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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들

  • 등록일
    2008/08/29 15:16
  • 수정일
    2008/08/29 15:16

오세철 교수의 [사노련]이 국보법 위반으로 경찰에 의해 고발되고, 세상은 또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다행히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어렵게 되었다.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 가고 있던 그 순간에 난 스스로의 작은 내면에 갇혀서 자책에 자책을 거듭했었다. 문제는 항상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 말이다.

 

이명박의 대한민국은 점점 그 인간의 기본적인 이성과 감각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고, 난 요상스럽게도 나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무감각해 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그러한 무감각을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잘못 돌아 가는 것일까? 엄살을 부리는 버릇이 여전해서일까? 아니면 사유가 충분히 익기 전에 어떤 것을 포기하는 나쁜 버릇 때문일까?

 

가장 작은 것부터 해 나가보자. 평생 지켜야 할 것이 어디 수도 없이 많겠는가? 그건 몇 가지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작은 원칙이 되는 것이고, 또 습관이 되는 것이고, 삶이 되는 거다.

 

그녀와 보건소를 들렀다. 둘 다 담배를 끊어 보기로 한다. 금연 실천에 대해 한 시간여 보건소 직원의 말을 듣는 동안 그 다 아는 상식들이 참으로 중요하게 다가 오는 건 어째서였을까? 타르가 폐에 '아스팔트'를 깔아 버린다는 그 직원의 말에 그녀는 많이 놀란 것 같았다. 하긴 "깔아 버린다"고 했으니... .

 

여행도 계획한다. 둘이서 담배값 아낀 돈으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한 달을 모으면 꽤 많은 돈이다. 술을 최소한도로 줄이고(아마 거의 마시지 않는다는게 맞을 것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한다는 건 우리 둘의 가장 작고, 기본적인 일을 지켜 나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더 이상 둘이 슬퍼하지 않기로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해결하고, 슬픔이나 절망이 찾아 오는 걸 막기로 한다. 항상 그렇듯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건 참으로 어리석다.

 

이수역 앞 'Tom n Toms'에서 쓴다. 오후 3시 20분. 시간은 흔한 절망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그 조건에서만 우리는 최소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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