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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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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스킨스 시즌 1을 다운 받아놓고 5편까지 내리 시청.

즉각 시드의 팬이 되어버렸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수위'가 한참 낮았다.

래리 클라크의 '키즈'를 떠올리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스킨스의 명성을 듣고도 지금껏 보지 않았던 건, '키즈'를 시리즈물로 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 드라마가 사랑스러운 건,

시드의 아버지가 아들한테 개같이 욕먹고 난 후,

압수해갔던 텔레비전을 쭈삣쭈삣 챙겨 들어오는 장면 같은 게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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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웨하스 의자> 다 읽었다.

개포동 아빠 자취방을 세 번 오간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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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즈, <아임 낫 데어>는 <포이즌><벨벳 골드마인> 이후 참 오랜만에 보는 그의 영화였는데... 아, 참 짚을 구석이 많은 영화다. <포이즌>의 흔적이 남아 있어 반갑기도 했고, 그의 음악적 스승을 흑인 소년 역할로 표현한 것이나, 그가 음악적으로 변절했다며 공격받던 시기를 케이트 블란쳇에게 맡긴 것 역시 놀라운 발상. 그녀는 역시 경이로운 배우였고... 그런 상상력은 대체 어디서? 게이로서의 정체성과 감수성이 분명 작용했을 터. 미셸 공드리의 영화와는 다른 차원에서 영화적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독창적인 전기영화. 아,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히스 레저도 좋았다.

 



광우병을 다룬 PD수첩을 유튜브에서 봤다. 2년 전 한미FTA 반대 국민여론을 불러일으킨 게 나프타 이후 멕시코 상황을 다룬 KBS 스페셜이었다면, 졸속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쇠고기 협상에 대해 분개한 '일반 시민' 1만 3천이 모인 촛불집회를 가능케 한 건 MBC PD 수첩이다. 다시 느끼는 거지만 지상파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리고 대중의 운동성은 가늠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렵다. 특히 이번 참가자들 중에는 10대, 20대가 많았다고 하는데... 사회를 바꿔내는 역사로 이어질 지..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감성적인 거리의 이벤트로 그칠 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안에서 좌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해야 할까,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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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발언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보니 즐거워진다. 몇 해 전,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조촐했던 만민공동회가 생각나면서.... 음.. 그리고 이성과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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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하자면....

미친 소라는 표현을 볼 때마다.. 가엾은 소... 소가 미치게 되는 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축산업이 배경에 있는 것이고, 그러한 산업을 가능케 했던 인간의 탐욕이 있는 것이고....

촛불문화제를 보면서 즐거울 수만은 없는 건.. 그러니까 대중의 광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미친 소라는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라던가...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짚었을 때....

과연 받아들이고 고민하고 바꾸는 길로 함께 갈 수 있을까, 아니면 대중의 힘으로 깔아뭉갤 것인가.. 하는 건데.... 그 부분은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대중이 거대한 힘을 가지고 움직일 때, 그 안에는 건강한 에너지 못지 않게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농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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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지켜보는 중. 경찰이 주최자 사법처리 운운하면서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는데.. 6일 이후 어떻게 일이 진행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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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 공선옥

작가의 말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죄인처럼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생활의 안전은 물론이거니와

인격도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가난한 작가일 뿐.

가난하여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처럼

나 또한 가난한 '유랑작가'일 뿐.

 

.....

 

가난을 알고, 사람살이를 아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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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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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가 너무 많다.

가까운 시일 안에, 노동자 허세욱 아저씨.. 장애인 최옥란 언니.. 청소년 동성애자 육우당, 오세인의 추모제가 있었다.. 그리고 내일은 전세계의 산재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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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는, 촬영할 때도 슬프고.. 편집할 때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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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당 추모제에 갔을 때, 10대 동성애자들의 발언이 있었다.

내가 나이기를 받아들이는 일이 참 어려웠다는 앳된 목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지금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서로 다독이며 나아갈 수 있었을텐데' 라고,

그 애는 진심으로 오세인과 육우당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발언하러 나오기 전에 참가자들 틈에 있던 그 아이를 촬영했었다.

렌즈가 자신을 향하자 고개를 들어 이 쪽을 바라보던 아이의 표정은 알 듯 말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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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당은 열아홉에 자살했다. 추모집에는 죽기 전 얼마 간의 일기가 들어 있다.

 

'난 몇 살 쯤 죽을 것 같니? 정말 궁금해.'

 

며칠 뒤,

 

'나 결심했어. 목매달아 죽을 거야.'

 

며칠 뒤,

그 애는 정말 목매달아 죽었다.

 

그 밤, 혹은 새벽. 외롭진 않았을까. 외로워 하다 죽었을까, 그게 참 마음 아프다.  

 

'아, 홀가분해요. 죽은 뒤엔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죠.

'000은 동성애자다'라구요.'

 

그 애의 바람과는 달리, 죽은 뒤에도 그 애 이름은 추모제 플랑 위에도 쓰여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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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정도로 정리하려고 한다.

마음은 바빴는데.. 월요일이 되면 더 그럴 거라서, 이 작업은 그냥 여기까지.

놓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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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5

다들 애쓰고 있다. 누구랄 것 없이. 편한 맘 가진 사람 아무도 없다.

나는 나도 안쓰럽고, 당신도, 당신도, 당신들 모두가 안쓰럽다.

 

앞이 안 보이고 숨이 턱 막히지만

그래도 길을 만들자고 힘든 자리 힘들게 버티어 주는 모두가

내게는 참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둘이나 또 떠나보내야 하는 게

참...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프지만.

한 걸음 나아가기가 이토록 힘든 시간들만이

지겹게 이어지고 있지만.

 

너무 외로워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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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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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듣는다. 매일 밤마다, 아침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90년대가 리메이크 되어 매일 찾아온다.

2000년 하고도 8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슬슬 불려올 때도 된 것일까.

오리지널보다 특별히 나아보이지 않는 리메이크들은 시대를 말해주는 것일까.

 

그 시절의 토이 유희열이 라디오로 돌아왔다.

이적도 방송을 한다.

유희열 방송에 이적이 나오고, 이적 방송에 이승환과 유영석이 나온다.

 

그들의 수다에 더이상 깔깔거리며 웃지 않는다.

미소만 짓다가 잡고 있던 책이나 시사잡지에 다시 집중한다.

라디오는 더이상 온 신경을 기울여 듣던 그 무엇이 아니다.

녹음해서 두고두고 들었던 소중함도 더이상 없다.

 

그건 더이상 설레지 않는, 이제는 귀찮기까지 한 입맞춤 같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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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이후, 그러니까... 기억할 꺼리가 급속도로 늘어난 이후,

과거에 대한 원근감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먼 기억이 가깝게, 가까운 기억이 한없이 멀게 느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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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큼의 내가 요만큼의 내게 손을 내밀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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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투명한 눈빛이 부담스러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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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없는 낙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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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3

열심히 편집을 해도, 헐렁한 성격 누가 아니랄까봐, 꼭 걸리는 부분이 남는다.

그리 꼼꼼하지 못 한 편이라는 것과 적당히 게으르다는 것, 다 표가 난다.

하긴 촬영할 때부터 그런다. 할 때는 무지 열심히 하는데, 나중에 하나하나 떠오르는 식이다.

그 상황에서는 그 샷을 찍을 걸, 이렇게 하면 나았을 텐데, 하는 식의...

사실 대세에는 그닥 지장을 주지 못 하는 샷인데 나한테는 껄끄럽게 남는 거다..

고질적인 호흡 조절 실패 같은 것. 대체로 빠르고, 신경을 쓰면 너무 느려지거나 하는..

자막과 샷의 길이, 그리고 사운드의 호흡이 완전히 마음에 들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 마음에 들 정도가 되면, 그 땐 정말 선수일텐데.

알아도 못 하는 건 왜인지. 진짜로는 모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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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2008/04/20

그냥 생각들을 너절하게 늘어놓고 있는 중이다.

 

일을 계속 하는 거, 그만 두는 거, 카메라를 다시는 들지 않는 거, 카메라를 계속 붙잡고 있는 거, 떠나는 거, 떠나지 않는 거, 멈추는 거, 멈추지 않는 거, 사는 거, 죽는 거, 맨날 허접한 거, 어떻게든 하는 거, 이제 그건 지겨운 거, 바라는 것도 없는 거, 여전히 하루하루가 연습인 거, 이해력은 점점 떨어지는 거, 바보 되는 것 같은 거, 원래 바보였다는 거, 세상이 무서운 거, 뭘 해도 의지 없는 거, 다 시시한 거,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거, 그냥 곁에 오래 머물면 그게 사랑이라는 말이 맞는 걸까 싶은 거, 그러길래 진심은 드러내지 않을 것을 미련했던 거, 미련한 거, 미련할 거,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게 더 무서운 거...

 

내일 결혼식에는 못 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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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7

밤늦게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를 보았다.

전동휠체어 깊숙히 들어앉은, 참 작은 사람인데 존재감은 큰.

 

그냥 알은 체 눈인사를 해도 나쁘지 않을 텐데,

나는 언제나 그 사람이 어려워 얼마 전에도 옆얼굴로 인사를 하고 말았다.

아마 인사인 줄도 몰랐을 거다. 하긴,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알지 못 할 테고.

 

어제 그는 모자를 쓰지 않고 있었고, 잘 빗어넘긴 머리에..

웃고... 있었다..

 

몇 년 째 거리에서 마주치곤 하는 그의 얼굴은 늘 무표정했다.

여러 해 전에, 그 무표정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청했고...

그는 인터뷰 내내, 그 후로도 늘 무표정했다.

그래서 그렇게 어려워했던 것 같기도 한데...

 

웃는 얼굴은 그에게 참 잘 어울렸다.

스치는 순간, 무심결에 표정이 먼저 들어오고,

지나치고 나서야 그가 누구인지 떠올렸건만..

무척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다행이었다.

마음이 놓이는, 그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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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5

마석 모란공원에 다녀왔다.

허세욱 열사 1주기.

 

 

민주택시연맹 소속의 늙은 노동자가 분신했다고 했다.

나중에 그의 영정을 봤을 때.... 아, 하고 짧은 외마디 소리를 냈던 건....

그 얼굴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분 생전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무심결에 그 곁을 몇 번이고 지나갔겠구나...

아마도 외롭고 남루한 생을 거리에서의 투쟁으로 따스하게 채웠던 분일 거다.  



봄날은 따가웠고, 맨 앞줄에 나란히 선 민노당과 진보신당 후보들의 표정은 공히 어두웠다.

한미FTA 반대한다고 1년을 분주하게 뛰었고,

그 사이에 소중한 사람 하나 저 세상으로 보냈는데,

진보정당들의 상황은 좋지 않고, 총선 직후 이례적인 임시국회로 FTA 비준이 처리될 가능성은 농후하고..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분당에 대해 개탄하는 발언을 했고,

진보신당 노회찬 의원은 마치 그에 화답하듯, 낡은 것과의 결별을 말했다.

 

모두가 떠나 새소리만 들려올 때까지,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을 위에서부터 훑었다.

전태일 열사의 묘 곁에 한참을 머물렀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소선 어머니도 아들에게 잠시 걸음하셨겠지.

 

나는 아무 것도 다짐하지 못 한 채

생의 공간으로 돌아나왔다.

 

22세의, 26세의, 34세의, 55세의,

저 열사들의 빨간 띠 둘러맨 비석을 뒤로 하고.

제비꽃 외롭게 피어 있는 묘들을 뒤로 하고.

 

4월은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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