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 일로 출장을 갔다가,

서류에 펜으로 몇자를 써서 제출할게 있었는데,

이 몇자를 적으면서도 손이 떨리고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 거였다.

카피해 간 다른 문서에 있는 제목을 옮겨 적는데,

한 단어는 고사하고, 한자씩 한자씩 보고 옮기고..

그러고도 제대로 쓰는 것인지 확신이 안드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글자를 종이에 연필로, 볼펜으로, 만년필로 써 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서류 보고 결재란에 고작 이름 쓰는 게 대부분이고,

문서로 만들어진 건 연필로 그어가면서 다른 한두자 써보는게 전부다.

그러니 문장이라도 만들어서 쓰려고 하면

문장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손이 떨리고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 꼴이 된 것이다.

 

흰종이 꺼내놓고 한번 써 봤다.

씌여지긴 하는데, 글자 정말 볼만하다.

그 전에 종이에 글자 쓸때도 달필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내가 써 놓고도 무슨 글자인지 잘 모르겠다.

 

수십년 전부터 몽당연필에 침묻혀 가면서 어렵게 배우고,

또 십수년간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쓰고 또 써 온 것이기에

버릴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별로 쓸모 없는 것이기에 쉽게 버려도 되는 것일수도 있는데...

 

종이에 볼펜으로 글씨를 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뭐 중요한걸 잃어버리는 건 아닐테지?

그래도 뭔가 찜찜하고 아쉬운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건

부질없는 아쉬움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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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8 13:12 2007/08/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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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염둥이 2007/08/08 14: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는 아날로그적 글쓰기를 못한다 해도 중요한 걸 잃는 것은 아니겠지만 영혼이 조금씩 쓸쓸해지고 외로워지지 않을까요.

  2. 꿈꾸는 애벌레 2007/08/08 15: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몽당연필에 침묻혀가면서 어렵게 배우고...ㅋㅋ

    컴터 문명의 발달로..저도 글씨써본지 넘 오래됐네요..
    간혹 내가 써놓고도 무슨 글씨인지 몰라서 해맨적도 있었다는...ㅋㅋ

  3. 곶감 2007/08/08 15: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손으로 글쓰기를 하루에 조금씩은 하고 있는데
    확실히 예전만큼은 안 써대니까ㅎㅎ 글씨가 점점 웃겨지고 있어요

  4. bat 2007/08/08 16: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원래 글씨가 개판이지만 근력운동은 열심히 해요. 언젠가 인류에게 컴퓨터를 더이상 쓸 수 없는 날이 올 걸 대비해서요

  5. 산오리 2007/08/08 17: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염둥이...마저요, 영혼도 말라 가고 있지요.. 종이로 편지쓰던 시절이 좋았던거 같아요.
    애벌레...몽당연필에 볼펜 껍데기까지 씌워서...ㅎㅎ
    곶감...글씨 쓰기 대회라도 해야 할까 봐요..
    방망이...열심히 드시기만 해도 살아 남으실거 같은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