재원 등에 있어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③ 활동방법: 국가인권기구는 권한에 속하는 모든 사안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심사하고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전체회의와 실무회의 구성 등 운영방식을 자유로이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파리원칙은 국가인권기구의 활동으로서 진정사건의 심사, 의견청취 및 정보나 문서의 취득, 의견 및 권고의 공표, 정기적인 회의 개최, 실무위원회와 지역 또는 지방사무소의 설치, 인권촉진 및 보호에 책임을 갖는 사법기관 등과의 협의, 인권에 관련된 NGO와의 연대 등을 열거하고 있다.
④ 준사법적 기구: 국가인권기구는 개별적인 인권상황에 관한 고발과 진정을 청문하고 심리하는 권한을 갖는다. 인권기구의 이러한 조사와 구제절차는 기존의 사법기관에 의한 권리구제절차와 상호 보완기능을 하는 일종의 대안적 분쟁해결기구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인권기구가 기존의 국내법에 의하면 사법적 권리구제가 곤란한 문제, 즉 실정법상 합법과 불법 여부가 불분명한 이른바 회색지대의 인권침해도 조사하고 구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조용환, 2002: 42 참고).
파리원칙은 인권기구의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권고기능을 말하면서 이에 대해 조정을 통한 우호적 해결, 진정인에 대한 구제수단에 관한 정보의 제공, 법률의 제한 내에서 진정의 청문 및 타 기관에의 이송, 법률 규칙 행정관행의 개선 등의 제안 및 권고 등의 기능을 제시한다.
3. 인권조약기구 설립 권고
조약이행감시기구(treaty monitoring body)들은 이제까지 해당 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위해 가입국에 대하여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을 각국에 강력히 권고해 왔다. 따라서 이들의 활동은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의 또 다른 배경이라 할 수 있다(박찬운, 2009: 90).
사회권규약위원회는 1998년에 채택된 일반논평 10(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의 보장에서의 국내인권기구의 역할)에서 각 당사국이 사회권규약이 개인에게 보장하는 권리를 점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제2조 제1항)를 상기하고 이를 위해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위원회는 국가인권기구에 부여된 권한 속에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동시에 기관의 활동으로서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 등의 촉진, 규약과 국내법의 합치에 관한 검토, 전문적 조언, 규약상의 의무에 관한 국내적 지표의 설정, 연구 및 조사, 규약상의 권리의 실현상황에 관한 감시 및 보고서의 공표, 사회권의 침해에 관한 진정의 심사 등을 인권기구의 역할로서 예시하고 있다.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경우 일반논평의 형태로는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언급을 한 바 없지만 체약국의 정부보고서 검토 중에 여러 차례 인권기구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도 국내인권기구의 설치를 제안하거나 권고하고 있다(박찬운, 2009: 90-91).
 
Ⅲ.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와 역할
1. 준국제기구
국가인권기구는 각국이 국내법을 근거로 설치하는 국내기구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 목적은 국제인권법의 발전과정에서 국제인권규범의 실현에 있는 것이므로 국제기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국가인권기구는 유엔헌장에 기초한 유엔인권기구나 전문기관, 국제인권규약 등 조약에 의하여 설치된 실행감시장치 등과 유럽인권협약에 따른 인권위원회와 인권재판소, 미주인권위원회와 인권재판소, 아프리카인권위원회 등 지역적 인권보장 장치를 넘어 국제인권규범의 실천을 위해 고안된 또 하나의 보장체제이다. 이는 국제법에 의해 만들어진 인권기구만으로는 국제인권규범의 이행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으로 국제사회가 각국에 국제인권규범의 실천을 위해 설치를 요구하여 만들어진 기구이다(박찬운, 2009: 92).
2. 국제인권법의 국내 이행 촉진자
많은 나라의 사법기관은 국제법의 국내법상의 효력과 관계없이 국제인권법을 재판규범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고, 법관을 위시한 법집행자들 대부분이 국제인권규범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에 있다. 국제인권법은 국내법 질서에 단순히 추상적 지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인권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생겨난 조직이다. 국가인권기구는 국내법 체계에서 국제인권법이 안고 있는 한계, 즉 추상적 지위를 넘어서 규범적 의미를 구체화하는 방법론의 하나로 구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조용환, 2002: 48 참고).
3. 비사법적 인권옹호기구
사법적 절차에 의한 인권옹호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에서 담당하고, 비사법적 절차는 바로 국가인권기구 등이 담당한다. 한 국가의 인권보장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사법적 절차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법적 판단은 성질상 법적 구속력이 있으므로 인권 실현에 있어서 대단히 실효적이다. 그러나 이 절차는 많은 자원을 전제로 한다. 많은 사법적 인력과 시간 그리고 재원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이 절차는 대부분 사후적 개념의 인권옹호절차이다.
이에 비해 비사법적 절차에 의한 인권옹호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한계는 있지만 오히려 실효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우선 사법적 절차에 비하여 돈과 시간이 절약된다. 그리고 이 절차에서 나오는 결정(권고)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사법절차의 그것보다 다양하며 유연하다. 따라서 비사법적 절차는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적 절차 보다 오히려 실질적인 인권옹호 절차가 될 수 있다(박찬운, 2009: 93).
 
Ⅳ. 국가인권기구 독립성 원칙과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
1. 국가인권기구 독립성 원칙의 내용
파리원칙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주요 요소로 독립성을 강조하였고, 이 원칙은 유엔이 각국에 국가인권기구의 설치를 권고하는 과정에서도 인권기구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가장 필요한 요소로 강조되었다.* 유엔이 강조하는 독립성 원칙의 내용은 국가인권기구 설치 지침서(핸드북)나 유엔 국가인권기구조정위원회의 인권기구 등급부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들어난다.
* 유엔의 국가인권기구 핸드북은 인권기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요소로 독립성의 원칙, 적절한 관할과 권한의 원칙, 접근성의 원칙, 협력의 원칙, 활동의 실효성 원칙 및 책무성 원칙을 들고 있다(UN Handbook, 1995: 10-17).
(1) 조직 운영에서의 독립성
효과적인 인권기구는 어떤 정부기관이나 정당 또는 어떤 단체나 상황에서도 독립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인권기구는 다른 국가기관 특히 정부로부터 독립하여 독립적인 결정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그 정도는 어떤 정부기관이나 공적 혹은 사적 기구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독립성은 운영의 자율성을 한 내용으로 하기도 한다. 기관의 운영과 관련된 절차를 외부기관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하며 기관이 발한 권고나 보고서 및 각 종 결정 또한 다른 기관에 의 한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2) 재정의 독립성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과 관련하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재정의 독립성이다. 아무리 조직운영에 독립성이 법률적으로 보장된다고 해도 재정에 자율성이 없다면 그 독립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재정권을 가진 국가기관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독립적인 인권기구는 재정에 있어서 예산 수립권을 가지고 직접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조직 구성의 독립성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 중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을 인권기구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구성원에 대한 임명, 해임, 임기 등에 대한 독립성을 의미한다. 아무리 법적으로 인권기구가 독립적인 기구이며, 예산상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른 국가기관이 인권기구의 구성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독립적인 인권기구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보장하기 위해 인권기구 설립법에는 그 근거 규정을 두어야 한다. 핸드북은 임명방법, 임명기준, 임기, 재임여부, 해임권자 및 해임사유, 구성원에 대한 특권 및 면제 등에 대한 사항은 근거법령에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박찬운, 2009: 95).
 
2.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1) 인권위의 지위
인권위는 타 국가기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파리원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방법으로 무소속 독립기관으로 탄생했다. 인권위법 제3조 제2항은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라고 규정하여 인권위가 독립적인 인권기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 규정이 인권위가 무소속 독립기구라는 법적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독립성이 강한 다른 행정위원회가 그 설치 근거법에서 소속을 분명히 하는 것을 고려하면* 위 규정만으로도 인권위가 무소속 독립기구라고 할 수 있고, 입법과정에서도 인권위가 무소속 독립기구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 나아가 설립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권위는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무소속 독립기구로 취급되어 왔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우리 헌법상 헌법기관을 제외하고 무소속 독립기관이 가능한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 문제는 해당기관의 설립 목적, 기능과 권한, 그리고 다른 국가기관과의 관계를 헌법이념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검토할 문제이다. 즉, 헌법상 기본권보호의무(헌법 제10조)를 진 국가가 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국가기관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바로 헌법에 근거한 것으로서 위헌 문제는 나올 수 없다고 본다. 또한 무소속 독립기관은 우리 헌정사에서 인권위가 처음은 아니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바뀌었지만 그 이전에는 무소속 독립기관이었으며, 수차례 만들어진 특별검사는 대표적인 무소속 독립기관으로 볼 수 있다(조용환, 2002: 118-119).
* 즉, 국민권익위원회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분명하게 소속은 국무총리로 한다고 되어 있고(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11조 및 제16조),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하면서도 소속은 국무총리로 한다고 되어 있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5조).
(2) 인권위의 구성과 운영
인권위법 제2장은 인권위의 구성과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이 장의 목적은 한 마디로 인권위의 독립성을 조직 구성과 운영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이다. 파리원칙과 유엔지침서에 따라 인권위원의 임명방법(제5조), 임명기준(제5조), 임기(제7조), 재임여부(제7조), 해임 및 해임사유(제8, 9조) 등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독립성 관점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인권위원(11명) 임명은 헌법재판관과 같이 국회(4인), 대통령(4인) 및 대법원장(3인)이 선출하거나 지명하는 방법으로 한다(제5조 1항). 이것은 특정 국가기관에 의한 영향력을 방지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인권위원에게는 신분보장 규정이 적용된다.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으면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않는다(제8조). 나아가 정당 및 국가기관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정당원이나 국가기관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은 인권위원이 되지 못한다(제9조, 제10조).
문제는 사무처 조직의 인사권이다. 인권위법은 사무처에 대하여 사무총장과 소속 직원 규정을 두고 있다(제16조). 조직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무총장과 5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위원장에게 제청권을 주며, 6급 이하는 위원장에게 임명권을 주고 있다(제16조 2, 3항). 그러나 소속 직원의 수나 사무처의 조직은 법률 사항이 아니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18조). 이에 따라 사무처는 대통령의 직제령에 의해 조직되는데, 여기에 큰 문제가 있다. 정부에 따라서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이해하고 직제령의 제 개정에서 인권위에 실질적인 주도권을 주지만 그렇지 못한 정권인 경우에는 인권위법의 이러한 규정을 이유로 실질적인 주도권을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인권위 인원및 조직 감축 문제가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도 바로 인권위법의 이런 형식적 규정의 존재 때문이다(박찬운, 2009: 97).*
* 물론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존중된다면 직제에 관한 인권위법의 규정(제18조)은 합목적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즉, 이 규정은 대통령이 직제령에 의해 인권위 조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아니고 조직에 관한 입법형식만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인권위의 조직과 인원에 대한 대통령령은 인권위가 주도하여 발의하고 이를 정부(대통령)가 존중하는 방법으로 정해져야 한다. 인권위법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인권위 위원장이 국무총리에게 대통령령의 개정안 등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인권위법 제6조 4항.

(3) 직무 독립성
인권위법은 인권위가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다. 우선 원칙 규정으로 인권위의 직무 독립성 규정(제3조 1항)을 두고 있고, 세부적으로는 제2장 이하에 위원회의 운영, 업무수행 및 조사절차, 사무처 및 지방사무소의 운영, 직원의 인사 등의 사항에 대하여 기본적인 규정은 인권위법에 세부적인 내용은 인권위의 내부 규칙에 의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12조 4항, 제16조, 제18조 등). 또한 직무 독립성은 다른 국가기관의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인권기구의 독립만 강조되지 다른 기관이 업무에 필요한 사항을 협조하지 않는다면 인권기구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따라서 인권위법은 다른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ㆍ사단체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요청을 받은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20조).
(4) 재정 독립성
인권기구의 재정 독립성은 유엔 지침서가 권고하는 대로 인권기구가 예산안을 편성하여 직접 국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얻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인권위법은 그렇게는 하지 못하고 인권위 위원장이 위원회의 예산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가재정법(제6조)에 의한 중앙관서의 장으로 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의미는 인권위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다른 중앙관서와 같이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예산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재정상의 독립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인권위는 설립 이후 예산 수립을 함에 있어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적어도 예산 측면에서는 인권위는 정부의 다른 부처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박찬운, 2009: 97-98).*
* 인권위도 재정적 독립성 측면에서 파리원칙에 못 미침을 인정하고 있다. 2008년 유엔 국가인권기구조정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인권위는 이 점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정하였다. Statement of Compliance with Paris Principles of the 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 of the Republic of Korea(November 2008).

인권위가 독립기관으로서 재정독립성을 어느 정도 보장 받으려면 국가재정법상의 독립기관에 준하는 정도의 대우는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인권위가 예산편성을 독자적으로 하고, 그것에 대해 정부가 마음대로 감액을 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논자에 따라서는 국가재정법상(제6조 1항) 예산수립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독립기관은 모두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인권위는 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기관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박찬운, 2009: 98).**
* 즉, 정부가 독립기관의 예산을 편성함에 있어서 당해 독립기관의 장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조정이 필요할 때에는 미리 독립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 나아가 예산요구액을 감액할 때는 국무회의에서 독립기관의 장의 의견을 구하여 하며, 그 경우 감액 규모 및 이유, 감액에 대한 독립기관의 장의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40조.
** 실례로 국가정보원은 국가재정법상 독립기관이 아님에도 국가정보원법에 의해서 국가재정법 제40조상의 독립기관으로 대우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법 제12조 1항.

3. 소결론
인권위법은 그 제정과정에서 파리원칙이 요구하는 독립성 원칙을 반영하기 위해 해당 기관과 상당한 갈등을 견뎌야 했다. 인권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법무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인권위를 그 소속 하에 두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법무부 소속 하에 들어가면 인권기구의 독립성은 사라진다면 극력 반대하며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서 거리 연좌 농성을 하기도 했다. 이런 처절한 투쟁 끝에 인권위는 무소속 독립기구로 탄생할 수 있었다. 다만 재정(예산 편성)이나 조직 구성(인사)에 있어서는 파리원칙을 완전히 반영하는 데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예산 편성에서는 헌법기관인 사법부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독립기관과 같은 독립성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고, 다른 중앙행정기관과 다를 바 없다.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그동안 정부(구체적으로는 행정안전부)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지위를 확보하였다. 우선 무소속 독립기구로 탄생하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인권위 활동에서 다른 기관으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활동해 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면은 파리원칙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샀다. 재정적인 면이나 조직 구성에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비교적 인권위와 해당 국가기관 간에 협조가 잘 이루어졌고, 해당기관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존중해 주었다. 이런 것들도 국제사회에서는 우리 인권위가 상당히 대접받는 데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대한민국 인권위는 국제사회에서 메이저 국가인권기구로 자리매김 하였다. 유엔의 국가인권기구조정위원회가 부여하는 인권기구 등급에서도 인권위는 최상위 등급인 A 등급 기구로 분류되었고, 이 조정위원회의 부의장 기구가 되었던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박찬운, 2009: 99).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인권위가 겪고 있는 수난은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를 무색케 한다. 이것은 인권위가 가진 독립성의 제도적 한계가 정권의 색깔에 따라 극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위의 독립성은 정권의 의지만으로는 지켜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박찬운, 2009: 99). 정권의 부침과 관계없이 인권위가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로 남기 위해서는 바로 독립성 확보를 위한 그 제도적 개선이 본격적으로 도모되어야 할 것이다.
 
V. 결론-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적 함의
문제는 유엔이 오랜 기간 각 국에 요구해온 국가인권기구가 각국에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헌법과 조화를 이룬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국제인권규범의 이행은 각국의 헌법적 장치에 의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권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위의 국가인권기구 개념이 헌법에 의해 충분히 지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인권위는 다음과 같은 헌법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박찬운, 2009: 99-100).
첫째, 인권위 설치는 우리 헌법의 국제법 존중주의(국제법 평화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헌법 제6조를 국제법 존중주의의 하나로 이해하면서도 그것은 국제법의 국내법적 지위와 효력에 대한 규정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권보장적 측면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규정은 국제인권법상의 인권보장 체제를 우리 헌법이 긍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가인권기구는 국제사회가 만든 국제인권조약의 국내적 실천을 위한 주요한 장치이고, 이것은 국제인권법의 전체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 헌법의 국제법 존중주의는 이러한 국제인권법의 체계를 존중한다는 것으로 내연을 넓혀가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인권위 설립은 바로 헌법의 국제법 존중주의에 기초하여 국제사회가 요청해온 국가인권기구의 설치를 의미한다.
둘째, 인권위 설립은 우리 헌법상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와 관련이 있다. 헌법 제10조 1항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기구는 바로 이러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와 맥을 같이 한다. 국가는 사법기구와 다른 차원에서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사법적 인권기구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인권위가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헌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근거는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에서 찾아야 한다.
위와 같은 헌법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국내의 정치상황에 취약한 것은 그 존재가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형식상 헌법기관이 아닌 법률기관으로 있는 한 그 기능과 역할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최고 담당자의 의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이것은 독립적 국가인권기구의 존재의의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향후 한국의 인권위가 국가인권기구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헌법 개정을 통한 헌법기관화를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박찬운. 2008. 『인권법』. 도서출판 한울.
인권법교재발간위원회 편저. 2006. 『인권법』. 아카넷.
조용환. 2002. 국가인권기구의 국제적 발전과 한국의 대안.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UNITED NATIONS,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 1995. A Handbook on the Establishment and Strengthening of National Institutio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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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실패가 안철수 불러들여"(박상훈)

 

"진보정당 실패가 안철수 불러들여" (레디앙, 2011년 10월 31일 (월) 08:42:46 정상근 기자)
박상훈 "안-박 정치 지향에 노동은 없다"…리더들의 침묵 비판
“안철수 현상은 진보정치의 실패가 나은 것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안철수 돌풍이 진보정당의 역량 부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지난 27일 문화다양성 포럼, 새언론 포럼, 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 공동 주최한 '사랑방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진보정당이 있는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안철수와 박원순의 정치적 지향에 빠져 있는 것은 노동문제에 대한 인식”이라며 “그럼에도 진보진영이 박원순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유권자의 20%가량이 진보정당을 바라고 있음에도 사실상 진보정당의 역할이 부재하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안철수 현상은 진보의 정치적 실패, 정치적 위기와 동전의 양면”이라며 “그 전까지만 해도 진보진영 인사들이 토론회에서도 돋보였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에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진보정당이 지금보다 더 잘 하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유권자 성향은 어느 나라보다 진보적이지만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철수 현상의 등장에 대해 “유권자 대다수가 한나라당을 정권교체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가장 크다.”며 “그런데 민주당과 개혁세력을 다 합해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만큼 표가 안 나오기 때문에 적극적 유권자 층에서 스스로 후보를 만들겠다는 정서가 형성되었고 그렇게 출연한 사람이 안철수”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날 좌담에서 “민주화 이후 어떤 민주주의냐가 부상한 상황에서 수많은 통계를 짚어보면 진보정당이 강하거나 노동조합이 강한 국가가 평등지표, 자유지표가 좋은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국가가 되었다”며 “곧 진보정당이 작동하는 민주주의, 노동의 가치와 권리가 큰 나라일수록 살만하고 건강하고 평등하고 자유롭다”고 말해 평소의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87년 민주화 이후 2004년까지는 진보정당이 없는 민주주의 체제였으며, 그 체제 하에서 권력은 민주주의를 회복했으나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며 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이전까지 의회에서 야당 대표자 연설문에는 “노동자, 농민......”을 호명하는 경우가 많았고, 민주화만 되면 노동법도 개혁하고 분배도 개선하는 등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많이 했으나, 민주화가 되면서 이런 표현과 의제들이 점차 감소한 연구 결과(박찬표, 『한국의 1948년 체제』)를 사례로 인용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이 같은 경향은 계속되었으며, 급기야 노무현 정부에서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노동'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는 일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은 지난 2004년 진보정당이 원내 진출 이후 크게 바뀐다. 박 대표는 “진보정당이 무상의제를 계속 얘기하면서 국회 내 의제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결국은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도 양극화를 얘기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서울에서 무상급식 투표가 부결되고 보궐선거를 하게 된 것도 작지만 큰 진보정당의 힘이 작용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최근 노동의 정치세력화 혹은 진보정당이 있는 민주주의의 길은 멀어져가고 그 자리를 대신 차고 들어온 것은 ‘민주대연합론’”이라며 “지난 10년 민주정부 이후 민주주의의 과제는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에 초점이 있었는데 갑자기 대연합이라는 주장이 등장하고 이것이 진보정당 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 정권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민주대연합을 주장하는 진보파가 어떤 미래구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용적 논리도 필요하지만 그 미래는 미국식 민주주의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진보정당 없는 미국의 민주주의, 일본의 민주주의, 이탈리아의 민주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민주대연합이 아닌 논리 중 진보대연합론과 독자노선이 있는데, 진보대연합은 범진보가 힘을 합쳐 내년 총대선을 잘 대응해가자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모호한 측면이 많다”며 “이 같은 주장은 시간이 지나면 민주대연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보이고, 진보연합이 이뤄지더라도 초기에는 집단지도체제를 해야 할텐데 그렇게 되면 전략적 유연성을 갖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독자노선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단순다수제의 선거제도를 비례성 높게 바꿔야 한다”며 “물론 독자노선에 윤리적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지만 수동적인 노선을 갖게 된다면 정치적으로 주변화되는 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대표는 이명박 정권 아래 실시된 지방선거와 각급 보궐선거를 통해 민주당의 승리와 진보정당의 존재감 상실을 겪었다며 “민주대연합론은 더 강해져왔고 진보대연합 시도는 실패한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진보대연합은 민주대연합에 대해 정치적 승패 이전에 정신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을 냉정히 볼 때 한국이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로 갈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며 “그리고 그 이유는 진보 안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부로부터 비관주의와 냉소주의가 지배하고 있으며, 누구도 책임있는 지도부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입장이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 리더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동시에 그들의 침묵을 비판했다. 
 
진보 정치의 세 가지 길 사이에서 (레디앙, 2011년 10월 31일 (월) 09:05:46 박상훈 /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1.
민주화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는 민주화 이행이다. 우리의 경우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이 그 전환점이었다. 둘째는 민주적 공고화라고 부르는 단계이다. 많은 정치학자들은 이 단계를 민주주의가 아닌 방법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시도가 사라지는 것, 혹은 대다수 정치세력이 민주주의를 정권 장악의 유일한 게임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나아가 헌팅턴이라는 정치학자는 선거에 의해 평화적으로 정권이 두 번 바뀐 것을 민주적 공고화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적 공고화 단계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어떤 민주주의’를 갖게 될 것인가가 결정되는 데 있다. 민주주의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미국의 민주주의 다르고 영국의 민주주의 다르며 독일, 일본, 이탈리아, 북유럽의 민주주의 다 다르다.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갖게 될 것인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게 하는가. 오늘 이 자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대화해보고 싶다.
2.
우선 문제를 이해하는 판단의 기준, 혹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유형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 어느 나라나 민주주의라고 할 때, 상당 정도 공유되는 바람직한 가치나 규범을 갖는다. 어느 민주주의 국가든 헌법에는 그런 가치 합의가 적시되어 있고, 대체로 그 내용은 생명, 자유, 평등, 행복 추구로 수렴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평등하고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평화로운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기본 규범 내지 가치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기 위해, 이렇게 질문해 보자. 현재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는 110개 정도 된다. 이들 가운데 빈곤 인구의 비율이 낮고 계층 간 불평등 정도도 낮으며 비정규직의 규모도 작은 나라는 어디일까? 투표율은 높고 인권 및 자유화 지표도 좋으며 소수자 및 이주민에 대한 권리 부여 정도도 높고 여성 장관 비율이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기대 수명은 높고, 불법 약물 복용, 10대 임신, 10대 자살, 저체중아 출산율, 정신 질환 발병률, 영양실조, 비만율이 낮은 나라는 어디일까? 후천적으로 계층 상승이 가능한 사회적 유동성이 높은 나라, 즉 기회의 평등이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강력 범죄율과 재소자 비율이 낮은 안전한 나라는 어디일까? 요컨대 어떤 유형의 민주주의가 되어야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하고 건강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국가 간 민주주의의 성취를 통계적으로 조사 연구한 성과들에 따르면, 결론은 다음 두 가지다. 하나는 진보 정당의 경쟁력(집권 기간, 득표 경쟁력 등)이 큰 나라일수록, 다른 하나는 (보통 노조 조직률, 노사 협약 적용률, 노조의 중앙 집중화 정도로 평가하는) 노동조합의 힘이 강할수록 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노동을 배제하는 정도가 덜할수록, 그리고 진보적인 정당들도 상당한 득표를 하고 집권의 전망도 있는 나라들이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하고 건강하고 평화롭게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념적·계층적 대표의 범위가 충분히 넓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들의 관심과 이익이 평등하게 고려될 수 있다. 진보 정당의 경쟁력이 낮아 집권의 가능성이 없는 민주주의를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라 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그 사회의 하층이나 약자 집단의 이해는 대표되기 어렵다.
현대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조건 위에서 실천되고 있는데, 이때 그 사회의 민주적 성취는 노동이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자 집단의 이익과 열정이 기업 운영과 노사 관계, 나아가 정당 체제의 차원에서 어느 정도 평등한 권리를 향유하느냐에 달려 있게 된다. 노동의 시민권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그 나라 민주주의의 내용과 질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임금 소득에 근거해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70퍼센트에 이른다. 자영업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아 이 정도이지, 이른바 서구 선진국의 경우 그 비율은 90퍼센트를 웃돈다. 따라서 노동을 축소해야 할 생산 비용으로 간주하거나, 하나의 독립된 집단으로서 정치 참여의 권리를 갖는 것을 불온시할 때, 그것은 단순히 노동만 배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사회 다수를 이루는 하층과 약자 집단 전체를 배제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 효과를 낳게 된다.
좋은 사회, 좋은 정치란 보수정당만이 아니라 진보 정당도 집권할 수 있는 민주주의, 노동의 시민권이 기업 운영-노사관계-정당 체제의 차원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민주주의에 있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가진 어떤 진보적 이념 때문이라고 오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진보 없이 좋은 보수가 가능할까? 어려울 것이다.
사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정치적으로 조직되고 경쟁하는 것이 갖는 좋은 효과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현실의 민주주의를 좋게 만들 방법이 없다. 보수와 진보가 좋은 경쟁의 체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민주정치의 발전에 있어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것, 그것을 말하고 싶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의 가치나 이상과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동의 시민권이 노동조합과 진보 정당의 형태로 조직되는 것에 있으며, 그럴수록 공동체의 발전에 대한 그들의 기여와 책임성도 커진다. 그런 사회가 더 건강하고 투표율도 높고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것, 이보다 더 확고한 사실은 없다.
박찬표 박사가 쓴『한국의 1948년 체제』라는 책이 있다. 거기에 보면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의회에서 노동과 관련한 의제가 어떻게 변화되었나를 분석했다. 민주화 이전까지 의회에서 야당 대표자 연설문에는 “노동자, 농민......”을 호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화만 되면 노동법도 개혁하고 분배도 개선하는 등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많이 했다.
그런데 민주화가 되면서 이런 표현과 의제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김대중, 노무현정부에 들어서 그 경향은 계속되었다. 급기야 노무현정부에서 열린우리당, 민주당 교섭단체장 연설에서는 노동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는 일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부터였다. 비정규직, 양극화, 무상급식 등 이른바 서민 의제가 제기되기 시작했고 다른 정당들의 의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언론의 의제 구조도 영향을 받았고 급기야 양극화, 비정규직 의제를 한겨레, 경향도 쓰고 조선일보도 기사화하는 일이 벌어졌다.
복지는 모두의 이슈가 되었고 한때 다소 낯설었던 무상 관련 이슈들은 이후 한국 정치에 깊은 영향을 미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만들어낸 데까지 이르렀다. 복잡하게 이야기했지만, 말하려는 핵심은 간단하다. 진보정당이 없을 때에는 개혁적인 정부조차 노동 관련 의제에 그리 영향 받지 않았다.
자신들의 집권은 노동과 관계없이 정당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서 노동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벗어버렸다. 그런데 비록 작은 정당이지만 진보정당이 원내에 들어간 것이 미친 물리적 효과는 대단했다. 제한적인 경험 사례이지만 우리의 경우에도 진보정당이 있는 민주주의와 그렇지 않는 민주주의가 어떤 차이를 낳았는지 보여주는 매우 좋은 분석이었다고 생각한다.
3.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나는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진보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노동 문제에 있다고 본다. 우리 삶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갈등의 구조가 자본주의라면 노동의 문제를 빼고 진보를 말할 수는 없다고 보고, 그런 노동의 열정과 이익에 기초를 둔 좋은 진보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가 결국 한국 민주주의의 질을 결정한다고 본다. 좀 더 다른 차원에서도 생각해보자.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시민 스스로 만든 법과 제도에 시민 스스로 복종하는 체제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진다 해도 시민이 입법자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렇듯이 노동자도 호남도 비정규직도 여성도 농민도 자영업자도, 권력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적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그들은 시민권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흑인 대통령의 출현이 뿌리 깊은 인종적 차별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다수 흑인들의 시민적 자존감을 이보다 획기적으로 높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몰려든 흑인 참석자들의 기쁨에 찬 얼굴과, 대표적인 흑인 지도자 제시 잭슨 목사의 얼굴에서 멈추지 않고 흐르던 눈물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뿌리 깊은 호남 차별의 구조나 편견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계기는 호남 출신 대통령의 등장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해서 더 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의 당선만으로도 한국 정치에 기여한 바 크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서 지역감정의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들 하는데,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호남 유권자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노동문제가 심각하다고들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당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러 차원의 노력이 모두 소중하겠지만, 노동운동에 기반을 둔 정당 내지 후보가 당선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만큼 사태 개선에 더 좋은 효과를 갖는 것은 없다고 본다. 브라질 커피도 좋아하고 그 열정적인 문화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브라질에 부러운 것 하나를 더 꼽으라고 한다면 룰라라고 하는 가난한 노동자도 정당을 만들고, 정당의 리더가 되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런 정당, 대통령이 등장한다고 해서 노동문제가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말할 만큼 내가 순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에 기반을 둔 정당이나 후보가 집권할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노동을 대표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집권할 수 없다면, 절규에 가까운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지만 그 해결은 늘 지배적 위치에 있는 세력들의 각성과 온정주의에서 구하게 되는 종속적 심리가 계속해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할 수 있을 때, 사회적 약자 집단도 무시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온정에 의존하지 않는 주체적 시민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
진보도 집권할 수 있는 길, 혹은 권력의 향방에 독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진보 그 자체의 이념성도 중요하고 가치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만큼, 정치의 길을 개척하고 넓히는 것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진보노선과 정치노선 사이의 일정한 실천적 균형을 만들어가는 노력 속에 진보정치의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제발 더 이상은 공허한 논쟁과 헛된 감정싸움으로 스스로를 소진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낳지 않았으면 좋겠다.
4.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를 과거 우리는 “노동의 정치세력화” 과제라고 표현했다. 나로서는 그 표현이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점점 그 표현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있는 느낌이다. 노동문제가 많이 개선되어서? 진보정당이 필요 없을 만큼 정치나 사회가 좋아져서?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데도 노동의 정치세력화 혹은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의 길은 멀어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 차고 들어 온 것은 ‘민주대연합론’이다.
한때 ‘민주연합론’의 주장이 영향력을 가졌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함께 그 주장은 사라졌다. 나 역시 ‘민주연합론’의 정당성은 두 정부의 집권으로 종식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 주장이 다시 불러들여졌고 거기에 ‘대연합’이라는 더 넓고 강한 주장으로 등장해서는 독자적 진보정당을 추구했던 세력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대연합론은 현 정부의 악정에 대한 반대와 항의의 열정을 담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이 초점이 되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의 정치에너지는 지난 두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재집권 의지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 주장의 정당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의 길을 굳이 어렵게 개척할 이유는 크지 않다. 민주당의 범위 안에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말 많고 탈도 많은 진보정당의 세계 안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느니 그 길이 반한나라당의 투표효과를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선택일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세계 12~13위를 다투는 나라가 지난 25년간 민주주의가 중단 없이 지속되고 다섯 정권을 경험한 마당에 여전히 민주주의냐 아니냐로 고통받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남들 보기에 우습지만, 더 문제는 진보가 실력을 키우는 노력 대신 늘 남 탓하는 것에 편승해 스스로의 기회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 정권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의 길을 희생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민주대연합을 주장하는 진보파들이 어떤 미래 구상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들을 수 있는 근거들은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이 대세라거나 혹은 차기 총선에서 일정한 의석수를 갖기 위해 필요하다는 실용적 논리들이다. 글쎄, 그런 측면이나 필요가 있다고는 보지만, 결국 그 미래는 미국처럼 독자적 진보정당의 실험이 좌절되고 민주당 안에 진보 블록을 형성하는 것으로 전환하면서 노동운동도 민주당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미국의 경우 민주당 선거 자금 가운데 노동조합이 제공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어 지금은 50%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진보정당 없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대국, 경제대국을 이루었을지는 모르나,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하고 유색인 등 약자 집단들의 자유권이 가장 취약하고 재소자율과 범죄율이 높으며 투표율은 낮고 10대 임신과 약물 복용 심각한 사회라는 비용을 치르고 얻은 성취이다. 진보정당 없는 민주주의가 가져다 준 나쁜 효과는 일본과 이탈리아 사례가 잘 보여주는 바이기도 하다.
1997년 사회당이 ‘반자민당연합’에 참여함으로써 정권교체를 이룬 일본은 그 덕분에 오랜 자민당 일당우위체제를 종식시킬 수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당은 독자적 역할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정당으로서의 존재도 소멸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은 급격히 늘었고 빈곤 문제가 새로 등장하고 다양한 사회 해체 위기를 경험했다.
이탈리아도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 역시 전후 기민당 우위체제를 유지해왔지만 냉전 해체와 세계화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 정당체제가 붕괴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진보정당도 분해되었다. 그 결과 등장한 베를루스코니하의 이탈리아 사회는 더 불평등하고 덜 자유롭고 덜 건강하고 덜 평화롭게 되었다. 진보정당의 길이 봉쇄되어 있는 게 아니라면 민주대연합을 위해 그 길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본다.
혹자는 민주대연합 내에서 진보 블록이 결국 주도권을 잡아 진보정당화하는 길을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문제에 있어서도 나는 부정적인데, (정당론의 패러다임을 만든 지오반니 사르토리가 강조하듯이 ) 지금까지 모든 나라의 정당의 역사에서 외생정당(기존 정당체제 밖으로부터 새로운 유형의 정당이 진입하는 것)으로서의 길이 아닌 방법으로 진보정당이 만들어진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 외생정당의 충격 없이 기존 정당체제가 달라질 수 있다면 정당체제 이론이 통째로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배운 정당이론을 부정할 만큼 과도한 용기나 상상력을 발휘할 생각이 없다.
아무튼 진보파가 민주대연합의 길을 가겠다면 어떻게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를 개척할 수 있는지 좀 더 이야기되어야 할 것 같다. 민주대연합을 말하는 진보파가 성공할 수 있으려면 이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주장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기대한다.
5.
물론 진보 안에는 민주대연합이 아닌 주장도 있다. 하나는 ‘진보대연합론’이라고 부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진보정당 독자노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먼저, 전자의 진보대연합론을 보자. 정치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범 진보가 힘을 합해 향후 중대 선거에 대처해 가야 할 것이다. 진보대연합론은 이 문제를 중시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진보대연합론은 모호한 면이 많다. 내가 보기에 거기에도 상당 정도 민주대연합론의 흐름이 잠복해 있거나 혹은 민주대연합론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커 보인다.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는 그런 여지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치노선의 유연성 내지 전술적 고려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고려는 공천 및 선거 과정에서 기존 정당들에 대해 독자적인 연합능력과 협박능력을 더 효과적으로 발휘한다는 목표와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달리 말해 진보정당의 선택 여부에 기존 정당들도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습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진보연합세력이 이루어진다 해도, 불가피하게 집단지도체제로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경우 지도부의 응집성이 약해 전략적 유연성을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진보연합 안에서 논란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지도체제를 갖게 되면서, 연합을 유지하는 일 자체에 정치에너지를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 이전에 진보대연합론이 성공하려면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분단과 재벌중심사회, 대통령중심제, 강한 국가중심사회, 강한 중앙집권사회 등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단순다수제의 강력한 양당제 효과 속에서 진보정당이 계속 존립하려면, 제3당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구조나 선거제도가 지속된다면, 선택은 과감하게 제2당을 모색하는 것밖에는 없다.
비견한 예로는 영국 모델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자유당을 대체한 노동당 모델이 그것이다. 민주당을 대체할 정도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구조 속에서 진보대연합론은 민주대연합론과 진보정당 독자노선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도 전에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진보 안의 연합을 유지하기도 힘든데 그것에 만족해서는 생존도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진보대연합의 길은 만만치 않은 실력과 응집력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진보대연합을 하고 나서 빠른 시기 안에 지도체제를 단일화해야 할 것이고, 그것과 함께 내년 대선에서 매우 강력한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내년 대선이 열어 줄 정치적 가능성의 공간을 활용해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가는 문턱을 넘지 못하면 현재와 같은 진보대연합론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진보대연합을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의식이라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진보대연합의 성공 정치 전략이 무엇인지 윤리적 정당성과 현실을 갖춘 대안 논리가 빨리 나와야 할 것이다. 그것을 기대한다.
다음으로 후자의 진보정당 독자노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 노선이 정치적으로 성공하려면 내가 보기에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그것은 현행 단순다수제를 비례성이 높은 제도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제 아무리 진보이념을 멋지게 만들고 강령을 잘 만들고 선거 전략을 잘 짜도 (앞서 지적했듯 분단과 재벌중심사회, 대통령중심제, 강한 국가중심사회, 강한 중앙집권사회 등) 양당제의 효과를 강제하는 구조적 조건 및 현행 단순다수제는 제3당의 존립 여부를 어렵다 못해 불가능하게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힘은 진보정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당들이 갖고 있다. 결국 타인의 호의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 되고 마는데, 어떤 정치 노선도 수동적인 기대에 의존해서는 잘 되기 어렵다. 어떻게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효과적인 정치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대책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 노선은 의석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해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진보적이라는 기준에서 강한 윤리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는 점, 정치적으로는 점차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노선과 더불어 정치노선의 문제를 어떻게 개척해갈 지 더 깊은 고민이 뒤따랐으면 한다.
6.
어디로 갈 것인가? 혹은 한국정치에서 진보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민주대연합 내 진보블록인가 아니면 비례대표제를 통한 다당제 하에서 제3정당인가, 혹은 진보-보수의 양당제 모델로 가고 있는가?
현재로는 민주대연합이 다수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정권교체와 당선 가능한 자리라는 확실한 목표도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나타날 텐데, 가장 큰 문제는 진보정당 없는 민주주의, 노동의 정치세력화 없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길을 넓힌다는 데 있다.
진보대연합론은 이를 말하는 사람들의 단결된 의지나 열정을 느낄 수 없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막연히 진보가 연합해서 내년 선거구도에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상황 논리만 앞서 보인다. 민주대연합론과의 관계도 모호한데, 앞으로 이 문제는 더 민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대연합이 당선을 위해 결국 야권단일후보라는 프레임에 자신들도 참여하게 될 텐데, 그것이 민주대연합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실천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흐름은 진보의 다수가 민주대연합으로 전환하는 심리적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효과만 남기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독자진보정당론은 진보대연합론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 비례해 더 큰 윤리적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해도 진보파 안에서 정당성은 더 강하게 가질 수도 있다. 이 흐름이 계속해서 건재하게 되는 것이 진보대연합파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문제는 이들 때문이 아니라 본인들의 진보대연합론의 정치노선과 진보노선의 윤리적 정당성이 취약하고 목표나 전략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한국 정치는 독자적 진보정당 없이도 잘 돌아가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는 민주당 몫이 되었고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느낄 수 없었다. 민주대연합의 주장은 지속적으로 강해져 왔으며, 진보대연합의 시도는 일단 실패했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진보대연합파는 민주대연합파에 정치적 승패 이전에 정신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말하라면, 한국이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노동의 정치세력화)로 갈 수 있을까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 안에 있다. 그 내부로부터 비관주의와 냉소주의가 지배하고 있으며, 누구도 책임 있는 지도부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진보정치의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어떤 입장에 서 있든 이 문제에 답해야 하고 다시금 열정을 갖게 하는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본다. 본격적인 논쟁과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먼저 각 입장은 자신들의 미래 구상을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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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고용 해결못하는 정치가 안철수·박원순 현상 낳아” (한겨레, 정리/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20111007 21:48)
정당정치 위기와 진보의 갈길’ 좌담회
공동주최: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김영훈 국민들 변화열망…정치 밖에서 희망찾아
노회찬 한나라 밉고 민주 싫고 진보정당은 못마땅
최장집 안철수 돌풍은 정치적으로 ‘포퓰리즘’ 현상
권영길 패거리 정당정치서 벗어나라는 숙제 던져

최장집 교수 기조발제

‘안철수·박원순 현상’과 진보정당 대통합 논의가 뜨겁다. 나는 가끔 ‘노동 없는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쓴다. ‘노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자 집단이다. 사회경제적 시장의 약자인 노동자들은 민주주의 아래에서 정치적으로 조직되고 대표되면서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다. 노동자들이 투표권을 가지고 선거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의 권익과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정당체제 중심의 전체 정치체제에서 한국 노동자들은 단순히 하나의 정치적 행위자로서 나타날 뿐이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노동자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 역시 실제로 노동자 권익을 대표하는 데 매우 허약했다.
이처럼 노동자의 정치적 이해가 대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지금의 ‘안철수·박원순 현상’을 초래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시장과 생산·고용 구조 속에서 구조적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고 노동자들도 불안한 노동 속에 고통받고 있다. 런던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산층과 실업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미국에서도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갈등의 축은 세대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노동과 고용의 문제다. 한국의 기존 정당 중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당은 한 곳도 없다. 이에 대한 불만이 정당 바깥에서 시민 또는 시민사회 담론을 통해 폭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 안철수·박원순 현상이다.
■ 안철수·박원순 현상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하 사회)
뵙기 어려운 분들인데 오늘 한자리에 모였다. 지금 기존의 정치질서가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하는 여러 흐름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이런 새로운 흐름들이 정치적으로 분출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는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하 권) 최장집 교수가 (기조발언에서) 말한 ‘노동 없는 민주주의’ 그리고 ‘노동과 고용의 문제를 끌어안지 못하는 정당의 문제’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이해 대변이라는 측면에서 진보정당도 보수정당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을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과 거부라고 흔히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과연 정당정치라는 것이 있었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역주의 패거리 정당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긍정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이 현상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절대적인 거부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먹고살기 어렵고 현 정권은 교체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합의인데, 민주당은 안 되고, 진보정당도 아직 정치력이 미약해 안철수·박원순이라는 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이하 노) 안철수 현상에는 현실에 대한 실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동시에 섞여 있다. 무엇보다 현실의 정당, 인물, 정치문화 전반에 대한 반대와 불신이 깔려 있다. 오늘의 한국 정치는 하나의 안정적인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과도기적 상태에 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다섯번의 대선이 있었다. 6월항쟁에 앞장선 세명이 대통령이 되는 등 6월항쟁의 성과는 어느 정도 계승됐다. 그러나 6월항쟁 직후의 7·8월 노동자 대투쟁은 민주화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노동자 대투쟁을 상징하는 조직과 사람들은 여전히 감옥을 드나들고 있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는 6월항쟁과 7·8월 대투쟁이 다시 제대로 만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민들은 ‘한나라당은 밉고, 민주당은 싫고, 진보정당은 못마땅하다’고 여긴다. 현 정치권 내에서 현상을 타파할 힘있는 흐름이 생겨나지 않으니까, 국민들 스스로 정치권 바깥에서 고인 물에 파문을 일으키는 돌멩이 던지는 선택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안철수 현상에 착시 내지 허상이 부분적으로 없지 않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을 역사발전과 시대발전을 거스르는 반동적 측면에서 해석하기보다는 이 현상을 통해 진보정치의 과제를 봐야 한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부재가 이 현상을 만들어냈다. 안철수 현상은 진보의 길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진보정치에 대한 희망적 관측을 갖게 하는 신호다.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하 김) 이른바 ‘글로벌 차원의 분노’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 (미국) 월스트리트의 시위자들에게 요구 조건이 뭐냐고 물으면 몇 가지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대답한다. 안철수·박원순 열광 현상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기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못하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부정과 분노가 폭발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관통하는 건 바로 ‘노동’이다. 아랍 민주화 시위도 먹고살기 힘든 노동의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 안철수에게 열광하고 있듯 2004년 민노당의 역사적인 의회 진출 때도 국민들이 진보정당 사람들에게 열광했다. 그 뒤 ‘노동 없는 진보’가 무너지고, 그 빈자리를 안철수가 채우고 있다.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운동은 지금의 과도기에 몸을 싣고 혼돈을 하나씩 정리해 가야 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이하 최)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기존의 보수·진보 구도로 나뉜 정당 갈등 축을 가로지르고 넘어서고 있다. 즉 전체를 아우르면서 대표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정치학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포퓰리즘 현상에 해당한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안철수·박원순씨의 경우 정치적으로 검증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폭발적 지지를 받고 있다. 기존의 어느 정당도 대표하지 못했던 모든 문제를 이 사람들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이 현상은 오래갈 수도 있고 짧게 끝날 수도 있다. 이 현상을 뒷받침하는 담론은 시민 또는 시민사회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와 더불어 정치적으로 중심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시민 또는 시민사회가 중심적인 정치 화두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한쪽에서 시민이 한 개인으로서 투표하는 수준이 있고, 다른 한쪽에 사회경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결집해 투표하는 수준이 있다. 시민은 분화되지 않은 추상적 개념이다. 실제로 현실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들어가면 누구나 은행가·공무원·교사·생산자 집단 등에 속하게 된다. 즉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결사의 자유를 통해 표가 결집된 형태로 나타나야 비로소 정치세력화가 되고, 또한 선거를 통해 자신들을 보호하고 대표하는 정책을 부분적으로라도 끌어낼 수 있다. 반면 시민과 시민사회는 포괄적인 개념이고, 누구를 대표하고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전망하기 매우 어렵다. 다수결 민주주의 선거로 모든 것을 결판낼 수는 없다. 투표를 통해 정부를 구성한 다수파가 모든 이해집단의 부분적인 이익을 골고루 대표할 수는 없다. 노동자들은 매우 중요한 생산자 집단이다. 한국의 기존 정치질서는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적절한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앞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한국의 시장사회 질서에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과연 지금의 안철수·박원순 현상이 그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민들의) 정치적 대응인가는 의문이다.
■ 진보정당의 좌표
사회
안철수 현상과 희망버스는 기존의 정당정치와 사회운동이 제대로 포괄하지 못해온 새로운 움직임들을 급속히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진보세력의 좌표 설정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진보정당 대통합과 관련해 내가 “‘도로 민노당’이 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다시 통합시절의 민노당으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하면 ‘노동 없는 진보정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2000년 민노당 창당의 주역은 민주노총이다. 즉 노동자가 중심에 선 진보정당이었다. 진보정당은 노동자 문제뿐 아니라 민생정치를 담아내면서 슬로건으로 무상교육·무상의료·부유세를 내걸었다. 물론 민노당이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춰버린 점은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좌표 설정이 애초부터 잘못된 건 결코 아니다. 민노당의 틀을 개혁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민노당의 구성요소와 정책방향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진보신당과 분당되지 않았다면 2008년 총선 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당선자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분당을 겪으면서 퇴보하게 된 것이지 민주노총 중심의 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11년 전에 민노당을 창당할 때 설정한 좌표는 틀린 게 아니다. 설정된 좌표를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미숙함과 오판, 시행착오 등이 나타났을 뿐이다. 10년간 진보정치를 실험해서 고작 지지율 5%라면 그 좌표와 노선의 부적합성이 확인된 것이라고 사람들이 종종 말한다. 그래서 진보정당의 길을 바꿔야 한다거나 ‘대중화’라는 이름 아래 진보세력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며 좌표를 오른쪽으로 조금 더 수정해 난관을 넘어서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에서 제3세력으로 출발해 10년 이상 그나마 세력을 유지하고 뿌리내려온 정당이 있는가? 진보정당이 처음이다. 진보정당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잠재적 세력이 우리 사회에 굳건히 존재한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진보세력의 현주소다. 좌표를 수정하고 진보의 개념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원래 설정된 좌표, 예컨대 무상의료·교육 등을 선거 때만 얘기하지 말고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좌표 설정과 관련해 중대한 충돌이 이번 통합 논의에서 나타났다. 이른바 대중적 ‘진보정당’인가, 아니면 진보적 ‘대중정당’인가라는 대립이다.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이 애초 민노당 창당의 정신이었다. 안철수 현상을 강조하면서 진보적 대중정당을 주창하면 유럽의 사회민주당이 몰락한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다. 분단 문제까지 포함해 한국 사회의 중첩된 모순과 갈등을 정치영역에서 조정할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브라질의 룰라는 18개 정파를 조정하면서 집권에 성공했다. 진보정당 내에서 목표지향적 정치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진보정치는 하루하루 계단을 만들어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우선이다. 진보정당 내부의 과도한 집권계획이 오히려 진보의 길을 망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이 창당 후 집권하는 데 100년 걸렸다. 풀뿌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민노당의 좋은 정책들이 조그만 군에서 읍에서부터 싹을 틔워 전국적으로 퍼지면 집권도 다가온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좌절과 실패는 현시점에서 진보정치사의 중요한 매듭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 노동운동은 사회주의 퇴조 속에서 이념적 지표를 갖지 못한 채 20세기 전반기 노동운동의 경험과 이념적 좌표를 따라 움직여왔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진보정당의 정치적 현실주의의 결여다. 즉 과도한 이념 중심 접근이다. 무상교육이 노동자들에게 필요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무상교육이 필요한가, 또 할 수 있는가? 진보정당의 강령과 정책은 현장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1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왔다. 처음 진출하는 노동자정당이 전체 민족문제까지 대응하기에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노동현장의 문제에 집중하기에도 힘이 달리는 판이다. 현장을 소홀히한 게 아닌가. 나는 기존의 진보정당 구조와 이념·경향·타성 속에서 이런 문제를 교정하고 극복하면서 현실주의로 전환하는, 그런 새 출발이 과연 가능한지 회의적이다. 만약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수립한 뒤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기존 정당과 타협하든가 또는 (이를 통해) 투표에서 표를 결집했다면 노동자 정치조직이 지난 10년간 상당한 힘을 갖는 주요 정당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도탄에 빠져 있다. 진보정당이 우리 사회에서 설 수 있는 입지와 조건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 다만 이를 현실정치 속에서 녹여낼 능력과 포부를 갖고 있느냐가 문제다. 복지는 2차적인 사회 재분배에 대한 것인데 1차 분배, 즉 노동시장에서의 정리해고와 반노동자적 수탈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정치조직은 진보정당뿐이다. 보수정당은 복지를 말하면서도 노동 1차 분배시장에서 병은 병대로 계속 주면서 약을 충분히 줄 수 있다고 무책임한 약속을 내놓고 있다. 분산된 진보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은 진보정치의 진전을 가로막아왔던 내부적 문제의 극복이라는 큰 의미를 지닌다.
■ 진보정당 통합 전망
지금 당면한 진보정당의 현실적 과제는 내년 총선에서의 괄목할 만한 의회 진출이다. 즉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다. 현 단계에서 필요한 건 진보정치세력의 대동단결이다. 즉 ‘선 진보통합, 후 야권연대’다. 진보통합의 힘을 기반으로 민주당과 연대하면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진보정치에서 민주노총은 하나의 진지다. 이 진지가 붕괴되면 한국 정치에서 양당 구도가 굳건히 확립되고 진보정치는 무너질 것이다. 민주노총이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내려놓는 순간 민주당의 좌클릭과 맞물려 현장의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은 둑이 무너지듯 급속도로 민주당으로 이탈하게 될 것이다. 진보정당의 힘은 여전히 노동에서 나와야 하고, 결국 민주노총에서 나와야 한다.
중요한 건 노동자들의 표를 어떻게 결집하느냐다. 한국 노동자들은 투표에서 정치적·지역적으로 분산돼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와 이익을 확실히 대변할 수 있는 결집된 표를 가질 수 있다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더라도 이 표를 통해 기존 정당과 협상할 수 있다. 즉 타협의 원리에 의해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상당한 정도로 끌어낼 수 있다. 노동자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꼭 실현할 것인지 정책대안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가진 뒤에 어떤 정당과도 협상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보수적 정당과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고 미리 못박을 것이 아니다. 현실성 없는 구호를 내걸고 국민들이 지지해주길 바라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진보신당과 민노당과의 통합이 부결된 이후 진보신당 내 통합파와 다른 여러 진보적 정치조직체가 결집된 ‘통합연대’가 있다. 이 연대조직이 발전하면 이달 중순 이전에 준정당적 조직체로 결성될 수 있다. 이 조직체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새통추)에 합류하면 새통추를 중심으로 민노당과 그 외 다른 진보정치세력들과의 통합진보정당 건설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11월 전국노동자대회 이전까지,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이 결성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과제는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과의 일대일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진보대통합 논의가 삐걱거리고 있지만 과정의 일부일 뿐 최종적인 상황은 아직 아니다. 결국 통합으로 수렴될 것이다. 흩어져 있는 진보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과 진보정치의 외연을 넓히는 건 차이가 있다. 진보정당의 통합을 먼저 도모하고, 외연을 넓히는 건 단결을 굳건히 하는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다. 조금 더 뒷심을 발휘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바로 진보정당의 혼이고 정신이다. 물론 이념과 기조를 달리하는 조직과의 적극적 연대나 유연한 정치력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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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칼럼]‘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감춰진 상처 (경향, 최장집 | 고려대 명예교수, 2011-09-26 21:12:21)
평소 나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중요 특징으로 생각했다. 민주주의는 정치참여와 결사의 자유에 힘입어 사회 여러 세력과 집단들이 정당의 형태로 조직되고, 이들이 제도화된 정치과정 내에서 갈등을 해결하려 경쟁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중심 내용으로 한다. 그래야 사회경제적으로 약한 사회집단으로서 노동자들과 소외세력들이 그들 스스로의 요구와 이익을 정치과정에 투입하고 이를 통해 취약한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을 대표하는 정당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비록 작은 정당이라 해도 전체 정당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큰 것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노동이 민주주의의 정치과정으로 들어와 집단적 주체로서 역할을 못한다면, 정치 전반에 걸쳐 심대하게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가 권위주의 시대와 다를 바 없는 구태를 탈각하지 못하고 시민들로부터 냉소와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며칠 전 신문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좌절되고 노회찬, 심상정씨 등이 탈당한 것을 보면서 노동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분투노력했던 한국 민주주의의 한 중요한 실험이 사실상 종결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진보는 무엇이고, 그들은 왜 실패했나?
며칠 전 나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의 인력시장이 열리는 성남시 수진리 고개 일원과 그 인근을 찾아갔다. 세계화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가져온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서도 가장 열악한 한계 계층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된 이들의 문제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국과 국내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해온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하여 세계의 주요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눈부신 경제성장에 기여한 대표적인 생산자집단이자 3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넓은 연령층을 가진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의 생활조건과 삶의 질은 답보상태였거나 더 나빠졌다. 고용기회는 줄었고, 노임은 적어졌고, 주거조건은 나빠졌고, 자식세대의 사회적 상향이동도 열어줄 수 없는 막힌 현실을 대면하게 된 것이다. 지금 그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동포들이 중심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거 유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였다. 자국민의 노동 조건에 대한 고려 없는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에 대한 그들의 비판은 날카로웠다. 몇 사람은 건설노조가 주관하는 외국인노동자고용정책 반대집회 때문에 수원으로 간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 남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옛날보다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대화 도중 한 사람이 “할 수만 있으면 이민가고 싶어요. 이 나라에서 살기 싫어요”라고 말했을 때, 희망의 상실과 감춰진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에게서 민주주의는 무엇이었나? 나는 새벽의 인력시장에서 정치와 정당 일반의 부재는 물론이고,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진보정당의 부재 역시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여러 운동 단체에서 내세웠던 화려하고 추상적인 진보적 구호들과 담론들이 이 현장에서는 아무 흔적도 갖지 못했다. 이들 노동자들의 존재를 의식한 산업-고용정책, 외국인 노동자정책, 주택정책, 교육정책은 없었다. 지난 20년간 무서운 기세로 밀어닥친 세계화의 물결이 아무런 여과 없이 이들의 삶에 커다란 충격을 가하는 동안, 한국 민주주의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최근 안철수, 박원순 현상은 정치권에 몰아닥친 가장 극적인 사건이다. 여러 요인이 다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 혹은 실재하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다루지 못했던 한국 정당체제의 무기력함이 가져온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의 다른 모습은 바로 여론조사가 지배하는 정치다. 이미 시민, 시민사회라는 포괄적인 말이 정치를 지배하면서 예견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말은 정당정치가 사회적 기초를 갖기 위해 필요한 것, 즉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회집단의 존재와 그들 간의 갈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부정하는 추상화된 개념으로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직 후보 선출을 지배한다면, 정당이란 여론조사 기관 이상 다른 역할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인된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대표를 선출하고 정부를 구성하면 될 것이다.
나는 한국 민주주의가 이렇게까지 나빠진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민주화이후 한국 정치와 사회운동이 학생 운동 출신 엘리트들에 의해 지배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한국 민주화에서 학생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부정하려는 데 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그 뒤 정치인이 되고 진보 정당을 하고 사회 운동을 주도한 것이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떠한 실체적 혜택을 주었고, 이들을 위한 정치의 세계를 확장하는 데 무엇을 기여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 관한 한 내 대답은 부정적이다. 나는 학생운동의 역사적 역할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의 현실 삶과 유리된 조건에서 의식화되면서 갖게 된 과잉 이념화된 사고방식과 도덕적 우월의식은 그것이 지속되는 시간에 비례해 부정적 효과를 더 크게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곳 일용직 인력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대졸자가 아니다. 더욱이 서울의 좋은 대학 출신, 즉 엘리트집단이 아니다. 이 두 집단을 연결하는 접점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동정심을 감정이입(empathy)과 공감(sympathy)의 두 종류로 나누었다. 앞의 것은 스스로 경험하지 않았지만 가치와 이념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의 사정에 공감을 갖는 것이고, 뒤의 것은 사실의 구체적인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사정에 동정을 느끼는 것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인간 행위의 급진성을 불러오는 감정 형태는 앞의 것, 즉 감정이입이다. 현실의 삶에 기초하지 않은 학생운동의 전통이 정치행위나 사회운동을 추동하는 힘으로 과도하게 크게 작용할 때, 진보의 행동정향 역시 그런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러한 정조와 감정은, 베버의 개념을 빌려 말하면, 강한 신념윤리를 격발하고 추동하는 반면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책임윤리의 부재 내지는 약화를 가져온다. 사실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어떠한 정책을 필요로 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들이 처한 조건을 직접 대면할 때 상당 정도는 저절로 드러난다.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것 말고 한국 진보정당의 몰락 내지 주변화의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공허한 담론과 추상적 이념의 언어가 지배하는 곳에서 민주주의의 실체적 성과는 만들어질 수 없다. 새벽의 인력시장은 그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닌 이 지극히 단순하고 명백한 진실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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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에서 안철수의 생각으로 (2012년)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20726075038
안철수, 기회인가 재앙인가? (프레시안,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2012-07-26 오전 7:56:48)
[김윤태 칼럼]<1> 한국정치 양날의 칼
왜 안철수인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교수의 <안철수의 생각>이 정치권을 강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일으키는 정치적 논란은 가히 '안철수 현상'이라고 부를 만하다. 한 번도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적도 없는 안철수 교수의 행보에 모든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2012년 대선의 블랙홀이 되어버린 안철수 현상은 대선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신비한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누가 안철수에 열광하는가?
안철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가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지 보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 지지자들은 수도권과 호남에 많지만, 전국적으로 골고루 퍼져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이는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뛰어넘는다. 안철수 지지자들의 소득 수준도 다양하다. 이념 성향을 보아도 진보, 보수, 중도에 걸쳐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정치의 전통적 코드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한 가지 주목해야할 사실.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가 바로 20~40세대라는 점이다. 안철수교수는 벤처 기업인으로 성공하여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청춘 콘서트 등으로 대학생과 소통을 중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안철수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하다. 선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의 조건, 인물, 메시지를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비당파적 정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힘, 진영 논리의 한계 등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구조와 정치적 가치의 관계
1940년대 정치사회학은 사회구조적 변수가 정치적 태도와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다. 미국 사회학자 폴 라자스펠트 교수가 이끄는 컬럼비아 학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구조적 변수가 정치적 가치를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라고 볼 수는 없다. 20세기 후반 서유럽의 노동자계급이 감소하면서 반드시 사회민주당이 쇠퇴하지는 않았다, 육체노동자의 지지가 감소했지만 화이트칼라의 지지를 받아 사회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을 보충했다. 가치의 변화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물질주의 가치와 삶의 질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탈물질주의 가치가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유럽 국가들의 경향을 보면 대부분의 사회민주당 지지자들은 탈물질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다.
한국 사회를 보자.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의 정치구도 대신 3김이 이끄는 지역주의 정치구도가 지배했다. 노동계급의 정당이 출현하는 이전인 1998년부터 육체노동자의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 등장한 민주노동당은 대기업 노조 이외에 화이트칼라의 지지에 의존해야 했다. 사실상 다당제로 구성된 정치구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당은 물질주의 가치도 탈물질주의 가치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결합하면서 특정 정당의 지역별 독식 현상이 유지되었다. 당연히 정당과 후보들은 중간 성향을 가진 중위 투표자의 지지를 획득하기보다 전통적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했다. 소선거구제에서 중간 성향 유권자를 지향하여 정책이 중도로 수렴된다는 '중위 투표자' 이론은 한국 정치에서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했다. 당파주의에 입각한 충성심과 파벌에 대한 복종만이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연히 국회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격투기의 장이 되었다.
비당파적 정치의 등장
이렇게 당파적 정치(partisan politics)가 계속되는 동안 당파적 정치를 혐오하는 무당파 유권자가 점점 증가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거의 절반 수준이다. 한때 60퍼센트를 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지역주의 정치구도와 파당적 정치는 정치혐오감을 더욱 키웠으며, 대선 때마다 기성 정치권과 차별성을 가진 '제3후보'가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구조의 변화가 바로 안철수 현상을 만든 역사적 유산이다.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 사람 가운데 거대 양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거대 양대 정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스스로 이름을 바꿀 정도로 명확한 정체성이 없다. 민주당은 선거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당원의 권리를 스스로 부정했고, 진보당은 당원의 권리를 파괴했다. 어쩌면 거대 정당의 무능은 터무니없는 선거 공약보다 대표 체계의 부재가 더 문제이다. 정말 정당은 스스로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지 아무런 고민이 없이 행동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비상대책위원회에 등장하고 외부 인사가 정당 공천을 심사한다. 심지어 '슈스케' 방식의 이벤트로 공당의 후보를 정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당은 아직 현대화되지 못했다.
스토리텔링의 힘
오랫동안 한국 정치는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유권자들은 정당보다 인물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특히 대선은 정당의 이념과 정책보다 인물에 대한 선호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특히 개인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경우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군사정부에 저항한 투사, 지역주의에 맞선 정치인, 이장 출신 장관은 흥미로운 인생 스토리이다. 대통령제를 가진 미국 정치에서도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힘을 만든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 사례이다.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엔센이 말한 대로 미국과 한국은 이미 '드림 소사이어티'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보면 현대적 정당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라는 전통적 변수와 함께 진보와 보수의 이념 구분에 따른 현대적 요소가 뒤섞여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도덕적이지만 무능한 인물과 유능하지만 사악한 인물 사이의 선택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교수처럼 유능하면서도 도덕적인 인물은 새로운 메시아처럼 보일 수 있다. 강자를 능가하는 막강한 성공신화와 약자를 토닥이는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유권자들은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 기성 정당 대신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는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다.
진영 논리의 한계
안철수 교수 현상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적 문법과 관련이 크다. 역설적으로 안철수 교수 교수는 가장 '비정치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인기를 얻고 있다. 정치인들은 억울하겠지만, 안철수 교수는 정치 경력이 없기 때문에 신뢰가 더 높다. 놀랍지 않게도 안철수 교수는 당파적 정치의 진영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정치권이 사용하는 문법을 거부하고 알기 쉬운 대중적 어휘를 사용한다. 상식과 소통을 말한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안철수 교수는 정주영, 정몽준, 문국현의 지지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나아가 과거를 둘러싼 논쟁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유권자들은 대선에서 과거를 심판하기보다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기를 원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과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대결하는 선거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안철수 교수 현상은 양날의 칼
안철수 현상은 한국 정치에 양날의 칼이다. 이는 한국 정치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재앙의 경고일 수 있다. 안철수 교수의 높은 지지율은 기성 정치권이 변화를 촉구하는 유권자의 의사 표현이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이 '안철수 현상'을 외면하면 정당 체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지금 유권자들은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에 빠진 여의도 정치를 거부한다. 또한 과거의 틀에 따른 진영 논리를 벗어나기를 원한다. SNS 세대가 등장하면서 소통과 참여의 욕구가 더욱 커졌다. 안철수 교수는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에서 차기 대선에 출마한 지도자들은 과거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낡은 지역주의 정치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책 의제를 제시해야한다. 파벌, 진영, 정당의 경계를 뛰어넘어 국민을 통합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을 확대하고, 보편적 복지복가를 건설하겠다는 사회통합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복지국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가장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국민을 설득하는 울림을 느끼게 한다. 왜냐하면 세금 증액 없는 복지 확대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교수는 당연한 상식을 말했다. 한국 사회에 상식이 있다면 '안철수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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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02155175&code=910100
“안철수가 누구지?…친구를 보여주세요” (경향, 김진우·이서화 기자, 2012-08-20 21:55:17)
ㆍ교수 3단체 ‘안철수 현상과 대선 과제’ 토론회
“모두가 안철수를 바라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안철수의 마법’에 걸려 있는 것 아닌가.”(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안철수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당신의 친구들을 보여주세요. 그럼 누구인지 말하겠습니다.”(강남훈 한신대 교수)
‘안철수현상’의 의미를 짚어보고 대선 과제와 향방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 3단체는 20일 서울 운니동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개최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과정, 이래도 좋은가’라는 주제의 집담회다.
▲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안철수는 해결책이 아니다… 정당정치 기본을 침식할 것”
▲ 정대화 상지대 교수 “정치개혁 기여 가능성 높아… 새누리·민주당보다 나을 것”
■ ‘안철수현상’은 메시아주의

‘안철수현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정해구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현실, 우리 정당 정치가 처한 위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지만,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치의 문제를 드러내주는 안철수현상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과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안철수현상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직화된 정치세력 없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지,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고 했다. 나아가 “시민 후보로서의 안 후보 당선과 그 정부의 등장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허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당 정치의 기본을 침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안철수현상이 정당 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정당 정치를 개혁하고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정치 바깥에 결정권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안철수가 대안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대안인 것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정 교수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할 때 “누가 결단해야 할 것인지 창조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경우 민주당이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 문제는 극히 부차적인 문제”라며 “민주당은 어떤 경우에도 대선의 수혜자의 될 것이므로 걱정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 ‘포지티브 검증’ 받아야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인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는 “안 원장이 국민을 대상화시키고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안 원장에게 기준을 제시하고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인 강남훈 교수는 “<안철수의 생각>에 드러난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그런 기회가 상실된 채 안 원장이 막판에 후보가 되면 우리가 어떻게 선택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도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일반인과 다른 측면을 요구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까지 안 원장의 행보는 문제”라고 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안 원장이 출마를 분명히 선언하고 옳은 생각들을 정치 현장에서 실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당선과 향후 국정운영, 그리고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민주당의 입당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수많은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과거 세력과 과감히 결별하고 정치제도와 권력구조 개편 등 체제 전환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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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207/h2012072102383421000.htm
보편적 증세 등 현실성 있지만 정책간 충돌 등 일관성이 없어 (한국, 장재용기자, 2012.07.21 02:38:34)
■ 한국일보 자문교수가 본 안철수 원장 경제·복지 정책
재벌 개혁 구상, 대기업 강력 규제하면서 일자리 창출 가능할지…
보편·선별 복지의 조합, 민주당과 비슷하면서 한쪽 치우치지는 않아

한국일보의 선거보도 자문위원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 경제ㆍ복지 구상에 대해 "전반적인 방향성 측면에선 공감되는 부분이 있고 보편적 증세 방안을 제시하는 등 나름 현실적 고민을 한 측면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책 각론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모범 답안만 내놓으려다 보니 정책 간 충돌 등 일관성이 결여됐다"(허 교수), "정책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어 보인다"(하 교수)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안 원장의 대기업 정책에 대해 "이제까지 재벌개혁 방안으로 거론됐던, 모든 메뉴들을 포괄했다"며 "대기업집단을 강력 규제하겠다면서 일자리는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복지 재원의 기본인 성장은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 대안은 없다"고 평가했다.'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안 원장에 대해서도 "FTA는 다양한 정치경제적 요소를 고려해 진행되는 국가 간 중대 협약인 점을 고려하면 너무 단편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반면 하 교수는 "기업의 존립 근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기보다 기업 운영이나 기업 생태계를 선진화하는 쪽에 가깝다"며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매겼다. 그는 안 원장이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내세우면서 '단계적'이란 단서 조항 등을 곁들인 점, 순환출자에 대한 단호한 철폐를 주장하면서 '유예 기간'을 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성장'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것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이나 벤처를 중시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성장동력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를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 교수는 "굉장한 저항이 불가피한데 이를 어떻게 다룰지, 재벌의 협력은 어떻게 유도할지에 대한 액션 플랜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 원장이 제시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전략적 조합'에 대한 진단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하 교수는 "민주당과 유사하면서도 '무조건 전면 실시'를 내세우지 않는 등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고 평가한 반면 허 교수는 "매력적인 구호에 비해 구체성이 없어 실현 여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안 원장이 스웨덴 복지 모델을 극찬한 데 대해 "노무현정부에서 논의되다 우리나라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잠정 결론이 내려진 북구 모형이 다시 등장한 것이 흥미롭다"며 "왜 다시 스웨덴이 우리에게 맞는 모형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이에 비해 하 교수는 '모든 계층의 증세'에 대해 "그동안 복지 논쟁이 공허한 면이 있었는데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면서도 "좀 더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안 원장의 구상이 대체로 민주통합당의 입장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기업집단의 장점을 살리면서 국민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경제력 남용 해결에 초점을 둔 반면 안 원장은 재벌구조 전체를 개혁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 원장의 재벌 개혁 정책은 민주당과 거의 흡사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안 원장의 입장은 대기업 범죄 처벌 등 사후 대책뿐 아니라 소유 구조 등 질서나 생태계를 사전에 바로잡자는 것이므로 결과로 나타나는 불평등을 줄이자는 박 전 위원장과는 분명히 다르다"면서도 "민주당과 많은 부분이 공유되지만 부자증세가 아닌 보편적 증세를 내세우는 등 현실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경제ㆍ복지 정책에서 박 전 위원장이 0 민주당이 10이라고 한다면 안 원장은 7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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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868
안철수 책에 드러난 ‘착한 이명박’의 한계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2012-07-20  10:57:38)
[서평] 안철수의 생각… “정의로움 동감하나 현실론 한계 아쉬워”
모두가 궁금해 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대권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모든 여론조사를 통 털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이겨본 유일한 인물,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과학원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언제 출마할지, 무슨 말을 할지.
19일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이런 궁금증을 일부분 해소한다. 안철수 원장은 이 책에서 그동안 보여 왔던 지나친 겸손의 자세를 벗어나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에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하고(P33. “매사에 간만 보는 사람들이 저한테 (간만 본다는) 그런 얘길 하는 것 아닐까요?”), 그동안 하지 않던 자기자랑도 한다.(P32.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은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결단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정치를 ‘구체제’로 지정하고, 이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부족을 적극 방어하기도 한다.(P39.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에요”) 책의 중간 중간 “정치를 한다면”을 전제함으로서 자신의 저서가 국정철학과 정책을 담아냈음을 알린다.
자신의 리더십이 새로운 체제에 적합함(P43. “그래서 나름대로 여러 세대 간, 분야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을 알리고, 충분히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P30 “국민의 열망에 대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책임감”, P52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고 말한다.
사실상 이미 대선출마를 선언한 셈이다. 그럼 두 번째 관심사 언제 출마할까? 안 원장은 23일 SBS 예능프로 <힐링캠프>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미 박근혜, 문재인 등 대선주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책 출간과 TV출연의 간극이 매우 좁았음을 감안하면 출마 선언도 초읽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책 제목 그대로 ‘안철수의 생각’이다. 그가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만들고자 하며, 어떻게 그 방법을 실행시킬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안철수의 생각’은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가치판단 수단이었다. 공자는 훌륭한 현자지만, 그의 일은 왕이 할 일과는 다르다.
이 책이 반가운 것은 안철수의 국정운영상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대권후보의 미래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 책에 나온 대략적인 ‘안철수의 생각’은 이렇다.
사회안전망이 갖춘 복지국가에서 국민의 불안을 낮추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동력을 이끌어 낸다. 공정한 기회를 갖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재벌-사법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 평화통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안보불안을 낮추며 신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안철수 원장은 사회안전망 제도에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전문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선별적 복지만 고수한다면 부유층과 중산층의 ‘반 복지동맹’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P95)는 상황인식, “시대 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P95)는 등의 주장은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오래 생각해 왔음을 보여준다.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실 안 원장의 이러한 주장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현재 상당부분 다듬어진 이슈이며, 이미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차용해 당론으로 밀거나 야당의 대권주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다.
즉 안 원장의 이번 책은 ‘내가 이런 정책을 갖고 있다’라기 보다는 ‘이런 정책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안 원장에게 씌워진 리더십 이미지, 이명박 대통령과 대비되는 ‘성공한데다 정의롭기까지 한 기업인’이란 이미는 책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다.
문제는 안 원장이 자신의 리더십의 근간인 ‘소통’을 내세우다 보니, 제시된 국정철학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어느 정권이나 ‘소통과 대화’는 필수적이나 안 원장은 나름의 정책을 설명할 때 마다 합의에 방점을 두면서 ‘현실적 여건에 맞춰’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때문에 2번 챕터 제목은 “어떤 현실주의자의 꿈”이다.
“과도하게 근본적인 접근으로는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점진적인 변화가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재벌개혁과 관련 질문 중)(P125)”
그러나 노무현 정부 당시 소통과 참여를 앞세우다 결국 재벌과의 ‘협상’으로 귀결되었고, 안 원장이 주장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도 현 정부 들어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결국 재벌의 손아귀에 머물렀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간’ 상황에서 ‘점진적 변화’, ‘소통’이 어떤 형태로 변질될지 알 수 없다.
노동과 탈핵 부분도 정의의 관점에서 언급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특히 노동과 관련해서 ‘사회안전망을 기반으로 한 좋은 일자리 창출’(P164),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P172) 등이 있으나 일자리의 질과 노동 차별 등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과 기업인,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회의”(P167)를 열자는 제안은 다소 진부할 정도다. 이미 실패사례로 드러난 ‘노사정 위원회’에 야당 정치인만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탈핵도 안 원장은 동의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원전 철수 계획은 없어 보인다.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대체에너지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P206)는 수준이다. 노후한 고리1호기가 재가동 되고, 안정성에 논란이 있는 고리5~8호기가 공사에 착수했다. 당면과제에 대한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피상적이다.
물론 <안철수의 생각>은 안 원장 대권가도의 첫 책일 뿐이다. 안 원장의 실제 대선출마를 한다면 곧 이를 구체화 시킨 방안을 들고 나올 것이다. 안 원장도 이 책에서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을 해나가야 하겠지요”(P52)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이 책만으로 '정의로운 사업가 안철수'의 진면목은 알 수 있어도 '대통령 안철수'의 로드맵은 알기 어렵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그의 말에 동의하고 기대를 품지만, ‘현실주의자’라는 말로 스스로를 이미 한정지은 부분은 아쉽다.

 

강준만의 안철수 저서, 10년 전 돌풍 일으킬까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2012-07-20  18:04:44)
'안철수의 힘'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 안철수가 적임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탄탄한 지지율 위에 서 있지만 한편으로는 '색깔이 불분명하다' 혹은 '착한 이명박', '안철수 피로증후군'까지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힘>에서 이에 대한 오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안 교수는 5월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우리 정치권은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이전부터 몇 차례에 걸쳐 말했다. 정쟁이 극심한 한국사회 정치에 대해 나름 '중도선언' '탈이념선언'을 한 셈인데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발끈했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도덕이 위기에 봉착한 시기엔 양비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속된 말로 중립은 장사가 안 되는 정치노선"이라며 "안철수는 정치권 밖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고 들어왔기 때문에 중도를 표방하고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정당정치의 이론으로 보자면 기가 막힐 일이겠지만, 중도라는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자면 한국 사회의 큰 행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안 원장이 탈북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탈북자들의 집회 현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상대편 진영에서 키우는 얘기는 무조건 음모라고 보는 한국사회의 병폐에 ‘하이킥’을 날린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안철수의 강점은 기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활용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안 원장을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이념은 중도주의라기보다는 진보와 보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이컨셉츄얼리즘'이다"고 정의한 이유다.
이런 강점은 강 교수가 자신의 책을 통해 사실상 안 원장을 지지 선언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부제는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강 교수는  "만약 야권이 기대는 시대정신이란 게 정말로 있다면 나는 그건 '타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진보주의자들은 타협을 더럽게 생각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를 비롯한 전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불신과 증오의 소용돌이가 변할 조짐은 도무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100대 0'의 이분법 구도에 반기를 들고 나선 안철수가 인기를 누리는 안철수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그의 시각에선 안 원장을 '착한 이명박' '남자 박근혜'라고 부르는 주장은 "진보근본주의적 비판"에 다름 아니다. 먼저 '착한 이명박'이라는 의혹부터 살펴보자. "안철수식 성공 모델이라는 판타지를 아편 삼아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망각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안 원장이 시장주의자이며 그의 시장 모델은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이 주장하는 '공정 국가모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강 교수 저서에 따르면 남 소장은 "기존의 진보가 추구하는 분배·형평성·안정성·연대도 중요하지만 보수가 지향하는 성장·효율성·역동성·경쟁 등도 매우 중요한 가치다"라며 "필자는 선택이 아니라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안 교수가 이명박인가 아닌가, 어느쪽 진영에 속한 사람인가를 따지기보다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안 원장에 대해 품는 오해는 '안철수 피로증후군'이다. 하지만 강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이는 오히려 언론과 지식인들만 느끼는 피로증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에 따른 언론보도를 살펴보자. 한국일보 5월 3일자 칼럼 <이런 불공정 게임이 어디있나>, 조선일보 5월 31일자 사설 <안철수, '대학 강연 정치'로 국가 지도자 될 수 없다>, 헤럴드경제 6월 1일자 사설 <안철수식 정치 선문답, 지나치게 길다>, 경향신문 같은 날 사설 <안철수, 논평 아닌 비전·철학 내놓을 때다> 등 출마선언이 늦어지는데 따른 비판 일색이다.
강 교수는 진보·보수 모두에게 이런 비판이 쏟아져 나오면 지지율이 떨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철수가 다치는 걸 염려하는 안철수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대선 출마 선언을 질질 끄는 것을 전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로 봤다. 정치권이 안 원장의 출마를 닦달하는 것도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의 배경에 유권자들의 기존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혐오가 있다는 점을 감안컨데, 유권자들은 안철수 때리기에 대해 '당신들에게 돌 던진 자격이 있는가, 내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발 심리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밖에도 '안철수는 빨갱이다', '안철수는 정치를 모른다', '안철수의 킹메이커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안철수는 밑바닥에서부터 성공을 이룬 스토리가  없다'는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중 눈여겨 볼 점은 킹메이커에 관한 논란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씨는 한 방송에서 "만일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굉장히 걱정스럽다"며 "킹메이커들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예를 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때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의 대표적인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하지만 안 원장은 "저는 그 분이 제 멘토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시는 분은 한 300명 정도 되고 또 저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김제동 씨나 김여진 씨도 제게 멘토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흔들릴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대선 때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김대중 죽이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정치권을 떠난 김 전 대통령에게 정계 복귀 수순의 자연스럽게 밝게 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김대중 대통령론'의 당위성과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에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책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을 냈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많은 지지자들을 양산하고 '노무현 돌풍'을 만들어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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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042103385&code=990304
[기고]20세기 정당론과 21세기 현실의 충돌 (경향, 안병진 | 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학, 2012-07-04 21:03:38)
지난 6월19일 있었던 최장집 교수의 국회 민생포럼 강연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난 무척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비효율적인 집단지도체제의 문제 등 적절한 지적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20세기 낡은 대중정당 모델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매우 복고적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최장집 교수가 정당정부론이라 부르는 이 모델은 노동자 계급 등 이해관계자에 뿌리내린 바탕 위에 일관된 강령과 규율을 추구하는 당원과 정당 활동가들이 지배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의 정치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진민 교수 등이 이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대중정당 모델을 폐기하고 21세기 모바일 사회에 조응하는 개방적인 유권자 지지층 중심의 정당 모델을 제기해온 것이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비슷한 취지에서 나는 최근 ‘동향과 전망’ 학술지에서 시민 개입주의 시대에 조응하는 시민 네트워크 정당론으로 이론화하였다. 한국 진보정당의 롤 모델 중 하나인 프랑스 사회당도 좀 더 시민에게 개방성을 강화하면서 최근 집권에 성공한 바 있다.
물론 정당 실패를 극복하고자 하는 석학의 수십 년간의 이론적 고투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핵심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이다. 광범위한 시민의 개입성을 증가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적 계급 기반의 정당 엘리트 모델을 다시 시도하자는 것은 정당을 영원히 협소한 틀에 가두고 부단한 실패를 반복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과거 닫힌 엘리트 모델의 삼성과 보다 개방적 플랫폼의 애플 중 누가 더 강했는가를 생각하면 답은 자명하다.
그가 강연에서 강한 어조로 모바일에 친숙한 그룹의 이념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기이하다. 왜냐하면 바로 그가 꿈꾸는 노동자 계급 기반의 대중정당이야말로 그가 경계하는 이념적 경직성의 정당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노무현과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 진영 대신 권영길을 지지하는 층으로 정당의 기반을 바꾸면 이 경직성이 해결되는 걸까? 그의 경계심과 정반대로 모바일에 친숙한 청년세대와 자유주의 성향의 유권자층 결핍이야말로 오히려 민주당 위기의 핵심이자 집권을 위해 사활을 걸고 구애해야 할 대상이다. 물론 미국의 무브온과 민주당 관계처럼 전투적인 자유주의 그룹과는 상호 간에 적절한 긴장과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최 교수의 사회경제적 뿌리에 근거한 정당의 꿈을 가장 잘 달성하는 방법도 모바일 정당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이 노동자 진영에 지금처럼 신경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 왜냐하면 이제 한국노총 등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수만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모바일 정당을 그저 단순 여론조사 만능주의로 오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미디어 엘리트와 여론조사가 지배하고 시민이 관객으로 전락하는 청중 민주주의 시대는 그가 주장하는 당 활동가 지배 시대로의 퇴행이 아니라 시민의 능동적 개입주의 시대로 극복해야 한다. 눈을 들어 세계를 보면 오늘날 앞서가는 정치세력들은 모바일 등 21세기 기제를 오프라인과 결합하여 지지자들과의 심층적 정책과 전략 토의의 실질적 민주주의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이 잠재력을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정당 활동가와 전문가가 강령을 만드는 20세기 방식에 익숙한 이들을 우리는 엘리트 보수주의자라 부른다.
지금 민주당에 꼭 필요한 것은 당 외부의 광범위한 시민 지지자들에게 꿈과 매력을 보여주며 이들을 결집할 애플식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주도하는 자가 몇 달 후 대통령이 될 것이며 반면에 이에 실패하면 퇴행적인 한국식 닉슨 정부가 탄생할 것이다. 이제 20세기 모든 낡은 교과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21세기 교과서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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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레이코프의 『폴리티컬 마인드』 서평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817141119
'박근혜' '박근혜' 떠들면 '박근혜 대통령'! (프레시안, 한승동 <한겨레> 기자, 2012-08-17 오후 6:33:01)
[프레시안 books] 조지 레이코프의 <폴리티컬 마인드>
민주당은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무엇 때문에 그들은 분열하는가? 보수는 왜 자신의 개념을 훨씬 더 잘 전달하는가? 왜 민주당은 2006년 의회를 장악한 이래 더 많은 성공을 거둘 수 없었는가? 가난한 보수주의자는 왜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대중은 지구 온난화가 실재한다고 인식하면서도 왜 그것에 훨씬 더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지 않는가? 민주당 후보는 왜 공화당의 후보와 달리 상세한 프로그램 목록을 들고 나오는가?
2006년에 번역 출간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유나영 옮김, 삼인 펴냄)로 우리에게도 꽤나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언어학과 교수 조지 레이코프. 2008년에 출간한 <폴리티컬 마인드>(나익주 옮김, 한울 펴냄)에서 그는 강연을 하러 미국 전역을 돌아다닐 때 이런 질문을 계속 받았다고 얘기한다.
레이코프가 받은 질문들에서 미국 민주당을 한국 민주통합당이나 민주 진보 세력으로 바꿔 읽어도 별로 어색할 게 없겠다. 왜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가? 늘 그런 건 아니고 이기기도 하지만, 왜 더 자주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특히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권 등장 이후에.
<폴리티컬 마인드>를 읽다가 공자의 '정명(正名)' 얘기를 떠올렸다. 정명, 즉 '이름을 바로잡는다' 또는 '이름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의 21세기 버전이 <폴리티컬 마인드>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인지 과학(신경 과학, 신경 계산, 인지 언어학, 인지 발달 심리학 등)의 성과를 활용해 그 근거를 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는 점이 다를 뿐.
<폴리티컬 마인드>는 주장한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아니 민주당의 가치가 실현되는 쪽으로 세상을 바꾸려면 사물이나 사상의 언어적 표현 이면의 실재(본성)를 드러내고 그에 합당한 이름을 붙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18세기 이래의 계몽(구계몽)주의적 이성과 합리, 논리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 왜냐? 21세기 인지 과학의 성과를 동원해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게 <폴리티컬 마인드>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의 하나다.
레이코프는 구계몽주의적 이성과 합리보다는 감정과 은유와 영상과 상징 등에 의해 구조화되는 사고의 21세기 신계몽주의적 프레임(생각의 틀)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이 프레임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주입)되는 언어(낱말)의 자극에 호응하는 뇌 속의 신경 회로망의 증가와 활성화가 사고 패턴을 지배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인간의 사고는 98퍼센트가 무의식적, 반사적으로 이뤄진단다.
이처럼 우리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 무의식적, 반사적으로 이뤄지는 사고 과정에 대한 인지 과학적 이해 없이는 민주당이, 민주 진보 세력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게 레이코프 주장의 핵심이다. 한글판 부제를 "21세기 정치는 왜 이성과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없을까?"로 붙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 전에, 프레임이란 게 무엇인가?
레이코프는 학생들에게 틀 의미론(frame semantics)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예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과제를 화두처럼 제시한다고 했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이 과제의 핵심은 그 명제를 과제로 삼는 순간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낱말은 프레임의 관점에서 정의되며, 낱말의 사용은 그러한 프레임을 부정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치에서 사람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만일 당신이 상대방의 프레임을 사용한다면, 심지어는 그 프레임을 부정하거나 반증한다 하더라도, 당신은 상대방을 돕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대중의 마음속에서 프레임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그들의 프레임은 다시 그들의 세계관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등의 레이코프 전작들을 읽은 사람들에겐 새삼스러울 게 없을 것이다. 레이코프의 얘기를 좀 더 들어 보자.
"보수주의 토크쇼의 함정은 보수적인 주최자가 질문을 하고 보수적인 방식으로 프레임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세금 구제(tax relief)를 지지하는가?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가? 아니면 황급히 도망쳐야 하는가? 당신은 자유 무역을 선호하는가? 아니면 보호주의를 선호하는가? 우리 학교와 교사에게 학생을 가르쳐야 할 책무성을 부과해야 하는가? 만일 당신이 이 질문을 수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프레임에 들어가 있으며 당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는 세계관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 프레임을 그들의 세계관이 아니라 당신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프레임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먼저 그들의 세계관이 무엇인지, 당신의 세계관은 무엇인지, 그리고 반응을 어떻게 프레임에 넣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으로 대답하는 방법이 아니라, 그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을 프레임 만들기와 서사를 통해 유의미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논어> '자로'편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자로가 공자께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하면 무슨 일부터 하시겠습니까?"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
"역시 그러시군요. 선생님은 답답하십니다. 하필 이름을 바로잡으십니까?"
"너는 너무 모른다! 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것은 가만히 있는 법이다. 만약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주장(말)이 정연하지 않고, 주장이 정연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성취되지 않고, 일이 성취되지 않으면 예악이 흥성하지 않고, 예약이 흥성하지 않으면 형벌 적용이 올바르지 않다. 형벌 적용이 올바르지 않으면, 백성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이름을 붙였으면 반드시 주장할 수 있어야 하고, 주장했으면 반드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군자는 자기주장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논어집주>(박성규 역주, 소나무출판사 펴냄)

"보수주의 토크쇼의 함정은 보수적인 주최자가 질문을 하고 보수적인 방식으로 프레임을 설정한다는 것"이라는 레이코프의 얘기를 공자 어법으로 바꾸면 그건 잘못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그 프레임이 진실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이 바르지 않다"는 얘기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고 한 공자의 얘기는 "프레임을 그들의 세계관이 아니라 당신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프레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레이코프의 얘기와 상통한다. 공자는 결국, 세상사에 이름을 올바로 붙이지 못하면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그런 세상을 구하려면 먼저 이름을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얘기했고 레이코프 얘기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박근혜 대세론' 또는 '박근혜 현상'도 정명(正名) 부재 현상의 하나일 수 있다. 박근혜 현상은 프레임의 승리다. 박근혜 현상의 근저에는 한국 현대사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양분한 흑백논리가 깔려 있다. 산업화-민주화 프레임은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가 이룩한 성과를 상대화, 극소화하고 독재, 친일(사대), 반통일, 소수 특권이 버무려진 반민주 세력을 민주화 혁명의 해일 속에서 구출해냈다. 구출해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민주 세력을 위기에 빠뜨리고 자신들이 주인 자리를 차지하는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해냈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분리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산업의 고도성장이 냉전과 미·일 반공 동맹 체제 및 경제 블록 편입 등의 외부 요인들은 차치하고라도, 그들 소수 특권, 지배 세력 덕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전태일 분신과 김진숙 크레인 고공 농성이 상징하듯, 공장을 돌리고 농사를 지어 양식을 마련하고 수출을 늘린 것은 그들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살인적 저임금과 비열하고 참혹했던 노동 조건 등 그들의 전횡에 저항하며 싸운 사람들과 그 자식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산업화의 지도를 그리고 지휘한 세력의 공과를 무시해도 된다는 얘긴 아니다. 문제는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민중의 저항으로 위기에 몰린 반민주 전횡의 주역들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분리해서 등치시키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산업화를 자신들의 전매특허로 독점하면서, 그것을 민주화에 대응하는 등가적 가치로 양립시켰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산업화의 주역 자리를 배타적으로 독점하면서 위기에서 살아남았고 민주화는 그와 대결하거나 길항하는 그저 또 다른 세력의 또 하나의 가치로 전락했다.
산업화-민주화라는, 옛 장기 독재 체제 수혜자들이 설정한 프레임 속에서, 예컨대 박정희가 경제 개발의 주역이냐 아니냐, 우리가 박정희 덕에 잘 살게 됐냐 아니냐,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아니다 따위의 논란은, 레이코프가 지적했듯이 결과적으로 프레임 설정자들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이다. 그럴수록 박정희 향수·신화, 레이코프 식으로 얘기하면 박정희 프레임을 활성화하는 뇌 신경 회로망을 반사적으로 자극, 증폭시키고 그것은 박근혜 신화 강화로 이어진다.
그 프레임을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프레임을 활성화하는 것이며 그 활성화는 대중들의 뇌 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다른 무수한 연관된 프레임들을 연쇄적으로 가동시켜 프레임 설정자가 주장하는 세계관 전체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산업화-민주화 프레임은 산업화, 그 주역, 박정희, 그가 선도했다는 포항제철, 고속도로, 독일 파견 광부·간호사 신화, 농부들과의 막걸리 대작, 지독하게 가난했던 농촌 소년 등의 선견지명과 소탈·소박·검약 이미지와 얽힌 기존 신경 회로망들을 자극한다. 나아가 만주 군관학교, 관동군, 친일의 부정적 기억까지 '영웅 서사'와 '구원 서사' '가난뱅이에서 부자로' 서사와 은유와 연결되면서 희석되고 오히려 영웅 탄생을 위한 통과 의례적 긍정 모드로 뒤바뀌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북의 실패와 남의 경제적 성공, 처참했던 전쟁 체험과 극심한 반공주의 풍토가 그런 자의적 프레임 설정을 뒷받침한 토양이 됐다. 그와 반비례로 민주화와 민주화 세력은 그들의 성공과 구원 서사, 영웅 서사를 무너뜨리려는 반대자, 훼방꾼, 적으로 간주되는 프레임에 갇히기에 이르렀다. 민주화 세력=반미 친북·종북 좌파라는 허구가 사실로 통용되는 현실은 그 잘못된 프레임, 잘못 붙인 이름이 세상을 얼마나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마침내 황폐화할지 하나의 전형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도 공화당 우파가 민주당보다 프레임 구사에 훨씬 더 유능했다고 레이코프는 얘기한다. 잘못된 프레임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름을 바로잡으려면, 그 프레임을 거부하거나 자신의 프레임을 내세워야 한다.
레이코프는 2007년 7월 2일 CNN이 중계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중립을 가장한 보수파 토론 진행자 울프 블리처가 설정한 프레임을 오바마 후보가 거부한 장면을 "최근 정치 관련 텔레비전의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영어가 미국의 공식 언어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면, 손을 들어주시오"라는 블리처의 요구에 당시 오바마는 "(그것은) 우리를 분열시킬 의도로 제기하는 질문"이라 받아치면서 "쟁점은 미래의 이민자 세대가 영어를 배우려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합법적이고 양식 있는 이민 정책을 내어 놓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논점을 바꿔 자신의 주장을 폈다.
인종주의적 애국자가 될 거냐 매국노가 될 거냐, 그리하여 어느 쪽을 택하든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양자택일 식의 프레임을 오바마가 거부했을 때 레이코프는 "거실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고 썼다. 그렇게 보수파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았던 덕택인지 2008년 선거에서 오바마는 승리했다. <폴리티컬 마인드>는 2008년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탈고한 책이다.
레이코프는 보건의료 문제도 그것이 '건강 보험' 프레임 속에 들어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보험 프레임을 통해서 볼 것이고 해당 정책도 보험 프레임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되면 보건의료가 이익금과 관리 비용, 보험료, 보험계리사, 외부 발주, 의료 보장 기준,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의료 보장 거부 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업'이 되고 돈 없는 사람들 다수가 거기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반면에 보건의료를 식품 안전이나 경찰의 보호, 화재로부터의 보호 차원의 '보호' 프레임으로 보게 되면 그것은 정부의 도덕적 임무가 되고 정부는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공적 자금 투입 등의 공공적 역량 강화에 나서게 된다.
레이코프에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 군인의 역할을 대행하면서 군인 이상의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 블랙워터 같은 민간 용역 업체 육성, 의약품 임상 시험 검열 기능을 극소화하면서 그 기능을 사기업에 넘겨주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변질, 국민의 건강 관리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의료 보험 회사들에 맡기는 의료 민영화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것을 시장 자유와 효율성 강화가 아니라 결국은 "평범한 납세자한테서 부유한 투자가에게로 부를 이전하는 수단"으로 보는 '사영화(privateering)' 프레임에 집어넣는다. 제대로 된 이름 붙여주기다.
처음엔 알카에다 조직과 대량 살상 무기 제거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가 나중에 그게 거짓임이 드러나자 이라크 민주화 등의 인도적 이유를 들이댄 이라크·아프간 침공도 결국은 석유, 특히 거대 석유 기업들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그 때문에 수천억 달러의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제대로 된 이름 붙여주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파한다. 우선 사실, 이면의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 바탕 위에 제대로 된 이름 붙여주기, 프레임 설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세금 구제 문제도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프레임에 따르면, 세금은 무거운 짐이고, 세금 부과자는 악당, 세금을 없애는 자가 영웅이 된다. 말하자면 부시라는 영웅이 기업과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 가정이라는 희생자를 큰 정부라는 악당으로부터 구원하는 서사 구조가 짜이고 그것은 우익의 양극화 경제 정책과 군사주의적 외교 정책을 정당화하고 촉진한다.
만일 이 프레임을 열심히 일하면서 세금 잘 내는 미국인 가정이 희생자고, 가능한 한 세금 내기를 회피하며 세금으로 구축된 사회 인프라 덕에 떼돈을 버는 거대 기업과 그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악당이며, 공적 자금 지원 프로그램 등 공공복지가 영웅이 되는 쪽으로 짜면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감정 이입과 보호, 책임감, 역량(사회적 인프라) 강화, 평화를 촉진하게 된다. 이 대비는 레이코프가 자주 동원하는 보수주의적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과 진보주의적 '자애로운 부모 가정 모형' 대비와도 조응한다.
표상 뒤의 진실 바로 알기와 이를 토대로 한 바르게 이름 붙이기(正名). 여기에 빠뜨려선 안 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폴리티컬 마인드>가 가장 주목한 요소, 그것은 진실 바로 알기가 프레임 전환과 세상 바꾸기로 자동 연결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18세기 구계몽주의적 이성관이 옳다면 더 정확하고 더 많은 정보·사실을 알게 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더 올바른 판단을 하고 올바른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로 구계몽적 이성관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라고 인지 과학자 레이코프는 얘기한다.
18세기 구계몽적 이성관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이성적 존재다. 말하자면, 그 이성은 의식적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동일한 보편적 이성이다. 또 감각이나 지각 행위 등과는 무관하게 탈신체화되어 있다. 이성은 또한 논리적이며 감정으로부터 자유롭다. 비감정적이다. 이성은 내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치 중립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목적과 이익에 충실하다. 그것은 또 객관적인 세계 및 그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축자적 이성이다. 따라서 좀 더 정확하고 더 많은 정보·사실을 알게 되면, 그런 이성의 소유자인 사람들은 '합리적 행위자 모델'대로 자신과 세상의 이익에 두루 합치하는 대로 판단하고 행동하게 된다. "사실이 스스로 말할 것이므로" 굳이 사실을 의도된 프레임에 집어넣을 필요도 없고 집어넣어 봤자 바뀔 것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레이코프의 인지 과학에 따르면, 우리의 이성은 대부분 무의식적이고, 신체화돼 있으며, 감정적이고, 공감적이며, 은유적이고, 부분적으로만 보편적이다. 이게 21세기 신계몽주의적 이성이다.
"신계몽은 이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실제 이성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신체화된 이성으로서, 실제 이성은 우리의 몸과 뇌와 실제 세계 내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되고, 감정을 담고 있으며, 프레임과 은유와 영상과 상징에 의해 구조화된다. 또한 실제 이성에서는 의식적 사고가 의식이 접근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방대한 영역의 신경 회로에 의해 형성된다."
'실제 이성'이란 말이 다소 모호하지만, 18세기 계몽주의적 이성이 아니라 21세기 인지 과학이 밝혀낸, 현실에서 작동하는 실제에 가까운 이성이나 사고 메커니즘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것은 결국 뇌 속의 신경 회로망 작동에 의해 좌우되는데, 그 작동의 98퍼센트는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며, 의식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통제할 수도 없다.
결국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면 생각에 대한 의식적인 통제가 아니라(그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뇌 속의 신경 회로망을 바꿔야 한다. 21세기 인지 과학은 어떤 낱말을 어떤 맥락(프레임)에서 사용할 때 뇌 속의 특정 신경 회로망들이 증폭되고 활성화되는지, 관련 뉴런과 시냅스의 수상돌기와 수용체와 신경 전달 물질들이 늘어나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레이코프는 얘기한다.
말하자면 사람들의 정치적 의식을 민주당 지지와 민주당 후보에 대한 투표 쪽으로 바꾸려면 민주당 선호 쪽으로 활성화되는 신경 회로망들을 늘리고 그들을 자극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내야 한다. 바로 프레임 설정을 제대로 하고 그 프레임을 활성화하는 낱말(말)들을 사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화당 우파와 같이) 구원 서사나 영웅 서사, '가난뱅이에서 부자로'처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정적이고 은유적이며 상징적인 21세기 신계몽적 서사들을 동원해야 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말을 하라. 다시 또 말하라, 계속 그 말을 하라. 힘차게 말하라. 생기 있게 말하라. 한 목소리로 말하라. 어디에서나 말하라. 많은 진보주의자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출연해 그 말을 계속하라."
이름을 제대로 붙여준 뒤 그에 걸맞은 말을 골라서 쓰게 하라. 그런 말을 중복적으로, 누적적으로 많이 하면 할수록 관련 신경 회로망은 더욱 늘어나고 더욱 활성화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레이코프가 보기에는 그런 일을 잘 해온 쪽은 민주 진보 쪽이 아니라 보수 우파 쪽이다. 보수 우파는 이미 오래전부터 18세기 계몽주의적 이성과 합리의 한계를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프레임 전쟁을 선도해 왔으며, 그 전쟁에 필수불가결한 언론 미디어와 여론 선도 지식인들을 장악해 자신들이 설정한 프레임을 활성화하는 말을 하고 또 하게 하고 끊임없이 줄기차게 얘기하게 했다. 공화당이 벌인 문화 전쟁의 실체가 그것이며, 그 덕에 공화당은 선거에서 더 많이 이겼다.
연말 대선에서 여론 시장의 70~80퍼센트를 흔드는 보수 매체들을 장악한 쪽이 유리할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 판에 프레임부터 먹히고 들어간다면? 정책이나 민심, 대내외 정세보다 말과 사고, 의식의 전환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듯한 레이코프식 분석에 일말의 회의가 없지 않으나, 분명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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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41452.html
프레임전쟁 시즌2, 선거 진짜 전쟁터는 ‘뇌’ (한겨레, 노형석 기자, 2012.07.06 20:18)
폴리티컬 마인드/조지 레이코프 지음, 나익주 옮김/한울아카데미·2만4000원.
지난 4·11, 14대 총선의 성적표 앞에서 많은 진보 쪽 사람들이 좌절하고 절망했다. 대통령 일가의 땅투기, 민간인 사찰, 측근들의 뇌물 릴레이, 방송파업 등 심판거리들이 산적했는데도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당색을 붉게 바꾸고 밥그릇 모양으로 당 로고를 바꾸고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를 구호로 내건 여당에 야당은 과반수 일당을 헌납했다. 공천 실패, 정책 부재 때문이라고?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낀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세계적인 인지언어학자이자 미국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인 조지 레이코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석좌교수가 이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까. “유권자 자신들도 모르는 마음, 뇌를 장악하지 못한 거야!”
그의 책 <폴리티컬 마인드>는 미국에서도 고민거리인 진보세력의 무기력화 현상을, 이른바 ‘마음학문’이라는 뇌과학·인지신경학 이론들을 바탕에 두고 고찰한다. 지은이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마음’을 지배하기 위한 여론 싸움에서 보수세력들이 판판이 의제를 선점하며 승리하는 데 반해, 진보세력은 유권자들 뇌구조의 2% 정도에 불과한 의식적 이성, 이른바 계몽적 이성의 힘만 믿다가 낭패를 보며 여론 주도권을 빼앗겨왔다고 질타한다. 그래서 이 책은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철저히 사람들의 뇌구조, 마음 얼개를 보고 성찰하는 쪽으로 다 바꾸자고 촉구하는 일종의 격문 같은 책이기도 하다.
1980년대 이후 보수 공화당이 득세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처럼, 보수주의자들은 뇌를 싸움터로 삼은 문화전쟁에서 진보진영을 마구 두들겨 팼다. ‘테러와의 전쟁’, 정부기구 사영화 등 보수수구세력의 권위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세계관에 맞춰 미국인들의 정신적 구조를 뜯어고치려는 전쟁이 금력과 미디어를 업고 전개됐다. 그 결과 사회 양극화와 약자들에 대한 외면이 갈수록 심화되는 등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데도, 진보세력의 본산 민주당은 애국 전쟁 트라우마에 걸려 별다른 제동도 걸지 못했다. 그들은 의식 층위 아래서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정치와 직결된다는 점을 간파하지 못했다. 공화당 실정의 진실만 제대로 알리면 유권자들이 잘 판단할 것이란 착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뇌구조를 바꾸어야 정치가 산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지은이는 인지언어학·뇌과학의 학문적 분석틀을 동원한다. 뇌에서 작동하는 무의식적인 정치적 선입관이 다양한 은유적 서사나 프레임을 통해 더욱 굳어지는 메커니즘, 그리고 이런 구도 아래 미국 보수 매파의 유권자 세뇌 전략이 이라크 전쟁,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철되었는지를 여러 일례 등을 통해 드러낸다. 특히 그는 공포심과 애국심을 조장해온 미국 보수파들의 프레임 전략을 인지과학적으로 해부하는 데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예컨대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 대량살상무기 은닉을 전쟁 명분으로 제시했다가 거짓이 탄로나자, 사담 후세인의 악정에 시달리는 이라크 민중들을 해방하고 민주주의를 심기 위한 구원의 서사로 프레임을 교묘하게 바꾸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무력하기만 했다. 애초 전쟁 비용 삭감 캠페인을 구상했지만, 구원자 서사에 기대어 강대한 미국, 전쟁 총사령관인 부시 대통령의 가부장 이미지를 유권자 뇌리에 말펀치로 각인시킨 보수세력의 노회한 술수에 말려든 것이다. 뒤늦었지만 진보세력이 반보수의 프레임을 짜고, 감정이입(교감)과 책임, 봉사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가치를 체화시킨 말의 정치를 집중 활용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레이코프는 강조한다.
인간 이성에 대한 성찰에서 길어올린 그의 정치적 마음 이론은 뇌를 바꾸는 민주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 통합진보당 부정 선거 논란에 갖다붙인 보수언론의 종북 프레임이 한국 정치를 뒤로 끌고 가는 현실과도 맞아떨어져 기묘한 쾌감까지 느끼게 한다.

 


 

좌파는 프레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 (참세상, 이득재(진보전략회의) 2011.06.02 21:07)
[진보논평] 대중들의 가슴을 울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말한 프레임 전쟁처럼 좌파는 프레임 전쟁에서 계속 밀린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새로 선출된 한나라 당 지도부가 반값 등록금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집회를 벌이고 청와대로 진출하려고 하던 대학생 몇 명이 연행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보궐 선거에서 패배했고 내년 총선 대선도 있고 하니 포퓰리즘으로라도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반값 등록금 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리 없다. 이미 성적이나 가정 형편 등을 기준으로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반값 등록금 정책이 왜곡되어 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반값 등록금 정책 이전에 재단의 전입금 문제 먼저 해결하라고 호통을 쳤다. 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보고 신축 공사 등으로 돈을 재단으로 빼돌리고 있는 이미 다 알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대학 총장들은 반값 등록금 문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36조원 이상을 자랑하는 한국 대학들의 자산 규모는 어디가고 반값 등록금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문제가 왜곡 변형되어 가겠지만 한나라당이 내건 프레임은 진보 세력들이 내건 프레임보다 월등한 것처럼 보인다.
프레임은 결국 언어로 표현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핵 문제도 고엽제 문제도 아니다. 땅 문제, 아파트 문제, 등록금 문제, 청년 실업 문제가 중요하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처럼 당장 돈을 떼인 고객들의 고통이 문제다. 그런데도 진보 세력들은 당을 둘러싸고 합종연횡에만 목을 매단다. 일반 대중들은 지금 이 곳에서 당하고 있는 고통의 바다에서 프레임을 길어오지 않는다. 지금 진보의 대합창 같은 압력단체 결성이 중요한 사안일까.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 과연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길일까.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합치기로 합의했다. 수업 시간에 앞으로 졸업생 두 명 중 한 명은 백수가 된다라는 다음 포털의 한 줄 메시지를 전달하자 ‘무섭다’라고 반응하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정파들의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좌파는 왜 반자본주의를 대표하는 프레임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까? 기본소득이라고 말해봐야 일반 대중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진보신당의 현수막에 적힌 대로 최저임금 천 원 더 올리자고 해 봐야 일반 대중들은 백수나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이 더 무섭다. 과연 좌파는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운동을 하고 정책을 개발하는가? 너의 입장에서 너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입장에서 너를 바라다보는 것은 아닐까?
좌파의 정책이 일반 대중들로부터 공포를 걷어가게 해준다는 확신이 일반 대중들의 뇌리에 보편적으로 각인되지 않는 한 좌파의 대중운동은 불가능하다. 개념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가슴을 울리는 정책들이 일정한 프레임 안에서 언어로 표출되어야 한다. 좌파적인 프레임의 언어가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핫팬츠와 7부 바지의 유행처럼 가공되어 전파되지 않는다면 개념에 의한 계몽으로는 일반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무상급식 논의는 개념을 통해 가동된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 부모들의 지나친(?) 자식 사랑이 무상급식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아닐까? 이념에서 떨어져 나온 개념으로는 프레임 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고 그 전쟁에서 이길 수도 없다. 현실에서 추상된 개념으로는 지배세력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하고 만다.
인간은 자기와 종적으로 유사한 생명체의 죽음에는 공감하지만 그렇지 못한 생명체의 죽음에는 무감하다. 개구리가 차에 깔려 죽는 것에는 슬픔을 느끼지 못하지만 포유류 인간과 유사한 고양이나 개가 죽으면 슬픔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무덤을 만들어 묻어준다. 일반 대중에게 좌파는 개구리다. 일반 대중들에게 노동자는 개가 아니다. 자기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존재이거나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한국 사회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조작되었든 아니든 간에 ‘정’에 약한 곳이다. 일반 대중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은 할 필요 없다. 모든 것이 자기에서 출발하는 것 아닌가. 나만 광우병 소고기 안 먹으면 된다. 일반 대중의 이기주의는 여기까지 간다. 좌파가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프레임을 개발해야 한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등 시민사회운동을 비판하고 거기에 기본소득, 사회연대소득을 들이대 봐도 무상급식 논의가 나올 때 좌파는 이미 프레임을 빼앗기지 않았는가? 한나라당에 프레임을 빼앗기고 시민사회운동에 프레임을 다 빼앗기고 나서 무슨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란 말인가?
현재 부상하는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 반값 등록금 등의 프레임은 내년 말까지 간다. 이미 늦었다. 언어는 계급투쟁의 장인데 좌파는 계급투쟁의 장에서 제도정당과 시민운동에 비해 프레임 설정이 늦었다. 6월 초는 최임 투쟁이 시작되는 날이다.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 자본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일반 대중이 알아듣지 못할 국민 임투라고 하면서 프레임 전쟁에서 탈선하고 계급투쟁도 회피한다. 박근혜가 부모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미래의 전망이 불확실한 것처럼 좌파는 프레임 설정에서 보여주는 것이 없다. 반자본 투쟁의 프레임과 제도정당과 시민운동이 제기하는 프레임이 섞일 수 없는 것이라면 계급투쟁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프레임 설정에서 기존 권력들을 앞질러야 한다. 좌파가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노동운동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미래에도 차이 없는 반복만 지속될 것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29765
"긍정의 언어로 도덕적 가치 세워야" '정치 프레임'의 무서운 비밀, 이겁니다 (오마이뉴스 안희경 기자, 12.05.09 09:53) 
[깨어나자 2012 : 석학을 만나다 3-①] 조지 레이코프 UC 버클리대 교수

지난 4월 27일, '프레임(frame)' 이론의 권위자인 조지 레이코프 UC 버클리대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를 만나기 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질문을 떠올렸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한국에서는 야권이 총선에 패배했고, 또 하나의 거대한 분기점인 대선이 올해에 있기에 그에게서 가져올 지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프레임을 말한다. 선거 전에도, 그 후에도 프레임은 자신의 날선 비판을 객관화하는 도구가 되었다. 투쟁 현장에 있는 이들은 그래서, 그만 '프레임'을 잊자고도 말한다. 프레임이란 단어로 현실을 옴짝 달싹 못하게 옥죄는 압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연 프레임은 무엇인가? 레이코프 교수와의 인터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했다. 선거 전술 평가라는 감각적 소재들이 무수함에도 원론에서 출발했다. 그래야 우리가 스스로의 현실을 타개하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 '프레임'이란 단어를 매일 보고 듣게 됩니다. 그래서, 혹 각자 자신들이 정의하는 프레임을 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프레임이 뭡니까?
"(프레임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프레임은 생각의 구조입니다. 우리 두뇌 속에 있는 물질적인 것으로, 뇌 속 신경회로가 프레임의 구조이며, 거기에는 프레임을 규정하는 다양한 언어 의미적 규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가면, 음식, 서비스, 웨이터, 계산서 등 한 묶음으로 짜여진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 구조가 프레임을 이룹니다. 야자수나 버스 등은 그 식당 프레임에 들어올 수 없죠. 프레임 속에는 특정한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언어 속에 있는 단어는 어떤 프레임의 범위 속에서 의미가 규정됩니다. 두뇌 속에는 물리적으로 경험이 만들어낸 수만 가지 프레임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이해한다는 것은 뇌 속에 있는 어떤 프레임 속으로 맞춰 들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프레임은 각각의 단어가 아니라, 단어가 활성화시키는 사고입니다."
- 그렇다면,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의해 사람들의 사고 패턴을 바꿔낼 수 있다는 건데요. 정치에 있어서 효과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프레임 활용은 어떤 방식입니까?
"정치에서 가장 상위의 프레임은 도덕성입니다.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의견들은 모두 '무엇인가 옳다'라는 자신의 도덕적 생각 속에서 나오죠. 그래서 모든 정치는 도덕적입니다. 정책은 그들의 도덕적 프레임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을 자신의 입장으로 끌어 오려면 가장 상위 프레임인 그 도덕적 프레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의 보수 정치리더들은 이를 잘 활용해요. 늘 자신들의 도덕적 가치가 옳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은 항상 정책을 설명하는데 집중합니다."
- 영어로 도덕성(Morality)이라고 표현하였는데, 한국에서는 자칫 정치인 개인의 도덕성을 연상하게 됩니다. 지난 선거에도 개인에 대한 자질 평가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지금 이야기 되는 도덕성은 정당성을 포함하는 일종의 가치 프레임이라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네. 사람들이 생각을 받아 들이는 근거는 98%가 무의식입니다. 의식적으로 논리를 따지고 취하는 경우는 오직 2%뿐입니다. 그런데, 소위 진보적인 사람들의 경우 사회 정의에 관심을 두면서 대학에서 정치나 사회과학 경제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거기서 이성적으로 타당할 때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배웁니다. 이는 잘못된 낡은 이론입니다. 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은 만들어진 프레임에 기반해서 생각한다고 설명합니다. 상징, 비유에 기반을 둔 인지적 기초요소의 작용으로 반응하죠. 그리고 공감을 이뤄내야만 상대와 결속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신경세포 체계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우리 몸이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정책에 앞서 '가치 프레임'으로 대응하라
- 지난 4월 11일 한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 세력이 이겼습니다. 많은 분석가들이 내 놓는 의견 중에는 야당이 유권자에게 정책 설명을 하지 못했고, 정책 생산도 제대로 이뤄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글쎄요. 정책을 설명한다고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정책을 제시한다 해도 먼저 도덕적 가치 프레임을 만들고 다가간 다음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 진영이 왜 옳고, 가치가 있는지 입장이 세워져야 해요. 정책은 그 프레임 안에서 설명되어야 하고,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레 그 가치가 '옳다'라는 의견이 이끌어져야 표를 얻습니다. 미국에서는 보수세력들이 이 점을 잘 활용합니다. 그들은 대학에서 경영을 공부했고, 마케팅 교수들은 생리학과 인지과학을 공부했기에 사람들이 진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압니다.
오바마의 경우 선거 기간 중에는 아주 잘했어요. 하지만 직무를 맡자마자, 가장 기대받는 정책을 들고 집중적으로 논쟁에 붙었습니다. 그때 보수주의자들은 가치를 가지고 응대했습니다. 의료보험 개혁입니다. 보수는 어느 누구도 정책에 대해서 공격하지 않았어요. '자녀를 보험에 올려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은 보험을 가질 자격이 없다'… 이런 말을 듣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은 도덕적 가치에 입각한 논쟁으로 프레임을 옮겨갔습니다. 자유와 생명을 이야기했죠. 살고 죽는 것을 결정하는 의학적 사망선고를 정부가 하려 든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정책은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오로지 개인의 삶에 정부가 들어오지 말라는 구호로 상대했습니다."
- 결국 국민의료 보험안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되었고, 2010년에는 의회를 보수들이 점령하게 되었구요. 한국의 경우는 지난해부터 '정권 심판'이라는 네거티브 프레임이 전면에 내세워졌습니다. 현 정권의 실정을 모두 인정할 것이라는 전제를 아래 진행되었지만 결국 패인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네거티브 캠페인의 성공 사례들도 학자들에 의해 거론되지 않습니까? 클린턴의 경우도 부시 정부의 실정에 대한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성공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 부정의 프레임이 유용하게 활성화 되는지요?
"결코, 네거티브는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클린턴도 네거티브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가 사용한 것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였어요. 우리에겐 살림을 펴줄 좋은 경제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희망을 주는 가치 프레임을 알렸죠.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제3의 후보가 나와 보수 표를 끌어갔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클린턴은 억양과 바디 랭귀지를 잘 사용했습니다. 공감을 보여주는 언어를 썼지요. '저는 당신의 고통을 느낍니다'라고 계속 이야기한 것이 승리의 이유입니다.
그럼 네거티브 프레임을 봅시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네거티브 광고가 있습니다. 가장 나쁜 종류는 그들의 언어를 써서 그들을 부정하는 겁니다. 끔찍한 발상입니다. 그들의 도덕적 가치를 활성화시키니까요. 사람들의 뇌에서 보수의 체계가 활성화됩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서 당신이 먼저 코끼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보수의 정책을 무력화시키자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 정책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어요. 그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동합니다. 왜냐면, 긍정성이 작동하지 않는 부정성은 없기 때문이죠."
긍정의 언어만이 상대를 제압한다
- 일단 그 정책에 관심을 준 다음에 반대할 것인지 의사를 결정하기에, 그들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거군요.
"그래서 긍정적인 것, 우리의 언어로 말해야 하는 것이고, 그럼 암암리에 무의식이 활성화되어 원래 지적하고 싶었던 부정성을 지적하게 됩니다. '우리 당은 정직합니다'라고 말하면, 상대는 정직하지 않다는 의미에요. 우리는 가장 긍정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저들이 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되받아 치면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 지난해 한국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촉발한 주민투표가 있습니다. 이슈는 무상급식 문제였습니다.
"이런! 그건 우파의 프레임이에요. 무상급식을 이야기하자마자 바로 우파를 돕게 됩니다."
- 복지의 관점을 차별적으로 접근한 것인데요. 우파의 선별급식 대신 좌파는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했습니다. 학생들의 자존심을 지키며 나눔의 평등을 제시하는 보편복지입니다. 이번 선거에 앞서 이와같이 가치를 흔드는 정치적 논쟁을 다시 부각시키자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그래도 잘못된 접근입니다. 무상급식이란 말을 쓰자 마자 사람들은 자식의 급식비는 부모가 내야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거기에는 무상급식이 없는 거에요. 이 사안의 핵심은 진보의 시각과 보수의 시각입니다. 두 개의 다른 도덕적 시스템이죠. 민주주의에 대한 진보의 시각은 '서로 보살피며, 책임있게 행동하고 사회적으로 함께하는 노력이 훌륭하다'는 윤리 시스템입니다. 정부는 모두를 평등하게 보호하고, 평등하게 권한을 주는 도덕적 과제를 갖게 되죠. 바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개념입니다
이 원칙 아래서 도로, 공립학교, 공중보건, 음식 공급의 안전을 살피는 시스템 등이 제공되고 산업의 기초가 됩니다. 그 위에서 개인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구요. 공적 시스템 없이 사적인 소유는 기능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자유주의 진보들이 놓치는 중대한 사안이에요. 만약에 그대 스스로 돈을 번다고 생각해봐요. 하수 처리장을 세우겠어요? 길을 닦겠습니까? 공군 조종사를 훈련시킵니까? 우리는 다 공공시설을 이용했습니다. 혼자 돈을 벌어낸 것이 아니기에 공익 시스템을 유지하는 책임이 있어요. 이것이 진보적인 생각이고 이 가치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야 합니다.
보수들은 이것을 거부하죠.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이다. 개인의 활동은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개인적 책임만 있지 사회적인 책임은 없다'고 합니다. 보수의 이런 사고를 저는 '엄격한 아버지 도덕'이라고 부릅니다. 가부장적 아버지는 선악을 구별하는 절대 권력입니다. 개인의 관심사를 추구하는 합법적 권리를 부여받아 부자가 되길 바라고 만약에 실패한다면, 이는 스스로 단련하지 못한 것이기에 가난해도 마땅하다고 하죠. 무상급식이 활성화되는 우파의 논리입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답은 공공성을 살려 말하는 거죠. '모든 학생의 적절한 학습효과를 위해서 학교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라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모든 이들이 민주주의 속에서 평등하게 된다는 정당한 도덕적 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바로 공익 추구의 정당성을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가 좌파의 과제입니다."
'영양 급식, 성장 급식'이라고 했다면,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건강권이 떠올려 졌을 테고, 그에 대한 차별적 접근이 시장논리에서 벗어나는 도덕적 가치 평가로 될 수 있었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보수'를 이길 수 있는 '진보'의 소통 전략은?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2010-12-20 오전 8:45:31)
[조지 레이코프의 제안] "말해지지 않은 15개의 진실들"
다음은 미국의 저명한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쓴 <말해지지 않은 진실들(Untellable Truths)'의 전문번역(원문보기)이다. 레이코프는 이 글에서 미국의 진보진영이 정치담론싸움에서 보수진영에게 지고 있다는 기존의 진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진보가 보수진영에 대항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소통의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레이코프 교수는 이 글에서 최근 보수당인 공화당과 '부자 감세 연장'에 합의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내 진보진영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등 궁지에 몰리고 있지만, 진보진영 역시 '프레임' 싸움에서 보수진영에 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이미 보수진영은 세금은 나쁜 것이라는 부정적인 것으로 의미를 변질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감세라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슬로건으로 이들과 싸우려드는 것은 오히려 보수진영의 프레임에 갇혀 그들을 도와주는 결과만 초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레이코프 교수는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의 프레임을 벗어나 독자적인 프레임과 독자적인 언어로 슬로건을 만들어서 보수진영에 대항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진보진영의 입장에서 보수진영에 대항할 수 있는 소통의 전략 11가지와 함께 대중들에게 어필해야 할 정치적 진실 15가지를 사례로 제시했다.
미국의 보수진영이 지난 30년간 집요한 노력끝에 대중의 정치적 담론을 장악했듯이 진보진영도 장기간의 계획과 노력끝에 진보진영의 언어로 정치담론을 탈환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한 나름의 대응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편집자>
 
모든 민주당원들은 성향과 관계없이 정책의 디테일에 빠져 보수 진영에 공공정책 담론을 넘겨주었다. 이와 함께 국가의 미래를 열어나갈 열쇠까지 넘겨주었다.
물질주의적 관점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합의한 감세 연장 방안에 대한 민주당의 진보진영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간의 차이점이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물론 그런 관점은 현실적이다. 누가 돈을 얼마나 많이 가져가고 우리 돈이 어떻게 쓰이느냐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과되는 게 있다. 물질적인 정책 현안에 대한 해답은 미국 시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즉, 이런 문제들이 시민들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정치적 지지 또는 지지의 부재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투표가 됐건 정치헌금이 됐건 또는 정치적 압력이 됐건.
어떤 정책이 제안되고 채택되는 것은 미국인들이 정책과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이런 이해는 소통에 달렸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든 그에 대한 진보파 비판자들이든 민주당원 모두가 바로 이 지점에서 패배하고 있다. 민주당은 유효한 소통을 보수 진영에 넘겼고, 보수진영은 자신들의 우월한 소통 능력을 한껏 이용하고 있다.
진보파 비판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오바마 대통령은 알아서 먼저 굴복해 왔다.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도 전에 항복하고, 그에 따라 민주당의 원칙들도 배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관점에서 보면 그 자신은 절대 굴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자신은 실용주의적 점진주의자(pragmatic incrementalist)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그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협상을 얻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진보파는 대통령의 행동을 다르게 보고 있다. 오바마는 자신이 믿는 바를 밀고 나갈 배짱이 없거나, 아니면 그의 행동이 그의 실제 신념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에게 표를 주었던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진보파가 제기하는 경제정책에 관한 주장은 건전한 상식에 부합한다. 부자 감세를 지속하는 것은 상당한 경기부양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며, 재정적자를 크게 늘리고, 경제 전망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진보파의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부자 감세는 공정하지 않다. 이미 심각하게 벌어진 경제적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한편 실용적 점진주의에 입각한 오바마대통령의 주장도 자신의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이다. (공화당과의 협상에 의해) 지금 당장 부자보다는 서민과 중산층에 더 많은 돈이 가도록 했고, 서민과 중산층은 지금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을 얻으려 하며(실용주의), 차후에 추가적인 조치들이 가능하다(점진주의)는 것이다.
이상에서 말한 것들이 현재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물질주의적 주장들이다. 나는 양쪽 모두에게서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결정요인(causal factor)으로 프레임(논의의 틀)을 옮기고 싶다. 바로 미국인들이 이해하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소통의 역할이다.
상대방 도와주기
뇌의 작용기전과 언어의 정치적 효과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사물을 좀 다르게 본다. 내 관점에서 보면 양쪽은(오마바든, 오바마에 대한 진보파 비판자들이든) 모두 미리 항복해버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중요한 소통을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우선 "부자 감세 절대 반대"라는 슬로건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반복해서 강조해왔듯,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는 것은 듣는 사람들의 뇌에 그 프레임을 각인시킨다. 크리스틴 오도넬(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로 지명돼 돌풍을 일으킴. 편집자)이 "나는 마녀가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나 닉슨이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고 말했을 때처럼 말이다. '부자 감세 절대 반대'를 외치면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이 각인된다.
'부자'라는 프레임도 각인된다. TV 쇼 <부자가 되고 싶은 당신> 또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그리고 <부자와 결혼하는 법> 등을 생각해보라.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부자가 된다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 다음에 '세금'을 살펴보자. 진보진영에서 세금은 미국인 전체에게 필요한 일을 정부가 하기 위한 수입이다. 실업수당, 사회보장, 건강보험, 교육, 식품안전, 환경개선, 기반시설과 수리 등에 쓰이는 돈이다.
하지만 지난 30년에 걸친 반복된 세뇌로 보수진영은 '세금'이라는 단어를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그 의미를 바꾸어 인식하게 만들었다. '세금'이라는 것은 "정부가 돈을 번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빼내어, 돈을 벌지 않고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기 위한 수입'이라고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세금 부담 경감'이라는 말은, 과세는 고쳐야할 악행이며 '감세'는 대체로 좋은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래서 보수진영은 "세금 인상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슬로건은 세금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을 강화한다. 하지만 "부자 감세 절대 반대"라는 진보진영의 슬로건도 세금에 대한 보수진영의 관점을 강화시킨다!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보수진영은 우월한 여론 형성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홍보조직과 시설을 갖춘 수십개의 싱크탱크, 프레이밍 전문가, 교육시설,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논객, 언론과 시민단체들과 논객들을 연결시켜주는 중개인, <폭스뉴스>같은 매체, 수많은 토크쇼라디오 등을 들 수 있다. 수용자들은 "세금 인상은 있을 수 없다"는 보수진영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듣게 된다.
진보진영에는 보수진영에 견줄 만한 여론 형성 장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장치가 있다고 해도 민주당은 비효율적으로, 또는 보수진영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사용하게 될지 모른다. 왜?
언어, 뇌, 그리고 정치
민주당의 정치 지도자들은 대학 시절 정치학, 경제학, 법학, 공공정책학 같은 과목을 전공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분야의 학문은 인간의 이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오류가 있는 이론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이성을 계몽적 이성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성은 의식적이며, 세상을 직접 인식할 수 있고, 논리적이고(수학적 논리라는 의미에서), 감정은 이성을 방해할 뿐이고, 이성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작용하며, 언어는 중립적이고 세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뇌과학과 인지과학은 이런 이론적 가정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성은 물질에 기반을 둔 것으로 세상을 직접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뇌와 신체를 통해서만 세상을 인식한다. 이성은 프레임과 개념적인 은유(신체에 형성된 신경회로들)들을 사용한다. 이성의 작용에는 감정이 필요하며, 이성은 이기적인 목적뿐 아니라 감정적인 연결과 도덕적 가치도 추구한다. 그리고 언어는 외부세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인식의 틀에 맞춰지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마케팅 활동에 노련한 솜씨를 보이는 보수진영은 민주당보다 사람들의 생각이 실제로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알고 있다. 마케팅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뇌와 언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최근의 지식을 습득하는 경향이 있다.
보수진영은 지난 30년에 걸쳐 여론 형성을 위한 효과적인 조직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미국인들의 뇌를 변화시킨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했다. 물론 민주당도 진실하고 사실에 입각한 주장을 통해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이성의 실체와 언어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복잡한 문제
나는 종종 사람들로부터 '상황을 내일 당장 바꿀 수 있는 슬로건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물론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슬로건은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처럼 빨리 변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할 일과 명심할 것들이 많이 있다. 간단한 목록을 제시한다.
-소통은 장기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미 대중적 담론으로 통용되는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것은 공직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고방식과 대화법을 포함해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정치는 도덕적이다. 정책이 제시된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책이 담고 있는 도덕적 가치를 항상 분명하게 해야 한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도덕적 개념이 서로 다르다.
-민주당은 몇 가지 도덕 원칙으로 뭉치고, 이것을 표현할 효과적인 언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 이런 원칙들을 미국 민주주의의 기반으로서 간결하게 표현한 바 있다. (1)공감-미국인들은 서로를 배려하자. (2)책임: 개인적, 사회적 책임 모두.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3) 향상심. 더 나은 가정, 공동체, 나라,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자신을 향상시켜야 한다. 정부는 특별한 임무를 지녔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도록 보호하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믿지 않는 민주당원들은 없을 것이다. 공개적으로 반복해서 이런 원칙들을 말해야 한다.
-지도자들은 전면에 나와 운동(movement)을 이끌어야 한다. 연대(coalition)가 아니라 운동(movement)을 해야 한다. 우리의 원칙은 간명하다. 정부 외곽에 있는 우리들은 단합된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특정 주제들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이 운동은 진보주의에 대한 것이지 환경주의, 사회정의, 노동, 교육, 건강, 평화 등 특정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들이 필요하다.
-유권자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중개념틀(bi-conceptual)"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사람들은 보수적 도덕체계와 진보적 도덕체계 모두를 갖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적용한다. 이런 사람들은 '무소속(independent)' '부동층 유권자(swing voters)', '온건파(moderates)', '중도파(the center)' 등으로 불린다.
이들이야말로 유권자 중 우리가 접근해야 할 가장 주요한 대상들이다. 진보와 보수, 두 종류의 도덕체계는 뇌 속에 각자의 회로를 형성하고 있다. 한 쪽 회로가 활성화되고 강화되면 다른 한 쪽 회로는 약화된다.
보수진영은 보수적인 도덕 개념을 반복해서 끊임없이 전달해 그들을 우측으로 이동시켰다. 민주당은 그들의 뇌 속에 진보주의 도덕 회로를 활성화하고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진보적 언어와 진보적 주장만을 사용하고, 우측으로 가려고 하거나 우파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도로의 이동'과 정반대다. 중도라는 이데올로기는 없다. 그것은 진보적 견해와 보수적 견해의 혼합이 있을 뿐이다.
-보수적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 듣는 사람들의 뇌에 그들의 도덕체계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을 부정하려고 하지 말라. 그들의 주장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 될 뿐이다.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주장을 사용하라.
-보수적 도덕체계에서 최상의 도덕 원칙은 보수적 도덕체계 자체를 보존, 방어, 확대하는 것임을 기억하라. 예를 들어 그들의 관점에서 볼 떄 개인적 책임은 도덕적이다. 사회적 책임은 그렇지 않다.
-프레이밍과 스핀 또는 선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프레이밍이 정상적인 것이다.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 정책을 프레임 안에 넣어라. 그래야 즉각적 소통이 가능하다.
프레이밍이 선행돼야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정말로 믿는 것과 진실이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해 프레이밍을 한다면, 당신은 효과적인 소통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것이다. 프레이밍은 선전을 위해서 오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에 이런 모든 사실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이상과 같은 준비가 됐다면) 효과적인 소통체계를 가동시키기 위해 할 일을 찾아 이를 가동해 보라!
자세한 내용을 알려면 내가 쓴 책 <정치와 마음(The Political Mind)>을 읽기를 바란다.
말해지지 않은 진실들(Untellable Truths)
(지난 30년간) 보수적 여론형성 조직이 우리의 정치담론을 완벽하게 장악해 오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진실들은 현재의 담론체계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논의조차 할 수 없게(untellable) 만들어버렸다(분명한 정치적 진실이긴 하나 보수파가 담론체계를 장악한 현 상황에서 말로 표현될 수 없다는 의미).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대단한 소통의 노력이 요구된다.
다음은 현재 상황에서 말해지지 않은 진실들의 몇 가지 사례다.
-정부 보존의 원칙. 보수주의자들이 시민에 의한 공익을 위한 정부를 축소하는 데 성공한다면 통치의 몫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력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바로 기업이다. 시민들은 정부가 아닌 기업에 의해 통치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기업에 의한 영업이익을 위한 정부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정부는 좋은 정부가 아니라 잔인한 정부, 압류와 아웃소싱, 노조 파괴, 모든 사소한 것에도 상당한 지불 요구, 연금 폐지에 나서는 정부가 될 것이다.
-정부의 도덕적 책무에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들 강하게 만들어주는(empowerment) 것이 포함된다. 보호에는 건강보험, 사회보장, 식품안전, 소비자 보호, 환경보호, 일자리 보호 등이 있다.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에는 품위 있는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도로와 기반시설, 소통과 에너지 체계, 교육 등)울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없으면 어떤 기업도 기능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이 적절하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도덕적 임무에 봉사하는 정부는 자유, 공정, 그리고 번영을 가져온다. 보수진영은 정부의 이런 도덕적 임무를 믿지 않는다. 그들은 권력을 잡으면 이런 도덕적 임무를 수행할 정부의 능력을 전복시킨다.
-정부의 도덕적 책무에서는 필수적인 것(necessities)과 서비스(service)를 구분해야 한다. 정부는 필수적인 것을 제공할 도덕적 책무가 있다. 적절한 음식, 식수, 주택, 교통, 교육, 기반시설(도로와 교량, 쓰레기처리, 공공건물), 의료, 노인과 장애인 요양, 환경보호, 식품안전, 신선한 공기 등이 필수적인 것들이다. 필수적인 것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밀려나서는 안된다. 시민들은 사익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필수적인 것을 위한 공공자금이 사익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
-서비스는 매우 다른 것이다. 이것은 필수적인 것들이 아니다. 개인적 서비스 산업들은 자동차 렌털, 주차장, 미용실, 정원가꾸기, 페인팅, 하수구 뚫기, 패스트푸드, 자동차 수리, 세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부의 '서비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중단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 말해야할 때다. '소비(spending)'라는 것도 필수적인 것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지 않다. '소비'는 민간산업에 의해 중단될 수도 있고 제공될 수도 있는 서비스를 시사한다. 경제학자들은 필수적인 것을 논의할 때 '소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은 재화와 서비스를 분배할 때 '효율적'이며, 때때로 적절한 경쟁이 존재하는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시장은 필수적인 것들을 제공하는 데에서는 대체로 비효율적이다. 이득으로 잡히는 모든 돈은 필수적인 것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완벽한 사례다.
-공무원 연금제도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퇴직 후 더 나은 혜택을 받는 대가로 낮은 수준의 봉급을 받아왔다. 퇴직 공무원들은 낮은 봉급으로 오랜 기간을 열심히 일한 대가로 연금을 받아온 것이다. 연금은 기업과 정부가 낮은 봉급을 지불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공공기관이건 민간기관이건 책임져야할 입장에 있는 기관들이 연금 기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투자에 썼다.
이렇게 연금 기금을 투자 자금으로 굴렸던 기업과 정부들이 지금 파산지경에 몰리고 있다. 이런 기관들(기업과 정부 모두)은 연금을 지불할 돈이 부족해지자, 연금 형태로 지불이 지연된 소득에 대해 협상에 나선 노조들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관들(제너럴 모터스 같은) 자체가 지연된 월급을 따로 적립해 놓지 않고 안전한 투자운용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교육은 공익을 위한 것이지,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육받은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모든 국민이 그 헤택을 입는다. 교육받은 직원이 많을수록 기업에도 유리하다. 교육받은 시민이 많을수록 민주주의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교육을 오직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사익을 위한 것으로만 생각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은 교육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을 폐지하려고 한다. 이것은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될 사람들이나 학비 때문에 엄청난 부채에 몰릴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큰 재앙이다.
-거대한 빈부격차는 민주주의 대한 위협이며, 공동체에 심각한 경고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사회의 상층부에 엄청난 부가 축적되는 것은 희소자원에 대한 접근이 불공정하고, 필수적인 것들에 대한 접근이 많은 사람들에게 제한되고, 권력(언론에 대한 힘과 정치적 권력) 분배가 매우 불공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세' '감면', '절세' 등은 가장 돈이 많은 개인과 기업들에게조차 좋은 말로 들린다(당신도 이것들 중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용어들은 돈이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부자에게로 이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민과 중산층이 부자에게 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왜? 필수적인 것(식품, 교육, 건강, 주택, 안전 등)들에 가야할 돈이 그런 것이 필요없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주머니에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경제적 기능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도덕적인 기능이 있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산업에 필요하며, 기업이 거두는 수익과 생산성에 상응하는 보수가 지급되어야 한다. 민간산업의 봉급체계는 사적 문제일 뿐 아니라 공적인 문제이다. 미국의 중산층 월급은 지난 30년간 오르지 않았다. 반면 상위 1%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엄청나게 늘었다. 이것은 도덕적 문제다.
-탄소계 연료(석유, 석탄, 천연가스)는 치명적이다. 이런 연료들은 인간과 동물들을 죽이고, 자연 파괴를 초래한다. 우리는 이 연료를 사용하는 비용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있다. 공적 자금으로 보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조선에 의한 해양오염, 원유 유출, 멕시코만과 알래스케 해안에서 발생한 것처럼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해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있다. 공기와 수자원의 오염이 죽음을 초래한다. 지구온난화가 자연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북극 빙하 용해, 폭풍우, 홍수, 사막화를 유발하고 있다. 죽음의 상인(석유와 석탄 회사)들은 보조금과 높은 가격을 통해 우리가 내는 돈으로 막대한 이득을 거두고 있다. 일반인들이 그들에게 보조금 형태로 주는 돈으로 그들은 정치적 과정을 부패시키고, 정치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최대 위협이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루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다. 대체로 그것은 그들이 오랜 세월 동안 대안 개발을 정치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교육 실패'라는 것은 사실 시민의 실패다. 우리가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금 지원과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한 탓이다. 조기 교육, 교사에게 더 나은 연수와 보수 제공, 현장학습과 즐거운 학습 문화, 가난에서 자유로운 경제 등이 요구된다.
-납세자들은 기업의 특혜를 위한 자금을 내고 있다. 기업은 영업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납세자들은 기업이 비용처리하는 금액의 상당부분을 내주고 있다. 호화로운 사무실, 업무용 차량과 제트기, 1등급 및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 좌석, 비싼 장소에서 열리는 회의 등이 그것이다. 기업들은 세금 공제 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납세자의 돈을 빼앗아 간다.
-경제적 위기와 생태계 위기는 동일한 위기다. 이 위기는 단기적인 탐욕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를 잘 표현했다. 두 가지 모두의 원인은 같은 것이다. 위험의 과소평가,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진실은 공적 논의 영역에서 배제돼 있다.
-저임금 이민노동자들은 중산층과 상류층의 생활방식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이들은 감사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 그들의 아이들의 교육, 적절한 주택을 가질 자격이 있다.
지금까지 하나의 단락을 통해 각각의 진실들을 말했음을 유념하라. 각 단락은 진실이 말해지기 위한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단어는 이런 개념적 프레임의 관점에서 정의된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이 없이는, 프레임을 표현할 간단하고 평범한 어휘라는 것은 없다.
이런 어휘들은 고안되어야 하며, 지금은 말해지지 않은 진실들이 널리 알려진 진실이 될 때에서야 평범한 용법으로 쓰일 것이다. 다음과 표현들이 일반적인 공적 논의에 쓰이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이해가 얼마나 높아져야 하는지 상상해보라.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탐욕의 위기
-불법 이민자들이 아니라 감사한 이민자들
-사유화가 아니라 이익추구 정부
-세금 감면이 아니라 공공 절도
-공교육 실패가 아니라 시민 실패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기업의 잔인함
-청정 석탄이 아니라 치명적인 석탄
대통령에게는 담론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 그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사용할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조언할 기회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공감', "어머니가 나에게 가르쳤던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그것을 다시 꺼내달라는 것이다.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공감'을 말하라. 공감은 어떻게 민주주의의 기반("동료 시민들을 배려하라")이 되는 것이고, 이 공감에 기초해 행동할 책임(개인적, 사회적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지 다시 말하라.
민주사회에서 공감의 핵심적 역할을 언론에게 촉구하라. 개인적 책임만으로는 반애국적이며, 미국이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것의 정반대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라. 이것이 말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진실을 말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것이 공적 논의에서 보수진영이 장악한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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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아버지' vs '온화한 어머니'…대한민국은 전쟁터! (프레시안, 나익주 전남대학교 영미문화연구소 연구원, 2010-12-10 오후 7:17:25)
[프레시안 books] 왜 조지 레이코프인가?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의 언어학과 교수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 능력도 인간의 일반 인지 능력의 일부이므로 언어의 본질은 인간의 다양한 인지적 측면을 고려할 때야 비로소 해명 가능하다고 보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이다.
레이코프는 MIT 재학 시절 놈 촘스키의 제자였다. 그러나 그는 촘스키의 생성언어학이 언어의 본질을 해명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언어 연구에서 인지적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언어학자로서 레이코프는 스승과 완전히 대립적인 입장에 섰다.
언어학자 레이코프에서 정치 평론가 레이코프로
인지언어학의 중요한 발견 중의 하나는 은유가 단순히 언어의 장식적 사용이나 화용적 효과의 강화와 같은 언어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고 과정의 중요한 기제라는 시각이다. 레이코프는 개념적 은유 이론이라 불리는 새로운 은유관을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1980/2003년)에서 정립한 이후 <여자와 불, 위험한 것들(Women, Fire and Dangerous Things)>(1987년)과 <냉철한 이성을 넘어서(More Than Cool Reason)>(1988년), <몸의 철학(The Philosophy in the Flesh)>(1999년)에서 계속 다듬어 왔다.
특히 레이코프는 이 은유 이론과 프레임 이론을 이용하여 미국인의 정치적 세계관의 본질을 분석하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그는 미국인의 정치적 사고 기저에 '가정은 국가'라는 은유가 작용하고 있으며, 가정에 대한 상이한 두 가지 모형('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 모형')이 미국 정치에서 대립하는 두 가지 정치적 세계관, 즉 보수주의적 정치관과 진보주의적 정치관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도덕, 정치를 말하다(Moral Politics)>(1996/2002년)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2004년), <프레임 전쟁(Thinking Points)>(2007년),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Whose Freedom)>(2007년), <정치와 마음(The Political Mind)>(2008년) 등의 책에 오롯이 반영되어 있다.
상대의 프레임은 아예 언급하지도 마라!
언어학자로서의 레이코프는 은유 이론을 정립한 <삶으로서의 은유>(나익주·노양진 옮김, 박이정 펴냄)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그가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펴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유나영 옮김, 삼인 펴냄)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덕택이다. 이 책에서 레이코프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코끼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사례를 들면서, 상대방의 프레임을 부정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프레임이 강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이후 미국의 진보 진영이 잇달아 보수 진영에게 패하고 있는 이유가 미국의 보수는 자신들의 정치적 가치와 정체성을 적절한 프레임에 넣는 반면 진보는 그러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보고 정치와 선거에서 프레임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예를 들어, 보수주의자는 '세금 인하'를 '세금 구제' 프레임으로, '상속세'를 '사망세' 프레임으로 재구성하여 '세금은 모든 납세자에게 고통을 주는 해로운 무기와 같은 것'이므로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통해 부시를 비롯한 보수파는 자신들은 영웅이며 세금 인하에 반대하는 진보주의자는 악당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였다.
가치를 두고 벌이는 개념 쟁탈전
레이코프는 <프레임 전쟁>(나익주 옮김, 창비 펴냄)에서 은유 이론이 미국의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분석하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새로운 논증의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미국을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는 위대한 자유 국가로 만든 미국의 진보적인 가치를 은유 이론의 시각에서 다루며, 미국 진보주의자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그가 보기에 현재 미국의 진보적 가치들(공평성, 정의, 평등, 책임, 안전 등)은 자칭 '보수주의자'라는 극우들에 의해 그 본질적인 의미가 훼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진보주의자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진보주의자는 자신의 옳은 판단을 언어로 표현해야 하며, 자신의 진실을 타인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프레임을 찾아야 하고, 이것을 효과적인 논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는 진보주의자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할 프레임을 재구성함으로써 이러한 가치의 전통적인 의미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유'를 두고 벌이는 개념 전쟁 
레이코프는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나익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자유'의 의미를 보수주의자들이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레이코프는 이 책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발달 과정에서 노예제 철폐, 여성 참정권 인정, 노동자 권리의 신장, 시민적 권리의 확대, 기회의 확대, 환경 보호 운동을 가능케 했던 것이 바로 (자애로운 부모 가정 모형에 근거한) '자유'의 진보적인 해석이라고 단언한다. 그가 보기에 지금 이 자유는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보수 우익이 미국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자유'의 의미를 자신의 구미에 맞도록 새롭게 해석하면서 이 개념을 훔쳐갔기 때문이다. 레이코프는 이 위기감을 "자유를 잃는 것도 두려운 일지만, '자유' 개념을 잃는 것은 훨씬 더 두려운 일이다"라는 짧은 어구로 표현하고 있다.
정치는 뇌와 마음에 있다!
<정치와 마음>에서도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의 은유 이론을 토대로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미국인의 정치적 사고를 분석하여, 보수주의자들이 정치·사회적 이슈를 프레임에 넣어 사람들의 마음을 통제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하고 권력을 계속 장악해 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책에서 레이코프는 정치적 사고가 프레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자신의 생각이 신경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주장을 앞의 책보다 더 강력하게 펼친다. 그는 정치가 논쟁, 논증을 통해서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경 경로나 회로(neural circuitry or pathways)를 만들고 짠다고 주장한다.
마음에 와 닿고, 매력이 있으며, 마음을 편하게 하는 서사(narrative), 은유, 어구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그러한 표현의 이해에 관여하는 우리의 특정한 신경 경로가 계속 활성되어 결국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몸에 고착된 신경 경로는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용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이끌고 제약한다. 한 마디로, 사람들의 뇌를 통제하는 정치가가 선거에서 승리한다.
정치평론가 레이코프의 출발점은?
앞에서 간략히 살펴봤듯이 레이코프는 생성언어학자에서 인지언어학자로 전향하고 나서, 미국의 정치와 미국인의 이념을 분석하는 데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여 상당히 통찰력 있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또 새로운 책을 내놓을 때마다 그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주장을 더하고 있다.
그렇지만 <삶으로서의 은유>부터 <정치와 마음>까지 다섯 권의 책은 한 가지 핵심 주장을 공유한다. 그는 미국 정치의 보수적인 세계관과 진보적인 세계관의 밑에는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가 깔려 있으며, 미국인의 보수주의적 가치관은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에서 진보주의적 가치관은 '자애로운 부모' 가장 모형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주장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바로 <도덕, 정치를 말하다>(손대오 옮김, 김영사 펴냄)이다. 정치평론가이자 정치철학자로서의 레이코프는 <도덕, 정치를 말하다>에서 출발한 것이다.
한국 사회와 레이코프
대부분의 주요 저서가 번역되어 나왔을 정도로 레이코프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인지언어학계는 이제는 고전으로 평가 받는 <삶으로서의 은유> 덕택에 상당히 오래전부터 유명하였다. 또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은유 이론과 프레임 이론으로 정치 담론을 분석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프레임 전쟁>,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등으로 한국의 일반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치평론가 레이코프의 출발점이었던 <도덕, 정치를 말하다>는 몇 년 전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지만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도덕과 공정성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바로 이 시점에 이 책이 다시 출간되었으니 반가운 일이다.
정치적 세계관은 이상화된 가정 모형의 도덕성에서 나온다
레이코프는 <도덕, 정치를 말하다>에서 미국인의 정치적 사고는 대부분 무의식적인 은유에 의해서 결정되며, 대립하는 두 가지 정치적 입장(진보와 보수)은 앞에서도 간단히 소개했듯이 '국가는 가정' 은유 (달리 표현하면, '가정으로서의 국가' 은유)와 이상적 가정에 대한 두 가지 모형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이 은유의 존재는 독립전쟁 유공자 자손 단체의 이름이 '미국 혁명의 딸들'이라거나, 1787년 미국 헌법안에 서명한 제헌의원 55명을 '건국의 아버지들',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는 미군을 묘사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 또는 '형제의 부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은유에서는 국가는 가정에, 정부(의 수장)는 부모에, 국민은 자녀에 대응한다.
보수의 정치적 세계관과 진보의 정치적 세계관은 미국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상적 가정 모형의 도덕성에 의해 정교하게 형성된다. 하나는 엄격한 아버지 가정이고 다른 하나는 자애로운 부모 가정이다.
엄격한 아버지 가정에서는 위험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가족을 보호하고 부양할 책임을 떠맡으며, 자녀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규칙을 부과할 권위를 지닌다. 어머니는 자애로운 사랑으로 아버지의 권위를 보완할 뿐이다. 이 세계관에서는 자기절제와 자립심, 합법적 권위에의 순종이 바로 자녀들이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이 모형에서는 보상과 징벌의 원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순종에 대한 보상과 불순종에 대한 징벌은 도덕적 권위(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자녀는 절제력을 기르고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며 자기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반면 자애로운 부모 가정 모형은 감정 이입과 자애로움, 자신과 타인에 대한 보살핌, 공정한 분배 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등하게 자녀들을 감정 이입과 사랑으로 보살피며, 이로 인해 자녀들은 행복감을 느끼며, 부모에 대해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 결과 성장한 뒤에 자녀들은 벌을 받을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인해 자신의 부모와 공동체를 보살피게 된다.
레이코프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를 정의하는 데 도덕성에 대한 은유들의 무리가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이 무리 중에서 어떤 은유들에 우선순위가 주어지는가에 따라 보수적 사고와 진보적 사고의 특성이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안녕은 부', '도덕 회계'(예를 들어, '명예는 자본', '불명예는 부채', '모욕은 피해', '존경은 수익' 등), '도덕성은 자기 이익 추구', '일은 가치 있는 물건', '도덕은 힘', '악은 힘', '도덕적 권위', '도덕적 질서'(즉, '도덕적 질서는 자연적 질서'), '도덕적 본질', '도덕은 깨끗함', '도덕은 건강', '도덕적 감정 이입', '도덕적 양육' 등의 은유가 엄격한 아버지 가정의 도덕성과 자애로운 부모 가정의 도덕성을 정의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이 두 가정 모형이 어떤 은유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가는 다르며, 이것이 정치적 세계관의 차이로 이어진다.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에서는 '도덕적 권위'와 '도덕적 힘', '도덕적 질서' 은유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한다. 이 가정 모형은 엄격한 도덕적 질서를 명시하는데, 아버지는 본래부터 가정을 이끌기에 적합하며 자녀를 통제할 권위(힘)을 갖는다. 이 권위는 아버지의 자연적인 우위와 성품으로부터 나온다. 이 가정 모형에도 '도덕적 감정 이입'과 '도덕적 양육'이 있지만, 도덕적 힘과 합법적 권위를 계발하는 일차적인 목적에 비해 부차적이다. 반면 자애로운 부모 가정 모형에서는 '도덕적 양육(자애로움)'과 '도덕적 자애로움' 은유를 특별히 강조한다. '도덕적 권위'와 '도덕적 질서' 은유는 이 가정 모형에도 존재하지만, 부모의 자애로운 보살핌과 성품에 비해 보조적이다.
얼핏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회 복지 프로그램 축소론자, 감세 옹호자, 사형제 옹호자, 낙태 합법화 반대자, 총기 소유 지지자, 환경 규제 반대자(개발론자), 차별 시정 조치 반대론자, 동성애 반대자들이 주로 보수주의 경향을 가진 사람인 반면, 사회 복지 프로그램 확대론자, 감세 반대자, 사형제 폐지론자, 낙태 합법화 옹호자, 총기 소유 반대자, 환경 규제론자, 차별 시정 조치 옹호자, 동성애 옹호자 등도 쪽은 진보 경향을 가진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 레이코프는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의 가치와 자애로운 부모 가정 모형의 가치 덕택에 전자의 무리와 후자의 무리가 각각 일관성 있게 묶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을 적용하는 보수주의자에게 사회 복지 프로그램은 사람을 응석받이로 만들고 도덕적으로 약하게 만들며 절제와 의지력을 길러야 할 필요를 제거하므로 도덕적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하는 세금을 늘리는 것은 비도덕적이며, 오히려 세금을 낮추는 것이 도덕적이다.
자애로운 부모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자애로운 사랑을 베풀어야 하며, 이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암시하기 때문에, 당연히 진보주의자는 사형 제도에 반대하게 된다. 반면, 엄격한 아버지 가정의 도덕에 따르면,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당연히 엄한 벌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는 당연히 사형의 징벌을 지지한다.
보수주의자는 낙태가 엄격한 아버지 도덕을 위반하기 때문에 반대하며, 진보주의자는 원하지 않는 아기의 출산으로 인해 곤란에 처하게 될 산모가 동정과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때문에 낙태를 허용하는 입장을 갖는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신의 가족을 최대한 보호할 책임이 엄격하고 권위 있는 아버지에게 있다고 보는 보수주의자는 총기 소유권을 지지한다. 총기는 개인적인 보호의 한 형태이며 남성성의 상징으로 도덕적 힘과 도덕적 권위, 도덕적 질서를 유지하는 도구이다. 반면에 진보주의자는 고통스런 육체적 징벌은 폭력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고 보는 자애로운 부모 도덕성에 따라 총기 소유권에 반대한다.
이러한 보수와 진보 사이의 격렬한 논쟁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현재 두 진영 사이에 치열한 개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개념 쟁탈전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거의 물리적 대결이나 언어적 감정적 대립의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는 쟁점을 살펴보자면, '4대강 개발 사업' ' 고교 평준화의 유지 여부' '기업형 슈퍼마켓 및 대형 할인점 영업 허가 제한' '서울대학교 지역 균형 선발제' '대북 정책(햇볕정책 지속 여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비롯한) 감세 정책' '낙태 금지' '사형제 폐지'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문제' '소외 지역 교육 복지 투자 우선 사업(사회 보호 프로그램)' '의료 보험 민영화' '영리법인 병원 허용' '직업 안정성이냐 노동 유연성이냐' 등을 두고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엄격한 아버지 가정의 도덕성을 따르는 보수파에게 한반도의 4대강은 자원이자 인간의 소유물이며, 따라서 이익 추구를 위해 개발할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그들에게 4대강 개발 사업은 이익 추구 과정에서 환경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도덕에서는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활동을 중단할 수는 없으며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대북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보수주의의 엄격한 아버지 도덕성에서 볼 때, 한반도는 갑자기 부모가 계시지 않은 가정이며, 이 가정에 두 형제(남한과 북한)가 살고 있는데, 한 형제(남한)는 충분한 자기절제와 책임을 바탕으로 성장하여 스스로 도덕적으로 권위 있는 성인이 되었지만 다른 한 형제(북한)는 절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도움을 주면 더욱 응석받이가 되어 절제를 기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더욱 엄하게 대하여 그로 하여금 스스로 절제를 길러 살아가도록 훈육해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의 대북 관계는 이러한 엄격한 아버지 가정의 도덕성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핵심은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대립이 단순한 당파성이 아니라 그들이 자라났거나 이상화했던 가정 모형의 도덕성에 의해 영향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레이코프는 지루할 정도로 세세하게 개념 정리를 하고 있다. 이 책이 저자의 다른 정치 평론책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서술이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어느 한쪽 편에 편향되어 있지는 않지만, 레이코프는 환경문제와 빈부 격차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보수주의자의 인식 부재가 위험하다고 지적하면서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의 정치적 세계관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자신의 바람을 밝힌다. 저자의 이러한 바람이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경계를 정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는 한국의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렇지만 대립하는 쟁점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 책은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 상태와 관련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전체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적지 않게 눈에 띄는 오역과 생경한 용어, 어법이나 호응 관계가 어색한 문장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고 글의 흐름이 자꾸 끊기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으며 다음 판을 인쇄하기 전에 바로잡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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