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네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동명이가 점심시간에 무단이탈로 학교를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다가 걸렸단다.

내일 징계위원회(?)가 열리는데, 학부모가 오실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일 학교 갈 시간도 없거니와, 또 시간을 굳이 낼수 있다 하더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부모가 가든 안가든 별 차이 없을 텐데,

학교에서 내리는 징계를 그대로 받을 거라고 했더니,

그런 내용의 '서약서'를 보낼테니까 사인해서 다시 보내 달란다.

그러겠다고 했다.

 

 



징계는 어떤 걸 받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10일쯤 화장실 청소 같은 걸 할 거란다.

(정학이나 퇴학은 아니라 다행인가?)

그런 징계를 받는 건 좋은데, 학교에서 학생부장님인가 하는 선생님이

아직도 때린다고 동명이가 그러던데, 때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골치아픈 애 담임 맡겨서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했더니,

'애들은 그럴 때죠...'한다.

담임 선생님께 미안하고 죄송하다.

 

출장가느라고 차를 몰고 나갔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애비, 에미 다 담배 피우는데, 자식이라고 담배 안피우겠어?'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담배 피우는 걸 뭐라 하기도 그렇겠다 싶었다.

 

하긴 선생님 한테도 그런얘기를 했었다.

동명이 담배 피우는거 아빠도 알고 있고

목도 안좋으니까 끊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근데, 학교 밖에서 담배피운거 갖고 징계까지 해야 하냐? 고...

 

그랬더니 선생님은,

무단이탈도 그렇고, 또 아파트 주변에서 교복 입고 담배피우고, 침뱉고 해서

주민들 민원이 계속들어온단다.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이제는 동명이의 문자가 계속 온다.

 

- 아빠 학교에서 전화 왔엉?

- 아버지....ㅜ 부탁이 있어 엄마한테 얘기하지 말아줘

- ㅜ 아빠나도 호프데려가줘 ㅜ ㅜ 친구들아빠가 호프데려간다는데 ㅜ 아빠 말하지 말아조.......ㅜ

- 아빠 죄송해요 ㅜ  아잉!!ㅜ 날포기하지말아줘 잘할게!! 제발

- 이제 잘할테니까 용서해죠 진짜로 학교에 불려오게 안할게...ㅜㅜ

- 오늘부터 학원끈나면 바로 들어가고 담배는 줄이고ㅜ 엄마는 심심하면잔소리하는걸..ㅜ

- 알겠습니다!!ㅜ 청소년의 스릴을 마감하고 끝내는거지ㅜ휴열심히할게

- 알겠엉 오늘부터 일찍들어갈게!! 혹시 엄마한테 말했어??

- 아제발말하지말아줘ㅜㅜ엄마잔소리듣기싫다요....ㅜ 잘할테니까마지막으로한번만봐줘

- 아너무해 적어도집에서아빠는 내편이라고생각했는데ㅜ 옛날에는매일다굴하구ㅜㅜ

 

동명이의 문자만 옮겼다. 산오리가 보낸 답 문자는 네이트에서 보내느라 없다.

뭐 뻔하다.

담배 끊어라 했는데, 안끊더니 쌤통이다.

호프데려가서 담배피우게 해주까?

맨날 거짓말만하고, 늦게 오고 뭐 제대로 하는게 있어야지.

엄마한테는 당연히 말할거다.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으로 보여주라,

이제는 믿을수 없다.

 

뭐 이런거다.

결론은 또 엄마한테 말하지 말아달라는 것과, 현재의 위기를 모면해보자는 것이리라...

 

이걸 엄마한테 말해? 그래도 또 속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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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31 18:07 2006/08/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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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뻐꾸기 2006/08/31 18: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잘 모르는 사람이 나서서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는 동명이가 엄마한테 직접 설명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위기만 모면하는 경험을 반복해서 갖는 것은 동명이한테 매우 나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 2006/08/31 19: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날포기하지말아줘 잘할게..ㅜㅜ

  3. 김수경 2006/08/31 23: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엄마 입장에선 배신감을 느끼겠지만,엄마가 알면 속상하기만 할 것 같네요.대신 아빠가 위기를 잘 넘겨보세요. 어찌보면 위기가 아닐 수도 있죠. 그땐 그런 애들 많잖아요. 근데... 학생들이 아파트에 와서 담배피고 침 뱉는 것 정말 싫어요. 잡히면 뒤통수 한 대 갈기고 싶긴하다니까요.

  4. 김수경 2006/08/31 23: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동명이 얘기를 읽다보면 괘씸하기 보단 귀엽긴해요. 보아하니 별로 긴장하지 않잖아요. ㅎㅎㅎ. 문제집 해답지 보고 컨닝 해 놓고 시치미 데는 우리 아들 같기도 하고,.

  5. 동명이친구 2006/09/01 00: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담부터 담배필 때 침은 안 뱉을께요.

  6. 비아라 2006/09/01 08: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담배가 몸에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청소년이라고 해서 못 하게 한다는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담배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건 일종의 취향이고, 또 존중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청소년으로써 저의 입장을 말한거지만 막상 자식이 담배를 핀다고 하면 막막할 것 같네요. 무단이탈하는 학생도 문제지만 무단이탈 할 마음이 안생기는 학교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7. 투덜 투덜 2006/09/01 14: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동명이라는 친구에 대략공감
    무진장 귀여움

  8. 슈아 2006/09/01 14: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돌맹이를 보면 미루의 미래를 상상하게 돼요. 같이 사는 사람은 미루가 담배 피면 "니 담배 값은 못 된다." 한다네요. 미루아빤 담배 안피거든요. ㅋㅋ

  9. 산오리 2006/09/01 14: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뻐꾸기/일단 엄마한테는 얘기안했어요..
    갈/포기하고 싶어요..
    김수경/어릴때는 귀엽게 봐줄수도 있지만, 고등학생쯤되서 하는 짓들은 통제불능에다가, 상상불허...그저 큰사고만 안치길 비는 수밖에 없어요.
    동명이친구/ㅎㅎ
    비아라/청소년이라고 또는 자식이라고 담배핀다고 막막할 건 없는데, 사회분위기가 그러니 항상 숨어서, 몰래 하니까 불안하게 느껴져요. 차라리 비아라님 말처럼 존중해주고, 점심시간에도 밖에 나갔다 오게 하면 오히려 자율적으로 할수 있을 텐데...억압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수십년 전이나 마찬가지네요.
    슈아/산오리도 그러는데, 얘들이 돈을 알지도 못해요..

  10. azrael 2006/09/01 20: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의 오프 가족과 온라인가족은 모두 흡연자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