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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적인 고민 따위는 없는 줄 알았다. 그런 건 사춘기의 몽상 정도? 내가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 몽상이 귀환한다. 그리고 묻는 거다. '너는 대체 누구야?'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 당기는 것일까? 무엇이 나를 이토록 페시미즘으로 몰아 넣는 것일까? 내가 오늘 할 일을 못했다는 것,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켰다는 것, 내 '가족'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나를 그 흔한 '절망'으로 몰아 넣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삶은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특히 내 삶은 항상 위기의 징후였지 않은가? 나를 불안으로 몰고 가는 그것의 정체, 난 그것이 궁금하다.
난, 참으로, 잘못 살고 있는 것일까?
그토록 많은 책을 읽고, 그토록 많은 경험을 하고, 또 그토록 불행을 많이 겪었음에도 난 이 가장 허접한 질문에조차 답을 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난 그리운 사람이 없구나. 그래서 그토록 그리움을 찾아 다녔구나!)
고등학교를 그만 두고 시립도서관에 처박혀 있을 때, 난 니체와 더불어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했다. 이 그림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도박과 술, 파산과 자살을 오가며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썼다. 이 모습. 난 세계문학 전집 도스토옙스키 편 맨 앞장에 있었던 이 그림을 사랑했다. 라스콜리니코프와 제부시킨의 두 모습이 함께 어려 있는 이 모습을 말이다. 이 그림은 '절망'을 표현한다. 그렇지 않은가?
뱀발: 사우나에서 몸무게를 잰다. 정확히 78.8을 가리켰다. 믿기지 않아 다시 잰다. 마찬가지다. 85에서 78까지 왔다. 더 야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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