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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슬픔이란 이름의 새를 아시는지
그 새의 보이지 않는 갈퀴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그 새의 투명한, 그러나 절대로 녹지 않는
갈퀴에 머리채가 콱 잡혀서
나는 문설주에 고개를 기대고 서서 말하네
잘 가거라 항구를 떠난 잠수함아
여기 절벽 위에 서 있는 나를 잊지는 말아라
누군가 내 심장 박동 소리로 내 속을 쿵쿵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저 잠수함 저 혼자 떠난 거야
누군가의 손가락 내 관자놀이에 쉬지 않고 파닥거리기 때문에
저 잠수함 저렇게 혼자서 가라앉기만 하는 거야
엄마의 몸속에서 내팽개쳐진 그날 저녁부터
날마다 가라앉기만 하는 잠수함
이제 내 탄생의 그 종착역에 다 와간다고 기별이 오는데
내 슬픔의 박자는 이렇게 쉬지 않고 울리고
내 슬픔의 숨은 이렇게 쉬지 않고 헐떡거리고
추운 밤의 밀물 같은 슬픔이 온몸을 적시는데
찬물 속의 찬물처럼 나 흐느끼는데
항구를 떠난 잠수함아 우리가 처음 헤어지던 그날 잊지는 않았겠지
그 깊은 바다 속에서 혼자 흐느끼고 있지는 않겠지
내 머리채를 놓고 이 새가 날아가버린 날
매일 매일 가라앉는 꿈, 그 속의 잠수함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시체처럼 나는 네 속에
비로소 탑승하게 되는 거겠지?
그러니 부탁이야,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헐떡거리며 서 있는
김혜순을 잊지는 말아줘
밥하기가 귀찮거나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을 때, 나는 편한 옷차림으로 이 햄버거 가게를 즐겨 찾는다. '50년대 미국식'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의 이 가게는 일본에서 시작된 체인점이다. 기원도, 진실도 찾아볼 수 없는 그 공간에는 작은 벤치가 놓여 있어 기다리는 시간 동안 옆에 놓인 잡지를 볼 수 있다.
패션 잡지 일색에 가끔 여행 잡지도 섞여 있다. 나는 여행 잡지를 읽거나 패션 잡지의 여행-문화 섹션을 읽곤 한다. 그 날도 햄버거를 하나 주문해 놓고 잡지책을 들여다 보다가, 이름은 익숙하지만 한 번도 작품을 읽어본 일이 없는 한 소설가의 에세이집에 대한 소개를 읽게 되었다. 그 글은, 유명한 소설가였던 남편을 잃은 한 젊은 작가의 에세이집과, 이 소설가의 에세이집을 비교하면서 이 소설가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한 줄, 소설가의 블로그 주소.
괜한 호감을 느끼며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녀가 읽었던 시들을 따라 읽는다.. 늘상 그러하듯, 댓글을 따라 또다른 블로그에 들어가 보고, 또 들어가 보고 하다가,, 배경음악으로 쳇 베이커의 time after time을 설정해 둔 블로그에 멈춰 섰다.
일요일 오후 같은 쳇 베이커의 목소리.. 한 번 들으면, 떠나오기 힘든 그런 음색임을.. 공감하는 이가 있다면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군. 훗....
그 블로그에서, 장 그르니에의 '섬'의 한 구절을 본다.. 섬...
하..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다시, 읽어볼까... 내 작은 서가로 다가가니...
책은, 한동안 눈길 한 번 못 받은 채 그렇게 놓여 있다.
한가운데 책갈피 겸 꽂혀 있는 건, 칼을 든 꽃순이 시절 인디포럼 엽서 한 장...
책의 제일 앞장엔, 그 책을 내게 선물해 준 선배의 못난이 글씨..
노래는 쳇 베이커를 지나, 오아시스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로 갔다가 다시 쳇 베이커로..
그동안 나는 몇 년에 이르는 과거를 다녀온다..
2002년 인디포럼, 그리고 1998년 선배와 함께 했던 세미나며 다툼이며 노래며 눈물까지..
자꾸만 기억의 폭이 넓어져 간다..
안타깝구나.. 가슴이 먹먹하니 아프다....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저 죽음을 응시해주기 바란다.
저 죽음을 끝내 지켜주기 바란다.
저 죽음을 다시 죽이지 말아주기 바란다.
태양과 죽음은 차마 마주볼 수 없다는 명언이 있다는 건 나도 안다. 태양은 그 찬란한 눈부심으로 죽음은 그 참담한 눈물줄기로 살아있는 자의 눈을 가린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군. 스물한 살의 젊은 나이에 채 피어나지도 못한 꽃봉오리로 떨어져간 그의 죽음은 우리의 응시를 요구한다. 우리의 엄호와 죽음 뒤에 살아나는 영생의 가꿈을 기대한다.
"흑, 흑흑..."
걸려오는 전화를 들면, 사람다운 사람들의 깊은 호곡이 울려온다. 비단 여성들만은 아니다. 어떤 중년의 남성은 말을 잇지 못한 채, 하늘과 땅을 부른다. 이 땅의 사람다운 사람들을 찾는다.
그의 죽음은 이 하늘과 이 땅과 이 사람들의 희생을 호소한다.
정의를 가리지 못하는 하늘은 제 하늘이 아니다.
평화를 심지 못하는 땅은 제 땅이 아니다.
인권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 사람들이 아니다.
그 날이 오면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 신경숙
여행하면서 만나는 낯선 공간은 시간마저도 낯설게 만든다.
끊임없이 현재의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낯선 과거의 흔적을 따르는 여행의 시간은,
작열하는 인도의 태양빛 아래 까맣게 타버리고 만 것 같다.
그것은 잠시나마 행복의 순간.
관광객이기보다는 여행자이고 싶었다.
모든 순간을 부여잡으려는 욕심보다는
여운을 남기며 그저 느릿한 걸음을 옮기고 싶었다.
2004년 2월 5일.
p.s. 다음 여행은 언제쯤 갈 수 있으려나...
탈리 Thali
짜파티 chapati 동글넙적한 밀가루빵
달 dhal 콩이 주원료인 국 비슷한 음식
사브지 sabzi 감자, 컬리플라워 등 야채무침
흩어지는 밥(찰밥을 최악으로 여김)
스페셜 탈리에는 파파드 papad나 푸리 puri 등
몇 가지 음식이 추가된다.
포하 pohha
스낵 종류인가보다.
라면땅 같은 것의 이름은 남킨 namkin
양념된 밥풀데기에서는
짭쪼름하고 약간 매운 카레맛이 난다.
파라타 paratha
짜파티 안에 속(양념한 매운 감자나, 치즈, 야채 등)을 넣고 기름에 부친 것.
다히 dahi 혹은 커드 curd라 부르는
떠먹는 요구르트와 함께 먹는다.
아침 식사로 딱 좋다.
다히 키 한디 dahi ki handi
시바니 레스토랑에 가면 만두 스페셜란에
나와 있는 음식이다.
숯불을 아래에 넣어줘서 식지 않고 좋다.
근데 늘 이렇게 내오지는 않는다.
토마토 파니어 맛살라 tomato paneer masala
파니어는 인도식 치즈다.
두부 같이 생겼는데 꽤 맛이 좋다.
짜파티를 찍어먹으면 되고,
대개 맵거나 짠데 무척 맛있다.
인도는 생과일주스의 천국이다! | |
다히 키 한디 사진을 보면 왼쪽 위에 노란 액체가 담긴 컵이 보일 거다. |
벽상 스님 손에 든 작은 컵,
그 안에 든 게 짜이 chai다.
달콤한 밀크티에 생강을 넣은 것.
정말 맛있다.
그리고 또..
우타팜 uttapam : 전 종류다. 알루 aloo 우타팜은 감자전과 맛이 흡사하다. 토마토 양파 우타팜도 있고.. 넣는 재료에 따라 다양.
비리야니 biryani : 향신료 넣은 밥에 닭고기나 채소를 함께 볶은 음식이다. 카주라호의 라자스 까페에서 치킨 비리야니 2인분을 시키면 거의 3인분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양이 나오니 둘이 시키지 말 것. 비단 거기 뿐만 아니라 밥 종류 시키면 양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도사 dosa : 남부 인도 음식이란다. 종이처럼 얇고 쟁반만큼 넓은 팬케익이다.
굴랍 자문 gulab jamun : 밀가루볼을 오래오래 튀긴 다음에 장미향 시럽에 푹 재워둔 달콤한 후식. 전지분유 맛이 강하다.
발루싸이 : 한입 크기의 구멍 안 뚫린 달콤한 도넛
카주라호에 머문 마지막 날,
운좋게도 한 달에 한 번 열린다는 야채시장 sabzi market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곳일 수 없다.
구경거리가 드문 이런 시골에서는 더더욱.
아이들을 유혹하는 장난감 장수, 풍선 장수야 빠질 수 없지.
물건을 팔 의지가 없어보이는 소년.
저 감자 한 무더기는 다 팔고 갔나 모르겠다.
카주라호 서쪽 사원 그룹에 간 날,
마침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다.
Kandariya-Mahadeva temple
서쪽 사원 그룹의 어떤 사원 내부.
조각 양식이 다 비슷비슷해서 어디가 어딘지 기억을 못 한다.
하나같이 풍만한 여인들,
그녀들의 이리저리 뒤틀린 포즈.
여인들을 일컫는 말은 surasundari.
이 '수라순다리'가 춤을 추고 있으면 apsara, 천상의 요정이 된다.
'수라순다리'는 꽃이나 거울 등을 들고 있기도 하고,
매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때로는 머리 감는 모습, 애완견이나 아이와 노는 모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처럼
일상생활을 표현하기도.
카주라호는, '에로틱한 조각'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조각을 일컬어 미투나 Mithuna라고 하는데,
다양한 조각들 중 아주 적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자극적인 강렬함이 다른 조각과 비할 수 없다.
카주라호의 미투나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카마수트라를 새겨놓았다는 것,
남학교에만 다니는 브라만 계급 소년들을 위한 성교육용 조각이라는 것,
비의 신 인드라 Indra의 욕망을 만족시켜
사원을 번개에 의한 파괴로부터 막기 위해 새겼다는 것 등.
또 있다.
탄트라에 의하면 해탈을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요가 yoga : 정신적 수양이고,
다른 하나는 보가 bhoga : 육체적 열락이다.
그러니까 미투나는 후자의 이미지인 셈.
미투나상이 유명하긴 하지만,
카주라호 사원의 조각들 대부분은
찬델라 왕조 때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카주라호 사원들의 축조 시기는 AD 950-1050, 약 100년이다)
사진은,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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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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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산 피에트로 성당에서 그레고리오 미사가 열리고, 저녁이면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의 온천장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하루 종일 대리석들의 황홀한 흰빛을 볼 수 있고, 밤새도록 분수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는 살아있는 것들과 함께 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외로움을 느낀다. ('지중해의 연가'이탈리아 편 중에서) 장 선생님....^^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