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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4/30
    無主塚
    ninita
  2. 2005/03/28
    사는 일 / 나태주(1)
    ninita
  3. 2005/02/06
    슬픔의 독을 품고 가라 / 신현림
    ninita
  4. 2005/01/22
    강 / 황인숙(5)
    ninita
  5. 2004/12/30
    내게 쌍둥이 자매가 있다면.
    ninita
  6. 2004/11/30
    율스만의 사진(2)
    ninita
  7. 2004/11/23
    Burhan Karkutli의 "혁명의 판화"(6)
    ninita
  8. 2004/10/25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가 '반한활동'을 했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3)
    ninita
  9. 2004/09/26
    내 작은 비애 / 박라연
    ninita
  10. 2004/09/19
    '내가 과격해서 그런 게 아니예요'
    ninita

無主塚

...

 

새로 만든 그대 무덤에 갈대꽃을 뿌리고 돌아가며 누렇게 祭酒 몇 잔을 날린다

이제 그대는 파헤쳐졌던 그대 죽음을 거두고,

魂만 남아서 저 바람 속을 떠나리라.

떠나리라, 나는 無主塚移葬勞動者.

살아서 이 세상의 어둠 속을 방황하고

죽어서도 그대처럼 죽음 속을 헤매일 몸

그래 내 마음도 산마루에 無主塚 되어 남는다.



도서관엔 요절시인들의 시만 모아둔 시집이 있었다.

 

고 2 때였나..

수업시간에 졸릴 때마다 시를 베껴쓰곤 했었다.

 

이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시가..

 

황토맥질, 무주총, 위험한 가계 1969였다..

 

황토맥질은 찾을 수가 없고..

무주총은 일부만 볼 수 있었다.

무주총이장노동자, 세상에 다시 없는 쓸쓸한 업이리라,

이름 없는 죽음을 벗삼는 그 외로움에 나는 매료됐었다.

 

알맹이 하나 없는 소녀감성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시절이 여전히 나를 짓누르고 또,

나의 상당부분을 구성하고 있음에 놀라곤 한다.

 

위험한 가계 1969는...

기형도의 시였다..

10년이 지나서야.. 아.. 하고,

뭔가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낸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 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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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 나태주

1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래 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다 죽는다.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 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 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 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 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삼아 세상 한 복판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나는 달리는 차들이 비껴 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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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독을 품고 가라 / 신현림

기나긴 밤마다

아무 위로 없이 남겨진 나의 너여

더이상 탄식의 나팔을 불지 마라

현세가 지옥인 때는 슬픔의 독을 품고 가라

무자비한 세상, 지옥의 슬픔을 월경하기 위하여.

 

<슬픔의 독을 품고 가라>, 신현림

 

-*-

 

시집 <세기말 블루스>의 첫 번째 시, 마지막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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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흘러가는 강물만 바라보란다.

침도 피도 튀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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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쌍둥이 자매가 있다면.

 

언제였더라.. 광주비엔날레에서 만난 사진작가.. 제니에타 에어...

그녀의 작품에는 늘 쌍둥이가 등장한다.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작품들도 좋지만, 나는 저 사진이 제일 좋았다.

매끈하고 건조해 보이는 마른 몸매와... 무엇보다 저 무표정한 얼굴.

네 곁에 있지만 난 널 이해하거나 공감하려 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게라도 있어주면,

좋을 것 같아..

 

그러고보니, 에곤 쉴레의 그림 중에서 내가 젤 좋아하는 건 '자위하는 소녀'

어째 좀 비슷하군.

 

 

내게도 쌍둥이 자매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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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스만의 사진

 

율스만의 사진엔 제목이 없다.

 

호명되지 않으면 의미있는 존재일 수 없다고 노래한 시인이 떠난 밤,

존재가 지워졌으며,

또한 제목이 없음에 누구도 호명할 수 없는 사진을 보며,

희미하게 흥을 느낀다.

 

그런 밤이다.

 

_ 싫다.

 



굿 윌 헌팅을 보면.... 로빈 윌리엄스가 맷 데이먼한테 하는 대사가 있다.

 

_ it's not your fault.

 

_ 네 잘못이 아냐.

_ 네 잘못이 아냐.

_ 네 잘못이 아냐.

 

로빈 윌리엄스는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_ 네 잘못이 아냐.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내게 _ 네 잘못이 아냐, 라고 말해줬으면.

 

피식.

아무리 짱똘을 굴려봐도 소용없다.

 

_ 내 잘못 맞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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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han Karkutli의 &quot;혁명의 판화&quot;

 

from. 바끼통


다들 자기 일상에 젖어 즐기면서 잘 살겠지. 다들 이라크에서 죽고 있는 우리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고 밤마다 두 다리 쭉 뻗고 잘 자겠지. 정부에게 압력을 줘서 철군 시킬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겠지. 이라크에서 죽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나쁜 종자’들일 뿐이고 절대 죽이는 게 아니라 해방 시키는 거겠지. (from. 전범민중재판)

 



캐테 콜비츠

 

 

오윤

 

 

 

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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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와툴 이슬람 코리아'가 '반한활동'을 했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by 다큐인 문성준 감독 / from. 미디어 참세상, 열린 채널

 

 



믿고 있으면 죽을 것 같이 무섭다.

알고 나면 민망하리만치 우습다.

 

얼마 전, 신강균의 '사실은'에 '평화의 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걸 보던 스무살 짜리 내 사촌동생이 "정말 저걸 믿었어?"라고 기가 찬 듯 말했다.

옆에 있던 엄마는, "그 시절엔 믿었지"랬다.

 

그 시절에 난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고, KBS인지 MBC인지에서 했던 모금 방송에 반대표인지 학교대표인지로 나가 돈을 내고 인터뷰를 했었다. 그 땐 그게 대단한 일이었다. 거길 나가기 위해 아이들을 뽑았고, 선생들은 인터뷰 연습까지 시켰더랬다. 전라도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그랬다.

나는 말 잘 듣는 아이였고, 기꺼이 연습을 하여,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연습한 대사를 그대로 읊었더랬다.

 

지금, 이 우스운 공포들.

십수년이 지나야 "그걸 왜 믿었을까?"라는 말이 나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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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비애 / 박라연

소나무는 굵은 몸통으로
오래 살면 살수록 빛나는 목재가 되고
오이나 호박은 새콤 달콤
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만 살며
백합은 제 입김과 제 눈매가
누군가의 어둠을 밀어낼 때까지만 산다는 것
그것을 알고부터 나는
하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이 몸을 버릴 때까지만 살지 못하고
몸이 생각을 버릴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단명한 친구는
아침이슬이라도 되는데
나는 참! 스물 서른이 마냥 그리운
사람으로 살아 간다는 것 그것이 슬펐다
딱 한 철 푸른 잎으로 파릇파릇 살거나
빨강 보라 노랑 꽃잎으로 살거나
출렁 한 가지 열매로 열렸다가
지상의 치마 속으로 쏘옥 떨어져 안기는
한아름 기쁨일 수 없는지 그것이 가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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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격해서 그런 게 아니예요'

사진 출처. 박기범의 철군투쟁 단식일지 중에서



헛헛한 웃음이 난다.

 

우리에겐 왜 이런 말이 필요한 걸까.

 

마치 '순결함'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나의 '온건함'을 증명해야만 한다.

 

때로 싸우는 것이 평화더라, 라는 박기범씨의 말이 맞다.

 

싸우는 것, 이란 표현에는 - 비폭력 직접행동, 저항, 시민불복종.. 이런 개념들이 포함된 것이었을테다.

 

박기범의 이라크 통신 '바끼통'

울진평화모임

전범 민중재판운동 임시소통게시판

 

12월 민중재판까지,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감동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재판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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