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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샀다, 여러 권

  • 등록일
    2008/09/28 20:41
  • 수정일
    2008/09/28 20:41

홍대 앞 '와우 책 페스티발', 에 와서, 무진장 많은 책과 엄청 싼 가격에 놀라서, 당황한다. 마음을 갈앉히고 사야할 책과 빌려 봐도 되는 책들을 머릿속으로 가늠한다. 내 책 구입 습성 상, 인문-사회과학 책은 사지 않는다. 번역서는 빌려 읽는 게 좋기 때문이다. 일단 무조건 원전만 산다, 역서라 하더라도 최소한 같은 언어권 번역서만 산다, 는게 내 똥고집이니까. 그러니 주로 한국문학 쪽 책들을 산다. 그녀가 더 신났다. 상기된 얼굴로 책을 고른다. 조카녀석들 줄 동화책도 산다. 5000원이다. 그리고 시집은 ... 1000원에서 5000원 선이다. 이건 뭐, 공짜나 다름 없지 않은가. 다 샀다고 생각하고 밥 먹으러 내려 오는 길에 또 발견한다.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생각의 나무 출판사 부스에 떡, 하니 [Vincent van Goch]가 있다. 39000원이 정가인데 27000원이란다. 망설이는 그녀에게 말한다. "질러요." ... 결국 샀다.

 

지금 둘 다 커피숍에 앉아서 새로 산 책들을 쓰다 듬고 있다. 서로를 쓰다듬어도 모자를 연애시간에 제각기 눈을 글썽이며 책을 껴안고 있다. 둘 다 말이다. 안타까운 커플이다.

 

먼저 내가 고른 책들 중 일순위,

박상륭. [잡설품]. 이 책은 하마터면 사지 못할 뻔 했다. 하여간 오늘 산 책 중 제일 애정이 간다. 박상륭을 읽은 게 10년 전([죽음의 한 연구])이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심했던지 아직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이제 제대로 읽어 보기로 한다.

 

그 다음 시집들. 참고로 말하자면 이 시집들은 예전에 내 서가에 꽂혀 있었다. 2002년 겨울 방학이었을 것이다. 그때 대구 집에 와 보니, 수 백 권이나 되던 내 서가가 완전히 통째, 책꽂이 채로 없어진 것이다. 범인은 울 엄마. 취직할 생각은 안 하고 노상 책만 핥고 있는 외동아들에게 본때(?)를 보이기 위해 몽땅 버린 것이다, 판 것도 아니고 버린 것이다. 한 한 달을 앓아 누웠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 그녀가 지금 껴안고 있는 책들,

 

 

 

 

 

한동안 영혼이 풍요로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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