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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해놓은 학교를 주변에 잘보이도록 나무를 베어버리겠다는 교장의 의지대로 30여년된 울타리 측백나무 100여그루가 혈세 300여만원을 들여 이번 주말 잘려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잘라버리는 명분은 나뭇가지때문에 울타리옆에 주차하기 불편하다는 민원이겠지만요.
싸움의 기술중 하나는 싸워서 상대가 되지 않을 거 같으면 싸우지 않는다 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꼬랑지만 내리고 있는게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물어뜯기라도 해야합니다. 아저씨는 소문을 내키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벼버리고 아프거나 심지어는 죽기까지 하더라' 하는 소문을 내키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느 선생님때문에 회의시간에 찬반 의견을 묻는 시간이 있었다는데.. 소음과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나무를 벼버리면 학생들이 산만해지며 학습환경을 해칠거라는 의견과, 민원이 들어왔고 학교에 개방감을 주기위해 벼버리자라는 의견이 7:11로 막상막하 나왔다 합니다. 멀쩡한 나무를 전지도 아니고 밑둥까지 벼버리고 근사미를 쳐서 죽여버리는 일에 대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선생님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장 말고는.
아저씨는 주변 선생님들께 대화할 기회가 있을때마다 예전부터 마을에 보호수 벼버리고 죽은사람 많이 봤다.. 30여년 넘은 120여그루 나무면 비는 사람에 화가 미칠 것이다 라고요. 아예 견적이고 뭐고.. 나무가 없으면 일이 줄어 나야 좋기는 하지만.. 나무 잘랐다 잘못되는 사람 너무 많이 봤다. 나무빈다는 얘기 저한테는 제발 하지 마시라. 나무비고 풍맞으면 다행이고 그냥 죽는다. 주머니에 부적이라도 넣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다. 라며 상사건 누구에게건 떠들고 있습니다.
그러면 개중에 나무를 비는 사람? 지시 내린사람? 누가 화를 입는 거냐고 물어 보시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부처님께서 삼정육을 설명하실때.. 나로 인해 죽음당하지 않은 고기를 말씀하셨듯이 당연히 지시를 내린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이지요. 정육점 사장님이 벌을 받지 않듯이요. 그러나 중요한건 찬성하고 침묵으로 동조한 사람도 모두 똑같이 화를 입게된다는 거예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두렵습니다.) 음.. "
그래서인지 몰라도 오늘 수년간 멀쩡했던 화장실이 맥혀 1층서 똥물이 차올랐습니다. 모든걸 자신의 치적 쌓으려고 강요하던 공모교장에 대해 소문이 난건지 어쩐건지 내일은 갑자기 공모교장 평가단이 방문한다 합니다. 똥물이 넘쳐 화장실 사용이 올수돕 되어 뒷건물로 용변을 보러가야하는 바로 지금이요.
누군가에게 눈물나게하면 나에게는 언젠가 피눈물이 나기 마련입니다.
멀쩡한 30년된 울타리 측백나무를 자신만의 성과와 인정을 위해 비도록 지시한 교장과 그 교장 눈치보며 찬동한 11명의 선생들에게 앙화가 있기를...
[Hotel California.mp3 (8.94 MB) 다운받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설문을 받아갔습니다. '아파트주변 20년된 메타세콰이어 뿌리가 건물과 배관을 파손시키고 있어 벌목해야하는데 2000만원이 들어갑니다. 분할하여 관리비에 수선비로 충당하려하는데 동의하십니까?' 라는 항목이 끼어있었습니다. 주민 53% 동의. 관리소장님께 찾아가 설문자체가 잘못되었다며 설득반 동대표 연락처를 달라며 곧 두러누울 기세로 협박?반 하여 갱신히 입주자대표회의에 참관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상대로 나이 지긋한 남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앉아계셨습니다.
"다음 안건은 메타세콰이어 벌목건입니다. 참관자 발언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여러 동대표님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107동 1층에 살고 있는 '별많다' 라고 합니다. 20여년 건물관리일을 하고 있습니다. 1층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으므로 이런 설문을 진행했는지를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습니다. 벌목, 메타세콰이어란 말을 모르시는 입주민도 계실 것이고 찬성하신 분들도 20년된 울타리 나무들이 다 없어진다는 것은 모르고 찬성하신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아파트 진입로의 매화나무는 봄에 예쁜 꽃을 피우지만 겨울이 오기까지 우거지면 햇볕을 가려 저희 세대는 1층이라 대낮에도 무척이나 어둡게됩니다. 그렇다고 저는 제 마음대로 집앞 공용공간의 매화나무를 잘라버린다거나 잘라달라 요청하지 않습니다. 공동주택내 각각의 세대에서 이런 요구를 한다면 아파트가 뭐가되겠습니까? 모두가 조금씩 불편은 하지만 우리는 공동주택에 살고 있으므로 세대간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주변 울타리 메타세콰이어는 울창한 숲과 시원한 그늘로 이미 우리 ㅇㅇ동의 명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주변 공장의 꾸물꾸물한 냄새도 막아주는 효자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나무들을 베어버리는데는 2000만원이 든다하셨지만 다시 심는데는 2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입니다. 한 그루당 수백에서 수천만원하는 20년된 나무들은 오래된 우리 아파트의 엄청난 자산이기도 합니다. 나무가 없어진다면 오래된 아파트의 장점은 없어져버리고 낡은 건물만 남을 것입니다. 인근 부동산에서도 아파트 주변 숲길과 함께 살구나무 산책길이 있다고 소개한다면 당연히 아파트 값은 유지되거나 오를 것이지만 나무를 잘라버리면 아파트 값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무 뿌리가 건물을 해친다면 조그만 포크레인으로 나무와 1~2m 떨어져 일자로 파내 아파트쪽 뿌리만 잘라주면 될 것입니다. 그런다고 나무가 죽거나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만의 하나 나무가 넘어간다면 산책로 쪽이 아니라 건물쪽으로 기울 것이므로 산책로 주민들을 다치게할 염려는 없습니다. 포크레인 1일에 60만원, 조경인부 2명 2일 공사를 진행한다해도 넉넉히 200만원이면 나무뿌리에 의한 건물, 배관파손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수배관이 자주 막힌다면 20년이 넘었으므로 교체해야할때가 온것이며 이번에 겸사겸사 교체한다면 땅파는 시공비도 줄어들 것입니다.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소장님께서는 너무나 많은 민원에 시달리시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나무를 키워야하냐고 물으시는데 건물관리는 나무를 잘라버리는게 아니고 잘 키우는게 건물관리일 입니다.) 창문을 가지가 친다는 민원은 전문조경업체에 맞겨 전지할때 해당 가지만 산책로에 스카이차를 진입시켜 잘라주시면 됩니다. 만약 나무 터널같이 산책로까지 울창하게 덮어버린 우리 아파트 나무 관리를 자체로 진행하기 어려우시다면 이미 우리동네 명소가 되어버렸으므로 찾아본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나무때문에 민원에 시달리고 계시지만 그렇다고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다면 더 큰 민원에 시달리실 겁니다."
"다른 방법이 없는 줄 알고 찬성들을 하신 것 같은데 방법이 있다면야 아무리 주민의견 과반이 나와도 자르면 안되지. 그럼 자르지 않는 걸로 하고 관리소장님은 방법을 함께 찾아주시길 바래유."
나무들 안심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댓글 목록
성민이
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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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무를 보존하기로 결론이 났나요?부가 정보
득명
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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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표회의 결정이 일단은 보존인데요 앞으로도 누군가의 잘라버리려는 공작은 계속되리라 봅니다. 관리소장님께 설명은 드렸으므로 일단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무를 보니 관리사무소에서 옆가지만 조금 쳐주었습니다.비록 아파트 울타리 나무지만 이미 울타리를 한참 벗어나 옆길 살구나무 산책로를 터널같이 감싸고 있습니다. 여름철엔 동네 어르신들 사랑방 그늘이 되기도 하고, 빗자루 갖다놓고 길을 쓰시는 할아버지도 계시고, 어떤 할아버지는 산책로에 이것저것 꽃나무를 몇년째 묵묵히 심고도 계십니다. 몇달전엔 꽃나무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손푯말도 세워놓으셨죠. 살구나무 산책로는 약 3km 펼쳐졌는데 아래 동네 아파트 메타세콰이어는 10여년전 다 베어버려서 이 곳 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살구나무는 새마을금고서 심은건데.. 역시 너무 커버려서 가지치기 어렵다며 구청이나 새마을금고서 잘라버릴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일인데 주민의견수렴했다고 밀어부치는걸 보고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동대표 회의때 어르신들을 설득해야하고 관리소 민원도 해결해야하는 '정치'의 문제였습니다. 외로운 노조간부를 12년해서인지.. 미리 설득 전략을 세웠습니다. 역효과를 우려해 어르신들께 돌릴 일명 '문건'까지는 만들지 않았지만 아파트값 하락을 주요 설득 전략으로 잡았습니다. 회의에 옹기종기 앉아계신 동대표 어르신들께 절절히 말씀드리니 다행히 모두들 수긍하셨습니다. 한분은 제 얘기를 듣고는 누구든 아파트 풀한포기 돌멩이하나 자기 소유가 아니라며 힘주어 말하셨고, 나무를 살리며 배관, 건물을 유지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는데에 다들 무척 놀라셨습니다. 일부 어르신은 그럼 비면 안되지라며 탄식하셨습니다.
여름엔 나무그늘에서 시끄럽게 떠든다 (산책은 즐겁게 대화는 조용히 푯말 부착), 북쪽이라 햇볕은 가리지 않지만 조망을 가린다 (가지 전지), 나무가지가 창문을 친다(가지 전지), 썩은나무가 산책길로 떨어지면 어떡하냐(가지 전지), 오수배관을 뿌리가 막는다(배관 뿌리제거 고압세척 혹은 배관교체 + 나무에서 1m 이상 떨어져 건물향한 뿌리 절단), 지하 가스배관이 뿌리때매 위험하다(해당구간 노출배관으로 변경).. 관리소에서 이런저런 민원에 시달리다 쉽게 찾은 대안이 나무를 자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무를 자르겠다는 설문이 아니라 이미 나무를 자를텐데 그 비용을 써도 되겠냐고 물어봤으니 결국 주민을 속이는 설문을 진행해 나무를 잘라버릴 음모를 벌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걸 기술인의 혹세무민이라 생각합니다. 기술하는 사람이 거짓말하고 속이기 시작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방송진행자님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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