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 오전에 간만에 목욕탕엘 갔다.
전 주부터 시작된 피곤이 가실 줄을 모르고, 낮에는 내내 졸립고,
저녁에는 술을 마셨기에 목욕도 좀 귀찮기는 했지만,
집에서 샤워하고 나면 때가 보일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몸을 불리고, 때밀이 아저씨한테 때를 밀어 달라고 했다.
생전 처음으로 돈주고 때를 밀기로 한 것이다.
목욕탕 가서 내몸 에 있는 때를 내가 밀지 못한다면,
이미 살아있는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서 때를 밀었다. 요즘 목욕탕에서 옆에 사람 등밀어 주는
풍속도 사라져서, 긴 타올로 등도 혼자 밀었다.
등이 개운하지 못한게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돈주고 때를 밀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바로 누웠더니 따뜻한 물 한바가지 퍼붓고는
아저씨가 손부터 때를 밀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이..
피부에 닿는 때수건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누르는 힘이 센거야 때가 잘 밀려서 괜찮을 거 같은데,
쇠수세미로 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살을 다 긁어 버리는 듯한...ㅠㅠ
몸으로 오면서 그 강도는 더 심해진 듯하고,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는데,
차마 소리를 지르지도 못했다.
다들 그렇게 밀고 있을 텐데, 소리 지르고 아프다고 하면
쪽팔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특히나 가슴이나 배는 더 아팠는데,
근육도 없는 가슴은 뱅뱅 돌려가면서 진짜 세게 밀었다.
하마 끝났나 했더니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는 또 문지르고...
물한바가지 붓고서는 뒤집고,
등으로 엉덩이로 내려가는데도 따겁고 아픈건 여전했다.
이제 끝났나 했너디, 어깨와 손에 안마도 해 주신다.
"그냥 때만 밀어주세요" 했더니,
"이렇게 해야 시원합니다." 하신다. 고맙기야 하지요..
비누칠해서 마무리까지 해주시고는 끝났다고 해서 앉아서는
오른쪽 가슴을 쳐다 봤더니
"아파요?" 하신다. "네~~"
오른쪽 젖꼭지가 너무 쓰라리고 아프다,
껍질 벗어진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니고, 피가 나는 것도 아닌데..
집에 와서 상처에 난 연고를 계속 발라주고 있다.
이틀 지나면서 오늘 아침에야 겨우 조금 나아졌다.
움직이지 못할때 까지 다시는
사람 사서 때밀지는 말아야겠다..ㅎ
최근 몇년간 공중목욕탕 안 가보고 집에서 혼자 요가하듯이 때를 밀지만
예전에 가끔 목욕탕 가던 때, 두어번 때를 밀어본 적 있는데,
정말 살살 밀어주세요 부탁해도 목욕 후에 곳곳에 작은 딱지가 생겨.
기력 있을 때까지 혼자 밀고,
혼자 때 밀기 힘드니까 요가같은 거라도 꾸준히 배우고요.
혼자 등 밀때 밀려오는 까닭모를 구차함...
그 구차함 느끼지 않게 낑낑대지 말고 유연하게 우아하게라도 밀어야지...
혼자 때미는 건 언제나 낑낑대게 마련이지요.
우아하게 때를 미는 건 어떻게 미는 건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