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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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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2

  • 등록일
    2010/10/22 12:46
  • 수정일
    2010/10/22 12:46

신접살림들이 들어왔다. 티비, 침대, 장롱, 거실장, 화장거울, 세탁기 그리고 자잘한 살림살이들. 애써주신 어머님께 너무 감사하다. 들여주시기만 해도 그런데 직접 오셔서 집안 구석 묶은 때도 벗겨 주셨다. 구구도 왔다. 제 냄새가 없는 집이라 무척 낯설고 겁내 하지만 조금 지나면 괜찮을 것이다. 냉장고 뒤며, 장롱 위로 자꾸만 숨어든다. 그녀는 신중하게 살림살이들이 들어갈 곳을 가늠하는 것 같았다. 피곤한 하루, 이틀이 지났고, 이제 점점 더 우리 둘의 삶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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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 등록일
    2010/10/17 16:42
  • 수정일
    2010/10/17 16:42

수시 1 논술 일정이 거의 마감되었다. 남은 학교는 항공대, 명지대, 덕성여대 정도다. 난 항공대 아이들을 맡았고, 다른 선생님들도 한 학교씩 맡을 것이다. 어수선하던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 다행이다.

 

오랜만에 쉬는 날. 아침 나절은 집에서 청소며 빨래를 했다. 묶은 먼지들이 청소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옥상에 널어 놓은 빨래도 숨의 쉬기 시작했다. 늘 이런 여유가 있다면 좋을 것이지만 그건 최근의 내 일상으로 봐서는 아마 사치에 가까우리라. 아직 많은 일들이 남아 있고, 난 숨을 고르기 위해 자주 시내 팔달사로 간다. 거기 오롯이 앉아 마음을 비우면 그래도 한결 가벼워 진다. 언젠가 깊은 숲 사찰 안에 가지런히 놓인 장작들처럼 나도 고요해질 수 있을 것인가.

 

막내 아제  연락이 왔다. 집안에서 내가 공부하는 것을 거의 유일하게 인정했던 분이다. 도움을 주기를 원하시는 것 같았다. 하긴 늘 지켜보던 조카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마음이 못내 애닲았을 것이다. 거절하면 더 실례인 것 같아 받아 들였다.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은혜들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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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 등록일
    2010/10/03 13:22
  • 수정일
    2010/10/03 13:22

오늘 숭실대 논술 시험이 치뤄진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에게는 그 모든 글들이 벅찰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단어, 파악하기 힘든 논지, 헤아리기 힘든 출제자의 의도라니. 그래도 근 한 달여를 나와 달려 왔다. 짠하다. 입시논술에 대한 모든 비난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난 이 아이들의 슬픈 눈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깨알 같이 쓴 원고지를 가지고 와서 내 옆에 앉아 있던 녀석들, 빨간 펜이 그어질 때마다 흠칫거리며 눈에 맺히던 눈물.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 밖에 뭐가 있겠는가? 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 모든 허물들은 온전히 내 탓이다. 제발 이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거나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비관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말기를 간절히 빈다.

 

어제, 한철연 일로 선생님들을 뵈었다. 2년 간의 자중이라. 난 받아 들였고, 그것이 S 선생과 한철연 전체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조직적 판단 하에 내가 감당해야할  짐이라면 지고 가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조직에 대한 애정이 바래지 않도록 내가 나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은 슬픈 표정들이 마음 속에 늘었다. 아이들과 나 자신의 얼굴. 그건 하나로 겹쳐지면서 희뿌윰하게 멀어져 간다. 다 끝난 일들과 앞으로 올 결과에 대해 침묵하면서 길 끝에 있을 집을 그려 보면서 말이다. 그 길 끝에 집이 없다면, 또 다른 길을 가면 된다. 집 없는 길 위에서 침묵하며 걷는 것, 그것이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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