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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3

  • 등록일
    2010/08/03 13:23
  • 수정일
    2010/08/03 13:23

어쨌든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시기다. 아니, 앞으로 남은 생이 그렇게 될 것이다. 하나의 집중점, 고정점이 생기는 것, 그리고 어디로 가든 그 고정점 주변에서 또는 그 점과 더불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요하고도 귀하다. 집중! 집중!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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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8

  • 등록일
    2010/07/28 12:53
  • 수정일
    2010/07/28 12:53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분명 둘이라는 사실, 이 사실 앞에서 스스로를 다잡아 본다. 맑아져야 한다. 그 사람이 날 더 잘 볼 수 있도록. 깨끗해지고, 담백해져야 한다. 

 

이제 다른 날이, 다른 삶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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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3

  • 등록일
    2010/07/23 10:22
  • 수정일
    2010/07/23 10:22

비가 쏟아진다. 어제는 상견례를 했고, 내 삶의 한 고비를 넘었다. 행복하다. 좀 느긋해지기로 한다. 이제 시간이 지나갈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더 많은 자존감을 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중심에 놓지 말고, 나 스스로를 하나의 동심원처럼 생각하는 것. 그 주위로 깨끗하고 명쾌한 선들이 생겨나게 하는 것. 그 선들을 타고 삶의 위도와 경도를 작성하는 것. 그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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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9

  • 등록일
    2010/07/09 21:21
  • 수정일
    2010/07/09 21:21

바쁘고, 정신 없다. 그럴수록 난 조심한다. 스트레스에 약한 성향 때문이다. 마음이 느긋하게 돌아가지 못하면 어김없이 과부하가 오는 이 성벽이라니. 기형도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감성을 작은 충격에도 바르르 떠는 셀룰로이드에 비유했었다. 그 구절이 자꾸만 맴도는 것도 어쩌면 참, 문제다.

 

어쨌든 이 성향을 쉽게 고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래서 조심히 다룬다. 나 자신을 말이다. 양생술? 글쎄 그런 건 아직 없다. 마음을 시시각각 느끼는 것 밖에 다른 수가 없다.

 

지금은 [Green day]의 새로나온 베스트 앨범을 듣고 있다. 볼륨을 20까지 올렸다.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듣는다.

 

삶이 안녕하기만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다만 조금씩 흔들리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새로운 가족이 나와 그녀를 통해 생겨날 것이다. 행복한 가족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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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그 노스텔지어

  • 등록일
    2009/09/17 17:06
  • 수정일
    2009/09/17 17:06

다시 김광석을 듣는다. 버스를 타고 연구실 오는 길, 어제밤에 mp3로 저장해 놓은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젖어들듯이. 그런 거다.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해마다 찾아 온다. 특히 가을이 조금씩 깊어 가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벌서 13년이나 지났다. 그가 죽은지 말이다. 정말 펑펑 울었다. 명색이 운동권이라 대놓고 후배들 앞에서 울지는 않았는데, 아는 지인 몇몇(주로 시, 소설 쓰는 친구들)과 그의 죽음을 애도하다가 운 것이다. 앞에 놓인 소주잔이 점점 투명한 내 눈물로 성기면서 얼룩지던 게 기억난다. 뭐가 그리 슬펐을까? 여튼 그의 죽음을 애도하던 그 날 밤, 억병으로 취했고, 많이 비틀댔었다. 노상 투쟁가만 듣던 그 시절에 그의 음악은 그랬을 것이다. 허투로 부르던 그 이름처럼, 그러니까 그냥 김광석이 아니라 '광석형' 처럼, 그렇게 형과 같이 친한.  

 

"바람이 불어 오는 곳 ... 그곳으로 가네~" 여전히 그는 살아 흥얼댄다. 출근길에 일탈을 종용하듯이 그가 어서 떠나자고 한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갑자기 얼마전에 본 최윤정의 [노스텔지어] 연작의 그 그림이 생각났다. 흰 테이블보가 덮힌 탁자가 방의 왼편에 놓여 있고, 한 자 쯤 뒤에 바다로 향하는 문이 뚫여 있었다. 문을 넘어 서면 바로 바다인 그곳, 노스텔지어, 광석은 그렇게 거기 있는 것일 게다. 혹시 내가 가고자 하는 곳도, 아니 모든 사람들이 결국, 그 모든 전쟁과 투쟁과 악행들을 뒤로하고 가고자 하는 곳도 거기일 것이다. 푸른 바다. 가을 바람이 선듯선듯 목 언저리를 건드리고 지나가는 그 바다, 말이다. 

 

그곳의 정적은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원색의 죽음과 더불어 포근하게 물결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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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 등록일
    2009/09/15 16:33
  • 수정일
    2009/09/15 16:33

새벽에 광주에 도착했다. 교육부 감사 때문에 거의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2주가 지났고, 그 와중에도 번역과 학원일을 하느라 머리속에 무슨 젖은 솜뭉치가 든 것 같이 노곤했다. 게다가 다음 주에 또 강의가 잡혀 있다. 

 

택시를 타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왔다. 구구를 안고 마중 나온 사람. 난 이 사람이 있어 복되다. 그 어떤 신앙도 이 마음 속에 든든하게 자리 잡은 신뢰와 사랑을 넘어 서지는 못할 것이다. 눈빛과 눈빛, 손과 그 움직임들, 몸이 가는 곳에 내 감각이 반응하는 이런 친숙한 느낌들, 이 모든 공유의 감정은 단 한 낱말로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은 '유일하다.'

 

아침에 일어나 동물원에 갔다. 그녀가 치즈와 스크램블 그리고 맛살을 얹은 토스트 샌드위치를 만들었고, 난 그동안 방을 치우고 나갈 준비를 했다. 두 시에 그녀의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우린 좀 서둘렀다. 오늘은 구구도 동행이다. 

 

많은 동물들을 만났다.  새들, 원숭이들, 그리고 사자와 호랑이 곰들. 하나 같이 조금은 우울한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거나, 따가운 초가을 햇살을 피해 그늘에 깨느른하게 누워 있었다. 가끔씩 그녀가 작은 비명을 지르거나, 구구를 채근했다. 구구는 겁이 나는지 이동백 안에 고개를 자꾸만 파묻었다. 저와 똑같은 몸짓을 가진 호랑이나 표범을 보고는 코를 킁킁대다 연신 고개를 돌렸다. 

 

전남대 상대 뒤, 커피숍 [시애틀]. 수업을 마친 그녀가 왔다. 음운론 수업이 어렵다는 그녀. 그건 분석에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상상력이 분석의 기초가 되겠지만, 그러한 지적 비약이 가능하기 위해선 오랜 동안의 도제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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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논쟁 그리고 [Il DIvo](2008)

  • 등록일
    2009/07/26 15:54
  • 수정일
    2009/07/26 15:54

금요일 새벽, 광주에 왔다. 비가 추적추적 왔었는데, 지금은 제법 날씨가 훤하다. 지금 여기는 전남대 예대 뒤 카페 [케냐]. 집에서(물론 그녀 집이다. 이제는 그냥 '집'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일 디보](Il Divo, 파올로 소렌티노, 2008)를 마저 보고 나왔다. (어제 밤은 너무 피곤해 눈을 금뻑거리며 중간 정도 보다가 잠이 들었었다). 정치 누와르 영화, 뭐 그 정도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걸로는 부족하다. 이건 작품이 꽤나 수승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장르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복합성(compication)이 존재한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그리고 (몰랐는데) 최근, 조정환 선생의 [미네르바의 촛불](2009)을 두고 논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자율평론] 사이트에 잘 들어 가 보지 못했는데, 오늘 들어가보니 인터페이스 가득 논쟁글들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아주 잘 정리된 채로 말이다. (맛난 음식 앞에서 침을 삼키듯, 꿀꺽, 했다는 ...) 어제 영화를 보기 전에 그 글들을 프린트해서 읽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지금도 그 프린트 뭉치를 옆에 놓고 있다.다 읽어 봐야 되겠지만, 잠깐 인상비평 하자면, 둘 다 상대를 잘못 고른듯 하다는 것(한 사람은 너무 성마르고 또 한 사람은 너무 능하다) , 정도가 문득 떠오른다. 촛불에 대한 내 생각을 음미(examine)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긴 한데, 내가 이 논쟁에 끼었다면, 아마 상당부분 조정환 선생 편에 기울었을 것이라고 고백해야 하겠다. 이택광 선생의 '촛불중간계급론'은 논의구조가 너무 단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장의 흐름을 개념화하기에는 '계급'과 '중간'이라는 말의 전통적 함의가 너무 강하다. 게다가 이택광 선생은 이 개념에 어떤 '실체성'마저 부여하고 있다. 이래서는 이 개념의 함축에 대한 증거와 논변을 가져다 대기 위해 정력을 낭비해야 하고(라캉, 랑시에르), 그렇게 되면 결국 이 논변은 권위에 기댄 논변이 되거나, 관전하는 측에서 보기에는 '변명'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택광 선생 자신도 인정했다시피, 조정환 선생의 내공이 그러한 '권위'에 고개를 끄덕일만 하지도 않아 보이고 말이다. 

뭐, 하여간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조정환 선생 쪽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것. 

 

이런 저런 일상을 쓰려고 했는데, 또 책 얘기나 하고 말았다. 끙 ~ 이놈에 먹물근성이라니...

 

카페 창문 너머 다세대 주택 지붕으로 잠자리들이 설렁설렁 날아 다닌다. 사람들이 카페 안에서 수런거린다. 설렁설렁, 수런수런 ... 평화롭다. 조금 있으면 그녀가 올 것이고, 난 자리에서 일어설 것이다. 내가 앉았던 자리엔 다른 사람이 와 앉을 것이고, 그렇게 관계는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운명이 되는 것처럼, 이 모든 평화로움이 내겐 기도의 순간처럼 오롯하다. 감사한다. 그 모든 관계들에게 말이다.  

 

그러고 보니 [Il Divo]에서 이탈리아 수상 안드레아티에게 어느 지식인이 했던 질문이 생각난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그것은 신의 뜻이라고 봅니까?" 영화에서의 맥락과는 좀 다르지만, 내게 그렇게 물었다면, 그건 운명(fati)이야, 라고 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벤냐민의 '신학' 속의 그 신은 중간계급이 아니라 촛불이었단 말인가? 그런데 그 신의 정체는 니체의 신, 즉 디오니소스 또는 거대한 주사위, 하나의 삶(Une Vie)인 것이고? 아, 갑자기 머리가 깨질것 같다. 큼... 옴마니반메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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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 등록일
    2009/07/19 22:50
  • 수정일
    2009/07/19 22:50

이사를 하고, 살림을 들이고, 동네에 적응하면서 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다. 오늘 중고 냉장고가 거실에 들어 오는 것으로 나란 물질의 서식환경 변경이 얼추 완료된 것 같다.

 

먹물 아니랄까봐 책이 요물단지였다. 두 박스를 버리고도 족히 10박스가 넘었다. 그게 또 좀 무거우냐. 정말이지 공부께나 한다는 물질이 이사를 하려면 이삿짐 노동자에게 추가수당이라도 줘야할 판이다. 결혼을 하고 살림이 더 늘면 이사다니는 게 어찌 큰 일이 아닐까. 여튼 직장과 좀 멀더라도, 그놈에 부동산 투자 가치니 뭐니 따지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보다, 한 군데 줄창 눌러 사는 게 이 부류의 물질들이 애국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토요일에 그녀도 올라 와서 하루를 있다가 갔는데, 뛸듯이 기뻐 ... 했다면, 거짓말이고, 적이 '안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긴 흑석동 그 지하방 천정에서 떨어지던 붉으죽죽한 정체불명의 누수물을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이제 여긴 작은 거실까지 딸린 3층이고, 사방이 트여 있으니 장마철에 살갗 여기 저기서 곰팡이가 번지고 있다는 악몽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사실 이사 첫날 밤을 지나고 창문으로 들이치는 햇살을 두 눈꺼풀 위로 느낄 때 기분이란, 마치 ... !

 

서울까지 오가는 시간에 버스 안에서 할 일들을 생각하고(그래봐야 책읽거나 영화보거나 일 것이고), 일일 계획을 조금씩 수정하느라 오늘 낮을 보냈다. 이제 그녀가 집에 들어 오면 된다. 그 일이 남았고, 내겐 일생일대의 큰 일이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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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 등록일
    2009/06/03 16:18
  • 수정일
    2009/06/03 16:18

광주에 온 지 닷세 째가 지나고 있다. 그녀는 수업 중이고, 난 도서관에 남았다. 번역거리, 해결해야할 집안 일들, 이제는 익숙한 남도 사투리와 학교 정문과 후문, 그리고 상대 뒤 식당길들 ... .

 

계획대로라면 오늘 가야 했다.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한 건 그녀와 떨어지기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서울에 가자 마자 닥쳐올 그 삶들이 좀 귀찮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긴 뭐,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도 죽고, 용산엔 아직 유족들이 슬픈 낯으로 지나 가는 차들을 물끄러미 볼 것이다. 쌍용차가 옥쇄 파업에 들어 갔으며,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도 파업에 돌입했다. 명박이 개새끼는 그 뻔뻔한 낯짝을 꼿꼿이 세우고 다니고 있으며, 이상득이는 오늘 아침, 정치적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했다(그럼 입때껏 그러고 해 왔다는 얘기다. 바득바득 자기는 그러지 않았다더니 말이다. 미친놈).

 

이런 일들, 그리고 개인적인 계획들이 광주에 있는 이 순간 만큼은 좀 멀찌감치 보인다. 편하고, 좋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아마 꽤 불안할 것이다. 이럴 때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 나란 물질도 서울내기가 다 된 것 같다는 ... .

 

내일 아침엔 서울로 간다. 하나씩 해결하자. 그러면 된다. 흔들리지 말고.

 

아.... 그나저나,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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