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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암흑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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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3
    그 유명한..., 그러나
    redbrigade

그 유명한..., 그러나

  • 등록일
    2009/03/23 22:59
  • 수정일
    2009/03/23 22:59

[지옥의 묵시록]을 안 봤으면, 이 책이 이만큼의 리얼리티라도 주었을라나 모르겠다. 하여간 고전이다. 게다가 난 기껏 번역서를 훓었을 뿐이니 ... 함구.

 

 

 

 

 


 


조셉 콘래드 지음, 이상옥 옮김, 『암흑의 핵심』, 민음사, 2008.

 

[7]쌍돛대 유람선 <넬리>호의 돛은 펄럭이지 않았고 배는 닻을 내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멎었다.

 

[16]이 불미로운 행위를 대속(代贖)해 주는 것은 이념밖에 없어요. 그 행위 이면에 숨은 이념이지. 감상적인 구실이 아니라 이념이라야 해. 그리고 이 이념에 대한 사심 없는 믿음이 있어야지. 이 이념이야말로 우리가 설정해 놓고 그 앞에서 절을 하며 제물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이거든 ... [말로]

 

[61]거짓말 속에는 죽음의 색깔이 감돌고 도 인간 필멸의 냄새도 풍기는 게 아닌가. 바로 거짓말의 이런 속성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증오하고 혐오하는 바이며 내가 잊어버리고 싶은 바이기도 하다네.

 

[105]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고 팔다리를 움직이거나 근육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죽어버렸지. 오직 마지막 순간에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은 어떤 신호에 응답하듯이 그리고 우리 귀에 들리지 않은 어떤 속삭임에 응답하듯이 몹시 상을 찌뿌리기만 했어. 그 찌뿌림은 죽음에 임하고 있는 그의 검은 얼굴에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고 위압적이며 위협적인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었지. 그 캐묻는 듯하던 눈초리 속의 빛은 순식간에 멍한 유리빛으로 퇴색하고 말았어.

 

[109]그네들, 여인들 말이네, 그들은 내 이야기와 관련이 없고 또 마땅히 관련이 없어야 하네. 우리는 여인들이 작기네 자신의 아름다운 세계 속에서 머물러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그래야만 우리의 세계가 좀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129]숲은 하나의 가면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닫혀 있는 감옥의 문처럼 무겁기만 했으며, 무언가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있거나 무언가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거나 또 [130]어떤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 침묵의 외양을 갖추고 있었어.

 

[146]그건 어떤 뚜렷한 육체적 위험과도 관련 없는 순수히 추상적인 공포였어. 그 공포의 감정을 그토록 압도적인 것으로 만든 것은, 글쎄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받은 도덕적 충격 때문이었어. 마치 전적으로 괴물 같은 무엇이 생각을 괴롭히고 영혼을 짓누르며 별안간 내게 들이닥치고 있는 듯했어.

 

[176]내가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앞바다는 강둑 같은 시커먼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 세상이 끝나는 곳까지 나 있는 그 고요한 물길은 찌뿌린 하늘 아래서 음침하게 흐르면서 어떤 엄청난 암흑의 핵심 속으로 통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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