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에 시퍼렇게 또는 거멓게 이끼가 달라 붙어서 보기 흉했다.

두어달 전에 물고기 가게에 들른 참에 이끼 먹는 놈 두마리를 사왔다.

유리에 빨판 하나 붙이고서는 딱 달라 붙어있는, 메기처럼 생긴 놈이다.

한 놈은 제법 크고, 다른 놈은 좀 적은데, 어항에 들어가자 마자

이끼청소를 얼마나 잘 했는지 어항이 깨끗해 졌다.



이끼 먹이가 모자랄 거 같아서 한 놈을 빨리 다른 곳에 옮기든지

누굴 주던지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집에 오니 이끼청소 물고기 두 놈이 다 사라졌다.

'그렇게 큰 놈들이 어디로 갔지?'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데, 한쪽 구석에 껍질이랑 지느러미와 뼈가 약간 남았다.

다른 놈들이 이끼청소 물고기 두 놈을 다 먹어 치운 것이 분명하다.

내가 집에 없어서 물고기 밥을 정기적으로 주지 않아서 배고픈 버들치들이

먹어치운 것일까? 아니면 몸통이 투명한 열대어 두 놈이 먹어 치운 것일까?

이놈들 공통의 소행일까?

배가 고파서 잡아 먹은 것일까? 이끼가 없어서 굶어죽은 놈을 뜯어 먹은 것일까?

 

그 동안 열대어 10여 마리를 어항에 넣어 두었는데, 한마리씩 한마리씩 사라졌다.

물론 약간의 흔적은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흔적조차 없기도 하고...

그러면 또 사넣기도 했는데, 이제는 버들치 세마리와 열대어 두마리만 남았다.

버들치는 올 여름 북한산 계곡에서 네마리 잡아서 넣었는데,

이 놈들은 열대어처럼 적응도 잘해서 잘 산다. 얼마전에 한마리는 죽었다.

 

배고프면 무엇이라도 잡아 먹어야 하고, 그래서 살아 남아야 하는건

살아 있는 것들이면 다 마찬가지겠지만,

순식간에 두놈의 이끼청소 물고기를 잃어 버리고 나니 허탈하다.

 

먹이를 제대로 주면 다른 놈을 먹어치우지 않을까?

(제대로 신경써 주지 못하면 식물이고, 동물이고 살아 있는 것들을 집에서 키우지 말아야 하는데...)

아니면 다른 놈을 잡아 먹는 놈들을 색출해서 건져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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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21:42 2004/11/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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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약 엄청 뿌려 놓고, 양쪽 귓구멍에는 휴지를 돌돌말아서 꽉틀어막고,

치킨에다 맥주까지 몇잔 마시고 드러누웠더니

이틀째의 천막잠은 날씨가 추워졌지만 그런대로 몇번 안깨고 잘 잤다.

물론 잠들기 직전에 마신 맥주 덕분에 얼굴이 팅팅 부었지만...

7시에 일어나서는 세수하고선 사당역으로 가서 버스타고 경기대 후문에 내렸다.

9시 20분쯤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한시간도 더 먼저 도착했나 보다.



다행이도 동수원 톨게이트를 나오고 있단다. 경기대를 통과해서 정문 앞쪽의 주차장에서 한시간 반을 기다려 조합원들이 다 모여서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전품지부 조합원 등반대회에 오라 해서 갔는데, 당초 조합원 70여명이 오기로 했다는데, 51명이 왔단다.)

반딧불이 화장실(?)을 지나 약간 경사진 곳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숨이 찬지 모르겠다. 명치 윗부분이 꽉막힌듯 한 거 같기도 하고,

뭔가 심장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원래 산행 시작할때 몸이 늦게 풀리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은 너무 심하다 싶다.

(이러다 가슴을 부여안고 주저앉으면 그냥 못일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출발부터 우리 조의 제일 뒤쪽에 처졌다.

 

완만하게 오르고 그리고 평지를 걷고 또 완만하게 오르고, 평지를 걷고...

돌계단이나 쇠계단 하나도 없고, 모두가 흙길로 되어있어서 너무나 걷기 좋은 길이다.

차츰 가슴이 진정되어 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우리 조의 꽁무니를 지키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 졌지만 해가 오르니까 추운줄은 모르겠고, 낙엽 쌓인 길을 너무 편하게

걷고 있었다. 어느 산에서도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은 없었던 거 같다.

산이 높으면 당연히 험한 길들이 있고, 또 그 산이 망가진다고 온통 계단으로 길을 만들어

어느 산을 가든지 나무계단과 철계단, 돌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거나 내려와야 하는데,

이 산에는 그게 없다. 그저 부드러운 흙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사람들의 산을 가는 방법도 또 색다르다.

형제봉과 비로봉 봉우리에는 오르지 않고, 우회해서 그냥 지나간다.

그리고 두세곳에서 미리 도착한 조합간부들이 퀴즈도 내고 춤도 추게 해서 조별로 점수를 매긴다. 그저 헐렁헐렁 걷다가 쉬다가, 봉우리에 올라서는 사방을 구경하다가 슬금슬금 가는 산오리인데, 조편성이 되었으니 속한 조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마냥 따라 갈 수 밖에..

그리고는 토끼재에서 하산해서는 상광교동이라는 버스종점까지 내려오는데 두시간 남짓 걸렸다. 산오리가 가는 방식대로라면 세시간은 더 결렸을 텐데...

 

어쨌거나 수원과 의왕을 걸쳐 있는 이 산을 처음으로 따라 갔는데, 더 긴 코스를 택하면 대여섯시간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을 거 같다. 걷기에는 너무 좋은 산이다. 산을 못가는 사람도 산책삼아 가기에 좋은 산이다.

 

그리고는 음식점에 앉아서 푸짐한 점심을 먹는다. 막걸리 두잔 마셨는데, 이상하게도 상태가 좋지 않은 산오리는 손과 팔이 붓기도 하고, 영 기운이 없다. 엔지니어링 노조 창립 기념식에 들러서 집에 왔는데도 아직까지 얼굴이화끈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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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2 22:42 2004/11/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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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은지 1년하고도 10개월이 지났다.

올 연말이 지나면 2년이 된다. 그동안 한 두개피 피워 본적도 있고,

몇 번은 꿈속에서까지 담배를 피우기도 했고,

얼마전에는 술자리에 앉아서 술 몇잔 마시고 옆사람이 피는 담배를 보면

나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끊고 있다....



우선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담배를 피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는 동료들이 많지만, 억지로 강요를 해서라도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지 않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담배에 대한 생각을 버릴 수가 있다.

 

그러나 사무실을 나서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직도 담배를 자유롭게 피우는 곳은 노동조합 사무실이다.

비록 금연건물이라 하더라도 노동조합은 이를 자랑스럽게(?) 어기고 있고,

조합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라도 조합사무실을 찾게끔 하는,

처절한(?) 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 조합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죽음이다.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건자재시험연구원 지부도 마찬가지다.

노조사무실에는 항상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산오리는 이 연기를 피해 사람들이 조합간부나 조합원들이 있을때는 사무실 문밖에서

서성거리거나, 또는 그옆 회의실에서 앉아 있기도 한다.

천막도 마찬가지다. 저녁먹고 여성조합원 두 명이 있어서 같이 얘기하는 동안에

담배연기가 없다 했더니, 두 여성 조합원이 가고 나자 마자, '담배 피우자' 면서 모두다

한개피씩 빼어 문다.

다시 슬그머니 일어나서 천막 밖에 나와서 서성이다가 이제는 날씨도 추워지니까

이번에는 노조 사무실로 돌아왔다.

 

노동조합 전임하면서 내가 담배를 피울 공간이 없다고 판단해서

(대부분이 다 피우니까 내가 피지 않아도 핀 것 만큼, 또는 그이상 피운 효과가 있으니..)

담배를 끊었는데, 지부나 다른 노조 사무실에 가면 담배연기와 숨바꼭질을 벌여야 한다.

 

담배연기 잘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참세상 게시판을 뒤져보니, 지난 연말에 금연 1년만에 쓴 글이 있는데,

여전히 그때의 생각이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배 끊어 1년....(2003년 12월 31일)

 

지난 연말 촛불시위하고서 소주 한잔 마시고 일산 들어오다가
담배 끊어버리겠다고 하고서는 딱 1년이다.
그동안 두어번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지만 이제는 담배연기가 싫다.
담배 끊고서 달라진 거...

지갑에 돈이 남아 있다.
하루에 반갑정도 밖에 피우지 않았는데도 담배 사는 것은 한갑으로도 안되고
때로는 그보다 더 샀던 거 같다. 그러니 지갑만 열면 담배 사는 것으로 시작하고
때로는 보루로 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니 돈이 남을수 밖에...
근데, 그렇게 많은 돈이 남았는데, 1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이너스 통장은
마찬가지 수준이니..그 돈은 어디로 간 걸까?

오락가락 덜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다가도 '아 담배' '아 라이터' 하면서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움직일때 마다 호주머니를 만져보고 확인하고, 담배나 라이터 없으면 불안했는데
그게 사라졌다. 이제는 챙겨야 할 것이 지갑과 휴대폰 이렇게 절반으로 줄었으니
집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경우도 줄었다.

쫓기지 않는다
실내공간에서 나와서 차로 이동하거나 차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들르거나
잠시라도 밖에서의 여유가 있으면(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담배를 피워 물어야했다.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다른사람 눈치보면서 허겁지겁 담배를
빡빡 빨아댈 시간을 찾아 헤멜 필요가 없어졌다. 그만큼은 여유...

잔소리 안듣는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꼭 한마디씩 듣던 잔소리, 그거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이제는 밖에서 잔소리 크게 하는 쪽으로 역전되었다...

건강---좋아진 거 느끼지 못함(배는 더 늘었음)
담배연기와 함께 하는 여유, 긴장해소 ---- 이건 잃어버려 아쉬움
담배친구들과 느끼는 진한 동료애--- 이것 역시 잃어버려 아쉬움

또 뭐가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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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1 22:05 2004/11/1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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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시설안전기술공단에서 파업하는데, 천막에서 자다가

용역깡패들한테 얻어 맞은 이후로 천막에서 잠잔 적이 없었지 아마...

그리고 천막에서 잠자는게 조금은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갑자기 용역 깡패들이 나타날까봐...

그렇게 다시 깡패들이라도 나타나 준다면  오히려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니까

깡패들이 오라고 빌어야 할 판이다.... 요즘 갑갑한 사업장에서는.



오늘 부터 다시 천막에서 한댓잠을 자야 할 형편이다.

물론 계속해서 천막에서 잠자지는 않고, 가끔(?) 들러서 천막에서 잘 계획이지만,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이즈음에 천막은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서초동에 있는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 지부의 단협이 풀리지 않고 있다.

산자부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 있는데다, 사용자들도 이를 이용해서 노동조합을 아예 허수아비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오늘 점심시간에 천막농성 출정식을 갖고 오후에 교섭에 들어갔는데,

사측의 원장이 천막농성 들어간 것이 유감이라고 중얼중얼거린다.

우리측 교섭위원들이 '단협해지 통보는 괜찮고 고작 천막 친 거로 시비를 거는 거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더니, 사측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말싸움이라도 붙어보자는 듯이

시비가 계속된다.

'교섭하기 싫다는 것이냐? 뭐냐?'는  큰소리가 우리측에서 날아가고,

책상도 두드리고 물병도 날아가고... 책상도 밀고...

개새끼, 소새끼 얘기도 나오니까 원장이란 인간은 슬그머니 자리를 뜨고..

결국은 교섭은 10분도 안되어서, 본격적인 조문 논의는 시작도 못해보고 끝났다.

 

저녁에 천막 바닥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천막 옆 벽 천으로 둘러서  설치하고, 난로도 들여놓고, 전기매트도 들어 오고...

조합원들 모여서 도시락 시켜먹으면서 넘 즐거워 한다.

싸우는 것은, 모여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오늘 저녁 천막에서 잠들면 따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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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21:02 2004/11/0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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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2


당신은 샛노란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고

당신은 빠알간 몸뚱아리를 내밀기도 하고

당신은 말로는 쓰지 못하는 신비한 색깔로

물들인 사랑의 마음을

몸으로 몸으로 그리는데


나는

당신에게 드러내 보일 빛깔도 없고

당신에게 자랑할 아름다운 색동옷 한 벌 없고

당신의 마음에 화답할

원색의 몸뚱아리조차 없지만


나도 이제는

노란색 물감통에 내 몸을 절이거나

빠알간 물감 서너 바가지 들이 마시거나

당신이 원하는 신비한 색깔을

마음에 마음에 그리고 있겠다


비록 겨울이 온다 하더라도...

              <200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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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8 23:53 2004/11/0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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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언제 만경대 비박크에 데려갈 거냐고 묻길래,

요즘 가면 얼어죽을지 모르니까 11월 첫주말에 어디 다른 산으로 가자고 했더니

주저하지 않고 월출산으로 가잔다.

두번이나 갔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올라가지 못했다나 어쨌다나....

그러자고 했지, 산오리도 월출산은 가보지 못했고, 지난 2-3년에 월출산 가는 산행팀에

붙어 가려 했는데, 그때마다 무슨 일이 있어서 못가고 말았으니...



산에 가자고 해놓고 가야 할 날은 다가 오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는거라, 그래서 패거리들한테  같이 가자고도 해보고,

우리 노동조합에서 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도 광고를 했는데, 시간이 안나는 거라.

그러다가 두꺼비한테 금욜날 오후 몇시에 만나자고 얘기하면서 같이 갈 친구 있으면

오라 했더니 이미 '아리따운 여인네(?)' 둘이 같이 가기로 했단다.

 

금욜 약간 땡땡이를 치고 3시가 좀 넘어서 세 여인네를 만났다.

그리고는 차를 몰아서 호남고속도로 광산 아이씨에서 나와서 나주를 거쳐서 영암,

그리고 월출산 도갑사 아래까지 가니 10시가 넘었던가 안넘었던가?

맨날 어디 가면 삼겹살 구워 먹는 것도 지겹다고 간 고등어와 삼치를 사서 버섯과 같이 구워서 먹었더니 삼겹살 먹는 거보다 훨 낫다.

산오리는 12시가 한계라 소주 좀 마시고 잠들고, 세 여인네는 자기들끼리 뭐 그리 할얘기가 많은지, 먹고 떠들고....(그 얘기 속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겨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했는데, 그게 가해인지, 피해인지, 그게 가해와 피해로 구분할수 있는지조차 막연하단다. 그런데 산오리는 가해자와 피해자 이름도 이제는 까먹었구나...ㅋㅋ  알면 또 뭐하랴...)

 

7시에 일어나서 8시에 출발하려 했는데, 그게 뜻대로 안되지, 9시가 되어서 출발...

도갑사 민박집에서 택시를 타고 천황사 아래쪽으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한건 9시 반쯤..

불타버린 천황사지를 지나서 구름다리에 올라 다리를 구르고.. 사진도 찍고... 그리고는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바람폭포에 이르러 물도 안내려오는 폭포를 구경하고, 수도꼭지 달아놓은 식수를 마셨다. (구름다리에서 사자봉으로 올라가면 시간이 한시간은 더 걸린다고 해서 바람폭포쪽으로 내려왔는데, 시간 걸리는건 비슷하지 않았으려나?)

아래쪽의 단풍은 아직도 노랗고 빨간 빛을 보여주었고, 땀좀 흘리며 천황봉을 향해 부지런히 올랐다. 조금씩  오를때마다 주변의 논과 저수지와 산은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연신 탄성을 질러가면서...

(아, 맞다 지난 밤에 비도 약간 오고, 서울은 거의 폭우가 왔다는데, 아침에 안개가 조금 있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다. )

 

한시간 반이면 오른다는 천황봉을 두시간 반이나 걸려서 올랐다. 천황봉에 오르니 사방이 다 보이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디 앉을 곳도, 밥먹을 곳도 없다. 그래서 조금 더 내려와서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맛없을 거 같은 주먹밥인데, 넘 맛있다.

 

월출산은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구정봉쪽을 바라다보니 남쪽에서부터 북쪽까지 능선이 쫘악 펼쳐 지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이스턴 섬의 불가사의 바위 조형물을 보는 거 같기도 하고, 고생대의 공룡이 뛰어다니던 산하를 보는 거 같기도 하고,(공룡은 고생대에 뛰어 다녔나? 중생대인가? 신생대인가? 하튼...넘 모르는게 많아...)  저렇게 많은 바위들은 도대체 어떻게 누가 신비스럽게 만들었을까? 자연의 힘인가? 도대체 몇천년 몇만년이면 바위도 저렇게 비바람에 '녹아서(?)' 저런 모습을 만들수 있는 것인가?

 

구정봉은 스쳐 지나고, 억새밭으로 향했다

이미 억새는 철이 지났지만, 햇빛을 받은 억새꽃은 아직도 넘 하얗고, 하늘 거린다. 

억새밭을 지나서 도갑사로 내려오는 길은 평범한 길....

여기까지 오면서, 바위 계단, 흙길, 나무계단, 바위길. 돌계단, 산죽 어우러진 길.... 하튼 너무 다양하고 멋진 길들이 이어졌다.

천황사에서 출발해 도갑사로 내려오는 길이 너무 볼거리도 많고, 등산하기에도 좋은 길인 거 같다. 거꾸로 올라 갔으면 너무 지루했을 거 같다.

도갑사에 내려오니 4시... 민박집 아저씨가 2시면 도착할 거라 했는데, 여유만만 산행은 그럴수 밖에 업지.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잔은 피할수 없는 선택. 목포로 내려가는 길에 어디라더라,,, 그기서 '갈낙탕'을 먹을 시간과 여유가 없어 그냥 왔지만...

 

오가며 10시간이 훨씬 넘게 길바닥에 시간과 돈을 버렸지만,

그 버린 거만큼, 또는 그이상의 멋진 월출산이었으리라.

겨울에도 또 간다.... 이번에는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라도 개기면서....

 

* 디카 밧데리 충전하느라고 두고 안가져 갔더니 사진이 없네.

  일행중에 멋진 배우 한 처녀가 디카 가져 와서 사진 찍었으니 보내주면

  그때 사진도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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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7 20:02 2004/11/0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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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참세상 게시판 '내 친구 시'를 봤더니

과기노조에 있었던 지난 2년 동안 15편의 시를 썼네.

이제 노동조합 전임자 벗어나면 정말 친한 친구 하자고

내친구 시에게 애걸복걸해봐야겠다.

 

 



죽은 동지를 향해 눈물의 회한을 쓴 시(글)도 있었고

살아 있는 친구와 애인에겐 사랑한다는 고백을 쓴 시(글)도 있었는데,

사라져간 동지에게 쓴 시는 항상 그 동지를 향해 있는데,

사랑의 고백을 쓴 시는 세월 지나면

누구를 향해 있는지도 가물거리고 마니....

사랑은 얼마나 부질없고,

얼마나 지천으로 난무하는

허황된 꿈인 것을.....

 

그래도

사랑노래를 부르고 싶따.....

 

 

아직 남아 있다면


당신의 따스한 손길이

아직 내 손에 남아 있다면

오늘 하루는 따뜻할 텐데


당신의 그윽한 눈길이

아직 내 눈 속에 남아 있다면

오늘 하루는 즐거울 텐데


당신의 고른 숨결이

아직 내 귓가에 남아 있다면

오늘 하루는 평온할 텐데


당신의 부드러운 입술이

아직 내 입술에 남아 있다면

오늘 하루는 행복할 텐데


당신의 뜨거운 체온이

아직 내 가슴에 남아 있다면

오늘 하루는 뜨거울 텐데


아,

당신은 왜

내게 단 한순간도

남지 않을까

남아 있지 않을까

 

<2004.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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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3 20:36 2004/11/0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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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대형 할인점에서 신발을 하나 사서 신었는데(캐주얼화라거나 랜드로버라고도 하는...)

원체 산오리의 걸음걸이가 비정상적이라 그런지 신발 뒤축의 바깥쪽이 너무 빨리 닳아서

밑창을 갈아 달라고 샀던 가게에 가서 맡겼다.

(그 가게에 맡긴게 아니라 할인점의 고객센터라는 곳에 맡겼다.)

산오리의 신발뒷굽 닳는건 꽤나 비정상적인데, 바깥쪽이 너무 빨리 닳으니까 걸음을 걸을때

바깥으로 기우뚱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한다. 지구는 둥근데 바로 서려면 안쪽이 닳아야지 왜 바깥쪽이 닳을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어쨌거나...



그리고는 일주일쯤 지난 후에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신발을 찾으러 갔더니

덩그러니 새 신발을 하나 내준다.

새 신발을 달라고 한 적이 없고, 낡은 신발 밑창을 바꿔 달라고 했다고 말해도,

신발 회사에서 이렇게 처리하니 어쩔수 없다는 대답을 해서 얼씨구나 하고 받아서 돌아왔다.

그런데 받아 와서 보니까 신발치수가 한치수 작아서 결국은 신지도 못하고 얼마 있다 동생한테 주고 말았다.

 

꽤나 비싸게 주고 산 등산화도 2년쯤 신고 다녔는데,

등산용품 가게 아저씨의 설레발에 속아서 산 것인지,

왠지 작아서 산을 내려올때는 오른쪽 발가락이 닿아서 불편했다.

(등산화는 손가락 두개 쯤 남을 만큼 큰걸 사야 하는데, 한개정도의 여유밖에 없었다...)

그래서 5개월전쯤에 등산화를 하나 샀는데, 벌써왼쪽 신발 바닥과 몸체가 떨어져서 뻘쭘하게 긴 조게처럼 입을 벌리게 되었다. 어떻게 붙였길래 이렇게 되었나 하고 수리를 받으려고 신발 산 곳에 가려니 멀고, 그래서 전화번호를 찾아서 물어봤더니 택배로 보내 달란다.

신발공장이 부산이다.

그리고는 일주일쯤있다 전화를 해서 왜 수리해 달라는 신발을 안보내 주느냐고 물었더니, 

수리하기는 어렵고 새신발을 한컬레 보내주겠단다.

아니, 그거 본드로 붙이면 별문제 없을텐데 왜 새걸 주려 하느냐고 묻자,

수리하려면 중국에서 뭘 가져와야 하고, 그래서 시간도 걸리고 어쩌구 저쩌구....

그래요? 하튼 빨리 보내주세요, 산에 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 새 신발을 오늘 받았다.

신발 잘 받았다고 전화를 했더니, 홍보나 많이 해 달란다....

 

이 놈의 신발회사(공장)은 왜 신발을 수리해서 보내주지 않고

새걸로 바꿔서 줄까?

메이드인코리아라고 표시되어 있는 신발인데도 중국에서 만들어 오는 모양이고

이나라에는 이걸수리하거나 고칠 아무런 공장이나 인력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뭘 가져오고 어쩌고 하면 어렵다고 하는 거겠지...

어려운 걸 두번의 새신발로 바꾸는 과정에서 배웠다.

 

신발 신어보고 조금 맘에 안들면 그냥 보내세요,

그럼 아마도 새신발로 금새 바꿔 줄겁니다.

도대체 신발 가격은 정상적인 것인가?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아무래도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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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2 23:02 2004/11/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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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오늘 싸이 친구들에게 찾아가

방명록에 흔적이라도 남기려 했더니

'글쓴이의 이름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글이 올라가지 않네요.

 

그 망할놈의 네이트가 회원가입 안한 산오리같은 친구에게는

아예 접근할 생각도 말라면서, 글쓰기 권한을 아예 막아 버린 모양이네요.

 

그놈의 망할놈의 네이트가 얼마나 돈벌이에 혈안이 되었으면,

회원가입하라고, 그리고 도토린지 군밤인지 사라고,

아예 방명록에 흔적도 못남기게 하는 것인지...

왜 안되는지 알 수가 없네요.

 

사랑하는 싸이 친구들아!

방명록에 한 줄 흔적 남기지 않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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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1 18:29 2004/11/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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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내려가 있다는 이유로 주교동 시의원 재선거에 결합한 건 지나간 주말

토요일 일요일 이틀 뿐이었다.

선거운동 마지막날 강남에서 일산으로 들어와 얼굴이라도 봐야겟다면서

엊저녁 선거사무실에 들렀다가 마지막 한시간 정도 후보와 음식점과 가게 몇 군데

들린 것으로 이번 선거에 내가 참여한 것은 끝이었다.

그것 뿐이었다. 선거에 결합한 것이 아니라, 구경꾼으로 한두번 들른 것 뿐이었다.

 



오늘 선본의 뒷풀이가 있다는데, 어제밤에 남았던

몇몇이서 술을 마셨기에 오늘은 나가지

않았는데, 문자로 선거결과가 들어온다.

"11.4%, 420표, 5등."

5명 출마했는데, 예상대로(?) 꼴찌를 했다.

그래도 마지막날 선본의 당원들은 분위기 좋다고 들떠 있었는데...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분석한 보고서도 나오겠지만,

어찌 되었건, 민주노동당이 보궐선거나 재선거에

후보를 내세우는 건 정말 신중해야 할 거 같다.

 

1. 드러난 선거운동원들은 가장 많이 보일 정도로

    선거에 결합하는 당원들의 열성은 대단하다.

2. 표는 가장 적게 나온다.

3. 한두달 남겨놓고 그지역에 들어가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4. 재보궐 선거 참여하다 보니 해마다 선거운동만한다.

5. 재보궐 선거운동으로 지구당의 일상 활동은 완전히 멈췄다.

 

이런 저런 지적들이 나오는 것들이다.

어제밤 한 친구가 그랬다.

"앞으로 재보궐 선거는 그만 참여하자구요."

산오리가 대답했다.

"망각이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어서 또 하게 될 걸요..."

 

그렇더라도 재보궐 선거 출마하는 건 앞으로 포기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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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30 23:08 2004/10/3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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