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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구러 산다, 이게 행복하다.

  • 등록일
    2009/03/26 00:13
  • 수정일
    2009/03/26 00:13

그런 날들이 있었다. 완전히 교만해서는, 주위에 뭐도 안 보이던 시절 말이다. 그 절정이 17살 때였다. 그때 고등학교를 그만 두었고, 나오면서 교지에 글 나부랭이를 날렸는데, 독일어 선생님이 받아서 실어 주셨다. 그 내용이란 게 지금도 생각난다. 니체를 인용하면서, 이 교육이 얼마나 X같은지를 나름 설파(?)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퇴했다. 검정고시로 일찍 졸업했고, 두류시립도서관 문학실과 인문학실을 전전하며, 황금같은 10대의 마지막을 보냈다.

 

지금도 난 생각한다. 그때 그 시절, 정말 책을 무진장 읽던 시절. 하루에 두 세권, 줄창 읽었다. 그러다 코피도 흘리고. 그때 내 친구들은 수학정석과 성문영어를 보며 코피를 흘렸을 게다. 난 그때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읽다가 코피를 흘렸다. ... 그 코피 자국 남은 책이 아직 서가에 있다. 그걸 펼쳐 들 때마다, 웬 걸, 섬득하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게 다 열병 같은 거다. 나, 지금은 한 가지 바램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손도손 사는거, 철학은 잠시 버려두고, 나 쓰고 싶은 글 쓰고, 나 읽고 싶은 글 읽고, 그 사람 쓰고 싶은 글 쓰고, 그 글을 내가 보고 ... 햇살이 가득한 거실에서 ... 방 하나에 거실이 훤히 넓은 곳에서 ... 살고 싶은 거다. 철학자? 난 뭐, 그런거 모른다. 그게 뭐 대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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