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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1
    한 번의 비관과 또 한 번의 낙관
    redbrigade

한 번의 비관과 또 한 번의 낙관

  • 등록일
    2008/09/01 23:16
  • 수정일
    2008/09/01 23:16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복음 16:23)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일원인 전종훈 신부가 마지막 미사를 하고 1년 간 정들었던 수락산 성당을 떠나면서 인용한 성경구절이다. 의례적인 미사집전 외에 다른 강론이 없었기에 이 성경말씀은 더 가슴을 절절히 치고 갔다.

 

성경이 저렇게 말하고, 또 한 사람의 사제로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목숨보다 소중한 신앙이었기에, 신부님이 저 말을 인용하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 건인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또 저 구절은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회와 당당함 말이다. 신의 뜻에 대한 참회, 그렇지만 또 다시 사람의 일을 돌볼 수밖에 없는 진실된 사제의 길에 대한 당당함. 이 성경 말씀을 들었던 신도들은 아마 잠깐의 혼란을 거두고, 이런 위대한 모순 앞에 눈물을 흘렸으리라.

 

그래서 저 성경 구절은 '그렇다 하더라도 주여, 저는 사람 사는 세상,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겠나이다. 그리하여 제가 천국에 가지는 못할 지언정 그 모든 가난하고 버림 받은 사람들을 위해 가시 면류관을 쓰겠나이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했던 본 회퍼는 고난의 시기에 가시밭길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목사들을 향해 이렇게 얘기 했다. "유태인의 편에 서지 않는 자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를 자격이 없다!"

 

그러므로 신앙은 참된 땅에서만 '신'의 이름을 올곶게 부를 수 있는 법이고, 착난의 땅에서는 고통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전종훈 신부,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님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기에 나는 오늘 하나의 낙관, 시대를 그저 절망만 할 수는 없는 그런 희망에 찬 낙관을 발견하고 잠시 넋 놓고 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명박, 그는 아주 큰 비관이다. 그 큰 비관의 덩어리, 암세포와도 같이 전이되는 죽음의 덩어리가 한국 사회 한 켠에서 기생하고 있다 할지라도, 전종훈 신부 같은 분은 그러한 막대한 비관을 잠재우는 평화라는 이름, 정의라는 이름, 참신앙이라는 이름의 온 희망이고, 온 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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