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에 부모님 금혼식 얘기가 잠간 나왔다.

아버지는 올해가 결혼 50년 된 해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하셨다.

결혼한 날자도 두 분이 말씀 하시는게 정확한 거 같지않았다.

 

그래서 자식들이 거꾸로 역산을 열심히 했는데..

그날 내린 결론은 올해는 부모님의 금혼식이 있는 해이고,

어머니 칠순은 내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어느날 동생이 전화해서는 부모님 금혼식 어케 할 거냐고 해서

한번 형제들이 모여서 얘기해보자 했고, 토욜날 부모님 집에서 만났다.

 

 

 

 



결혼 50주년과 칠순 년도가 또 헷갈리는 것이었다.

다시 휴대폰의 달력을 펼쳐 놓고, 거꾸로 계산을 해 보는데,

이번에는 누나가 태어난 날로부터 시작했다.

 

- 누나가 57년생, 윤8월에 태어난 건 확실하죠?,  

- 그 전해 설 되기전 섣달에 결혼한 건 맞죠?

  (뱃속에 있었던 날을 계산해 보니까 꼬박 9개월이 넘는다)

 

그럼 양력으로 56년 겨울에 결혼했다는 야그고,

50주년이 되려면 2006년 겨울이 맞는 거잖아요...

 

칠순은,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생신이 있고,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이 따로 있는데,

지금껏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을 생일로 해 왔는데,

연도는 한해가 늦은 거니까 그걸로 따지면

칠순도 내년 겨울이 맞는 거잖아요...

 

그래서 금혼식이 1년 뒤로 미루어졌다.

 

50년 전에 결혼했다고 너무 오래 되어서 결혼날자도 잊어 버리고 사는 양반들이다.

그렇게 먹고 살기 힘든 세월이었다고 하면 대충 이해가 될까?

 

부모님 금혼식과 칠순이라는데,

그래도 잔치를 하든 여행을 보내 드리든지 뭔가 그럴듯하게 축하해 줘야

할거 같은데,

 

지 새끼들 과외비나 학원비로는 수십만원, 수백만원 아까워 하지 않는

며느리와 자식들은

부모님 금혼이나 칠순에 50만원, 백만원 부담해야 할 것들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자식들한테 돈 푼 물려준 건 없지만,

지금까지 스스로 벌어 사시면서 자식들한테 손 한번 벌리지 않으신 부모님인데... 

 

무자식이 상팔자이긴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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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31 17:32 2005/10/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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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머프 2005/10/31 18: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강추!! '무자식=상팔자!' 근데 전, 실패네용~
    쩝....

  2. 행인 2005/11/01 01: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금혼을 맞으신 부모님... 너무 부럽습니다. 불효만 하다가 보니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그나마 홀어머니 봉양도 못하는 제 처지가 오늘따라 너무 한심하군요...

  3. sanori 2005/11/01 08: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머프 / 저는 더블로 실패입니다..ㅎㅎ
    행인 / 금혼식 어떻게 하느냐로 고민하는게 사치 같이 느껴지겠습니다. 죄송...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회혼까지 지내고 돌아가셨죠. 부부가 50년, 60년 함께 사는건 참 어려운 일이죠..

  4. azrael 2005/11/01 10: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몇해전에 아버지에게 '몇월 몇일이 우리 은혼식이다. 여행 갈테니 얼마 보내라' 라고 이메일이 왔었는데...저희 부모님은 사치를 넘어 약간 뻔뻔하신듯....ㅎㅎ

  5. 이재유 2005/11/01 15: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무자식=상팔자에 속하고 있습니다^^ 근데 정말 무자식이 상팔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어제 밤에 허락도 없이 산오리님과 행인님 꿈을 꿨는데요, 무슨 내용인진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이거 하나만은 똑똑히 기억나네요. 산오리님 슬하에 딸이 둘이었다는 것. 왜 이런 해괴망칙한 꿈을 꿨을까!! 하여간 족보를 바꿔 놓아서 죄송합니다, 산오리님!!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6. 산오리 2005/11/01 17: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즈라엘 / 몇 해 전이 아니라 십여년 전 아닌가요? 지금 님의 나이가 몇인데..ㅎㅎ. 차라리 그렇게 하시는게 오히려 편해요. 보통 부모님들이 바라시는게 있는데, 실제로 말은 그렇게 안하시거든요..그래서 어려워요.
    이재유 / 그참 이상하네요, 산오리와 행인이 어케 꿈속에 나타났을까요? 산오리도 요즘 무자식은 불가능하지만, 딸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꿈에서나마 족보를 바꿨다니 다행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