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홈피를 보았더니, 3년전 오늘 지구당 창당 기념일이었다면서

두장의 사진이 올라와 있네.


 

이즈음 산오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당시의 생각이 남아 있다.

 

왜???
번호  213 분류     조회/추천  36  /  0  
글쓴이  곽장영        
작성일  2001년 09월 17일 10시 57분 04초

8월초부터 결정하고 준비해서 한달 보름동안의 '스트레스'로 남아 있던
민주노동당 고양시 일산갑지구당 창당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사람을 모으기란게 어려워 진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173명의 당원 중 절반을 모으는 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편투표를 하기로 하고 모든 당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참석 하기 어려울 거 같으면 투표를 해서 편지라도 보내 달라고
'애원(?)'을 했다. 통사정을 했다.
그래도 마지막 주에 와서 점검해 보니, 우편을 보내준 당원과 참석할
당원을 합쳐도 겨우 절반이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다.
편지는 보지도 못했고, 다시 보내도 여전히 못보았다거나,
편지를 받았지만, 편지 보낼 여유도 없이 바빠서 도저히 보낼 수 없다거나,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대답은 잘 하는데, 역시 안오거나
하여튼 휴대폰 덕분에 전화통화는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뭔가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한시간을 넘어서 겨우 91명....우편투표가 50명을 넘었으니 참석자는
40여명선이었다. 그렇게 그렇게 지구당 창당은 치루었다.
한달 동안 사람들을 불러모아도 이렇게 어려운 건 도대체 무엇때문인지,
애당초 이처럼 지구당을 창당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중앙의 결정이니 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가?

벌컥벌컥 소주를 마시고, 2차로 간 맥주집에서 500cc를 또 마시고는
집에 돌아와서는 퍼졌다. 일요일 내내 병든 닭처럼 오른쪽으로 비틀다
왼쪽으로 비틀다 꼬여서 널부러졌다. 마신 술이 과하기도 했지만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다 또 잠들었다.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회의에서 나는 이번에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회의가
무산되면 이 잘난 자리 그만두겠다고 했다. 내심으로 사람들이 오지 않고,
편지도 보내지 않아 무산되기를 바랐지만 그도 마음대로 안되는 모양이다.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고, 아니면 무엇을 주겠다고 이러고 있는지....

세상은 때로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그 때 감옥에 있던 양경규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따로 쓰기도 귀찮으니까 이글을 보냈나 보다, 그랬더니 산오리를 평가한

답장을 보내왔다.

 

산오리를 평가한 글 한토막....

창당대회는 끝났겠군요. 지구당 위원장 되었습니까? 내가 한마디 해 볼까요?
사실 곽동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위 진보운동의 중심에 이런저런 모양으로
던져져 있지요. 본인은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들이
논의되고 사회변혁의 중심적 활동이 전개되는 곳에 있는 거지요. 그런데도 본인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 혹은 싫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주변부로 이동시키고 활동의 주체가 아니라 그 모든 활동을
객관화시켜내고 있지요.
시위대의 중심에서 막 휩쓸려 다니다가 갑자기 "내가 왜"라고 하면서 슬며시
길가로 나서 행인이 되어 버리듯이 말이죠.
물론 되는 일이 없어서 그런 생각이 더 드는 것이겠죠. 당연히 우리세대에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이전세대는 더 이루지 못했구요.
그냥 우리 하는 만큼만 하지요. 민주노동당이든 아니면 당명바꾼 무슨 계급정당이든
뒤에 태어나는 사람들이 우리들 노력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어갈 것 아니겠어요.
역사지요. 그게 역사 아니겠어요. 그냥 포기하지만 말고 가진 것 만큼만 하자구요.
그러니까 너무 속태우지 말고 이렇게 사는 일이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주제넘게 갇혀 있는 주제에 지 걱정이나 하지.....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당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09/15 22:06 2004/09/15 22:06
Tag //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anori/trackback/34

  1. 바다소녀 2004/09/16 11: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양경규 위원장님의 편지가 참 멋진걸요..

  2. babo 2004/09/16 12: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으젓한 모습이네요. 그런데 옆에 이준 위원장님은 멀리 떨어져서 소외된 듯한 표정으로 서 계시네요. 중심에 있는 산오리님이 핵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그리고 생각마세요... 단순하게 사세요. 기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