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을 오른게 올해 5월인가 그랬으니까,

산으로 향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다.

도시락도 싸고, 과일도 몇개 챙기고 얼음물도 넣고 집을 나섰다.

 

북한산성 아래서 문자를 보냈다. 백운대에 있느냐고? 있단다.

필요한게 뭐냐고 물었더니, 달랑 김밥 한줄 이라고 답이 왔다

김밥 두줄과 막걸리 한병 맥주 한캔을 사서 넣고 올라간다.

산아래로 음식점들을 다 옮겨서, 계곡에 늘어져 고기 굽던 연기는 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앉아서 쉴수 있는 긴 의자들이 생겼다.

산이라면 그래야지 싶다.

 

위문으로 오르는 길은 언제 올라도 힘겹지만 그래도 발걸음이 제법 가볍다.

앞뒤에서 올라가는 사람들처럼 거친 숨을 몰아 쉬지 않는 건 다행인가.

원효봉 가는 갈림길을 조금 지나 계곡을 만나는 곳에서 잠간쉬었다.

물이 많은 계곡이었는데, 비 내린지 오래 되어서 그런지 물은 없다.

 

위문까지 한시간 40분쯤 걸렸나 보다.

바람살 많던 위문도 바람 한점 없다. 성벽에 기대어 물한잔 마신다.

올라 올 때는 몰랐는데, 앉아서 쉬니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속에서 메쓱거림이 느껴질듯하다.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본건 언제쯤인가?

산을 너무 멀리 했나 보다.

 

백운대까지 가려고 일어섰는데, 답답하다.

올라갈 힘은 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고, 줄을 서서 올라가야 할 듯하다.

그래도 어쩌랴 저 위에 털보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는데..

 

몇발짝 옮기지 않았는데, 어라 , 앞에 어디서 본듯한 사람이 서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뭔가 쓰고 있다.

헉,,,,,,, 병관옹!!!!

백운대 위에서 서명을 받을 때도 있고, 주말에는 위문 옆에서 이렇게 받기도 한단다.

더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반갑던지..ㅎㅎ

 

잠시 앉아서 다시 쉬다가, 뒤로 물러나 앉아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북한산에 온지도 1년이 넘었으니, 고생이 많으련만,

여전한 모습이다.

서명지는 펼쳐 놓고 있는데, 아무말 하지 않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서명을 해 주고 간다.

가끔 지리산에 봤다는, 누군지 알아 보겠냐고 물어보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병관옹이 연하천에 있을 때부터 보아온 수많은 사람들을 어찌 다 알아 볼 수 있으랴..

 

서명용치 펼쳐 놓고 있는 곳에 나무가 크게 상처가 났는데,

위에서 누군가 바위를 굴렀는지 모르겠다고,

바위 굴러 내려올때 있었다면 아마 죽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이다.

 

내려 오는 길은 밤골로 잡았다.

나도 이 길은 처음 가 보는 길이다. 위문 오르는 길 보다 가파르고 길이 안좋다.

다시 땀이 쏟아진다.

한시간을 넘게 내려와서야 계곡물을 만났다.

발 담그고 머리도 물에 담그고... 

그리고는 조금 시원해 졌다.

 

가을 늦더위 마지막 날이었다.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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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09:54 2011/09/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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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머프 2011/09/27 12: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진 색깔이 좀 이상하게 보이네요. 이쪽 컴이 이상한건가?
    병관옹은 여전히 고생이 많군요. 산오리는 산에좀 자주 댕기시길...
    역산엔 발 끊으신거예요? 전, 이번달 경주 남산에 올해 들어 첨 따라갔네요..ㅎ

    •  address  modify / delete 2011/09/27 16:31 산오리

      흑백사진으로 찍은게 이모양이네요..ㅎㅎ
      자전거 타느라고 산에는 거의 안가게 되네요. 산도 가끔 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