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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그 노스텔지어

  • 등록일
    2009/09/17 17:06
  • 수정일
    2009/09/17 17:06

다시 김광석을 듣는다. 버스를 타고 연구실 오는 길, 어제밤에 mp3로 저장해 놓은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젖어들듯이. 그런 거다.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해마다 찾아 온다. 특히 가을이 조금씩 깊어 가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벌서 13년이나 지났다. 그가 죽은지 말이다. 정말 펑펑 울었다. 명색이 운동권이라 대놓고 후배들 앞에서 울지는 않았는데, 아는 지인 몇몇(주로 시, 소설 쓰는 친구들)과 그의 죽음을 애도하다가 운 것이다. 앞에 놓인 소주잔이 점점 투명한 내 눈물로 성기면서 얼룩지던 게 기억난다. 뭐가 그리 슬펐을까? 여튼 그의 죽음을 애도하던 그 날 밤, 억병으로 취했고, 많이 비틀댔었다. 노상 투쟁가만 듣던 그 시절에 그의 음악은 그랬을 것이다. 허투로 부르던 그 이름처럼, 그러니까 그냥 김광석이 아니라 '광석형' 처럼, 그렇게 형과 같이 친한.  

 

"바람이 불어 오는 곳 ... 그곳으로 가네~" 여전히 그는 살아 흥얼댄다. 출근길에 일탈을 종용하듯이 그가 어서 떠나자고 한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갑자기 얼마전에 본 최윤정의 [노스텔지어] 연작의 그 그림이 생각났다. 흰 테이블보가 덮힌 탁자가 방의 왼편에 놓여 있고, 한 자 쯤 뒤에 바다로 향하는 문이 뚫여 있었다. 문을 넘어 서면 바로 바다인 그곳, 노스텔지어, 광석은 그렇게 거기 있는 것일 게다. 혹시 내가 가고자 하는 곳도, 아니 모든 사람들이 결국, 그 모든 전쟁과 투쟁과 악행들을 뒤로하고 가고자 하는 곳도 거기일 것이다. 푸른 바다. 가을 바람이 선듯선듯 목 언저리를 건드리고 지나가는 그 바다, 말이다. 

 

그곳의 정적은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원색의 죽음과 더불어 포근하게 물결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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