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이다
밥을 달라고 하면
깡패들의 주먹이 날아 오고
옷을 달라고 하면
경찰차의 물대포가 불을 뿜는다
집을 달라고 하면
쓰러지는 천막에 불을 지르고
술을 달라고 하면
시퍼런 양잿물 한바가지를 들이 민다
삶을 달라고 하면
죽음을 주겠다 하고,
바로 한 웅큼의 죽음을 넘겨 준다
몸은 닳아서 아프고,
마음은 시들어 헛 것만 보이는데
병들었다고 하니 ‘힐링’도 준다
셀 수도 없는 무수한 말들이 난무하고
잡히지도 않는 바람들이 스쳐가고
온 몸에 바른 알약은
신나보다 빨리 증발한다
세상을 달라고 하면
세상을 주겠다는 구세주가 필요하다
내가 바로 세상이고
네가 바로 구세주다
<2012.9.24.>
연맹 신문 '공공운수 노동자'에 새롭게 시를 연재하기로 했다.
부담은 크지만, 적게라도 고민할 공간을 만들어 가야겠다.
2012년 9월 27일.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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